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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그래픽스

실리콘 그래픽스
파일:실리콘그래픽스.png
<colbgcolor=#4B0082><colcolor=#ffffff> 설립 1977년 6월 16일
파산 2009년 5월 11일
본사 미국 캘리포니아

1. 개요2. 역사
2.1. 초창기2.2. 성장2.3. 몰락
3. 여담4. 제품 일람
4.1. 워크스테이션4.2. 소프트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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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1981년부터 2009년까지 존재했던 미국의 그래픽 워크스테이션 제조사. SGI[1]라는 약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1990년대까지 3D 그래픽스 기술을 선도하던 회사였다.

지오메트리 엔진이라고 불리는 도형 처리에 특화된 하드웨어를 무기삼아 시장에 진출했다. 오늘날 GPU의 시초 격으로, 이 기술은 실리콘 그래픽스로 하여금 이후 20년간 워크스테이션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컴퓨터 그래픽, 건축 디자인, CAD 등 전문가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특히 당시 헐리우드 영화 CG 작업에는 거의 100% 이 회사의 제품이 사용되었다. 대표적으로 터미네이터 2, 쥬라기 공원, 토이 스토리 등이 있다. 동키콩 컨트리의 경우 실리콘 그래픽스 IRIX 워크스테이션의 PowerAnimator로 제작했다는 점을 마케팅으로 내세웠을 정도로 한때 최첨단 비주얼 기술의 상징이었다.

그래픽 작업용 워크스테이션답게 사양은 당시 어떤 데스크탑 컴퓨터와 비교를 불허하는 수준이었다. 1992년에 나온 Indigo2가 최대 512MB 램을 지원했으며, GPU 성능만 256MFLOPS를 초과했다. 1990년대 초반 제품이 1600×1200 해상도에 32비트 프레임버퍼를 지원했을 정도. 1993년에는 세계 최초로 64비트 워크스테이션을 출시했다. 그만큼 가격도 안드로메다로 날아갔는데, 상술한 Indigo2의 경우 최저사양이 3만 달러, 최고급 사양은 거의 10만 달러에 육박했다.

2. 역사

2.1. 초창기

1984년 처음에는 모토로라 68000 CPU들로 유닉스 그래픽 워크스테이션을 만들었다. 제품 이름은 IRIS 1000으로 Integrated Raster Imaging System의 약자이다. IRIS 1000들은 이더넷 어댑터를 통해 VAX 같은 미니 컴퓨터나 메인프레임과 서로 연결해 LAN을 구성했고, 그래픽 아티스트들이 IRIS 1000으로 작업하면 서버를 통해 서로 공유하면서 작업할 수 있는 형태였다. 이듬해에는 모토로라 68010으로 IRIS 2000 시리즈를, 모토로라 68020으로 3000 시리즈를 만들었다.

2.2. 성장

그러나 모토로라 CPU들에 한계를 느낀 실리콘 그래픽스는 1987년 IRIS 4D를 시작으로 MIPS CPU로 이전했다. 1988년에 판매한 유닉스 업그레이드 팩[2]부터 IRIX라는 이름을 붙였다. X 윈도우 시스템을 탑재하였으며, 이론상 최대 1024개까지 멀티코어 환경을 지원했다. 여기서 사용된 XFS 파일 시스템은 다소 무겁지만 엄청난 신뢰도를 자랑했다. NASA에서 슈퍼컴퓨터용 파일 시스템을 XFS로 구축하기도 했다. IRIX가 망한 지금도 XFS는 리눅스에 이식되어 사용되고 있다.

이 시기에 Alias와 Wavefront, Thomson Digital Image, SoftImage 등의 회사들이 영화 회사들과 협업해 3D 그래픽스 프로그램을 IRIX용으로 내놓으면서 실리콘 그래픽스는 크게 발전했다. Alias는 1984년 Alias와 1988년 PowerAnimator를 IRIX용으로 만들었다. Wavefront는 1988년 IRIX에 Personal Visualizer와 Data Visualizer를 시작으로 1992년에는 The Advanced Visualizer를, Thomson Digital Image에서는 1987년에 Explore라는 3D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IRIX용으로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PowerAnimator, The Advanced Visualizer, Explore, 세 소프트웨어는 오늘날 Autodesk Maya의 기반이 되었다. 자세한 것은 해당 문서를 참고하자. SoftImage 역시 1988년부터 IRIX용 SoftImage|3D라는 3D 그래픽스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역시 훗날 Autodesk SoftImage의 기반이 되었다.

1992년에는 MIPS를 인수해 CPU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품을 다양화했는데, Personal IRIS는 그래픽 워크스테이션이 단말기 역할까지 할 수 있는 개인용 제품군을, Professional IRIS는 기존처럼 대형 그래픽 워크스테이션에 단말기를 여러대 연결해 공유 작업할 수 있는 제품군을 만들었다. 그리고 크림슨 시리즈 등 더 거대한 그래픽 워크스테이션들을 만들어 판매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기술이 발전하고 아트 작업의 복잡도가 증가하면서 실리콘 그래픽스는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워크스테이션과 서버, 서버 겸용 워크스테이션, 비주얼 워크스테이션, 개인용 워크스테이션 등 제품군들을 다양화했다.

실리콘 그래픽스가 이렇게 3D 그래픽스 워크스테이션으로 정평이 나게 되자 그들은 워크스테이션 판매에만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기술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1990년대 중반부터 3D 게임의 시대가 되자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64, 플레이스테이션 2, PSP 등에 사용된 MIPS 명령어 집합 아키텍처(Instruction Set Architecture, ISA) 기술은 그들이 판매한 기술을 기반으로 제작된 것이다. 닌텐도 64의 경우 GPU 설계에 실리콘 그래픽스가 직접 참여했다.[3]

또한 1992년 실리콘 그래픽스는 IRIS에 들어간 3D 그래픽 API를 공개하고 컨소시엄을 구성해 관리했는데, 이것이 OpenGL이다. 컨소시엄은 OpenGL 아키텍처 검토 위원회(OpenGL Architecture Review Board)라 불렀다. OpenGL은 순식간에 3D 그래픽스 작업이 필요한 모델러와 애니메이터, CAD 프로그램들의 산업 표준이 되었다. 또한 PC에 3D 게임의 시대가 도래하고 한동안 그래픽 칩셋 회사들마다 각각 제공하던 API들로 난립하던 시절이 있으나 당시 유명한 게임 엔진 개발자였던 존 카맥퀘이크의 렌더링 엔진을 OpenGL로 작성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DirectX가 어느 정도 발전하기 전까지 3D 게임 그래픽 API로 사실상 표준이 되었다.

이런 기세로 실리콘 그래픽스를 1995년에는 PowerAnimator를 만드는 Alias와 The Advanced Visualizer를 만드는 Wavefront를 인수했으며, 이듬해에는 슈퍼컴퓨터를 만드는 Cray를 인수했다.

2.3. 몰락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로 IBM PC 호환기종의 성능이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3D 도구 프로그램 회사들이 하나둘씩 Windows에 이식했다. 오래전부터 MS-DOS와 Windows에 3ds MaxAutoCAD의 같은 프로그램들이 발매되고 있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Softimage를 인수해 Windows 98로 이식했다. NewTek은 아미가의 Video Toaster에 3D 플러그인을 내놓고 있었는데, 코모도어 인터내셔널이 몰락하자 이것을 LightWave 3D로 Windows에 이식해 출시했다. 그러자 실리콘 그래픽스도 Maya를 비롯한 3D 그래픽스 도구 프로그램들을 Windows에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환경이 조성되자 훨씬 더 저렴한 가격의 PC로도 이전 실리콘 그래픽스 워크스테이션에서 하던 작업을 할 수 있게 되면서 1998년부터 서서히 쇠퇴의 길을 걷는다. MIPS는 1996년에 발표한 MIPS R10000 아키텍처부터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실리콘 그래픽스는 이 CPU를 마지막으로 2000년 MIPS를 매각하고 인텔 아이태니엄으로 워크스테이션과 서버를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인텔 아이태니엄 시리즈 문서에서 보다시피 크게 실패한 CPU였고, 실리콘 그래픽스는 결국 2003년까지 꾸준히 MIPS 워크스테이션과 서버 제품들을 내놓아야 했다. 실리콘 그래픽스의 아이태니엄 워크스테이션 또는 서버의 특징은 IRIX 운영 체제에서 SuSE 엔터프라이즈 리눅스로 이전했고, QuickTransit 가상화 소프트웨어로 IRIX 소프트웨어들을 실행했다는 점이다.

또한 실리콘 그래픽스는 Windows NT 워크스테이션과 리눅스 서버를 시도했으나 둘다 상업적으로 성공적이지 못했을 뿐더러 실리콘 그래픽스의 입지만 좁아지는 결과를 낳았다.

결정적으로 이들의 제품을 가장 많이 쓰던 헐리우드가 작업용 워크스테이션을 PC와 리눅스 조합으로 옮기면서 몰락이 가속화된다. 첫 스타트를 끊은 것이 2001년에 개봉한 슈렉. IRIX에 사용했던 렌더링 프로그램의 워크플로들을 리눅스로 쉽게 이식할 수 있었는데, 이는 리눅스가 Unix-like이라 서로 비슷하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헐리우드 CG 스튜디오의 주 작업용 운영 체제는 리눅스이다.

실리콘 그래픽스는 결국 2000년에 크레이와 MIPS를 매각했고, 2004년에는 Alias|Wavefront를 오토데스크에 매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6년에 처음으로 파산 보호 챕터 11를 신청하고 나스닥에 상장을 철회했다. 5개월만에 파산 보호 상태에서 벗어났고 나스닥에 재상장했다. 2006년부터 인텔 제온 또는 AMD 옵테론, 그리고 엔비디아 쿼드로와 리눅스 기반의 워크스테이션, 서버 또는 슈퍼컴퓨터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재기를 노렸으나 실패하고 2008년 12월 다시 나스닥에서 상장 폐지되었고, 2009년 4월에 다시 파산 보호 챕터 11을 신청했다.

이후 2009년 5월 Rackable Systems가 실리콘 그래픽스를 단돈 2500만불에 인수하면서 이름을 Silicon Graphics International로 바꿨다. 하지만 2016년에 HPE가 인수하면서 실리콘 그래픽스라는 이름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3. 여담

나름대로 레어하고 지금 기준으로도 케이스 디자인이 미려한 편이라서 소장용으로 찾는 사람들도 꽤 있다. eBay에서 은근히 매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저사양 모델은 수십 달러, 고사양 모델은 수천달러까지 호가한다.

쥬라기 공원 영화 1편에서 컴퓨터에 나타난 3D 화면을 두고 유닉스 시스템이라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화면에 등장한 것은 실리콘 그래픽스의 운영 체제인 IRIX에 들어있던 fsn(file system navigator#)[4]으로 실제로 있는 파일 관리자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저 당시 실리콘 그래픽스 기계를 실제로 접해 본 사람이 많지 않다보니 "저게 무슨 유닉스지? 컴퓨터 게임처럼 만든 가짜 아냐?"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었다. 참고로 fsn는 훗날 fsv(File System Visualizer), GopherVR 등이 이어받게 되었다.

일본 세가 본사에서 보낸 차세대 게임기 세가 새턴프로토타입 기기의 형편없는 구조에 치를 떤 세가 오브 아메리카가 독단적으로 실리콘 그래픽스와 접촉한 전례가 있다. 세가 오브 아메리카는 새턴이 미국에서 실패할 것이라 예상했고, 실리콘 그래픽스로부터 3D 그래픽 성능이 훌륭한 저렴한 칩을 소개받인 세가 이사회에 제안했다. 그러나 이사회에서는 해당 칩의 채택을 거절해 프로젝트가 무산되고 말았다. 이후, 세가 오브 아메리카가 개발하던 게임기에 탑재하기 위해 개발된 칩은 닌텐도닌텐도 64에 채용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참고로 새턴 시절 세가 사내의 3D 담당 아티스트들에게 지급했던 컴퓨터가 실리콘 그래픽스의 워크스테이션이었다. 사실 세가뿐만 아니라 1990년대 대부분의 일본 대형 게임제작사들은 3D 그래픽 모델링용으로 실리콘 그래픽스 워크스테이션의 소프트이미지를 사용했었다. 심지어 실리콘 그래픽스 워크스테이션이 몰락한 이후에도 소프트이미지의 윈도우 버전으로 바꿔서 계속 사용했었다.

SoftWindows/SoftPC를 설치하면 실리콘 그래픽스 워크스테이션에서도 Microsoft Windows를 사용할 수 있다.[5]

4. 제품 일람

4.1. 워크스테이션

  • 모토로라 68000
    • IRIS (1984)
  • MIPS
    • Indigo (1991)
    • Indigo2 (1992)
    • Indy (1993)
    • Onyx (1993)
    • Crimson (1993)
    • O2 (1996)
    • Octane (1997)
    • Fuel (2002)
    • Tezro (2003)

4.2. 소프트웨어



[1] 신흥 종교단체 창가학회의 약자인 SGI와는 무관하다.[2] 독특하게도 오로지 자사의 하드웨어에서만 작동했음에도 별도의 사용료를 지불해야 했다. 가정용이 아니라 전문가용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 애플자사 시스템에서만 돌아가는 Mac OS와 그 후속작 Mac OS X의 업그레이드 시 비용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3] 닌텐도 64 GPU를 설계했던 팀은 독립하여 ArtX라는 회사를 따로 차렸고, 게임큐브의 GPU를 설계하다가 ATI(현 AMD)에 인수되었다.[4] 읽을 때는 중간에 모음을 넣어서 퓨전(fusion)으로 읽었다.[5] 참고로 3dfx Voodoo 1/2를 장착하면 SoftWindows에서도 3D 가속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