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2-11-13 16:27:32

순환 논법

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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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설명3. 예시4. 관련 문서

1. 개요

circular reasoning, begging the question[1]
파일:순환논법.jpg
"순환논증은 유효하다. 왜냐하면 순환논증은 유효하기 때문이다."[2]

어떤 주장을 함에 있어 그 주장의 근거로 그 주장을 사용하는 오류. 선결문제(요구)의 오류[3] 또는 순환 논리의 오류라고도 하며, 논리적 오류 중에선 비형식적 오류에 해당한다.

말싸움에서 의미없이 우기는 쪽이나 모순된 주장 등에서 자주 보이는 논법이기도 하다.

역사속에서 처음 등장한 것은 고대 그리스 회의주의자 아그리파(Ἀγρίππας, ? ~ ?)의 다섯 가지 비유 중에서 중 순환적 추론의 문제를 포함해서 나온 말이다.

순환 논법과 유사한 것이 한국사에서도 등장한 것이 있다면 예송논쟁에서 송시열과 허목과 상소문 다툼에서 나온다.

2. 설명

특정한 의견을 주장하려다가 근거가 생각이 안 나는 상황에서 그 주장을 반복하는, 즉 생각 없이 말했더니 주장과 근거가 결국 동일한 의미인 오류이다. 즉 논증 자체가 오류라 다른 오류와 달리 반박할 문제점조차 없다. 그래서 논파하기 쉬워 보이지만 이는 위 예시처럼 짧고 단순할 경우에만 그렇고, 책 한 권 단위의 분량으로 순환 논법이 전개되면 마지막 장(주장) 즈음에선 1장부터 내세운 근거가 뭐였는지 잊어버려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기 쉽다. 자신이 쓴 글들을 근거로 들고 온 지식iN 답변의 예시[4] 긴 글을 작성할 때 검토가 꼭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쉬운 예를 들자면 마이크로소프트 엑셀에서 순환 참조라고 뜨는 게 바로 이 오류다. B1 셀에다가 =A1 쓰고, A1 셀에다가 =B1 쓰면 두 개의 셀을 서로 참조해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헷갈리게 된다. 결과를 만들기 위해 원인을 찾았는데 그게 결과여서 무한 루프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양방향 순환참조는 눈에 바로 보이지만, 3개 이상이 들어가면 조금 복잡해진다. 수학에선 이를 막고자 공리라는 것을 세우고 시작하고,[5] 과학에선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방식의 과학적 방법을 따른다.[6]

사실 모든 논리는 어느 시점에서 순환논리가 된다. 왜냐면 a는 당연히 a다라는 근거가 결국엔 등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위에 언급된 수학의 공리들도 사실 설명을 들어보면 그 근거가 "그냥"이다. 페아노 공리계(0을 자연수로 인정하지 않는 버전)에서 가장 작은 자연수가 A도 아니고 @도 아니고 %도 아니고 &도 아니고 §_£^£[§{£[£^…£]£]~<~>!…}_}¥}|?|?|!|?£#*도 아니고 왜 하필 1인가? 그냥 그렇게 정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왜 1+1=2인지 생각해보자. 1+1은 1의 다음 수이다. 그럼 다음 수는 무엇인가? 다음 수란 어떤 자연수에 1을 더한 수이다. 여기서 왜 1의 다음 수가 2냐고 묻는 것은 결국 왜 1+1=2냐고 묻는 것과 같게 된다. 즉 질문 자체가 결국 "왜 a는 a인가?"와 같다. 이 때문에 답변도 "그냥 원래 그렇다"가 된다. 그 '그냥'을 최대한 납득할 수 있도록 이런저런 근거를 드는 것이 학문과 연구의 목표이다.

하지만 일부는 아래와 같은 억지 논법으로 이용하곤 한다. 아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제6장에서 앨리스체셔 캣과 나눈 대화이다:
체셔 캣: 소용없어. 여긴 모두 미쳤으니까. 너도 미쳤고 나도 미쳤지.
앨리스: 내가 미쳤는지 어떻게 아는데?
체셔 캣: 틀림없어. 미치지 않았으면 여기 없을 테니까.

앨리스는 고양이의 말이 올바른 증명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 마디로, '여기 있는 사람은 모두 미쳤다. 왜냐하면 여기 있는 사람은 모두 미쳤기 때문이다.'[7] 실로 적절한 순환논증 예시이다.

3. 예시

Q.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A1. 닭이 먼저다. → 달걀에서 닭이 나오는데?
A2. 달걀이 먼저다. → 닭이 달걀을 낳는데?
(포도, 포도 포, 포도 도)
포도 포, 포도 도
포도 포 = 포도 포 + 포도 도 + 포
포도 포, 포도 도 = 포도 포 + 포도 도 + 포, 포도 포 + 포도 도 + 도
포도 포, 포도 도, 포도 포, 포도 도 = 포도 포 + 포도 도 + 포, 포도 포 + 포도 도 + 도, 포도 포 + 포도 도 + 포, 포도 포 + 포도 도 + 도
포도 포, 포도 도, 포도 포, 포도 도, 포도 포, 포도 도, 포도 포, 포도 도 = ...
포도의 한자와 뜻의 음이 일치해 생기는 순환논법. 총체적 난국
교수: 자네는 가난하네.
내담자: 선생님, 그럼 저는 왜 가난한 걸까요?
교수: 그것은 자네가 경제적으로 궁핍하기 때문일세.
내담자: 그럼 선생님, 저는 왜 경제적으로 궁핍한 건가요?
교수: 그건 자네가 돈이 없기 때문일세.
내담자: 왜 제가 돈이 없을까요?
교수: 그야 자네가 가난하기 때문이지!

- '위기철의 논리 3부작' 中 예순세번째 이야기, "가난한 까닭"
이 예문에서 '가난, 경제적 궁핍, 돈이 없다'는 같은 뜻으로 통하며 실제로도 의미가 같다. 즉 '가난=경제적 궁핍=돈이 없다'라는 뜻이기에 교수는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게 된다.
1. 이 기자는 기레기다.
2. 왜 기레기인가?
3. 이 기자가 쓴 기사가 쓰레기이기 때문이다.
4. 왜 쓰레기 같은 기사인가?
5. 이 기사를 쓴 기자가 기레기이기 때문이다.
해당 기사가 쓰레기인 이유(주로 허위사실 유포)를 지적해야지, 무작정 기자를 까면 인신공격의 오류 당첨이다.
평원 (명사) [유의어] 들 → '평원'은 명사이며, '들'과 뜻이 같은 말이므로 '들'을 참조하라는 의미.
들 (명사) [유의어] 평원 → '들'은 명사이며, '평원'과 뜻이 같은 말이므로 '평원'을 참조하라는 의미.
이를 '순환 정의'라고 한다. 사전에 이런 경우가 한두 개가 아니다. 언어를 불문하고 편찬 역사가 짧거나 값이 싼 사전에서 이런 일이 흔하며, 그렇지 않더라도 유의어가 풍부하지 않은 언어 혹은 중국어 등 순도 높은 고립어여서 언어 자체의 한계상 어근끼리의 중복 혹은 품사는 달라도 형태가 같은 단어의 중복을 피할 수 없는 언어에서 특히 자주 일어난다.
어린 왕자: 아저씨, 여기서 뭐 하고 계세요?
주정뱅이: 술 마시고 있어...
어린 왕자: 왜 술을 드세요?
주정뱅이: 잊으려고...
어린 왕자: 뭘 잊으시는데요?
주정뱅이: 부끄럽다는 걸...
어린 왕자: 뭐가 부끄러우세요?
주정뱅이: 내가 술을 마신다는 게 부끄러워....

- '어린 왕자' 中
실제로 알코올 의존증일 경우, 이 순환논법이 작동한다. 순환되는 논리를 끊어내는 방법은 금주뿐인데, 이미 술에 심각할 정도로 의존하고 있는 환자들의 입장에서는 이게 결코 쉬운 방법이 아니기 때문.
1. 거인 수르트의 검 레바테인은 라에갸른(Laegjarn)의 금고에 있다.
2. 라에갸른의 금고는 아홉 개의 자물쇠로 단단히 잠겨 있다.
3. 자물쇠의 열쇠는 수르트의 아내 신모라(Sinmora)가 지키고 있다.
4. 신모라를 지나치기 위해선 수탉 비도프니르(Vidofnir)의 꽁지깃을 선물로 줘야한다.
5. 비도프니르를 잡기 위해선 레바테인이 필요하다.

- 북유럽 신화의 '에다 - 스비프다그의 이야기'中
1. 히트맨 스테이지의 사라지는 블록을 통과 못하겠어 →
2. 에어맨 스테이지 클리어 하면 나오는 아이템 2호를 입수하면 이 부분을 쉽게 통과가 가능하다 →
3. 에어맨을 쓰러뜨릴 수 없어 →
4. 에어맨의 약점은 우드맨을 잡으면 입수하는 리프실드다 →
5. 우드맨을 쓰러뜨릴 수 없어 →
6. 우드맨의 약점은 히트맨을 잡으면 입수하는 아토믹 파이어다 →
7. 1번으로

- 에어맨을 쓰러뜨릴 수 없어
김지예: 지금 저희가 품고 주된 문제점과 불만이요 그 고위직에 여성 비율이 너무 적다는 데 나와요
정영진: 여성 비율이 높아서 뭐가 좋은 거예요?
김지예: 그 비율이 낮다는 것이 문제기 때문에 그 비율을 높이면 해결되는...
정영진: 낮다는 것 자체가 문제에요?
김지예: 네 그것이 문제입니다.

- 100 토론 여성할당제 편 당시 발언
이 발언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주장(논리가 아니다!)이 저런 식이다. 상대 패널은 계속해서 할당제의 긍정 요소에 대한 근거 제시를 요구했으나, 계속 자기 주장을 반복할 뿐이었다.
1. 그림을 빨리 그리기 위해서는 잘 그릴 줄 알아야 된다.
2.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서는 많이 그려보아야 한다.
3. 그림을 많이 그리기 위해서는 빨리 그릴 줄 알아야 한다.

- 시로바코 중 등장인물 야스하라 에마 가 자신의 작화에 대해 고민할 때 받은 조언.
실제 노력해서 숙련되어야 하는 일들의 경우 과정 중 뒤떨어지는 부분 하나를 골라서 시간을 들여 연습해야 하는데,[8] 이를 고려하지 못한 순환논리이다. 예를 들어 천천히 그리더라도 정확한 묘사를 많이 연습해야 잘 그릴 수 있고, 이를 통해 점점 속도를 붙이는 것이 현실적이다.
파일:work.jpg
파일:기업 면접 유병재.jpg

- 회사에서 사람을 채용할 때 경력직만을 우대하면서,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사회로 발을 딛는 사회 초년생들이 직장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취업 시장의 현황을 풍자하는 짤들
참고로 원본은 같은 내용이 영어로 되어 있다. 미국 역시 경력직에 대한 과도한 선호로 인해 신입사원의 입사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은 피차일반인 듯

4. 관련 문서


[1] 보통 '거지논법'으로 번역되는데, 직역하면 "질문 또는 논점을 구걸한다" 또는 "질문을 하게 만들다"지만 "논점을 옳은 것으로 가정해 놓고 논하다", "논점을 교묘히 회피하다", "미증명된 사항을 사실로 가정하다"의 의미로 사용된다.[2] 순환논법을 더 정확히 살려서 적자면 "순환논법은 유효하다. 그 이유는 순환논법이 유효하기 때문이며, 따라서 순환논법은 유효하다. (그 이유는...)" 가 된다.[3] 결론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다시 전제로 삼는 오류.[4] 링크를 눌러보면 그 글들에서도 자신이 쓴 다른 글들을 근거로 쓰고 있다. 내용이 방대해서 잘 모르면 깜빡 속기 쉽다. 하지만 그냥 헛소리다. 더구나 이 사람은 자신의 주장이 '과학철학도 아닌 반지성주의'라고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예시의 글을 쓴 사람은 우주의 팽창에 관하여라는 책을 쓴 적 있다. 해당 문서에서는 다른 오류들이 너무 심해서 상대적으로 묻혔지만 사실 순환 논법도 심하다.[5] 이 공리가 '제대로 된' 공리인지 아닌지는 '공리를 어떻게 세워야 그 공리에 기초한 명제들이 모순 없이 굴러갈 수 있는가', '공리를 어떻게 세워야 주어진 개념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등의 논리 외적인 방법으로 판단한다. 사실 현대 수학에선 대부분의 용어를 무정의 용어(無定義 用語, 무정의 술어(無定義 述語)라고도 한다.)로 처리하고 그 용어에 관련된 여러 가지 공리를 세워 용어의 의미를 제한하는 방법을 쓴다. 즉, 어떤 용어에 대한 정리를 따로 세우는 것이 아니라, 그 용어에 관련된 맥락으로써 그 용어를 정의하는 것. 자세한 건 공리 문서를 참조.[6] 엄밀히 말하자면, 과학적 방법은 가설과 검증 결과가 서로 순환되는 것은 논리상 옳다. 반증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지금의 가설에 100% 확신하지 않고 언제나 수정하거나 갈아엎을 준비가 되어 있기에 과학인 것이다.[7] '미치지 않은 사람은 여기 있지 않다'의 대우.[8] 저 요소들이 모두 잘 안 되는 상황에서 저 모든 걸 '동시에' 잘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