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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일본어는 류큐어를 포함하는 일본어족(Japonic languages)에 속한다. 현대 일본어족은 다른 어족과 연관성이 없어 고립어에 가까운 속성을 띠고 있다. 그래서 그 기원을 설명하고자 하는 여러 학설들이 존재한다. 일단 주류 언어학계에서는 한반도에서 도래한 집단[1] 중 하나인 야요이인들에게서 기원했다고 보고 있지만 이마저도 조몬어 기원설 등 아예 반박이 없는것은 아니다.2. 학설
2.1. 주류 학설
2.1.1. 일본어족설
일본어는 흔히 고립어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류큐어와 묶어서 그 자체로 하나의 독립된 어족을 형성한다고 보는 시각이 주류측 시각이다. 일본어족이라는 용어는 미국의 일본학자이자 언어역사학자인 리온 세라핌(Leon A. Serafim)이 고안하였다. 일본어의 계통에 대해서는 여러 논의들이 있었고, 알타이어족에 속한다는 가설이 한때 설득력을 얻기도 하였지만 그 이후로 이들 언어들이 어족을 형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충분한 근거가 마련되지 못하였다는 비판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알타이 제어설이 사실상 사장됨에 따라 현대에는 그냥 일본어의 계통을 그 자체로 독립된 하나의 언어/어족으로 여기는 시각이 학계내 주류 시각이 되었다.2.2. 비주류 학설
2.2.1. 한반도 관련 학설들
2.2.1.1. 한국어 동계설
역사적으로 에도 시대 때부터 일본 학자들 간에 바로 이웃인 한국의 한국어 동계설이 많았고, 이에 대해서는 문법의 유사성이 가장 큰 논거였다. '일본-한국어족설(Japonic-Koreanic theory)'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기원전 5세기 이전에 한국어와 일본어가 갈라졌다고 주장한다. 다만 현대의 언어학자들이 사어 및 현재 언어로 재구성한 최초의 인도유럽어족의 조상 언어인 인도유럽조어가 분화되기 시작한 시기는 적어도 기원전 3000년으로 추정되는데, 500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들 언어 간에 강한 유사성이 나타난다. 또한 어족이 같은 두 언어는 서로 갈라진 시간이 오래 지났음에도 신체 부위나 숫자 같은 기본어휘가 대부분 비슷한 경우가 매우 많다.실제로 영어와 독일어의 신체를 지칭하는 낱말들을 비교해보면 서로 매우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영어와 독일어는 같은 인도유럽어족 - 게르만어파 - 서게르만어군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한국어와 일본어의 어휘는 한자어에서 온 차용어를 제외하면 신체에 관한 어휘와 숫자에 관한 어휘가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일본어는 한국어와 문법이 거의 같고 자연이나 동물을 가리키는 고유어가 한국어와 비슷하게 느껴지지만 비교언어학의 기초가 되는 숫자나 신체 어휘를 보면 한국어와는 완전히 다른 계통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위에서 같은 계통이라 말해지는 영어와 독일어의 차이를 보고 한국어와 일본어의 신체에 관한 어휘를 비교하면 납득할 만하다.
한편 Alexander Francis-Ratte 등의 학자들은 한국어와 일본어가 인도유럽어족 등의 다른 대규모 어족과 비교하면 공통 조어로부터 상당히 오래전에 갈라졌기에 동계어 재구가 상대적으로 어려울 뿐이지, 몇몇 기초 어휘 간의 규칙적 대응이 발견된다고 주장한다. (예: '배(신체)'를 뜻하는 중세 한국어 'ᄇᆡ'와 상대 일본어 'para')
비교언어학적인 연구는 아니지만, 현대 한국인과 일본인이 형질인류학적으로 근연 관계에 속한다는 점[2] 때문에 일본어-한국어 동계설이 종종 거론되기도 한다. 총, 균, 쇠를 저술한 미국의 생물학자이자 문화인류학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이 점을 근거로 고구려어, 백제어, 신라어, 고대 일본어가 모두 친연 관계라고 주장했지만, 상술했듯이 기초 어휘에서 고구려어, 백제어, 신라어 등의 한반도 제어와 일본어 간에 공통점이 적다는 점이 밝혀지면서[3] 그의 학설은 힘을 잃은 상황이다.
2.2.1.2. 부여계어족 동계설
일부 수사가 백제어, 고구려어와 비슷한 것을 두고 부여-고구려-백제-일본를 하나로 묶어서 부여어족이라는 하나의 어족을 이룬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이 학설에서는 현대 한국어는 신라어 계통의 언어이고 고구려 계통과는 다른 언어라는 주장을 주로 하는데, 참고로 이러한 학설을 주장하는 학자들 중에는 미국의 언어학자인 크리스토퍼 벡위드(Christopher Beckwith)가 대표적이며, 미국의 생물학자이자 문화인류학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도 해당 학설을 주장한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벡위드와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주장은 미묘한 차이가 있는데, 벡위드는 고구려어와 일본어를 친연 관계로 보되 여기서 한국어는 제외하는 입장이라면,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한국어까지 몽땅 부여어족으로 묶어서 한국어와 일본어의 친연 관계를 주장하는 입장이다[4]. 이 둘은 일본인과 한국인의 유전적 유사성과 한반도와 일본 열도 간의 교류에 대한 고고학적 정황에 기반해서 이러한 가설을 내고 있는데, 야요이 시대 이후에 도래한 한반도 이주민이 일본 토착 세력을 대체한 것이 유력한 정황임에도 유독 언어가 다름을 설명하기 위한 가설에 가깝다. 다만 고구려어와 동계어인 백제어 목간이 출토되었고, 해당 목간에서 수사법을 현대 한국어와 비슷하게 사용했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에, 2021년 현재로선 학계에서 힘을 잃은 학설이다.일본서기의 비다쓰 덴노 시기에 대한 기록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고대 야마토 왕권은 고구려와 함께 '부여계 어족'에 속하는 백제와 언어가 통하지 않아 역관을 따로 두었고, 백제의 언어를 '한(韓)어'라고 구분하여 자국의 언어와는 별개의 언어로 따로 구분했다. (4세기 이후의 기록에는 백제는 고구려와 언어가 같다는 기록[5]이 있어 백제어는 고구려어와 좋은 비교 대상이 된다.) 때문에 백제와 같은 '부여계 어족'에 속하는 고구려어와 고대 일본어 사이에 언어적 유사성이 있었다 해도 언어 계통 자체는 서로 달랐을 거로 추정 할 수 있다. 즉, 고대 일본어는 고구려어와 백제어 같은 '부여계 어족'과 다른 언어 계통이었지만 '부여계 어족'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받아서 부여계 어족에 속하는 고구려어, 백제어와 언어동조대를 이룬 것이라 추정할 수도 있다.
한편, 부여계 어족 동계설의 주요 근거는 삼국사기에 나타난 지명이 고구려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 것이고, 이게 일본어와 유사하다는 것이 학설의 골자인데, 정작 해당 지명이 고구려어라는 전제는 학계에서 거의 사장된 주장이다. 그보다는 초기 백제어에 가까운 것이다. 대표적인 논문으로는 충남대 도수희 명예교수의 '고구려어로 착각한 전기 백제어에 대하여(2007)'가 있다.
2.2.1.3. 한반도 중남부 기원설(반도 일본어설)
자세한 내용은 반도 일본어설 문서 참고하십시오.2023년 현재 비주류 가설들 중에서는 주류 언어학계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얻고 있는 가설이며, 결정적인 물증이 없어서 주류 학설이 되지 못했을 뿐이지, 최소한 기존의 야요이인의 언어가 일본어, 나아가서 일본어족의 기원이 된다고 보는 기존 정설의 보완 가설로서는 인정받는 상황이다. 더 자세한 내용은 반도 일본어설 문서를 참조.
2.2.1.4. 기타 학설
만주와 러시아 일부 지역을 끼워서, 부여 계통을 포함하는 한 조어의 어휘가 아이누와 야마토 왕권, 류큐로 유입되었다고 보는 시각 또한 존재한다.2.2.2. 비한반도 관련 학설들
2.2.2.1. 중국티베트어족설
중국어를 포함하는 중국티베트어족에 속한다는 소수 주장도 있으나 아직까지는 말 그대로 소수 의견으로만 취급되는 상황이다.중국티베트어족 제어(諸語)의 신체 어휘를 비교한 표다. 위의 동그라미와 세모 친 곳이 왼편의 일본어 표현과 발음이 비슷한 곳이라는 뜻이다.
일단 첫 자음과 모음은 유사하다. 그러나 이 학설의 경우, 어휘의 유사성 말고는 한장어족과 일본어 사이에 전혀 공통점을 찾을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일본어는 교착어인 한국어 및 다른 알타이어들과 비슷하다는 점을 설명하지 못한다.
문법적 유사성이 없는 기초 어휘만으로는 동계어(同系語)가 되지 않는다. 동계어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문법적 유사성이다. 학자들이 유럽어, 아프리카어에서도 기초 어휘가 완전히 달라도 문법의 유사성으로 먼 예전 분계된 동계어로 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특히 핀란드어와 사모예드어가 기초 어휘가 거의 동일하지 않아도 문법의 유사성을 먼 예전 분화된 동계어로 보는 것처럼 말이다. 기초 어휘만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한국어에 유입된 한자를 가지고 한국어와 중국어가 동계어라고 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음성적인 유사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유사성을 아우르는 규칙이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동계어라고 보긴 어렵다. 이를테면 '엄마'를 표현하는 어휘는 전 세계적으로 'ㅁ' /m/을 가지고 있지만 이런 단순한 단계의 유사성으로 모든 언어가 한 언어에서 유래했다고 일반화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な행 으로 시작하는 고유어단어 일부분은 D와 L과의 연관성이 조금은 있을것이다.#
2.2.2.2. 오스트로네시아어족설
출처
한국어 | 일본어 | 오스트로네시아어족계 언어 |
눈, 보다 | [ruby(目,ruby=め)](메), [ruby(見,ruby=み)]る(미루) | 마타 (오스트로네시아) |
손 | [ruby(手,ruby=て)](테) | 탕안(오스트로네시아) |
하나 | [ruby(一,ruby=ひと)]つ(히토츠) | 이토(오스트로네시아) |
둘 | [ruby(二,ruby=ふた)]つ(후타츠) | 파탕(오스트로네시아) |
씨앗 | [ruby(種,ruby=たね)](타네) | 타님(오스트로네시아) |
무엇 | [ruby(何,ruby=なに)](나니) | 나누(따갈로그) |
하늘 | [ruby(空,ruby=そら)](소라), [ruby(天,ruby=あま)](아마) | 아방(오스트로네시아) |
바다 | [ruby(海,ruby=うみ)](우미) | 와사(오세아니아) |
파랑 | [ruby(青,ruby=あお)](아오) | 아방(오스트로네시아) |
이빨 | [ruby(歯,ruby=は)](하) | 바랑(오스트로네시아) |
고대의 일본어의 단어는 오스트로네시아어족[6] 계열 언어들과 유사한 점이 있다는 연구가 있다. 구체적으로 비교언어학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신체 부위들을 지칭하는 단어들과 기초 수사가 꽤 비슷한 편으로 또한 개음절어(한글로 따지면 끝소리가 없는)를 가지고 오스트로네시아어족 말레이폴리네시아어파(하와이어, 마오리어)와 일본어를 (주로 발음의 유사성을 가지고) 동계어로 논하는 경우도 있다. 개음절과 폐음절 구분은 그리 중요하지 않지만, 류큐(오키나와) 지역의 각종 방언들을 사이에 끼워놓고 복원해 보면, 비음(비모음, 어말비음 등) 등의 부분에서 오스트로네시아어족의 특징이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대 오스트로네시아계 언어들이 현대의 주요 오스트로네시아어족 계통의 언어들과는 다르게 폐음절이 많았다고 추정되고 있기에 일부 단어들을 제외하면 일본어와의 관계는 불확실하다.
2.2.2.3. 조몬어 기원설
일본어족의 기원이 한반도 기원의 야요이인의 언어가 아니라 조몬어, 즉 원주민 조몬인들의 언어였다는 가설이다. 극히 최근 들어 제기된 새로운 가설로, 2017년 무렵 일본의 언어학자인 이가라시 요스케가 주장한 이후, 2020년에 인도의 인류학자인 갸네시와르 차우베이와 네덜란드의 언어학자인 조르주 판 드리엄에 의해 다시금 제기된 주장이다. 이들의 가설에 따르면 일본어족은 본래 혼슈 서부의 조몬어에서 기원했으며, 이후 한반도를 통해 건너온 야요이인들과 융합하여 일본 전역으로 확대해 나갔다고 한다.즉, 이 가설에서는 알렉산더 보빈의 가설과 달리 야요이인의 언어가 일본어족이 아니었고 오히려 조몬인의 언어였다고 보는 것이다. 보빈의 가설에서는 한반도에서 일본 열도로 일본어족이 건너가 조몬어를 밀어냈지만, 이 가설에서는 이주 자체는 같으나 언어의 교체가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언어적으로는 야요이인이 조몬인(일본어족)에게 동화되었다고 본다.
2.2.2.4. 드라비다어족(타밀어)설
한국어 | 일본어 | 타밀어 |
구멍 | [ruby(穴,ruby=あな)](아나) | 아나 |
자르다 | [ruby(切,ruby=き)]る(키루) | 킬 |
하다 | する(스루) | 투르 |
이야기 | [ruby(話,ruby=はなし)](하나시) | 캍 |
어렵다 | [ruby(難,ruby=むずか)]しい(무즈카시이) | 캍 |
외치다 | [ruby(怒,ruby=ど)][ruby(鳴,ruby=な)]る(도나루) | 오로 |
끝 | [ruby(終,ruby=お)]わり(오와리) | 팍 |
나무 | [ruby(木,ruby=き)](키) | 켁 |
잎 | [ruby(葉,ruby=は)](하), [ruby(葉,ruby=は)]っぱ(핫파) | 판 |
일본어가 드라비다어족(타밀어)와 같은 계통이라는 주장이 있다. 일본에서는 2008년에 죽은 오노 스스무(大野 晋)란 학자가 드라비다어족에 속하는 타밀어를 연구해서 '일본어의 타밀어 기원설'을 주장한 바 있는데[7], 아직까지는 소수 의견으로 취급되는 상황이라고 한다. 일본어와 타밀어의 공통점은 주로 벼농사 관련 어휘가 대부분이며, 이는 중국 남부 등지에서 인도와 일본 방면까지 벼농사가 계속 확대됨에 따라 그에 따른 주민 이동과 언어 전파가 두 언어의 유사성을 낳았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참고로 한국어가 이 계통에 포함된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 역시 오노 스스무가 타밀어-일본어 동계설에 곁다리로 함께 제안한 것이다[8]. 영어로는 Dravido-Koreano-Japonic이라고 한다.[9]
3. 같이보기
[1] 일본인(야마토 민족)의 조상이 한국인이라거나 한민족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항목 참조.[2] 한국인과 일본인은 유전학적으로 가장 가까운 사이로 분류된다. 이는 한국인, 일본인 입장에서 모두 마찬가지이다. 유전적으로 한국인은 중국인보다 일본인과 훨씬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으며, 일본인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반면 한국인과 몽골인과는 외모상의 차이 이상으로 유전적 차이가 제법 크게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일본인 문서의 '기원' 문단과 한국인 문서의 '유전적 특성' 문단 참고.[3] 자연이나 동물에 관해서는 유사한 단어가 발견되지만 비교언어학에서 같은 계통의 언어인지 판별할 때 중요시하는 수사가 일치하지 않는다. 이 점은 현대 한국어와 현대 일본어 간의 관계에도 반복된다. 자연이나 동물을 가리키는 고유어 간의 유사성은 있지만, 수사가 일치하지 않는다.[4]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주장은 위의 한국어 동계설과 더 부합하는 입장이다.[5] 梁書 百濟:今言語服章略與高驪同(양서 백제전: 지금 언어와 복장이 고구려와 같다.), 南史 百濟:言語服章略與高麗同(남사 백제전: 언어와 의복이 고구려와 같다.)[6] 오스트로네시아어족은 폴리네시아의 하와이어와 뉴질랜드(마오리어) 그리고 동남아까지 전부 포함하는 거대한 '언어 집합'을 뜻한다.[7]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타밀어 연구의 권위자로 꼽힌다.[8] 일제강점기 한국의 독립운동과 계몽운동에 큰 기여를 했던 호머 헐버트가 처음 이 가설을 제안한 바 있긴 하나, 개인의 사견이 아닌 전문 언어학자가 제안한 가설로서는 오노 스스무의 주장이 최초다.[9] 한국어를 메인으로 보는 견해가 더 많기 때문에 Dravido-Koreanic language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