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27 16:29:24

역병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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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attachment/Doktorschnabel_430px.jpg
17세기의 역병 의사를 묘사한 그림
상단에는 독일어로 'Doctor Schnabel von Rom(로마 지방의 부리 가면 의사)'이라고 쓰여 있다
1. 개요2. 복장3. 역할4. 대중매체에서
4.1. 역병 의사가 모티브인 캐릭터
5. 관련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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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Plague doctor

전근대 유럽에서 흑사병을 포함한 전염병괴질이 창궐할 당시 이를 전문으로 치료하던 의사. 영단어 'Plague'의 사전적 뜻은 '역병' 그 자체지만 이런 복장이 나온 시대상에 초점을 두어 흑사병 의사라고 의역하기도 한다.[1] 다만, 후술하다시피 중세 흑사병 의사들의 복장에 대한 이야기는 오해이다.

2. 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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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의사라고 흔히 알려진 새 부리 가면과 검은 코트의 기괴한 복장은 중세시대가 아니라 근대 초기인 16~17세기 프랑스 물랭에서 생겨난 복장이다. 위의 그림도 17세기의 것이며 해당 복장은 1619년에 프랑스의 샤를 드 로름(Charles de L'Orme)에 의해 발명되었다. 즉, 이런 종류의 역병 의사 모습은 근대에 나타났고 1346~1353년 사이 중세 흑사병이 창궐했을 때의 역병 의사들은 저런 복장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2] 중세에 대한 불결한 이미지와 중세 유럽 의학의 비과학적인 면이 이 기괴한 이미지와 결합되어 오해를 낳은 것.[3] 다만, 마냥 오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 일단 이 역병의사들 중에는 속칭 사칭 의사들 역시 활동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세 흑사병이 단기간에 유행하고 끝난 것이 아니라, 300여 년간 지속적으로 재창궐했으므로 중세 흑사병과 아주 상관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이들 역병의사의 독특한 복장은 오늘날의 생화학 방호복처럼 전염병의 원인인 환자와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우선 옷은 상하가 붙은 통짜 원피스 로브 형태로, 머리를 감싸는 후드가 달려 있고 손보다 길어서 소매를 접어 입는 긴소매에 아래는 발목까지 완전히 가릴 수 있는 치렁치렁한 외투이다. 로브의 천은 환자의 분비물 등의 액체나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밀랍으로 코팅하며, 손에는 무두질한 가죽 장갑을 끼고 발에도 가죽으로 만든 구두나 장화를 신는다. 머리에는 챙이 넓은 모자를 썼는데 이는 길 가는 다른 보행자들의 눈에 잘 띄게 해서 혹시 흑사병에 감염되어 있을지 모르는 일반인들이 피해가도록 한 것이다. 손에는 긴 지팡이를 가지고 다니면서 진맥을 보거나 약을 건네주는 등 환자와 물리적 접촉이 필요하면 그 지팡이를 사용하며 환자에게 직접 손대는 걸 피하려 했다. 지팡이에는 의사들의 상징인 헤르메스의 지팡이처럼 날개 모양의 장식을 하기도 했다.

역병 의사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새 부리 마스크의 눈 부분도 밀폐를 하기 위해 고글 형태의 유리나 안경을 달았다. 또한 부리 부분 끝에는 작은 숨구멍이 나 있고 안에 각종 향료와 허브를 채워넣어 방향(芳香) 효과를 가지도록 하였는데, 말하자면 새 부리 부분은 오늘날의 방독면에 달린 것과 비슷한 정화통에 해당한다. 그래도 살균, 방충 효과를 가진 허브가 있기도 하니 아주 무의미하기만 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4] 시대상을 감안했을 때 이 정도면 노력했다고 할 수 있지만, 문제는 흑사병이 호흡기 전염병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현대의 화생방보호의처럼 전신이 밀봉된 게 아니었기 때문에 당연히 벼룩은 종종 이런 옷도 지독하게 뚫고 들어와 의사에게까지 병을 전염시켰다.[5]

3. 역할

당시 이들이 시행할 수 있던 치료법은 오로지 방혈[6]이나 별 효력 없는 약 처방뿐이었다. 그래도 간혹 나름대로 경험을 쌓은 일부 의사들은 환자들을 격리하고 소지품을 소각하는 등 기본적인 방역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그 결과 안타깝지만 점차 병세가 호전되던 사람도 이런 잘못된 치료 때문에 거꾸로 건강이 악화되어 죽는 경우가 많아서 결국 이들은 '독토어 슈나벨 폰 롬(Doctor Schnabel von Rom)'이라고 불리면서 마치 죽음의 사신인 양 인식되게 되었다. 본 문서 맨 위에 게재 된 그림에도 '독토어 슈나벨 폰 롬'이라 쓰여 있으며, 왠지 진맥용 지팡이 대신 칼을 들고 있고 뒷쪽의 사람들이 도망치고 있다. 사신 같은 이미지를 표현한 셈이다. 국내에선 '닥터 쉬나벨'이란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역병 의사의 지팡이는 주로 2가지 용도로 사용되었는데 첫번째는 상술했듯이 환자와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환자를 건드리거나 혹은 환자의 상태를 봐야 할 때 손 대신 나무막대기로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었고, 두번째는 환자를 매질하기 위한 용도였다. 당시에는 의학과 과학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화적으로 사람들은 종교에서 답을 찾으려고 했으며, 유럽은 그리스도교를 신봉하고 있었다. 명확한 병세의 원인이나 전파 경로, 감염방식 등을 알 수 없었던 시대에는 가장 대표적인 이유가 '신의 징벌'이라고 하는 것으로 믿음과 신앙이 병세를 호전시킬 수 있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흑사병 창궐 당시에는 흑사병을 '신의 채찍' 혹은 '악마의 소행' 등으로 여기며 두려워했는데, 이 때 역병의사들이 환자들을 매질하는 것은 환자들이 잘못을 범했고 신께서 이를 징벌하기 위해 역병을 퍼트리셨으니 마땅히 죄를 회개하고 스스로 매질을 하여 참회해 용서를 구하라... 라는 것이었다. 당연히 과학이 아닌 신앙적인 분위기가 강했던 중~근세에는 이것을 진리로 여겼고 사칭의사들이 행하는 매질을 그대로 받아들여 몸이 피칠갑이 되도록 맞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물론 증세가 호전되기는 커녕, 안그래도 단 몇시간만에도 죽을 수 있는 흑사병 환자를 피가 흐르도록 매질했으니 사망선고를 보다 더욱 일찍 앞당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죽음의 의사'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였으니 사실상 치료보다도 감염자와 사망자를 파악하는 역할이 더 컸다. 사실 직업적 특성 때문에 이미 명성이 높거나 자리를 제대로 잡은 의사들의 경우에는 이 일을 받으려 하지 않았다. 대체로 마을 정부에서 돈을 받고 일하는 계약직 공무원에 가까웠기 때문에 마을의 모든 사람들을 진료하러 다니긴 했지만, 정작 이를 맡는 인물들은 가난하거나 경력이 없는 의사들이 많았고 그조차도 진짜 의사가 아닌 경우도 허다했다. 대부분 삼류 의사들, 그러니까 제대로 된 교육과 학위를 받지 않고 의사로서 개업하거나 활동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대부분 이런 일을 하며 스스로를 '의사'라 사칭하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이보다 더한 악질 사례는 치료를 목적으로 환자들로부터 금품을 요구했다고 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치료법도 아닌 것을 치료라는 명목으로 행하고 그에 상응하는 '돈'을 내놓으라고 하거나 장미수나 식초에 목욕을 하라고 하고, 신께 기도를 드린다고 하는 등 사실상 치료라기보다는 돈벌이에 가까운 사기 행위였고, 당연히 상태가 호전될 리가 없으니 결국 환자들은 돈만 주고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고 한다.

4. 대중매체에서

'Plague Doctor Mask'라고 불리는 가면의 모습이 사람과 크게 달라[7] 왠지 모를 위압감과 공포감을 선사한다는 점 때문에 창작물에서 자주, 그리고 괜찮은 대접을 받으며 등장하는 컨셉이다. 전염병 및 죽음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 때문에 시체 처리자, 디버퍼 같은 적대적이거나 음험한 이미지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으나, 이들이 부족한 지식에도 불구하고 환자를 살리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역사적 고증을 살려 선역으로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스팀펑크와 결부시켜 스팀펑크 풍의 역병 의사 가면 디자인도 많이 볼 수 있고, 공포물에서 사이비 종교스런 집단이 쓰는 옷으로도 이용되기도 한다. 특유의 새 같은 생김새 때문에 새 가면을 쓴 무언가가 아니라 아예 원래부터 새라는 설정도 있다. 주로 까마귀로 연결 되는 경우가 많으며 역병 의사일 때의 모습은 그 새가 수인형으로 변한 것이라는 설정이다.

분위기가 괴악해서 할로윈 파티의 가면으로도 쓰인다는 모양이다. 반면 이탈리아 등지에 있는 가면을 파는 가게에서 종종 이 가면을 볼 수도 있는데(인터넷에서 'medico della peste'로 검색해 보면 사진들을 볼 수 있다), 혐오스러운 것으로는 인식하지 않는다고 한다. 현지인의 말에 따르면 결국 인류는 페스트를 이겨냈고, 이 가면은 흑사병을 이겨낸 승리의 상징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역병에 대한 공포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복장이지만 21세기 밈문화의 마수를 피할 수는 없었던지라 이 복장을 입은 사람이 역동적으로 춤추는 장면이 밈이 되었다. 그 와중에 나오는 노래는 Gangsta's Paradise...

4.1. 역병 의사가 모티브인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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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관련 문서


[1]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페스트 의사(ペスト医師)라고 번역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Plague Doctor Mask'를 '흑사병 의사 마스크'라고 번역하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2] 중세 의사들의 복장은 대체로 이랬다.[3] 중세시대에 행해진 전근대적인 행위나 사상이라고 여겨지는 것들 중에는 17세기 이후에 생겨난 것들도 꽤 있다. 마녀사냥이나 플랫 에러가 그 대표적인 예시이다.[4] 당시 의학의 주류였던 미아즈마 이론에서는 질병의 전파 매개가 악취라고 믿었고 그것을 코로 맡아 느끼지 않는다면 전염되지 않는다고 여겼기 때문에, 방향제 용도의 허브들 중 소독 능력을 지닌 몇몇 품종을 별 생각 없이 우연히 사용한 의사들이 흑사병에 덜 걸리자 단순히 허브의 향기가 예방 효과를 준다고 생각해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5] 물론 폐 페스트나 인두 페스트와 같은 호흡기 전염성 페스트와 같은 경우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긴 있었다. 그러나 유럽을 강타한 흑사병은 페스트균을 가진 쥐들의 피를 빨아먹은 벼룩을 통해 전염되는 선 페스트가 대부분을 차지했던 점이 약점이었다.[6] 히포크라테스와 갈레노스의 4체액설에 근거하여 체액의 균형을 맞추면, 그리고 오염된 피를 제거하고 새로 청결한 피가 만들어져 그 자리를 대신하면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피를 뽑는 것. 방혈도 주사기가 없던 이 시대에는 불에 지진 칼로 피부를 째서 피를 뽑는 것이다.[7] 주로 '새 부리 가면'이라고 묘사된다.[8] 사람일 때 쓰고있는 모자가 역병 의사와 비슷하다.[9] 이밖에도 양손무기중에 용광로라는 무기의 플레이버 텍스트에서 유스타니안 왕이 언급되기도 한다. 역병이 더 퍼지지 않게 시체를 태우라고 준 무기라고. 사기적이라는 이유로 패치하기 전에는 체력비례 화염피해로 소각시키는 컨셉이었다.[10] 캐슬 테일즈 스킨 한정[11] 이쪽은 기믹보다는 외형을 따온 경우.[12] 역병 의사가 쓰고 있는 마스크를 쓰고 있다.[13] 다만 이쪽은 본인이 역병 의사컨셉이라기 보단 이 녀석이 쓴 가면이 역병 의사 컨셉이라고 봐야 한다.[14] 장식품들 중에서 말라비틀어진 부리는 이를 토대로 만들었다.[15] 중간에 전통의상을 입고 나오는데 역병 의사의 복장과 유사하다.[16] 악명 마스크 중에 Plague Doctor라는 마스크가 있다.[17] 2024년 할로윈 시즌 이벤트 '루덴도르프 공동묘지 서바이벌'에서 등장하는 좀비로, 역병 의사의 모습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