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earfix]
1. 개요
[ruby(萌, ruby=も)]え[ruby(絵, ruby=え)]일본 애니메이션, 미소녀 게임, 서브컬처 모바일 게임, 일본 만화 등에 등장하는 일련의 캐릭터 표현 방식을 가리키는 속어. '모에체' 등의 명칭으로도 불린다. 영어로는 'anime art style'이라고 한다.
2. 유래
타카하시 루미코의 만화 시끌별 녀석들 그림을 원조라고 본다. 한국에서는 이누야샤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편이지만 일본에서는 센세이션을 일으킨 러브코미디 만화다. 루미코의 그림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주류가 되어 만든 오타쿠 문화가 현재까지 이어지는 것이다.'모에'의 파생어로서 1990년대 몇몇 애니메이션들이나 (특히) 에로게의 일러스트를 중심으로 나타난 캐릭터의 얼굴을 동글동글하고 눈은 크게 그리는 등의 방식을 가리키는 단어로 처음 등장했다.
의미적으로는 '모에한 그림'이라기보다는 '모에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그림', 쉽게 말해 21세기 보편적 오타쿠들이 선호하는 그림이다. 일본의 게임과 애니메이션, 만화가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가며 일본 애니메이션과 일본 만화를 대표하는 그림체로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일본 애니메이션 풍'으로 불리곤 한다.
일본 현지에서는 '모에 그림' 외에도 픽시브 출신 작가들에게서 주로 볼 수 있는 그림체라는 의미에서 '픽시브체'라는 명칭으로 이러한 방식의 그림체를 호칭하기도 하는데, 이 '픽시브체'라는 용어는 모에 그림 외에도 남성향 그림체 전반을 총칭하는 보다 넓은 범주의 호칭이기도 하다.
3. 특징
모에체는 일본 게임, 애니메이션, 만화에서 파생되어 나온 그림체라 기법 측면에서 극단적으로 눈이 크고 신체 일부를 강조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두상이 사람보단 고양이과 동물과 비슷하다.주로 인물의 어려 보임을 강조하는 그림체로, 안구와 눈동자가 크고, 입과 코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생략되는 특징이 있다. 코는 뽀족한 코에서 둥글게 변하지만 버선코 형태를 유지하고, 두툼한 입은 금기시된다. 특히 눈의 표현이 극히 과장되어서 비정상적으로 크고, 반사광이 많이 들어간다. 머리카락의 색깔과 눈동자의 색깔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색깔을 바르는 무국적화 디자인을 주로 추구한다. 그에 반해 몸 쪽은 단순화. 등신이 짧고 팔다리와 몸통 전체가 가늘어서 대두에 어좁이 체형이 많고, 근육 표현은 대부분 생략되며 몸의 굴곡도 그다지 드러나지 않아 결과적으로는 슬렌더 체형이 강조되는 경우가 잦다.
단, 특정한 수요가 있는 여성 캐릭터는 유방과 골반의 라인을 강조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가슴과 허리, 엉덩이 및 허벅지에 한해 굴곡이 강조되기도 한다. 연령대가 높은 캐릭터를 그릴 때에는 키와 체형으로 캐릭터의 나이를 나타내고자 등신을 극단적으로 길게 그리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그리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채색 기법도 어느 정도는 패턴화되어서, 마치 셀 애니메이션의 셀화처럼 극명한 명암처리가 되는 경우이 많다. 인터넷에서 유명한 단편만화에서 나온 "아 오지마 그림체 옮잖아!"라는 초월번역 만화와 비교해보면 금방 알 수 있을 정도다.
시간이 흐르며 다른 일반적인(?) 그림체와 혼합/응용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위에 언급한 특징만으로 모에 그림이다 아니다를 논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김형태를 필두로 극화체와 만화체를 혼합한 소위 세미체가 한국 그림쟁이들을 중심으로 퍼졌다. 세미체는 그림체 문서에 서술되어 있듯 어느 정도 큰 눈을 유지하면서도 인체비례와 근육의 굴곡을 실감나게 표현하는 것이다. 사실상 현재로서 얼굴부위의 특징만 이어받은 눈이 크고 과장스레 묘사된 캐릭터를 가리키는 단어로 흔히 사용된다. 이는 인상파 화가의 작법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크게 그리는 부분이 자연스럽게 강조되기 때문에 예쁜 얼굴을 강조하기 위해서 머리를 크게 그리는 모에 그림체와 육감적인 몸매를 강조하기 위해 몸을 크게 그리는 김형태식 세미체는 캐릭터의 강조 부분이 다르다.
2010년대 이후로는 데포르메 기법보다는 주로 채색 기법 쪽에서 일본식 모에 그림과 세미체의 차이가 보다 강하게 나타나는 편이다. 일본식 모에 그림에서는 상기한 대로 셀 애니메이션의 셀화처럼 극명한 명암처리를 사용하는 패턴이 많이 보이는 반면 세미체 쪽에서는 유화나 사진에 가까운 명암처리를 사용하는 패턴이 많이 보이는 편이다.
이 때문에 2010년대 이후의 세미체는 기본적인 데포르메 기법에 있어서는 일본식 모에 그림과 차이가 작지만[1] 채색에 있어서는 근육의 굴곡이나 캐릭터가 입고 있는 의상의 질감 등을 강조하는 것을 고려한 명암처리로 인해서 좀 더 실사풍 분위기가 나는 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극화체와 비교해도 채색에 한정해서는 약간 더 실사풍에 가까워지는 경우도 있다. 다만 일본식 모에 그림의 경우에도 셀화풍의 명암처리 패턴 대신 유화나 사진에 가까운 명암처리 패턴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역시 구분이 모호해지기도 한다.
여담이지만 위 첫번째 그림에서 실사체를 선호하는 이들은 1~2를 선호하고, 3부터는 흔히 말하는 모에 범주에 들어간다. 6~7은 아동용 만화 혹은 저연령용 순정만화 계통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비율이다. 실사체를 선호하는 이들에겐 5도 크겠지만, 일반적으로 6~7부터 눈깔괴물 범주에 들어간다. 8~9는 데포르메 화풍으로 묘사되는 작품으로, 대중매체 중에는 파워퍼프걸 정도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아무리 아동용 및 순정만화라 하더라도 저 비율로 그리는 만화는 없다. 그 눈 크다고 유명한 키라링☆레볼루션도 7범주에 들어간다. 8, 9는 거의 데포르메 SD 캐릭터, 또는 이러한 비율로 만들어진 인형상품(주로 봉제인형)에나 쓰이는데, 2010년대 이후 SD라도 저 정도로 그리면 촌스러운 그림체로 여겨진다.
4. 3D 모델링
3D 폴리곤 그래픽이 본격적으로 비디오게임 등으로 확대된 1990년대에는 모에 그림체 캐릭터의 3D화는 32비트 시대까지만 해도 특유의 투박하고 낮은 폴리곤수의 모델링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시도 사례 자체가 없진 않았는데, FIST가 그러하다. FIST는 당시 기술로 무리하게 모에 그림체를 구현한 그래픽이 아주 조악했던데다가 게임성도 형편 없었기 때문에 묻혀졌다.그러다 2000년대 들어 기술 발전으로 3D 표현력이 높아지고 카툰 렌더링 기법이 도입되면서 3D 모델링으로도 그럴싸한 모에 그림 인물을 그려낼 수 있게 되었다. 2010년대에는 3D 폴리곤의 한계를 벗어나서, 마치 2D처럼 보이게 하는 폴리곤 모에그림 캐릭터 묘사 기법도 도입되기 시작했다. 2020년대에는 기술이 더욱 발전돼서 페르소나 3 리로드, 원신, 붕괴: 스타레일, 명조: 워더링 웨이브처럼 3D 모델링으로도 모에 그림체 캐릭터를 위화감 없이 구현하는 게임도 등장했다.
5. 유행
트위터나 pixiv 등지에서는 모에체를 선호하거나 자주 그리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서브컬쳐 대국인 일본산 러브코미디 및 모에류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에서 많이 쓰인다.만화 대국 일본에서는 모에 그림이 사용되는 곳이 오타쿠를 타겟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등 한정적인 곳에서만 사용된다. 일본에서도 모에체로 그려진 일러스트가 공공장소에서 사용된 것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는 것을 보면, 모에 그림은 만인이 받아들일 수 있는 보편적인 그림체가 아니다.
일러스트레이션 업계에서는 모에체로 그려진 것이 환영받는 것은 아직까지는 동아시아권뿐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일본 모에 캐릭터를 소비하는 시장이 동아시아보다 훨씬 작기 때문에 모에체만으로는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 도전할 수는 없다.
일러스트는 풍부한 선과 다채로운 색감이 무기이며 이 경우 그림의 신체 비율이 조금 어색하더라도 채색이나 소품, 배경 등에 더욱 신경을 써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게임 원화가 중에서는 모에 그림만을 메인으로 내세우는 사람은 없는데, 그림 한 장에 작가의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 특징 때문에 모에체 캐릭터만 그려서는 업계에 비집고 들어갈 수가 없다.
결국 스타일이 스타일이다 보니 그림으로 먹고 살기엔 수요가 상당히 적거니와 비슷하게 그리는 사람들도 매우 많아서 업계에서 이 스타일은 메리트가 없다. 본인이 캐릭터만 그리고 게임 회사에 포트폴리오를 보내 봐야 모에 그림만으로 그려진 미소년과 미소녀 그림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너같이 그리는 사람은 이미 널리고 널렸다."라는 시선을 갖기 딱 좋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2010년대 초중반 이후 작품을 향유하는 대중들이 요구하는 그림 실력은 더욱 상향평준화되었고 되어가는 중이다. 모에 그림체도 나름대로 인체 및 얼굴 비율을 반영하면서 00년대보다 잘 그리지 않으면 경쟁력이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예외라면, 90년대~00년대부터 그림체가 변화하지 않았으나 예전부터 완성도 높은 스토리나 다른 요소 때문에 인기를 얻어 사람들이 그림 실력을 논외로 쳐주는 작가인 경우이다.
현재는 단순한 모에 그림체는 인터넷 커뮤니티 그림 연습 게시판에서 약간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정도에 그친다. 인체를 정확하게 묘사하는 수준이 아니면 그 이상의 호응을 얻긴 힘들고, 그래도 "그림을 아예 못 그리는 사람보다는 낫긴 낫네!" 정도 칭찬을 받는다. 고인물 그림러들에게 제대로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질문을 하면 '데포르메 없이 얼굴과 인체를 정확히 묘사하는 것을 먼저 연습해 보라'고 피드백을 받는다.
6. 그리는 법
인체에 대한 깊은 공부 없이 그리는 모에체는 인체 비례 등 사실적인 것과 정밀성을 세세하게 따지지 않으므로 단조롭거나 인체 비례가 어긋나 어설픈 그림이 될 수 있다. 다양한 얼굴형과 체형의 캐릭터를 그려야 하는 애니메이터나 게임업계에서 모에체만 그릴 수 있는 사람은 받아주지 않는다. 즉 내가 정말 업계에서 일하고 싶다면, 기본적인 미술실력과 공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이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면 모에체는 그저 자기만족 취미 활동 그 이상이 될 수 없다.실사에 가까운 인체를 그리든 눈/코/입 정도만 약간 모에모에한 인체를 그리든, 그림 실력을 점점 연습해 갈 수록 직선이나 곡선을 아주 조금만 잘못 그려도 아주 사소한 삑사리가 나도 그림이 전체적으로 이상해 보인다. 수 개월~수 년간 이런 과정을 통해 더욱 더 피나는 연습을 해야 인체와 캐릭터를 제대로 묘사하는 경지에 오를 수 있다. 단순히 눈/코/입을 동글동글하게 그리는 정도로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사실 만화나 애니메이션이 등장하기 전에도 미술 그 자체, 특히 인체 묘사는 미술사를 통틀어 따져보면 중세 시대부터 결코 만만한 게 아니었다.[2]
7. 관련 문서
[1] 이는 세미체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김형태식 세미체보다 좀 더 일본식 모에 그림에 가까운 데포르메가 들어가는 경우도 잦아졌기 때문이다.[2] 사실 교본(기법서)를 보면 이게 의대생 전공서적인지 미술 교본인지 헷갈릴 정도로 해부도가 많다. 물론 의대생들이 공부하는 살벌한 찐 해부도만큼은 아니라(이 애는 진짜 해부 조직을 갖다놓고 뭔 조직인지 적어내는 시험이 있다. 즉, 해부실습하면서 저 책을 이 잡듯 외워야 한다.) 기본적인 뼈 근육만 그려놓고 이 부위는 이렇게 움직인다는 것을 알려주는 정도라고 보면 된다. 쉽게 말해 초등학교 교과서 인체 - 근골격계 파트 심화판. (가만히 서 있는 그림에서 비례와 동세가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