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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본적이고 만들기 쉬운 브라운 그레이비. |
1. 개요
Gravy육즙을 이용한 소스의 일종. 영국을 기원으로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지역, 호주, 뉴질랜드, 남아공 등 영어권 전반에서 널리 쓰이는 소스다. 스테이크, 로스트비프, 치킨 등의 고기 요리나 으깬 감자에 곁들여져 나오는 게 일반적이지만, 최근에는 이를 베이스로 하여 여러 시도가 이루어지는 편이다.
한국에서는 매우 보기 힘든 소스이다. 특유의 느끼한 맛이 한국인의 입맛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1] 다만 특유의 느끼함을 즐기는 매니아도 꽤 있긴 하다.
2. 특징
진한 갈색을 띠는 경우가 일반적이며[2], 이 색이 다른 대중적인 소스인 브라운소스나 데미글라스 소스와 유사하기 때문에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맛은 완전히 다르며[3] 짭짤한 감칠맛과 고기 육즙 특유의 적응이 안 되는 맛이 주된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본래 로스트비프, 로스트 치킨 등의 굽는 고기 요리를 하면서 나오는 육즙을 주재료로 하여 만드는 소스이기 때문에, 고기를 굽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스톡이라도 써야 맛이 난다. 본래 육즙과 고기 본연의 향미를 중시하는 서구권에서 로스트 따위에서 나온 육즙을 모아다 다시 고기 위에 얹거나 요크셔푸딩에 혼합하는 등의 용도에서 루에 더하고 향신료와 혼합한 응용이 기원이기도 하고.[4]
유럽권에서 그레이비소스는 브라운소스, 우스터소스, 몰트 비니거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굉장히 대중적인 소스이며, 보통 스테이크에 뿌려 먹거나 요크셔푸딩, 파이 등에 곁들인다. 주로 가루나 스톡 형태로 만들어서 물만 붓고 끓이면 되는 식으로 판매되며, 가끔 소스 그 자체를 밀봉 포장해서 판매한다.
처음 접하는 사람은 소스를 맛봐도 별 맛이 없어서 이게 무슨 소스라는 건지 의아해할 수도 있는데, 그레이비소스는 맛을 내는 양념이라기보다는 은근하게 감칠맛을 끌어올리는 역할이다. 제조법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애초에 고기 요리를 만들면서 자연적으로 흘러나오는 육즙을 모아다 어느 정도 끈기 있게 조리해서 고기에서 빠져나온 육즙을 다시 얹어놓아 고기의 모든 풍미를 100% 가져간다는 생각으로 쓰는 것이다. 한식으로 예를 들면 김치 국물을 김치찌개나 김치볶음밥에 넣어서 김치 맛을 끌어올리는 것과 비슷한 개념의 조리법이라 볼 수 있다. 다만 요즘은 그 의미가 조금 퇴색되어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졌고, 남부식 그레이비처럼 이름만 그레이비인 경우도 간혹 있다.
레시피에 따라 다르나 대체로 기름지면서 맛과 향이 옅은 육즙 수프 맛이 난다. 육향과 감칠맛이 느껴지며 향신료 때문에 후추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3. 종류
제이미 올리버의 베이식 그레이비 조리법 |
이름 | 특징 및 조리 방법 | 어울리는 요리 |
브라운 그레이비(Brown Gravy) | 오리지널. 고기 육즙에 밀가루나 콘스타치[5]를 넣어 볶고 소금으로 간을 한 형태 | 각종 로스트, 스테이크, 고기 튀김 요리 |
에그 그레이비 (Egg Gravy) | 고기 육즙에 루를 풀고 불에서 내린 다음 푼 달걀을 익지 않게 섞은 형태 | 미국식 비스킷, 스콘 |
양파 그레이비 (Onion Gravy) | 고기 육즙에 양파를 볶은 다음, 밀가루를 풀고 스톡, 후추, 와인을 더해 졸이고 건더기를 거른 형태. 모든 그레이비소스 중에서 제일 대중적이다. | 으깬 감자, 달걀프라이, 소시지, 로스트 등 전반적인 메인 요리에 다 어울린다. |
야채 그레이비 (Vegetable Gravy) | 고기 대신 야채류를 구워내서 나오는 즙에 밀가루를 볶은 형태. 보통 중간에 식물성 오일을 더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 전반적인 야채 요리 |
남부/소시지/크림 그레이비 (Southern/Sausage/Cream Gravy) | 루를 만들고 크림을 부어 끓인 다음 후추를 친 형태. 상당수 다진 미국 남부식 소시지[6]를 넣지만 안 넣어도 남부식 그레이비로 불린다. 소시지를 넣지 않는 경우 소량의 베이컨 기름이나 치킨스톡을 첨가하기도 한다. [7] | 치킨, 소시지, 미국식 비스킷[8] |
4. 매체에서
-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 호그와트 입학식 만찬 메뉴로 그레이비소스가 언급된다.
- 사우스 파크의 에릭 카트먼이 상당히 좋아해서 벼락부자가 되는 에피소드에서는 욕조에 KFC의 그레이비소스를 가득 채우고 그 안에서 맥도날드 프렌치 프라이를 찍어 먹으며 목욕, 수영을 하기도 했다.
- 치킨 런에서 미세스 트위디의 치킨 파이 기계에 이 소스를 뿌리는 장치가 있는데, 막판에는 트위디가 그레이비 소스 기계의 압력 밸브에 끼이면서 기계의 압력이 올라간 끝에 버섯 구름을 만들며 폭발. 그 후 개들이 맛있다는 듯 핥아먹는다.
- 영화 코렐라인에서도 등장하는데 코렐라인이 감자에다 뿌려 먹을 그레이비 소스가 있냐면서 다른 엄마에게 말하는데 장난감 기차에다 담아서 뿌려준다. (후술할 Gravy train을 의식한 언어유희) 한국어 더빙판에선 그레이비소스가 아닌 그냥 소스로 바뀌었다.
5. 기타
- KFC의 그레이비 소스가 유명하다. 할랜드 샌더스 항목에 서술된 것처럼 샌더스 본인이 자신의 유명한 오리지널 치킨보다 더 자부심을 가진 메뉴였다. 다만 샌더스 대령의 오리지널 레시피와 달리 현재 KFC에서 판매하는 그레이비소스는 원가 절감과 레시피 간소화 등의 이유로 치킨스톡과 조미료를 섞어서 끓인 간소화된 조리법으로 만들어진다. 제대로 만들려면 품과 시간이 많이 드는데, 과거 사세가 작았을 때는 가능했을지라도 현재처럼 전미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거대 프랜차이즈가된 현재 이런 방식으로는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갈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열화된 KFC 그레이비조차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을 통틀어 가장 맛있는 그레이비로 손꼽히고 있다.
- 이케아에서는 식당에서 판매하는 미트볼에 이 소스를 뿌린다. 가루 형태로도 파는데, 집에서 생크림을 부어 먹을 수 있다. 스웨덴어로는 Gräddsås(그래드소스)라 부른다.
- 본고장인 미국을 비롯해 서양에서는 근본 소스로 인정받으나 한국의 경우 인지도도 높지 않은 편이며 찾는 사람도 없다. 한국 KFC만 보더라도 딱히 인기가 있는 편도 아니고 지점에서도 주력으로 삼지 않는다.[9]
- 그레이비 중에서 브라운 그레이비는 필리핀인들이 상당히 좋아하는 소스다. 필리핀에서는 치밥이 김치찌개 수준의 직장인 점심 식사로서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레이비를 치킨뿐만 아니라 밥 위에도 듬뿍 뿌려 먹는다. 전통 요리들을 제외한 여타 고기 요리에도 그레이비를 듬뿍 뿌려 먹는다. 반찬이 사실상 없어서 간도 맞추고 후루룩 빨리 먹으려는 경향의 산물이다. 그래서 필리핀 현지의 롯데리아 격인 졸리비에서는 치킨 버킷을 주문할 때 치킨을 찍어 먹을 용도의 그레이비 소스를 추가하는 게 국룰이다.
- 영어에 그레이비 소스를 실은 기차(Gravy Train)에서 비롯된 숙어가 많다. 어떤 설에 따르면, 한때 미국에서는 그레이비소스가 인기가 많아 비싼 가격에 팔렸고, 이 때문에 그레이비 소스를 기차에다 여러 통을 실어놓고 갖다 팔면 이윤이 엄청 많이 남은 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The gravy train이라고 하면, 진짜 그레이비 소스를 실은 열차가 아니라 편하게 놀고먹는 상황이나, 적게 일하고 돈을 많이 버는 상황, 적게 일하고 혜택을 많이 받는 상황 등을 일컫는다. "to Ride the gravy train", "You are riding the gravy train"이라고 하면, 쉽게 말해 한국말로 "꿀 빨게 됐네", "너 편하게 잘 먹고 사네" 혹은 "날로 먹네?" 정도의 뜻. 반대로 "The gravy train has gone"이나, "The gravy train has terminated"라고 하면 "좋은 시절 다 갔네" 정도의 뜻이다. 저 설에 따르면 미국에서 비롯된 속담인데, 실제로는 영국[10]이나 호주에서도 자주 쓰인다.
- 편법으로는 고기 육즙이 아닌 다짐육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돼지고기 다짐육도 괜찮지만 소고기 다짐육이 좀 더 잘 어울린다. 달군 깊은 프라이팬이나 냄비에 버터와 쇠고기 다짐육을 넣고 물기가 사라지고 고기 기름만 남을 때까지 볶다가(소금과 후추를 약간 넣어 고기에 간을 해준다) 적당량 밀가루를 넣어 빵 굽는 냄새가 날 정도로 볶아주고 양파와 감자에 물을 적당량 넣고 믹서에 간 것과 우유 적당량을 부어서 끓여준다. 육즙이 나올 정도로 팔팔 끓여주고 기호에 따라 추가적인 소금간 정도를 해주면 된다. 이 레시피는 백종원의 레시피로, 전형적인 미국 남부의 밀크 그레이비(Milk Gravy)를 응용한 소스이다.
- 미국 중서부 ~ 동부(시카고, 보스턴 동부, 뉴저지, 필라델피아 등)에 거주하는 이탈리아계 미국인들의 슬랭으로, 라구 토마토소스를 그레이비라고 부르기도 한다. 라구가 아닌 경우에도 사용되는 경우가 드물게 있다.
[1] 보통 한국에서 고기와 곁들이는 소스는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기 위해 달면서 신 맛이 있는 소스류(주로 양념치킨 소스나 돈까스 소스 등)가 대부분이다.[2] 잘못 만들면 회색빛의 흰색이 되기도 한다[3] 식초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그레이비소스엔 새콤한 맛이 없다.[4] 야매요리 방법 중에는 소고기 다시다를 이용해서 만드는 방법도 존재한다. 다시다 안에도 소고기 성분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이다.[5] 옥수수 전분. 옥수수 전분이 없으면 감자 전분이나 고구마 전분 등 다른 대체 전분을 넣어도 좋다.[6] 우리가 흔히 소시지가 아닌 햄버거 패티와 비슷한 물건이다.(잘게 썰면 피자에 들어가는 미트 토핑이 된다.)[7] 반대로 베이컨 기름으로 루를 내서 치킨스톡과 크림을 배합하고 그 안에 다진 소시지를 넣을 수도 있다. 칼로리는 둘째 치고 엄창난 감칠맛과 느끼함의 향연을 감당할 수 있는 자만이 즐길 수 있다. 의외로 크림양만 잘 조절하면 비교적 밍밍한 비스킷과 궁합이 맞는 편으로, 그레이비와 먹는 비스킷은 보통 버터를 살짝 덜 넣어서 느끼함을 조절하는 편.[8] 미국 남부에서는 미국식 비스킷에 소시지 그레이비를 곁들인 아침 식사가 타 지역의 팬케이크와 메이플시럽 같은 위상을 가지고 있다.[9] KFC가 처음 한국에 진출했을 당시 미국과 마찬가지로 오리지널 치킨과 그레이비를 주력으로 삼았으나 둘다 먹히지 않았고 그레이비는 아예 단종까지 되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 그레이비가 다시 부활했지만 맛을 어레인지 했고 이마저도 평가가 좋지 않자 다시 한번 어레인지를 하는 등 평가가 애매하다.[10] 영국 드라마 스킨스 시즌 1 시드 에피소드에서 시드 아빠가 이 대사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