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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Unwinding

<colbgcolor=#000><colcolor=#fff> 미국, 파티는 끝났다
The Unwinding: An Inner History of the New America
파일:미국, 파티는끝났다(도서).jpg
장르 정치사회, 논픽션, 르포르타주
저자 조지 패커 (George Packer)
번역자 김하현
출판사 글항아리
출판일 (초판) 2015. 12. 21.
쪽수 492쪽
ISBN13 9788967352783
ISBN10 8967352789
언어 한국어
원작 언어 영어
형태 종이책 (양장본)
출판 국가 대한민국
시리즈 여부 단권
설명/개요 30년에 걸쳐 미국의 몰락을 취재한 내러티브 르포. 저널리스트 조지 패커가 정치, 금융, 산업, 언론의 구조적 붕괴를 다양한 인물의 삶을 통해 그려낸 작품. 2013년 미국 전미도서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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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구조와 형식3. 주요 인물
3.1. 딘 프라이스(Dean Price)3.2. 태미 토머스(Tammy Thomas)3.3. 제이지(Jay-Z)3.4. 제프 코너튼(Jeff Connaughton)3.5. 피터 틸(Peter Thiel)3.6. 오프라 윈프리 (Oprah Gail Winfrey)3.7. 뉴트 깅리치 (Newt Gingrich)3.8. 로버트 루빈 (Robert Edward Rubin)
4. 주제
4.1. 제도 붕괴4.2. 경제 불평등4.3. 공동체 해체와 고립4.4. 능력주의 신화의 붕괴4.5. 포퓰리즘과 분노의 정치
5. 분석6. 현대적 함의7. 평가 및 수상8. 유사 도서

1. 개요

《미국, 파티는 끝났다》(The Unwinding: An Inner History of the New America)조지 패커(George Packer)가 2013년에 발표한 논픽션 저서로, 미국의 사회, 정치, 경제적 구조가 197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어떻게 붕괴되어 왔는지를 서사적으로 다룬다. 저자는 전후 미국을 지탱하던 중산층, 공공 제도, 노동조합, 신뢰 기반 공동체 등이 어떻게 해체되었는지를 개개인을 통해 조명한다.[1]

이 책은 존 도스 패소스(John Dos Passos)의 『USA 3부작』에서 영향을 받은 콜라주형 구성으로, 개인 서사, 유명 인물의 축약 전기, 문화적 사건들을 섞어 미국 사회의 해체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2. 구조와 형식

《디 언와인딩》은 다음 세 가지 서사 기법으로 구성된다.

이를 통해 저자는 미국이라는 국가가 점차 공공성을 잃고 개인주의와 불평등에 잠식되어가는 과정을 그려낸다.

3. 주요 인물

3.1. 딘 프라이스(Dean Price)

딘 프라이스(Dean Price)는 《디 언와인딩》에서 조지 패커가 그려낸 가장 인상적인 인물 중 하나로, 미국 남부 노스캐롤라이나의 침체한 농촌 지역에서 자신의 방식으로 ‘미국적 자립’과 ‘지속 가능한 공동체 경제’를 실현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그는 어린 시절 트럭 운전사인 아버지 밑에서 성장하며, 전통적 개신교 윤리와 보수적 가치관을 내면화했으나, 동시에 정부나 대기업 같은 외부 권력에 의존하지 않고 자립적으로 살아가는 삶을 동경한다. 딘은 고등학교 졸업 후 군입대를 거쳐 자수성가형 창업가로 성장했고, 지역의 편의점 체인 운영을 시작으로 사업 기반을 마련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를 전후한 경기 침체와 유가 급등을 계기로 바이오디젤이라는 대안 에너지에 눈을 돌린다.

그의 바이오디젤 사업은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라, 지역 농민들과 협력하여 석유 자본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인 에너지 순환 구조를 만들어보려는 실험이었다. 그는 지역 내에서 재배한 유채나 콩 등을 활용해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고, 이를 지역 운송망과 소매 유통망에 접목시키려 했다. 이 비전은 토마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이 주장한 ‘자영농 중심의 자치공화국’적 이상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그의 시도는 끊임없이 좌절된다. 대기업이 유통망을 장악하고, 정부의 보조금 정책은 대형 에너지 자본에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으며, 지방 은행조차 새로운 실험에 신용을 제공하지 않는다. 특히 금융 위기 이후의 경제 환경은 창의적 소상공인보다 자산을 이미 축적한 대형 자본에게 더 많은 생존 기회를 제공한다.

딘 프라이스의 이야기는 단지 한 명의 실패한 사업가의 서사가 아니라, 미국의 농촌 지역에서 자생적 경제 생태계를 복원하고자 했던 이상주의자의 분투를 상징한다. 그는 좌파도, 전통적 우파도 아닌 ‘지역주의적 자립주의자’로서 제3의 길을 모색했지만, 제도적, 구조적 벽에 가로막혀 결국 ‘언와인딩’되는 인물로 그려진다. 조지 패커는 딘을 통해, 오늘날의 미국 사회가 더 이상 창의성과 도덕적 헌신, 공동체 정신에 보답하지 않는 구조임을 강조한다. 딘 프라이스는 현대 자본주의의 비인간적 속성, 즉 시장 논리와 거대 자본이 인간적 가치와 실험 정신을 어떻게 짓밟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사례이며, 그가 꿈꾸었던 '미국'은 점차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3.2. 태미 토머스(Tammy Thomas)

태미 토머스(Tammy Thomas)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디 언와인딩》에서 미국 중서부 러스트벨트 지역의 산업 붕괴가 개인의 삶에 어떤 파괴적 영향을 끼쳤는지를 체현하는 인물이다. 그녀는 오하이오주 영스타운(Youngstown)에서 태어나 성장했으며,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지역 내 제조업 공장에서 일하게 된다. 당시 영스타운은 강철 산업과 중공업의 중심지로서, 노동자 계층이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었던 대표적인 도시였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탈산업화와 함께 공장들이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고, 태미가 일하던 곳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실직 후 그녀는 극심한 경제적 불안정 속에서 생계를 이어가야 했으며, 이 경험은 단순한 일자리 상실 이상의 정체성 상실과 사회적 배제로 이어졌다.

그러나 태미는 이 절망의 시간을 지나 지역 사회 운동가로 다시 태어난다. 영스타운의 폐허가 된 거리와 버려진 공장 지대 속에서 그녀는 청소년들에게 직업 훈련과 시민 의식을 가르치고, 지역 내 도시 재생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그녀는 단순히 복지의 수혜자가 아니라, 지역 사회의 재건을 주도하는 주체로서 역할을 자임한다. 특히 교육과 기술 훈련이 노동 계층의 자립에 핵심이라고 믿으며, 청소년들이 마약과 범죄의 유혹에서 벗어나도록 돕는다. 태미의 활동은 제도적 지원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도 민간 영역에서 가능했던 '회복의 정치'를 보여준다.

조지 패커는 태미 토머스의 서사를 통해, 미국의 산업 중심지가 몰락한 이후에도 여전히 그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존재하며, 그들이 단지 피해자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공동체적 의미를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태미는 단순한 지역 활동가를 넘어, 탈산업 시대 미국에서 노동 계층의 새로운 존엄과 자각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녀의 이야기는 구조적 폭력에 대한 침묵이 아니라, 그 안에서도 개인이 스스로를 재정의하고 지역 사회의 재건에 기여할 수 있다는 희망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녀가 감당해야 했던 무거운 짐은 제도적 공백과 정치적 무관심이 여전히 미국 하층민을 방치하고 있음을 분명히 드러낸다.

3.3. 제이지(Jay-Z)

제이지(Jay-Z, 본명 션 코리 카터)는 《디 언와인딩》에서 조지 패커가 분석하는 “체제 붕괴 이후의 미국”에서 가장 상징적인 성공 서사를 가진 인물 중 하나다. 그는 뉴욕 브루클린의 마르시 주택단지(Marcy Projects)에서 빈곤과 범죄, 가족 해체가 일상인 환경 속에서 자랐으며, 청소년 시절부터 마약을 판매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나 그의 생애가 특별한 이유는 그가 이 어둠의 경로에서 단지 탈출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어둠 자체를 자신의 성공 상품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제이지는 힙합이라는 장르를 통해 마약 거래, 폭력, 경찰의 억압, 빈민가의 냉혹한 현실을 예술로 포장하고 소비 가능한 이야기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의 음악은 단순한 고발이 아니다. 그는 마약상을 했던 과거를 후회하거나 반성하는 대신, 오히려 그것을 ‘생존 기술’로, ‘기업가 정신’으로 승화시켜 ‘쿨함(coolness)’으로 팔았다. 그는 음악 산업에서 성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버린 것은 자신이 겪었던 현실의 도덕적 불편함이었다. 마약상으로 살아가던 시절, 그는 정확히 언제까지 그것이 이익이 되는지 계산하고, 자신에게 더 높은 이익과 사회적 승인을 줄 수 있는 ‘래퍼’라는 정체성으로 전환하였다. 마약상에서 래퍼로의 전환은 도덕적 각성의 결과가 아니라 사업 전략적 전환점이었던 것이다.

이 점에서 조지 패커는 제이지의 삶을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자기변명적 서사로 본다. 그는 체제의 규칙을 따르지 않고 성공했을 뿐 아니라, “규칙을 따르지 않는 것” 자체를 미덕으로 탈바꿈시켜 수백만 명의 청년들에게 새로운 롤모델이 되었다. 패커의 시선에서, 제이지는 시스템의 피해자였던 자가 아니라, 그 시스템의 도덕적 해체를 가장 세련되게 체현한 자다. 그는 체제를 비판하는 듯한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동시에 그 체제 내에서의 성공의 공식, 즉 브랜드화·상품화·자기신화화의 공식을 누구보다 정확히 수행했다.

더욱이 제이지는 점차 미국 주류 사회의 권력구조 안으로 들어서게 된다. 백악관에 초청받고, NFL과 손잡으며, 억만장자가 된 그는 더 이상 주변부의 목소리가 아닌 중심부의 상징이 되었다. 이는 그가 과거의 ‘반골적 서사’를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미국 자본주의의 얼굴이 되는 아이러니를 낳는다. 그는 여전히 거리의 언어로 랩을 하지만, 그 랩은 이제 수십억 달러의 가치가 매겨진 상품이다. 이 지점에서, 제이지는 진정으로 시스템을 전복한 자가 아니라, 시스템을 더욱 정교하게 ‘연장’시킨 자에 가깝다.

조지 패커는 제이지의 삶을 통해, 미국이 어떻게 “성공”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윤리적·도덕적 기준을 무력화시키는지를 비판한다. 제이지는 자수성가의 전형처럼 보이지만, 그의 성공은 실질적으로 규칙을 어긴 자가 보상을 받는 구조, 그리고 그 어김 자체가 쿨함과 창의성으로 포장되는 문화의 산물이다. 이로써 미국은 도덕과 불법, 권력과 저항, 타락과 성공의 경계를 모두 지워버린다. 제이지는 자신이 마약을 팔던 그 거리에서 다른 아이들이 더 이상 마약에 손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는 자신의 과거를 팔아 제국을 세운 자다. 그 과거는 이제 수많은 광고, 뮤직비디오, 패션, 투자 포트폴리오 안에서 유통되며, 폭력과 무규칙의 미학을 대중문화로 정당화한다.

결국, 제이지의 서사는 체제의 피해자가 어떻게 체제의 정당화 도구로 전환되는지를 보여주는 냉소적 사례다. 그는 무너진 공동체 속에서 살아남은 자가 아니라, 그 붕괴를 ‘기회’로 삼아 브랜드화한 자이며, “누구도 구하지 않고 혼자 탈출한 자”의 전형이다. 조지 패커는 이러한 서사를 통해 묻는다. 미국은 과연 성공한 제이지에게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혹은, 그를 모방하고 싶어하는 수백만의 젊은이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는가? 제이지는 그 질문 자체를 침묵시키는 방식으로 성공했다. 그리고 그 침묵이야말로, 《디 언와인딩》이 말하는 미국 몰락의 한 복판이다.

3.4. 제프 코너튼(Jeff Connaughton)

제프 코너튼(Jeff Connaughton)은 《디 언와인딩》에서 미국 정치 권력의 이면을 드러내는 상징적 인물로 등장한다. 그는 조 바이든(Joe Biden)의 열성적인 지지자로 정치에 입문했으며, 워싱턴 D.C.에서 보좌관, 로비스트, 그리고 법률가로 일하면서 정계 중심부에서 경력을 쌓았다. 젊은 시절 그는 정치가 공공선을 위한 도구라고 믿었고, 민주당의 이상에 헌신하는 것이 정의롭고 의미 있는 일이라 확신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워싱턴 정치가 실제로는 이념이나 신념보다 이익과 권력, 인맥에 의해 좌우된다는 현실에 점차 환멸을 느끼게 된다. 특히 금융 위기 이후 의회가 월가를 단죄하거나 금융 규제를 강화하는 데 실패하는 모습을 보며, 그는 자신이 속했던 정치 시스템이 실질적 개혁보다는 기득권 옹호에 더 충실하다는 사실을 체감한다.

코너튼은 자신이 겪은 경험을 통해 ‘권력의 제도화’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상세히 폭로한다. 그에 따르면 워싱턴 D.C.의 권력은 몇몇 상원 의원이나 대통령 개인이 아닌, 보좌진, 로비스트, 싱크탱크, 언론, 그리고 기업 정치자금으로 구성된 ‘영구적 정치 생태계’에 의해 유지된다. 이 시스템은 자신을 재생산하며 외부로부터의 개입을 차단하고, 개혁적 이상을 품은 개인들을 철저히 소모한다. 그는 정치의 중심부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이상은 희생되고 냉소주의만이 남는다는 점을 절감한다. 조 바이든과의 관계 역시, 개인적인 존중보다는 계층적 질서와 계산된 거리감 속에서 형성된 것임을 알게 되면서 그는 깊은 인간적 상실감까지 경험하게 된다. 그의 자전적 회고는 정치 이상주의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체제의 톱니바퀴 속에서 마모되어 가는지를 보여주는 한 사례다.

조지 패커는 제프 코너튼의 이야기를 통해, 미국 정치가 왜 더 이상 시민들의 삶을 대변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구조적 설명을 제공한다. 코너튼은 단지 부패한 정치인을 고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부패가 제도와 관행 속에 어떻게 내재화되어 있는지를 폭로한다. 그는 결국 정치에서 물러나지만, 그가 남긴 증언은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가 단지 정당 간의 대립이나 정책 실패 때문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가 기득권의 이해에 봉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점을 명확히 드러낸다. 그의 좌절은 곧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제도 안에 있던 많은 이들이 겪는 공통된 체념이며, 그것이야말로 《디 언와인딩》이 말하는 미국의 해체 과정의 핵심적인 실체다.

3.5. 피터 틸(Peter Thiel)

피터 틸(Peter Thiel)은 《디 언와인딩》에서 유년시절과 사업가로 성공하는 과정에서의 여러 내밀한 이야기[2]들을 통해 실리콘밸리의 엘리트주의자유지상주의(libertarianism)를 가장 극단적으로 구현한 인물로 그려진다. 페이팔(PayPal)의 공동창업자이자 초기 페이스북 투자자로서 정보기술 산업에서 천문학적인 부를 축적한 그는, 겉으로는 '기술로 세상을 바꾸자'는 이상주의적 언어를 사용하지만, 그 내면에는 기술과 자본이 민주주의나 공공의 가치보다 훨씬 우위에 있다고 믿는 깊은 냉소주의가 깔려 있다. 그는 전통적인 정당 정치나 시민 참여를 불신하며, 공공 제도는 비효율적이며 진보를 가로막는 장애물에 불과하다고 여긴다. 틸의 이러한 세계관은 현대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정치적 책임보다는 기술적 효율성과 수익 극대화에 집중하게 된 배경을 설명해준다.

특히 틸은 정보기술, 그중에서도 인터넷iPhone이 인류 문명에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을 가져오지 못했다는 관점을 명확히 드러낸다. 그는 인터넷이 광고, SNS, 오락 소비에 집중되면서 오히려 인간의 시간과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도구가 되었으며, 실제로는 삶의 질이나 물질적 생산성에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전기, 항생제, 철도, 내연기관, 질소비료처럼 인류의 생활 조건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꾼 과거의 발명들과 달리, 인터넷 기술은 실체 있는 혁신이 아니라 인지적 환상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는 현대 기술의 대부분이 '수평적 혁신'(horizontal innovation)에 머물러 있으며, 이는 사회의 구조나 생산 양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한 채, 단지 기존 질서를 더 빠르고 얇게 복제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본다.

다보스포럼에서 피터 틸은 구글의 최고 책임자였던 에릭 슈미트의 인터넷 낙관론에 정면으로 도전하며 냉소적인 반박을 가했다. 그는 슈미트를 향해 “당신은 구글의 선전장관(propoganda minister)으로 아주 잘 일하고 있다”고 비꼬며, “우리는 날아다니는 자동차를 원했지만 대신 140자짜리 트윗만 얻었을 뿐”이라고 일갈했다.[3]

틸은 이어 “우리는 물리적 세계, 즉 '물건(stuff)'의 영역에서 거의 모든 것을 금지해버렸고, 우리가 허용받는 것은 오직 비트(bit)의 세계뿐”이라며, 구글식 기술 혁신이 디지털 소비에 과도하게 치우쳐 있으며 정작 현실을 변화시키는 실질적 진보에는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4]

이 일화는 틸의 기술철학과 세계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실리콘밸리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테크놀로지를 통해 인류를 구원했다고 자화자찬하지만, 정반대로 그 기술이 진정한 진보가 아닌 '인지적 환상'에 불과하다고 봤다. 특히 슈미트의 낙관적 시각에 대해 냉소를 드러낸 이 장면은, 《디 언와인딩》이 경고하는 기술 중심주의의 허상을 명징하게 드러낸다.

패커는 피터 틸을 통해 오늘날 실리콘밸리의 위선적 구조를 날카롭게 드러낸다. 틸은 기술로 부를 독점하고 세계를 조직하되, 그 기술이 인간 공동체를 회복하거나 시민의 삶을 더 낫게 만들 것이라는 기대는 철저히 배격한다. 오히려 그는 민주주의보다 기업가 정신, 정치적 자유보다 소수의 개인의 월등한 능력을 중시하며, 공공선을 무능한 다수의 소유물로 간주한다. 그가 꿈꾸는 미래는 기술과 자본이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세계이며, 인간의 복잡성과 도덕적 숙고는 그 설계도 안에서 불필요한 변수에 지나지 않는다. 《디 언와인딩》에서 틸은 단순한 기술 낙관론자가 아니라, 현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가장 강력하고 위험한 신념 체계의 대표자로 제시되며, 이 신념이 어떻게 미국 사회의 ‘해체’(unwinding)를 정당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3.6. 오프라 윈프리 (Oprah Gail Winfrey)

오프라 윈프리를 단순한 방송인이 아니라, 20세기 말과 21세기 초 미국 사회의 문화적·정신적 흐름을 반영하고 형성한 대표적 인물로 다룬다. 그는 오프라를 “자기 자신을 상품화한 최초의 인물” 중 하나로 보며, 그녀의 성공이 단지 개인적 성취를 넘어 새로운 시대정신을 상징한다고 본다. 오프라의 인생사는 전형적인 '아메리칸 드림'의 서사처럼 보이지만, 패커는 그 내면에 숨은 구조적 변화와 개인 책임 강조의 함의를 분석한다. 가난한 흑인 여성으로 태어나 언론계의 정점에 오르기까지의 여정은, 한편으로는 미국의 기회의 신화를 입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러한 성공이 점점 더 극소수에게만 가능하다는 시대적 현실을 은폐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오프라가 구축한 공감과 감정의 문화는 특히 1980~90년대 미국 대중의 삶과 욕망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고통을 공개하고, 시청자들에게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라고 조언하며, ‘치유의 미디어’를 만들었다. 패커는 이 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보다, 미국 사회가 공공 제도와 공동체 기반의 연대를 상실해갈 때, 오프라가 그 공백을 감정적 공감으로 채웠다고 분석한다. 즉, 사회적 문제에 대한 구조적 해결 대신, 개인의 감정관리와 자기계발이 강조되었고, 이는 신자유주의의 핵심 가치와 맞물린다. 그녀의 쇼에서 반복되는 '고백의 미학'과 자기변형 서사는 미국 시민이 정치적 주체로서가 아니라 소비자적 자아로서 세계를 인식하도록 유도했다.

결국 오프라 윈프리는 조지 패커의 시선에서 미국 대중문화의 중심축이자, 체제의 모순을 감추는 정서적 완충지대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녀는 수백만 명에게 희망을 주었지만, 그 희망은 구조적 변화 없이 '당신도 노력하면 오를 수 있다'는 신화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했다. 이러한 메시지는 고립된 개인들에게는 위안이 되었지만, 동시에 정치적 분노나 집단적 행동의 가능성을 무력화했다. 패커는 오프라를 통해 미국이 어떻게 시민에서 소비자로, 공동체에서 브랜드로, 정치에서 감정으로 이동했는지를 예리하게 포착한다. 오프라는 미국의 붕괴(Unwinding)가 한창인 시기, 그것을 미화하고 포장한 가장 영향력 있는 내러티브 메이커 중 하나였던 셈이다.

3.7. 뉴트 깅리치 (Newt Gingrich)

뉴트 깅그리치는 미국 정치의 분열과 이념적 극단화가 제도 내부에서 어떻게 작동해왔는지를 상징하는 핵심 인물로 묘사된다. 조지 패커는 깅그리치를 단순한 공화당 정치인이 아니라, 1980년대 이후 미국 정치 문화의 규칙 자체를 바꿔놓은 존재로 바라본다. 그는 공적 담론을 타협과 합의의 영역에서 대결과 파괴의 영역으로 전환시킨 장본인으로, 냉소적이고 계산적인 정치 전략을 통해 정적을 ‘적’으로 만들고, 정치를 쇼 비즈니스로 전락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의 등장 이후, 미국 정치는 점점 더 정책이 아니라 이미지를, 협상이 아니라 파괴적 메시지를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깅그리치는 특히 빌 클린턴 시기 하원의장으로서 정부 기능을 정지시키는 셧다운 전략이나, 민주당에 대한 공격성 강한 언사, 그리고 공공서비스를 민영화하려는 시도 등을 통해 신자유주의 정치의 급진적 실험장을 만들어냈다. 그는 미국 정치를 하나의 전장으로 만들었고, 그 속에서 자신을 전사처럼 포지셔닝하며 대중의 분노를 동원하는 데 성공했다. 패커는 깅그리치의 이러한 정치 기술이 이후 도널드 트럼프 시대에 이르기까지 보수 정치의 전략적 청사진이 되었다고 분석한다. 특히 깅그리치의 언행은 규범과 절차를 파괴하면서도 정당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제도 정치 내부에서 시스템 자체를 약화시키는 데 기여했다.

결과적으로 깅그리치는 미국 민주주의의 형식은 유지되지만 내용은 텅 빈 껍데기로 전락하게 만든 선구자로 평가된다. 그는 제도적 해체의 동력으로 기능했고, 정치가 공공선을 위한 장이 아니라, 이념적 전쟁과 권력투쟁의 무대로 전락하는 과정을 가속화시켰다. 패커는 깅그리치를 통해 20세기 후반부터 미국 사회를 잠식한 정치적 분열, 불신, 냉소의 기원을 탐색하며, 이 모든 것이 ‘언와인딩(Unwinding)’이라는 국가적 붕괴의 일부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깅그리치는 단지 한 시대의 정치인이 아니라, 해체되어가는 공화국의 전조였다.

3.8. 로버트 루빈 (Robert Edward Rubin)

《미국, 파티는 끝났다》에서 조지 패커는 로버트 루빈을 단순한 정책 결정자나 경제 관료가 아닌, 미국 체제의 해체를 조용히 그러나 깊숙이 이끈 엘리트 권력의 전형으로 묘사한다. 루빈은 골드만삭스에서 고위 임원으로 활동한 뒤 클린턴 행정부의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재무부 장관이 되었으며, 이 기간 동안 금융 자유화와 월가 중심 정책을 주도했다. 그는 시장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절대시하며 금융 파생상품의 규제를 회피하고, 대형 금융기관이 더 거대화되는 구조적 토대를 마련했다. 패커는 루빈을 통해 1990년대 말 미국이 기술주의와 엘리트 신념에 얼마나 깊이 경도되어 있었는지를 보여주며, 그의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안정적 성장을 이끌었지만 장기적으로는 금융 시스템을 극도로 취약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루빈의 가장 결정적인 역할은 ‘금융 규제의 해체’라는 흐름을 제도 내부에서 정당화하고 추진했다는 점이다. 그는 당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앨런 그린스펀, 후임 재무장관인 로렌스 서머스 등과 함께 파생금융상품 규제를 막아섰고,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패커는 이 세 사람을 “워싱턴 컨센서스”의 주역이자, 민주당조차 금융 엘리트의 논리에 동화되어 대중의 이익을 외면하게 만든 인물로 평가한다. 특히 루빈은 위기 이후에도 자신이 추진한 정책의 책임을 회피했고, 거대은행 시티그룹의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수천만 달러의 보상을 받은 것으로 묘사된다. 이는 공공의 실패가 사적 보상으로 전환되는 미국 엘리트 시스템의 부조리를 단적으로 드러내며, 패커는 이러한 구조 속에서 시민들의 분노와 무력감이 어떻게 자라났는지를 서술한다.

결국 루빈은 조지 패커가 말하는 “언와인딩(Unwinding)” — 즉 제도와 신뢰의 붕괴 — 현상에서 조용한 파괴자이자, 내부에서 체제를 뒤흔든 인물로 기능한다. 그는 시민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기술관료였지만, 그의 정책은 수천만 명의 삶에 직접적인 충격을 안겼다. 공화당의 급진주의자나 쇼맨십 정치인과 달리, 루빈은 지적인 품위와 경제적 권위를 갖춘 모습으로 체제 해체를 ‘합리화’하고 ‘정책화’한 인물이다. 패커는 이러한 인물을 통해, 해체는 항상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정교한 계산과 자기 확신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로버트 루빈은 민주주의라는 이름 아래 금융 권력이 어떻게 정치 권력을 흡수하고, 대중을 시스템에서 배제했는지를 상징하는 조용한 중심점이었다.

4. 주제

4.1. 제도 붕괴

《디 언와인딩》에서 말하는 제도 붕괴는 단순한 행정적 실패가 아니라, 미국 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적 해체를 의미한다. 전후 수십 년간 미국을 지탱해왔던 정부, 노동조합, 언론, 금융감독기관, 종교 단체 등은 더 이상 시민의 삶을 조직하고 지지하는 기반이 되지 못하며, 오히려 무기력하고 불투명한 존재로 전락했다. 이러한 제도들은 과거에는 안정적인 중산층의 형성, 사회적 연대, 민주적 의사소통의 장으로 기능했으나, 신자유주의의 대두와 정치적 포획, 경제적 엘리트주의의 확산 속에서 점차 시장 논리에 잠식되고 말았다. 이로 인해 시민들은 더 이상 공공 제도를 신뢰하지 않으며, 국가와 공동체로부터의 소외감은 심화되고 있다. 제도가 무너진 자리에 남은 것은 사적 이익과 개별 생존의 논리뿐이며, 이는 공동체적 정체성의 해체와 민주주의 자체의 위기로 이어진다. Packer는 이와 같은 제도적 붕괴가 단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언와인딩(Unwinding)’의 핵심적 동력임을 강조한다.

4.2. 경제 불평등

《디 언와인딩》에서 다루는 경제 불평등은 단순한 빈부 격차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사회의 근본적 구조가 어떻게 소수의 이익을 위해 재편되었는지를 드러내는 핵심 주제다. 1980년대 이후 규제 완화(deregulation)와 금융화(financialization), 그리고 값싼 노동력을 찾아 자본이 국경을 넘는 세계화(globalization)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자산을 소유하고 네트워크를 가진 극소수 상층부는 천문학적인 부를 축적하는 반면, 나머지 대다수는 일자리의 불안정화, 임금 정체, 복지 축소로 인해 점점 더 취약한 위치로 밀려났다. 특히 전통적인 제조업 기반의 중산층은 산업의 해외 이전과 자동화의 이중 충격 속에 무너졌고, 교육 수준과 가정 배경에 따라 경제적 사다리를 오를 기회조차 봉쇄된 상태다. Packer는 이를 “계급 이동의 동결”로 묘사하며, 더 이상 노력과 근면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는 시대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기회의 평등’이라는 미국의 핵심 신화는 사실상 와해되었고, 오히려 부의 대물림과 신흥 엘리트 계급의 형성이 일상화되고 있음을 고발한다.

4.3. 공동체 해체와 고립

《디 언와인딩》에서 묘사되는 공동체의 해체와 개인의 고립은, 미국 사회가 단순히 경제적 위기를 넘어 정서적·사회적 기반까지 상실해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교회, 학교, 지역 상점, 노동조합 등 다양한 중간 단위의 공동체가 시민들에게 소속감과 상호부조의 틀을 제공했으나, 이러한 구조들은 점차 붕괴되고 개인은 고립된 단위로 내던져졌다. 산업의 쇠퇴로 일자리가 사라지고, 지역 신문이 없어지며, 젠트리피케이션과 교외화가 가속화되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자신이 속한 지역과 공동체에 책임이나 유대를 느끼지 않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은 타인과의 연결을 상실하고,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집단적 수단조차 갖지 못한 채 생존만을 위한 고립된 존재로 전락한다. Packer는 이러한 원자화된 삶을 단순한 외로움이 아닌, 정치적 무력감과 사회적 불신이 중첩된 상태로 진단하며, 이는 민주주의의 기반을 허무는 중대한 위기라고 경고한다. 공동체의 붕괴는 결국 연대의 소멸을 의미하며, 이는 미국 사회 전체가 더 큰 위기에 취약해지는 토대를 마련한다.

4.4. 능력주의 신화의 붕괴

《디 언와인딩》에서 지적하는 능력주의 신화의 붕괴는, 오랫동안 미국 사회를 정당화해온 핵심 이념인 ‘기회의 평등’이 사실상 거짓말에 불과하게 되었음을 폭로한다. 전통적으로 미국은 개인의 노력과 능력을 통해 누구나 계층을 상승할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을 강조해왔지만, 실제로는 교육 수준, 가정 환경, 사회적 인맥이라는 출발선의 격차가 갈수록 확대되면서 그 이상은 점차 허구가 되고 있다. 상류층은 사립학교, 과외, 명문대학, 고소득 직종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를 세습하면서 기득권을 공고히 하고, 반면 하위 계층은 점점 더 열악한 교육 환경과 비정규직, 빈곤의 대물림 속에 갇혀 기회를 상실한다. 특히 노동시장에서의 경쟁은 기술 자본과 문화 자본을 가진 소수에게만 유리하게 작동하며, 다수는 열심히 일해도 생계를 유지하기조차 어려운 현실에 직면한다. 조지 패커는 이러한 현실을 통해, ‘능력에 따라 보상받는다’는 명제가 더 이상 사회를 작동시키는 원리가 아니며, 이는 오히려 실패한 자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구조적 폭력의 한 형태가 되었음을 강조한다. 그 결과, 능력주의는 희망이 아니라 체념을 강요하는 신화로 전락하고, 시민들은 시스템 자체에 대한 회의와 냉소 속에 빠지게 된다.

4.5. 포퓰리즘과 분노의 정치

《디 언와인딩》에서 다루는 포퓰리즘과 분노의 정치는, 단순히 정권 교체나 선거 전략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사회 전반에 누적된 좌절과 불신이 폭발하는 양상을 심층적으로 드러낸다. 트럼프의 등장은 그 분노의 결과 중 하나일 뿐이며, 조지 패커는 이미 트럼프가 정치계에서 급부상 하기 전인 2000년대 초반부터 좌파와 우파를 막론한 민중의 정서적 붕괴, 제도에 대한 절망, 그리고 엘리트에 대한 구조적 불신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었음을 포착한다. 이러한 분노는 단순한 경제적 박탈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기득권층이 국민을 배반했다는 강한 감정에서 기인하며, 이는 보수적인 농촌 지역이든, 진보적 도시 빈민층이든 공통적으로 존재한다. 유권자들은 민주당이 노동자 계층을 외면하고 금융자본과 기술 엘리트에 기대는 모습을 보며 실망하고, 공화당은 자유시장이라는 명분 아래 사회안전망을 해체함으로써 더 큰 불안을 초래했다. 결과적으로 기존 정치 세력은 모두 무능하거나 부패했다고 여겨지며, 미국인은 더 이상 합리적 대화와 제도적 절차를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 이 책은 바로 이 절망의 감정이 어떻게 ‘분노의 정치’로 변형되고, 포퓰리즘의 토양이 되었는지를 예민하게 묘사한다. 포퓰리즘은 반지성주의와 음모론으로 치닫기 쉬운 위험도 있지만, 그 근저에는 엘리트주의가 낳은 깊은 상처와 배신의 기억이 있음을 책은 통찰력 있게 보여준다.

5. 분석

《디 언와인딩》은 이념적 선동이나 특정 정치 세력에 대한 맹목적 비판이 아니라, 미국 사회의 구조적 병리와 그것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섬세하게 그려낸 사회 해부서에 가깝다. 조지 패커는 민주당이 기술관료적(technocratic) 엘리트 중심 정당으로 변모하면서 전통적으로 지지하던 노동계급을 외면하게 되었고, 그 결과 정당이 ‘월스트리트’나 실리콘밸리와 같은 새로운 권력 중심지에 흡수되었다고 지적한다. 반면 공화당은 규제 철폐와 시장만능주의를 앞세워 공동체 기반을 무너뜨리고, 빈곤층과 중산층에 대한 책임을 개인의 나태함으로 돌리는 구조를 고착시켰다. 패커는 양당 모두가 제도적으로 실패했으며, 그 결과 미국 정치가 더 이상 국민 대다수의 삶을 대변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본다.

이 책은 이러한 비판을 추상적 이념으로 풀지 않고, 여러 인물의 생생한 삶을 통해 구체적으로 전개한다. 영스타운의 전직 노동자,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 워싱턴 D.C.의 로비스트 등 각기 다른 사회적 위치에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미국 사회의 단층선을 드러내는 도구가 된다. 패커는 독자에게 “누가 옳은가”보다 “어떤 현실이 존재하는가”를 묻는다. 특히 책의 구조는 시계열적 역사 서술이 아니라, 감정적 공감과 반복되는 실패의 패턴을 통해 독자가 사회 전반의 ‘언와인딩(Unwinding, 해체)’을 직감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는 단순한 경제 분석이나 정책 비평보다 훨씬 강력한 설득력을 지닌다.

궁극적으로 이 책은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미국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드림’을 잃어버렸는지를 기록하려 한다. 과거에는 누구나 자신의 노력으로 생계와 존엄을 유지할 수 있다는 믿음이 존재했지만, 이제 그 믿음은 상층 엘리트의 특권으로만 남았다. ‘아메리칸 드림’은 더 이상 보편적 이상이 아니라, 자본과 인맥을 독점한 계층의 전유물이 되어버렸으며, 그 과정에서 다수의 미국인은 소외, 분노, 허탈감 속에서 살아가게 되었다. 패커는 이 해체의 시대를 통해, 현대 미국이 처한 위기를 단지 정치의 문제가 아닌 존재론적 위기로까지 확장하여 성찰하게 만든다.

6. 현대적 함의

《디 언와인딩》은 2013년에 출간되었지만, 이후 벌어질 미국 사회의 격변을 놀라울 정도로 정확히 예견한 책으로 평가된다. 특히 2016년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이 책이 묘사한 미국 사회의 “해체(Unwinding)”가 실제 정치 현실로 표출된 대표적 사건이었다. 조지 패커는 트럼프라는 특정 인물보다 더 깊은 구조적 요인—즉, 제도의 신뢰 상실, 경제적 불안정, 사회적 고립감, 문화적 단절—을 먼저 포착했고, 이 책은 그 심리적·제도적 균열이 어떻게 일상 속 개인의 삶을 통해 실현되는지를 섬세하게 추적한다. 트럼프의 등장은 그 결과물일 뿐, 문제의 뿌리는 훨씬 더 오래전부터 축적되어온 사회의 침식에 있다는 것이 패커의 관점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예언적 통찰 중 하나는 실리콘밸리의 권력 집중과 정치화다. 책에서 묘사된 피터 틸과 같은 인물은 단지 부유한 기업가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공공선보다 기술과 자본의 절대적 우위에 기반한 새로운 지배 질서의 상징이다. 틸은 디지털 기술이 인류의 삶을 바꾸지 못했다고 냉소적으로 평가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러한 기술 권력은 정치까지 점령하며 새로운 엘리트 계급을 형성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민은 소비자나 사용자로 축소되고, 정책 결정은 점점 더 폐쇄적인 기술-자본 복합체에 의해 주도된다. 《디 언와인딩》은 이러한 추세가 민주주의의 토대를 약화시키고, 사회적 신뢰와 통합을 파괴할 것임을 경고한다.

또한 책은 미국 대중의 엘리트에 대한 깊은 불신과 이로 인한 포퓰리즘의 부상을 날카롭게 조명한다. 좌우를 막론한 민중의 분노는 단순히 소득 격차나 실업률 때문만이 아니라, 자신들이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되었다는 감정에서 비롯된다. 이들은 더 이상 기존 정당이나 주류 언론을 신뢰하지 않으며, 공동체가 해체되고 문화적 정체성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극단적 대안에 끌리게 된다. 지역 공동체가 붕괴되면서 생겨난 문화적 공허감은 음모론, 반지성주의, 증오 정치의 온상이 되고 있으며, 이는 오늘날 미국 정치와 사회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기 중 하나다. 《디 언와인딩》은 바로 이러한 분열과 고립의 내면사를 미시적 사례를 통해 보여주며, 현대 미국을 이해하는 데 있어 여전히 가장 강력한 통찰을 제공하는 작품이다.

7. 평가 및 수상

  • 2013년 전미도서상 수상 (National Book Award for Nonfiction)
  • 미국 비평가들로부터 문학성과 저널리즘의 결합으로 찬사 받음
  • 다만 일부 평론가는 책의 구성이 다소 산만하거나, 명확한 결론을 제시하지 못한다고 비판하기도 함

8. 유사 도서

  • 《에빅티드》(Evicted) - 매슈 데스먼드(Matthew Desmond)
  • 《니켈과 디밈드》(Nickel and Dimed) - 바버라 에런라이크(Barbara Ehrenreich)
  • 《환상의 제국》(Empire of Illusion) - 크리스 헤지스(Chris Hedges)
  • 《자기 땅에서 타인과 만나다》(Strangers in Their Own Land) - 아를리 호크실드(Arlie Hochschild)

[1] https://www.yes24.com/Product/Goods/23547661[2] 패커는 2011년 〈The New Yorker〉 지에 실린 기사 “No Death, No Taxes: The libertarian futurism of a Silicon Valley billionaire”에서 틸을 직접 인터뷰하고 그의 철학과 비전을 심도 있게 조명했다 . 이 기사에서 패커는 틸과 팰로앨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인터뷰했으며, 그 자리를 통해 틸의 발언과 태도를 세세히 전달했다.[3] https://www.businessinsider.com/peter-thiel-eric-schmidt-fortune-brainstorm-2012-7?utm_source=chatgpt.com[4] https://www.newyorker.com/magazine/2024/04/22/are-flying-cars-finally-here?utm_source=chatgp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