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3-31 20:40:45

기름치

기름치(기름갈치꼬치)
Oilfish
파일:기름치.png
학명 Ruvettus pretiosus
Cocco, 1833
<colbgcolor=#fc6> 분류
동물계(Animalia)
척삭동물문(Chordata)
조기강(Actinopterygii)
고등어목(Scombriformes)
갈치꼬치과(Gempylidae)
기름치속(Ruvettus)
기름치(R. pretiosus)
멸종위기등급
파일:멸종위기등급_최소관심.svg

파일:기름치1.jpg
파일:external/kingseafood.biz/oilfish-steak-12-oz-312-369-gr.jpg

1. 개요2. 특징3. 식용 불가4. 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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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고등어목 갈치꼬치과의 기름치속의 유일종인 어류. 심해어의 일종이지만 야간에 수심 얕은 곳으로 올라오다가 낚이는 일이 잦다. 수심 200~400m 정도에서 서식하며 성체는 몸길이 1.5m, 최대 3m 정도로 상당히 크다. 다랑어 등으로 속여팔릴 정도로 덩치가 크고 개체수가 많은 편이다.

2. 특징

정식 명칭은 '기름갈치꼬치'이며, '흑갈치꼬치'라고도 하지만[1] 보통은 기름치로 잘 알려져 있다. 영어로는 'Oilfish'라고 칭한다. 이름이 "치"로 끝나고 고등어목에 속하긴 하지만 다랑어들과는 달리 고등어과가 아닌 갈치꼬치과에 속한다. 즉 참치와는 다른 물고기다. 일본에서는 바라무츠(バラムツ)라고 불린다. 다이토 제도에서는 인간다루마(インガンダルマ) 또는 줄여서 다루마(ダルマ)[2]라고 불리우는데, 다이토 방언[3]으로 '엉덩이에서 기름이 흐른다'는 의미다.

3. 식용 불가

일단 고등어목이고 생김새도 친근해서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질 수 있고, 후술할 특성만 제외한다면 맛도 무난한 편이라 실제로 참치전문점이나 회와 관련 없는 온갖 식당에서 흔히 파는 정체불명의 회덮밥이나 참치집에서 무한 리필하는 참치 대용으로 쓰이기도 했다.

문제는 기름치 살의 25% 정도를 차지하는 지방 성분 중 90%가 사람이나 동물들은 절대 소화시킬 수 없는 왁스 에스테르라는 것이다.[4][5] 섭취하면 설사를 비롯한 소화기 장애를 일으키는, 엄연히 독이 있는 물고기인 셈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우리 몸의 중성지방은 글리세롤에 알코올 대신 지방산이 세 개 붙어있는 형태, triglyceride이다. 이에 비해 왁스는 지방산과 긴 탄화수소 하나로 이루어진 알콜의 에스테르(ester, 에스터)이며, 인간이 소화시킬 수 있는 중성지방, 스테로이드, 인지질과는 분자 구조부터 전혀 다르고 밀랍이나 파라핀에 더 가까운 물질이다. 즉, 기름치의 살은 단백질과 밀랍을 섞어놓은 것에 가깝다.[6] 중성지방이나 인지질을 소화하는데 적합한 인간의 소화효소로는 그 분자 구조를 깨뜨릴 수가 없기 때문에 인체에 딱히 해로운 점은 없으나 정작 소화를 할 수가 없다. 소화기관에서 소화가 안 되고, 배설해야 하는 이물질로 인식하여 그대로 체외로 배출해버린다. 소량을 섭취했다면 별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멋모르고 많이 섭취했을 경우 설사약 먹은 것처럼 기름이 섞인 폭풍설사로 배출되는 꼴을 볼 수 있다.

사실 설사를 유발하는 정도라면 화장실을 자주 들락날락 하는 것이 좀 곤란해도 큰 문제는 되지 않겠지만, 문제는 올리스탯 복용자와 마찬가지로 이 기름은 화장실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아무때나 나오기 때문에 일상생활 도중 갑자기 기름똥을 지리는 대참사가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가 갑자기 엉덩이가 따뜻해져서 확인해 보니 기름이 뿜어져 나와있더라는 한 일본인 유튜버의 실제 사례(일본어)도 있다. 게다가 다른 음식물보다 비중이 낮고 잘 섞이지 않는 기름이라 기본적으로 장내에서도 계속 위에 뜨기 때문에 기름치를 먹은 지 일주일이 지난 후에도 뱃속에 계속 기름이 남아있다가 갑자기 뿜어져나오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다만 설사 정도 이외에 큰 부작용은 없는데다, 다랑어류의 저렴한 대체품으로 쓰였을 정도로 맛도 나름 준수한 편이라 별미로써 기름치를 취급하는 곳도 있으며 호기심에 먹어보는 사람들이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정 먹고 싶으면 자기책임으로, 한 번에 회로 3점 이하, 식후 3~5일간 기저귀 착용을 권장한다고 한다. 실제 시식해본 사람들의 증언으로는 맛은 나름 괜찮고 한두 번 호기심으로 먹어볼 만은 하지만 아주 뛰어난 편은 아니라는 듯. 다랑어 등과는 다르게 지방이 입 안에서 잘 녹거나 묻지 않아 겉도는 느낌이 드며, 조리법에 따라 맛이나 식감이 미세하게나마 생선이 아닌 무언가의 느낌이 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실제로 기름치가 지역 별미라는 일본 다이토 제도에서도 '다루마는 하루 세 점만'이라는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물고기라면 환장하고 달려드는 새들조차 기름치는 먹기 꺼리는 경우가 많다. 일본이탈리아에서는 1970년대부터 이미 수입이 금지되어 있다. 그래도 아주 약간만 먹으면 소화가 안 되고 그대로 다시 나올 뿐 크게 건강에는 문제가 생기진 않으며, 지방이 몸에 흡수되지 않으니 칼로리도 낮은 편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개인이 혼자 잡아서 먹는 것은 규제하지 않는다. 단, 유통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금지하고 있다.

4. 악용

결론부터 말하자면 2012년부로 식품의약품안전청(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식용 및 유통을 금지한 생선이다. 다른 물고기로 알고 먹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를 다른 고기로 속여 파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병어(butterfish)나 심지어 대구로 속이는 경우가 많다고. 2016년에는 기름치를 kg당 가격이 6배가 넘는 메로구이로 속여서 20톤 넘게 팔아먹은 사기꾼도 나왔다.[7] 다른 나라에서는 판매를 허가하고 있고 한국은 규제를 했다가 규제개혁위원회와 마찰이 있었다. 미국FDA에서는 오인과 부작용을 경고해 주고 판매는 허가하는 모양.

한국에서는 참치집이나 뷔페집 중에[8] 일부 뻔뻔스러운 업주들이 이걸 흰참치("백마구로")살이라며 참치살로 속이기도 했다. 모르는 사람들은 무한 리필 되는 참치를 가장한 기름치를 얼씨구나 하고 먹다가 항문에서 기름이 줄줄 새는 사례들이 속출했다. 불만제로에서도 이 내용이 다루어진 적이 있다. 하지만 이런 해악에도 불구하고 웹사이트에서 구입하는 것 자체도 어렵지 않은 재료였다. 결국 2012년 6월 1일부터 식용으로 사용이 금지되었다. 그래도 속여파는 건 여전한 모양이다. 최근에는 참치보다 메로라고 속이고 파는 것 같다. 현재는 기름치 대신 상어살을 참치회덮밥이라고 속여서 파는 듯. '상어 깍두기'라고 검색해보자. 그래도 기름치와는 달리 이건 먹을 수는 있다.

중국에서는 참치 뿐만이 아니라 외관상 전혀 다른 연어로까지 위조되어 판매되는 일이 빈번하다고 한다. 특히 중국에서는 기름치 유통에 대한 법적 제재가 없다보니 더욱 쉽게 구할 수 있어서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모양이다. 호주에서는 식용이 금지되진 않으나, 소매상이나 음식점에서 설사에 대한 경고를 할 것이 권장되고 있다.
[1] 흑갈치꼬치는 에스코라(Lepidocybium flavobrunneum)라는 다른 어종을 부르는 명칭이기도 하다.[2] 달마를 뜻하는 達磨와 동음이의어.[3] 하치조 방언의 분파[4] 실제로 우리가 사용하는 왁스의 원료이기도 하다. 품질이 좋은 것은 군용기가 사용하는 고급 항공연료 정제에 사용된다. 폴리에틸렌과 같은 고분자와 헷갈릴 수 있지만 고분자(polymer)가 아니라 올리고머(=oligomer, 저분자)이다.[5] 기름치처럼 수압이 높은 심해에서 사는 일부 어종의 경우 부레에 공기를 채우는 방식이 어려워서 대신 체내에 왁스를 축적시키는 식으로 부력을 조절하게 된 것이다.[6] 이 왁스 에스테르는 향유고래범고래 등 이빨고래류의 살에도 많다. 산업용으로 사용하던 고래기름이 바로 이것이다. 밍크고래참고래 같은 수염고래에 비해 이빨고래의 고기가 훨씬 가치가 낮은 것도 왁스 에스테르 때문. 또한 사람 피부에서 분비되는 피지의 주성분도 왁스 에스테르이다.[7] 기본적으로 기름치, 대구, 메로 모두 흰살생선인지라 익히면 비슷해보인다. 특히 메로의 경우 유명한 것과는 별개로 값이 비싸고 귀해서 일반인 기준으로는 애초에 실물을 보기가 힘든 생선이다 보니 기름치같은 싸구려 생선으로 속이기가 더 쉽다.[8] 단, 유통이 가능했던 시절 뷔페 중에는 이름 자체도 기름치 구이 등으로 사용한 곳도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