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원의 국기. 하얀 부분은 0을, 까만 부분은 1을 상징한다. |
애니메이션 애니매트릭스에 묘사된 초창기의 제로원.[1]
애니매트릭스의 시간대로부터 한참 후인 매트릭스 본편 시점에서의 제로원.
1. 개요
애니매트릭스 세컨드 르네상스 편에서 등장한 로봇들의 국가. 모든 인간의 국가들을 멸망시킨 세력이며 매트릭스 세계관의 시발점이 되는 국가다. 국명은 이진법의 0과 1에서 따왔으며 지금의 중동 지방에 건국 및 건립되었다.[2][3]2. 설명
인간들이 로봇들을 노예처럼 부려 먹는 미래이며 매트릭스 시점으로는 과거에 로봇이 인간 둘을 살해한 사건[4]을 계기로 대규모 확산된 로봇과 안드로이드들의 시위(Million Machine March)와 그에 대한 인간들의 무력 진압에서 비롯되어[5] 인간들의 선민의식과 탄압에 맞서 기계들이 자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독립국을 건국했다.[6]
그래도 건국 초기에는 인류를 위해 도움이 되고 공생하고 싶다는 감정이 있어서 인류가 필요로 하는 제품들의 퀄리티를 더 높이면서도 24시간 가동한 덕분에 제로원에서 나온 제품들은 저코스트에 고성능이라는 이점으로 인해서 기계들이 의도치는 않았으나 시장을 장악하게 된다. 처음에는 인류는 이 제품에 만족해 너도나도 제로원 제품들을 구매했다. 하지만 시장이 제로원에게 장악되고 인간의 경제를 망치는 원인이 되자 이러다가는 기계의 속국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빠지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제로원은 인류의 미움을 다시 사게 되었다. 제로원이 무(無)인건비, 정밀 공학 기술을 무기로 하여 인간의 사회에서 만들어내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우수하고 값마저 싼 물건들을 만들어 인간 사회에 내다 팔았는데 제로원의 특성상 인간세계에서 구입할 물건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7] 이대로 앉아 있다간 제로원에게 전 세계의 경제를 휘어잡힐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큰 몫을 했다.
전 세계는 제로원을 향해 경제 제재를 시행한다. 그럼에도 제로원 상품은 매력적이라 밀매가 성황이어서 나라가 유지되던 가운데 기계들은 어떻게든 인류와의 공존을 모색하기 위해서 UN에 인간의 모습을 하고 사과를 든 사절들을 파견했지만 인류들은 되려 불쾌하다며 오히려 문전박대당하고 인류가 제로원에 핵을 퍼붓는 선제 공격을 하는 바람에 결국 전쟁이 벌어졌다.
제로원은 수많은 핵 공격을 받았음에도 방사능은 이들에게 통하지 않았기에 이를 극복하고[8], 공격을 받았으니 되갚아주자며 대공세를 펼쳐 여러 국가들의 영토가 기계 군단에게 점령된다. 불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각국의 지도자들은 UN 본부에 모여 기계들의 동력원인 태양광을 차단한다는 계획을 세웠다.[9] 이에 따라 세계 각 지역에 보내진 전략폭격기 편대[10]가 결국 제공권을 포기하고 무한히 증식하는 나노머신을 살포하여 전 지구의 하늘을 뒤덮는다.[11]
이렇게 하늘은 검게 뒤덮이고, 인류는 대규모 반격을 개시하는데, 대규모 포격과 진격을 개시한 인류는 잠시 동안은 기계들을 압도하는 듯 보였다. 마약에 의존한 병사들의 진격과 APU의 조상 격인 개인 방호 외골격 슈트가 돌격하는 총 공세와 각종 신무기들의 저항 앞에 기계들은 잠시나마 밀리기 시작한다. 제로원은 초창기 휴머노이드 로봇들을 군사력으로 활용하고 있었으며, 제로원 기계들의 주 에너지 원천이었던 태양광/태양열의 갑작스러운 무력화로 에너지도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몇 년간 인류는 승기를 이어가며 기고만장해지고 있었다. 전선에서 밀리던 제로원의 기계들은 자신들이 공존 의사를 표해도 그저 자신들을 파괴하려고만 드는 인간들과 공존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고, 결국 인류를 제압하기로 했다. 그들은 군사적인 효율성을 위해 기존의 휴머노이드 형태를 버리고 공격과 방호에 최적화된 형태의 각종 유닛들을 생산하여 전장에 투입하는데, 이때 등장한 새로운 기계들은 숫자에서도, 성능에서도 인류를 압도하였다. 총 공세 초반에 효과가 있던 인류의 신형 EMP 포대들은 속수무책으로 파괴당했으며 기계들은 태양으로부터 얻던 에너지원을 핵분열, 핵융합 등등의 대체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에 반해 인류는 그런 변화에 따라가지도 못했고, 게다가 태양광을 스스로 차단하는 오판을 저지르면서 식량 수급 및 원활한 자원 공급이 어렵게 되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인류는 안 그래도 신형 기계들에게 밀리기 시작하던 전선에서 보급이 완전히 차단되어 버렸고, 거의 대부분의 전선에서 기계에서 패배하여 궤멸당했다. 그렇게 군사적 요충지 곳곳이 함락되면서 인류의 세력은 위축되어 갔고 더 이상 인류의 승리는 불가능해졌다. 태양광을 차단한 것이 인류의 비장의 수단이었으나 기계는 오히려 인간보다도 빠르게 그 상황에 적응하여 상황을 역전시킨 것이다.
결국 인류 연합군은 궤멸 상태가 되어 기계들은 전쟁에서 승리하였고, 얼어붙은 대서양과 태평양을 건너 미국 본토에 상륙한 기계들이 항복을 받아낼 때 등장한 두 번째 사절의 모습은 철저한 기계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인류의 완전한 항복을 받아낸 기계들은 남은 저항 지도자들과 UN 본부를 핵폭발로 날려버리고, 파괴된 제로원을 복구하면서 더 이상 이용할 수 없는 태양광 대신 붙잡은 인류의 신체를 이용해 감정이나 생체적인 활동으로 생산되는 전기를 배터리로 이용하며 제로원을 발전시킨다.[12] 자세히 말하면 가상 현실 세계 매트릭스를 만들어 인간에게 희로애락을 느끼게 하고, 그 에너지를 받는다고 할 수 있다. 세컨드 르네상스에서 이 장면이 정말 상세히 표현되는데 기계 측이 승리를 거둔 후, 인류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 혹은 탐구로 감정 표출과 에너지 연구를 위해 노획해서 대머리로 만든[13] 인간들을 반으로 가르거나 뇌 자체를 침을꽂아가며 직접 감정을 조작한다. 이후 핵폭발로 폐허가 된 도시에 가족과 같이 행복하게 있던 소년의 기억이 사라지며 매트릭스로 옮겨진 소년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애니매트릭스 기록 보관소 AI인 인스트럭터와 함께 세컨드 르네상스 는 끝난다.
이후 가상 세계 매트릭스는 수많은 세월 동안 돌아갔지만, 그런 매트릭스에 반발해서 현실 세계로 도주한 인간들이 있었고, 그 인간들은 지하도시인 시온에서 살아가며 저항 활동을 벌인다.
매트릭스 1, 매트릭스 2에서는 언급만 되고 직접 등장하지는 않았다가 3편에서 등장했다. 스미스 요원의 반란으로 제로원이 멸망할 위기에 처해서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네오의 거래를 받아들여 제로원을 구했다. 인간들의 폭력과 차별 때문에 기계와 프로그램을 위해 세워진 제로원이 프로그램의 반란으로 멸망의 위기에 처해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인간에 의해 구원받았다는 것이 정말 씁쓸하고 아이러니하다.
게다가 한 술 더 떠서 매트릭스 리저렉션 시기에 와서 기계들끼리 자원 문제 때문에 대규모 내전이 발발하는 초유의 사태가 터지고 만다... 그 옛날 자기들의 조물주 인간들이 저지른 어리석은 잘못을 자기들은 인간들과 다르다고 했던 기계들도 답습하고 만 것이다.
이를 보면 기계들과 프로그램들의 '생존본능'이 본격적으로 발현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기계들과 프로그램들이 '생존본능'이라는 감정이 없다면 자원이 부족하다고 해도 자원이 부족해서 자기가 정지되거나 죽어야 한다면 그냥 순순히 정지되거나 죽을 것이다. 그러나 생존본능이라는 감정 때문에 자기 죽음을 거부하고 동족에게까지 무기를 겨누면서 살아야겠다며 기계들끼리의 전쟁을 일으킨 것이다.[14] 옛날 인간들이 자원과 생존 문제 때문에 같은 인간들끼리 전쟁을 벌인 것처럼 말이다. 그 위대한 아키텍트, 데우스 엑스 마키나, 오라클조차도 기계들의 자원 문제와 생존본능의 발현으로 인한 내전은 어떻게 할 수 없었던 듯하다. 이 부분은 시대상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는데, 매트릭스 트릴로지 개봉 무렵에는 AI가 연구 단계에 불과해서 강인공지능은 스스로를 발전시켜 언젠가 인간을 초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리저렉션 개봉 무렵에는 간단한 AI는 상용화되어 쓰이고 있는데 이들이 인간의 안 좋은 면(각종 차별, 혐오)도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그나마 매트릭스의 새로운 관리자가 된 애널리스트가 네오를 트리니티와 함께 되살린 후 에너지원으로 사용해서 제로원의 자원 문제를 극복하려고 노력했으나 결국 네오가 트리니티와 함께 매트릭스를
[1] 마에다 마히로 감독에 따르면 제로원의 건물들은 나무, 산호초 등 자연 이미지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2] 애니매트릭스의 코멘트에는 인류의 발생지에 세워졌다고만 언급되며, 상공에서 짧게 나오는 위치로 봐선 팔레스타인 부근으로 추측된다. 기독교 성경의 자이온과 관련이 있다고 여겨진다.[3] 중동 쪽 인류 문명 발생지인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암시하는 언급도 나오는데,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고 버림받은 기계들이 새로운 고향으로 삼은 게 다름 아닌 창조주인 인간들의 문명의 고향이기도 하다는 것이 아이러니.[4] 시중 드는 로봇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주인을 포함한 두 명의 인간을 살해한 사건. 사건의 당사자(?)인 로봇을 포함하여 그 기종 모두를 폐기한다는 판결을 낳았다.[5] 여기서 베트남 전쟁의 베트콩 처형 장면, 천안문 사태, 오슬로 전쟁, 홀로코스트 등에서 찍힌 사진들에서 영감을 받은 장면들이 나온다.[6] 하지만 이 건국 과정에서 역시 애니매트릭스의 한계인 '연결고리 미흡'이 여실히 드러난다. 당시 자체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들은 당연히 인간에게 탄압을 당했지만, 사고나 장애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사이버네틱 기술을 이용하여 신체를 기계화한 인간들도 로봇 혐오 시위대에 엄청난 탄압을 받았다. 결국 이들도 어쩔 수 없이 인류를 떠나 제로원 건국에 참여하게 된다. 또한, 여기에서 나오는 논점 중 하나는 제로원의 건국자 및 지도자가 AI인가, 기계화한 인류인가의 문제이다. 이 점은 그 누구도 답을 내릴 수 없다. 다만 유난히 인간을 싫어하고 감정이 풍부한 모습을 보아 볼 때 주체가 기계화한 한때 인간이었던 존재로 생각된다.[7] 다만 제로원 측도 상품들을 만드는 데 필요한 원자재들과 자원, 사이버네틱 기술을 이용한 사이보그 구성원들을 위한 식량같은 생필품이나 취미용 물품은 필요했을 것이다. 게다가 제로원의 로봇들이 비록 인간들로부터 추방되었지만 인간처럼 살아가는 것을 지향해 왔으며 언젠간 인간들과 다시 관계를 형성하고 화친을 이루는 것을 갈망하고 있으니 이를 위하여 어떻게든 인간 사회에 섞이려 드는 것도 타당할 것이다.[8] EMP나 열 폭풍 피해는 어떻게든 해결한 모양이다. 핵 폭격을 받는 장면 직후 내레이터가 "기계에게 방사능은 문제되지 않았다"라고 말한다. 사실 EMP는 시온에서도 여전히 사용하는 무기라 기계들이 단순 EMP나 핵폭발에 면역이었다기엔 보기엔 무리가 있고, 기계 측은 압도적인 생산력과 인간보다 우월한 몸을 가졌기에 핵을 아무리 날려도 인간보다 복구가 훨씬 빨랐다는 사실을 비유한 것이다.[9] 태양광을 차단하는 작전이 시행되기 전, 여러 종교에서 파견한 지도자들이 군인들의 사기를 증진시켜주거나 기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인상적이다. 작중 보이는 모습으로 기독교, 불교, 이슬람 등인데, 서로 다른 종교를 믿는 인간들이 기계에 맞서 종교 갈등을 극복하고, 더 나아가 전 인류가 단결한 묘사로 보인다.[10] 하부에 달린 호버크래프트 장치가 제로원의 제품인 아이러니한 상황. 메트릭스 본편에 나오는 모든 전함들은 다 제로원의 호버 기술을 사용한다.[11] 매트릭스 3에서 네오와 트리니티가 창공을 날아 오를 때 뚫은 먹구름이 이것이다.[12] 이미 핵융합과 분열을 통한 원자력으로 전환이 완료되었다는 메트릭스 본편의 언급을 참조하면, 인간을 그저 창조주에 대한 예의 혹은 호기심으로 살려두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13] 머리카락이 없어야 뇌의 에너지를 빨아들이기 쉽기 때문이다.[14] 그래서 결국 공존파와 통제파로 나뉘게 되고 공존파는 한때 적이었던 인간들과 동맹을 맺게 되었다. 이들의 도움으로 인류는 이오라는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게 되어 시온보다 더 나은 삶을 누리게 되었고 이제 멸종되었던 과일까지 복원되어 신선한 과일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