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만화 진격의 거인 속 등장인물인 엘빈 스미스에 대한 평가를 서술하는 문서다.엘빈이 작중 보여준 지도자로서의 캐릭터성은 여타 작품들에서는 쉽게 볼 수 없을 만큼 독창적이면서도 양면적이라고 평가 되며 이러한 매력으로 인해 작품이 종결된 뒤에도 이 인물에 대한 해석과 연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다만 작중 엘빈이 주로 한 개인으로서보다 집단과 조직을 이끄는 지도자로서 활동한 탓에 엘빈을 이해하기 위해선 그의 능력과 행적에 대한 지식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평가 내용을 읽기 전에 엘빈 스미스의 능력과 행적에 대한 사전 정보를 파악할 것을 권장한다.
2. 상세
"거인을 멸망시킬 수 있는 건 악마야! 악마를 부활시키는 것, 그게 내 사명이었어! 그게 뻔뻔하게 살아남은 내 의미라고!"
...
"엘빈 단장님도 없이 앞으로 어쩔 셈인데!?"
프록 폴스타
...
"엘빈 단장님도 없이 앞으로 어쩔 셈인데!?"
프록 폴스타
지휘관으로서의 역량도 역량이지만 엘빈이 파라디 섬 왕정 측에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실질적으로 파라디 섬 전체를 견인하는 리더가 될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그의 명확하다 못 해 비정할 정도로 유연한 가치 판단 능력에 있다. 비록 엘빈의 지략이 우수하긴 하지만 전략이라는 건 애시당초 가용 자원에 대한 가치 평가와 피아식별 등을 통해 구축된 의사결정 환경의 제약들 안에서 최선의 결과를 최적의 효율로 달성하는 기술이다. 당연히 어떤 가치 판단을 하느냐에 따라서 똑같은 상황에 놓이더라도 전략을 짤 때 고려해야 하는 제약 조건들이 달라지며 제약이 적으면 적을수록 짤 수 있는 전략의 숫자도 많아지고 작전 난이도도 낮아진다. 역으로 제약이 많거나 서로 모순된 제약 조건을 동시에 만족 시켜야 한다면 짤 수 있는 전략의 숫자는 최악의 경우 0에 수렴해 아예 성과를 내는 게 불가능해지는 불합리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조사병단의 모든 작전들은 거인이라는 초자연적 위협이 도사린다는 점에서 이미 그 자체로 난이도가 상당한 제약 조건이 가해진 환경에서 진행되었기에 엘빈은 아군의 가치를 상황에 따라 하향 조정해 버림말로 씀으로써 짤 수 있는 전략의 폭을 넓히고 상황의 난이도를 최대한 낮춰왔다고 볼 수 있다. 이건 비단 가치를 하향 조정하는 경우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무법자 출신인 리바이나 정체불명의 거인화 능력 보유자인 엘런 예거를 조사병단에 입단 시켰을 때처럼 가치를 상향 조정하는 경우에도 해당된다. 파라디 섬의 관료 사회의 상식과 당시 알려진 지식 체계 상 둘 다 체제의 위협이자 적이라고 볼 수 있는 흉악한 범법자와 정체불명의 기행종 거인이었지만 엘빈은 둘을 직접 관찰해 보곤 둘의 가치를 파격적일 만큼 상향 조정해 재평가하고 조사병단에 들여 거인과의 싸움에 핵심 전력으로 삼아 전략의 폭을 넓히고 임무의 난이도를 유의미하게 낮추는데에 성공했다. 이처럼 스스로의 가치관을 유연하게 재조정하여 어떻게든 전략의 폭과 승리 가능성을 확보하는 가치 판단력은 엘빈이 통솔력과 지략을 최대한 활용해 주어진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런 비정하리만치 유연한 가치 판단은 엘빈 스스로의 목숨과 꿈조차 예외가 아닌데, 월 마리아 최종 탈환 작전이 시작하기 전에는 그 엘빈마저도 작전의 성패나 이 작전으로 얻을 수 있을 결과보단 그리샤 예거가 지하실에 숨겨 놓은 정보 자체에 집착하며 사적인 욕망을 우선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정작 작전이 시작되고 전황이 불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하니 리바이와의 대화 몇 마디 후 자신의 평생의 꿈이었던 벽 밖 세상에 대한 지식을 포기하고 자살행위나 다름 없는 돌격 작전을 개시하여 승리로 가는 활로를 열었다. 믿어온 아군들을 버리고 신원이 불확실한 무법자를 품으며 가치관이 계속 유연하게 재조정 되면서도 유일하게 엘빈에게 있어 절대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던 꿈마저 마지막엔 포기해 버리는 극한의 선공후사를 보여준 것. 조직과 집단의 공통된 가치관을 정립해 이를 기반으로 질서를 세우고 여러 전략전술로 그 질서를 유지하고 지켜야 하는 지도자로서는 가히 초인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초인적인 지도자이기에 엘빈 스미스는 작중 등장한 여러 지도자, 지휘관, 통솔자, 전략가 등의 인물들과 유달리 자주 비교 분석 된다.
3. 비교 분석
3.1. 파라디 섬 왕정
3.1.1. 레이스 왕가와의 비교
엘빈과는 정반대로 칼 프리츠의 광기 어린 평화 사상에 부전의 맹세로 묶여 더 이상의 가치 평가를 포기한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칼 프리츠의 평화 사상은 평화에 절대적인 가치를 부여하고 그 무엇이든, 심지어 국민들과 자기 자신들의 목숨까지도 대가로 바쳐야 하는 목표로 간주하는데, 이렇게까지 해서 지켜야 하는 평화마저도 파라디 섬 왕정의 평화를 말하는 게 아니라 에르디아 인들을 제외한 다른 민족들의 평화를 말한다. 즉, 실질적으로 왕가 전체가 자포자기에 빠져서 국민들을 데리고 동반 자살을 하겠다는 말이나 다름 없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승리와 생존을 포기하지 않고 가치관의 조정에 적극적이었던 엘빈과는 달리 레이스 왕가는 아예 집단적으로 승리와 생존을 포기하고 기존의 가치관을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수정하는 일 없이 맹목적으로 따르는 광신도와 같은 모습[1]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이래선 아무리 가용 자원이 많아도, 아무리 지식과 기술과 무력과 인맥과 권력 등등 전략에 필요한 모든 자원이 갖춰져 있어도 전략을 짤 여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애시당초 승리와 생존이 아니라 패배와 멸종이라는 객관적으로 최악인 미래를 주관적으로 최선의 결과로 간주해 지향점으로 삼는 시점에서 이미 인지부조화라고 할 수 있으며 객관적인 패배가 주관적인 승리와 동일시 되는 이상 전략을 짜는 행위 자체가 무의미 해질 수 밖에 없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애시당초 멸망하는 걸 긍정하고 있는데 왜 굳이 최선의 결과를 최적의 효율로 추구할 필요가 있단 말인가? 최악을 막기 위한 최선의 가치를 부정하고 모든 저항과 싸움을 부정하고 있는 레이스 왕가의 가치관은 마치 비주얼 노벨처럼 전략 요소가 전무하고 그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정해진 결과를 향해 흘러갈 뿐인 선형적 의사결정 환경을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엘빈이 끊임없이 상황에 대한 재평가와 재해석을 반복해 가치관을 수정해가며 전략형 게임 같은 의사결정 환경을 구축한 뒤 악착 같이 활로를 모색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스탠스라고 볼 수 있다.
3.2. 병단
3.2.1. 다리스 작클레와의 비교
엘빈의 상급자로서 똑같이 파라디 섬 왕정을 모시는 입장이던 다리스 작클레 총통은 트로스트 구 공방전 이후 벌어진 엘렌 예거의 처우에 대한 재판에서 이해 당사자들을 중재하는 모습이나 레벨리오 전투 후 단독 행동으로 인해 전쟁의 방아쇠가 된 엘렌 예거가 가진 아홉 거인을 다른 병사에게 계승시킬 계획을 몰래 진행하는 모습에서 볼 수 있듯이 기본적으로 개인적인 신념을 배제해가며 공적인 본분에 충실한 인물이다. 엘빈 정도는 아니지만 충분히 선공후사를 실천한다고 볼 수 있는 인물. 다만 엘빈이 '벽 바깥에 대해 알고 싶다'는 사적인 소망을 위해 공적인 명분을 이용했듯이 다리스 작클레 총통 또한 궁극적으로는 사적인 소망을 위해 공적인 직책을 수행하고 있었는데 이 궁극적인 소망이라는 게 파라디 섬 왕정 중진들을 상대로 가학적인 고문을 가하는 것이었다(...).엘빈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소망이 성취된 후의 미래를 대하는 자세라고 할 수 있다. 엘빈은 월 마리아 최종 탈환 작전 직전에 리바이가 소원이 이뤄진 다음엔 뭘 할 거냐는 질문을 던지자 '글쎄? 아마 은퇴하고 가정을 꾸리지 않을까?' 라는 식으로 제대로 생각조차 해 보지 않았다는 듯한 애매한 답변을 하여 엘빈답지 않은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다리스 작클레는 방벽 왕정 쿠데타로 인해 최상위 의사 결정 기관 소속 중진들을 상대로 마음껏 소원 성취를 한 뒤에도(...) 그 전과 다를 바 없이 업무를 수행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소원을 성취한 기쁨 때문인지 아무리 측근들끼리만 있는 자리라지만 자신의 작품들(...)에 대해 만면의 미소를 지어가며 자랑하는 것 정도. 레벨리오 전투 후 엘렌 예거를 몰래 처리할 계획을 세울 때에는 내심 왕정 중진들을 상대로 썼던 고문용 의자를 엘렌에게 쓰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3.3. 조사병단
3.3.1. 한지 조에와의 비교
후임인 한지 조에는 연구자로서 매우 우수했으나 조직의 지휘에는 문외한이라는 게 엘빈 사후 조사병단의 단장으로 취임하며 여실히 드러났다. 파라디 섬 조사선단 사건 때에는 옐레나에게 일방적으로 놀아나는 통에 엘빈이 살아있을 적엔 전투만 담당하고 지휘엔 일절 관여하지 않았던 리바이가 옆에서 대놓고 핀잔을 줬고, 엘렌 예거가 레벨리오 전투 이후 단독 행동을 벌인 일로 투옥된 걸 면회하러 왔을 땐 전혀 방향성을 확립하지 못 하고 그저 자신에게 하염없이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병단 지도부의 답답한 태도로 인해 쌓인 스트레스를 못 참아 한지에게 '다른 방법이 있으면 가르쳐 달라구요!'라고 따지는 엘런에게 아무 대답도 못 하고 자리를 피하기만 했다.이런 한지 조에의 무엇 하나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 하는 우유부단함은 연합 결성 때 절정에 달해서 소집된 조사병단 베테랑 단원들 중 장 키르슈타인이 땅울림의 필요성을 근거로 한지의 작전에 동참하는 걸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자 한지는 그저 '학살이 정당화 될 이유가 있어서는 안 돼!'라는 도덕적 이상론을 고집하는 모습 밖에 보여주지 못 했다. 엘빈이 월 마리아 최종 탈환 작전 때 프록 폴스타의 의문을 정면돌파하며 어째서 자살 행위나 다름 없는 돌격 작전이 필요한 건지, 어째서 이 희생이 의미가 있는 건지를 설파한 것과는 굉장히 대조적이다. 심지어 프록 폴스타마저도 파라디 섬 항구 전투 때 엘빈과 마찬가지로 전투 경험이 없는 신병들 앞에서 엘빈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싸움이 왜 의미가 있는 건지 명확하게 근거를 대고 자신이 먼저 솔선수범해 싸워 사기를 북돋았었는데 한지는 거인과 싸우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몸으로 알고 있는 베테랑 병사들을 앞에 세워두고 실익이 전무한 도덕적 이상론이나 들이밀며 참전을 요구하는 게 전부였다[2].
그 결과 엘빈 스미스의 직계 후임임에도 불구하고 한지는 연합 결성 시점에 더 이상 지휘관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만큼 영향력이 축소 되었으며 주변에는 엘빈이 단장이었던 시절부터 친분을 쌓아온 베테랑 병사들 밖에 남지 않았다. 심지어 이들조차도 연합에 참가하게 된 결정적인 동기는 사적인 감정[3]이었지 한지 조에가 내건 명분 그 자체는 아니었다. 친분이 오래 된 병사들을 상대로도 한지 조에는 지도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 한 셈. 사적인 친분은 커녕 이제 막 입단한 거나 다름 없는 신병들을 이끌고 막대한 사상자가 날 게 뻔한 전투를 앞장 서서 수행했던 엘빈 스미스나 프록 폴스타에 비하면 한지 조에의 지도력은 실질적으로 전무했다 봐도 무방하다.
3.3.2. 아르민 알레르토와의 비교
엘빈 스미스가 살아있을 때 엘빈에게 신임을 받아 이제 막 입단한 신병에서 조사병단 지휘부의 핵심 인사가 된 아르민 알레르토는 지략에 있어서 유독 작품 외적으로 엘빈과 자주 비교 대상으로 거론되는 병사다. 이는 제57회 벽외 조사 때 엘빈이 내부에 잠입한 적들을 색출해 내기 위해 깔아뒀던 함정이 아르민 알레르토의 뛰어난 관찰력을 통해 의도했던 성과를 무사히 거뒀던 일이나 월 마리아 최종 탈환 작전에서 수색 작전의 지휘권을 일임 받은 아르민 알레르토가 잠복 중이었던 라이너 브라운을 찾아낸 일, 초대형 거인을 엘런 예거와의 공동 작전으로 제압해낸 일 등을 통해 아르민이 훌륭한 전술적 성과들을 거둬 중요했던 순간마다 상황을 호전 시키는 대활약을 했기 때문이다. 이런 실적들은 엘빈 스미스 마저도 조직 내의 연공서열을 무시하고 아르민에게 중요한 임무들을 맡기는 결단을 내리게 하기에 충분했고, 엘런 예거를 포함한 그의 동기들은 지략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언제나 아르민에게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병사로서, 하급자로서, 현장 인력으로서의 우수함이었을 뿐 엘빈 스미스 사후 아르민은 지속적으로 자신의 한계점을 보이며 죽은 엘빈을 대체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는 걸 여실히 드러냈다. 엘런 예거는 예전 같은 활약을 더 이상 보여주지 못 하는 아르민을 보고 베르톨트 후버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추측[4]했지만 엄밀히 말해 엘빈의 전사 전과 후의 아르민의 의사 결정 방식은 달라진 게 없다. 달라진 게 있다면 엘빈이 살아있을 적에는 믿을 수 있는 상급자가 깔아놓은 판[예]이 있었지만 엘빈이 전사한 후에는 그런 판을 깔아줄 상급자가 전무했다는 것 뿐이다. 즉, 한지 조에와 마찬가지로 하급자로서는 우수하나 상급자로는 부족한 케이스다.
작중 아르민이 거뒀던 성과들도 모두 찬찬히 살펴 보면 끽해야 5명 정도 규모의 분대를 끌고 지휘해서 거둔 성과들이다. 여성형 거인의 정체를 밝혀낸 건 라이너 브라운, 장 키르슈타인과 함께 교전을 벌여 얻은 힌트가 계기가 된 것이었으며, 초대형 거인을 제압한 건 엘런 예거와 단 둘이 벌인 작전의 성과였다. 월 마리아 최종 탈환 작전에서 라이너 브라운을 찾아낸 건 예외적으로 조사병단의 수색대 전체에 대한 지휘권을 위임 받아 거둔 성과였지만 말 그대로 수색을 목표로 한 작전이었기 때문에 아르민이 해야 했던 지휘는 그저 수색 범위를 지정하는 선에서 끝이었지 딱히 그 이상 병력을 복잡하게 운용할 필요가 없는 임무였다. 아르민이 분명 현장에서 적절한 대응을 통해 눈부신 성과를 거둔 건 맞지만 병단 규모의 작전을 일상적으로 지휘통솔하던 엘빈을 대체할 수 있는 인재라고 볼 만한 실적은 없는 셈이다[6]. 현장에서 우수함을 보인 건 사실이니 꾸준히 성장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런 인재가 될 수 있을 지도 모르나 적어도 작중 시점에서의 아르민은 엘빈을 대체하기엔 대규모 병력을 지휘통솔해 본 경험이 압도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
병단 운용만이 아니라 정치외교적인 판단력에 있어서도 아르민은 엘빈에 비해 너무나 뒤떨어진다. 엘빈이 파라디 섬 왕정을 수호해야할 의무가 있는 군인임에도 프리츠 왕가의 정체와 그들이 의도적으로 백성의 위험을 외면하고 있다는 정황이 뚜렷해지자 바로 왕정을 '지켜야 할 대상'에서 '배제해야할 적'으로 재평가하고 방벽 왕정 쿠데타를 획책한 것에 비해 아르민은 벽 밖 문명들의 존재와 그들이 국적을 불문하고 파라디 섬을 적대시하고 있다는 걸 현지에서 직접 눈과 귀로 확인했음에도 끝까지 그들을 '화합의 대상'에서 '적'으로 재평가하질 못 했다. 자신들을 국가 차원에서 적대시하는 이들을 화합의 대상으로 보는 이 모순된 시각은 결국 레이스 왕가와 마찬가지로 자기 스스로 전략을 세울 여지를 없애 버리는 결과로 이어졌고 아무 것도 못 한 채 이상론만 읊어대며 시간만 보내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래선 프리츠 왕가가 그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아무 결과를 내지 못 했던 것처럼, 아무리 우수한 지략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돼지 목의 진주 밖에 되지 않는다. 아르민의 이러한 가치 판단의 우유부단함은 한지 조에와 마찬가지로 엘빈 스미스의 부재로 인한 지휘 공백을 훨씬 더 키우는데에 일조했다.
3.3.2.1. 누굴 살려야 했나
대체적으로 아르민을 살리는 게 옳은 선택이었다고 주장하는 팬들은 엘빈이 극단적인 선공후사로 인해 언제 번아웃이 올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있다는 점이나 아르민을 구하지 않을 경우 엘런 예거와 미카사 아커만이 내분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 아르민 없이는 천지전에서 좌표를 통해 지크 예거와 그 지인들을 회유하는데에 실패했을지도 모른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든다. 다만 이 세 근거 모두 작중 뭐 하나 확정된 게 없는 미지수 요소들이라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반면 엘빈 스미스를 살리는 게 옳은 선택이었다는 주장은 작품 외적인 팬들 뿐만 아니라 작품 내적[7]으로도 프록 폴스타나 당사자인 아르민 알레르토의 입으로도 옹호 여론이 두텁게 형성되어 있고 그 근거들도 작중 확정적으로 나온 엘빈의 지위, 영향력, 수완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향을 보인다.작중 리바이가 갈등을 했던 것처럼 '미래'와 '가능성'을 상징하는 아르민 알레르토를 살릴 것이냐, 아니면 실적과 행동을 통해 이미 충분히 가치를 입증한 '보증 수표'인 엘빈 스미스를 살릴 것이냐로 팬덤도 둘로 나뉜 셈. 이는 작품 종결 후에도 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로 남았으며 이에 대한 판단도 팬들 각자의 주관적 경험과 의견, 성향에 따라 천차만별로 나오곤 한다.
3.4. 헌병단
3.4.1. 나일 도크와의 비교
엘빈이 자신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 국가 체제와 정세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관여해 변혁을 일으키길 주저하지 않은 혁명가 타입의 지휘관이라면 나일 도크는 체제와 정세에 순응해가며 자신과 가족의 행복을 최우선한 소시민 타입의 행정가라고 할 수 있다. 엘빈이 지휘관으로서 초인적인 영역에 발을 들인 영웅이라면 나일 도크는 오히려 끝까지 인간성을 지키다 아무 변화도 일으키지 못 하는 일반인인 셈. 이러한 지향점의 극단적인 차이로 인해 행보에 있어서 둘은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일단 엘빈은 훈련병이 되기 전인 어린 시절부터 파라디 섬 왕정이 교육하는 역사관에 의문을 품었으나 나일은 훈련병 시절 엘빈의 가설을 직접 듣고도 추후 방벽 왕정 쿠데타를 통해 진실이 드러나는 시점까지 전혀 기존의 역사관에 의문을 갖지 못 하였다. 또한 나일은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희생을 감수하던 엘빈과는 달리 마레 제국의 존재가 확인되고 강대한 적과의 싸움이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조차 히스토리아 레이스의 처지를 동정하며 땅울림의 사용에 반대하는 온건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추후 마레 제국 출신의 팔코 글라이스와 인연을 맺었을 때도 공적인 입장을 생각하면 적대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대임에도 어린 아이인 팔코 글라이스의 안위를 걱정해주는 등 기본적으로 정세나 입장에 개의치 않고 인간적인 삶을 중시하는 인물이다. 엘빈에게 총구를 겨누며 '널 반역죄로 체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던 스토헤스 구 공방전 때도 명분 상으로는 파라디 섬 왕정에 대한 반역 행위를 운운했지만 나일이 엘빈을 체포하려 들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엘빈이 스토헤스 구에 끌어들인 여성형 거인으로 인해 발생한 인명 피해와 현장의 참혹함 때문이었다.이런 온건한 성향은 파라디 섬 왕정 측에서도 파악하고 있었는지 명색이 헌병단 사단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헌병단의 존재 자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공공연하게 '죽은 동기들과는 달리 가정을 꾸리는데에 성공한 게 내 자랑'이라고 말하고 다닐만큼 호인이었지만 이 탓에 상당히 높은 지위에도 불구하고 능력 상으로나 상급자로부터의 신뢰 상으로나 상당히 탄탄하지 못 한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초인적인 수준으로 유능했지만 가정을 꾸리는 일에 대해서는 제대로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는 엘빈과는 여러모로 대조적인 인생관을 가진 사람이며 평시에 이웃으로 두기에는 좋지만 전시에 상관으로 두기에는 굉장히 불안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3.4.2. 제르 사네스와의 비교
중앙헌병단 정보부 분대장이었던 제르 사네스는 작중 등장한 레이스 왕가의 대표적인 하수인이다. 다른 병단 조직과는 달리 파라디 섬 왕정이 아니라 레이스 왕가에 충성하는 정치경찰이었기 때문에 레이스 왕가가 주최하는 예배 모임[8]에도 참석할 자격[9]을 얻었을 만큼 프리츠 왕가에게 사상적인 영향과 업무적인 지시를 모두 받아온, 공사불문하고 레이스 왕가의 은총을 받은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봉건제 사회에 뒤지지 않는 굳건한 신분제가 엿보이는 파라디 섬의 사회 체제 속에서 제르 사네스는 이렇게 왕가를 통해 본래라면 병사 신분으로는 있을 수 없을 만큼의 신분과 권한을 보장 받는 실익이 있었기에 더더욱 왕가에 심취했고 오랜 경력과 맞물려 작중 등장 시점에서는 레이스 왕가의 충성스러운 장기말로서 완성되어 있는 인물이었다.이렇듯 생활의 모든 면에서 레이스 왕가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살아왔기 때문에 제르 사네스는 레이스 왕가에게 사육된 개라고 볼 수 있으며 따라서 레이스 왕가의 광신도적인 면모 또한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레이스 왕가가 사이비 종교의 교주처럼 주체적으로 광기 어린 신앙관을 구축하는 쪽이라면 제르 사네스는 사이비 종교의 열성 신도처럼 그렇게 구축된 신앙관을 따르며 그 안에서 자기 삶의 가치를 찾고 그 신앙관의 존재조차 모르거나 멋모르고 그 신앙관에 반하는 행위를 저지르는 일반인들을 상대로 멋대로 우월감을 품고 함부로 단죄하는 선민의식에 젖은 행태를 보인다. 경력이 긴만큼 이런 신앙관이 부정되는 순간 자기 자신의 그동안의 삶마저 전부 가치를 잃는 것이기에 이 신앙관을 필사적으로 지키려고 하는 점 또한 사이비 종교의 열성 신도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다.
주어진 신앙관에 몰입하는 것 외에는 자기 자신의 삶에서 가치를 찾을 방도가 없었다는 점에서 레이스 왕가에게 인생을 지배 당한 피해자라고도 볼 수 있지만 장기말로서 완성되어가면서 보인 모습은 그야말로 전략이고 뭐고 알 바 없고 '나와 내 가치관만이 옳다'는 무대포적인 모습이 아주 딱 전형적인 내부의 적이다. 킷츠 벨만이 사이비 종교에 심취할 경우의 인물상이라고 볼 수 있다. 신앙에 심취한 후의 모습은 자기 자신의 마음의 평화를 위해 질서에 무조건적으로 순응한다는 점에서 나일 도크와도 유사하다. 전략에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통솔력조차 상급자로부터 주어진 신앙관에 기대지 않으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개인으로서의 능력은 엘빈 스미스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능[10]하다.
그런 제르 사네스가 엘빈과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상급자로부터 전수받은 가치관에 절대적인 믿음을 품고 있다는 점이다. 제르 사네스가 레이스 왕가로부터 신앙관을 전수 받았다면 엘빈은 아버지로부터 비판적 사고와 지적 욕구를 전수 받았다. 그리고 제르 사네스가 중앙헌병단에 차출됨으로 인해 프리츠 왕가의 신앙관을 받아들이는 것 밖에 선택지가 없었고 차츰 그 신앙관에서 자기 삶의 의미를 찾아가기 시작했던 것처럼 엘빈 또한 아버지를 본의 아니게 밀고해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 뒤로 아버지를 죽였다는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아버지의 가설을 증명하는 걸 꿈으로 삼아 그 꿈에 충실한 삶을 사는 것을 자신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그리고 결국 둘 다 자신들의 광신적인 믿음을 지탱하기 위해 남들을 자기 자신들의 손으로 어마어마하게 희생시켰다. 차이점이 있다면 제르 사네스는 레이스 왕가로부터 전수받은 신앙관 자체가 애시당초 칼 프리츠의 광기 어린 평화 사상을 옹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거짓에 기반을 둔 신앙이었고 엘빈은 비판적 사고를 통해 도달한 진실에 기반을 둔 신념이었다는 점이다. 이 작지만 결정적인 차이점으로 인해 제르 사네스는 망상에 가까운 신앙을 빌미로 주변인들의 삶을 무분별하게 파괴한 광신도가 되었지만 엘빈 스미스는 미래에 대한 뚜렷한 비전에 근거해 모두에게 희망을 가져다 주기 위해 수많은 동료들이 죽어나가는 와중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은 선구자이자 영웅이 되었다.
3.4.3. 케니 아커만과의 비교
중앙헌병단 대인제압부대의 대장이었던 케니 아커만은 압도적인 무력에서 오는 통솔력을 바탕으로 지휘하는 맹장 타입의 지휘관이다. 뛰어난 무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절대 지휘 중에 무력을 앞세우는 일이 없는 지장 타입인 엘빈과는 정반대 스타일의 지휘관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케니 아커만은 철저히 현장 전술 전문가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전략을 짜는 역량은 감히 엘빈에 비교할 수 없을만큼 민망한 수준. 작중 유일하게 전략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시조 거인 찬탈 계획도 '프리츠 왕가의 혈통을 잇는 자가 아니면 시조 거인의 힘은 쓸 수 없다'는 핵심적인 사실을 미리 확인[11]조차 하지 않아서 이미 입안 단계에서부터 실현시키는 게 불가능한 망상에 불과했다. 미지의 적인 거인들을 상대하면서 늘 자신이 파악하지 못 한 정보가 있을 것이라는 걸 전제로 깔고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모든 정보를 꼼꼼하게 검토해가며 불확실성을 최대한 배제하던 엘빈에 비하면 지략에 있어서 한참 모자르다 할 수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빈 스미스와 케니 아커만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개인적인 소망에 대한 집착이다. 엘빈이 사적인 소망을 위해 공적인 명분을 이용했던 것처럼 케니 또한 똑같은 짓을 중앙헌병단을 통해 벌이고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해서 이루고 싶었던 케니의 소망은 바로 우리 레이스의 신념을 이어 받는 것이었다. 나고 자라길 무법자였던 케니는 폭력 밖에 모르는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해 내심 회의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벽 안의 왕이자 힘으로도 자신이 절대 이길 수 없는 우리 레이스의 벗이 되면서 종교적인 숭고함마저 엿보이는 우리 레이스의 삶에 동경심을 품게 된 것. 이후 우리 레이스로부터 시조 거인을 계승한 프리다 레이스가 우리와 완전히 똑같은 형태의 삶을 사는 걸 보면서 '자신처럼 막 되먹은 무법자라도 시조 거인만 손에 넣으면 우리 레이스 같은 숭고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 형태는 다를지라도 자기 자신이 저질러온 일들[12]로 인해 생긴 정신적인 결핍을 계기로 구원을 바라는 마음에 소망을 품고 이에 헌신했다는 점에서 케니와 엘빈은 공통된 행보를 보인다.
3.5. 주둔병단
3.5.1. 도트 픽시스와의 비교
도트 픽시스는 분명 우수한 지휘관이고 정치 감각[13]도 있는 유능한 군인이지만 주둔병단의 본질적인 한계점으로 인해 너무나 방어적이고 수동적이라는 문제가 있다. 공격이 있을 때 이를 막아내거나 피해를 최소화 하는 수완은 확실하지만 역으로 말해 공격이 없을 때에 위협을 선제적으로 배제하는 재주는 없다. 이렇다 보니 파라디 섬 왕정의 '창'에 해당하는 조사병단의 단장인 엘빈 스미스가 살아있을 땐 서로 굉장한 시너지를 냈지만 엘빈 스미스가 전사한 후에는 사태를 수습하거나 혼란을 최소화하는데에만 급급하고 상황의 주도권은 지크 예거와 옐레나에게 빼앗겨 일방적으로 농락 당했다.이런 성향 탓에 작중 도트 픽시스는 지나치다 싶을 만큼 신중한 모습을 고수하며 꼭 무언가 사태가 벌어진 뒤에야 나타나서 사태를 수습하는 행보를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다만 일단 한 번 나서게 되면 상황을 수습하는 임기응변과 통솔력은 확실한 편이다. 트로스트 구 공방전에서는 초대형 거인의 갑작스런 출현과 함께 시작된 거인들의 습격으로 지휘관들이고 병사들이고 전부 패닉에 빠져 자칫 기행종 거인으로 몰려 죽을 뻔한 엘런 예거를 구해냈을 뿐만 아니라 연설 한 번으로 트로스트 구의 전선을 복구해 곧바로 탈환 작전을 실행에 옮겼다. 이렇게 혼란을 수습하고 아군의 체제를 재정비하고 방침을 통일해 대응을 가능케 하는 훌륭한 통솔력은 추후 히즈루국과의 외교[14]에 있어서도, 예거파의 테러 행위와 마레 측의 파라디 섬 기습 작전에 대응할 때에도 변함 없이 빛을 발한다.
또한 전장에선 분명 선제적 대응을 꺼리는 편이나 정치외교적으로는 상당히 대담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는 방벽 왕정 쿠데타 때 파라디 섬 왕정의 속내를 알아보기 위해 거짓 보고로 왕정의 방향성을 시험해 보는 대범한 짓을 저지르는 대목에서 엿볼 수 있다. 이 때 왕정이 파라디 섬 백성들의 안위를 챙길 생각이 없다는 게 확실시 되자 곧바로 왕정을 적으로 규정해 엘빈 스미스에 동참하는 대목에서 비록 엘빈 스미스처럼 최대한 신속하게 한정된 정보를 조합해 빠르게 결론을 내리는 결단력은 없을지 언정 일단 한 번 판단이 서면 행동에는 거침이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3.5.2. 킷츠 벨만과의 비교
트로스트 구의 주둔병단 대장이었던 킷츠 벨만은 규율과 관습, 전통적인 가치관만을 우선하는 탓에 통솔력은 있었을지 언정 지략의 가치를 볼 줄도 모르고 너무나 쉽게 부정하던 꽉 막힌 지휘관이었다. 인물 자체가 악인은 아니지만 지휘관으로서 주위에 끼치는 영향은 충분히 악으로 평가할 수 있는 인물이기에 수단은 악했을지 언정 취지도 지향점도 모두 선했던 엘빈 스미스와는 비교하기가 민망한 인물. 규율과 전통을 너무나 우선한 나머지 전략의 가치를 부정한다는 점에서 프리츠 왕가와 매우 유사한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 또한 프리츠 왕가는 그래도 본인들이 판단하여 본인들의 가치관을 세운 반면 킷츠 벨만의 경우엔 그저 철저하게 '군인은 규율에 충실해야 하니까', '메뉴얼대로 해야 하니까'라며 제3자가 세운 가치관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등 자기 스스로 독립적으로 판단할 줄 아는 능력이 처참하기도 했다.이렇듯 능력과 영향력에 있어선 도무지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힘든 인물이지만 그래도 규율과 본분에 충실한 건 사실이었기에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의 평판은 악인이 되기 힘들다는 걸 고려하면 나일 도크와는 별개의 의미로 소시민 타입의 군인상을 보여주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나일 도크가 인간으로서의 도리와 정을 실천하기 위해 공적 질서에 순응하는 타입의 소시민이라면 킷츠 벨만은 자신이 올바르다는 평판을 어떻게든 확보하기 위해 규율과 전통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전략적 실효성은 따져볼 생각도 재주도 없는 소시민이라 볼 수 있다. 둘 다 '괴물을 이기기 위해 인간이길 포기한' 엘빈 스미스과는 정반대의 인생관을 가졌지만 질서에 순응하는 동기가 '인간성을 실천하기 위해서냐' 아니면 '선량하다는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서냐'에 차이가 있는 셈.
3.6. 훈련병단
3.6.1. 키스 샤디스와의 비교
엘빈 스미스의 바로 전대 조사병단장이었던 키스 샤디스는 극한의 선공후사를 보여준 엘빈과는 정반대로 선사후공(先私後公)을 앞세우는 인물이었다. 성과를 내어 위대한 인간이 되겠다는 개인적인 공명심을 위해 병단에 입단한 키스 샤디스는 병사 시절엔 뛰어난 전투력을 보여 동료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정작 그 동료들의 추천으로 조사병단장이 되고부턴 중장기적인 전략을 외면한 채 병사 시절 때처럼 용맹함만을 앞세워 병단을 지휘했고 이는 매번 자신은 생환하지만 휘하 병사들의 생존률은 바닥을 치는 처참한 결과로 이어졌다. 연달은 지휘 실패는 짝사랑하던 카를라 예거와 맺어지지 못 한 개인적인 불운과 맞물려 결국 스스로를 뭘 해도 안 되는 그저 평범한 인간으로 평가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고 자신과는 다르게 휘하 병사들이 높은 생존률을 보이던 엘빈에게 조사병단 자리를 물려주고 최전선을 벗어나 군 교관이 된다.엘빈과의 공통점이 있다면 뛰어난 무력과 더불어 인재를 알아보는 눈썰미. 최전선에서 벗어난지 오래 되었음에도 마레 제국 측의 파라디 섬 기습 작전으로 벌어진 혼란 속에서 혼자 거인들을 도륙내며 살아남아 어쩔 줄 몰라하던 훈련병들을 구해냈을 만큼 현역 군인들 기준으로도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 무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엘빈이 유용한 인재들을 상황이나 출신 성분에 얽매이는 일 없이 제대로 판별해냈던 것처럼 키스 샤디스도 사생활에서건 공적인 영역에서건 재능 있는 이들을 알아보는 감각이 예민한 편이다. 하지만 엘빈이 어디까지나 공무에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를 기준으로 인재들을 판별해냈던 반면 키스 샤디스는 자기 자신의 보잘 것 없는 재능에서 비롯된 열등감을 기준으로 인재를 판별했기에 엘빈이 신속하고 때로는 파격적이리만치 인재들을 등용했던 것과는 다르게 인재를 알아만 볼 뿐, 등용에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새로운 인재들을 발견할 때마다 조바심을 느껴 더더욱 생각 없는 지휘를 반복해 휘하 조직의 붕괴만을 촉진 시켰다.
3.7. 예거파
3.7.1. 엘런 예거와의 비교
작품의 주인공이다 보니 인물 해석을 둘러싼 충돌이 잦습니다. 문서의 취지에 맞지 않는 편집 분쟁 및 혼란을 최소화 하기 위해 편집 시 아래와 같은 사항들을 염두에 둬주시기 바랍니다. |
* 인물의 심정과 행보는 별개라는 점.
* 해당 문단은 지도자로서의 판단력, 수완, 그리고 행보 등을 두고 엘빈 스미스와 다른 인물들을 비교하는 문단이라는 점.
* 해당 인물은 찬반 여론이 격한 만큼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가 공존하는 인물이기에 감정적인 서술은 편집 분쟁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
* 해당 인물의 해석을 둘러싼 논란은 엘런 예거/평가, 진격의 거인/비판 및 논란, 진격의 거인/결말 논란 등의 문서에서 다루고 있다는 점.
* 해당 문단은 지도자로서의 판단력, 수완, 그리고 행보 등을 두고 엘빈 스미스와 다른 인물들을 비교하는 문단이라는 점.
* 해당 인물은 찬반 여론이 격한 만큼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가 공존하는 인물이기에 감정적인 서술은 편집 분쟁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
* 해당 인물의 해석을 둘러싼 논란은 엘런 예거/평가, 진격의 거인/비판 및 논란, 진격의 거인/결말 논란 등의 문서에서 다루고 있다는 점.
마레 제국의 존재가 판명되기 전까지는 그저 아버지 그리샤와 미래의 자신의 개입에 의해 거인화 능력을 손에 넣은 일개 병사에 불과했지만 예거파를 결성하면서 엘런 예거 또한 한 세력을 통솔하는 입장에 서게 됐다. 분대 지휘 경험이라도 있는 아르민 알레르토와는 다르게 정말 지휘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그저 시조의 거인의 힘이 가진 상징성을 등에 업고 세력을 모은 터라 한 세력의 지도자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휘하 인원들을 지휘해 성과를 내는 게 아니라 자신이 직접 전장에 뛰어들어가 결과를 내는 걸 선호하는 병사 시절의 습성[15]이 여전히 남아 있어 지휘관으로서는 낙제점[16]을 면치 못한다.
엘런 예거의 또 다른 문제점에는 그 근시안적인 시각이 있다. 월 마리아 최종 탈환 작전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엘런은 아르민 알레르토를 살리느냐 엘빈 스미스를 살리느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자 일말의 고민도 없이 자신의 벗인 아르민 알레르토를 살려야 한다며 유능한 지휘관[17]인 엘빈 스미스를 버려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고 이 주장이 상관인 리바이 아커만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자 무력충돌까지 불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실랑이 끝에 엘빈 스미스의 불행한 개인사를 잘 알고 있던 리바이에 의해 엘런이 원하던 대로 엘빈 스미스를 버리고 아르민 알레르토를 되살리는 결과로 이어졌지만 이는 엘빈 스미스라는 최고의 패를 잃어버린 병단 지휘부가 한없이 무능해지는 치명적인 사태로 귀결되고 말았다.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거인화 병사라는 입장상 엘런은 이에 초조함을 느끼다 프록 폴스타와 손을 잡고 예거파를 통한 쿠데타를 획책하기에 이른다. 즉, 전체적으로 자승자박이나 다름 없는 셈이다.
엘런마저도 당시 현장에서 '아르민 또한 엘빈 단장 못지 않게 중요한 인재다'라고 억지 주장[18][19]을 펼친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비록 동기들과 정을 떼기 위한 연극의 일환이긴 했지만 추후 아르민 알레르토의 면전에 대고 '예전의 넌 이런 물러터진 놈이 아니었다'라며 아르민을 살리고자 했던 자신의 선택이, 그리고 그 선택을 뒷받침하기 위해 펼친 자신의 주장이 틀렸음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입에 담았다. 정을 떼기 위한 발언이었다는 건 엘런 스스로 사적인 정을 배제했을 때 자기 자신이 입에 담아도 부자연스럽지 않은 말이면서 동시에 발언을 들은 아르민이 어느 정도 수긍할 수 밖에 없는 발언이라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결국 본인조차도 자기 자신이 사적인 정에 휘둘려 오판을 저질렀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엘런의 이처럼 정확한 상황 판단보다 사적인 감정을 우선시하는 의사결정 방식은 결국 엘런 자신의 목을 조르는 결과로 이어졌다. 자신이 시한부 인생인 걸 월 마리아 최종 탈환 작전이 종료된 뒤에야 아버지의 기억과 수기를 통해 알았다는 걸 감안[20]해도 이런 성향은 한 세력의 통솔자로서나 현장 지휘관으로서나 굉장히 불안정하다고 볼 수 있다. 엘빈이 제57회 벽외 조사에서 막대한 희생을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성형 거인의 포획에 실패한 뒤 벽 안으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친우의 시신을 수습할 수 있게 해달라는 휘하 병사들의 호소를 기각하고 신속한 퇴각을 우선 했다는 점과 당시 엘빈의 명령을 어기고 단독 행동을 벌인 병사들이 친우의 시신은 고사하고 자신들의 목숨, 그리고 기껏 수습한 시신들까지 버리게 되는 참담한 결과를 초래했음을 고려하면 감정을 앞세우는 엘런의 의사결정 방식은 사령관은 고사하고 분대장 역할조차 제대로 수행하기 힘들다. 실제로도 인생 최초의 실전이나 다름없는 트로스트 구 공방전에 투입되었을 당시 엘런은 자신이 실질적으로 분대장 역할을 맡고 지휘했던 훈련병단 34조 인원들을 자신과 아르민 알레르토를 제외[21]하고 모조리 무지성 거인들에 의해 도륙 당하는 처참한 지휘 실패[22]를 겪었다. 이후 엘런은 작품 종결 시까지 단 한 번도 전투 상황에서 부대를 지휘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예거파의 운용에 있어서도 이런 근시안적이고 사적인 감정을 객관적인 상황 판단보다 우선시하는 성향은 그대로 반영되어서 명색이 한 세력의 지도자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휘하 병사들과 지지자들의 미래보다 예거파와 대립하는 입장인 연합 소속 인원들의 안위와 미래를 더욱 신경 쓰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자신의 휘하 세력보다 그 적대 세력의 미래를 우선하며 행동한다는 점에서 프리츠 왕가와 상당히 유사하다고 볼 수 있으며, 자신의 공적인 입장과 그 입장에서 오는 의무보다 사적인 관계를 중시한다는 점에 있어선 지크 예거와 유사[23]하다. 자신의 욕심을 앞세우다가 휘하 인원들이 막대한 희생을 치르게 했다는 점에서는 키스 샤디스와도 비슷하다[24]. 프리츠 왕가가 작중 도트 픽시스의 입을 빌려서 '국민을 사육한 겁쟁이 왕'으로 평가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엘런 예거 또한 자신이 가진 상징성을 이용해 프록 폴스타를 비롯한 예거파 소속 인원들을 사육해서 자신의 친우들을 영웅으로 만들기 위한 장기말로 썼다고 볼 수 있다. 비록 사적인 꿈을 위해 공적인 입장을 이용하긴 했지만 공사 구분을 철저히 하며 대외적으로는 공인으로서 완벽한 처신[25]을 보여줬던 엘빈 스미스에 비하면 엘런 예거는 사적인 관계를 공적인 입장과 의무보다 우선하며 일을 처리하는 등 휘하 인원들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지도자로서는 상당히 부적합한 태도를 일관적으로 보여준다.
3.7.2. 프록 폴스타와의 비교
수장인 엘런 예거가 지휘에 전혀 관심이 없는 관계로 예거파의 실질적인 수장이 된 프록 폴스타는 월 마리아 최종 탈환 작전 당시 엘빈이 지휘한 돌격 작전의 유일한 생존자여서인지 유독 엘빈의 정신적 후계자라고 봐도 될 만큼 엘빈과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파라디 섬 항구 전투에서 겁에 질린 신병들을 상대로 작전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모습은 월 마리아 최종 탈환 작전 당시 엘빈의 연설과 구도나 상황, 논지 등이 놀랄만큼 똑같다. 이 외에도 월 마리아 최종 탈환 작전이 끝나고 엘빈 스미스가 아니라 아르민 알레르토를 살린 걸 두고 엘런 예거와 대립각을 세웠음에도 추후 그런 엘런을 수장으로 추대해 예거파를 결성한 것도 엘빈이 상황에 따라 자신의 가치관을 수정해 가며 유연하게 전략의 폭을 최대한 넓히려 들었던 행보와 겹친다. 자신이 적이라고 판단한 반마레파 의용병들이나 히즈루국의 관계자들을 상대로는 비정하기 짝이 없으면서도 아군이라고 판단한 장 키르슈타인에게는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도 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인지 판단이 끝나면 주저 없이 행동으로 옮기는 엘빈과 닮았다.차이가 있다면 역시 그 과격성. 엘빈은 조사병단에서 신병 시절부터 차근차근 경험치를 쌓아 성장한 베테랑인 반면 프록 폴스타는 마레 제국이라는 위협이 갑자기 등장함으로 인해 경험치를 쌓을 시간도 없이 바로 대응에 나서야 하는 입장이었음으로 엘빈 같이 노련하고 조용하게 일을 처리하는 수완이 전무하며 오히려 요란하리만큼 과격하게 일을 처리했다. 정변을 목적으로 삼는 이상 어느 정도의 요란함은 불가피한 일이긴 했지만 프록은 고작 군 교관에 불과한 키스 샤디스를 훈련생들에게 집단 폭행하게 하는 등 정치적 이득을 크게 기대할 수가 없는 상황에서마저도 과격성을 여실히 보여 결과적으로 이를 옆에서 본 장 키르슈타인이 배신을 결의할 이유를 제공했다.
3.8. 반마레파 의용군
3.8.1. 지크 예거와의 비교
히즈루국을 파라디 섬에 끌어들인 정치외교적 수완이나 옐레나를 비롯한 반마레파 의용병들을 몰래 세력화 해 수족으로 삼고 있었다는 점 등 정치와 외교에 있어선 엘빈 스미스에 버금 가거나 그 이상 가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허나 정작 전장에서의 판단력은 확실하게 엘빈에 미치지 못 한다. 아홉 거인 중 하나를 보유한 거인화 능력자라 대부분의 전투를 일방적인 학살로 끝냈다 보니 애시당초 전략에 의존할 일이 별로 없었어서 정치판에서의 지략과는 다르게 전쟁터에서는 별 다른 지략을 보여준 바가 없고 오히려 승리가 확실하다는 착각에 빠져 방심하다가 궁지에 몰리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26].엘빈 스미스와 마찬가지로 오랜 시간을 들여 자신의 목표를 위해 차근차근 일을 진행해 왔을 만큼 끈질긴 집념을 가지고 있지만 엘빈이 선공후사를 관철하는 접근법을 취했다면 지크는 선사후공(先私後公)을 고수하는 식으로 일을 진행했다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이 점에 있어선 엘빈보다 엘빈의 전임자였던 키스 샤디스와 유사한 편으로, 키스 샤디스가 선사후공을 앞세웠지만 재능 부족으로 인한 열등감에 잡아먹혀 무엇 하나 성과를 내지 못 하고 끝났다면 지크 예거는 마찬가지로 선사후공을 앞세움에도 아홉 거인의 능력, 프리츠 왕가의 혈통을 통해 얻은 능력, 본인의 지략과 수완 등 과다할만큼 필요한 능력이 전부 갖춰져 있어 오히려 우월감에 빠져 무난히 성과를 내다가도 자만심 때문에 크게 낭패를 보는 일이 반복되곤 한다. 이 때문에 키스 샤디스는 무능한 지크 예거, 지크 예거는 유능한 키스 샤디스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의사결정 방식이 유사하다.
또 다른 엘빈 스미스와의 공통점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상급자를 배신하는데에 주저가 없고 배신 행위를 저지를 때에도 감정에 휩쓸리는 일 없이 계획적으로 진행한다는 점이다. 엘빈 스미스는 자신의 소망을 이루는데에 방해가 되는 요소인 파라디 섬 왕정을 하급자임에도 불구하고 치밀한 계획을 통해 왕정의 정통성에 흠집을 내는 식으로 혁명을 주도했고 지크 예거는 에르디아 안락사 계획이라는 소망을 위해 마레군 몰래 반마레파 의용군을 조직하고 파라디 섬 측과 함께 레벨리오 전투를 계획해 마레 제국에게 궤멸적인 피해를 입혔다. 둘 다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미덕인 군인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소망을 위해 충성의 대상을 배신하고 치밀한 계획을 통해 궤멸적인 피해를 줬다는 점에서 둘의 행보는 완벽하게 일치한다.
3.8.2. 옐레나와의 비교
반마레파 의용군의 수장인 지크 예거가 직접 의용군을 지휘할 수 없는 입장인지라 프록 폴스타가 엘렌 예거를 대신해 예거파를 실질적으로 지휘했던 것처럼 옐레나 또한 반마레파 의용군을 실질적으로 지휘하던 통솔자였다. 하지만 파라디 섬의 체제를 뒤엎는 혁명을 일으키는 게 목적이라 백주대낮에도 과격한 행동을 일삼는 예거파의 지휘관이었던 프록 폴스타와는 달리 옐레나가 이끌던 반마레파 의용군의 목적은 파라디 섬과 마레 제국 양쪽을 모두 이용해 지크 예거의 '에르디아 안락사 계획'을 실현시키는 것이었기 때문에 옐레나는 주로 첩보와 암약을 일삼는 공작원이었다는 차이점이 있다. 따라서 옐레나의 작중 행적은 전부 자신의 정치력을 활용해 상황을 교란시키고 그 안에서 자신의 잇속을 챙기는 데에 집중되어 있다. 이 때문에 아군에게조차도 인간적인 애정과 신뢰를 전혀 받지 못한다.전시에 자신의 정치력을 활용해 활약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평시에 정치력을 발휘한 유능한 정치인이었던 빌리 타이버와는 능력 상 상당히 유사하다. 차이가 있다면 적어도 빌리 타이버는 자신이 통치하는 마레 제국의 미래를 위한다는 대의명분 아래에 활동했기 때문에 협력 대상이었던 테오 마가트나 자신의 가족인 타이버 가문 소속 인원들에게서 두터운 신뢰를 받는 인물이었던 반면에 옐레나는 자신이 이끄는 의용군 소속 인원들에게도 조직의 궁극적 목표인 '에르디아 안락사 계획'을 공유하지 않고 모든 일을 적이던 아군이던 전부 속이면서 진행했기에 그 누구에게도 신뢰 받지 못 한다. 빌리 타이버와 라라 타이버 남매가 공익을 위한다는 사명감에 일을 진행시켰던 반면 옐레나는 '특별한 인간이 되고 싶다'는 광신적인 집착과 사적인 야망만을 위해 일을 진행시켰기에 더더욱 주변 인물들 사이에서 고립될 수 밖에 없는 동기를 가졌다.
엘빈과는 활동 영역이 전장이냐 비전투 지역이냐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지만 목적을 위해서 아군마저 속인다는 점만큼은 엘빈과 옐레나 둘 다 마찬가지다. 궁극적으로 사적인 꿈을 위해 공적인 명분을 이용했다는 점도 두드러지는 공통점. 하지만 엘빈의 꿈은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에서 파생된데다가 파라디 섬 사람들의 미래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공익성이 높은 꿈이었던 반면 옐레나의 꿈은 그저 '역사 속에 특별한 사람으로서 기록 되고 싶다'는 공명심을 충족시키고 싶다는 철저하게 사익 밖에 없는 꿈이었다. 키스 샤디스가 무능함에도 불구하고 공명심에 미쳐 큰 실패를 겪은 군 지휘관이란 걸 고려하면 옐레나는 정치력 자체는 우수하나 공명심에 미쳐 주위에 큰 위협을 끼친 공작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꿈에 대해 품은 집착이 거의 종교적 신념 수준이라는 점에서는 프리츠 왕가와도 유사하다.
3.9. 마레
3.9.1. 빌리 타이버와의 비교
마레 제국의 실질적인 통치를 맡은 타이버 가문의 당주인 빌리 타이버는 비록 엘빈처럼 전장을 누빈 경험은 없을지 언정 전쟁을 결코 가볍게 보지 않고 자신 또한 언제든지 죽을 수 있고 또 때에 따라선 죽어야 책임을 다할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엘빈과 마찬가지로 훌륭한 선공후사 정신을 갖춘 지도자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전쟁 경험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학습과 간접 경험만을 통해 통치자로서 죽음을 각오해야할 순간이 올 것이라는 걸 순순히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가치 판단의 대담함만큼은 엘빈 스미스를 능가할 지도 모르는 인물이다. 또한 전쟁 경험이 없는 민간인 신분의 통치자이기 때문에 평시에 행해지는 정치와 외교에 있어선 확실한 수완을 갖추고 있어 스스로를 '극작가'라 평가하기도 하는데 엘빈이 엘런 예거를 조사병단에 입단시키는 과정에서 헌병단과 월 교, 그리고 시민 관계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작은 연극을 기획하긴 했어도 빌리 타이버 정도의 규모로 거대한 연출을 지휘한 적은 없기에 평시의 지도력에 있어선 확실하게 작중에서 엘빈을 능가한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허나 이런 유능한 정치인인 빌리 타이버에게 문제점이 있다면 바로 가치 판단의 유연성이 결여 되어 있다는 점이다. 태생부터 마레 제국의 중추인 타이버 가문에서 에르디아인임에도 불구하고 특별 대우를 받아가며 통치자로서의 책임을 감당하도록 교육을 받아온 탓인지 통치자로서의 책임에 과도하게 경도되어 있어 파라디 섬의 실상을 눈으로 확인해 보지도 않고 마레 제국의 역사관과 가치관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이를 적극적으로 준수하려는 경향이 있다. 파라디 섬 외부 사람들이 대체로 이런 경향이 있긴 하지만 빌리 타이버는 그런 외부 문명 중 최대 세력인 마레 제국의 통치자다 보니 그 정도가 유독 심해서 이러한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자기 자신이나 남을 희생 시키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빌리 타이버의 이런 지나치리만치 보수적인 가치관은 마레인 장교인 테오 마가트조차도 놀랐을 정도. 엘빈이 자신이 나고 자란 파라디 섬의 왕정을 자주적으로 재평가한 걸 생각하면 빌리 타이버는 자주성에 있어서 엘빈에 비해 크게 뒤쳐진다. 전통적인 가치관을 관철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마저 걸 정도라는 점에서 프리츠 왕가를 연상시킬 정도인데 프리츠 왕가는 거인의 힘을 통해 맺어진 부전의 맹세라는 초자연적 제약이 있었다는 걸 고려하면 빌리 타이버의 보수적인 가치관과 신념은 가히 규격 외라고 볼 수 있다. 빌리 타이버 또한 이러한 보수적인 가치관이 악마화 하는 에르디아인이라는 걸 고려하면 가히 광기의 영역에 들어갔다고도 평가할 수 있다.
3.10. 마레 육군 전사대
3.10.1. 테오 마가트와의 비교
무능하고 부패한 상급자들을 두고 있었다[27]는 점에서 엘빈 스미스와 테오 마가트는 공통된 입장을 가지고 있다. 또한 둘 다 그 무능하고 부패한 상급자들을 몰아낼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겨 실권을 차지했다는 점 또한 똑같다. 이 같은 행보에서 차이점이 있다면 엘빈 스미스는 자신처럼 왕정을 모시는 입장인 도트 픽시스와 다리스 작클레의 협력을 받아 방벽 왕정 쿠데타를 진행해 파라디 섬의 체제 자체를 전제군주제에서 입헌군주제로 바꾸고 실권을 병단이 장악했으나 테오 마가트는 마레 제국의 실질적 통치자인 빌리 타이버에게 직접 협력을 받아 마레군 내부의 무능한 인사들을 치워버려 조직의 체질만 개선시켰을 뿐 체제 자체를 바꾼 건 아니라는 점이다. 엘빈 스미스가 혁명을 주도했다면 테오 마가트는 개혁을 주도한 셈. 엘빈 스미스가 자신의 소망을 위해 공적인 명분을 이용하는 야심가라면 테오 마가트는 자신이 속한 사회의 안녕에 충성하는 걸 삶의 보람으로 삼는 군인이라고 볼 수 있다.용인술에 있어서도 둘은 출신 성분에 얽매이지 않고 인재를 등용하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다만 엘빈이 무법자 출신이나 정체불명의 기행종 거인 등 인재 개개인의 특성 상에 있는 불안 요소들을 감수하는 수준이었다면 테오 마가트의 경우엔 아예 모국이 민족 자체를 불가촉천민 취급하는 에르디아인들마저도 자신의 권한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품어줬다는 점에서 인재 등용에 따르는 리스크가 훨씬 컸고 등용을 하더라도 국가 전체가 멸시하는 에르디아인 인재들의 신분과 권한을 보장하는데에 한계가 명확했다는 차이점이 있다. 인사 정책의 기조는 같더라도 그걸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테오 마가트는 리스크는 리스크대로 더 컸고, 이룰 수 있는 효과는 효과대로 더 적었기에 엘빈 스미스에 비해 테오 마가트는 이런 인사 정책의 덕을 거의 보지 못 하였다.
3.10.2. 라이너 브라운과의 비교
파라디 섬에 잠입한 마레 육군 전사대 소속 인원들 중 리더 격이었던 마르셀 갤리어드가 예기치 못 한 사고로 비명횡사 해버리자 그를 대신해 애니 레온하트와 베르톨트 후버를 이끌고 작전을 속행하며 분대장의 역할을 수행한 라이너 브라운은 엘빈 스미스와 마찬가지로 선공후사를 관철하는 자세를 보이긴 했으나 엘빈 스미스가 개인적인 소망을 품고 계획적으로 공적인 명분을 이용했다면 라이너 브라운은 이미 임무를 맡은 시점에 사적인 소망을 전부 상실해 정신적으로 붕괴되고 있었다는 차이점이 있다. 즉, 엘빈 스미스가 월 마리아 최종 탈환 작전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벌인 자살 돌격 때처럼 개인적인 희망을 전부 상실해 버린 채 공무에만 연 단위의 시간을 그것도 적지에서 보냈다는 이야기다.이것만으로도 정신적인 붕괴가 와도 이상하지 않지만 엘빈 스미스가 파라디 섬 인류의 번영이라는 명예로운 공적 명분을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버린 반면 라이너 브라운은 사적인 모든 걸 잃어가면서 매달린 공무조차도 '마레 제국의 충실한 하수인'이라는 불명예스런 직분이었던 걸 고려하면 공적으로도 사적으로도 라이너 브라운 쪽의 상황이 더욱 처참했다. 설상가상으로 재능조차도 평범해 엘빈 스미스 같은 지략이나 수완, 정치 감각도 없이 그저 근성으로 버티거나 마레 제국 측에게 광신적인 충성심을 어필하는 것으로 밖에 활로를 찾을 수 없었기에 더더욱 암울하다[28]. 실질적으로 파멸 뿐인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게 확정된 상태에서, 그리고 그걸 본인도 알고 있는 상태에서 그저 하염없이 뛰는 것 밖에 선택지가 없던 셈이다. 이 때문에 라이너 브라운은 오랫동안 지속된 잠입 생활 중에 결국 정신 분열증까지 겪게 된다.
라이너 브라운이 이처럼 사적으로 비참한 생활을 보내게 된 건 전적으로 부모의 영향이 컸다. 라이너 브라운의 어머니 카리나 브라운은 라이너에게 '네가 전사대가 되면 아버지도 다시 돌아오실 거야'라고 거짓 희망을 주며 아들을 자기 자신의 망상에 가까운 희망사항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삼았으며 이 같은 거짓말은 추후 라이너가 실제로 아버지를 만나게 되면서 그 실체가 드러났다. 가뜩이나 부족한 재능에도 불구하고 억지나 다름 없이 마레 육군 전사대에 들어간 라이너는 대원들 사이에서, 특히 포르코 갤리어드에게 대놓고 '너 따위 무능한 놈이 나랑 동급일 리가 없잖아'라며 괄시 받는 생활을 보내고 있었는데, 그 모든 걸 견뎌가며 도달하고자 했던 희망찬 미래가 어머니의 거짓말에 불과했다는 걸 안 라이너는 이 순간부터 눈에 띄게 혼란 증세를 보였고 그 때부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임무에 매달리게 되었다.
엘빈 스미스가 교사였던 아버지에게 사려 깊은 지도를 받으며 성장했기에 자신의 실수로 아버지가 죽은 사건에 대해 깊은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나 이에 기인해 품게 된 개인적인 소망조차 아버지의 가설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것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엘빈은 아버지로부터 부자 간의 정 뿐만 아니라 인생의 목적과 이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비판적 사고까지 굉장히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라이너는 어머니로부터는 기만 당했고 아버지로부터는 존재 자체를 부정 당한 입장이다. 이 때문에 엘빈은 적어도 자기 스스로 사적인 생활을 포기할지 말지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었고 또 그걸 스스로 고민해 볼 수 있을 만큼 정신적인 여유도 있었지만 라이너 브라운의 경우엔 그런 선택권도 여유도 전부 없었다. 이 점에서 라이너 브라운은 '엘빈 스미스가 아버지의 가설이 사실이라는 걸 확인한 후에 혹여 공무를 계속 수행해갈 원동력을 잃게 된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팬들의 의문에 대한 답이라고 볼 수 있으며[29] 리바이가 엘빈을 되살리기를 포기함으로써 막고자 했던 엘빈에게 찾아올지 모르는 최악의 불행을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1] 이 같은 광기는 왕족이라는 신분과 어쨌든 에르디아을 제외한 모든 타 민족들에게 평화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작중 연출 상 그 자체로는 숭고하게 묘사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히스토리아 레이스와 그리샤 예거의 회상에서만은 그들이 직접 겪은 프리다 레이스의 모습을 통해 그 광기가 생생하게 묘사되는데 히스토리아가 목장 울타리 밖으로 나가는 것에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며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하며 그리샤가 죽어가는 백성들을 구해달라 애원함에도 우리 모두에게는 죄가 있으므로 심판을 달게 받아야 한다며 무대응을 관철하는 모습까지 그야말로 파라디 섬 왕정의 체제 자체가 의인화 된 것 같은 광기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2] 이 때문에 작품 외적으로 해당 장면에서 베테랑 병사들이 연합 결성에 동참한 게 작위적이라며 개연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엘빈이나 프록 폴스타가 지휘했던 작전들은 이런 개연성 논란이 생기지 않았던 걸 고려하면 한지 조에가 얼마나 지휘관으로서의 역량이 부족한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3] 장 키르슈타인은 의문을 제기하긴 했지만 이미 그 전부터 '땅울림 같은 학살을 두고 보고만 있으면 재가 된 뼛조각들이 자신을 용서하지 않을 거다'라며 강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 외의 인원들도 사적으로 돈독한 관계를 쌓아왔던 엘렌 예거의 변모가 자신들을 살리기 위해서라는 것 때문에 강한 부채 의식을 품고 있었고 미카사 아커만을 중심으로 엘렌을 저지하러 가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연합에 참가했다.[4] 뛰어난 책사가 한순간에 바보가 될 만큼 거인 승계의 영향력이 강하다면 정도의 차이는 있더라도 인격과 지능의 변화가 아홉 거인의 계승자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하지만 아르민 알레르토를 제외한 다른 계승자들은 거인을 잇기 전이던 후던 자기 정체성이나 판단력에 이런 극단적인 변화가 일어났다는 묘사가 전무하다. 따라서 아르민 알레르토의 판단력에 문제가 생긴 건 거인 승계로 인한 인격의 변화 때문이라기 보단 의사결정 환경의 변화 때문으로 보는 게 더 타당하다.[예] 여성형 거인을 찾아낼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엘빈 스미스의 함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6] 엘빈에 의해 수색대에 대한 지휘권을 위임 받았을 때에도 부담을 느껴 굉장히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7] 단, 작중 인물들 중 리바이를 제한 나머지 인원들은 아무도 엘빈이 개인적인 소망을 위해 조사병단을 이끌어 왔다는 걸 몰랐기에 평가에 오류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한계점이 있다. 이들은 '개인적인 소망을 이루기 위해 공적인 대의를 이용해온' 엘빈의 실체를 모르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공적인 대의를 위해 헌신해온' 엘빈의 대외적인 평판과 상징성을 기준으로 밖에 평가를 내릴 수가 없어 평가 상의 오류를 피할 길이 없다.[8] 이 예배 모임이 월 교의 교리를 숭상하는 모임인지 아니면 프리츠 왕가만의 또 다른 비밀 종교를 숭상하는 모임인지는 확인된 바가 없다. 예배 형식이나 목회자들의 복식을 보면 월 교의 예배 방식과는 확연히 구분되기 때문에 별개의 종교로 보이지만 마냥 무관한 종교라고 보기에는 월 교와 프리츠 왕가의 연결고리가 상당히 두터웠기 때문.[9] 이 예배 모임은 당연하지만 프리츠 왕가 소속 왕족들과 레이스 왕가가 진짜 왕가라는 걸 알고 있는 핵심 관계자들만이 참석할 자격을 갖고 있다. 즉, 병사 신분일 뿐인 제르 사네스가 파라디 섬 왕정의 최상위 의사 결정 기관 소속 대신들 정도는 되어야 참석할 수 있을 예배 모임에 참석했다는 뜻이다.[10] 중앙헌병단으로서의 권위와 프리츠 왕가의 비호가 없다면 까놓고 말해 제르 사네스는 병사 경력이 짧지만 분대장으로서의 재능을 보여준 아르민 알레르토보다도 통솔력이 없다. 이안 디트리히나 리코 브레첸스카처럼 경력이 좀 있을 뿐 딱히 두드러지는 재능을 갖추고 있지 않은 일반 병사들보다도 뒤떨어진다.[11] 로드 레이스를 통해 엘렌 예거에게 시조 거인이 있다는 걸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왜 엘렌 예거가 시조 거인의 힘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가'에 대해 좀만 생각해 보면 충분히 추측해 볼 수 있는 사실이었다. 최소한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걸 인지하고 로드 레이스에게 임무 상 알아야겠다는 핑계로 질의를 해 볼 수 있었으나 케니는 이런 핵심적인 사실을 확인해 보긴 커녕 가능성조차 생각하지 못 했다.[12] 케니는 헌병 100명을 도륙낸 연쇄 살인마 경력, 엘빈은 본의 아니게 중앙헌병단에게 아버지를 밀고해 버린 사건.[13] 정체불명의 거인화 능력 보유자인 엘런 예거를 작전에 바로 투입하거나 탈영병들에게 죄를 묻지 않겠다고 선언해 역으로 탈영을 막은 행보는 엘빈 스미스의 유연한 가치 판단 능력을 연상 시키는 행보이기도 하다.[14] 외부 세계와 교류를 해본 경험이 없어 '국가'라는 개념에 대해서조차 이해를 못 해 혼란이 온 파라디 섬 측 외교 담당자들이 제대로 된 지식 없이 어설픈 추측으로 방침과 대응을 놓고 중구난방하는 와중에 혼자 '우리가 외교 무대에선 갓난아기나 다를 바 없다는 걸 인정하고 상황 파악을 우선해야 한다'는 방침을 세워 의견을 통일 시킨다.[15] 예거파 인원 중 오직 프록 폴스타하고만 소통을 한다던지 상황을 분석하고 지시를 내리는 게 아니라 자신이 수집한 땅울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거나 작전의 최중요 인물을 수색하도록 지시한다던지 하는 모습은 지휘관이 아니라 정찰병 내지는 돌격대장을 연상시킨다.[16] 이 때문에 예거파의 실질적인 지휘관 역할은 조직 내 2인자 위치에 있는 프록 폴스타가 전담한다.[17] 엘런 예거는 조사병단 생활을 하면서 내내 엘빈 스미스의 수완에 직접적으로 은혜를 입은 수혜자였기에 엘빈 스미스의 유능함을 모를 수가 없는 입장이었다. 당장 트로스트 구 공방전 종료 후 벌어진 재판에서 만약 엘빈 스미스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제57회 벽외 조사가 실패로 끝난 뒤 엘빈 스미스가 스토헤스 구 공방전을 기획해 주지 않았다면, 엘런 예거는 꼼짝 없이 헌병단에 신병이 인도 되어 해부 당하거나 벽 안에서 도망자 생활을 해야 했다.[18] 냉정하게 말해서 월 마리아 최종 탈환 작전 시점의 아르민 알레르토는 병단에게 있어 '유용한 인재'라고 평가할 수는 있어도 '불가결한 인재'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엘빈 스미스는 커녕 도트 픽시스랑도 견주기가 민망한 수준이며 작중 아르민이 확실히 인재로서의 가치가 더 높다고 볼 수 있을만한 병단 소속 인원은 이안 디트리히나 리코 브레첸스카 같이 현장에서 뛰는 일반 병사들 정도다. 그만큼 당시 아르민은 '현장 인력'으로서의 가치에 있어선 충분히 우수했지만 '통솔자', '지휘관'으로서의 가치는 미지수, 혹은 수준 이하였다.[19] 또한 엘런이 아르민을 살려야하는 이유를 뒷받침한 근거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엘빈의 철저한 밑작업과 작전이 없었다면 실행되지 못했거나 실행됐다 하더라도 성공하지 못했을 작전이었다. 아르민이 애니의 정체를 밝혀낼 수 있었던 이유가 대표적인 예시. 게다가 아르민이 주장한 야간이동은 20년가까이 거인과 싸워오면서 온갖 산전수전은 다 겪어봤을 엘빈 입장에서는 작전 축에도 끼지못하는 기본 상식이었다.[20] 지휘부의 유무능에 따라서 행보가 결정되는 병사 신분의 인원이 자신이 시한부 인생이라는 걸 알았을 때와 몰랐을 때 지휘부를 대하는 태도는 필연적으로 달라질 수 밖에 없다.[21] 심지어 당시 이 둘이 생존한 건 순수하게 엘런 예거의 거인화 능력 덕분이다. 엘런의 거인화 능력이 없었다면 엘런 예거는 아르민을 구하려다 거인에게 먹혀 사망했을 것이고, 아르민 알레르토는 전장 한복판에서 기절해 있는 사이에 거인에게 잡아먹혔을 것이다. 즉, 거인화 능력이라는 변수가 없었다면 사실상 부대가 전멸 당했던 셈이다.[22] 용맹만을 앞세운 무모한 지휘로 휘하 병력을 개죽음으로 만들었다는 점에 있어서 키스 샤디스의 조사병단 시절과 똑같은 패턴을 보인다.[23] 지크 예거는 월 마리아 최종 탈환 작전 당시 명백히 적대하는 입장인데도 불구하고 이복 형제인 엘런 예거를 보고는 뜬금 없이 형제의 정을 풍기는 따뜻한 말들을 엘런에게 건네면서 정작 엘런에게 붙잡힌 아군에게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24] 단, 키스 샤디스는 무능하긴 했어도 최소한 자신의 지시를 따르는 인원들의 미래를 그 무엇보다 우선하는 등 지위에서 오는 책임을 방기하는 인물은 아니었다.[25] 엘빈 스미스의 경우엔 엘런 예거와는 달리 오히려 공적인 의무를 위해 사적인 관계를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을 신뢰하는 조사병단 인원들을 매번 공무를 위해 희생 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스토헤스 구 공방전 때에는 여성형 거인의 포획을 위해 오랜 지인인 나일 도크와의 대립을 마다하지 않는 등 친우들과의 사적인 관계를 위해 공적인 의무를 등한시한 엘런 예거와는 대조적인 행보를 띄고 있다.[26] 월 마리아 최종 탈환 작전에선 피크 핑거가 구조해주지 않았으면 그대로 엘빈 스미스와 리바이에 의해 죽을 뻔했으며, 슬라바 요새 공성전에선 중동 연합 측의 신형 함포에 노출되어 갑옷 거인이 대신 맞아주지 않았다면 죽을 상황에 처했었고, 파라디 섬의 거대 수림에선 리바이를 제압했다는 착각에 빠졌다가 근거리에서 다수의 뇌창이 일으킨 폭발에 휘말려 거인화 능력의 재생력이 아니었다면 비명횡사할 뻔했다.[27] 엘빈 스미스를 파라디 섬 왕정을, 테오 마가트는 마레 군부를 따르는 입장이었다.[28] 재능 부족 문제와 근성을 앞세운 지휘, 그리고 그 결과 처참한 실패를 연달아 겪어 정신적으로 무너져 갔다는 점에서 능력 상으로는 키스 샤디스와 유사한 입장에 있다.[29] 실제로 엘빈 스미스는 자살 충동을 느끼는 모습을 종종 보이는 정도였지만 라이너 브라운은 아예 총구를 입에 물고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까지 가거나 침략자에게 차라리 죽여달라며 눈물로 애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