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차 그라브 공방전 Beleg van Grave | ||
| | ||
| 시기 | ||
| 1586년 2월~6월 7일 | ||
| 장소 | ||
| 브라반트 공국 그라브 | ||
| 원인 | ||
| 스페인군의 브라반트 공국 내 네덜란드 반군 세력에 대한 공세. | ||
| 교전 세력 | ||
| 지휘관 | ||
| 병력 | ||
| 8천 명. | 5,500명. | |
| 결과 | ||
| 스페인군의 승리. | ||
1. 개요
네덜란드 독립 전쟁 시기인 1586년 2월 ~ 6월 7일, 파르마 공작 알레산드로 파르네세가 이끄는 스페인군이 브라반트 공국의 요충지인 그라브 요새를 공략한 공성전.2. 배경
그라브는 13세기에 뫼즈강 변에 세워진 브라반트 공국의 요충지로, 작지만 강력한 요새 도시였다. 브라반트 공국에서 헬러 공국으로 향하려면 반드시 지나가는 길목에 있었으며, 뫼즈강을 통제할 수 있었다. 이곳에는 보병 4개 중대가 주둔했으며, 루베르트 토르크 사령관이 이곳을 지켰다. 1586년 2월 16일, 스페인군이 접근하고 있다는 소문을 접수한 토르크는 오후 8시 이후에는 아무도 등불 없이 거리에 나오지 말고, 오후 9시 이후에는 아예 거리에 나오지 말라는 포고령을 시내에 반포했다.한편, 파르마 공작 알레산드로 파르네세는 1586년 1월 독일 용병대 지휘관 페터 에른스트 1세 폰 만스펠트포르데로르트에게 그라브를 공략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뫼즈 강을 가로질러 요새 5~6개가 건설되어 물자 수송로를 경비하게 했고, 이를 캠프와 연결하는 선박 다리가 세워졌다. 각 요새에는 군인 1,500명이 배치되었고, 만스펠트 본인은 나머지 5,000명을 이끌고 그라브에서 반 마일 떨어진 곳에 숙영지를 세웠다. 마르틴 쉔크 반 니데겐이 이끄는 네덜란드군이 만스펠트의 군대와 소규모 접전을 벌였지만, 스페인군을 몰아내지 못했다.
스페인군이 접근하자, 자금이 부족한 여러 그라브 수비대 장교와 군인이 비밀리에 스페인과 접촉해 도시를 넘기는 대가로 막대한 돈을 받아내려 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시간이 지나 발각되어 음모자들은 엄중한 처벌을 받았고, 한 명은 사형에 처했다. 이후 스페인군은 2월부터 그라브를 본격적으로 포위하기 위한 대대적인 토목 공사를 했다. 그라브 수비대는 매일 출격해 공사 중인 스페인군을 습격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3월 6일, 토르크는 도시 내에서 식량 부족 현상이 발생하자, 모든 잉여 농산물을 정해진 가격에 판매하라고 강요하는 포고령을 반포하면서,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모든 농산물을 압수하기로 했다.
3. 경과
1586년 4월 9일, 호엔로헤 백작 필립스 반 호헨로헤노이엔슈타인이 이끄는 네덜란드군 3천 명이 그라브로 진군하여 바지선으로 그라브 요새에 식량을 공급했다. 그는 지역 농민들이 지키고 있던 돌로 지어진 몰렌산스를 접수했다. 몰렌산스를 지키던 농민들은 사로잡힌 후 잉글랜드 여왕 엘리자베스 1세를 조롱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다가 교수형에 처했다. 이후 호엔로헤는 철수했다가 잉글랜드 사령관 존 노리스와 함께 그라브 구출 작전을 개시해 여러 성과 요새를 접수했다. 그들은 바덴부르크 성에서 강력한 저항에 부딪쳤지만, 그들이 성벽에 대포를 발사하자 성벽이 허물어졌고, 결국 스페인군은 항복했다.4월 15일 밤에서 16일 새벽 무렵, 만스펠트는 병사 3,000명을 동원해 바덴부르크에 주둔한 적 진영을 습격했다. 2차례의 공격은 격퇴했지만, 세 번째 공격은 성공적이었고, 수비대는 적군의 추격을 피해 퇴각했다. 그러다가 다가오는 네덜란드 지원군과 합류한 뒤 네덜란드와 잉글랜드 지원군 2,500명이 도착하면서 상황이 역전했다. 이제 연합군이 스페인군을 공격하려던 순간, 스페인 지원군이 도착했다. 이후 비슷한 규모의 두 군대가 대치하던 중, 폭우가 내리고 강풍이 불었으며, 뫼즈강의 수위는 높고 물살이 거세졌다. 양군은 이를 무릅쓰고 전투를 개시했지만, 한창 싸우던 중 폭풍이 무척 강해지자 전투를 포기하기로 하고 양자 모두 철수했다. 이 전투에서 네덜란드와 잉글랜드 사상자는 150명이었고, 스페인군은 40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여기에 존 노리스는 창에 가슴을 맞아 다쳤고, 요한 보로베스 경은 손가락 끝을 잃었다.
그 후 호엔로헤 백작은 라벤슈타인에 제방을 터뜨리라고 명령했다. 이 때문에 그라브 주변 지역 수위가 매우 높아지면서, 이제 연합군은 배를 통해 그라브 마을에 보급품, 식량, 탄약을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호엔로헤 백작은 그라브 요새에 수비대 500명을 추가로 보냈고, 1년 치 식량도 전달했다. 네덜란드 총독으로서 연합군 총사령관을 역임한 레스터 백작 로버트 더들리는 이 성과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호엔로헤 백작을 훌륭한 장군으로 치켜세웠다.
1586년 4월 23일, 레스터 백작은 위트레흐트에서 성 조지의 날을 기념하는 성대하고 호화로운 축하 행사를 열었다. 당시 위트레흐트의 모든 다리와 배는 봄꽃으로 장식되었고, 발코니는 리본과 배너로 장식되었다. 백작의 거주지에서 돔 타워까지의 길에는 갑옷을 입고 팔에 붉은 장미를 단 궁수들이 두 줄로 늘어섰다. 은과 진홍색 옷을 입은 나팔수, 남작, 기사, 최고 장교들이 다양한색상의 금색 천으로 장식되었다. 승리의 기쁨을 알리는 종소리가 연일 울렸고, 식사 후에는 춤과 노래, 예술, 익살극 공연이 이어졌고, 마상창시합이 개최되었다. 레스터 백작은 7월 이전에 안트베르펜과 브뤼헤도 탈환할 것이며, 파르마 공작은 곧 국외로 쫓겨날 거라고 호언장담했다.
5월 12일, 파르마 공작은 스페인군 3천 명과 5천 명의 다양한 국적의 병사로 구성된 군대를 이끌고 그라브에 도착했다. 5월 8일 아른험에 있던 레스터 백작은 그라브로 바로 진군하지 않고 나이메헌으로 이동해 파르마 공작을 압박하려 했다. 파르마 공작은 5월 31일까지 병력과 물자를 집결한 뒤 6월 5일 뫼즈강 반대편에 포대를 설치하여 대포 24문과 포탄 2천 발을 동원해 그라브 마을을 포격했다. 이 포격으로 교회, 탑, 집 여러 채가 파괴되었다. 6월 6일, 친히 성벽 주변을 정찰하던 파르마 공작이 성벽에서 한 수비대가 발사한 총탄에 말이 피격되면서 낙마했다. 장병들은 순간 그가 죽은 건 아닌가 싶어서 동요했지만, 파르마 공작은 벌떡 일어난 뒤 성벽이 충분히 무너졌다고 판단하고 전군에 돌격 명령을 내렸다. 맹렬한 공격이 이어졌지만, 수비대는 강력하게 저항한 끝에 스페인군을 격퇴했다.
다음 날, 파르마 공작은 군대에 전투 대형을 갖추라고 명령한 뒤 총공세를 준비했다. 이때 그라브 수비대 지휘관 루베르트 토르크는 시민과 수비대 사이에 불화가 일어나고, 곳곳에서 여인들이 통곡하는 걸 듣고 전의를 상실했다. 그는 장교들에게 도시를 넘기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대다수가 찬성했다. 파르마 공작은 대규모 구호군이 그라브로 향하고 있어서 압박감을 느끼던 차에 요새를 넘겨주겠다는 제안을 받자 반색하며 온건한 조건으로 협약을 맺기로 했다.
6월 7일, 그라브는 조약에 따라 스페인군에 넘겨졌다. 수비대는 깃발을 펼치고 북을 치며 무기와 짐,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명예롭게 도시 밖으로 행진했다. 그들은 잘트봄멜까지 안전하게 이동했다. 파르마 공작은 그라브에 입성한 뒤 1년 동안 병사 6천 명을 먹일 수 있는 막대한 식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성벽은 포격으로 그다지 피해를 보지 않았기에, 크게 수리하지 않다고 사용할 수 있었다.
4. 여파
레스터 백작은 그라브를 구하기 위해 진군했지만, 도중에 요새들을 점령하고 축하 행사를 거행하는 데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그러다가 뫼즈강을 건너려던 중 그라브 수비대가 항복했다는 소식을 접하자 분노하면서, 군대에 후퇴를 명령하고 봄멜러바르트에 주둔했다. 이후 루베르트 토르크가 병사들을 이끌고 합류하자, 레스터 백작은 즉시 토르크와 그의 장교들을 체포해 위트레흐트로 압송했다.6월 27일 군사 재판에서 제대로 저항하지 않고 스페인군에게 성을 넘긴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토르크는 6월 28일 단두대로 끌려간 뒤 네덜란드어와 프랑스어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여인과 아이들의 울부짖음이 자신을 두렵게 했으며, 군대가 붕괴 직전이었기 때문에 항복은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레스터 백작은 묵살하고 선 채로 참수당하게 했다. 또한 그라브 도시 총독 헤마르 남작도 처형당했다. 네덜란드 귀족들은 그러지 말아 달라고 간청하면서, 전임 오라녀 공 빌럼 1세조차도 감히 그런 짓을 하지 못했을 거라고 경고했지만, 로버트는 헤마르 남작이 좋은 가문 출신이라는 사실에 겁먹지 않겠다고 답하고 처형을 감행했다. 네덜란드 귀족들은 이때부터 로버트를 불신했고, 그의 작전에 제대로 협조해 주지 않았다.
한편, 파르마 공작은 그라브에 스페인군 3개 중대와 독일군 1개 중대를 배치했다. 그 후 그라브는 수년간 방어력을 더욱 강화해 네덜란드에서 가장 강력한 요새로 자리 잡았으며, 스페인군은 이곳을 거점으로 삼아 네덜란드 반군 세력을 향한 공세를 계속 이어갔다. 그라브는 1602년까지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다가, 그해 7월 18일 마우리츠가 이끄는 네덜란드-잉글랜드 연합군에 의해 함락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