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5-11-04 16:08:54

스큐어모피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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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safari_icon_skeu.png
2003년 Apple에서 공개한 웹 브라우저 Safari의 디자인(좌).
스큐어모피즘 디자인을 채용한 아이콘으로,
2014년 변경된 미니멀리즘 기반 플랫 디자인 아이콘(우)과의 차이가 극명하다.
1. 개요2. 역사
2.1. 등장과 발전2.2. 디지털 산업의 채용과 쇠퇴
3. 관련 문서

1. 개요

스큐어모피즘(Skeuomorphism)은 실감나는 시각적 효과를 중시하여 대상의 외양이나 질감을 보이는 그대로 구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디자인 기법이다. 어휘를 분석하면 '도구(skeuo-)'의 '형태(morphe)'로, '실제 도구의 형태를 그대로 따라가는 그림'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현대미술산업 디자인 분야에서 3차원적이고 사실적으로 물체를 묘사할 때 자주 사용한다.

나무 느낌을 내는 벽지, 거친 메탈 느낌을 내는 플라스틱 케이스, 금방이라도 튀어나와 만져질 듯한 소프트웨어 UI 등이 스큐어모피즘에 해당한다. 미니멀리즘 디자인의 대척점에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정확히 말하면 조금 방향이 다르다. 디자인의 깔끔함을 저해하는 복잡한 장치는 과감히 생략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미니멀리즘과 비슷한 가치를 추구하기도 한다. 현대적 세련미를 위해 때로는 구도를 왜곡하거나 광원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물체의 완전한 모사를 목적으로 하는 극사실주의와는 구별된다.

2. 역사

2.1. 등장과 발전

스큐어모프의 기본 철학은 '사물이 가진 본래의 기능을 잃었더라도, 친숙함과 생동감을 위해 그 형태를 닮게 유지하는 무언가'를 표방한다. 이러한 경향은 19세기 말 실험적으로 시도된 뒤 20세기 들어 미술과 디자인 업계에서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스큐어모피즘이 확산된 가장 큰 원인은 소비자의 이해도와 수용성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여전히 과거의 무겁고 투박한 도구에 익숙했으며, 공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상품 앞에서 선택에 혼란과 피로를 느끼곤 했다. 따라서 제품 디자인에 직관적인 단서를 부여하여, 한눈에 그것이 어떤 용기인지,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 도구인지 알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스큐어모피즘은 산업 디자인에서 시각적 연속성을 중시한 아이코닉 디자인(iconic design)의 발전과도 궤를 같이 한다.
파일:메이플 시럽 사진-그림.png
잡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손잡이가 달린 메이플 시럽 병과 이를 간략화한 그림.
과거 메이플 시럽이 손잡이가 달린 큰 자작나무 배럴에 담겨 있었을 때의 흔적으로, 병에 담겨 소분한 상품이 생산된 뒤부터는 소비자에게 메이플 시럽 용기의 특징을 인식시키기 위한 장식으로 남았다.

스큐어모피즘 확산의 또 다른 동인은 플라스틱과 같이 값싼 대체 소재가 널리 보급된 것에 있다. 표면을 잘 가공한 셀룰로이드베이클라이트는 상아나 호박, 옥 등 고가의 소재가 가지는 질감과 형태를 모방할 수 있었고, 아크릴은 높은 투명성으로 기존의 유리를 대체할 수 있었다. 신소재의 개발 덕분에 고급져 보이는 디자인의 물건들을 낮은 비용으로 빠르게,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되었고, 수선 및 유지 관리 비용도 크게 절감되었다. 이것이 스큐어모피즘 디자인의 확산에 불을 붙였다. 오늘날에는 존재하지 않는 나사머리나 리벳 등의 형태를 의도적으로 만들거나 크롬 및 알루미늄 도금을 통해 금속 느낌을 내는 것이 그 예이다.
파일:스큐어모피즘 디자인 베이클라이트 비닐.png 파일:스큐어모피즘 디자인 플라스틱 촛불 전구.png
베이클라이트로 만들어진 1930년대의 다이얼 전화기와 나무 마루 느낌을 내는 비닐 시트(좌)
양초 대신 촛불 모양의 플라스틱 전구를 사용하는 스웨덴의 한 교회 벽면 전등(우)

스큐어모피즘은 20세기 말 디지털 산업의 발전과 함께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개인용 컴퓨터가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을 과거에는 '디지털'이나 '가상'이라는 개념이 이용자에게 잘 와닿지 않았던 시대였기에 컴퓨터 속의 어떤 기능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효과적으로 전달할 필요가 있었고, 현실의 사물을 바탕으로 가능한 자세하게 묘사된 도구를 그려넣어 사용자에게 기능을 조금이라도 더 직관적으로 이해시키려는 시도가 계속되었다.

이러한 디자인의 사용자 경험은, 2000년대 중반 본격적인 HD 시대가 개막함에 힘입어 마치 실제 사물을 보는 듯한 고퀄리티 UI 디자인으로 크게 발전하게 되었다. 대표적으로 2005년 Xbox 360의 초기 대시보드, 2007년 Windows VistaWindows Aero 테마와 iPhoneiPhone OS 초기 버전이 디자인을 유행시킨 결정적인 계기로 꼽을 수 있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OS의 UI 디자인에서 비롯되었다. 특히 유광 재질이랑 절단된 금속 재질 같은 스타일이 엄청 유행했었다.

2.2. 디지털 산업의 채용과 쇠퇴

파일:윈도우 스크롤바.png
1997년-2000년대 운영체제들의 스크롤바는 칼집 무늬를 넣는 등 '가상의 커서로 잡고 끌어 스크롤할 수 있음'을 감각적이고 직관적으로 이해시키도록 발전하였으나,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UI와 스크롤바에 익숙해진 2010년대 이후에는 더 이상 기능을 직관적으로 이해시킬 필요성이 떨어졌고, 대신에 시선을 지나치게 끌지 않도록 색이 옅어졌다.

2000년대까지 스큐어모피즘의 유행은 절정에 달했으나, 2010년대 중반부터 스마트 기기의 보급이 가속화되면서 UI로부터 과도하게 복잡해진 디자인적 요소를 제거하려는 기류가 발생했다. 이에 플랫 디자인과 머티리얼 디자인을 비롯한 미니멀리즘 디자인이 유행하게 되었고, 스큐어모피즘을 대체하게 되었다.

등장 초기에는 유치원생이 그림판으로 그려도 똑같이 따라할 법한 엉성한 디자인이라는 불평도 일부 있었지만, 곧 사람들이 플랫, 머터리얼 디자인에 완전히 적응해 버리면서 오히려 스큐어모픽 디자인을 부담스럽게 느끼기 시작했다. 여러 도구의 프레임이나 케이스는 도금이나[1] 메탈 느낌이 나는 플라스틱에서 알루미늄 등의 진짜 메탈을 소재로 사용하는 쪽으로 변화했으며, #[2] 디지털 기기의 소프트웨어 아이콘 역시 대상을 사실적인 모사한 아이콘에서 명암을 최소화한 심플하고 직관적인 아이콘으로 바뀌었다. 이후 몇 년이 흐르자 소비자들은 예전의 디자인이 무겁고, 복잡하고, 촌스럽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2000년대 중반의 부흥과, 2010년대 중반의 쇠퇴 모두 컴퓨터스마트폰운영체제와 관계가 있다. 여기에는 특히 2012년 마이크로소프트Windows 8에서, Apple이 2013년 iOS 7과 2014년 OS X Yosemite에서, 2014년 구글안드로이드 롤리팝에서 새로운 디자인을 채택한 것이 지배적인 영향을 미쳤는데, 휴대용 스마트 기기를 염두에 둔 유명 운영체제들의 디자인이 변경되면서 매일같이 이와 상호작용하는 소비자들의 미적 감각까지 뒤바꿔 버린 것이다.

명암으로 인한 무게감과 별개로, 리소스를 더 소모한다는 점도 퇴출의 이유가 되었다. 정확히는 질감이나 광원 등이 추가되는 과정에서 미니멀리즘 디자인에 비해 복잡한 비트맵 이미지가 쓰이는데, 그래서 용량이 더 크다 보니 저장 공간과 램을 더 많이 요구한다. 이는 후술할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로 갈수록 더욱 심해지며, 2010년대 초반 ~ 중반에 메이저급 OS에서 퇴출된 이유도 결국은 이것 때문이었다.

이외에도 당시에 일반 소비자 시장에 출시되기 시작한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에서는 한 화면에 복잡한 것들을 더 많이 표현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아주 가는 선들도 깔끔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한 쓸데없는 정보량을 줄이면서도 사용자들이 오래 쳐다봐도 쉽게 지겨워지지 않는 화면 디자인을 필요로 하는 운영체제 개발 목적에 잘 들어맞았다. 디스플레이의 발색도 전과 비교할 수 없이 향상되어 구체적 형태를 취하지 않는 단면으로도 수준 높은 미적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 미니멀리즘 디자인의 유행을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스마트폰 사용 인구가 디지털 도구에 익숙해진 것도 스큐어모피즘 쇠퇴의 한 가지 이유로 꼽힌다. 이를테면 노트 앱이 종이 노트의 대용품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특정 기능이 화면 안에서 실제 종이 노트의 어떤 기능을 대체한다는 정보를 굳이 줄 이유가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히려 지식 활용을 디지털 도구로 시작한 세대에게는 메모를 종이 노트에 하는 것이 더 낯설 수가 있는 것이다. 이런 시대적 변화 속에서 연락처 앱이 전화번호부를, 전화 앱이 유선전화기를 은유한다는 정보는 필수가 아니다. 인터페이스에서 '저장' 아이콘을 플로피 디스크로 표현하면 젊은 세대는 이를 저장 자체를 추상화한 형상으로 여기지 플로피 디스크의 본래 용도를 떠올리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2024년 들어서는 프루티거 에어로와 같은 유행이 다시 떠오르기도 했다. 한편 Apple은 2025년에 다시 Aqua의 물방울 형태와 유리 질감을 강조한 글래스모피즘 디자인 UI인 Liquid Glass를 채용했다. 그러나 Liquid Glass의 경우 창과 테두리만 유리나 액체처럼 사실적으로 보일 뿐, 실제 기능을 나타내는 인포그래픽은 여전히 미니멀한 디자인이 많아, 엄밀히 과거의 스큐어모피즘 디자인과는 정의나 방향성이 다르며, 실질적으로 시인성과 접근성 면에서 개선의 필요성이 많이 보여 안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비디오 게임 분야에서는 아직도 스큐어모피즘 UI가 많이 쓰인다. 스큐어모피즘을 넘어서 다이어제틱 UI라는 개념도 있는데 스큐어모픽 UI가 대상을 모방하는 것이라면 다이어제틱 UI는 대상 자체를 그래픽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입력장치를 쓸 수 없는 VR 게임에서도 많이 쓰인다.

3. 관련 문서


[1] 흔히 크롬 도금이라 불리지만 도금한게 크롬이 아닌 경우도 포함.[2] 당시 삼성전자갤럭시 시리즈는 한없이 돌이나 가죽, 금속 등의 질감에 가까운 고퀄리티의 플라스틱 프레임을 선보이며 플라스틱 장인이라는 업적을 쌓고 있었다.[3] 스큐어모피즘의 요소를 일부 차용한 Aesthetic(인터넷 문화)이다. 유광 재질이나, 푸른 색이 특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