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각색'의 의미
劇化. 소설을 연극이나 영화로 만들 때 '극화(劇化)'한다고 한다.2. 만화의 한 종류
한 장의 그림은 만 자의 글자에 맞먹는다.
劇畵. 만화의 한 분류. 일본 만화시장의 형태와도 연관이 깊은데 아카혼이라고 불리던 저질종이에 인쇄한 단행본 대여본 만화가 있었는데, 전후에는 도쿄를 중심으로한 대형 출판사가 아동용 잡지를 발간하면서 만화는 잡지에 연재되는 형식이 주류가 되었다. 한편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영세 출판사의 만화방용 대여본 만화는 훗날 극화로 발전한다.
그리고 토키와 장 멤버를 획득해서 인기 만화가가 많았던 소년 선데이에 비해 열세였던 소년 매거진이 데즈카 오사무와의 사이에서 벌어진 캐릭터 표절 사건(일명 W3 사건)을 계기로, 1966년부터 간사이 지역 오사카에서 활동하던 이들 극화가를 적극적으로 불러들여 거인의 별, 무요노스케, 내일의 죠를 연재해서 당시 만화계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
'극화(劇画, げきが)'라는 명칭은 다쓰미 요시히로가 붙인 것으로 극이라는 글자를 붙인 것은 만화의 만에 비해서 대상연령이 더 높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작가는 치바 테츠야, 이케가미 료이치, 사이토 타카오등이 있다.
현대 일본만화가 주로 소년층을 대상으로 하며 그 선조를 데즈카 오사무를 필두로 한 토키와 장 파와 그들에게 영향받은 작가들에 의한 것인 반면 극화는 청년층 이상을 대상으로 하여 도키와장 파벌과는 다른 파벌을 중심으로 한다는 측면에서 엄밀히 보자면 만화와는 다르다.
다만 그림을 통한 오락매체의 관용적인 표현으로 만화가 정립되자 극화도 자연스럽게 거기에 녹아들었고 만화도 극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
원래 대상연령층이 높았기 때문에 내용에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소재가 사용된다. 학생운동이나 반미문제(안보투쟁) 등이 겹쳐 암울했던 1960년대-70년대에 사람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역할을 하여 한 때 만화의 입지를 뒤흔든 적도 있으나 그 후 버블경제가 오면서 사람들이 복잡한 사회문제보다는 알기 쉽고 가볍게 소비할 수 있는 오락과 소비문화를 향유하게 되면서 싼 값에 잡지를 사서 읽고 버릴 수 있는 만화가 주류가 되어 극화는 쇠락하게 된다.
또한 만화를 보고 자란 세대들이 청년을 대상으로 한 만화를 그리게 되면서 그 동안 가지고 있던 독점적인 소재도 전부 빼앗겨 1990년대 이후로는 그저 만화의 한 장르처럼 구분되고 있다. 한 편으로 일단 장르는 만화에 속하면서도 테라사와 부이치의 코브라나 로쿠데나시 블루스처럼 극화적인 기법에 영향을 받은 예도 적지 않다.
2.1. 극화체
극화체의 예시로 볼 수 있는 내일의 죠의 한 장면. |
극화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던 특유의 그림체. 1990년대 들어서는 극화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독자들의 취향도 변하면서 점점 입지를 잃기 시작했다.
원래 극화계의 주 독자들이 청년 및 성인들이다보니 주제나 스토리도 진지하고 무거웠는데, 이에 따라 그림체 역시 진지한 성인풍이었다.
극화의 유행이 끝나자 다른 개성있는 그림체들에게 점점 자리를 내주었고, 신세대 독자들이 보기엔 느끼하고 촌스러운데다가 쓸데없이 진지해서
신 만화체와 비교했을 때의 특징을 몇 가지 뽑아보자면
1. 인물들의 코가 더 뭉툭하고 현실적으로 그려진다. 매부리코도 심심찮게 나온다. 현대의 만화체에서 인물들의 코가 얼마나 비현실적으로 얇고 날카롭게 그려지는지 생각해보자. 눈은 눈깔괴물에 비하면 '비교적' 작다.
2. 남자 주인공들은 바람에 휘날리는 듯한 곱슬머리나 뾰족머리가 많다.
3. 명암의 표현이 분명한데, 그것도 스크린톤보다는 잉크로 펜선을 가늘고 촘촘하게 겹쳐서 표현한다. 특히 인물의 얼굴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에 얼핏 보면 피부가 거칠어 보이기도.
4. 인체의 근육이나 골격, 비율 등이 현실적인 편.[1] 특히 여캐의 경우 허리 굵기나 체지방률이 더 현실적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극화 장르 작품 자체가 적어진 현대에는 단순히 현실적인 그림체를 가리켜 극화체라고 하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틀린 표현으로, 실사체가 정확한 표현이다.
또한 이런 그림체는 실사/극화 + 입시미술체와 마찬가지로 모에체보다 더 세세하게 그려야 하기 때문에 작가가 과로하기 쉽다. 기사
2.2. 한국의 극화
일본의 극화체 그림[2]을 따라한 이현세가 히트하자 그 아류 작가들이 우후죽순으로 나왔다. 인터넷에서 극화 같은걸 검색해보면 거의 이현세풍이다. 박세원의 밤의 대통령 주인공 김원국은 공포의 외인구단의 배도협이다. 그런데 정작 이현세의 화풍은 일본 만화풍으로 변해가고 있다. 한국에서는 극화만화를 사보기가 어려운데, 주로 대본소나 대여점 쪽에 많다. 그래도 사고 싶으면 총판이나 인터넷에 가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이두호는 홍대에서 미술을 전공했던 사람이었지만 만화 그림체는 코지마 고세키(아들을 동반한 검객)의 영향을 받았다는 말도 있다. 일본 극화체보다 좀 더 간결하고 부드러운 그림체다.
유명한 극화작가로는 이두호, 이현세, 하승남, 김성모, 박인권, 장태산 등이 있다.
김성모의 만화형식과 만화프로듀스 형식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은 박태준 만화회사 계통 혹은 박태준(만화가)의 만화도 시스템이나 계보적인 측면에서 보면 웹툰시대 만화 중 한국형 극화의 계승자격 중 하나라고도 볼 수 있다. 물론 당대 극화에 비교하면 톤이 단순화된감은 없지 않지만 실사체스러운 인물 비율이나 묘사는 극화의 특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
박태준 만화회사와 연관이 있는 민백두 유니버스도 마찬가지로 극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