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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1903년 9월 스트랜드 매거진에 연재된 셜록 홈즈 시리즈의 단편작. 셜록 홈즈의 귀환에 수록되었는데 제목만으로는 알 수 없지만 라이헨바흐 폭포에서 죽은 줄 알았던 홈즈가 돌아오는 내용이다. 마지막 사건 이후 작품 속에서는 3년, 현실에서는 9년 뒤이다.2. 줄거리
홈즈가 죽은 뒤, 왓슨은 그를 그리워하며 혼자 살고 있었다.[1] 가끔 신문에 나는 사건들을 직접 추리해 보곤 했지만 아무래도 그에겐 버거운 경우가 많았다. 1894년 3월 말 발생한 로널드 아데어 도령[2]의 살해 사건도 마찬가지였다.로널드 아데어는 자기 방에서 머리에 권총탄을 맞고 죽은 채 발견됐다. 사망 당일 그는 저녁 내내 클럽에서 카드 놀이를 했으며, 귀가해서는 방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죽기 직전까지 모종의 돈 계산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현장에 무기가 없었으므로 자살은 아니었고, 그의 방은 3층이고 문은 잠겨 있었으므로 살인범은 창문을 통해 들어올 수밖에 없었는데, 정작 벽이나 창문 아래 꽃밭에는 침입의 흔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바깥에서 권총을 이용해 저격하는 것은 거리가 너무 멀어 불가능했다.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진 왓슨은 현장을 둘러보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사건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들을 슬쩍 엿듣기도 했지만 만족할 만한 설명은 얻지 못한 채 돌아섰다.
그 때 왓슨은 웬 늙은 서적 수집가와 부딪혔는데, 그 수집가는 기분이 꽤 상했는지 왓슨이 책을 주워 줬는데도 툴툴거리며 가 버렸다. 그런데 왓슨이 사무실에 돌아왔을 때 놀랍게도 서적 수집가가 왓슨을 찾아온다. 그는 자기가 아까는 좀 투덜댔어도 친절한 양반에게 감사 인사를 해야겠다면서, 책 수집에 대해 잡담을 하더니 결국 책을 몇 권 살 것을 권유한다. 잠시 책장으로 눈을 돌렸던 왓슨이 다시 서적 수집가의 얼굴을 쳐다봤을 때는, 그의 얼굴은 어디로 가고 3년 전 죽은 줄 알았던 셜록 홈즈가 서 있었다. 너무 놀란 왓슨은 그만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린다.
정신을 차려 보니 홈즈가 기절한 왓슨을 의자에 앉혀 간호하던 중이었다.[3] 그는 자신이 쓸데없이 극적인 등장을 해서 왓슨을 놀라게 했다며 사과한다. 왓슨은 환희에 차서 홈즈의 팔을 부여잡고, 어떻게 그 폭포에서 살아 돌아왔는지를 얘기해 달라 청한다. 이에 대한 홈즈의 답은 애초에 자신은 폭포에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
당시에 자신도 죽을 각오를 했고, 왓슨에게 남긴 유서도 진심이었지만, 절벽에서의 격투 때는 바리츠(Baritsu)라는 가상의 유술을 잘 써먹어서 모리어티만 폭포로 떨어뜨리고 이겼다고. 현장에는 되돌아온 발자국이 없었던 것은 홈즈가 길이 아니라 절벽을 기어오르는 경로로 빠져나갔기 때문이었다. 모리어티의 잔당들을 잡으려면 본인이 사망한 것으로 처리되는 쪽이 낫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자신이 살아있으면 모리어티의 잔당들이 눈에 불을 켜고 복수하려 들겠지만, 자신 또한 죽었다고 알려지면 그들의 위협을 피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홈즈는 지난 3년간 세간에 자신이 죽은 것으로 알려지도록 내버려둔 채,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모아 왔던 것이다.[4][5]
3년 동안 이 비밀을 알고 있던 사람은 딱 한 명, 마이크로프트 홈즈뿐이었다. 활동 자금이 필요해서 그의 도움을 받았다고. 당연히 마음 같아선 왓슨에게도 알리고 싶어서 여러 번 편지를 쓰려고 펜을 들기까지 했지만, 혹시 왓슨이 자신의 생존을 알고 너무 기뻐하거나 도움을 주려고 시도하다 비밀이 새어나가면 안 된다는 생각에 그만두었다고 한다. 그렇게 3년을 참던 홈즈가 베이커 가에 돌아와 보니 허드슨 부인은 기절초풍을 하고, 살던 방은 마이크로프트의 정성으로 3년 전과 조금도 다름없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홈즈는 늘 앉아온 의자에 앉으니 맞은편 의자에 있던 왓슨이 그렇게 그리웠다며 이야기를 끝낸다.
왓슨에게 중요한 건 홈즈가 살아있다는 사실 그 자체라 왓슨은 하염없이 기뻐한다. 홈즈는 그 사이 왓슨이 상처(喪妻)한 걸 어떻게 알았는지 조용히 애도를 표하며 왓슨을 위로한다. 곧 홈즈는 오늘 밤에 매우 위험하면서도 긴급하고 중요한 일이 있다면서 따라 나서겠느냐고 묻고, 왓슨은 망설임 없이 동행한다.
그 날 저녁 홈즈와 왓슨은 마차를 타고 런던 어딘가에 있는 빈 집으로 가게 되는데, 집 안에 들어가 보니 베이커 가 221B번지의 맞은편 빈집 캠던 저택이었다. 그리고 창문을 통해 보니, 221B의 하숙집 창문에 홈즈의 그림자가 비치고 있었다. 이는 홈즈가 프랑스인 장인에게 의뢰하여 만들어 온 밀랍 흉상으로, 자신의 적들에게 자신이 그 곳에 있다고 믿게 만들기 위한 미끼였다.[6] 몇 시간을 기다렸을까, 갑자기 홈즈가 왓슨을 어두운 구석으로 데려가 숨는다. 바로 그 방으로 험악하게 생긴 남자가 들어왔고, 그는 즉석에서 공기총을 조립해서는 그것으로 221B의 창가에 서 있는 홈즈...의 흉상을 저격한다.
바로 그 순간 홈즈가 남자를 뒤에서 덮쳐 몸싸움이 벌어지고, 왓슨은 홈즈가 밀리자 권총의 개머리판으로 남자를 후려쳐 쓰러뜨린다. 곧바로 홈즈가 호루라기를 불자, 길에 잠복해 있던 레스트레이드 경감과 다른 경찰들이 달려와 남자를 체포한다. 이 저격수의 이름은 세바스찬 모런 대령, 죽은 모리어티의 심복이었다. 그는 유럽에도 모리어티와 동행했다가 자기 대장이 죽고 홈즈가 살아서 빠져나오는 걸 봤고, 복수의 기회를 노리다가 홈즈가 베이커 가로 돌아오자 곧바로 그를 저격해 죽이려고 했던 것이다.[7]
3. 결말
홈즈는 대령이 왕년에 인도에서 호랑이 사냥으로 명성을 떨친 것을 언급하며, 이번에는 이 노련한 사냥꾼이 자신의 계략에 걸려들었다고 조롱한다.[8] 홈즈는 공기총을 잘 조사하라면서 대령을 무슨 혐의로 기소할 것인지 물어본다. 이에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당연히 '셜록 홈즈 살해 미수'가 아니겠냐고 하는데, 홈즈는 레스트레이드가 또 하나의 사건을 풀었다면서 로널드 아데어 도령 살해범으로 잡아 넣으라고 말한다.대령의 공기총은 모리어티 교수가 그를 위해 주문 제작한, 리볼버용 탄환을 쏘도록 만든 특제 라이플로, 아데어 도령을 살해한 무기가 바로 그것이었다. 리볼버 탄환이 라이플에서 나왔을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을 못 했으므로 수사가 난항을 겪었던 것인데, 이 공기총은 상식을 초월하는 물건이었다. 마침내 베이커 가 하숙집으로 돌아온 홈즈와 왓슨은 허드슨 부인을 만나고, 부인이 주워놓은 탄환을 조사한다. 역시 리볼버 탄환이었다.
홈즈는 자신의 인물 색인에서 세바스찬 모런 대령에 대한 정보를 찾아 왓슨에게 보여준다. 그는 원래 명예로운 군 경력을 쌓아올리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몰락했고, 모리어티에게 거두어져 그의 오른팔이 되었다. 홈즈는 그를 '런던에서 두 번째로 위험한 인물[9]'이라 평해 놓았다.
왓슨은 대령이 로널드 아데어를 살해한 동기를 궁금해한다. 아직은 정확히 알 수 없어 추측만 할 수 있는 단계이고, 홈즈는 아마 금전 문제일 거라고 추정한다. 모런은 모리어티가 죽은 뒤에 카드 게임 사기를 통해 돈을 벌고 있었는데, 아마도 아데어 도령이 모런의 사기를 눈치챈 것 같다고. 정직한 성격의 아데어는 모런에게 클럽을 탈퇴하고 사기 도박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 않으면 그가 사기를 쳐 왔다는 사실을 알리겠다고 비난했을 것이고, 사기 도박이 생계 수단이었던 모런은 결국 아데어를 살해했을 것이라는 추정이었다. 왓슨은 그게 아마 맞을 것이라 대답한다.[10]
4. 평가
홈즈의 귀환을 알린 기념비적인 단편이긴 하지만 파고들면 실수가 여전히 많다. 홈즈와 모리어티라는 영국 최고의 두뇌들이 폭포에서 몸싸움을 벌이고, 저격수 모런이 홈즈를 살려보냈다는 것부터 부자연스럽다. 다만 라이헨바흐 폭포에 사람이 숨을 만한 곳이 많다고 하면 딱히 무리는 아니다. 원작에서 모런 대령은 바위를 굴렸고 이때 홈즈가 죽었다고 생각했다.[11]또한 변장의 천재인 홈즈가 왜 왓슨의 반응을 염려하는가? 같은 의문이 있다. 이전 작품들에서 홈즈가 변장할 때마다 왓슨은 늘 이를 곧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런데 본 에피소드에서는 홈즈가 "왓슨이 알아보면 적들이 눈치를 챌까봐"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죽을 고비를 겨우 넘기고 아직도 죽이려고 덤벼들려는 적이 존재하는 상태에서는, 신경이 웬만큼 굵은 사람도 노파심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 홈즈의 인간관계에서 친밀하고 오랫동안 같이 생활해 왔던 건 형과 왓슨 둘뿐이고, 따라서 만에 하나라도 홈즈의 변장을 알아볼 가능성이 있는 사람 역시 그 둘뿐일 테니까 말이다.
총에 관해서도 의문점이 있다. 소설에 덤덤탄이라고 나오는, 탄두의 납이 드러난 탄환은 당시 널리 쓰던 탄이지만, 묘사 상황은 현실과 좀 다르다. 소설에서는 탄환이 머리를 관통하고 벽에 부딪쳐 납작해진 것으로 나오는데, 리볼버용 덤덤탄(당시 영국군 제식 웨블리 리볼버용 덤덤탄은 탄두 구경 11.5mm)은 비교적 먼 거리에서 쏘면 머리를 관통하지 못하고 머리 속에 박힐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실제 사람(아데어 도령)과 홈즈의 흉상은 재질이 다른데, <두개골/머리 부분을 깨끗하게 관통하고, 들어온 반대 방향 벽에 충돌해 납작해진다>는 조건을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저런 오류가 있다고 해도 전 세계 독자들에게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2년 전에 바스커빌 가의 개가 출간되었지만 이는 과거 회상일 뿐 살아난 게 아니었기에, 빈 집의 모험에서 그의 재등장에 이의를 제기하는 독자는 아무도 없었다.
한편 코난 도일 자신도 이 에피소드를 마음에 들어하여 아끼는 작품 목록에 넣었다. "홈즈가 죽었다는 소문을 잘 해명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제시한다는 이유에서였다.
5. 2차 창작
그라나다 판에서는, 홈즈가 왓슨에게 자신의 생존 사실을 알리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자 왓슨은 "나도 자네 형님만큼은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며 자신을 믿지 않은 홈즈에게 서운함을 토로한다. 이에 홈즈는 "물론 자네를 믿지, 하지만 자네가 인정이 더 많지 않은가." 사람 좋은 왓슨은 그 말 한 마디에 서운함을 푼다. 이후 지친 홈즈가 왓슨의 진료실에서 잠이 들자, 왓슨이 이불을 끌어올려 덮어 주는 훈훈한 장면이 있다.또한 여기서는 모런 대령의 범행 동기를 추리하는 게 홈즈가 아닌 왓슨이다. 왓슨이 의문을 제기하자 홈즈가 '아직은 가설을 세우는 것밖에 못 하지만 자네도 짐작 가는 게 있을 것'이라 말하고, 이에 왓슨이 금전 문제일 거라는 추리와 그 근거를 논리적으로 제시하자 홈즈가 타당한 추리라며 칭찬한다. 이후 허드슨 부인이 가져온 샴페인으로 세 사람이 건배를 하면서 마무리된다.
추가로 홈즈가 가보았다는 "고든이 사망했다는 궁"에서의 고든은 영국군 소장이자 수단 총독이던 찰스 조지 고든이다.
[1] 이후 언급되지만 그 사이 부인도 사망했다. 마지막 사건의 연도는 1891년, 메리 모스턴의 사망 연도는 1891년 또는 1892년으로 추정되므로, 왓슨은 길어야 2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두 사람을 연달아 잃은 것이다.[2] The honorable Ronald Adair. 'The honorable'은 자작과 남작의 모든 자녀들 및 백작의 장남 이외의 아들에게 붙는 경칭으로, 로널드 아데어도 백작의 차남이므로 이 경칭이 붙었다. 한국어로는 1:1로 대응되는 역어가 없으며, 대충 '도령'이나 '공자' 정도로 번역해 놓으면 틀리지는 않는다.[3] 정신을 차렸을 때 입에서 브랜디 맛이 났다는 묘사상 19세기 영국인들의 만병통치약(...) 브랜디를 동원한 것 같다.[4] 3년 동안 홈즈가 무얼 했는지 꽤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음에도 이 '대공백기' 동안 홈즈의 행적은 여전히 셜로키언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5] 원래 마지막 사건에서는 진짜로 얄짤없이 죽일 생각이었던 걸 땜빵설정으로 살려낸 거긴 하지만, 애초에 마지막 사건에서도 홈즈가 사망하는 장면을 직접 본 사람은 아무도 없고 '왓슨이 현장에 가 보니 사람은 없고 유서만 남아있고 암만 봐도 살아 나올 길도 안 보이더래요' 하는 식으로 서술되어 있기 때문에, 왓슨을 믿을 수 없는 화자로 만들어버리면 설정오류가 아니게 되는 것이다(...).[6] 그냥 멀뚱히 놔두기만 하면 안 속을 수도 있으니까, 허드슨 부인에게 부탁해서 주기적으로 흉상을 움직이도록 조치해 놓기까지 했다.[7] 마지막 사건에서 홈즈가 공기총에 노이로제를 보이며 강박적으로 창문 단속을 했는데, 그가 두려워했던 공기총이 바로 모런 대령의 공기총이다. 모리어티가 '폰 헤르더'라는 장님 독일인 기술자에게 주문 제작한, 권총탄을 발사하도록 만든 저격총. 공기총이라 총소리도 안 나니 언제 어디서 날아오는지도 모르고, 한 발만 맞아도 죽거나 불구가 되며, 권총탄이 저격총에서 나올 거라곤 아무도 상상을 못 할 테니까 범인을 추적하는 데도 애로사항이 꽃피는 무서운 물건이니 천하의 셜록 홈즈라도 두려워할 만했다.[8] 이때 모런이 자신이 조롱을 듣고 있을 필요는 없지 않냐고 하자 레스트레이드도 동의한다(...)[9] 첫 번째는 아마도 모리어티.[10] 세바스찬 모런 대령은 원래 광적으로 도박과 스릴을 즐기던 인물이었고(그가 맹수 사냥을 즐겼던 것도 이런 성격이 영향을 준 것이라고 나온다.), 명성높은 사냥꾼에 대영제국 대령이라는 신분에도 모리어티 교수에게 매수되어 범죄에 손을 담근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11] 그라나다 판에서는 모런이 바위를 굴리는 게 아니라 저격을 시도하는 것으로 바꾸었는데 명색이 사격의 명수라면서 두 번이나 빗맞힌다(...) 그야 주인공이 죽을 수는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