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화포의 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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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다른 화포에 비해서 '가벼운' 포. 운용의 간편함을 위해서이다.
1.1. 탄생
초기의 대포는 화력은 좋지만 워낙에 무겁고 방렬하는 시간과 인력이 막대하여 군의 기동에 많은 제한을 두었다.물론 크고 아름다운 대포는 두터운 성벽도 쉽게 파괴할 수 있는 위용을 자랑했고, 그것만으로도 가치는 충분했다. 하지만 야전에서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전장상황에서 무겁고 방렬시간이 오래 걸리며 인력도 다수 필요한 거포와 중포가 알맞지 않았다.
그리고 통솔리드 구형 포탄을 쓰던 시절에는 인마살상용으로는 위력에 비해 효과가 덜했다. 당장 사람이나 말은 경량포보다 훨씬 작은 머스킷에도 쉽게 죽는다. 물론 대포는 머스킷과 달리 한 사람뿐 아니라 포탄이 지나가는 위치에 있는 모든 사람을 죽일 수 있지만, 어차피 당대 대포는 폭발하지 않는 쇠공에 불과했고 구경이 커봐야 죽는 적병의 수는 크게 차이나지 않는 반면 대포의 무게나 화약 소비량, 장전 속도 등은 크게 떨어지므로 차라리 작은 것 여러 개 쓰는 것이 경제적이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위력은 좀 약하더라도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는 물건을 만들어보자~ 하는 게 이런 개념의 시초.
1.2. 초창기
상태가 상당히 좋은 가죽포 예시 |
최초의 유래는 구스타브 2세 아돌프가 가죽으로 포신을 두른 '레더 캐논'(가죽포, Leather Cannon, leather gun)이라 할 수 있으며,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또한 화포를 경량화해 야전에서 자주 굴려먹었다. 이러한 경량포가 발전하여 야포라는 개념으로 정착한다.
1800년대 일본에서 사용한 나무 박격포 예시 |
1800년대 베트남에서 사용한 목포 예시 |
비슷한 것으로 동양에는 목포(木砲)가 존재했다.
사실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총포인 중국의 돌화창부터가 대나무로 만든 것이라, 금속이 아닌 재료로 총포를 만든 역사는 꽤 오래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근세 말경 등장하는 무적죽장군도 따지고 보면 이런 초기 총포의 개량형이다.
이외에 우리나라에는 지총(紙銃)이란 것을 사용했는데, 방짜유기로 만든 얇은 총포신 겉에 기름먹인 한지 여러 겹을 씌워 만든 것이다. 이를 하멜 표류기에는 조선군이 가죽포를 사용한다고 기록하고 있는데, 국내 문헌에 지총이 서양에서 전래되었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가죽포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종류의 경량포들은 전반적으로 구조가 비슷한데, 먼저 금속으로 포신을 만든 뒤 겉에 나무나 가죽 등을 씌우고 추가로 쇠테나 밧줄 등으로 내구성을 보완하는 것이다. 이때 무게를 줄이기 위해 이렇게 만들다보니 아무래도 포신이 일반 금속제 총포보다 얇다.
17세기의 가죽포.예시 보존상태가 좋지 못해 겉의 가죽이 거의 벗겨져 포신이 그대로 보인다. 비슷한 시기 다른 서양의 금속제 포에 비해 포신이 상당히 대충 만들이진 게 보인다.
다른 가죽포 사진 예시. 속이 빈 철봉 형태의 단순한 포신에 가죽을 둘둘 감아 만든 게 잘 보인다.
여담으로 중국에서는 이 분야에서도 대륙의 기상을 보여, 총신에 값비싼 비단을 감아 만든 비단포라는 것을 사용했다.
두 총포 중 위의 것이 비단포.예시(Silk Gun) 근접사진을 보면 총신 겉에 비단을 빽빽하고 두껍게 감은 것이 보인다.
1.3. 발전기
이러다가 산업 혁명으로 기술력과 대량생산력이 발달하면서 후미장전식 화포가 등장하고 포탄도 우리가 익히 아는 형상으로 발전하면서 개념이 포구의 구경이 화포중에 작고 가벼운 종류를 통합해서 말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서 보병포, 산포같은 화포들이 야포에서 분리될 때 초기에는 경량야포라고 부르는 식으로 나오게 된다.개념이 변화한 이유는 위에 나온 초창기 경량포들이 도태되었기 때문이다. 공통적으로 내구성이 약해서 해당 무기를 쓰던 시절에도 장시간 연속 사격같은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고 종종 1발만 쏘더라도 포신이 터지는 등의 유폭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술발전으로 연사와 속사가 가능한 야포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비상시 긴급용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서서히 사라졌기 때문에 경량포란 이름이 다른 것에 옮겨붙게 된 것이다.
1.4. 현대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에는 같은 임무를 수행하는 화포중 포구의 구경이 작거나 동급 구경을 가지지만 포 자체가 작고 가벼운 것을 말하는 것으로 개념이 변경되었다.사실 2가지 개념은 서로 다른 것을 지칭한다. 전자의 경우에는 포구의 구경이 작아졌으므로 상대적으로 포 자체도 작고 가벼워진 경우로 155mm 구경의 야포가 제식화된 표준적인 야포 구경으로 정착하니 기존에 쓰던 105mm 구경의 제식 야포가 경야포로 명칭이 변경되는 식으로 적용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후자의 경우에는 항공기 수송 및 신속한 전개를 위해 티타늄같은 고급 소재와 최첨단 기술을 사용해서 동급 화포에 비해 위력과 사거리는 동일하거나 아주 약간 떨어지지만 중량과 크기가 크게 줄어든 최첨단 화포를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M777 155mm 곡사포가 있는데 분류가 경량 견인 곡사포다.
그 외에도 경량포 (Light Gun)이라 이름붙은 물건은 여럿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라면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이 달고 다니는 MK 45 Mod 2 5 in /54 구경 함포도 속칭으로 경량포라고 불린다. 기본적으로는 보조무장이긴 하지만 해당 함선의 함포쪽에서는 주포이고 이전의 주력 함포였던 Mk.42 5인치 54구경장 함포와 비교해도 포탄의 구경은 동일하고 연사속도가 분당 40발에서 분당 20발로 하락하는 등 성능의 저하가 심해서 경량포라기 보다는 말 그대로 화포의 중량만 감소한 염가형 화포가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경량포로 불리는 것이다. 이러다가 Mk.45 5인치 함포의 Mod 4처럼 지속적인 개량 끝에 주포 구경장이 62구경장이 되고 유효사거리가 최대 37km으로 증가하면서 Mk.42 5인치 54구경장 함포와는 다른 길로 들어서게 된 함포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속칭이 경량포다. 이처럼 개념에 상관없이 대강 붙이는 경우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