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襲職 | hereditary position
1. 개요
대를 이어 세습되는 직위로, 선출직과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모든 세습직은 별도의 임기가 없는 종신직이다.군주가 대표적인 세습직이며, 이 밖에는 대부분 공식적인 세습직이 아니다. 예컨대 북한 같은 독재 국가에서 최고령도자직을 세습하는 것이나, 기업에서 회장직을 세습하는 것은 관습적인 것이지, 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며, 달리 말하면 이론상으로는 북한에서 백두혈통이 아닌 사람이 세습을 끊고 최고지도자가 되거나, 기업에서 오너 일가가 아닌 다른 사람이 회장직에 오르는 것이 가능하다는 말이다.[1] 이러한 경우는 사실상 세습직이라고는 할 수 있어도, 공식적인 세습직은 아닌 것이다.
종가의 종손이나 가문의 당주는 세습직의 특성을 띄고는 있으나, 공적인 직책이 없으므로 세습직이라고 할 수는 없다.
2. 특징
세습직은 보통 한 가문이 계속 맡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세습직을 이어가는 가문에서는 혈통이 매우 중시하고, 후계자를 세우는 것을 중대사로 여긴다. 후계가 교란되거나 단절되어 가문이 문을 닫는다는 것이 다른 가문에 비해 가지는 의미가 매우 크다.이는 어떻게 보면 가문의 생존과도 관련된 것인데, 세습직 가문이 오랫동안 이어지며 정통성을 다지면, 대중들은 그 가문이 직을 세습하는 것을 인정하는 경향이 있으며, 훗날 그 가문이 실권을 잃더라도, 다른 사람이 그 가문을 멸문시키는 데에 상당한 거부감을 느낀다. 예컨대 후한 말에 황제가 허수아비가 되었더라도 실권자가 한 황실을 전복시키고 본인이 제위에 앉지 않았던 것도 민심의 이반을 우려해서였고, 일본에서 쇼군이 막부를 세워 사실상 일본의 왕으로 군림하였더라도 일본 황실을 폐하지 않은 것도 역시 역성혁명의 부담이 컸기 때문이었다.
이렇다 보니 정통성을 지키기 위하여 세습직 가문은 명예와 전통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임무 중 하나이며, 변화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오늘날 입헌군주제 국가에서 왕실이나 황실은 비록 전제군주제를 할 때만큼의 권위는 없더라도, 그 나라에서 전통문화의 수호자와 같은 입지를 지니고 있으며, 이 사람들은 이것이 업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세금으로 먹고 사는 명예직이라, '세금 도둑'이라는 소리를 자주 듣기는 해도, 전통문화를 이어가고, 국가 이미지 향상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큰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세습직의 단점은 후계자가 아무리 결격 사유가 있더라도, 다른 것보다 혈통이 우선시되어 직위를 세습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영국의 찰스 3세는 왕세자 시절, 지금의 영국 왕비인 카밀라 파커 보울스와 내연 관계였고, 부인 다이애나 비와는 결국 이혼하였다. 몇 년 후, 다이애나 비가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죽자, 다이애나 비에 대한 동정 여론이 거세게 일어나 영국 왕실 폐지론이 절정에 달하였고, 그 후 오랜 기간 동안 '엘리자베스 2세가 죽고 나서 저런 인물을 왕으로 받들 수 없다'는 여론이 컸었다. 실제로 엘리자베스 2세가 서거하자, 왕실 폐지론이 잠깐 다시 고개를 들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부모 잘 만나 아무 노력 안 하고도 저런 직을 물려받네?' 같은 아니꼬운 시선도 있을 수밖에 없다. 실권이 없다시피 한 일본 황실도 부패한 일부 황족이 특권 계층이라는 이유로 권위를 앞세워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입헌군주제 국가의 왕실치고 권력이 막강한 태국 왕실은 부정부패, 정치 개입, 갑질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데도 '군주는 무결'하다는 논리로 시종일관하고 있다. 이처럼 대대로 직을 세습하며 얻은 권위로 일으킬 수 있는 문제는 많다.
개인의 일생으로 놓고 봐도 문제가 있다. 본인이 따로 하고 싶은 것이 있다거나, 적성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후계가 되고 싶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본인의 의중과는 무관하게 태어날 때부터 예정된 직업을 위해 평생을 달려야 하는 것이다.
3. 사례
과거에는 일본 신토의 총본산인 이세 신궁의 제주(祭主)를 나카토미(中臣)씨가 세습하였으나, 메이지 유신 이래로 세습은 폐하여졌고, 지금은 일본 황실에서 여성 황족 중 한 명을 제주로 임명한다.전제군주제 국가에서는 군주의 권한이 막강하므로, 그 자체로 '군주'라는 말에 손색이 없으나, 입헌군주제의 군주는 사실상 명예직이라, '세습직 공무원'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한다.
3.1. 사실상 세습직
사기업의 경우에 오너 일가가 CEO를 세습하는 곳이 있고, 아닌 곳도 있는데, 과거부터 족벌 경영을 해 온 기업들은 그러한 경우가 많지만, 비교적 최근에 설립된 기업들은 족벌 경영을 하지 않는 곳이 많으므로 모든 기업의 오너들이 다 세습직이라고 할 수는 없다.[1] 만일 북한에서 백두혈통만이 국가원수직을 계승할 수 있다는 조항을 헌법에 넣어 규정하면, 북한은 공식적인 왕조 국가가 된다. 정권을 세습하면서 사실상 전제군주제에 가까운 북한을 두고 '김씨왕조'라는 말을 하더라도, 아직까지 공식적으로는 북한을 공산 국가로 분류하는 것은 세습이 아직 명문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