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3-12-02 09:55:28

여섯 개의 나폴레옹 석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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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dventure of the Six Napoleons

1. 개요2. 등장 인물
2.1. 레귤러 캐릭터2.2. 본편 등장 캐릭터
3. 줄거리4. 여담

1. 개요

'여섯 점의 나폴레옹 상'[1]은 단편집 《셜록 홈즈의 귀환》에 실린 단편 소설로 1904년 4월 <콜리어스 위클리>와 1904년 5월 <스트랜드 매거진>에 발표된 에피소드다. 다소 좀 희극적인 면이 있으면서 홈즈의 인간적인 면을 발견할 수 있고, 평가도 좋은 단편이다.

2. 등장 인물

2.1. 레귤러 캐릭터

2.2. 본편 등장 캐릭터

  • 베포

    • - 이탈리아 태생으로 영국에 건너온 외국인 노동자이다. 본래는 솜씨 좋은 조각가로 활동했던 인물이었으나 나쁜 길에 빠져 두 번이나 감방을 들락거린 전과가 있는 인물이다. 첫 번째는 단순 절도죄였고 두 번째는 길에서 칼로 동포를 찔러 상해를 입힌 사건이었다. 이 사건 이전에 겔더 상회와 허드슨 상회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 피에트로 베누치

    • - 이탈리아 나폴리 태생으로 악명 높은 마피아 단원이다. 그의 소지품에 베포의 사진이 있는 것으로 보아 베포를 미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커 기자의 집에서 살해당한 채로 발견되었다.
  • 호레이스 하커

    • - 직업은 신문기자이며 대단히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다. 넉 달 전 집 앞 하딩 형제란 가게에서 나폴레옹 석고상 모조품을 샀다고 한다. 그의 집에서 피에트로 베누치가 피살된 채로 발견되었다.
  • 모스 허드슨

    • - 케닝턴 가에 위치한 허드슨 상회의 주인이다. 대단히 성격이 급하고 다혈질적인 인물이다. 베포를 가게 점원으로 고용한 적이 있고 겔더 상회에서 나폴레옹 석고상 복제품 세 점을 떼어와 두 점을 바니콧 박사에게 팔았고 한 점은 나흘 전 괴한이 가게에 침입해 파괴했다고 한다. 홈즈와 이야기 하는 내내 속사포처럼 다다다 쏘는 말투에 찰진 욕을 섞어서 진술했다.
  • 겔더 씨

    • - 스텝니 구에 위치한 겔더 상회의 주인으로 금발 머리에 몸집이 큰 독일인이다. 문제의 나폴레옹 석고상 모조품 여섯 점이 바로 이 가게에서 만들어졌으며 세 점을 허드슨 상회에 나머지 세 점을 하딩 형제에 팔았다고 진술했다. 그리고 베포를 고용한 적이 있으며 그가 이 가게에서 일할 때 길에서 동포를 칼로 찔러 상해를 입힌 사건이 일어났다고 한다.
  • 하딩 씨

    • - 하딩 형제의 주인으로 여유롭고 느긋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판매 장부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 아무나 자유롭게 보도록 방치하고 있다. 이탈리아인 점원을 고용해 쓰고는 있지만 베포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문제의 나폴레옹 석고상은 하커 기자와 치즈윅구 레버넘 별장의 브라운 씨, 로워 로드에 사는 샌드퍼드 씨에게 각각 팔았다고 한다.

3. 줄거리

어느 날 베이커 가로 찾아온 레스트레이드 경감이 뭔가 고민이 있는지 한숨을 푹푹 쉰다. 뭔지 물어보는 홈즈와 왓슨에게 레스트레이드는 사건을 털어놓는데, 나폴레옹 석고 흉상만 보면 어디든지 들어가서 때려부수는 미치광이 같은 범인이 등장하는 이상한 사건이다. 그래서 서두에 이건 홈즈보다 의사인 왓슨이 맡아야 할 사건 같다는 농담도 덧붙였다. 물론 홈즈는 이런 특이한 사건을 좋아하는지라 꽤나 관심을 보였다.

영국에서도 나폴레옹을 존경하는 사람이 꽤 많아서인지 이 흉상은 영국 곳곳에서 얼마든지 팔았고 값도 겨우 2~3실링에 불과한 싸구려였다. 그런데 이런 싸구려 석고상만 연달아 파괴하는 사건이 벌어졌으니 경찰도 황당했을 것이다. 첫 번째는 나흘 전 케닝턴 스트리트의 허드슨 상회에 괴한이 침입해 가게에 진열된 석고상을 파괴한 사건이었다. 두 번째는 어젯밤 열렬히 나폴레옹을 숭배하는 의사 바니콧의 병원에 있던 석고상 2점이 파괴되었다.[2] 그 석고상은 허드슨 상회에서 구입했다고 하며 모두 같은 틀에서 제작되었다고 한다. 사건 설명을 들은 홈즈는 런던에만 그런 나폴레옹 석고상이 수천 점이나 될 텐데 허드슨 상회라는 특정한 가게에서 팔린 석고상만 3점이나 골라서 부수고 다니는 것이 부자연스럽다고 지적하며 단순히 나폴레옹 혐오자의 소행이 아닐 것이라고 추리했다. 나폴레옹 혐오자라면 그런 것과 관계없이 석고상이 보이는 족족 다 때려부술 테니까.

그리고 다음 날 레스트레이드에게서 피트 스트리트로 와 달라는 전보를 받았다. 레스트레이드가 와 달라고 한 곳은 호레이스 하커라는 신문 기자의 집인데 이곳에서 나폴레옹 석고상 절도 및 파괴 사건과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집 주인인 하커의 말에 따르면 그 석고상은 4개월 전에 하딩 형제 가게에서 구입했다고 한다. 어젯밤 집에 누군가가 크게 비명을 지르는 소리에 놀라 살펴보니 침입한 흔적이 발견되었는데 정작 없어진 건 그 몇 실링짜리 나폴레옹 석고상 뿐이었다. 그래도 몰라 방범용 호루라기와 곤봉을 들고 밖으로 나가는데 현관에 뭔가가 발에 걸리는 게 있었고 살펴보니 웬 젊은 남성의 시체였던 것이다. 그래서 하커 기자는 곧바로 호루라기를 불었고 그 자리에서 졸도했다고 한다.

그러나 죽은 남성의 신원을 알 수 있는 단서는 없었다. 사망자는 키가 크고 체격이 좋았으며 볕에 잘 그을린 피부를 하였고 나이는 30대 정도로 보였지만 신분증 같은 건 전혀 없었다. 옷차림은 남루했지만 노동자 같아 보이진 않았고 소지품이라곤 런던 시내 지도와 사과 1알, 본인이 찔려죽은 그 칼 그리고 어떤 남자의 사진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 사진 속 남자는 마치 원숭이를 닮았고 독기가 가득한 눈빛을 소유한 강렬한 인상이었다. 아무래도 죽은 남자는 사진 속 남자를 미행하고 있었던 듯하다.

홈즈가 석고상의 행방을 묻자 레스트레이드는 조금 떨어진 가로등 앞에서 깨졌다고 대답했다. 이에 홈즈는 이 사건이 단순히 나폴레옹 혐오자의 소행이 아님을 확신했다. 하커 기자의 집 옆에는 빈 집이 있는데도, 굳이 가로등이 있는 곳까지 와서 부순 것은 범인이 나폴레옹이 싫어서가 아니라 석고상 자체에 무언가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다는 게 홈즈의 설명이었다. 마침 이전 사건 피해자였던 바니콧 박사의 병원 근처에도 가로등이 있었다. 여기서 레스트레이드와 홈즈의 사건 추적 방식이 갈라지는데 레스트레이드는 피살자의 신원부터 파악할 것이라 했고 홈즈는 석고상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조사할 것이라 하면서 피살자의 소지품 중 어떤 남자의 사진을 잠시 빌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나가기 전에 홈즈는 하커 기자에게 이 사건을 정신이상자의 소행으로 적어줄 것을 부탁했다.

사진을 받은 홈즈와 왓슨은 먼저 하딩 형제네 가게에 갔지만 하딩 씨가 외출 중이어서 먼저 케닝턴 가의 허드슨 상회로 향했다. 허드슨 상회의 주인 모스 허드슨은 대단히 괄괄한 성격의 소유자였는데 홈즈에게 분노에 가득찬 말투로 며칠 전 백주대로에서 어떤 괴한의 습격으로 나폴레옹 석고상이 파괴된 것을 진술했다. 그러면서 공화주의자 혹은 빨갱이들이 그랬을 거라면서 경찰은 뭐하는지 모르겠다고 시종일관 투덜거렸다. 그리고 그는 그 문제의 석고상을 스테프니 구에 위치한 겔더 상회에서 3점을 사들였고 2점을 바니콧 박사에게 팔았으며 나머지 1점은 아직 안 팔려서 가게에 진열해 놓았는데 괴한이 침입해 파손했다고 증언했다. 홈즈가 사진 속 남자에 대해 묻자 모스 허드슨은 처음엔 모른다고 했으나 다시 사진을 본 후 그 남자의 이름이 베포이고 성씨는 모르며 이탈리아인이라고 밝혔고 며칠 전까지 이 가게 점원으로 일했으나 갑자기 그만 두었다고 설명했다.

홈즈는 나폴레옹 석고상에 대한 정보를 좀 더 수집하기 위해 원 생산지인 스테프니 구의 겔더 상회로 향했다. 겔더 상회의 주인은 금발 머리에 큰 몸집을 한 독일인이었다. 겔더 씨는 이 가게에서 6점의 나폴레옹 석고상을 제작했고 그 중 3점을 허드슨 상회에 또 나머지 3점을 하딩 형제네 가게에 팔았다고 밝혔다. 그리고 석고상 제작이나 표구 등의 일은 모두 이탈리아 출신 노동자들이 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모스 허드슨에 비하면 겔더 씨는 상당히 친절하고 밝은 모습으로 홈즈에게 안내해 주었으나 홈즈가 베포에 대해 물었을 땐 그의 사진을 보고는 몹시 흥분하며 욕을 해댔다. 그가 그렇게 분노했던 이유는 베포가 1년 전에 길거리에서 제 동포를 칼로 찌르고 달아나 가게에 숨어버리는 바람에 가게에 경찰이 들이닥쳤고 본인 역시 참고인으로 여러 차례 경찰에 끌려갔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국에 살면서 경찰을 만날 일은 한 번 도 하지 않았는데 그놈 때문에 경찰을 질리게 만나야 했다는 것. 하지만 마구 화를 낸 뒤에는 다소 아쉬운 듯이, 그 베포는 성격은 더러웠지만 일은 뛰어나게 잘했으며 조각하는 일 외에도 석고상 본을 뜨는 일, 표구 작업 등 못하는 게 없었기에 너무나도 아까운 솜씨였다고 하였다. 겔더 씨는 베포가 1년 형을 선고받았으니 아마 지금쯤 출소해서 고국인 이탈리아로 돌아갔을 것이라고 추측하며 아직 베포의 사촌형제가 이 가게에서 일하고 있으니 혹시 그의 행방에 대해 궁금한 게 있으면 그에게 물어볼 것을 권했다. 그러나 홈즈는 겔더 씨를 말리고 베포의 사촌형제에게도 이 사실을 함구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하딩 형제 가게에 가기 전에 저녁 식사를 했는데 그 날 석간 신문 기사에 하커 기자의 기사가 올라왔다. 하커 기자는 홈즈의 부탁대로 이 사건을 정신이상자의 소행으로 기사를 썼다. 저녁을 든 후 하딩 형제네 가게에 갔는데 하딩 씨는 겔더 상회에서 나폴레옹 석고상 3점을 샀고 각각 피트 스트리트에 사는 하커 기자, 치즈윅 구 레버넘 별장에 사는 브라운 씨 그리고 로워 로드에 사는 샌드퍼드 씨에게 팔았다고 진술했다. 그리고 이탈리아인 점원은 청소하는 사람 등 몇 명 고용하고 있지만 베포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것이 없었다. 또 판매 장부가 있지만 별로 중요한 물건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아마 마음만 먹는다면 어느 누구라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조사를 다 마친 홈즈 일행이 베이커 가 허드슨 부인 집에 돌아와 보니 레스트레이드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 레스트레이드는 하커 기자 집에서 피살당한 남자의 신원을 알아냈다는 낭보를 가지고 왔다. 피살자의 신원은 나폴리 태생의 피에트로 베누치라는 이탈리아인이었다. 그는 악명 높은 마피아 단원이었는데 레스트레이드는 사진 속 남자는 피에트로 베누치와 같은 마피아 단원이었고 사진 속 남자가 조직을 배반하자 피에트로 베누치가 그를 미행했고 마침내 하커 기자의 집에서 조우하여 옥신각신 싸움이 일어났고 그 과정에서 살인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추리했다. 잠자코 레스트레이드의 추리를 듣던 홈즈는 혹시 나폴레옹 석고상의 행방에 대한 조사를 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레스트레이드는 그건 시시한 절도 사건에 불과해 조사하지 않았다고 일축하며 지금 당장 이탈리아인 거리로 가서 베포를 체포하러 갈 것이라며 길을 나서려 하자 홈즈는 베포가 이탈리아인 거리가 아니라 치즈윅 구 레버넘 별장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홈즈는 반신반의하는 레스트레이드를 데리고 치즈윅 구의 레버넘 별장 인근에 잠복했다. 밤이 깊자 누군가가 별장 안으로 침입해 어떤 물건을 가지고 나온 뒤 가로등 아래로 가서 부숴 뭔가를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레스트레이드가 곧장 달려들어 침입자를 체포했다. 침입자는 예상대로 베포였다. 그러나 홈즈는 베포를 거들떠 보지도 않고 깨진 석고상 파편만 이리저리 살필 뿐이었다. 아무래도 홈즈는 뭔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했다.

다음 날, 레스트레이드가 베이커 가로 찾아왔다. 범인의 이름은 익히 아는대로 베포였으며 성은 알 수 없었다. 이탈리아 출신으로 본래 솜씨 좋은 조각가였으나 나쁜 길에 빠져 2번이나 감방에 간 전적이 있었다. 처음은 단순 절도죄였고 나머지는 겔더 상회 주인이 말한대로 1년 전에 길에서 동포를 칼로 찔러 상해를 입힌 죄였다. 그러나 피에트로 베누치를 살해한 이유와 나폴레옹 석고상을 부수고 다닌 이유에 대해선 묵비권을 행사했다고 한다. 하지만 홈즈는 레스트레이드의 설명을 듣는 둥 마는 둥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뒷얘기를 나누던 홈즈 일행에게 로워 로드에 사는 샌드퍼드라는 사람이 찾아와서는 베포가 부수고 다녔던 그것과 동일한 석고상을 홈즈의 요구에 따라 10파운드라는 거금에 팔았다.[3] 그는 양심이 찔렸는지 자기가 이걸 고작 15실링에 산거라고 실토했지만, 홈즈는 "양심적이시군요, 하지만 내가 먼저 그 돈 내겠다고 했으니 약속대로 그 돈 드리겠습니다."라고 계약서를 쓰게 하고 샀다. 그리고 샌드퍼드가 방을 나가자마자 홈즈는 가차없이 그 나폴레옹 석고상을 때려부쉈다. 그러자 석고상이 부서진 조각 중 하나에 흑진주가 달라붙어 있었다!

사실 베포가 석고상을 파괴하고 다닌 진짜 이유는 그 안에 보르지아흑진주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1년 전, 이탈리아 왕국의 왕세자인 콜로나 공작 일가가 런던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때 왕세자비의 흑진주가 도난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유력한 용의자로 세자비의 하녀가 지목되었고 그 하녀의 오빠가 사건 당시에 런던에 머물고 있었다는 것까지 밝혀냈지만 물증이 없어 끝내 미제 사건이 된 상태였다. 당시 그 하녀의 이름은 루크레치아 베누치(Lucretia Venucci)였는데 홈즈는 며칠 전 피트 스트리트의 하커 기자 집에서 피살당한 남성의 이름이 피에트로 베누치라는 것을 알게 되자 피에트로 베누치가 바로 그 하녀의 오빠일 것이라고 추리했다. 그 근거는 콜로나 공작 부인이 문제의 흑진주를 분실하고 이틀 후에 베포가 길에서 동포를 찌르고 자신이 일하고 있던 겔더 상회에 숨어들었다는 것 그리고 그 흑진주가 겔더 상회에서 제작된 석고상에서 발견된 것이다. 즉, 1년 전에 베포가 길에서 칼로 찔러 상해를 입힌 동포는 바로 피에트로 베누치였고 베포가 피에트로 베누치에게 상해를 입힌 이유는 흑진주를 차지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문제는 베포가 피에트로 베누치를 찌르고 겔더 상회에 숨었을 때 흑진주를 지니고 있었고 경찰에 쫓기고 있었다는 것이다. 흑진주를 빨리 어딘가에 숨겨야 했는데 마침 건조 중이던 덜 굳은 나폴레옹 석고상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급한 마음에 베포는 재빨리 석고상 안에 그 흑진주를 숨겼고 말끔히 덧칠해서 흑진주가 든 사실을 모르게 했다. 그런 다음 순순히 체포되어 1년 간 징역을 살았다.

그런데 베포가 감방에 있었던 사이에 이미 그 6점의 석고상은 다 팔려나간 뒤였다. 모두 똑같은 모양에 따로 표시할 틈도 없었으니 어느 석고상이 흑진주가 든 것인지는 베포 본인도 알 길이 없었을 것이다. 거기다 석고란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응집력이 강해져서 흔드는 것만으로는 알 수가 없으니 모두 찾아서 깨부수는 방법 외에는 없었다. 우선 출소한 베포는 집요하게 흑진주가 든 석고상을 찾아나섰다. 먼저 그는 겔더 상회에 일하는 사촌형제를 통해 문제의 나폴레옹 석고상이 허드슨 상회와 하딩 형제네 가게에 각 3점씩 팔려나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래서 그는 허드슨 상회 점원으로 취직해 일하면서 3점 중 2점이 의사 바니콧 씨에게 팔려나간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허드슨 상회에 팔려나간 3점의 석고상 어디에도 흑진주가 없었고 결국 모두 꽝이었다.

하지만 베포는 절대 포기하지 않고 하딩 형제 가게에서 일하는 동포들에게 부탁해 나머지 3점이 판매된 곳을 알아냈다. 그래서 첫 번째로 가게에서 가장 가까운 피트 스트리트의 하커 기자 집 석고상을 훔쳤다. 하지만 베포가 출소할 무렵 흑진주를 노리던 또 다른 인물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1년 전 베포에게 흑진주를 빼앗긴 피에트로 베누치였다. 피에트로 베누치는 베포가 흑진주를 가지고 있다고 의심해 베포를 미행하고 있었는데 그만 들키고 말았다. 결국 두 사람은 옥신각신하면서 다투게 되었고 결국 베포는 피에트로 베누치를 칼로 찔러 죽여버렸다.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 이상 베포는 신중하게 움직이려고 했지만 홈즈가 하커 기자에게 부탁해서 기사에 정신병자의 소행으로 나오게 된 것에 낚여 안심하고 다음 행동으로 옮긴 것. 이제 남은 건 치즈윅 구 레버넘 별장의 것과 로워 로드에 사는 샌드퍼드 씨 것밖에 없었다. 그래서 둘 중 가까운 치즈윅 구로 갔고 끝내 거기서 붙잡히고 만 것이다. 보다시피 운도 지지리 없게 6개 중 1개를 찾는데 마지막까지 꽝만 뽑았다. 그리고 홈즈는 마지막 하나 남은 석고상을 사서 흑진주를 손에 넣은 것. 앞서 홈즈는 10파운드에 이 석고상을 샀는데 진주로 얻은 상금이 1000파운드였으니 무려 100배 이득을 본 셈이다.

4. 여담

  • 진주를 굳기 전의 석고상에 넣었다는 아이디어는 좋지만 설정오류일 수 있다. 물과 접촉된 석고는 굳으면서 내부에 열이 발생한다. 엄청난 고열은 아니지만 사람의 맨살에 닿으면 저온화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헌데 진주는 보석 중에서도 몇 안되는 유기성 보석이라, 자칫하면 손상되었을지 모르는데 한 술 더 떠 석고상을 무식하게 깨트려버리기까지... 뭐 원작에서 별 말은 없었으니 부숴먹지 않고 제대로 꺼냈다고 생각하자. 만약 손상을 좀 입었어도 이 진주는 보석 자체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역사적 가치도 높은 물건이니 큰 상관 없을지도?[4]
  • 작중 말미, 마지막 석고상에서 보르지아의 흑진주를 꺼내는 퍼포먼스를 벌인 후, 왓슨과 레스트레이드의 박수갈채에 홈즈가 기분이 좋아서 얼굴을 붉히는(!) 진귀한 장면이 나온다.[5] 이후 사건의 진상을 다 설명하고 나서 레스트레이드가 진심어린 경의[6]를 표하자, 여기에 또 감동받아서 잠시 말을 못 잇기도. 물론 잠시 뒤엔 안 그런 척하면서 평소의 냉철한 태도로 돌아가지만, 왓슨은 홈즈의 이런 모습에서 인간미를 느꼈다고 기록해 놓았다. 독자들도 마찬가지
  • 그라나다 판에서는 (원작에선 언급되지 않은) 베포의 풀네임이 '베포 치콜리니'라고 설정됐으며, 체포된 뒤 사형에 처해졌다는 언급이 나온다. 루크레치아 베누치가 아버지로부터 베포의 처형 소식이 적힌 종이를 건네받고 읽어본 뒤, 무표정한 얼굴로 찢어서 버리는 것이 마지막 장면.
  • BBC 드라마 셜록 시즌 4 1화의 초반 내용에 인용되었다. 여기서는 나폴레옹이 아닌 마가렛 대처 상. 그래서 그냥 대처를 싫어하는 사람의 소행 아니냐는 말이 좀 더 그럴듯해졌다. 하지만 반전으로 안에 들어있던 건 흑진주가 아닌 다른 것이었다.
  • 이 에피소드를 읽으며 들 수 있는 근본적인 의문이 '런던 시내에 나폴레옹 석고상이 그렇게 많나?'이다. 영국에서도 나폴레옹을 유럽을 호령하던 천재적인 적수이자 황제로 보며, 전쟁을 벌이던 당시에도 높이 평가하던 영국인이 꽤 있었다. 워털루 전투에서 나폴레옹을 물리친 웰링턴 원수부터 나폴레옹을 훌륭한 황제라고 찬양하고 세인트 헬레나유배당한 그를 박대한 총독 허드슨 로를 '치사하고 졸렬한 작자'라면서 '아무리 적이자 포로같은 사람이라고 해도 황제에 걸맞는 대우를 하라'라고 비난할 정도였다. 따라서 이 소설에 묘사된, 나폴레옹의 석고상이 흔한 모습은 소설 속 허구가 아니었다.

[1] 황금가지판에서 그렇게 번역했지만 코너스톤판이 더 대중적이어서 문서 이름이 바뀌었다.[2] 정확히 말하면 바니콧의 병원은 본원과 분원이 있는데 두 곳에 석고상이 각각 1점씩 있었다.[3] 2010년대 기준으로 10파운드는 한국 돈으로 만 4천원 정도지만, 극중 배경인 1890년대에는 백만원을 훌쩍 넘는 값어치였다. 참고로 당시 초창기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주전 월급조차도 3파운드도 되지 않았으며 선수들이 교섭을 벌여 10파운드로 오른 게 1900년대가 넘어서였다.[4] 베포는 교육을 받은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 혹은 알고 있더라도 가공해서 보석 본질의 가치로 팔아 먹어도 충분했을 거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홈즈는 알고 있었겠지만 그래서 석고상을 무식하게 부수지 않고 채찍으로 부드럽게 석고상을 쳐서 박살냈다고 나온다. 손상이 아예 안 가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석고상 안에 박힌 진주를 빼내기 위해 이보다 더 나은 방법은 없었을 것이다.[5] 사실 비슷한 장면은 주홍색 연구에도 나왔었다. 왓슨이 홈즈의 추리 기술을 칭찬하자 얼굴을 붉히며 좋아했다고. 왓슨이 서술하길, '자신의 미모에 대해 찬사를 듣고 기뻐하는 소녀처럼 홈즈도 자신의 일에 대해 칭찬을 들으면 좋아한다'.[6] 런던 경찰들도 홈즈를 자랑스럽게 여긴다면서, 당장 내일이라도 방문한다면 최고참 경위부터 신참 순경까지 모든 사람이 기쁜 마음으로 홈즈와 악수를 나누려 할 것이라고 했다.[7] 그럴만도 한 게 셜록 홈즈가 활동했던 19세기영국은 최전성기였던 반면, 이탈리아는 이제 막 통일을 완수한 후진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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