최근 수정 시각 : 2024-09-26 19:34:46

귀축영미

1. 개요2. 특징3. 기타4. 관련 문서

[clearfix]

1. 개요

[ruby(鬼畜米英, ruby=きちくべいえい)][1][2]
그러나 토모에 학원 밖에선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는 적이었고, 따라서 영어는 적국의 언어라는 이유로 모든 학교 수업에서 배제되었다. 심지어 정부에서는 "미국 사람은 귀신!"이라는 발표까지 할 정도였다.
쿠로야나기 테츠코의 저서 《창가의 토토》에서 발췌

해석하자면 신, 과 다를 바 없는 국과 국.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추축국과 동맹을 맺고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본 제국이 적국인 영국미국을 비난하고 대동아 공영권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사용한 선전용어다. 영미귀축(英米鬼畜)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미국에 한정해 귀축미제(鬼畜米帝)라는 말도 사용하였다. 아이러니한 것은 제2차 세계 대전 전까지는 동맹 관계였다는 사실이다.[3]

귀축(鬼畜)은 원래는 불교 용어인 아귀축생(餓鬼畜生)의 약어인데 일본에서는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짓을 하는 인간을 귀신과 짐승에 빗대어 귀축이라고 불렀다. 서정주의 친일시 마쓰이 오장 송가에서는 원수 영미라고 표현했다.

엄밀히 말해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같은 다른 영어권 국가들도 '귀축영미'와 한 패들이었지만 전술한 둘에 비하면 국력도 약하고 영연방 소속이었으며 당시에는 대외적으로 종주국인 영국의 멀티라는 인식이 강해[4] 크게 신경쓰지 않은 모양이다. 파이브 아이즈 국가들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냉전 모두 자유진영 소속의 든든한 우방이었다.

2. 특징

2차 대전 당시 일본 제국에서는 영국과 미국은 귀축 국가이기 때문에 패배는 곧 야마토 민족멸망이라는 식의 민족주의 프로파간다를 퍼뜨렸다. 이러한 프로파간다는 적국을 비난하고 국가를 결집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었으므로 영미에 대한 과장섞인 이야기들이 묘사되곤 했다.

예컨대 미국이 일본을 점령하면 남자들은 중남미 인디언들처럼 전멸당하고 여자들은 유부녀부터 소녀들까지 가릴 것 없이 죄다 강간당한 후 임신하여 열등한 혼혈 핏줄을 양산하여 순결한 일본민족의 피가 더럽혀지고 야마토 민족이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당시 일부 일본 대중들은 이러한 프로파간다를 진심으로 믿기도 하였으며 카미카제, 1억 옥쇄 등의 자살 공격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쓰였다.

안타깝게도 이로 인한 수많은 비극도 존재하였다. 사이판 전투에서 사이판 섬의 대규모 민간인 자살 사건과 아울러 상술된 오키나와 전투에서도 일제의 엉터리 선전을 믿은 일본인들이 자살하거나 서로 죽이고 자살하는 등 숱한 희생자와 참상을 불러일으켰으며 미군 장병들이 일본인들에게 이나 초콜릿 등을 건네자 독이 든 음식인 줄 알고 먹기를 거부하였다고 한다.[5]

3. 기타

독소전쟁나치 독일소련도 상대방이 자국 영토로 쳐들어오자 국민과 국가를 결집시키기 위해 비슷한 프로파간다를 벌였으나 국민들에게 아예 사기를 치고 속인 일제의 상황과는 달리 이쪽의 프로파간다는 어느 정도 진실이었다. 독일 국방군나치즘에 입각해 대량학살과 성폭행을 저질렀으며 소련군 역시 독일에 대한 복수심으로 독일인들을 학살하고 수많은 독일 여성들을 강간하였다. 이로 인해 독소전쟁에 참전한 국민돌격대나 소련 빨치산 모두 죽기살기로 항전했다. 그러다 보니, 소련군을 상대로는 죽기살기로 버텼지만, 비교적 포로대우를 잘 해주었던 미군에게는 바로 항복하거나, 아예 소련군을 피해 도망쳐서 미군 주둔지까지 찾아가 항복하는 독일 국민돌격대나 국방군이 꽤 많았다고 한다.

이 시기에는 귀축영미들이나 쓰는 알파벳과 영어를 추방하자며 일본판 국어순화 운동이 전개되기도 했다.[6] 그 반작용인지 현대 일본에서는 특별한 이유 없이 외래어와 외국어가 중국이나 한국에 비해 굉장히 많이 쓰이며[7] 무조건 일본 고유어나 한자어로 바꾸자고만 해도 국수주의, 군국주의넷 우익 등 상당히 나쁜 평판을 가지게 된다.[8]

당시 도쿄제국대학 영문과 학생이었다는 여석기 전 고려대 명예교수의 회고록에 따르면 한참 태평양 전쟁이 터져 일본에서 반미, 반영 감정이 고조될 때 영문과 학생들더러 농반진반으로 역적이라고 놀려먹는 풍조가 심했다고 한다.

북한이념에서 미제를 위시하여 일제의 귀축영미 프로파간다를 이어받았다시피 했는데 도서정리사업을 기점으로 영어와 일본어 등도 적국의 언어를 배워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금지했다가[9] 2000년대에 들어서야 영국식 영어를 들여오게 된다. 그래서 북한이탈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처음 한국에 와서 영어를 아예 몰라 샴푸(shampoo)와 핸드워시(handwash), 바디워시(bodywash)를 구분할 줄 몰라 애먹었다고 하며 하나원 관계자가 영어 말고 그럼 소련이 썼던 러시아어를 해 보라고 하니까 "Здравствуйте - 즈드라스트브이쪠" 라며 잘만 대답했다고.... 키릴 문자도 읽을 줄 알았다고 한다. 90년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학교에선 러시아어만 가르쳤던 모양이다.

4. 관련 문서



[1] 정작 일본에서는 귀축미영(鬼畜米英)을 더 많이 썼다. -いえい와 같은 꼴의 발음을 가진 한자어가 많아서 べいえい가 발음하기 더 편했기 때문이다. 귀축미영이 한국에서 귀축영미로 소개된 것은 '영미 문학'과 같은 단어로 인해 '영미'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2] 일본은 미국을 지칭할 때 (쌀 미)를 사용한다. (아름다울 미)를 쓰는 한국과는 다르다. 쌀나라 문서 참조.[3] 심지어 영국과는 동맹까지 맺고 군함까지 주문해 가져왔을 정도였다. 게다가 군인들에게 질리도록 먹이던 카레라이스도 영국 해군에게서 전수받은 것이다.[4] 캐나다만 해도 당시에는 캐나다 시민권은 British Subject라 고 하여 따로 있었지만 캐나다 국적이란 것이 없고 캐나다인은 영국 국적이었다. 별도의 캐나다 국적이 생긴 건 1940년대 말이다.[5] 맨발의 겐에서는 어린 겐에게 미국군 장병들이 껌을 주기 위해 다가가자 자신들을 잡아다 거세를 한다며 류타를 부여잡고 우는 장면도 나온다. 정작 미군 장병들은 이들을 보고 웃으면서 껌 두 개를 주고 갔다.[6] 그 예시로 카레라이스(カレーライス)는 '매운 맛 국물 밥([ruby(辛, ruby=から)][ruby(味, ruby=み)][ruby(入, ruby=い)]り[ruby(汁, ruby=しる)][ruby(掛, ruby=か)]け[ruby(飯, ruby=めし)])', 색소폰(サクソフォーン)은 '금속제 휘어진 퉁소([ruby(金, ruby=きん)][ruby(属, ruby=ぞく)][ruby(製, ruby=せい)][ruby(曲, ruby=ま)]がり[ruby(尺, ruby=しゃく)][ruby(八, ruby=はち)])', 사이다(サイダー)는 '분출수([ruby(噴, ruby=ふん)][ruby(出, ruby=しゅっ)][ruby(水, ruby=すい)])'라고 부르는 식이다. 사실 이는 일본에만 있는 사례는 아니며 미국에서도 핫도그는 본래 프랑크푸르트 소시지로 불렸으나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에 대한 반감으로 인해 핫도그로 불리게 되었다. 우리가 아는 전자레인지나 에어프라이어에 데워 먹는 꼬챙이가 꽂힌 핫도그는 사실 '콘도그'라고 불린다. 사실상 이건 변화가 없다.[7] 국명을 예로 들면 미국은 미국([ruby(米国 ,ruby=べいこく)]) 대신 아메리카(アメリカ), 영국은 영국([ruby(英国, ruby=えいこく)]) 대신 포르투갈어에서 유래한 이기리스(イギリス) 등으로 부르는 식이다. 이것들 이외에도 대표적으로 쓰이는 외래어가 바로 선물 - 프레젠토(プレゼント)이다.[8]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일본에서 외래어/외국어는 이이토코토리(良いとこ取り, 좋은 것은 기꺼이 취한다) 사상 때문에 한국어의 외래어 표현보다도 더 심하게 변형 및 축약해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빌딩을 'ビル(비루)'라고 하거나 스마트폰을 'スマホ(스마호)'라고 표현하는 식이다. 그래서 이를 또 정식 용어로 말하면 못 알아듣는 게 문제이다.[9] 물론 김일성종합대학의 학생들은 예외였다. 아예 안 배우는 것은 아니었고 배우기는 했는데 "Charge!(돌격!)", "Hands up!(손 들어!)" 같은 군사작전 관련 영어를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