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한의 국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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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辟卑離國《삼국지》 〈위서〉 동이전에 소개된 마한 54개국 중 하나이다. 《일본서기》에 따르면 369년[1] 3월 백제 근초고왕이 침미다례를 격파할 때 비리읍(比利邑)과 벽중읍(辟中邑)이 스스로 항복했다고 하며[2], 《남제서》에 따르면 490년 백제 동성왕 대의 귀족 찬수류가 북위로 기록된 어떤 세력을 격파하자 495년에 그 공훈으로 벽중왕(辟中王)에 임명되었다고 전한다.
또한 《삼국사기》에는 백제에 벽골(辟骨)이라는 지명이 있었으며, 660년 백제가 멸망하고 웅진도독부가 설치될 때 벽성현(辟城縣)으로 개칭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3] 여기서의 '벽중'과 '비리', '벽골'은 모두 과거 마한 벽비리국이 위치했던 지역을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삼국사기》 〈지리지〉에 기록된 백제의 지명 벽골현(碧骨縣)은 비록 한자만 다를 뿐 앞서 언급한 벽골과 같은 지명이므로, 벽비리국의 위치는 벽골현이 있었던 전라북도 김제시에 비정된다.
벽비리국의 '비리(卑離)'는 마한의 다른 소국명에서도 접미사로서 여러 차례 나타나는데[4] 이는 훗날 《삼국사기》 등 문헌에 기록된 백제의 지명 접미사 부리(夫里) 및 신라의 지명 접미사 벌(伐/火)과 동계어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 단어는 중세 한국어 'ᄇᆞᆯ'과 현대 한국어 '벌판'으로 이어진다. 한편 7세기의 지명인 벽골의 골(骨) 역시 성을 뜻하는 고구려의 지명 접미사 구루(溝漊), 홀(忽)과 동계어였을 것으로 보인다. 즉 두 지명 모두 핵심적인 부분은 '벽(辟)'인 셈이다.
상술한 《일본서기》의 기록대로 369년 3월 백제 근초고왕이 침미다례를 격파하자, 인접해 있던 전북 지역의 다른 마한 소국들과 함께 백제에 항복하며 흡수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남제서》의 기록을 통해 적어도 5세기 말에는 백제의 직할령으로 편입되었음이 입증된다. 한편 《일본서기》에 따르면 백제부흥운동이 한창이던 662년 12월에 부흥군이 피성(避城)을 임시 수도로 삼았다고 하는데, 피(避)와 벽(辟)은 성부를 공유하며 "피성의 남쪽으로 커다란 제방이 자리해 있다"는 기록이 당시 김제에 위치했던 벽골제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피성 역시 지금의 김제에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2. 같이 보기
[1] 사서의 기록인 진구 황후 섭정 49년은 원래대로라면 249년이어야 하지만, 해당 기사에서 백제왕 초고(肖古)와 왕자 귀수(貴須)가 언급되므로 실제 연대는 이주갑인상을 적용한 369년으로 추정된다.[2] 기사 원문에서는 백제에 항복한 고을들이 비리(比利), 벽중(辟中), 포미(布彌), 지반(支半), 고사(古四)의 순서로 언급되는데, 이는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서 마한 벽비리국 - 불미국 - 지반국 - 구소국을 소개한 순서와 맞아떨어진다. 따라서 비리읍과 벽중읍은 불미국보다 앞서 소개된 마한의 벽비리국에 대응할 것이다.[3] 골(骨)이 한자 성(城)과 대응된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성을 뜻하는 고구려 지명어 '*고로(溝漊: 삼국지)', '*골(忽: 삼국사기)'과 동계어인 것으로 보인다.[4] 막로비리국(莫盧卑離國), 고비리국(古卑離國), 감해비리국(監奚卑離國), 내비리국(內卑離國), 모로비리국(牟盧卑離國), 여래비리국(如來卑離國), 초산도비리국(楚山塗卑離國)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