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 국적이 없는 상태에 대한 내용은 무국적 문서 참고하십시오.
1. 개요
무국적화(無國籍化)는 설정이나 외형 묘사에서 특정 국가의 면모를 띠지 않도록 하는 디자인을 말한다. 주로 대중문화에서 나타난다.2. 원인
2.1. 외형상의 다양성
캐릭터에게 실제 국가의 국적을 부여하면 현실성을 위해서 해당 국가의 인종적 특질도 반영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진다. 가령 애니메이션을 주로 만드는 일본에서는 캐릭터도 일본인으로 설정할 때가 많은데,[1] 현실성을 추구한다고 하면 흑발에 동양인일 수밖에 없게 된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는 아래에 언급된 생략적인 그림체(데포르메)로 다양한 캐릭터성을 추구하기 위해서 (생략된 요소들을 대신해서) 머리 색이나 피부색 등을 바꿀 때가 많은데, 현실 국적을 지니고 있으면 캐릭터성을 추구하면 할수록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애니메이션이라는 게 현실의 모든 점을 다 반영해야 할 필요는 없으니 애니메이션을 주로 보는 독자들도 이런 점들은 주로 창작적 허용으로 이해해주긴 하지만,[2] 현실성을 추구하려는 취지에서 무국적 디자인 설정을 도입할 동인이 어느 정도 있는 셈이다. 정작 판타지물이 아닌 한 작중에서 실제 머리카락이나 눈동자 색깔이 저렇다는 언급은 하지 않는다.미국 애니메이션의 경우 다인종국가인 미국의 특성상 미국인은 일본인에 비해 외형적으로 다양하므로[3] 이러한 이유로 무국적화 디자인을 도입할 가능성은 좀 더 낮은 편이다.
2.2. 생략적 그림체
만화적 그림체는 특정 국가의 인종을 크게 반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4] 만화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세부적 모습을 생략하여 골자만 강조하는 표현 기법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데포르메를 강하게 주는 경우 눈과 입만 있는 것을 사람 얼굴인 것처럼 묘사할 수도 있다. 그렇게 생략을 거치면 인종적 세부 묘사도 같이 사라지므로 무국적성을 띠게 된다. 특히 코는 인종에 따라 모양새가 다른 편인데[5] 일본 만화 그림체처럼 코를 간단히 그리거나 아예 그리지 않는 경우 인종 묘사를 원천적으로 하기 어려운 그림체가 된다.[6] 만화 그림체에서 인체의 세부 묘사는 기호화되는 경향이 있어 점 코처럼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형태로도 그려지는데, 이런 것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으니 당연히 국적과 인종을 판단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만화라는 장르가 세계화된 이후부터는 만국 보편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 일부러 인종 묘사가 나타나지 않는 그림체를 채택하기도 한다. 픽토그램도 같은 이유로 무국적성을 띠고 있으며 세계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다.피부색의 경우에도 흑백만화라면 옅은 색은 아예 흰 종이색으로 남겨두곤 하는데, 그러면 밝은 색의 피부를 가진 여러 인종을 구별할 수 없게 된다.
2.3. 세계화에 따른 초국가적 자본의 등장
세계화의 영향으로 자본에 국경이 사라지고 다국적 기업이 무수히 진출하게 되면서 전세계 시장을 공략하려는 목적에서의 무국적화도 많이 생겨났다. 가령 과거에는 할리우드 영화를 전세계에 방영하는 방식이었다면, 세계화 이후에는 초국가적인 자본이 각 나라로 진출해서 그 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상품을 만드는 방식도 등장하고 있다. 다국적 자본의 지역화 전략인 셈이다. 예를 들어 할리우드 자본이 한국 배우를 데려다가 얼마든지 서편제 2를 만들 수 있고, 한국의 대기업이 투자한 영화사에서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데려다가 터미네이터 같은 영화를 찍을 수 있게 되었다.[7]3. 무국적화가 잘 드러나는 작품
- Fate 시리즈
그래도 일본 배경이 자주 나온다. - 마리오 시리즈
다만 마리오나 루이지의 경우 이름이나 억양에서 이탈리아풍이 느껴지며 이탈리아계 미국인 배관공이라는 설정도 있다. - 록맨 시리즈
- 소닉 더 헤지혹 시리즈
일본에서 만들었지만 왜색이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유럽과 미국에서 더 인기가 있다. - 뽀롱뽀롱 뽀로로
- 카우보이 비밥
- 캐치! 티니핑
- K-POP
한국 문화 장르 중 비교적 무국적성을 띠는 예이다. 다만 한국 전통의 요소가 가미되지 않았을 뿐, 다른 국가의 가요와 구별되는 K-POP의 특징은 물론 존재한다. - 헬로키티
헬로키티 역시 무국적성으로 인기를 끈 예에 속한다. -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
이웃집 토토로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처럼 왜색이 강한 작품들 역시 존재하지만, 천공의 성 라퓨타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특별한 국적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앞의 예나 뒤의 예나 그림체는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서양인들은 후자의 것을 보면서 "스토리는 서양풍인데 사람은 동양인이다"처럼 느끼기도 한다. - 보노보노 시리즈
4. 무국적화 현지화
한국 문화계에선 일본 만화 등장인물 이름을 개명하는 과정에서 국적을 알기 어려운 이름들이 등장하곤 한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의 역사에서도 보듯 한국에서는 일본 문화의 침투에 대한 경계심이 높기 때문에 일본 만화 등장인물의 일본 국적을 지워버리기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한국 이름으로 바꿀 때도 있고 그 어떤 지역도 아닌 무국적 느낌으로 개명할 때도 있다.세일러 문이 KBS 더빙판과 대원방송 더빙판은 무국적으로 현지화되었다.[8] 예외적으로 비디오 더빙판은 한국식으로 현지화되었지만 KBS판에 비하면 평가가 안 좋다. 반면 프리큐어 시리즈의 경우 더빙판은 위의 세일러 문과는 달리 심쿵! 프리큐어를 제외하면 대체로 한국식으로 현지화한다.
캐릭캐릭 체인지나 달빛천사처럼 잘 된 예도 있지만 가정교사 히트맨 REBORN!이나 심쿵! 프리큐어처럼 비판받는 예도 있다.
자세한 정보는 현지화/미디어 문서 참조.
5. 유사 개념
국적불명 디자인은 제작자가 '특정 지역권'에 대한 두리뭉실한 이미지로 세계관을 구축함으로 인해 실제로는 매우 다른 여러 문화 요소가 뒤죽박죽으로 섞이는 것을 뜻한다. 다만 제작자가 차이를 인지하고 있다면 여러 다른 문화 요소를 의도적으로 섞는 것 역시 무국적화 디자인의 한 방법이다. 제작자가 의도했느냐 의도하지 않았느냐에 따라 갈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6. 관련 문서
[1] 이는 물론 주된 향유자가 일본인이므로 이입을 쉽게 하기 위함이다. 심지어 이세계 같은 전혀 다른 세계에 가더라도 굳이 일본인이 주인공인 작품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2] 그래서 오타쿠가 비오타쿠(일반인)과 함께 총천연색 머리카락의 등장인물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일반인 쪽에서 "쟤네들은 왜 일본 사람인데 머리 색이 다 저래?"라고 묻고 오타쿠는 "애니는 원래 다 그래,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봐" 하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3] 사실 단적으로 말해 미국은 오늘날 전세계에서 인종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다양성이 제일 높은 국가라고 할 수 있다.[4] 일각에서는 일본 만화 캐릭터들의 외모가 서양인을 의식한 것이라는 견해가 있는데, 이는 그다지 근거가 충실하지 않다. 일본 만화의 캐릭터들을 외국 만화와 비교하면서 자세히 분석해 보면 동양인의 느낌을 가미한 면이 상당히 많다. 그러나 '반드시 동양인이어야 하고 서양인이라고 하면 이상하다'까지는 아니다.[5] 이는 한국인이 서양인을 과거에 '코쟁이'라고 불렀던 데에서도 나타난다. 눈에 대해서는 벽안 같이 색깔이 다르다는 걸 이질적으로 느끼긴 하지만 모양이 다르다는 것이 강하게 인지되진 않는 반면, 코는 크기부터가 확연히 다르다.[6] 반대로 비슷하게 생략과 과장을 하는 그림체라 해도 신체적 특징을 강조하는 캐리커처에서는 인종적 특징이 실사보다도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7] 김창남,『인문학이 인권에 답하다』,「드라마 주인공은 왜 사투리를 쓰지 않을까?」 . 철수와 영희. 83-84p.[8] 다만 대원방송 더빙판의 경우 미소녀 전사 세일러 문 S부터는 단역들의 이름이나 일부 지명을 한국식으로 로컬라이징하여 일관성이 없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