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30 09:03:29

JRPG가 고쳐야 할 점 10가지

1. 개요2. 목록
2.1. 옹호2.2. 비판
3. 결론4. 기타5. 참고 자료

1. 개요

원문, 번역

2010년에 IGN에 투고된 칼럼으로 2012년에 수정되었다. 원제는 〈Top 10 Ways to Fix JRPGs〉.

JRPG의 문제점 10가지를 나열하고, 거기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JRPG 장르가 앞으로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주장을 제시한 내용이다. 게임웹진 중 대기업에 속하는 IGN 본사가 작성하여 큰 주목을 받았고, 이 칼럼은 한국 게임 커뮤니티들뿐만 아니라 본고장인 일본의 2ch 등에도 넘어가 떡밥이 되어서 반향을 일으켰다.

2010년에 나온 칼럼이기 때문에 그때보다 다양한 장르와 방식의 일본 게임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2020년대부터는 공감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2. 목록

* 1위: 전투 시스템에 재미가 필요해 → 낡은 턴제 전투 시스템을 비판.(스펙트럴 포스 3)
* 2위: 새로운 스토리가 필요해 → 전형적인 스토리가 많음을 비판.(파판7 CC)
* 3위: 세이브 포인트는 이제 그만 → 언제든지 게임을 세이브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스타오션 4 더 라스트 호프)
* 4위: 플레이하다 보면 너무 외로워 → 멀티 플레이 요소가 없음을 비판.(테일즈 오브 베스페리아)
* 5위: 성우 연기에 대한 접근방법 → 일본식 성우 연기를 그대로 무리하게 현지화에 적용하는 퍼블리셔/제작사를 비판.(인챈트 암)
* 6위: 진부한 캐릭터 → 캐릭터의 개성이 없음을 비판.(마그나카르타 2)
* 7위: 자유도 없는 맵 → 월드맵이 좁아지고, 루트가 오솔길이 되는 것을 비판.(트러스티 벨)
* 8위: 연출에 투자 좀 하자 → 캐릭터 포트레이트를 제시하는 대화창 등 낡은 연출을 비판.(디스가이아 3)
* 9위: 땜빵은 그만~ → 이벤트나 보스를 재활용해서 플레이 시간을 늘리는 것을 비판.(라스트 렘넌트)
* 10위: 여기, 사람은 살고 있니? → 세계관에 생동감이 없음을 비판.(블루 드래곤)
(괄호는 당시 기준 '최근의 주범Culprit')

이 비판들은 큰 틀에서 보자면 사실 매너리즘과 침체기에 빠진 일본 게임 업계 전체에 해당되기도 했다. 이러한 칼럼이 투고된 당시의 상황이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 당시는 게임의 온라인화, HD 시대의 전환기로서 XBOX나 PC온라인 게임을 필두로 한 서양 제작사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며 PS2 수준의 기기에서 안주하다가 평범한 게임들만 계속 내놓고 있었던 일본 게임계에게는 '일본 게임 멸망론'이 제기되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은 게임 비즈니스를 뒤엎고 닌텐도를 꺾었던 소니에게도 예외는 아니어서 플스 3는 도무지 팔리지 않았고, 닌텐도 역시 Wii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게임을 널리 퍼트리긴 했지만 더 이상 혁신적인 게임은 나오지 않았다. 이러한 일본 게임 시장의 실태는 일본 게이머들 뿐만 아니라 전세계 게이머들의 많은 관심을 샀다. 한쪽에서는 성찰과 자기반성의 목소리가 커지는 한편 반대편에서는 조롱과 놀림거리의 대상이 되었다.

이같은 업계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잘 드러내는 것이 바로 그 유명한 2012년에 벌어진 인디 개발자 필 피쉬"일본 게임 구려(It sucks)" 사건이다. 거물도 아닌 일개 인디 개발자인 필 피쉬가 게임 업계에 종사하는 일본인에게 면전에 대고 무례한 말을 하지만 좌중은 웃고만 있으며 필 피쉬의 동료들은 그를 말리면서도 동조하고 있다. 일본 게임업계의 침몰에 대해선 소비자들 뿐만 아니라 동료 개발자들도 동의하고 있었던 것이다. 2017년부터 필 피쉬는 일본 게임이 부활한 반면 필 피쉬 본인이 여러 병크를 터뜨린 일로 인해 해당 발언이 재조명되어서 역으로 조롱당하게 되었다.

2.1. 옹호

이하 서술은 동서양 분명하게 나눌 수 없으며 분명 그 반례도 상당히 존재할 것이다. 다만 이 특징을 가지는 게임의 시장 규모가 더 크다는 걸 의미한다.

배경적으로 볼 때 일본 게임시장의 축소와 그 외 시장의 비약적인 성장이 작용했다. 이는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도 관련이 있는데 기업들의 투자가 줄어들면서 게임계 역시 이에 대한 투자 및 개발비용 등에 대한 감소가 이어지는 결과로 이어져 새로운 게임이 출시될 환경이 사라졌다. 과거에는 일본식 RPG 시스템은 RPG를 콘솔로 즐기기 위한 가장 뛰어난 시스템 모델이었지만 지금은 결코 그렇지 못하다. 수요적인 측면에서도 색다른 것을 넣으면 수요가 따라주지 않아서 일본에서는 실패한 사례가 꽤 있다.

하드웨어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표현방식이 극도로 자유로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식 RPG는 여전히 과거에 안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마치 그게 그 게임의 아이덴티티나 특성이 되어버린 듯이 별 생각없이 답습해버리는 방식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가령 대사창만 해도 그렇다. 여기서 지적하는 대사창 시스템은 과거에는 적은 데이터를 쪼개서 어떻게든 캐릭터를 생동감 있게 연출하기 위한 노력이었고, 당시로서는 그게 최선의 방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도트나 2D 스프라이트를 벗어나 풀 폴리곤으로 자유로운 캐릭터 연출이 가능해졌다. 실제로 엘더스크롤 5: 스카이림은 대화장면이 게임 내 그래픽을 사용해 실시간으로 표현되는 정도다.

그렇다면 캐릭터 컷으로 때우기보다는 캐릭터가 직접 표정을 짓고 움직이는 걸 보여주는 게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 요건을 만족해야 한다. 첫 번째는 개발 비용, 그리고 두 번째는 기술력이다. 일본 게임 개발사들은 이 두 가지 요건 모두에서 서양 게임 개발사들에게 밀린다. 미국 같은 경우 사설 게임제작 관련 학교까지 있을 정도다.

1번의 낡은 전투시스템이란 건 전형적인 미소녀 노가다 게임류 니폰이치 게임 같은 DRPG에서 나타나는 턴 방식의 전투를 비판하는 것인데 소울 시리즈 하나로 일본 게임은 나아졌다고 말하는 건 공감하기 힘들다. 게다가 이건 아주 특별한 케이스에 속한다. 프롬이 RPG게 개발자로서 잘 알려진 것도 있고, 더구나 유저친화적인 게임 플레이 환경을 뒤튼 게임이었다는 점에서도 특이한 경우이다.

다만 턴제게임이 시대에 뒤쳐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엑스컴 시리즈 같은 경우는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줘서 턴제게임의 묘미를 잘 살리고 있다. MOTHER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MOTHER3는 턴제 전투이나 리듬게임의 요소[1]를 가미하여 전투에 변화를 주었다.

2번 스토리 부분은 쿨하고 멋진 주인공과 미소년, 미소녀들이 사랑과 우정의 힘으로 세상을 지키고 연애와 치정싸움을 하는 요소가 메인이다. 게임이 무조건 뉴 베가스위쳐 같이 판타지지만 현실에 대한 은유를 하거나, 복잡하고 철학적인 서사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일본 내수용 물건들이 관습적인 건 사실이다. 거의 수십 년째 비슷한 설정, 비슷한 전개, 비슷한 캐릭터가 반복해서 나오고 있다. 게임을 오래 해 본 사람이라면 어지간한 JRPG는 하다 보면 향후 전개가 눈에 다 들어온다.

5번 일본 특유의 과장된 성우 연기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영향력이 큰 일본 내수 시장에는 맞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내수용이라고 말하는 건 결국 세계시장에 맞지 않다는 걸 어느 정도 인정하는 것이다.[2] 로봇대전 같은 게임은 애니메이션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는 유저에겐 환영받을 만 하다. 그런데.이 로봇물 역시 입문이 상당히 난해한 장르 중 하나로 꼽힌다. 건담 시리즈 같은 것도 지구연방과 지온 공국간의 갈등과 대결구도만 알고있다가 이후 나온 여러가지 시리즈물을 접하게 되면서 혼란이 생기는 경우도 꽤 된다. 배경지식이 없는 유저에겐 일본 게임에 폐쇄성이 어느 정도 있다는 걸 시사한다. 모에 애니메이션이 원작이거나 모에 요소를 기반으로 둔 게임도 일본 게임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잘 팔린다.

일본 게임과 다른 나라 게임을 무 자르듯이 구분할 수는 없지만 대체적으로 일본의 양산형 게임은 '내수용'답게 시스템이나 그래픽, 캐릭터가 전형적이다. 새로운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등장시키지만 시스템은 크게 변화가 없고, 변화하는 속도가 스팀의 인디게임보다도 뒤쳐지는 모습을 보인다. 이 문제는 JRPG만의 문제가 아니라 리듬게임, 카드게임, 무쌍게임, 격투게임, 한국의 MMORPG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아무래도 일본 게임에 대한 노출도, 그리고 선호도가 높다 보니 그 영향을 받은 것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이유일 수 있다.

이런 내수용 게임이 EA나 베데스다, 시디프로젝트레드의 메이저 게임과 자꾸 비교되는 건 그만큼 느린 발전 속도에 비해 수요가 크다는 것이다. 일본 RPG 중 해외에서 주가가 높은 건 포켓몬스터 시리즈, 프롬소프트의 소울 시리즈 등인데, 특히 프롬소프트 게임은 위에 열거한 특징이 거의 없다. 묘하게도 프롬소프트 게임들은 서양적인 요소에 대해 거부감을 갖지 않는 작품들이 많다.

6번의 개성 없는 캐릭터의 경우, 서양 게임은 대체적으로 캐릭터 크리에이션에 집약되어 있다. 즉, 이야기를 유저가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하지만 양산형 게임이 많이 나오는 이유는 그만큼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란 투리스모 시리즈 문서에도 서술되어 있듯이 게임에 등장하는 슈퍼카는 실제 우리같은 형편에서는 운전해 보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간파해 게임상에서나마 마음껏 운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것과 같이 미소녀와의 데이트나 연애 역시 현실에서는 힘든 사실이니 만큼 이에 대한 대리만족이라는 점에서 보는 것이 좋다. 위쳐 3와 섬궤가 비슷하게 팔리는데 비교하지 말고 존중해달라고 해달라는 건 눈가리고 아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일본 게임의 그 높았던 위상이 많이 후퇴한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3번 세이브 포인트나 9번 땜빵은 둘 다 플레이타임을 억지로 길게 늘리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틀에서 완전히 탈피한 좋은 예도 있는데 바로 프롬 소프트웨어소울 시리즈다. 이 게임들의 경우 오히려 서양스러운 테이스트로 이게 일본 게임인가 싶을 정도로 기존의 일본게임과는 다른 게임성을 가지고 있으며 서양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숨겨진 요소가 많은 야리코미 플레이, 세카이계를 연상시키는 스토리 등 따지고 보면 예전 유행하던 일본 로그라이크 RPG와 닮은 점이 많다. JRPG하면 소년만화스러운 게임만 연상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게임들도 분명 JRPG의 한축을 담당했었다. 해당 게임들의 특징을 뜯어보면 위 열 가지와 전부 반대됨을 알 수 있다.[3]

2.2. 비판

이 컬럼이 최초로 발행된 2010년까지 제대로 된 JRPG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아무리 객관성을 유지한다고 해도 IGN의 칼럼니스트도 결국 사람인 이상 자신들의 입장에서 현상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입장이라는 단어 대신 시장 상황이라고 해도 좋다. 특히 5번 항목에선 그런 측면이 두드러진다. 많은 JRPG가 만들어지고 있고, 그 중에서 북미 시장에서 완역 정발되는 것은 일부다. 이것을 가지고 모든 JRPG에 대해서 논할 수는 없다.

본 칼럼에서 IGN은 각 항목 당 한 개씩의 주범(culprit) 게임을 언급했는데 그 예가 하필 블루 드래곤, 라스트 렘넌트, 엔첸티드 암, 디스가이아3, 테일즈 오브 베스페리아, 이터널 소나타, 스펙트럴 포스 3 등이다. 이 중 그나마 JRPG를 대표할 만한 것은 크라이시스 코어, 테오베, 디스가이아 정도이고 나머지는 본고장인 일본에서조차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그나마 이터널 소나타가 흥행에는 실패했어도 작품성은 인정받았으나, 스펙트럴 포스 3는 당장 IGN의 평점부터가 4.9/10인 똥겜이다.

이런 작품은 보편적 품질을 갖고 있는 일반 사례의 표본이 될 수 없고 배틀필드 5매스 이펙트 안드로메다와 같이 그냥 못 만든 거다. 즉, 이 칼럼은 코끼리의 코를 더듬으며 코끼리를 그리고 있는 꼴이다. 이런 망작들을 끌어와서 JRPG의 시류를 비판한다는 건 전문적이라 할 수 없으며 결과를 만들어놓고 과정을 끼워넣는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하나하나 따져보자면 먼저 테오베는 차세대기로 리마스터가 될 정도로 인기 있고 테일즈 시리즈 중에서는 작품성이 있었는데, 이 작품의 문제가 디아블로처럼 온라인 멀티가 안 되는 것이란다. 그런데 첫 작인 테오판부터 테일즈 시리즈의 정체성은 ARPG인 디아블로와는 달리 전형적인 심볼 인카운터 방식이되 전투시에는 특유의 시스템에 따라 ARPG처럼 변하는 싱글 RPG였는데, 대체 여기서 온라인 멀티가 문제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디아블로의 경우 멀티플레이 적용이 시스템에 잘 어울려서 성공한 예이지만, 어거지로 체면치례식의 멀티플레이를 넣었다가 망한 게임은 한 두가지가 아니며, 테일즈 시리즈는 멀티플레이가 필요하거나 잘 어울리는 사례도 아니다. 시리즈를 제대로 플레이는 해봤는지 의심가는, 어거지스러운 비판이다. 거기에 테일즈 시리즈는 첫 작품인 판타지아부터 싱글 CO-OP플레이가 가능한 JRPG라는 희귀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고 베스페리아만 해도 4인이 소파에 앉아서 할 수 있는 훌륭한 로컬 플레이 게임이다. 이러한 게임이 단지 멀티가 없다고 문제 삼는 것은 그냥 게임 자체를 심도있게 안한 것이다.

세계관이나 캐릭터의 개성에 대해서도 기준이 될 만한 평가의 잣대가 없기 때문에 핀트가 어긋난 지적이다. 단순히 개성이 있는 작품이 팔리기 좋은 것은 아니다. 소비자의 수요에 맞춘 작품이 팔리기 좋은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바이오하자드 시리즈 같은 시리즈도 신작이 나올때마다 '진부하다'란 평이 많기는 하지만, 수요가 있기 때문에 '그 밥에 그 나물'이란 식의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출시되는 것이다. 이는 일본 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그러하다. 예를 들어 한국 시장에서도 코어 게이머들은 수십년간 현질을 요구하는 사행성 게임과 저질 모바일 게임을 높은 수위로 비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대중들은 이러한 게임을 원하고 있다. 수요가 없는 상품은 흥행할 수 없다.

말하자면 JRPG는 "내수용"으로 최적화된 장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페르소나 시리즈, 드래곤 퀘스트 같이 일본 내수 시장을 목적으로 출시된 게임들 중 일부 서양 팬들의 입소문으로 인해 수출하게 된 케이스도 있지만 이런 문화적인 차이를 망각하고 약간의 JRPG를 해 본 정도로 일본 게임 문화에 대한 이해를 가졌으니 자신들의 비판이 객관적이라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일본은 애니메이션 풍의 데포르메 된 비주얼을 선호하는 반면 북미권은 할리우드식 실사 비주얼을 선호한다. 비록 세간에서 애니메이션의 영상문학적 가치가 헐리우드를 비롯한 시네마보다 평가절하 된다고는 해도 소비자의 기호의 차이마저 우위 비교를 판단할 수는 없다. 특히 리얼하다는 엘더스크롤은 닭 한마리 실수로 건드리면 온 마을 사람들이 다 적대해서 달려드는 게임이다. 단지 실사풍 풀3d 그래픽이나 NPC별 타임 스크립트로 표현했다고 더 뛰어난 것이 아니라 게임마다 추구하는 방식, 어울리는 디자인이 다른 것이다. 차라리 제목을 JRPG에 대한 불만 사항 정도로 해두었으면 문제가 덜했을 것이다.

전투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공격', '방어', '마법' 식의 8, 90년대에 확립된 커맨드형 RPG를 답습하고 있는 게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게임도 많으며 드퀘 시리즈 같이 큰 틀에서는 계속 그런 형식을 유지해도 재미있는 게임도 있다. JRPG의 대표격인 드퀘를 빼놓고 평점 4.9를 찍은 스펙트롤 포스3 같은 마이너한 게임들의 문제점을 가져와서 JRPG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것은 좋은 주장이라고는 볼 수 없다. 부분을 가지고 전체를 말하려면 그 일부에 전체에 대한 상징성이나 대표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논리의 상식인데, 원문의 논지는 마치 허접하게 폴아웃이나 엘더스크롤을 따라한 평점 5점짜리 서양 양산형 FPS형 ARPG를 가져와서 서양 RPG의 전투시스템은 다 FPS식이라 문제라고 주장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게임이 목표하는 연령대다. 서양 게임계에서는 성인 지향의 게임들이 많이 출시되는 반면 일본 게임계에서는 전통적으로 전연령대를 표방한 10대 청소년들에 맞춘 게임들을 만들어 왔다. 물론 용과 같이 같은 성인취향의 작품들도 나오긴 한다. 게다가 서양 회사들이 제작한 게임을 접한 게이머들도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보니 현실성이 강한 서양식 게임을 선호하는 게이머들도 있다. 심지어 바이오하자드 7 같은 경우, 일본 내수용판은 너무나도 얌전하다(?)는 이유로 역으로 해외판을 찾는 일본 게이머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이런 비판을 쏟아내는 것은 대부분이 성인층인데 이들은 수십년간 게임을 즐긴 쉽게 말해 코어 게이머이다. 온갖 게임을 수십, 수백개도 넘게 클리어한 20~30대 성인과 게임을 접한 지 얼마 안 된 청소년이 받아들이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단, 성우 연기는 고쳐야 할 점이 '현지화의 문제'라는 것을 원문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서양인의 취향 기준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당연하다. 원문 자체가 "일본에서는 그렇게 연기하는 것이 호응이 좋은 것 같고 아무래도 좋지만, 서양에서 그걸 현지화하고 번안하는 회사가 그걸 흉내내는 건 곤란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서구에서는 일반적으로 일본식 -특히 코맹맹이/유아같은- 더빙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따라서 위에 열거된 내용을 "JRPG의 개성"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최신 JRPG라고 할 만한 파이널 판타지 XIII은 위와 같은 단점을 답습하는 모습을 보이자 일본에서도 해외 게임들을 접해온 게이머들에게는 폭풍처럼 까였다. 반면 한때 일본의 국민 RPG 혹은 매너리즘 RPG의 대명사라 불리며 JRPG의 시발점(위에 열거된 거의 모든 특징을 포함한)이었던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는 드래곤 퀘스트 9부터 멀티플레이를 도입하고 휴대용을 플랫폼으로 선택하는 등 과감한 시도를 하였다. 드래곤 퀘스트가 시리즈 초기부터 "쾌적하게 플레이하기 위해서" 잔가지를 쳐내고 액기스만 추출했던 전형적인 선형 게임이었던 걸 생각해 보면 단지 전통이라는 핑계로 문제를 회피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드래곤 퀘스트가 갑자기 폴아웃 같은 게임으로 변한 건 아니지만 큰 변화 없이 새로운 시도를 조금씩 해 보는 게 드래곤 퀘스트답다.

이것은 역시 비교적 새로운 시도를 한 신작 JRPG가 북미 시장에서 발매가 되지 않거나, 제대로 로컬라이징이 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미의 RPG 팬들도 원작의 완성도도 높고 로컬라이징도 괜찮았던 제노블레이드 크로니클스멋진 이 세계 같은 게임은 높게 평가한다. 드퀘9도 현지화되어 발매되자 꽤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 재미있는 점은 서양에 발매된 페르소나 3페르소나 4가 저 위에 지적하는 점들을 일부 답습하면서도 리뷰어와 게이머들에게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는 점이다. 특히 일본 한 도시의 고등학생들이 세계를 구하는 그런 내용. 스토리는 일직선으로 흘러가는 것이지만 행동의 제약은 커뮤니티라는 시스템의 도입으로 자유도가 높은편에 속한다. 그리고 4위는 애초에 기종이 PS2라는 걸 감안하면 평가하기 애매하며 8위의 경우 명백히 컷인보드 시스템을 채용하지만 기존과는 다른 감각적인 연출을 사용하여 컷인보드라고 무조건 나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줬다. 물론 이쪽은 2위[4], 5위[5], 9위는 해당되지 않는다. 아틀라스가 내놓는 게임은 전체적으로 호평이다. 단지 고쳐야할 점을 나열한것 뿐이므로 저 요소가 들어있다고 해서 재미 없는 게임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전장의 발큐리아 시리즈도 이런 부분을 담습하면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 시리즈 중 하나다. 처음 판매량은 그저 그랬는데 입소문이 나서 1편은 세계적으로 120만장이 팔릴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사실 해당 칼럼에서 비판하는 '전통적인' 의미의 RPG는 일본에서도 유행이 지난 지 오래다. 북미에서도 마찬가지인데 RPG가 잘 나간다고 해봐야 거진 액션, FPS를 섞은 게임들이 대부분이다. 드래곤 에이지 시리즈 같은 예외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액션을 가미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전통적인 턴 방식 RPG보다는 몬헌 스타일을 답습한 액션 RPG의 비율이 눈에 띄게 높은 편이다. 심지어 이 문서에서 비판받는 파이널 판타지의 최신작도 액션을 섞고 있다.

결국 이 모든 것이 주관적인 영역일 수밖에 없다. 세계관이 틀에 박힌 것을 비판하지만 서양 RPG도 그저그런 판타지 세계관에 크게 개성적이지 못한 캐릭터들이 나오는 게임이 수두룩하다. JRPG에 멀티플레이가 없다고 비판하지만 그럼 폴아웃 시리즈엘더스크롤 시리즈는 뭐란 말인가.

비판론을 보면 해당 칼럼에서 비판한 문제점 10가지를 극복한 JRPG나 그런 문제점을 답습하고도 결과적으로 재미있는 작품이 된 게임들은 마땅한 이유도 없이 소수례라면서 죄다 예외로 치려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애시당초 명작이나 수작이라고 불리는 작품들은 시장에 나온 작품들 전체 중 소수인게 당연하다. 일본 외 게임이라고 무슨 스카이림같은 명작만 쏟아져 나오는 게 아니고 당연히 쓰레기 게임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온다. 한쪽에서는 마스터피스라고 불리울 만한 명작 RPG를 가져다 놓고, 다른 한쪽에는 양산형 게임을 가져다 대면 후자가 비판받는 건 당연하다.

일본이 한때 세계 게임 시장을 호령했던 인프라가 있다고는 해도 전세계 스튜디오들이 상향평준화된 오늘날, 일본 한 곳에서만 나머지 국가들 전부에서 나오는 명작들과 매번 똑같은 품질의 상품을 내놓으라는 것도 혹독한 요구다.

3. 결론

당시 무너져가는 일본 게임 업계 및 JRPG에게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할 수는 있었으나 해당 칼럼이 가진 기본적인 한계는 다양성을 간과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다양한 취향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제작되는 게임들도 소비자들을 따라 다양한 성질을 지니게 된다. 대중적인 니즈를 만족시키는 메인스트림 형식의 게임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지만, 소수 취향의 유저를 위한 제품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 이를 무시하고 비슷한 게임만 나온다면 오히려 그것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문제가 될 수 있다.

8세대 콘솔 시장의 SIE는 퍼스트파티에서 ARPG만을, 한국 개발사들은 MMORPG만을 만든다며 게이머들의 비판을 받았었다. 철권 시리즈가 전세계에서 손꼽히는 뛰어난 격투게임 시리즈이긴 하지만, 경쟁작인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길티기어 시리즈가 장풍기를 없애고 횡이동을 넣고 공중 콤보 위주의 접근전 게임으로 만든다면 과연 호평을 받을 수 있을까? 같은 나라의 같은 장르에서조차 이렇게 ip별로 특색이 수도 없이 갈리고 소비자는 이를 자유롭게 선택하는 권리를 갖고 있는데, 무조건적인 획일화도 위험한 발상이다.

물론 많은 유저들이 지적하듯이 일본이 게임시장을 좌지우지하던 시절이 지나고 내수 위주로 돌아가면서 변화가 적어지고 특정 매니아층에만 어필하는 게임이 많아진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은 고급이고 저것은 저급이며 저급 기호는 멸절되어야만 한다"는 논리도 과격한 주장일 수 있다. IGN이 칼럼에서 지적한 요소들, 즉 초상화 대화창을 사용하지 말 것, 멀티를 넣을 것, 왕도적 플롯을 사용하지 말 것, 선형 레벨이 아닌 비선형적 월드를 채택할 것, 세이브 포인트를 오브젝트가 아닌 메뉴에 종속시킬 것 등 은 게임 내부의 '시스템 품질' 문제보다는 주류 서구권 게이머들의 '기호'를 강요하고 있다. 오히려 IGN이 서구권 문화와 비교하여 일본 주류 게임사들의 R&D 예산 배정 비율이나 사후지원, 마켓팅 기법, 업계인들 간의 세미나, 머천다이징을 위한 ip 관리, 학생 프로그램, 사내문화 등을 비교·지적했다면 훨씬 더 객관적이고 양질의 칼럼이 되었을수도 있었을 것이다.

한편 일본 시장에서도 나름대로 JRPG를 가다듬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고, 20세기의 작가주의 명감독들이 이탈하여 오타쿠 취향 위주로 돌아가는 오늘날의 일본 애니메이션이 그러하듯이 오히려 내수시장 위주로 돌아감으로서 나름의 독특한 테이스트를 형성하고 있다. 비디오 게임 시장은 '순수예술'이 아니라 엄연히 시장 경제를 따르는 '게임 산업'이며,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게임이 좋은 상품이므로 JRPG가 소비자들에게 여전히 재화의 가치만큼 만족감을 준다면 시장경제의 측면에서 JRPG는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일본 애니메이션은 서양에서도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또 매니아층도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스타일로 제작된 게임 역시 서양에서도 특정층에게 인기를 얻고있다. 특히 혈흔과 신체절단 등이 난자한 하드코어 서구풍 게임에 피로감을 느끼는 서양 게이머들의 선호도가 높다.

일본 게임 업계가 2010년대 초중반의 침체기를 견뎌내고 극적으로 부활한 것처럼 2010년대 후반 들어서 JRPG의 전망 역시 더욱 더 밝아지고 있다. 반면 이와 대척점에 서 있는 서구권에서는 서구권 게임계 위기론이 퍼지고 있다. JRPG는 모노리스 소프트제노블레이드 크로니클스 시리즈와 실시간 액션을 탑재하여 새롭게 리브랜딩된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소울 시리즈를 점점 더 갈고 닦고 있는 프롬 등을 필두로 서양권 유저들이 원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JRPG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으며 인텔리전트 시스템의 전략 RPG 장르인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와 스퀘어의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 팔콤의 작품들도 굳건하게 클래식 JRPG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고전 JRPG의 최신작들인 드래곤 퀘스트 11 S의 높은 완성도나 파이어 엠블렘 풍화설월의 약진은 주목할 만한 상황이다.

사실 10가지 요소들에 대해 쌍방이 이것저것 구구절절히 따지는 걸 다 떠나서 이 칼럼은 JRPG에게는 근본적으로 억울한 누명이 아닐 수 없는데, 일본 JRPG 업계는 20세기 때 이미 스퀘어의 성검전설 시리즈실시간 액션 RPG 포멧을 제시했다. 하지만 성검전설은 21세기 들어 해외 시장에서 계속해서 외면당했다. 스퀘어는 성검전설에 그치지 않고 1998년에 한 번 더 사가 프론티어를 통해 탈JRPG를 시도했는데 이 사가 프론티어는 성검전설에서 한술 더 떠 IGN에서 제기한 모든 문제점들을 완전히 타파한 작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영어권에서 호불호가 꽤나 갈렸었다. 특히 자유도가 높은 프리 시나리오 시스템은 대차게 까였다. 일본 개발자들 입장에선 어디에 장단을 맞추라는 것이냐고 말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초기 여신전생 시리즈, 킹스 필드 시리즈, 린다 큐브, Moon 등 기존 JRPG의 형식을 벗어난 게임들은 예전부터 많이 있었지만 이들은 출시 당시에는 서구권에서는 거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6]

물론 성검 시리즈의 퀄리티 저하와 사가 시리즈의 프리 시나리오가 퀘스트와 저널 체제가 도입되어 있던 서양 RPG 기준에서는 혼란스럽게 느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JRPG라고 따로 돈이 쏟아져 나오는 화수분이 있어 시장논리를 거부하고도 아직까지 생존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혐오하는 소비자들 못지않게 클래식 스타일의 JRPG를 선호하는 소비자들도 있기 때문에 전통적인 JRPG가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오늘날에도 이어지게 된 것이다.

4. 기타

  • 왠지 JRPG의 예시 중에 소프트맥스마그나카르타 2가 끼어 있다. 이 게임이 한국에서 만든 것도 리뷰하는 사람들이 다 아는데도... 그것도 6위: 진부한 캐릭터란에.
  • 소울 시리즈는 어두운 배경과 리얼리즘을 추구한 배경 디자인, 턴제가 아닌 액션성 있는 플레이 방식 등으로 탈JRPG라는 평도 받을 정도로 독특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미야자키 히데타카가 직접 밝힌 것처럼 고전적인 WPRG, 그 중에서도 DRPG의 효시인 위저드리 시리즈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애초에 프롬 소프트웨어의 초기작이자 소울 시리즈의 효시라 할 수 있는 킹스 필드부터 울티마 언더월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게임이다.
  • 치오의 통학로에서도 주인공인 미야모 치오[7]의 대사를 통해 당시 서양 게임계의 트렌드와 비교하면서 당시 일본 게임계의 트렌드에 대한 비판을 언급했다. #

5. 참고 자료



[1] 전투음악에 맞춰 버튼을 누르면 최대 16콤보까지의 콤보가 가능하다.[2] 좀 주제에서 어긋난 서술일 수도 있겠으나 일례로 한국 아이돌의 우수성을 주장하던 한 한국 여성 연예기획자가 일본 아이돌의 어린 소녀 음성 컨셉을 깠던 일이 있었다.[3] 화톳불은 세이브포인트보단 체크포인트 개념이 더 알맞는다. 세이브 자체는 실시간으로 되고 있다.[4] 잘 알겠지만 JPRG는 99%가 왕도적 용사물을 표방한 판타지 세계관이기 때문에 학교를 배경으로 한 학원물은 흔하지 않다.[5] 북미판은 영어더빙이 되어 있다. 다만 이건 대부분의 더빙된 작품의 경우 평가가 갈린다.[6] 여기서 여신전생 시리즈와 킹스 필드 시리즈는 후속격인 페르소나 시리즈소울 시리즈로 인해 어느 정도 재조명 받고 있다.[7] 아예 작중 게임 취향이 특히 구미권 스타일의 액션 게임을 비롯한 스팀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