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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 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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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특징3. 활용4. 여담5. 관련 문서

1. 개요



ギャップ萌え

여러 가지 모에속성 중 하나.

'Gap'이라는 단어와 모에를 합친 것에서 알 수 있듯 평소에는 보여주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서 발생하는 모에 포인트, 즉 우리말로 풀어 내자면 의외성, 반전 매력을 뜻한다. 쉽게 말해 평소 이미지랑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갭에서 매력이 느껴진다면 그것이 바로 갭 모에이다.

단, 가장 중요한 것은 갭 모에를 하더라도 거부감이 들어서는 안 된다. 일단 호감도를 얻는 것이 중요하므로 사람의 판단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당연하며 누구한테나 거부감이 든다면 그것은 갭 모에가 아니라 설정오류 혹은 캐릭터 붕괴가 된다.[1]

2. 특징

기존의 특징이 급격하게 바뀌는 것이 아닌, 작중에서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관중이 이미 보여준 다른 특징들과 엮었기 때문에 '당연히 그럴 것이다/그러지 않을 것이다' 라고 생각되는 특징에서 의외의 반전이 일어날 때 갭 모에가 나타난다 할 수 있다. 다른 말로 캐릭터 특징의 일반화 또는 편견 및 고정관념이 깨지는데서 갭 모에가 온다고 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마초 인상의 캐릭터가 인형을 좋아하거나 뜨개질이 취미인 식이다. 외모도 마찬가진데 늘 체육복 같은 옷만 입는 상여자가 소녀 같은 옷을 입고 부끄러워하는 식이다. 음험하게 가면 의외로 귀여운 속옷을 입고 있는 식으로 응용된다. 반전매력과는 약간 지향점이 다른데, 모에라는 표현이 들어가는만큼 그 반전이 귀엽고 사랑스러워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갭으로 인해 모에가 느껴지는 현상'을 지칭하므로, 이전의 자신과의 갭은 물론, 타인과의 갭으로 인해 갭모에를 느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악역처럼 보였던 캐릭터가 결국 더 나쁜 악역의 등장으로 상대적으로 착해보이며 호감이 느껴지고, 주인공과 손을 잡고 공동의 적과 대응하게 되는 경우에도 갭모에라 할 수 있다. 즉, 모에는 일종의 매력 요소이며 그 자체로 모에가 느껴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자체발광), 갭으로 인해 모에가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는 갭모에라 지칭하는 것이다.

악역이 더 나쁜 악역의 등장으로 갭 모에를 느끼게 해주는 클리셰의 대표적인 작품이 드래곤볼이다. 손오공의 동지들이 초기에는 대부분 적이었다.(...) 특히 베지터는 정말 이기적인 냉혈한으로 등장했고 더 이상의 악당은 없어보였으나, 더 나쁜 보스 프리저를 배신하며 얼떨결에 주인공들과 손을 잡게 된다. 그런데 프리저를 배신한 것도 선한 동기가 아니라, 누구 밑에서 복종하기 싫고 순수하게 자기가 최고가 싶다는 이기적인 욕망이었으니 프리저와 도찐개찐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나쁜 캐릭터로 인식되었으니, 아주 조그만 호의에도 갭 모에가 느껴지기 쉬운 환경이었다. 처음 편을 먹었던 것도 단지 적의 적은 나의 친구였을 뿐인데, 기뉴 특전대가 나타나자 힘을 합친다. 특히 손오반과 크리링이 죽을 절체절명 위기에서 악당의 목을 뒤에서 한 방에 날려버리며 살려주자 크리링은 설마 너한테 도움을 받을 줄 몰랐다고 하고 손오반도 고맙다고 처음으로 인사를 하며 점차 호감형 나쁜 남자 캐릭터로 바뀌어 간다. 크리링은 프리저를 저지하기 위해 대항마로서 베지터를 불사신으로 만들어 달라고 용신에게 빌려고 하는데 대사가 압권이다. 베지터도 진짜 나쁜 놈이지만 프리저보다는 낫다고 하는데, 프리저라는 더 나쁜 악당과의 '갭'으로 인해 졸지에 베지터 포지션이 선역화되었다.[2]

갭 모에 심리는 동물에게도 적용되어 반려견 교육에도 활용된다. '개통령' 강형욱이 서열이 높은 개에게 무서운 기세로 찍어눌러 기존의 서열을 파괴하여 없애버리고 새로운 서열왕이 되자, 개가 잔뜩 위축되어 기가 죽어 있었다. 하지만 급반전으로 강형욱이 자세를 낮추고 온화한 모습을 보여주자 그 사납던 개들이 귀여운 강아지가 된 양 꼬리를 흔들며 살가운 모습을 보여준다. 영상 15분 20초경 강형욱이 이렇게 말한다. "재밌는게 있어요. 공포스럽게 살았던 친구들, 무서워서 복종했고 순응했던 친구들은 지금처럼 갑자기 손을 내밀면 굉장히 좋아해요." 또 평소 카리스마 넘치는 강형욱도 반려견이 죽었을 때 우는 모습을 보여 시청자들에게 갭모에를 느끼게 해주었다.

흔히 인질범을 사랑한다고 하면 '스톡홀름 증후군'처럼 '증후군' 딱지를 붙이지만 이 역시 갭 모에로 해석된다. 유덕화의 히트작 천장지구도 인질범과 사랑하는 스토리다. 게다가 여주인공은 금수저이고 남주인공은 고아출신 흙수저로서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는 건달에, 여주인공을 인질로 잡은 범죄자이다. 당연히 저런 유덕화와 사랑에 빠지는 여주인공은 천장지구 증후군으로 불릴만 하다. 원래 여성 관객들은 주로 신데렐라 스토리에 혹하는데, 천장지구는 정반대의 클리셰임에도 유덕화를 최고의 스타로 만들었고 네이버 평점도 9점을 훌쩍 넘는다. 일단 유덕화가 인질범이니만큼 처음에는 여주인공도 싫어하고 경계하나, 일당이 후환을 없애야 한다며 여주인공을 죽이려 할 때 유덕화가 내가 죽이겠다고 하더니 살려준다. 얼떨결에 둘이 엮여 같이 탈출하는 과정에서 나쁜남자인 줄 알았던 유덕화가 천진난만하게 장난도 치고 배려해주는 등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니 점차 호감을 느끼며 정이 든다. 거기다 인질범이 얼굴까지 잘생겼으니 당시 한국에서도 크게 히트하여 많은 여성팬들을 울렸을 만큼 '나쁜남자'의 원조급 캐릭터다.

한국에서 '나쁜 남자 열풍'이 불기도 했는데, 이것 역시 갭 모에의 심리로 해석된다. 당연히 진짜 오리지날 나쁜 남자를 좋아하진 않고(...) 남들에게는 차갑지만 특정한 한 사람에게만은 따뜻하고 착한 그런 모습에 매력이 느껴지는 것 아니겠는가. 아예 바보처럼 착한 남자는 그냥 착한 걸 당연시 여기는 것과는 대조된다. 영화 '나비효과'에서도 잘 드러난다. 남자 주인공의 애인이 자살해버려 애인을 되살리기 위해 여러차례 과거바꾸기를 시도하나 자꾸 애인이 불행해져 아예 처음 파티에서 만났던 곳으로 돌아가 악역을 자처하는데, 애인에게 접근하여 귓속말로 너 내 주변에서 눈에 띄면 니 가족 모두 죽여버릴 것이라고 협박해서 쫓아내버린다. 무시무시한 협박이고 말투도 거치나, 관객들은 주인공이 애인을 살리기 위해 저렇게 거친 말을 내뱉는 것을 아니까 오히려 감동을 느끼게 된다. 자신을 미친놈 취급하며 도망가는 애인을 쓸쓸히 바라보며 혼잣말로 'BYE'라고 할 때 애틋함이 느껴지지 않는가. 그 부분이 '과거 되돌리기 게임'의 엔딩인 셈인데, 마지막 과거로 돌아간 시점부터 영화의 애틋한 메인 테마곡이 흘러나오기 시작하기에 주인공의 협박(?)에도 잔잔한 분위기는 유지된다.

지오디의 '거짓말'이란 곡도 '갭 모에'를 적극 활용했다. 가사의 시작은 '나쁜 남자'로 시작한다. "난 니가 싫어 졌어 우리 이만 헤어져 다른 여자가 생겼어 너보다 훨씬 좋은 실망하지는 마 나 원래 이런 놈이니까 제발 더이상 귀찮게 하지마" 하지만 코러스를 통해 본심을 전하며 본 가사와 속 가사의 '갭'을 이용해 감동을 안긴다. "나를 잊어줘 잊고 살아가줘~(나를 잊지마~) 나는 괜찮아(아프잖아)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떠나가(제발 가지마)" 그냥 처음부터 다짜고짜 헤어진 여인을 붙잡는 곡보다는, 시크한 겉모습과 따뜻한 속마음의 '갭'을 이용한 가사가 당시 많은 팬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와서 큰 인기를 얻었다.

서유기-선리기연은 최고의 엔딩으로 꼽히는데, 이 엔딩 하나로 전설이 됐다고 평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왜냐하면 영화 전체적인 내용은 B급 코메디 수준인지라 그냥 한번 보고 잊을 만한 수준이었지만, 엔딩에서 진한 여운과 감동을 줬기 때문이다. 이 엔딩 장면을 분석해보면 네토라레와 갭 모에를 활용했음을 알 수 있다. 네토라레는 하나의 장르화 될 정도로 애인을 뺏긴다는 건 슬픈 감정을 일으키는데, 손오공이 동료들과는 애써 태연한 척 하다가 뒤돌아서서 쓸쓸히 쳐다보는 장면은 백미로 꼽힌다. 만약 손오공이 대놓고 슬퍼했으면 감동이 덜했을 것이다. 하지만 유쾌한 손오공답게 동료들과는 아무렇지 않은 척 장난기 있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떠나기 직전에 뒤돌아서서 애틋하게 쳐다보는 장면은 갭 모에를 느끼게 해준다.



외관 외에도 행동, 성격, 언동 등 갭 모에가 적용될 수 있는 폭은 넓고 다양하며 이 때문에 해당 개념은 전문적으로 심화되지는 못했다. 사실 이는 인간 심리의 근원적 본능에 가깝기 때문에 모에 요소라고 보기에는 너무 넓은 심리적 현상이기도 하다.

일상적인 의미의 이탈과 새로운, 혹은 낯선 의미와 느낌의 환기라는 공통적인 원리 하에서 그것의 모습들을 바꾸어 가거나, 확산시켜 나가게 되는 기법인 미술에서의 전치기법(데페이즈망)이라는 정의와 가장 비슷하다. 쉽게 말해 전치기법이 모에하다는 것.

'갭(gap)'은 '간격, 차이' 등을 뜻하는 국어사전에도 존재하는 단어이며[3], '모에'는 '모에루'라는 일본어 동사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일본어 사전에서 '모에루'를 찾아보면 그냥 '싹트다'라는 뜻과 예문이 있다.[4] 은어로서 마음속에 솟아오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싹틀 맹(萌)을 사용한다. 평상시 당연하게 느꼈던 것과 갭이 발생하는 것으로 인하여 마음 속에서 애틋한 감정이 싹트는 것을 갭 모에라고 표현하는 것인데, 인간이 행복을 느끼는 심리도 이와 같다. 현대에 스마트폰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숨을 쉬듯 당연하게 여겨 별다른 행복을 느낄 수 없지만, 과거 휴대폰에 익숙하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처음 샀을 때는 그만큼 행복을 느꼈던 사실을 떠올려 보자. 아프리카 오지로 봉사 활동하고 오면 그 갭만큼 새삼 내가 행복하게 느껴지는 심리도 넓게 보면 갭 모에 심리현상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흔히 군필자들이 힘든 일이 있을 때면 군 시절을 회상하며 버틴다는 것도 이런 갭 모에 심리를 활용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 혹은 영화에서 '그냥 착한 캐릭터'는 숨을 쉬듯 당연하게 여기나 '나쁜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착한 캐릭터'는 나쁜 걸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착하니까 그 갭만큼 모에가 느껴지는 것이다. 즉, '저 녀석도 알고보니 착한 놈이었어' 클리셰가 많은 것은 그냥 처음부터 착한 놈, 나쁜 놈 도장 찍고 나온 캐릭터보단, 뭔가 나쁜 놈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착했을 때 모에가 느껴지는 심리를 이용하여 감동을 주기 위해 클리셰화된 것이다. 물론 '알고보니 나쁜 놈이었어' 클리셰도 자주 나오는데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보다 나빠지면 그 갭만큼 분노를 느끼는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역갭모에) 악당에게 분노를 크게 느끼는 만큼 주인공이 그 악당을 두들겨 팼을때 쾌감은 더 커지는 법이니까 일부러 관객들에게 '저 녀석은 진짜 나쁜 놈이야'란걸 각인시키기 위한 장치인 것이다.

한편, '모에'가 감정이 싹트다란 뜻임을 고려한다면 '알고보니 나쁜 놈이었어' 클리셰 역시 갭만큼 분노를 싹트게 하니까 갭 모에가 아닐까 싶지만, 일본어에서 모에는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니 이는 갭모에라고 할 수 없다. 한국어에서는 '싹트다'가 좋은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 모두 비유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나 일본어에서는 철저히 식물이 싹트는 상황에만 쓰는 단어이므로 '모에'는 새로운 생명이 싹트는 것처럼 긍정적인 이미지이기에 긍정적인 단어임을 명심하자. 새로운 자연의 생명이 싹트는 것처럼 어떤 캐릭터를 보고 내 마음 속에서 뭔가 막 굉장히 긍정적이고 애틋한 감정이 싹텄을 때 외칠 수 있는 것이다. 그 중 갭 모에는 나쁜 사람이 착해지거나 혹은 착한 사람이 더 착해진다든지 하는 갭이 발생함으로 인하여 모에를 느끼는 경우 사용하는 표현이다.

단, 갭 모에는 일반 모에와는 달리 평상시 알던 이미지와 갭이 발생함으로써 모에가 느껴지는 것이므로 가끔 한 번씩 보여줘야 하는 게 포인트다. 너무 남발해 버리면 그런 모습이 당연하다고 여겨져 갭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과묵한 이미지의 캐릭터라면 가끔 한 번씩 깨는 모습을 보여줘야 모에가 느껴지지, 너무 깨는 모습을 남발하면 모에가 아니라 본래 이미지가 손상될 수 있다. 마치 직장에 다닐 때는 월차내서 하루 쉬면 참 꿀맛 같지만, 백수가 되어 매일 쉬면 매일 꿀맛 같은 게 아니고 오히려 지겹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월차 때 하루 쉬는 게 꿀맛같은 이유는 평상시 힘든 일과와 갭이 발생함으로써 달콤하고 천국처럼 느껴지는 건데, 매일 쉬면 그 갭이 없어져서 당연하게 느껴지면 오히려 지겨워질 수 있다. 마찬가지로 평상시 진지하던 캐릭터라면 가끔 깨는 모습을 보여줘야 비록 썰렁한 농담일지라도 그것 자체만으로 모에를 느끼게 해줄 수 있지, 너무 깨는 모습을 남발해버리면 오히려 과유불급이 될 수 있다.[5]

1989년 영화 탈옥(실베스타 스텔론 주연)에서 존 아모스가 연기한 교도관은 영화 내내 웃지 않고 원칙대로만 움직여서 악당 교도소장의 심복처럼 나오는데 마지막엔 교도소장의 죄가 드러나자 그를 체포한다. 주인공이 출소하는 순간 교도관은 딱 한 번 미소만 지어주며 그도 인간적인 모습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듯 짧고 기존 이미지의 근간을 흔들지 않는 수준에서만 보여줘야 적절하다.

3. 활용

원피스가 갭 모에의 바람직한 활용의 예라고 할 수 있는데, 평상시 유머러스한 루피가 가끔 진지해지거나, 혹은 평상시 진지한 조로가 가끔 유머러스한 모습을 보여주며 모에를 유발하는 상황을 떠올려 보자. 물론 어디까지나 기본 이미지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깨방정과 허세의 대표 주자 우솝 역시 이 갭 모에로 감동을 안긴 에피소드도 있는데, 주인공 동료들이 목숨걸고 싸울 때 우솝은 평상시 이미지대로 케찹을 활용해 죽은 척 하여 위기를 벗어났을 때 사람들은 그냥 '우솝이니까' 그걸 당연하게 여기는 상황이었다. 사실 상대는 중간보스급인지라 조로나 상디급은 돼야 상대가 가능하기에 어쩔 수 없는 면도 있었고 말이다. 헌데 죽은 척 하고 있던 우솝이 불현듯 자신을 최고라고 추종하던 어린아이들을 떠올리며 문득 케찹 뿌리고 죽은 척 하고 있는 자신의 처지를 자각하고는 눈물을 흘리다가 벌떡 일어나서 "야 너 거기서!"라고 용감하게 소리치며 싸움을 걸고 실컷 얻어터지다가 온갖 기상천외한 꼼수를 동원, 결국 승리하여 감동을 안기는데 이런 장면이 갭 모에의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다.[6]

당시 에피소드 후 원피스 팬카페에서 우솝도 당당히 원피스의 영웅으로 등극하며 우솝열풍이 불기도 했는데 사실 이전 우솝의 이미지는 매우 좋지 않았다. 꼬마 아이들에게 센 척이나 하고 골목대장 행세나 하면서 정작 알고보면 겁쟁이에 약하고 남들 나설 때 스윽 뒤로 빠지고 거짓말하고 이런 이미지였기에 안티가 상당했다. 하지만 결국 케찹뿌리고 죽은 척 하기 신공으로 그냥 넘어갈 수도 있던 상황에서 자신을 따르던 꼬마 아이들, 목숨 걸고 싸우고 있는 동료들을 떠올리며 벌떡 일어나 용감하게 먼저 싸움을 걸었단 점에서 호감으로 바뀌었고 더군다나 승리까지 했으니 더 이상 말이 필요한지. 당시 상디나 조로도 각각 중간보스급 한놈씩 맡아서 싸웠는데, 객관적으로 보면 우솝보다 훨씬 멋있게 싸웠고 멋지게 이겼다. 하지만 당시 팬카페에선 이들보단 우솝이 마을주민들을 학살하던 중간보스급 악당과 싸워 이겼단 사실이 더 큰 화제를 불러 모았으며, 처절한 사투 끝에 승리한 우솝이 마지막에 상대가 혹시라도 일어날까봐 분노의 뿅망치 세례를 갈기는데 이 짤도 만들어서 퍼지며 우솝이 최고 멋졌다는 등의 글이 쏟아졌다. 또한 어쨌거나 중간보스급 악당과 1대1로 붙어서 이겼으니 더 이상 우솝을 폄하하는 분위기도 사라졌고 비로소 '주인공의 동료'로서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결국 이때 훨씬 멋있게 이긴 조로와 상디보다 우솝이 화제가 되고 감동을 준 것은 평소에는 보여주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서 발생하는 모에 포인트였다.

선역악역이 존재하고 각본이 있는 WWE프로레슬링에서도 갭 모에 심리를 잘 활용하는 편이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같은 방송을 보면 정말 말 안듣던 아이가 착해지면 감동이 느껴지는데, 원래 착한 아이는 그냥 투명인간 취급 받기도 하지 않던가. WWE에서는 그런 인간의 갭 모에 심리를 활용하여 선역으로 데뷔시켰는데 별 반응이 없으면 악역으로 전환시켰다가 다시 선역으로 전환시키는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다. WWE에서 '더 락'은 레전드고 지금은 어쩌다 한번 이벤트로 출연해도 팬들이 열광하는 컬트적인 인기의 레슬러인데, 사실 더 락은 원래 데뷔 직후 시절에는 투명인간(...)취급 받았었다. 당시엔 올바른 청년 이미지로 데뷔했고 급푸쉬를 주었음에도 너무 반응이 싸늘하여 고민하던 수뇌부는 더 락을 악역으로 전환시켰고, 비열한 악역으로 승승장구하여 팬들에게 정말 나쁜놈으로 각인된 상태에서 다시 선역 전환을 시키자 인기가 급폭발하고 우리가 아는 전설이 되었다. 물론 이때의 선역도 갭 모에를 느끼게 해주는 선역인데, 즉 이전처럼 완전 착한 선역은 아니고, 악역시절 특유의 카리스마를 유지하면서 포지션만 선역으로 바뀐 것. 만약 처음부터 계속 데뷔시절의 선역 캐릭터로 밀고 나갔다면 더 락은 소리소문도 없이 레슬링 역사에서 퇴출됐을지도 모른다.

경찰이 피의자를 심문할 때 행하는 굿캅-배드캅 역할도 갭 모에 심리를 활용한 것이다. 먼저 배드캅 역할의 형사가 다짜고짜 윽박지르는 등 거칠고 폭력적으로 몰아붙이며 피의자를 쫄게 만든 뒤에, 이때 굿캅 역할의 형사가 말리는 척 하면서 피의자에게 담배도 한대 주고 인간적으로 대해주며 나에게 말해보라고 하면 확 이끌려서 술술 불게 되는데, 나쁜 경찰과 착한 경찰의 갭으로 인해 착한 경찰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이다. 이 갭이 없이 처음부터 경찰이 너무 착하고 공손하게 피의자를 심문하면 피의자가 만만히 보고 "난 모른다"고 딱 잡아떼고 뻔뻔스럽게 배째라는 식으로 나올 수도 있다. 악이 우리에게 선을 인식시키듯, 노동이 휴식의 기쁨을 일깨워주듯, 배드캅이 굿캅의 매력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만약 배드캅이 없이 처음부터 경찰들이 다 착하게 대해주면 굿캅을 그냥 숨을 쉬듯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겠는가? 물론 혼자서 배드캅-굿캅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처음엔 다짜고짜 거칠게 막 피의자를 심문하다가, 피의자가 실토하면 조금씩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먹을 것도 갖다주고 위로의 말도 한 마디씩 해주면 인간적으로 호감을 느낄 수 있다.

장사꾼들도 이 갭 모에 심리전술을 잘 활용하는 편이다. 일단 가격 부풀려서 질러놓은 뒤, 마치 선심쓰는 척 하며 조금씩 깎아주면 소비자는 좋아하며 착한 장사꾼이라고 갭 모에를 느끼게 되는 것. 실제로 '협상의 신' 도널드 트럼프도 이 전략을 잘 활용하는 편이다. 일단 세게 질러서 상대방 기를 확 죽여놓은 뒤, 조금씩 풀어주는 협상전략이다. 이 전략을 국제정치에서도 활용하고 있는데, 상대국들에게 미군 철수니 FTA 폐기니 세게 질러서 쫄게 만든 뒤, 그 다음에 봐주는 척 하면서 결국 협상의 주도권을 쥐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또한 굿캅-배드캅 전술까지 활용한다. 예를 들어 트럼프가 세게 질러놓으면 참모진들이 말리는 척 하는 식. 실제 한미 FTA도 느닷없이 트럼프가 폐기한다고 발언하여 국내 언론에도 크게 보도되었는데, 기사를 잘 보면 참모진들은 한미 FTA 폐기를 막으려한다는 내용도 같이 나와 있다. 재협상의 주도권을 쥐려는 전략인데, 이렇듯 갭 모에는 창작물은 물론 국제정치까지 널리 활용되고 있다.

물론 사람에게만 갭모에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도박묵시록 카이지에서 제애그룹 지하노역장에 갇힌 카이지가 차가운 캔맥주를 너무 사랑스럽게 쳐다보며 눈물까지 흘리면서 절규하며 마시는 장면은 인상깊은 명장면인데, 배드캅에게는 소소한 호의만으로도 모에가 느껴지듯, 지하노역장에서 캔맥주 역시 마찬가지다. 잃어봐야 소중함을 안다고, 한동안 자신이 좋아하는 캔맥주를 박탈당했다가 다시 보게 되니 감격하여 극한의 행복을 느꼈던 것이다. 초능력을 박탈당한 슈퍼맨이 초능력을 되찾으면 감격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헌데 이런 심리를 이용하여 미루기 극복에 활용할 수도 있다. 실제 미국의 미루기 극복 전문강사인 리타 엠멋은 그의 저서에서 보상게임을 제시했는데, 거창한 보상뿐만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박탈함으로써 보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실제 막노동꾼 출신 서울대 수석 합격자 장승수의 저서를 보면 한 달에 한 번 모의고사 날에는 특별보상으로 포장마차 가서 술 마시는 날이었다고 하는데, 버거킹이나 스타벅스 좋아하는 사람들 역시 보상게임으로 활용하면 버거킹 가는 날이 카이지 빙의 되는 날이 될 것이다.

티비에서 맨날 화려한 재벌 드라마만 보면 일상이 우울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갭 모에), 전쟁과도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오히려 제애그룹 지하노역장만 갈 수 있어도 행복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아이러니도 결국 갭 모에 심리로 해석할 수 있다. 잃어봐야 소중함을 느낀다는 진리는 사람을 포함한 모든 것에 다 적용되는데, 원래 착한 아이는 숨을 쉬듯 당연하게 여기지만, 말썽꾸러기 아이가 착해지면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면서 감격하여 큰 행복을 느끼며 감동의 눈물을 흘릴 수도 있지 않던가? 마찬가지로 평상시에는 안전을 숨을 쉬듯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만 극단적인 상황이 되면 사람들의 당연한 것이었던 안전이 위협받기 때문에, 안전이 확보된 제애그룹 지하노역장만 갈 수 있어도 행복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정체를 숨기는 캐릭터일 경우, 갭 모에를 더욱 잘 활용할 수 있다. 주로 이런 캐릭터들은 슈퍼영웅, 빌런 포지션에 놓인 경우가 많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피터 파커가 좋은 예시. 자신의 진짜 신분을 숨긴다는 점에서 실제 성격을 드러내거나, 초인적인 힘을 통해 자신감을 얻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다른 갭 모에 특징들과는 반대로, 점점 갭이 줄어드는 묘미도 있다. 다만, 정체를 숨길 때가 많은 캐릭터일 경우 주의해야한다. 대표적인 경우 아드리앙 아그레스트와 블랙캣은 갭 모에가 큰 캐릭터 중 하나인데, 둘 사이의 차이가 너무 크고 전환이 부자연스러워 자칫 이중인격처럼 보인다.

캐릭터가 임신·출산했을 때에도 이를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이 임산부를 대하는 파트너의 모습, 또는 임신 중 호르몬의 영향으로 성격이 일시적으로 변한 임산부의 모습, 특히 산전우울증 때문에 눈물이 많아지는 등 때문에 임산부에게 여러 가지 갭에서 매력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문에 보통 반전 매력을 노려서 임산부를 이성적이거나, 츤데레 등 임신 전에는 잘 울지 않는 성격으로 설정하기도 한다. 이는 출산씬에서도 마찬가지로, 이성적이거나 평소에 욕설을 안 내뱉는 등장인물이 진통 중 정신줄을 놓아 욕을 하는 등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또한 파트너의 성격이 어벙하거나 차가운데도 임산부를 극진히 도와주면 사람들이 파트너에게도 의외의 매력을 느끼기도 한다. 육아물로 넘어가서도 성격이 차가운 등 막장 부모가 될 법한 성격의 캐릭터가 알고 보니 따뜻하게 육아[7]를 하고 딸바보아들바보같은 면을 보이면[8] 사람들이 놀라워하기도 한다. 그래도 소재가 주는 거부감과는 별도로 선술한 성격 변화 묘사들이 캐릭터 붕괴를 일으키기 쉬워 2차 창작 동인계에서는 욕을 많이 먹을 수 있으니 빈도나 강도 조절을 잘 해야 한다.

4. 여담

  • '모에'라는 말이 오타쿠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낯선 단어이다 보니, '갭 차이'라는 표현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갭(gap)이 차이라는 뜻이므로 겹말이다.

5. 관련 문서



[1] 따라서 떡밥이나 복선이 있으면 개연성을 살릴 수 있기 때문에 더 좋다.[2] 사실 베지터의 인기가 폭발적으로 는 건 그의 가족이 생겨나면서였다. 그는 선역화되던 시기부터 강하지만 나쁜 남자 (당시는 나쁜 남자란 말 자체는 없었다) 이미지로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 셀전 당시 트랭크스가 죽자 미친 듯 분노하며 절대 못 이길 상대인 셀에게 공격을 퍼붓는 모습을 보이면서 의외의 면모가 부각되었고(그 전에 그는 아기인 트랭크스와 부르마가 위험한데도 생깠다), 이런 면은 마인부우 당시 절정에 달했다. 특히 분명 사악한 짓을 저질렀음에도 스스로 희생하며 아들, 아내, 그리고 악우이자 라이벌의 이름을 되뇌이는 장면은 갭모에의 절정. 그러면서도 "네 놈이 딱히 좋아서 그런게 아니라고!"하는 츤데레적인 면도 컸다. 즉, 기본적으로 인기가 있는 캐릭터가 의외의 면모를 보일 때 갭모에와 시너지가 더욱 크다.[3] ex) 세대간의 갭.[4] 모에루는 싹트다(萌える)와 불타다(燃える)의 뜻이 있는데, 일상에서는 불타다의 의미가 훨씬 더 많이 쓰이며 보편적으로 변환시 불타다가 우선적으로 나온다.[5] 이는 한 캐릭터 뿐만 아니라 작품 전체에도 적용된다. 갭 모에로 개그를 하려는 코미디가 아니라면, 너무 많은 캐릭터에서 갭 모에흘 남발했을 때 각 캐릭터별로는 1 2번씩만 의외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해도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6] 그리고 이는 초파와 함께 Mr. 4와 미스 메리 크리스마스를 상대할 때에도 폭발하여, 정말 작중에서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심하게 두들겨맞고 코까지 부러지는 와중에도 동료이 비웃음당했다는 이유로 끈질긴 집념을 발휘해 끝끝내 이 둘을 리타이어시킨다.[7] 물론 그 캐릭터가 부모에게 학대를 받거나 버려졌지만 이를 반면교사 삼았다는 등의 떡밥이나 복선은 있어야 한다.[8] 말할 것도 없이 과묵하거나 츤데레인 등의 쿨계열 성격의 부모 캐릭터가 갑자기 자식에게 바보같아 보이는 행동을 하면 안 되고, 가끔씩 언뜻언뜻 보이는 정도로 묘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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