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5-03-24 12:33:06

에니그마(기계)

파일:앨런 튜링 투명.svg앨런 튜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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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탄생3. 작동 원리
3.1. 키보드3.2. 로터3.3. 플러그보드
4. 에니그마의 해독을 위한 노력
4.1. 폴란드의 시도와 봄바의 개발4.2. 영국의 시도 및 성공
5. 독일의 대응6. 후속작7. 타국에서의 사용
7.1. 기타
8. 다른 매체에서의 등장9. 관련 문서

1. 개요

파일:Enigma-logo.png
에니그마의 로고

에니그마(Die Enigma)는 제2차 세계 대전 시기 독일군이 사용했던 휴대용 암호 생성기이다.#1

2. 탄생

파일:external/upload.wikimedia.org/Bundesarchiv_Bild_101I-769-0229-10A,_Frankreich,_Guderian,_%22Enigma%22_croppped.jpg
에니그마를 사용하는 독일 국방군 육군 기갑통신병
하인츠 구데리안 장군

치머만 전보 사건 때도 그렇고 제1차 세계 대전 때 독일군이 사용하던 암호체계가 뚫려 무용지물이 됐는데, 독일은 종전때까지도 이 사실을 모르다가 이후 출간된 윈스턴 처칠의 1차 세계 대전 회고록을 읽고난 후에야 알게 됐다고 한다. 줄곧 연합군 측에게 농락당해 왔다는 것을 깨달은 독일군은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이에 독일의 전기기술자 아르투르 슈르비우스(Arthur Scherbius)가 이전 암호체계의 결함을 개선해 에니그마를 발명했다. 에니그마의 발명가인 슈르비우스는 1929년에 마차 교통사고로 사망하여 자신의 발명품이 전장에서 활약하는 것을 보지 못했으나 자신의 작품이 인기를 끌고 많이 판매되는 것을 목격했으며 에니그마는 상업적인 목적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제2차 세계 대전 종전 후에도 에니그마 암호기는 특허에 의해 보호되었다.

당시 에니그마의 가격은 당시 화폐를 원화로 환산하면 약 3500만원에 도달할 정도로 초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독일 정부와 철도기관 등의 민간에서 먼저 채택했는데, 왜냐하면 1920년대부터 무선통신의 빠른 발전으로 통신 보안의 중요성이 민간에서도 각광받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암호표 방식이 아닌 기계식 암호화 기법을 사용한 에니그마에 독일군도 주목을 시작했고, 이후 독일군은 회전자를 강화하고 여러 복잡한 장치를 추가한 군용 에니그마를 3만대 구매하여 연합군복호화 기술을 완전히 무력화시켰던 탓에 상당 기간 난공불락의 암호체계를 자랑했다.

그러나 후술할 문제점들과 앨런 튜링을 비롯한 영국의 암호해독부의 노고 덕분에[1] 암호 해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결국 제2차 세계 대전의 판도는 바뀌게 된다. 에니그마 해독은 수많은 전쟁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일부 역사학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에니그마 해독이 종전을 3년 앞당기고, 1400만 명의 목숨을 구했다고 한다.

3. 작동 원리

파일:EnigmaMachineLabeled.jpg
에니그마 기계의 모습

에니그마는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타자기가 아니고, 타자기처럼 생긴 휴대용 암호 생성/해독기이다. 에니그마의 작동자가 키보드를 입력하면 그 곳에 해당되는 글자가 빛나게 되는 구조라서 받아 적는 사람이 따로 있어야 했다. 즉 사전에 약속한 세팅으로 에니그마를 세팅하고, 암호문을 생성하여 야전으로 메시지를 타전하면, 야전에서는 사전에 약속한 세팅으로 에니그마를 세팅한 뒤, 에니그마에 암호문을 입력하면 해독이 되는 원리였다.
에니그마 기계의 동작원리

이 "사전에 약속한 세팅"이 바로 코드북. 코드북은 에니그마 운용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거기에다가 해군에서 사용한 코드북은 수용성 잉크로 작성되어 배가 침몰하거나 승조원들이 포로가 될 위기에 처하면 바다에 던져 암호 해독의 여지를 꺾어버렸다. 또한 누설된 경우에는 임의의 코드북을 배부하기도 했다. 즉, 코드북을 입수해 봤자 길어야 한 달간의 암호만 도청할 수 있었던데다, 설상가상으로 독일군은 이후 암호문에 다음날 사용할 회전자 설정을 당일의 설정으로 암호화하여 배포하는 방식으로 변경하여 효율성과 보안성을 강화했다.

에니그마의 중요 구조는 배터리, 키보드, 플러그보드, 로터, 램프보드로 구성되어 있다.

3.1. 키보드

파일:attachment/에니그마/eg_algoritm.jpg
에니그마의 작동 알고리즘

키보드는 현재의 컴퓨터 키보드처럼 자유롭게 글자를 칠 수 있게 되어 있다. 입력 시 신호는 배터리(1) → 키보드 A(2) → 플러그보드(3, 연결X) → 로터를 통해 신호 변환(4, 5, 6) → 플러그보드(7, S) → 플러그보드(8, D) → 램프보드 D(9)로 흘러가게 된다. 여기서 플러그보드는 거칠 수도 있고 거치지 않을 수도 있어서, 총 7~9차례의 암호화를 거치게 된다. 예를 들어 "A"를 입력했을 경우 "D"가 빛나는 식이다.

3.2. 로터

로터는 입력 신호를 바꾸어주는 역할을 한다. 총 3개를 장착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각 로터는 총 26개의 이빨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알파벳을 나타낸다. 사용자가 키보드를 칠 때마다, 기계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우측 로터의 이빨이 1칸씩 움직이게 된다. 우측 로터가 26번 회전하면 중간 로터를 1번 회전시키고, 중간 로터가 26번 회전하면 좌측 로터를 1번 회전 시키게 된다. 즉 26 * 26 * 26 = 17576번의 경우의 수가 생기게 된다. 로터는 내부에서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어 입력 신호를 임의의 알파벳으로 바꾸어 준다.

예를 들어, 최초 "A"를 입력했다면 1번째(우측)로터에서 "A" → "Q", 2번째(중간)로터에서 "Q" → "B", 3번째(좌측)로터에서 "B" → "X"로 바뀌게 된다. 다음은 램프보드로 신호가 돌아가야 하므로, 다시 좌측 → 중간 → 우측 로터를 지나 같은 방식으로 암호화 된다. 1 → 2 → 3 → 3 → 2 → 1.

로터는 에니그마 최초 지급시 총 5개를 지급하므로 5가지 로터를 코드북에 따라 교환하게 된다. 5개 로터 중 코드북에 따라 골라 장착하는 것이므로 최초 5의 경우의 수, 1개를 장착하면 4개가 남으므로 4, 2개를 장착하면 3개가 남으므로 3, 즉 이는 5 * 4 * 3 = 총 60가지의 경우의 수를 생성한다. 로터 내부가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알고싶다면 링크를 참조. #2

3.3. 플러그보드

파일:external/www.cryptomuseum.com/full.jpg
에니그마 기계의 플러그보드 부분

플러그보드는 지정한 알파벳을 다른 알파벳으로 단순히 바꾸어 주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A"가 "V"에 연결되어 있다면, 단순히 "A"는 "V"가 된다. 만약 아무것도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그냥 "A"는 "A"다. 사용자가 임의로 연결 및 해제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어서, 코드북에 플러그보드 세팅이 같이 배포된다.
파일:Enigma-plugboard.jpg
플러드보드의 연결 예시로 A와 J, S와 O가 서로 연결했다.

예를 들어 플러그보드에 "A"가 "C"에 연결되어 있다면, "A"는 "C"가 되어 로터에 신호가 입력된다. 로터에서 7차례의 암호화를 거쳐 "T"가 되어 "T"의 플러그 보드로 들어오게 된다. 돌아오는 길에는 플러그보드가 연결되어 있지 않다고 가정했을 경우, "T" 신호는 "T" 자리의 램프 보드를 빛내게 된다.
에니그마 기계가 생성하는 경우의 수

이 플러그보드 덕분에 에니그마는 위 로터의 경우의 수 포함 총 158,962,555,217,826,360,000가지의 경우의 수, 무려 1해 5860경이라는 정신 나간 경우의 수가 생기게 되므로 절대로 사람이 수작업으로는 해독할 수 없으며 인해전술을 동원해도 막대한 인원을 투입한 것에 비해서 암호해독속도가 바닥을 기어가게 된다.

4. 에니그마의 해독을 위한 노력

4.1. 폴란드의 시도와 봄바의 개발

과거 독일러시아에 의해 폴란드 분할로 분할점령된 적이 있었던 폴란드 제2공화국는 독일의 위협이 눈 앞으로 다가오자 필사적으로 에니그마 해독에 총력을 기울였다. 폴란드 제2공화국이 수립될 때부터 암호 해독의 중요성이 높았으므로 소비에트-폴란드 전쟁에서도 암호국의 전신인 폴란드 암호반(Sekcja Szyfrów)은 바르샤바 전투에서 붉은 군대의 암호 해독에 성공하여 폴란드군 반격의 단초를 마련한 바가 있었다. 그리고 이 암호반을 1931년 개편한 것이 폴란드군 참모본부(Sztab Generalny Wojska Polskiego) 산하 암호국(Biuro Szyfrów)이다.

그러나 독일이 에니그마를 도입한 후에는 암호해독의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하면서 기존에 암호해독을 담당했던 인력들은 더 이상 암호해독의 최전선을 담당할 수 없었다. 기존의 암호해독은 대부분 언어학자나 고전학자들이 작업을 진행했는데 에니그마에서 나오는 암호문은 문법이나 역사와는 관계가 없을 정도로 무작위성을 가지게 되었으므로 해당 인원들이 더 이상 암호를 풀 수 없던 것이었다.

폴란드군 참모본부 산하 암호국은 고심 끝에 20명의 수학자들을 고용하였다. 언어학자를 고용하던 관례를 완전히 무너뜨린 것이다. 인류는 이제 암호의 특성을 언어의 특성이 아닌, 수학의 특성을 이용하여 풀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중 마리안 레예프스키(Marian Rejewski)와 아담 미츠키에비츠 대학 수학과 동료였던 헨리크 지갈스키(Henryk Zygalski)예지 루지츠키(Jerzy Różycki) 등에 의해 암호 해독의 기초가 마련되었다.

수학자들의 뛰어난 능력과 독일군의 에니그마 설계도를 폴란드에 유출한 프랑스 첩보국, 기기 자체의 한계, 독일군이 오랜기간 누적시킨 휴먼 에러에 힘입어 에니그마로 생성되는 암호를 조금씩 해석하기 시작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1938년 폴란드 측에서 폭탄이라는 뜻의 해독 기계 봄바(Bomba)를 개발하여 에니그마 해독을 시작하였다. 봄바란 명칭은 암호 폭탄(Bomba kryptologiczna) 또는 레예프스키의 폭탄(Bomba Rejewskiego)이라는 말에서 나왔으며 당시에 에니그마의 성능을 과신하던 나치 독일에게 말 그대로 폭탄같은 존재로 작동했다. 특히 보안 상태가 제일 엉망이었던 루프트바페의 암호는 폴란드 침공 이전부터 이미 뚫려 있었다. 프랑스 첩보국이 에니그마의 설계도를 폴란드에 넘긴 이유는 설계도가 있어도 암호 복호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정도로 프랑스 제3공화국이라는 열강도 에니그마 암호 해독을 실패한 상황에서 약소국인 폴란드가 성공한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그러나 나치 독일에서도 기존의 시장 생산품인 에니그마의 암호 체제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느낀 사람이 많았기에 1938년 12월 15일 독일이 바퀴의 수를 5개로 늘린 다음 그 중 3개를 선택해 사용하게 하는 방식으로 에니그마를 개량하면서(위 로터 참조) 기존의 해독법이 거의 무력화되었다. 이렇게 된 이유는 3개의 순서를 바꾸던 것에서 5개 중 3개를 고르고 그 순서를 바꾸므로 [math(3!=6)]에서 [math(_5P_3=60)]으로, 처리해야 할 정보량이 10배 많아졌기 때문이다.

물론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면 다시 암호 해독이 가능할 수 있지만 이미 누가 봐도 침략이 임박한 폴란드는 한계에 도달한다. 당시 이러한 독일의 움직임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기계를 54대 더 만들거나 암호해독에 쓰이던 지갈스키 표(Płachta Zygalskiego)를 58개 더 만들어야 했고, 이는 당시 폴란드 암호부 1년 예산의 15배였다.

이 시점에서 자신들의 능력을 벗어났다 판단한 폴란드는 1939년 7월 25일에 자신들이 역설계한 에니그마 기계를 비롯한 각종 정보와 기계(Bomba)를 영국과 프랑스에게 넘겨주었다. 그리고 폴란드 수학자 3인방은 폴란드 침공 이후 루마니아를 거쳐 프랑스와 영국으로 갔지만 암호 해독 작업 참여를 거부당한 후 루지츠키는 라모히시에호 침몰 사고로 1942년 사망했고, 지갈스키는 영국에 남았다가 1978년 사망했으며, 레예프스키는 폴란드로 돌아가 1980년 사망했다.

4.2. 영국의 시도 및 성공

앨런 튜링영국 블레츨리 파크(Bletchley Park)에 모여있던 암호해독팀은 봄바를 전해 받고 최초의 컴퓨터인 콜로서스를 사용하여 에니그마를 해독했다. 이미 영국은 에니그마 해독 프로젝트의 코드네임은 울트라로 정한 상태였고 당시 에니그마 해독에 참여한 수학자, 물리학자, 언어학자만 7천명에 달했다. 현재 바로 그 유명한 GCHQ의 전신이므로 폴란드와 달리 암호해독에 충분한 투자를 할 수 있었다.

사실 콜로서스는 독일군의 최고사령부 레벨 보안통신기인 로렌츠 사이퍼(Lorenz cipher)의 해독을 목표로 개발된 기계라서 완전히 맞는 말은 아니다. 로렌츠 체계의 구조는 기본적으로 에니그마와 같으나 12개의 로터가 각각 XOR 연산으로 난수를 생성했기에 암호화 강도가 훨씬 높았다.

하지만 로렌츠 사이퍼는 엄청난 가격, 무게, 사용의 난이도로 인해 널리 보급되지 못했고, 에니그마는 여전히 독일군의 주요 통신 수단이었다. 그리고 폴란드에서 봄바가 전해질 시기에는 아직 에니그마에 대한 해독의 실마리를 살짝 잡은 상태라서 봄바의 중요성이 매우 높았다. 시행착오를 줄이고 중간단계를 건너뛸 수 있으므로 영국의 암호해독능력이 크게 상승했다.

난공불락의 에니그마가 뚫리기 시작한 계기는 일기예보 때문이다. 일기예보는 전선에서 전투 전반에 걸쳐서 기상정보가 꼭 필요했고 특히 해군의 경우에는 일기예보가 없으면 안전한 항해 자체가 곤란했기에 주기적으로 일기예보가 필요했다. 그래서 나치 독일군은 매일 오전 6시에 암호문을 전송했는데, 영국 정보부는 이 메시지 첫 문구가 항상 "일기예보(Wetterbericht)"임을 알아냈다.

에니그마의 알고리즘은 약속했던 세팅으로 기계 내부에서 7 - 9차례 암호화를 거친 뒤 암호를 내뱉는 형식인데, 내용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반대로 기계 세팅을 예상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오전 6시에 첫 송부되는 메시지의 첫 번째 단어가 "Wetterbericht"라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GLDICVNQKCJAQ"가 송신 되었다면, 그 날의 플러그보드와 로터 세팅으로 w를 넣었을 때 암호화를 거쳐 g가 나왔다는 사실을 추론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플러그보드 세팅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에니그마는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었는데 원래의 글자와 암호화된 글자가 '절대 같지 않다'라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 의미인가 하면 A를 넣으면 A를 제외한 모든 글자가 나올 수 있다는 것으로 덕분에 경우의 수를 크게 줄여서 계산하는 것이 가능했다.[2]

즉 Wetterbericht의 "w"가 GLDICVNQKCJAQ의 첫 글자인 "g"로 변조된 경우, 이 때 "w"가 플러그보드 어딘가에 연결되어 있고 플러그보드가 연결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 곳에서 최종적으로 "g"에 연결되어 있다고 가정할 수 있으므로, "w-g" 가정을 세울 수 있다. 그 뒤 두번째 글자인 "e-l"에 대한 가정을 계속해서 계산한다. 만약 겹치는 알파벳이 나온다면 제일 처음 했던 "w-g" 가정이 틀렸다고 추론할 수 있다. 왜냐하면 같은 알파벳은 두 번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3]

그러나 해독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사람이 손으로 이것을 계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앨런 튜링은 이 과정에 바로 콜로서스를 도입하여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하였다. 당시의 컴퓨터란 그야말로 한심한 수준이었으므로 최대한 컴퓨터 리소스와 계산 시간을 줄여야 했다. 앨런 튜링은 '가정이 하나라도 틀리면 모두 틀린 추론' 이라는 것이라는 놀라운 직관을 발휘하여 하나라도 틀린 가정은 모두 무시하였다. 이로 인해 에니그마 로터 세팅의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데 걸린 시간은 단 20분에 불과했다. 매일 달라지는 로터 세팅을 매일 해독하여 활용하였으므로 독일군의 전략이 실시간으로 노출되었다. 아무리 훌륭한 암호 생성 알고리즘이 있어도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휴먼 에러는 어쩔 수 없는 문제.

참고로 현대에 와서는 각각 기지 평문 공격법(KPA, Known-Plaintext Attack)과, 브루트 포스(Brute Force)라 불리는 유서 깊은 테크닉이다. 해킹의 조상님 격.

에니그마가 뚫리게 되자 제일 먼저 큰 피해를 보기 시작한 것은 북아프리카 전역의 롬멜이었다. 롬멜은 북아프리카에서 속전속결로 영국 세력을 완전히 격퇴시켜야 비로소 북아프리카의 추축국 세력을 안정화시킬수 있다고 판단했고 과감한 기동전으로 영국군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하지만 롬멜이 원하는 기동전을 위해서는 전차를 굴릴 많은 양의 기름이 필요했고 사막이라는 척박한 환경속에서 독일 전차의 특징인 고질적인 신뢰성 문제로 인해 실질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전차의 수는 제한 되고 있었다. 때문에 롬멜은 계속해서 본국과 이탈리아에 물자를 보내달라고 요구했고 롬멜을 싫어해서 지원을 잘 해주지 않았다는 일부 사람들의 주장과 달리 독일과 이탈리아는 나름 할 수 있는 선 내에서 최선을 다해 지원을 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에니그마가 해독되면서 롬멜에게 독일 본국에서 보내는 수송 품목과 일정은 매일 아침 처칠의 책상으로 배달되었고 지중해에 배치된 영국 해군과 영국 공군은 이탈리아와 독일의 수송선을 족족 격침시켰다. 여기에 몽고메리의 소모전 전술과 미국의 든든한 지원이 겹쳐져 북아프리카 군단의 조직력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결국 패퇴하게 된다.
대서양의 독일 잠수함 함대도 에니그마가 뚫리면서 작전을 수행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영국군은 에니그마 해독을 기반으로 강력한 대잠전력과 항공전력을 투사하여 독일군의 작전을 방해했다. 그래도 독일 잠수함 함대는 아프리카 군단처럼 바로 격멸되진 않았는데 태평양의 일본에 정신이 팔린 미 해군과 영국의 대잠 작전 간극을 활용하여 독일군은 전쟁 중반부까지 잠시나마 이른바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미국이 과달카날 전역을 기점으로 전세를 유리하게 뒤집으며 본격적으로 대서양에도 엄청난 양의 미 해군 전력이 대잠전력 위주로 투사되기 시작했다. 미국과 영국의 압도적인 수상함과 해상 항공 전력에 유보트들이 활동할 간극 지역은 사라지며 독일 유보트들은 하나 둘 격침되었다.

5. 독일의 대응

나치 독일에서도 에니그마만 도입하고 손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2차대전 개전 직전에 로터를 5종류로 만들고 그 중에서 3가지를 선택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인 암호 강화 체제 중 하나였다.

그리고 에니그마의 운용에서도 암호 해독을 어렵게 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에니그마에 장착되는 로터 3개는 각각 다른 글자 설정을 가지고 있으며 암호화와 복호화를 위해서는 사전에 정해진 로터 설정을 알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초기에는 독일군은 하위 제대에 사용해야 하는 로터와 로터의 회전수, 플러그보드 설정 방식, 암호문에 사용될 부호가 명시된 코드북을 매달 배부했다.

여기에 더해서 나치 독일 해군에서 사용한 코드북은 수용성 잉크로 작성되어 배가 침몰하거나 승조원들이 포로가 될 위기에 처하면 바다에 던져 암호 해독의 여지를 꺾어버렸다. 또한 기밀누설 방지를 위해 기밀이 누설되었다고 판단할 경우에 사용할 임의의 코드북을 배부하기도 했다. 따라서 독일군의 군함을 나포하거나 기상관측용 어선을 습격하는 방식으로 코드북을 입수해 봤자 길어야 한 달간의 암호만 도청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독일군은 이후 암호문에 다음날 사용할 로터 설정을 당일의 설정으로 암호화하여 배포하는 방식으로 변경하여 효율성과 보안성을 강화했다

이런 식으로 기본적인 암호를 다루는 법을 확립한 후에도 전쟁 중간에 강화조치가 있었다. 나치 독일 해군의 경우에는 U보트대서양 전투를 진행하면서 실적이 떨어지고 희생이 늘어나는 것을 발견하고는 만일에 대비할 목적으로 암호체계를 강화하여 1942년에 기계를 한번 더 개량, 로터 수를 8개로 늘리고 그 중 4개를 사용하는 식으로 바꿨다. ([math(_8P_4=1680)])

물론 실제로는 경우의 수가 그렇게 크게 늘어나지는 못했는데 전선에 널리 보급된 에니그마는 3개의 로터만 장착가능했기에 기존의 반전자를 작은 것으로 바꾸고 억지로 4번째 로터를 집어넣은 것이다. 그래서 해당 로터는 다른 로터와 호환이 안되는 작고 가벼운 별도의 규격이었으며 기존의 로터처럼 동작하는 회전구조까지 넣을 수 없어서 처음 수동으로 세팅된 채로 고정된다. 이를 통해서 26가지의 변수가 추가되었으나 정상적인 로터가 4개 있는 것보다는 경우의 수가 크게 줄어든다. 본격적으로 4개의 로터를 정상적으로 모두 장착하려면 에니그마 기계 자체를 로터 4개가 들어가는 최신형으로 대량 생산 후 전선에 대규모로 보급하여 완전 교체하는 돈과 시간과 자재가 많이 들어가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대체안을 쓴 것이다.

하지만 변칙적으로라도 4개의 로터를 채용한 효과는 컸다. 기존의 로터 종류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은 어차피 그 중에서 3개만 사용가능하기에 어느 정도 기존의 계산법으로 대응이 가능했으며 실제로 나치 독일 해군이 점진적으로 로터의 종류를 6개에서 8개까지 늘렸지만 암호 해독 부서에서도 빠른 대응이 가능했다. 하지만 기존 로터와 호환성이 없는 특수한 4번째 로터가 들어가면서 암호 해독에 상당한 장애물이 발생해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한동안 연합군의 암호 해독률이 크게 떨어진 기회를 틈타 크릭스마리네잠수함들은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실적을 올렸다. 실제로 독일 국방군 중 해군이 그나마 암호전에서 제일 오래 버티는 데 성공하였는데, 이는 별도의 강화 암호 체계를 운용하였기 때문이다. 이 개량된 에니그마 역시 시간이 좀 걸렸지만 전쟁 중에 해독에 성공한다.

패전할 때까지 영국이 콜로서스까지 동원해서 에니그마 암호를 복호화(decoding)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던 나치 독일은 아프베어를 위시한 독일의 정보기관조차 에니그마가 뚫렸다는 사실을 종전까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 대신 암호 해독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연합국이 정보를 수집한다고 판단했다. 그 예가 레이더. 그 외에도 독일 내 숨어놓은 연합군 첩자들과 레지스탕스의 역할이 크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실제로 영국은 독일이 심어놓은 첩보원을 거꾸로 자기편으로 만들어 이중 간첩으로 잘 써먹는 등 암호전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 첩보전에서 독일보다 우위에 있었다.

위에 나온 암호체계 강화도 어디까지나 나치 독일 해군이 영국 해군을 상대하기 때문에 매우 예민한 상태였으며 그래서 '지금은 안전하지만 앞으로도 그러리란 보장이 없으니 미리 미리 개선해두자'라는 통상적인 개량이었지 '들켰으니 얼른 바꾸자'가 아니었다. 아돌프 히틀러가 에니그마의 암호가 뚫렸다는 것을 알았으면 에니그마 사용을 즉각 중지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히틀러나 빌헬름 카이텔 등 독일 지도부는 1945년 5월 8일 독일의 무조건 항복날까지도 암호가 뚫렸다는 사실을 몰랐다. 에니그마가 뚫렸다는 것을 구 나치 독일 지도부가 안 것은 뉘른베르크 재판이 끝나고 교수형 집행을 하기 직전이었다고 한다.

6. 후속작

나치 독일에서도 에니그마의 후속작을 마련해놓았다. 아무래도 에니그마 자체가 상업적 상품으로 전 세계에 널리 팔리면서 기본적인 구조는 이미 연합국에게도 널리 알려진 상태였고 로터가 3개만 들어가며 암호 생성 및 복호화 면에서도 구식적인 부분이 있어서 계속 써먹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암호 기계 41(Schlüsselgerät 41)이라는 암호기기는 SG-41이라는 명칭이 붙었고 1941년에 설계가 완료되었으며 소량이 제2차 세계 대전의 말기에 사용되었다.

해당 기기는 로터가 6개나 들어가며 에니그마의 최후기 개량형에 적용하려던 기술인 로터의 불규칙한 움직임을 적용하는 등 에니그마의 암호학적 약점을 크게 개선한 제품이었다. 실제로 전쟁 말기에 SG-41로 만들어진 암호를 감청한 영국은 극소수의 메시지만 해독이 가능했으며 그나마도 암호키가 일치한 우연의 결과물만 해독이 가능했다. 그래서 미스테리한 암호기계가 새롭게 도입되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일단 어떤 기계이고 어떤 동작방식을 가졌는지 파악할 수 없었으므로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날 때까지 진정한 암호 해독 작업을 시행할 수 없었다.

그러나 SG-41의 설계가 완료된 1941년부터 나치 독일은 알루미늄이나 마그네슘같은 경금속이 부족해서 SG-41의 중량이 13.5kg에 도달할 정도로 무거웠다. 그래서 전장에서의 사용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었으며 자재 수급 문제로 인해 양산도 힘들었다.

따라서 에니그마를 완전히 대체할 목적으로 나치 독일 공군과 나치 독일 육군이 주문한 수량만 따져도 합쳐서 11,000대를 주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은 500대에서 1,000대 수준으로 매우 적었으며 그나마 자재 수급 문제와 한정된 자원을 다른 곳에 돌려써야 하는 상황때문에 1943년 12월에 프리츠 티엘레(Fritz Thiele) 중장이 1944년 말까지 생산을 중단하라고 지시하는 등 생산에 혼선이 발생했다.

그래서 1944년 10월 12일부터 아프베어가 SG-41을 납품받아서 유일하게 에니그마를 대체할 수 있었으며 아프베어는 패전때까지 SG-41를 사용한 사실상 유일한 조직으로 남게 된다. 그 외에도 SG-41Z라고 하는 간략형을 550대를 제작하여 나치 독일 공군에서 일기예보용으로 사용했는데 해당 제품은 0에서 9까지의 숫자만 암호화 및 복호화가 가능했다.

7. 타국에서의 사용

  • 애초에 이 기계가 상업용으로 만들어진 만큼, 특허권도 보장되었고 독일 외의 국가에서도 많이 사용되었다.
  • 스위스군에서도 사용했다. 나중에 프랑스군이 자신들의 암호를 도청한다는 것을 알아채면서 본인들만의 독자적인 체계를 구축한다.
  • 이탈리아군 또한 기존에 판매된 에니그마와 비슷하지만 간략화된 상업용 암호기를 사용하였다.
  • 일본도 소수를 도입하여 독일과의 연락용으로 사용했는데, 기존 에니그마와 차별화를 두기위해 전용 계산자와 난수표를 썼지만 역시 독일 에니그마가 뚫리면서 같이 전쟁 중에 사이좋게 다 뚫렸다. 또한 자체 개발한 PURPLE을 사용하였으나 역시나 미국에게 뚫렸다.

7.1. 기타

  • 에니그마의 원리를 이용해 종이로 암호화 기계를 만든 사람도 있다. 회전자 3개를 동심원 형태로 배열하고, 중앙의 색깔별 선이 플러그 역할을 하고, 클립이 회전자의 위치를 가리키는 형태다. 회전자는 규칙에 맞게 수동으로 돌린다.
  • 1945년 독일 패전과 함께 에니그마는 사용이 중지됐지만 그 변형은 1970년대까지 상업적 보안통신용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에니그마의 시조가 상업목적-기업 대외비-용으로 개발되었음을 생각한다면 복직이라고 볼 수 있을 듯. 에니그마를 원형으로 한 군용 보안통신기 역시 1960년대까지 사용되었다. 해독법이 뻔해졌음에도 그 해독 작업은 여전히 시간과 비용을 많이 잡아먹었는데, 암호기의 핵심인 회전자 개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해독이 훨씬 더 귀찮아지기 때문이다. 더불어 에니그마에 대한 암호 해독이 이루어졌다는 사실 역시 전후에도 오랫동안 기밀로 분류되었다.[4] 일반에 이 사실이 밝혀진 때는 미국에서 1974년 정보공개법(Freedom of Information Act)이 제정된 이후부터이다. 심지어 21세기 들어선 지금까지도 영국의 기밀분류된 관련 서류가 남아있다고 한다. 그리고 일반에 이 사실이 밝혀지면서 에니그마의 사촌격인 로렌츠 암호 체계를 뚫기 위해 만들어진 컴퓨터 콜로서스의 존재도 밝혀졌고, ENIAC세계 최초컴퓨터라는 타이틀을 내줘야 했다.
  • 미국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의 암호문에 쓰이기도 했다.
  • SOMI가 제작한 The Wake: Mourning Father, Mourning Mother 라는 게임의 모티브이다.

8. 다른 매체에서의 등장

8.1. 영화

8.1.1. U-571

이 물건을 탈취하려고 온갖 개고생을 하는 모습이 묘사된다. 영화상에서는 크릭스마리네의 암호 해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묘사됐지만 실제로는 에니그마의 기계 자체가 아닌 해독수단, 즉 회전자의 세팅이나 암호부호책이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영화에선 암호책도 건졌고, 잠수함 승조원들이 물에 젖으면 지워지는 잉크로 된 암호책을 물에 쳐넣자 미 해군들이 서둘러 건진다. 실제로 1944년 미 해군U보트를 털고 배를 고쳐서까지 미국까지 끌고오는 데 성공한다.

8.1.2. 이미테이션 게임(영화)

앨런 튜링과 그의 동료들이 에니그마 해독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렸다.

8.2. 게임

8.2.1. 울펜슈타인: 더 뉴 오더 / 울펜슈타인 2: 더 뉴 콜로서스

장교를 죽이거나 맵의 숨겨진 부분에서 에니그마 해독 코드가 존재하는데, 아무래도 연합국은 에니그마 해독에 실패했거나 연합군이 뚫었다는 것을 눈치채고 더 발전된 에니그마를 사용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어차피 나치독일이 현대의 미국 뺨 치는 군사력과 기술력을 지닌 세계관이다 보니 감청되든 말든 연합군이 막을 방도가 없으니 그냥 썼을 수도 있다. 더 뉴 오더에서는 다 찾으면 하드모드가 언락되며. 더 뉴 콜로서스에서는 추가 스테이지를 언락할 수 있다.

8.2.2. 도미네이션즈

전설 유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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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하십시오.

9. 관련 문서



[1] 후술하겠지만 폴란드에서 구형 에니그마를 먼저 해독했고 이게 영국의 신형 에니그마 해독에 크나큰 기여를 했다.[2] 마치 스도쿠처럼 논리를 하나씩 맞춰가는 것이다.[3] 참고로 이를 모순이라 한다. 스도쿠에서 막힐 때 임의로 숫자를 채우고 푸는 방법과 비슷[4] 전후 영국은 인도를 비롯한 식민지들에 에니그마를 뿌렸고, 에니그마가 뚫린 줄 모르고 있던 식민지들은 정보를 영국에 갖다 바치게 되었다. 튜링을 비롯한 암호해독가들이 철저히 외면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