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5-02-10 11:40:01

소설의 구성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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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5막 구조
2.1. 도입(導入, Prolog)2.2. 발단(發端, Exposition)2.3. 전개(展開, Complication/Development/Rising action)
2.3.1. 사건과 갈등2.3.2. 전개의 구조
2.4. 위기(危機, Crisis/Climax)2.5. 절정(絕頂, Climax/Falling Action)2.6. 결말(結末, Conclusion/Resolution/Denouement)
3. 영미권과의 비교4. 예시5. 플롯의 연결 방식6. 글쓰기 조언

1. 개요

근대 이후의 소설진행방법 중에서 사건을 연결하고 구성하는 작법론.

3막 구조인 '발단, 전개, 결말'에서 시작되었으나, 현대에 와서는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의 5막 구조로 변형되었다. 동양에는 유사한 것으로 4단계로 이루어진 기승전결이 있다.

2. 5막 구조

구조 핵심 5막 구조
발단 사건의 암시 인물과 배경을 소개을 소개하고, 사건의 실마리를 제시한다.
전개 사건의 발생 본격적인 사건들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갈등이 드러난다.
위기 사건의 반전 새로운 사태가 발생하고, 갈등이 한층 심화된다.
절정 사건의 전환 전환점이 나타나고, 갈등은 최고조에 이른다.
결말 사건의 해결 모든 사건과 사태, 갈등이 모두 해소된다.

5막 구조란 극의 진행에 따른 사건과 갈등의 체계적인 발전을 나타내는 플롯의 구성이다. 원래 기본은 '발단, 전개, 결말'의 3막 구조이지만, 그 중 '전개' 단계를 이야기의 반전적 재미와 갈등의 극적 추구를 위해 두어 번 비틀어 위기 단계와 절정 단계까지 추가한 형태로 5막 구조가 나타난 것이다. 그래서 위기 단계와 절정 단계는 한 단계 심화된 또 다른 전개 단계 정도로 보아도 좋다. 자세한 것은 아래 문단들을 참고.

2.1. 도입(導入, Prolog)

이야기시작하기 전에 어떤 강렬하거나 인상적인 장면을 독자에게 보여주는 제0 단계다. 가령 스릴러 작품에서는 누군가가 갑자기 살해당한다든지,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 제1 편에서는 갑자기 마법사들이 몰살당하는 장면이라든지, 다양하다. 혹은 앞으로 진행될 이야기 중 한 장면을 미리 보여주기도 한다. 주인공독백이나 를 쓰는 경우도 있다.

프롤로그 단계는 필수적이지는 않지만, 작가의 취향과 기호, 의도에 따라 발단 단계 전에 선행한다. 보통 생략하는 경우가 많고 에피타이저 느낌의 요소에 불과하기에 보통 이 도입 단계를 제외한 나머지 단계들만 일컬어 5막 구조라고 한다.

2.2. 발단(發端, Exposition)

인물과 배경을 소개하고, 앞으로 일어날 사건을 예고하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 독자는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또는 강렬하게 몰입할 수 있어야 하며, 잘 짜인 발단 단계는 독자에게 앞으로의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선사한다.

1. 인물의 소개
발단 단계에서는 주인공을 위주로 등장인물들을 소개한다. 그럼으로써 독자가 주인공에게 감정적으로 연결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매력적인 발단은 주인공을 얼마나 흥미롭고 공감할 수 있도록 집필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특히 동정심이나 연민을 불러올 수 있는 주인공일수록 독자의 몰입을 이끌어내기 쉽다.

예를 들어, 소설 <노인의 전쟁>의 발단 단계에서 주인공은 여러 모로 가련한 인물로 묘사된다. 언제 죽어도 상관 없을 정도로 나이가 많이 든 노인이며, 심지어 얼마 전에는 아내가 노환으로 먼저 사망해서 외로운 상태다. 그 외로움조찿차도 단지 늙고 혼자 있어 외롭다는 게 아니라, 자신의 아내가 곁에 없어 고독한 상태다. 잋이처럼 주인공의 상실과 슬픔을 강조하는 발단 단계는 독자가 이야기에 감정적으로 이입하게 만든다.

이야기 속 인물은 일반적으로 주동 인물, 반동 인물, 주변 인물의 세 가지로 구분된다.
  • 주동 인물: 주인공과 그의 협력자로, 이야기의 중심 갈등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
  • 반동 인물: 대립자로고도 하며, 주인공과 대립해 갈등을 촉발하는 역할을 한다.
  • 주변 인물: 이야기의 배경을 풍부하게 하거나 주동·반동인물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2. 배경의 설정
배경이란 앞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환경을 정의하며 시간적, 공간적, 장르적 배경으로 구분할 수 있다. 배경 설정은 독자가 이야기의 무대와 분위기를 이해하게 돕고, 주인공에게 벌어지는 사건과 갈등이 어떤 환경에서 진행될지 보여준다.
  • 시간적 배경: 이야기가 펼쳐지는 시대적 맥락을 나타낸다. 과거, 현재, 미래 중 어느 시점을 기반으로 하는지가 결정된다.
  • 공간적 배경: 이야기가 진행되는 장소를 의미한다. 도시, 마을, 학교, 병원, 숲 등 다양한 실질적 공간이 이에 해당된다.
  • 장르적 배경: 이야기가 속한 장르적 분위기와 설정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SF, 판타지, 미스터리와 같은 장르적 요소가 배경에 반영된다.

적절한 배경 설정은 이야기의 현실감을 높이고, 독자가 주인공의 상황과 갈등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한다. 특히 개연성을 위해 배경의 설정이 중요하다. 가령 단순한 스릴러나 추리 장르의 소설인 줄 알았는데 뜬금없이 이야기의 도중에 뜬금없이 마법이나 SF가 나온다면 독자는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3. 사건의 실마리
발단 단계에서 앞으로 주인공에게 일어날 사건을 예고한다. 주인공에게 이 사건의 실마리란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는데, 정말 ‘암시’만 할 수도 있고, 혹은 미리 작은 사건을 터트릴 수도 있다. 본격적인 사건을 미리 독자에게 알릴 수 있기만 하면 암시가 되었든, 미리 작은 사건을 터트리건 상관없다. 가령 좀비 영화 같은 작품을 보면 주인공이 어디 회사에 출근하거나 바(Bar)에 들렀는데, 주인공이 신경 쓰지 않고 지나치는 티비 화면을 카메라가 은근히 훑듯이 비추면서 웬 연구소의 바이러스 유출 사고 같은 것을 보여주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4. 주인공의 초목표
발단 단계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주인공은 발단 단계에서부터 초목표(Super-Task)를 결심한 상태이며, 이는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궁극적인 목표를 의미한다. 러시아 연출가 콘스탄틴 스타니슬랍스키가 제안한 이 개념은 주인공의 행동 동기를 구체화하고 갈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발단 단계에서 주인공은 사건의 실마리 혹은 다른 요소를 통해 자신이 반드시 이루고 추구해야 하는 목표인 초목표를 설정해서 이를 실행하기 위해 행동에 나선다. 가령 영화 반지의 제왕 1편을 보자. 발단 단계를 보면 굉장히 잘 짜여 있다. 호빗 마을이 나오고, 주인공과 간달프, 그의 삼촌을 소개한다. 그리고 삼촌의 생일날 간달프는 그에게서 절대 반지를 얻어내고, 그걸 주인공에게 주며 세계관을 설명한다. 또한 그 와중에 주인공의 동료가 나타나 또 다른 인물을 소개한다. 다음날 주인공은 간달프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부하 샘과 호빗 마을을 떠나는 것으로 발단 단계가 마무리된다.

이번엔 다른 작품들을 보자.
  • 소설 마션에서 주인공은 첫 구절부터 욕설을 뱉으며 자신이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고, 여기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렬한 초목표를 직접적으로 제시함과 동시에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고, 자신은 누구이며, 여기는 어디인지 흥미롭게 소개한다.
  • 댄 브라운의 소설 디지털 포트리스에서 주연 중 하나인 데이비드는 엔세이 탄칸토의 물건을 회수해야 하는 임무를 맡았는데 그의 물건 중 반지가 하나 사라졌다. 그래서 반지를 찾으러 안치소에서 뛰쳐나오며 여정의 시작을 알린다.
  • 소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서는 발단 단계에서 가난이 창피한 어린 주인공이 나오며, 자신의 가난을 친구에게 들킨 아찔한 상황이 나온다. 그녀는 돈을 위해 부자의 개를 훔치자는 초목표를 세우고 행동을 시작한다.
  • 영화 2012의 발단 단계에서 이혼남 주인공은 자식들과의 여행에서 지진을 겪고 자신의 일터에서는 부자들이 미리 피신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그는 본격적인 재난이 시작되기 전에 자식과 전 부인을 데리고 미리 대피하기 위해 회사의 리무진을 이끌고 행동을 시작한다.

이렇듯 발단 단계에서 주인공은 초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행동을 서서히 시작한다. 그러면 이제 전개 단계가 나와야 한다. 지금까지는 이야기의 전반적인 지식을 독자에게 소개하고, 주인공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알려주는 단계였다면, 그 다음부터는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 단계다.

2.3. 전개(展開, Complication/Development/Rising action)

사건들이 본격적으로 발생하고 그 과정에서 갈등이 표출되는 단계다. 발단 단계에서 행동을 시작한 주인공이, 전개 단계에서는 어떤 역경(사건)과 고난(갈등)을 마주치고, 이를 어떻게 해결(갈등)하는지 보여준다.

2.3.1. 사건과 갈등

1. 사건이란?
사건이란 이야기의 변곡적으로 갈등을 유발하는 단초 역할을 한다. 사건은 초목표로 향하는 주인공의 행동을 방해하거나 가로막는 요소다. 그래서 주인공은 자신의 초목표를 위해 사건을 해결하려고 맞서며, 이러한 대립적인 상황을 바로 갈등이라고 한다.

사건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자연 재해 (지진, 화재 등), 사고, 모함, 실연, 따돌림, 파산, 임무 실패 같은 외적 요소에 의한 사건부터 시작해 금지된 사랑, 부끄러운 일의 폭로, 우발적인 행동에서 비롯된 범죄 같은 외압에 의한 내적 요소에 의한 사건까지 있다.

앞서 발단 단계에 대한 예시 중 하나로 반지의 제왕에서는 프로도 일행이 호빗 마을을 나서 여정을 떠났다고 했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될까? 전개 단계에 진입해야 한다. 프로도 일행은 바로 여러 사건을 마주친다. 마을을 나서자마자 프로도 일행은 나즈굴에게 추격 당해 저주 받은 검에 찔리고, 엘프의 마을에서 겨우 치료해서 모리아 광산으로 가니, 이번에는 여러 괴수와 발록과 전투를 벌이며 간달프를 잃는 둥의 수많은 사건과 그로 인한 갈등들이 벌어진다.

마찬가지로 소설 마션에서도 전개 단계가 시작하자마자 주인공은 자신이 화성에서 홀로 생존하기 위해 마주치는 여러 문제, 즉 사건들을 나열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과학적인 방식으로 맞서는지(갈등) 흥미롭게 보여준다.

2. 갈등이란?
갈등이란 사건으로 인해 촉발된 대립적 관계이자, 그러한 관계로 발생된 일련의 행위들을 의미한다.
  • 대립자: 주인공과 대립된 관계를 형성한 존재다. 반동 인물이라고도 하지만, 실제로는 사람만이 아니라 사물, 환경, 동물은 물론, 심지어 ‘심리’까지도 반동 인물이 될 수 있기에, 이해의 편의상 이 문단에서는 대립자라고 지칭한다. 사건이 등장하면 주인공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건에 맞서는데, 그렇다는것은 이 상황 자체가 바로 사건과 주인공이 직접적인 대립적 관계를 형성한다는 의미다. 사건이 명확한 요소라면 사건 자체가 바로 대립자가 되겠지만, 사건이 추상적인 요소라서 그렇게 하기에 개의치 않을 경우, 작가는 사건의 대리자라도 내세워라도 대립적인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1]
  • 일련의 행동: 보통 ‘갈등’이라고 하면 ‘싸움’ 정도라고만 생각하지만, 사실 갈등은 그보다 굉장히 범위가 넓다. 정답부터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사건이 발생하면 일반적으로 거의 모든 이야기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초목표를 위해 대립자(사건)와 싸우고 경쟁하며, 결국에는 해결(승리/성공)까지 하는데, 이 모든 대립된 관계와 행위들이 갈등의 범주에 포함된다. 왜냐하면 주인공이 누군가와 싸우는 것은 물론, 누군가로부터 승리나 성공했다는 상황 자체가 바로 어떠한 대립적 관계에 있지 않고서는 결코 성립하지 않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가령 주인공이 어떤 신전에 갔는데 웬 악당들이 나타났다고 해보자. 일반적인 서사에서는 어떨까? 주인공은 악당과 대치하다가 결국 전투를 벌이고, 끝내 이들을 무찌르거나 혹은 이들로부터 도망치는 데에 성공한다. 이러한 상황이 모두 ‘갈등’인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주인공이 이렇게 대립자로부터 해결을 봤다는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 주인공이 한숨 돌리면서 상처를 치료하든지, 다른 사람의 안부를 묻는다든지 같은 소소한 장면을 넣을 수도 있다. 대립자를 해결하지 못했다면 상처 치료는커녕 아직도 마찰을 벌일 테니.

3. 갈등의 유형
작가는 하나의 사건으로 하나의 갈등만 촉발할 필요는 없으며, 하나의 사건으로 여러 갈등이 촉발할 수 있다. 이러한 갈등은 크게 내적 갈등과 외적 갈등으로 나뉜다.
  • 내적 갈등: 인물의 심리적 갈등으로, 도덕적 선택, 가치관 충돌, 공포나 절망 등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옳고 그름 사이에서 갈등하거나, 두려움과 맞서 싸우는 상황이 이에 해당한다.
  • 외적 갈등: 인물과 환경, 사회, 다른 인물 간의 갈등으로, 전투, 대립, 생존 등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적대적인 인물과 대립하거나, 자연 재해와 싸우는 상황이 이에 해당한다.

내적 갈등과 외적 갈등은 이야기에 깊이와 다양성을 더하며, 주인공의 성장을 촉진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러한 갈등의 유형을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이야기는 더욱 풍부하고 흥미롭게 전개될 수 있다.

2.3.2. 전개의 구조

1. 전개 단계 형식
기본적인 리듬: ‘사건(방해)이 발생한다. → 주인공은 갈등을 빚는다(주인공 vs. 대립자). → 갈등으로 인해 새로운 사건이 나타난다. → 주인공은 다시 갈등을 빚는다. → 이 갈등으로 인해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한다. → 주인공은 또 다시 갈등을 빚는다. → ...(반복)...’이라는 과정을 통해 갈등은 점점 더 심화되고 긴장감은 점점 더 치솟는다. 그리고 전개 단계의 마지막은 주인공이 끝까지 갈등을 벌이는 장면, 즉 대립자로부터 해결(승리/성공)을 보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2. 사건과 갈등의 방향성
아무 사건과 아무 갈등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면 안 된다. 발단 단계에서 예고된 세계관과 떡밥을 바탕으로 전개 단계에서는 첫 장면부터 주인공을 방해하는 사건이 일어나야 하고, 갈등은 주인공이 이러한 사건에 최선을 다해 맞서는 형태여야 한다.

그러면 두 번째 사건은 주인공이 마주친 이전의 사건과 갈등에 대한 카르마(업보)로 인해 더 강렬해야 하고, 그럼으로써 이 두 번째 사건에 대한 갈등 또한 이전 갈등보다 더욱 더 강렬해야 한다. 이렇듯 사건과 갈등은 연쇄적으로 나타날 때마다 그 강도가 점차 세져야 한다.

만약 세지지 않고 갑자기 설렁설렁해진다면 이야기의 긴장감이 떨어지고 독자는 지루해할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이야기의 방향성을 잃을 수도 있다.

작가는 무엇보다도 사건과 갈등이 벌어지는 이유가 바로 ‘초목표’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주인공이 초목표를 위해 행동하지 않았더라면 이야기 내내 사건을 마주치지도 않을뿐더러, 구태여 갈등을 빚으면서까지 사건(대립자)에 맞서지도 않을 것이란 뜻이다. 이렇듯 초목표는 확실해야 하고, 그 무엇보다도 강렬해야 하며,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가령 재난으로부터 가족을 구하는 게 초목표인 주인공이 있다. 그런데 이야기 도중에 갑자기 금고에 있는 돈을 위해 노선을 바꾼다든지, 자신을 짜증 나게 괴롭힌 악당을 모조리 소탕하기 위해 자신을 기다리는 가족 따윈 잊고 복수로 노선을 바꾸면 안 된다는 것이다. 가족을 구하는 게 초목표인 주인공이 이야기 도중에 악당을 모조리 소탕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은가? 그러면 그냥 사건으로 ‘악당이 모조리 나타나 주인공을 공격한다’라고 하거나, 애초에 초목표를 가족을 구하기 위해 악당을 일망타진하는 것으로 설정하면 된다.

3. 이해를 위한 예시
  • 발단: 앙숙인 두 남녀가 있다. 주인공 여자는 새로 아파트에 계약하고 이사한다. 그런데 앙숙인 남자를 마주친다. 계약상의 문제로 어쩔 수 없이 같이 살아야 한다. 그녀는 결코 이 집에서 자존심 때문에라도 먼저 나가지 않기로 결심한다.
    전개: (사건) 남자와 생활반경 때문에 부딪힌다. (갈등: 주인공 vs 남자의 생활반경) 그녀는 남자의 생활반경을 침입하며 의도적으로 싸우다가, 결국 통쾌하게 짓누른다. → (사건) 남자가 일부러 소음공해를 일으켜 여자를 괴롭힌다. (갈등: 주인공 vs 남자의 복수) 주인공은 남자가 냄새에 약하다는 약점을 이용해 일부러 제일 고약한 청국장을 수집해서 하루 종일 부엌에서 끓이고...(생략)...
  • 발단: 소방관 주인공은 이혼남이다. 그는 얼마 전 이혼해서 부인과 자식하고 함께 살던 노후화된 아파트에서 나와 혼자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아파트에 화재가 발생했다. 주인공은 전처와 자식을 구하기 위해 출동한다.
    전개: (사건) 동료가 주인공의 현장 진입을 막는다. (갈등: 주인공 vs 동료) 주인공은 자신의 진입을 막는 동료에게 화를 내며 맞서다가 갈등의 마무리로 끝내 동료를 뿌리치고 현장 진입에 성공한다. → (사건) 화재로 인한 연기가 시야를 가린다. (갈등: 주인공 vs 연기) 주인공은 길을 찾을 수 없어 물을 뿌려 연기를 걷어내지만 끝내 동료가 장애물을 못 보고 부상을 당한다. 주인공은 아파트 벽에서 드러난 전선을 발견하고, 이를 길잡이 삼아 연기에서 빠져나오는 데에 성공한다. → (사건) 무너진 복도가 있다. (갈등: 주인공 vs 부서지는 아파트 구조) 주인공은 더 이상 진전할 수 없어, 다른 가구에 침입해 나아가려고 하고, 하지만 천장이 부서지거나 다른 바닥이 부서지는 둥 계속 위험에 직면한다. 주인공은 끝내 아파트 승강기 통로를 통해 사다리를 타고 다음 층으로 향한다. → (사건) 승강기가 추락하다가 통로에 걸린다. (갈등: 주인공 vs 망가진 승강기 통로) 주인공은 승강기가 다시 통로에서 추락해 자신을 덮치기 전에 서둘러 위를 향한다. 그러다가 승강기가 추락하고, 주인공은 가까스로 승강기 추와 통로 사이의 남은 공간으로 피신해 살아남는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이번에는 승강기를 붙들고 있던 엔진이 추락하고, 다시 오르던 주인공은 열려 있는 승강기 문을 통해 가까스로 빠져 나온다. → ...(생략)...
  • 발단: 주인공은 새로운 학교에 전학을 왔다. 학교에는 의례 그렇듯 잘 나가는 여자 무리와 남자 아이들이 있다. 주인공은 원래 내성적인 성격 탓에 아웃사이더 기질이 있어 그들의 동물적이고 철없는 정치 놀이에 관심이 없다. 주인공은 할로윈 파티에 초대되었지만 나갈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자식이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기 원하는 부모님의 성화로 어쩔 수 없이 나갔는데, 그때 한 잘생긴 남자에게 반해버렸다. 그는 그 철없고 동물적인 무리 중 하나였다. 주인공은 그를 꼬시기로 하고 학교에서 접근을 시도한다.
    전개: (시간) 그런데 퀸카가 주인공 앞을 가로막으며 대대적인 경쟁을 선언한다. (갈등: 주인공 vs 퀸카) 주인공은 퀸카가 남자에게 다가가는 것만큼, 자투리 시간마다 자신의 주특기인 공부를 이용해 남자의 숙제를 도와주며 다가간다. 그리고 끝내 퀸카 보다 먼저 남자와 데이트 약속을 따낸다. → (사건) 그런데 약속 장소에 남자 대신 엉뚱한 사람이 나온다. (갈등: 주인공 vs 남자의 오해) 주인공은 퀸카가 거짓말을 해서 남자가 자신을 어떠한 오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그래서 주인공은 퀸카에게 따지는 한편 남자에게 다시 접근해 오해를 풀려고 노력하고...(생략)...
  • 발단: 주인공은 도시에서 떨어진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어린 소녀다. 부모님과 어린 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 마을에 포탄이 떨어지는 광경을 발견한다. 주인공은 도시에서 번졌던 전쟁이 드디어 마을까지 당도했다는 것을 깨달고, 피신하기 위해 움직인다.
    전개: (사건) 집에 포탄이 떨어지며 부모님이 사망하고 집이 송두리째 사라진다. (갈등: 주인공 vs 혼란) 주인공은 공포와 슬픔에 빠져 공황 장애가 일어나지만, 친구와 도움과 동생의 울음으로 정신을 차리고 그들과 함께 마을을 빠져나가기 위해 다시 움직인다. → (사건) 마을 밖에 군인들이 있다. (갈등: 주인공 vs 군인) 군인들은 마을 사람들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포위하고, 압박하다가 끝내 사살을 시작한다. 주인공은 그 소란에 휩쓸려 친구와 헤어지지만, 동생과 함께 산길로 무사히 도망친다. → (사건) 전쟁통에 깜짝 놀란 산을 헤메던 호랑이가 주인공 일행을 마주친다. (갈등: 주인공 vs 호랑이) 주인공은 호랑이를 피해 도망치다가, 폐허가 된 마을에 접어든다. → (사건) 폐허에서 재물을 챙기는 군인 무리와 마주친다. (갈등: 주인공 vs 군인 잔당) 주인공은 동생과 함께 다시 도망을...(생략)...
  • 발단: 주인공은 유적지를 탐험하다가 드디어 원하던 보물을 얻는다. 그동안 꼼꼼한 작전 설계로 유적지의 모든 함정과 괴물을 지나쳤다. 이제 지금까지 자신과 함께해 온 동료들과 마을로 돌아가 금과 명예를 짊어진 삶을 살면 된다. 그들은 떠날 준비를 한다.
    전개: (사건) 유적지의 함정이 발동되어 미로가 나타난다. 미처 알지 못한 함정인 것이다. (갈등: 주인공 vs 미로) 주인공은 당황도 잠시, 동료들과 언쟁을 벌이다가 미로를 헤쳐 나간다. 그런데 미로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변하고, 주인공은 동료 하나를 잃고 나서야 겨우 빠져나온다. (사건) 괴수가 나타난다. (갈등: 주인공 vs 괴수) 주인공은 괴수와 함께 전투를 벌인다. 그런데 괴수가 죽기 전에 괴성을 부르짖더니 수많은 괴물들이 나타난다. 주인공은 더 이상 싸우지 못하고 괴물들을 피해 도망치다가 또 다른 동료의 희생으로 다음 구역으로 빠져나온다. 주인공은 슬픔에 젖으며 죽은 동료를 기리며 잠시 숨을 고른다. → (사건) 물을 마시며 동료가 비명을 지르며 발작을 일으킨다. (갈등: 주인공 vs 맹독) 주변에 흐르던 물이 모두 맹독이며, 동료가 발작을 일으키다가 실수로 물에 빠져 죽자, 사방에서 맹독이 흘러나온다. 주인공은 서둘러 맹동으로 피신하기 위해...(생략)...
  • 발단: 주인공은 은퇴한 탐정이다. 모든 것을 청산하고 지금까지 모은 돈으로 고급 아파트로 이사 온다. 이웃들은 서로 간섭도 없고 평화롭다. 이곳에서 앞으로 놀면서 여생을 보낼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오밤중에 비명이 들린다. 주인공은 서둘러 밖으로 나온다. 복도에는 다른 주민들도 놀라서 나와 있다. 제일 끝의 가구에 문이 열려 있고, 주인공은 탐정이었던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먼저 들어간다. 그곳엔 시체가 있다. 왠지 자신이 해결해만 하는 강렬한 느낌이 든다. 그는 추리를 위해 현상을 훑는다.
    전개: (사건) 경비원이 나타나 주인공을 제압한다. (갈등: 주인공 vs 경비원) 주인공은 자신의 신분과 경력을 언급하며 경비원을 설득하고, 경비원은 끝내 풀어준다. 하지만 여전히 탐탁지 않아서 주인공의 추리를 듣고 시시때때로 태클을 걸고, 주인공은 모든 태클을 완벽하게 논박하는 데에 성공한다. → (사건) 경찰들이 나타나 주인공을 쫓아낸다. (갈등: 주인공 vs 형사) 주인공은 추리를 돕기 위해 나서지만, 형사가 다시 가로막고, 그래서 주인공은 자신의 추리를 선보인다. 그러자 형사는 오히려 현장을 훼손했다는 핑계로 주인공을 체포까지 한다. 주인공은 형사의 문제점을 완벽하게 지적해서 비록 수갑을 찬 채 수사에 참여하는 데에 성공한다. → (사건) 고위 경찰 간부가 나타나 형사를 징계하고 주인공을 용의자로 선언한다. (갈등: 주인공 vs 경찰 간부) 그래서 주인공은...(생략)...

2.4. 위기(危機, Crisis/Climax)

이야기의 반전으로 새로운 사태가 나타나고 갈등이 한층 심화된 사태다. 이 단계는 극적 전환을 가져오며, 주인공의 상황을 또 다른 국면으로 이끈다.

1. 새로운 사태
전개 단계에 있던 사건들보다 한층 더 심화된 사건을 의미한다. ‘중대한 사건’ 정도로 여기면 이해가 쉽다. 전개 단계에서 주인공이 벌이고 마주친 여러 사건과 다양한 행적(갈등)이 점점 축적되다가 드디어 터져버린 시점이 바로 위기 단계인 것이다.

보통 이 새로운 사태는 초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실패한 상황으로 그려진다. 다시 말해, 단순히 초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방해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초목표 달성을 실패시킨 중대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사태가 터진 단계를 위기 단계라고 하며, 이야기가 절정 단계로 나아가는 계기가 된다.

전체적인 흐름의 느낌은 이렇다. 발단 단계에서 초목표를 결심해 행동을 시작한 주인공은 그로 인해 전개 단계 내내 다양한 사건을 마주치며 지속적인 갈등을 빚었다. 그러면 이제 독자는 모든 것이 해소된 결말 단계를 예상한다. 하지만 갑자기 ‘새로운 사태’가 일어나 되려 모든 국면을 뒤집어버린 것이다. 보통 진정한 악당이나 흑막이 나타나 주인공을 방해한다.

2. 갈등의 '한층' 업그레이드 된 심화
이 새로운 사태가 전개 단계의 사건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전개 단계는 수많은 사건과 그로 인한 수많은 갈등의 연속이다. 하지만 위기 단계는 그렇게 수많은 사건과 수많은 갈등의 연쇄적인 작용이 아니다. 초목표를 실패시킨 이 사태 하나를 해결하기 위해 위기 단계 내내 주인공이 하나의 갈등을 빚는다. 왜냐하면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결말 단계로 진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기 단계의 마지막도 전개 단계처럼 대립자(새로운 사태)로부터 해결(승리/성공)을 보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그러면 이제 절정 단계를 마주쳐야 한다.

3. 위기 단계의 특징
  • 새로운 국면: 이야기의 중대한 변곡점인 새로운 사태가 나타난다.
  • 주인공의 더욱 심화된 갈등: 전개 단계가 여러 사건과 여러 갈등을 벌이는 단계라면, 위기 단계는 하나의 사건(새로운 사태)에만 집중하는 갈등을 벌인다.
  • 위기 단계의 마무리: 위기 단계에서도 주인공이 갈등을 끝까지 벌이는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2.5. 절정(絕頂, Climax/Falling Action)

이야기의 전환점이 제시되고,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는 단계로, 결말로 이어지는 분기점이다. 이 단계에서 주인공은 해결책을 만나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최후의 갈등을 벌인다. 절정 단계는 이야기에 극적인 완결성과 감정적 고조를 부여하고,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중요한 부분이다.

1. 전환점
전환점이란 ‘절정 단계의 새로운 사태’라고 할 수 있다. 위기 단계의 사태조차 결국엔 해결을 실패시킨 또 다른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 최후의 사태를 전환점이라고 하는 이유는 보통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사건, 사태, 갈등)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문제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즉 이 최후의 사태만 해결하면 진정 모든 게 해결되며, 더 이상의 거짓과 반전 없이 결말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보통 위기 단계에서 새로운 사태로 흑막이나 악당이 반전적으로 등장해 주인공을 배신하거나 크게 상처를 입혔다면, 절정 단계에서는 이 흑막 혹은 흑막과 연관된 최종 보스가 되려 자신의 초목표를 달성하기 시작한 모습으로 최후의 사태가 나타난다.

이해를 위해 첩보물을 예로 들자면 다음과 같다: 위기 단계에서 주인공은 믿었던 동료가 사실 최종 보스의 부하였고, 자신을 공격해 위험에 처하게 한다. 주인공은 이를 이겨내고 함정에서 빠져나왔지만, 바로 절정 단계에 진입한다. 최종 보스가 드디어 세계 지배를 위해 전 지구적인 공격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 부분이 바로 최후의 사태가 벌어진 상황이다.

2. 해결책
최후의 사태를 맞닥트린 주인공은 진정한 해결책을 깨닫는다. 혹은 최후의 사태로 좌절한 주인공 앞에 해결책이 나타난다. 이렇게 해결책의 정체나 종류는 다양할 수 있지만 ‘개연성’이 중요하다.

해결책이 지나치나 우연적일 경우 이야기는 설득력을 잃고 소위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즉 해결책은 이전의 사건과 갈등, 사태 등 주인공이 마주치고 벌인 행적으로부터 도출된 결과로 자연스럽게 나타나야 하며, 이를 통해 논리적 완결성을 유지할 수 있다.

3. 갈등의 최고조
주인공은 해결책을 통해 최후의 갈등을 벌인다. 전환점이 되는 최후의 사태를 처리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행동해서 해결을 보는 것이다. 그런데 주인공의 이 최후의 갈등은 반드시 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주인공은 모든 문제, 즉 최후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결국 타인을 희생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인공의 행동이 선하거나 악한 선택이 되더라도, 이는 이야기의 주제와 부합해야 한다. 가령 전혀 그럴 필요도 없어 보이고, 그럴 계기도 전혀 없었는데, 뜬금없이 남을 희생시킨다든지, 혹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주인공은 자신을 희생할 만한 착한 사람이 아닌데 갑자기 자신을 희생해 남을 구해준다든지 하면, 독자는 되려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거 왜 저래?”라며.
  • 희망을 주제로 한다면: 주인공은 선한 수단으로 전환점을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
  • 인간의 어두운 면을 비판한다면: 주인공이 더 추악한 수단을 선택할 수도 있다.
  • 절충적 접근에서는: 주인공의 행동이 선과 악 사이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 이야기는 "과연 이것이 옳은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길 수 있다.

4. 주의할 점
절정 단계는 이야기의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은 전환점을 통해 지금까지의 모든 원인이 된 사태를 마주하게 되며, 동시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걸고 대응한다. 이 단계에서 해결책의 개연성과 주인공의 행동이 이야기의 주제와 일관되게 설계되지 않으면 작품은 설득력을 잃을 위험이 있다. 적절히 설계된 절정 단계는 이야기를 감정적, 극적으로 완성하며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2.6. 결말(結末, Conclusion/Resolution/Denouement)

이야기의 결과로, 주인공이 절정 단계에서 벌인 최후의 행동(갈등)에 의해 정말로 모든 갈등이 해소되었는지 보여주고 주인공의 운명을 결정한다.

그런데 만약 결말에서조차 사건(사태)과 갈등이 전부 해소되지 못한다면 배드 엔딩이 된다. 희망이 없는 것이다. 모두 끝난 줄 알았던 사건(사태)이 도로 일어나면서[2] 주인공은 진정한 절망에 빠진다. 또는 결말에서 사건과 갈등이 모두 해소된 상태라서, 주인공은 초목표를 향해 바로 달려갔지만, 결국 초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거나 인물들 간의 관계가 망가지는 식의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때는 중과부적 엔딩이 된다.

이렇듯 결말은 갈등(행동)의 결과가 어떤지에 따라 혹은 다른 인물들의 평가가 어떠한지에 따라 최종적인 결과가 결정된다. 게임으로 치면 해피 엔딩/배드 엔딩의 여부나 최종 통계를 내는 단계다.

"결정"된다고 강조한 이유는 문서에서 몇 번 언급했듯 독자가 납득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말이 주인공의 욕망과 관계가 있었는가? 얼마나 효과적이었는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애매한 부분은 없었나? 작품에서 나타내고자 하는 주제를 잘 표현했는가?

이는 작품 외적인 면에서 더욱 중요한데, 인기 있는 작품일수록 사회에 끼치는 영향도 크기 때문이다. 특히 '악한 수단을 썼는데 행복해졌다'처럼 사회를 직접적으로 건드릴 만한 전개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단적인 예로 개봉 당시 모방범죄까지 우려되었다는 영화 조커가 있다.

3. 영미권과의 비교

한국과 유사하게 Exposition, Inciting Incident, Rising action, Climax, Falling action, Conclusion으로 나눈다. 이때 한국의 플롯 단계와 대응하면 다음과 같다.
  • Exposition: 발단
  • Inciting incident: 사건의 실마리
  • Rising action: 전개
  • Climax: 절정
  • Falling action: 전환
  • Conclusion: 결말

이렇게 Exposition은 한국의 문학론과 동일한 '발단' 단계의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Inciting incident에서부터 1대1 대응이 조금 곤란해진다. Inciting incident는 Exposition과 Rising action을 잇는 분수령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괜찮다. 많은 경우에서 Inciting incident를 Exposition의 마지막에 일어나는 요소로 여겨, 플롯의 구성 단계에서 과감하게 생략하기도 한다.

하지만 Rising action부터는 확실하게 곤란해진다. 해석에 따라 달라지지만, 영미권에서는 한국의 플롯에서 제시하는 위기 단계를 Rising action의 일부분으로는 판단하거나, 되려 Climax의 한 부분으로 넣기도 한다. 다시 말하지만, 해석에 따라 여러 의견이 나올 수 있다.

그래서 영미권에서는 Climax에서 위기 단계의 새로운 사태와 이에 따른 갈등을 통해 마지막에 전환점인 최후의 사태까지 일어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그리고는 Falling Action에서는 최고조의 갈등이 일어나 결말로 향하도록 모든 것을 정리한다.

그렇게 마지막 Conclusion에선 정말 모든 것들이 해결되었는지를 나타낸다.

그래서 3막 구조로 배분할 때도 미묘하게 다르다. 영미권의 1막에서는 Exposition과 Inciting incident를 제시하고, 이야기의 대부분의 길이를 차지하는 2막에서는 Rising action과 Climax를, 마지막 3장에서는 모든 것을 해결하고 정리하는 Falling Action와 Conclusion이 있다.

이렇듯 엄밀히 구조를 하나하나 분리하며 따지면 방금 설명한 것과 같이 대응이 곤란하거나 혼란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순서'는 ‘’‘그냥’‘’ 똑같다. 그저 기준이 다를 뿐이다. 한국이나 영미권이나 똑같이 인물, 배경, 초목표를 소개한 다음에 사건을 일으키고 갈등을 벌인다. 다만 한국에서는 발단(인물, 배경 소개), 전개(사건과 갈등), 위기 단계 등으로 분절했고, 영미권에서는 Expositon(인물, 배경 소개), Rising action(사건과 갈등과 위기 단계) 등으로 분절한 것뿐이다.

4. 예시

#1 <릭 앤 모티>
발단릭의 가족들은 평범한 식사 중이다. 집에 외계 기생충들이 나타나 처리하기로 한다.
전개하지만 기생충들이 기억을 침투해서 혼동을 준다. 그래서 기억을 골라내려고 서로의 기억을 떠올리며 조사하지만, 그럴 수록 기억 침투가 더 거세진다...(생략)...
위기집에 기생충들이 가득 차게 된다. 그래서 계속해서 기억을 떠올린다.
절정다들 기생충에게 잠식당하려는 때, 가족 중 한 사람이 기생충들의 약점을 알아내고, 다시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 사냥한다.
결말기생충들을 모두 무찔러서 가족은 정상화된다.
#2 <그래비티>
발단나는 우주인이다. 미국 위성을 고치고 있다. 그런데 러시아 위성이 폭발했다는 경고를 듣는다. 그래서 피할 준비를 한다.
전개경고대로 러시아 위성 파편이 날아온다. 나는 일단 피한다. 러시아 위성 파편들은 거의 해일처럼 밀려오고, 나는 살아남으려고 애쓴다. 이때 동료의 도움을 받고 함께 파편을 헤쳐 나간다...(생략)...
......생략...
결말지구로 귀환하는 데 성공한다.
#3 <우투리>
발단우투리가 태어난다. 그는 신묘한 힘을 가졌다. 마을 사람들을 돕고 산다. 그런데 왕이 찾아오고 임무를 내린다. 그래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떠난다.
전개우투리는 사건으로 여러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임무)들을 수행한다. 그리고 모든 임무를 끝내 완수하고 드디어 왕에게 돌아간다.
위기그런데 왕이 우투리를 배신했다. 우투리는 살해당한다. 우투리 부모는 우투리의 무덤을 짓는다.
절정왕이 우투리 마을을 공격한다. 그때 우투리가 부활해서 왕과 그의 군대를 무찌른다.
결말우투리는 진정한 영웅으로써 천상에 간다.
#4 <콩쥐팥쥐전>
발단콩쥐에겐 계모와 이복누이 팥쥐가 있다. 콩쥐는 못된 계모와 팥쥐하고 잘 살고 싶어 한다.
전개그런데 날이 갈수록 계모와 팥쥐는 콩쥐를 더욱 더 심하게 괴롭힌다. 콩쥐는 계모와 팥쥐의 괴롭힘을 견디려고 이를 악물며 참는다.
위기그런데 급기야 그들은 콩쥐에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시킨다. 그래서 열심히 일을 한다.
절정그런데 시간이 늦었다. 독에 물이 채워지지 않는다. 콩쥐는 이겨낼 수 없어서 좌절한다. 그때 동물들이 나타나 콩쥐를 도와준다. 선녀의 명령을 받은 동물들이었다!
결말선녀는 계모와 팥쥐에게 벌을 준 다음, 콩쥐와 함께 천상에 간다.
#5
발단나는 평범한 마을 청년이다. 어떤 계기로 보물 탐사를 결심하고 떠난다.
전개나는 여러 악당과 함정을 마주치며 가까스로 헤쳐 나가며 보물이 있는 사원에 겨우 도달한다.
위기그런데 보물은 존재하지 않고, 동료들은 악당들에게 붙잡힌다. 청년은 혼자 겨우 탈출한다.
절정그런데 웬 세력들이 나타나 청년을 붙잡는다. 청년은 알고 보니 자신을 도와주러 온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그들과 함께 동료들을 구한다.
결말보물을 얻으러 간 악당들은 사원이 무너지며 모두 잔해에 깔려 죽는다. 주인공 일행은 사원 잔해에서 진짜 보물을 찾는다.
#6 <별주부전>
발단자라가 사는 바다엔 용왕이 병이 걸려서 위독하다. 의사가 토끼의 간을 먹으면 병이 치료할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자라를 내보낸다.
전개자라는 육지의 험난한 환경을 헤쳐 나가며 겨우 토끼를 만나 용궁으로 데려온다.
위기그런데 토끼가 간은 육지에 두고 왔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래서 토끼와 함께 도로 육지로 간다.
절정토끼는 자라를 배신하고 떠난다. 자라는 토끼를 찾아 헤맨다.
결말자라는 결국 토끼를 찾지 못해 용궁으로 돌아가지 못해 말라 죽는다. (이 외에 여러 가지 결말이 있다 여기참고.)

5. 플롯의 연결 방식

플롯을 이끌어가는 주역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거나 플롯에서 대적하는 적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면 서로 다른 플롯으로 구분한다. 이러한 여러 서브플롯을 어떻게 이어 붙이냐에 따라서 플롯의 종류가 달라진다.
  • 단일구성: 단일구성은 이름 그대로 한 가지 주제, 한 명의 주인공이 한 가지 초목표를 가지고 한 명의 적과 대적하여 '발단~결말'의 5막으로 구성된 플롯을 한 번만 사용한다.
    단일구성으로 소설의 전개를 늘릴 때는 전개, 위기, 절정의 내용을 이루는 각각의 일련의 행동(갈등)을 더욱 더 세분화하고 구체화해서 내용을 늘린다.
  • 피카레스크식 구성: 하나의 주제, 한 명의 주인공이지만 플롯이 여러 개다. 즉 주인공의 초목표와 사건의 유형(대립자)이 매번 달라진다. 가장 이해하기 쉬운 것은 수사물이나 의학 드라마다. 수사물에선 각 에피소드마다 주인공이 다른 범죄를 해결해야 하고, 의학 드라마에선 에피소드마다 다른 환자를 수술한다. 수사물과 의학드라마의 문법을 많이 차용하는 대부분의 서구권 드라마에서 사용한다.
    • 고전 대서사시는 피카레스크 형식을 많이 따른다. 큰 흐름은 이어지더라도 에피소드 /챕터마다 다른 강적과 대결한다. 또한 이러한 에피소드들을 액자식 구성 등의 방법으로 어떻게 나열하고 배열하느냐에 따라, 여기서 메인 갈등이 달라지는 지점을 기준으로 서브플롯을 구분한다. 분량이 짧다면 하나의 에피소드로 소설의 전 영역을 커버할 수도 있으며, 이 경우에는 갈등 곡선이 단 하나의 봉우리(절정부)만을 그린다. 요즘 소설은 다중 에피소드 방식이 대세이므로 대부분의 경우 갈등 곡선은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면서 전체적으로는 상승하는 산맥 모양을 그린다.
  • 옴니버스식 구성: 에피소드마다 주제와 주인공이 다른 플롯을 전개한다. 서로 세계관이나 생활반경이 겹치는 정도만 허용된다. 주로 개그물이나 호러물에서 사용한다.
  • 액자식 구성: 이야기 속에 이야기를 두는 방법이다.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주인공이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과거의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혹은 피카레스크식으로 에피소드를 나눠서, 각각의 에피소드를 중심 이야기의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로 만든다. 즉 1번 에피소드의 발단은 중심 이야기의 발단, 2번 에피소드의 발단은 중심 이야기의 전개... 이런 식이다. 그리고 다시 각 에피소드마다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로 이야기를 세분화한다.

6. 글쓰기 조언

  • 에피소드들의 나열과 배열에 따라 캐릭터들의 행적과 인간관계도 변하기 마련이다. 이를 일일이 체크하지 않으면 캐릭터 붕괴가 일어나기 때문에, 본문 위에서 언급했던 '사건-캐릭터 네트워크'를 보며 복기하는 것이 좋다. 이 작업이 너무 귀찮고 복잡하다면, 다 잊어버리고 하나만 생각하라. 소설은 치밀하게 계획된 연극 무대이기 때문에, 모든 캐릭터는 배우이며 각자 맡은 역할이 있다. 그렇다면 대본 작가가 가장 먼저 설득해야 하는 것은 배우다. 대본이 마음에 안 들면 배우가 출연을 거부하듯이, 당신의 소설 속 주인공에게도 같은 잣대를 적용해 보자. 당신 소설 속에 캐스팅된 모든 가상의 배우가 자기 배역에 만족하는가?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오면, 독자들도 틀림없이 만족할 것이다.
  • '주제' 문서에 초보 작가에게 추천하는 방법으로 에필로그시놉시스를 먼저 쓰라는 조언이 있었다. 주제를 잡기 위해서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거기서 언급한 에필로그는 바로 5막 구조에서의 결말부에 해당한다. 즉 플롯을 작성할 때의 순서는 프롤로그부터가 아니다. 에필로그-클라이맥스-프롤로그-나머지 순서로 플롯을 작성한다. 에필로그, 클라이맥스, 프롤로그를 합쳐서 요약한 게 바로 시놉시스다. 시놉시스와 영화의 티저 예고편은 전혀 다른 것이니 착각하지 말 것! "웬 난동 피우는 드래곤 때문에 마을 하나가 통째로 박살 났다. 이에 분노용사는 검게 그을은 을 들고 복수의 여정을 떠나는데..."라고 끝맺으면 티저 예고편[4]이고, 여기에다가 모든 스포일러 다 포함시키고 결말까지 쓰면 시놉시스가 된다. 주제가 목적지라면 시놉시스는 여행 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 전문용어를 전부 풀어서 설명하자면 소설의 목적지를 정하고(에필로그), 주인공의 최종 성장을 정하고(클라이맥스), 주인공의 시작 상태를 정하고(프롤로그), 그리고 시작 상태에서 최종 성장까지의 여정을 정하라는(나머지) 것이다. 반대로 하면 상술한 대로 결말을 찾지 못해 방황할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소설작법에 번역된 '픽사의 스토리텔링을 위한 22가지 법칙들'의 7번을 참고할 것.


[1] 참고로 간혹 어떤 작품에서는 대립자를 사건 그 자체나 사건의 대리자가 아니라, 괜히 옆의 동료로 내세우기도 한다. 보통 그럴 경우 대중은 그러한 동료를 발암캐라고 부르며 이야기를 굉장히 잘 짜지 않는 이상 ‘고구마’라며 이야기 자체를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2] 혹은 이제까지의 사건이 모두 한 번에 일어나기도 한다.[3] 정확히 말하면 닥터 스트레인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블랙 팬서 같은 히어로들이 합류하면서 대단원에 가까워지는 분위기를 형성한다는 점에서도 절정이라고 볼 수 있고, 소설의 구성단계라는 관점에 따라[4] 영화의 예고편 영상을 생각해 보자. 결말은 쏙 빼놓고 이야기의 도입부와 쾅쾅 터지는 클라이맥스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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