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4-19 16:54:03

사후경직

1. 정의2. 원인3. 축산업에서의 사후경직4. 법의학에서의 사후경직5. 기타

1. 정의

/ Rigor mortis

동물이 죽은 후에 근육이 수축해 몸이 굳는 현상. 법의학에서는 시강(屍剛)이라고도 한다. 몸의 위에서 아래쪽을 향해 서서히 진행된다. 사람의 경우 턱, 목, 어깨, 팔꿈치, 손목, 손가락, 고관절, 무릎, 발목, 발가락 순.

2. 원인

근육 운동에는 에너지원인 ATP가 작용한다. ATP의 작용 여부에 따라 근육이 움직이거나 움직이지 않으며, 사망하면 호흡에 의한 ATP 공급이 중단되므로 근육 내의 젖산이 어느 정도 소비되면 pH 농도의 저하로 인해 Ca 이온이 누출, 악토미오신이 생성되어 근육이 수축하게 된다.

ATP의 양이 생존 시의 85% 수준으로 하락할 때 경직이 시작되며, 15% 수준에서 경직이 최고조에 이른다.

또한 화학반응이므로 온도의 영향을 받는다.

3. 축산업에서의 사후경직

사후경직에 달하기까지의 시간은 동물에 따라 달라서 크기가 작을수록 짧다. 24시간, 돼지 12시간, 2시간 정도이다. 사후경직 상태의 축육은 질기고 맛이 없기 때문에 숙성에 의한 경직 해제를 기다려 먹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숙성은 사실 자가분해가 일어나 경직이 풀리는 것을 말한다. 내부 성분이 변화하기 때문에 맛 또한 달라지는 것.

흔히 소고기는 상하기 직전이 가장 맛있다고 하는데 그 정도는 아니지만, 확실히 도축하고 바로 먹는 고기보다는 시간이 좀 더 지난 것이 맛이 좋다. 때문에 육류는 정육점에서 사온 뒤 냉장 보관만 해서 며칠이 지난 뒤 소비해도 상관없다. 물고기 어육은 축육에 비하여 결합조직이 적기 때문에 원래 육질이 연하며, 숙성 즉 자가분해가 일어날 정도가 되면 부패의 단계에 빠르게 도달하고 육류와는 달리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1] 꽁꽁 얼려서 냉동유통하거나, 말려서 건조시키거나, 살아 있는 상태로 소비지까지 운송한다.

4. 법의학에서의 사후경직

법의학에서는 사후경직의 시간당 변화에 따라 사망시각을 파악하는데 이용하기도 한다.
사망 후 1시간 내외 아직 사후경직이 시작되지 않음
사망 후 2~3시간 내외 턱관절과 목관절에만 사후경직이 시작됨
사망 후 4~5시간 내외 사후경직이 손, 팔, 어깨 관절에 나타남
사망 후 7~8시간 내외 사후경직이 온 몸에 나타남
사망 후 10~12시간 내외 손가락 관절까지 사후경직이 되고 각막이 혼탁해짐
사망 후 30시간 내외 턱관절의 사후경직이 풀어지기 시작함
사망 후 36시간 내외 손, 팔, 어깨 관절의 사후경직이 풀어지기 시작함
사망 후 48시간 내외 각막이 불투명하고 온 몸의 사후경직이 풀어지기 시작함

다만, 사망시각을 추정함에 있어 사후경직은 (시반 등과 마찬가지로) 크게 중요하지 않다. 사후경직의 양상은 그 사람이 사망할 당시의 온도, 죽기 전의 활동, 근육량 등에 따라 달라진다.

더운 지역이나 계절의 경우, 사후경직이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추운 지역이나 겨울이라면 그 반대이다. 운동을 하다가 죽은 경우도 근육이 활동 중이었던 상태라서 사후경직이 빠르게 진행되며, 근육질인 남성은 시강이 강하게 나타나고 노인이라 근육량이 적다면 그만큼 약하다. 사산된 아기나 아사체의 경우, 시강이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그 외에도 패혈증 등을 앓아 체온이 높은 상태에서 사망한 경우, 부패가 빨리 진행되어 사후경직이 금방 사라진다. 그래서 법의학에서 사망시간을 추정할 때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다음, 시강은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만 사용한다.

5. 기타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누군가 죽었을 경우 선 채로 죽는 클리셰가 가끔 나오는데 실제로는 불가능한 연출이다. 전신 사후경직은 앞서 언급한대로 사망 후 7시간 정도는 지나야 나타난다. 설사 죽자마자 경직된다고 해도 중심을 잡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지지대가 있다면 얘기가 좀 다르긴 하다. 커다란 무기를 땅에 짚은 채로 기대서 죽는다거나, 자세까지 교정해주는 수준의 전신 갑주를 입고 있다거나..

소년탐정 김전일과 같은 추리 미스터리물 등에서는 피해자가 손에 쥔 다잉 메시지를 범인이 눈치채고도 사후경직 때문에 제거하지 못하는 전개(마신 유적 살인사건/망자의 체크메이트)가 한번씩 나오는데 역시 만화적 허용이다. 손을 아예 땅에 댄 채로 쥐고 있는 정도가 아니고서야 죽어가면서 손에 외력이 가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죽기 전보다 근육이 이완되므로 손이 풀어져 저절로 놓치는 게 자연스럽다.

사실 사후경련이라 하여 사후경직과는 별개로 갑작스러운 사망 시 물건을 쥐고있던 손이 경직되는 기전이 따로 있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이우진(유지태)이 오대수의 친구를 기습하여 찔러 죽일때, 죽어가던 대수의 친구가 다잉 메시지라도 남기고 싶었는지 우진의 넥타이를 꽉 붙들어서 우진이 그냥 넥타이를 풀어버리고, 그 후에도 사후경직 같은 묘사인지 계속 잡은 채 죽는 장면이 여기 해당된다.

[1] 쉽게 말하면 살이 흐물흐물해진다. 정확히는 미각적인 측면에서는 축육과 마찬가지로 좋아지지만 식감도 중요한 부분이므로 떨어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