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bgcolor=black><colcolor=white> 서양 미술사의 시대 · 사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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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Apple에서 공개한 웹 브라우저 Safari의 디자인(좌). 스큐어모피즘 디자인을 채용한 아이콘으로, 2014년 변경된 미니멀리즘 기반 플랫 디자인 아이콘(우)과의 차이가 극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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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스큐어모피즘(Skeuomorphism)은 실감나는 시각적 효과를 중시하여 대상의 질감을 보이는 그대로 구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디자인 기법이다. 어휘를 분석하면 '도구(skeuo-)'의 '형태(morphe)'로, '실제 도구의 형태를 그대로 따라가는 그림'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현대미술 및 산업 디자인 분야에서 3차원적이고 사실적으로 물체를 묘사할 때 자주 사용한다.나무 느낌을 내는 벽지, 거친 메탈 느낌을 내는 플라스틱 케이스, 금방이라도 튀어나와 만져질 듯한 소프트웨어 UI 등이 스큐어모피즘에 해당한다. 미니멀리즘 디자인의 대척점에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정확히 말하면 조금 방향이 다르다. 디자인의 깔끔함을 저해하는 복잡한 장치는 과감히 생략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미니멀리즘과 비슷한 가치를 추구하기도 한다. 현대적 세련미를 위해 때로는 구도를 왜곡하거나 광원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물체의 완전한 모사를 목적으로 하는 극사실주의와는 구별된다.
2. 확산
이러한 사조는 19세기 말 실험적으로 시도되어 20세기에 이르러 미술과 디자인 업계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스큐어모피즘의 가장 큰 확산 동기는 소비자의 이해도였다. 다품종 소량 생산 시대가 개막한 뒤 억수처럼 쏟아지는 상품들 속에서, 어떤 디자인을 보고 그 물체가 무슨 종류의 용기인지, 또는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 도구인지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잡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손잡이가 달린 메이플 시럽 병과 이를 간략화한 그림. 과거 메이플 시럽이 손잡이가 달린 큰 자작나무 배럴에 담겨 있었을 때의 흔적으로, 병에 담겨 소분한 상품이 생산된 뒤부터는 소비자에게 메이플 시럽 용기의 특징을 인식시키기 위한 장식으로 남았다. |
스큐어모피즘은 20세기 말 디지털 산업의 발전과 함께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개인용 컴퓨터가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을 과거에는 '디지털'이나 '가상'이라는 개념이 이용자에게 잘 와닿지 않았던 시대였기에 컴퓨터 속의 어떤 기능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효과적으로 전달할 필요가 있었고, 현실의 사물을 바탕으로 가능한 자세하게 묘사된 도구를 그려넣어 사용자에게 기능을 조금이라도 더 직관적으로 이해시키려는 시도가 계속되었다.
이러한 디자인의 사용자 경험은, 2000년대 중반 본격적인 HD 시대가 개막함에 힘입어 마치 실제 사물을 보는 듯한 고퀄리티 UI 디자인으로 크게 발전하게 되었다. 대표적으로 2005년 Xbox 360의 초기 대시보드, 2006년 Windows Vista의 Windows Aero 테마, 2007년 iPhone의 iPhone OS 초기 버전이 디자인을 유행시킨 결정적인 계기로 꼽을 수 있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OS의 UI 디자인에서 비롯되었다는 점. 특히 유광 재질이랑 절단된 금속 재질 같은 스타일이 엄청 유행했었다.
3. 쇠퇴
2000년대까지 스큐어모피즘의 유행은 절정에 달했으나, 2010년대 중반부터 스마트 기기의 보급이 가속화되면서 UI로부터 과도하게 복잡해진 디자인적 요소를 제거하려는 기류가 발생했다. 이에 플랫 디자인과 머티리얼 디자인을 비롯한 미니멀리즘 디자인이 유행하게 되었고, 스큐어모피즘을 대체하게 되었다.등장 초기에는 유치원생이 그림판으로 그려도 똑같이 따라할 법한 엉성한 디자인이라는 불평도 일부 있었지만, 곧 사람들이 플랫, 머터리얼 디자인에 완전히 적응해 버리면서 오히려 스큐어모픽 디자인을 부담스럽게 느끼기 시작했다. 여러 도구의 프레임이나 케이스는 도금이나[1] 메탈 느낌이 나는 플라스틱에서 알루미늄 등의 진짜 메탈을 소재로 사용하는 쪽으로 변화했으며, #[2] 디지털 기기의 소프트웨어 아이콘 역시 대상을 사실적인 모사한 아이콘에서 명암을 최소화한 심플하고 직관적인 아이콘으로 바뀌었다. 이후 몇 년이 흐르자 소비자들은 예전의 디자인이 무겁고, 복잡하고, 촌스럽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2000년대 중반의 부흥과, 2010년대 중반의 쇠퇴 모두 컴퓨터 및 스마트폰의 운영체제와 관계가 있다. 여기에는 특히 2012년 마이크로소프트가 Windows 8에서, 2013년 Apple이 iOS 7에서, 2014년 구글이 안드로이드 롤리팝에서 새로운 디자인을 채택한 것이 지배적인 영향을 미쳤는데, 휴대용 스마트 기기를 염두에 둔 유명 운영체제들의 디자인이 변경되면서 매일같이 이와 상호작용하는 소비자들의 미적 감각까지 뒤바꿔 버린 것이다.
명암으로 인한 무게감과 별개로, 리소스를 더 소모한다는 점도 퇴출의 이유가 되었다. 정확히는 질감이나 광원 등이 추가되는 과정에서 미니멀리즘 디자인에 비해 복잡한 비트맵 이미지가 쓰이는데, 그래서 용량이 더 크다 보니 저장 공간과 램을 더 많이 요구한다. 이는 후술할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로 갈수록 더욱 심해지며, 2010년대 초반 ~ 중반에 메이저급 OS에서 퇴출된 이유도 결국은 이것 때문이었다.
이외에도 당시에 일반 소비자 시장에 출시되기 시작한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에서는 한 화면에 복잡한 것들을 더 많이 표현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아주 가는 선들도 깔끔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한 쓸데없는 정보량을 줄이면서도 사용자들이 오래 쳐다봐도 쉽게 지겨워지지 않는 화면 디자인을 필요로 하는 운영체제 개발 목적에 잘 들어맞았다. 디스플레이의 발색도 전과 비교할 수 없이 향상되어 구체적 형태를 취하지 않는 단면으로도 수준 높은 미적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 미니멀리즘 디자인의 유행을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스마트폰 사용 인구가 디지털 도구에 익숙해진 것도 스큐어모피즘 쇠퇴의 한 가지 이유로 꼽힌다. 이를테면 노트 앱이 종이 노트의 대용품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특정 기능이 화면 안에서 실제 종이 노트의 어떤 기능을 대체한다는 정보를 굳이 줄 이유가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히려 지식 활용을 디지털 도구로 시작한 세대에게는 메모를 종이 노트에 하는 것이 더 낯설 수가 있는 것이다. 이런 시대적 변화 속에서 연락처 앱이 전화번호부를, 전화 앱이 유선전화기를 은유한다는 정보가 딱히 없어도 상관이 없게 되었다. 인터페이스에서 '저장' 아이콘을 플로피 디스크으로 표현하면 젊은 세대는 이를 저장 자체를 추상화한 형상으로 여기지 플로피 디스크의 본래 용도를 떠올리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2024년 들어서는 Y2K 감성이 시들해지자 프루티거 에어로와 함께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과연 이게 실제 부흥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