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국가들간의 자연스런 조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간의 권력투쟁은 국제법, 민주화, 국제 무역 등으로 완화될 수 없다. 오히려 그러한 신념은 위험한 것이다. 전간기의 외교관들 이상주의학파는 그러한 이상주의적 사고에 의지하여 실패했고 현실주의에 대하여 무지했다. 국제연맹이 실패한 것, 제2차 세계 대전 발발, 히틀러의 유럽 정복 등은 모두 현실주의로 설명이 가능하다. 주권국가 내의 도덕적 진보는 정부와 사회구조를 통하여 실현이 가능하지만 국가 외부의 영역(영토)은 생존의 영역이다. 때문에 도덕적 진보나 이상, 보편적 정의가 통하지 않는다. 세계는 기본적으로 무정부성이 판치는 곳이며 그것이 국제정치의 현실이다. 세계는 보편적 정의가 아니라 세력균형을 통해서만 일시적으로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 국제관계는 계속되는 투쟁의 영역이자 안보(생존)를 위한 투쟁의 공간이다." |
21세기 각국의 외교를 정치현실주의적 관점에서 설명하는 문서이다.
2. 동아시아
2.1. 대한민국
21세기 대한민국에게 주어진 외교적인 선택지는 크게 다음과 같다.- 동맹 노선
보통 동맹외교가 실패하는 사례로는 방기와 연루가 있다. 방기는 닉슨 독트린처럼 안보공약의 신뢰성이 지켜지지 않아서 버림 당하는 것이고, 연루는 자국의 안보와 상관없는 다른 지역의 쓸데없는 전쟁에 엮이게 되는 것이다.
-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하는 전통적 노선
“It may be dangerous to be America's enemy, but to be America's friend is fatal.”
미국의 적이 되는 것은 위험하다. 그러나 미국의 동맹이 되는 것은 치명적이다.
헨리 키신저가 닉슨행정부 시기 남베트남 문제에 대해서 한 말#
큰 틀에서는 한미 간에 이해관계가 일치하지만, 서로 충돌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표적인 예시들로, 한국전쟁 시기 이승만 정부는 38선을 넘어서 북진하여 한반도 통일을 하여야 항구적 평화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보았지만, 미국은 파벌에 따라서 38도선 이북으로의 북진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있었다. 당시 정치적 야망을 가지고 있던 더글러스 맥아더가 이승만의 북진에 적극 동의하여, 북진이 이루어졌다. 또한 중공군 개입후 후퇴하게 되자, 미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이어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고, 당시 프랑스가 치르고 있는 베트남에서의 전쟁에 관심을 가졌는데 1954년 프랑스는 디엔비엔푸 전투에서 패전했다. 미국은 빨리 휴전하고 싶어했지만, 이승만이 반공포로를 석방하면서까지 휴전에 반대하여, CIA는 이승만 제거를 계획하기도 하였다. 이승만은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을 대가로 휴전에 동의하였다.미국의 적이 되는 것은 위험하다. 그러나 미국의 동맹이 되는 것은 치명적이다.
헨리 키신저가 닉슨행정부 시기 남베트남 문제에 대해서 한 말#
또한 박정희 시기에, 한국 청와대까지 무장공비가 대통령 모가지를 따러 침투하는 일이 발생하고, 황인종의 한국군 누적 수천명이 휴전선 일대에서의 도발로 사망하였어도, 미국은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한국의 보복을 금지하였는데, 판문점에서 백인 미군 장교 2명이 도끼에 살해당하자 대대적인 무력시위를 전개하는 이중잣대를 보여주었다. 이는 당시 미국이 주한미군 7사단을 일방적으로 철수한 것과 맞물려서, 박정희는 미국에 대한 불신과 환멸을 가지고 핵개발을 진행하게 된다.
간혹, 미국이 '선의'로 한국을 공산권 침략으로부터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참전해서 피흘렸고, 한국은 이에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가 있는데, 현실주의와 정반대되는 주장으로, 이상주의와 자유주의적 관점의 주장이다. 현실주의적 관점에서의 미국의 참전은, 유엔이 만든 나라로 상징성이 꽤 큰 한국에서의 전쟁을 이용하여, 유엔 주도의 전후질서를 확립하고, 당시 막 창설된 나토 동맹에게 신뢰를 주어 리더십을 발휘하게 된다. 또한 미국은 전통적으로 고립주의 성향이 강했는데, 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나서 대대적으로 군축하자는 염전성향의 고립주의 여론으로 인하여 불가피하게 군축을 진행하여 당시 미군의 상태가 형편없었는데, 이러한 상태로는 냉전에서 소련의 위협에 맞설 수가 없었다. 마침 딱 좋게 발생한 한국전쟁으로 공산권의 위협을 대대적으로 부각하여 고립주의 여론을 제거하고 개입주의자들이 승리하게 되었으며, 대대적인 군비증강의 계기가 되어서 미국의 냉전승리에 중요한 분기점을 차지한다. 또한 당시 중요한 지정학적 요충지인 일본에서의 미군의 영구적 주둔이 불안정했고, 이는 이후 안보투쟁으로 현실화 되었는데, 당시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북한이 침공하게 된 한국에서의 전쟁을 보여줌으로써, 주일미군에 대한 일본인들의 반대여론을 잠재우려 시도하였다.
미국 대신 중국과의 동맹을 추구하여 미국, 일본을 포함한 서방국가와 적대. 러시아만큼은 아니겠지만 설령 친중 노선을 탄다고 해도 중국에게서 한미동맹에 준한 정도의 안보 협력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해외 주둔 중국군들은 전부 중국이 돈주고 해외 군항을 임차한 것이지 주한미군처럼 영구주둔하면서 공동안보체제를 구축한 것이 아니다.
한러관계를 개선하여 역시 러시아와 경쟁 관계인 중국·일본 사이에서 세력균형을 도모[1][2]
- 자주국방노선 대한민국의 핵무장 - 드골주의에 가깝다. 박정희 정부당시 베트남전에 파병하면서 미국을 도와줬지만, 미국은 베트남전 패배로 인하여, 아시아 지역의 안보는 아시아가 스스로 감당하라는 닉슨 독트린을 발표한다. 닉슨은 주한미군 2사단과 7사단을 모두 철수하려 하였고, 박정희는 한국과 상의 없는 주한미군 철수에 반대하였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과 상의없이 주한미군 7사단을 일방적으로 철수하였다. 이로 인하여, 미국의 안보공약의 신뢰성이 저하되면서 프랑스의 도움으로 핵개발을 시도하였으나, 박정희 암살 후에 전두환이 집권하여 핵개발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였다. 한미동맹이 북한의 핵무장을 저지하는데 실패하면서, 점점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 아직까진 북한의 핵전력이 미국에 도달하기 어려워 핵우산에 기댈 수 있겠지만, 북한의 핵전력이 발전하면서 미국의 핵우산을 신뢰할 수 없게 되는 시점이 오면,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 다자주의적 지역 연합 : 한일관계 및 대만·인도·동남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개선하여 역내 중견국 간 독자적 이익공동체를 도모한다. 동아시아지역의 긴장이 낮고, 주변국과의 관계가 원만할 때에 가능하다.
- 비동맹 중립 노선 : 동아시아지역의 긴장이 아예 사라지고 세계평화가 영구적으로 도래하면 가능하다. 중립은 국제사회에서 '적이 아니다'라는 의미 보다는 '아군이 아니다'라는 의미로 인식된다. 그 예시로 중립외교를 선택했던 벨기에와 네덜란드, 노르웨이, 덴마크는 2차세계대전에서 전쟁에 휘말렸다. 또한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가, 중국같은 대륙세력과 일본같은 해양세력의 한복판에 놓인 육교로서, 중국과 일본에게는 매우 중요한 위치라서, 필연적으로 갈등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위치이다. 중립외교를 한 대한제국 때에 영국과 러시아의 그레이트 게임으로 거문도 점령사건이 일어났고,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이 일어났다. 구한말에 비해 한국의 국력은 성장하였지만, 아직까지도 주변 열강들을 한국이 독자적인 국력으로 상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립을 한다면 무장중립이 되어야 할텐데, 최소 필요요건은 핵무장이다.
- 동북아 균형자론 : 균형자 정책은 지역 내에서 우세한 세력이 해당 지역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대영제국이 유럽에서 '영광스러운 고립/영광의 고립'을 유지하다가, 나폴레옹 프랑스 제국이나, 나치 독일처럼 눈에 띄게 성장하는 국가들을 견제한 것이 유명한 사례이다. 노무현 정부가 2005년에 "우리 외교는 동북아 질서를 평화와 번영의 질서로 만들기 위해 역내 갈등과 충돌이 재연되지 않도록 균형자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 이라고 주장했으나, 주변국에 비해 열세한 국력을 가진 한국이, 균형자로써 강대국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겠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과대망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사실 엄밀히 따지면 이 동북아 균형자론도 "한미동맹을 토대로 협력과 통합의 동북아질서 구축을 위해 외교부가 전략적인 안목과 방향성을 갖고 정책을 주도해나가달라" 고 말한 것처럼 한미동맹에 기반하는 주장이었기에, 비동맹 노선이라고 보기 어렵다.#1 #2 노무현 정부는 압도적인 힘에 의하여 강대국 사이의 갈등을 조정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한미동맹에 기반하여 모두와 원만한 관계로 중재한다는 의미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1 #2 #3 용어 선택을 잘못했다고 볼 수 있는데, 한미동맹에 기반하여 모두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중재자에 가까운 정책이므로, 균형자보다는, 중재자나 조율자라는 용어가 더 적절하다.
- 북방정책 - 동구권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으로 신시장 개척과 대북 압박이 주요 목표였으며 그 결실로 한소 수교와 한중 수교등을 들 수 있다.
- 신남방정책 - 한국 경제 외교의 문제점인 대중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서 문재인 정부 당시 적극 추진하였다.
3. 북아메리카
3.1. 미국
먼로 독트린: 고립주의이자, 타국의 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간섭을 거부하는 정책이다. 당시 미국은 유럽 열강보다 약했기에, 유럽의 문제에 얽히거나 끌려들어가지 않으려고 하였다.세력균형: 냉전 종식과 걸프전 승전으로 미국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단극 질서를 형성하며 세계경찰 역할을 했었던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가 끝났다. 1990년대 미국의 전성기에는 미국이 발칸반도의 코소보 내전에 개입하여 러시아 세력권인 세르비아를 공격해도, 러시아가 뭘 어찌 할 수가 없었다. 미국이 코소보 내전에서 중국 대사관을 폭격했어도, 중국도 뭐라 찍 소리를 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미국이 아프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의 수렁에 빠져들고 2008년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금융위기를 겪게 된다. 자유주의(국제관계학) 패권을 위한 무분별한 힘의 확장과 개입주의로 인하여, 미국의 국력이 소모되었다. 그 결과로 더이상 러시아나 중국 같은 주요국가들은 미국에게 순응하지 않으며, 군사적으로 대치하기까지 한다. 중국이나 러시아의 군함이나 전투기, 폭격기가 미국 군함이나 비행기에 근접하여 위협을 가하는 일이 일상적으로 이뤄질 지경이다. 이러한 모습은 미국의 전성기던 1990년대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미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던 탈냉전의 시대와 팍스 아메리카나는 끝장났으며, 최근에는 이를 신냉전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중국은 대놓고 대만에 위협을 가하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으며, 미국의 억제력은 발휘되지 않고,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와의 직접 대결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인다. 브릭스가 확장되고 있으며, 중동에서 터키나 사우디 아라비아같은 미국의 전통적 동맹들에게 조차도 미국의 지배력이 발휘되지 않고, 독자 노선을 걷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미국 패권의 쇠퇴는, 미국이 자유주의 패권을 위해 세계경찰이라며 세계 곳곳에 무분별하게 개입하여 국력을 낭비하였기 때문이다. 이에 현실주의 학자인 스티븐 월트와, 심지어 즈비그뉴 브레진스키와 같은 자유주의자들 조차도 역외균형 정책을 취할 것을 제안한다.
즈비그니에프 브레진스키가 저술한 '전략적 비전'에서 국가들의 국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신흥국들의 국력이 증대되어 세계가 다극화되면서, 서방이 상대적으로 쇠퇴하고 아메리칸 드림이 매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2025년이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미국이 쇠퇴한다고 해도 중국이 미국을 대체하지는 못 할 것이며, 미국이 쇠락하면 세계에서 혼란이 증대될 것이라고 보았다. 미국의 쇠락으로 지정학적 위기를 겪게 될 나라들로,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대만, 한국 등을 제시하였다. 미국은 세계경찰 노릇을 하기보다는 지정학적인 안정을 위한 균형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안: 역외균형
...
역외균형은 미국이 지향하는 모습에 맞춰 세계를 개조하는 대신, 세계적 세력균형에서 미국의 위치에 관심을 두면서 다른 나라가 미국을 위협할 수도 있는 방식으로 힘을 투사하는 것을 막는데 초점을 둔다. 따라서 역외균형은 미국의 사활이 걸린 이익이 직접 위협받을 때에만 해외에서 힘을 사용하라고 요구한다.
특히 역외균형에 따르면 미군을 보내서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 정도로 전세계에서 미국의 안보와 번영에 관한 사활적 이익이 걸린 지역은 일부에 불과하다. 첫 번째로 사활적 이익이 걸린 지역은 서반구 그 자체다. 이 지역에서 미국의 지배적 위치는 어떤 이웃 국가도 미국 본토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할 수 없도록 만든다. 이처럼 운이 좋은 상황은 다른 어떤 주요 강대국도 누려본 적이 없는 호사이다.
하지만 고립주의자와는 달리 역외균형론자는 멀리 떨어진 세 지역인 유럽, 동북아시아, 페르시아만 지역이 미국에 중요하다고 믿는다. 유럽과 아시아는 산업강국과 잠재적 군사강국이 밀집한 핵심지역이어서 아주 중요하다. 페르시아만 역시 전 세계 석유의 약 30퍼센트를 생산하고 있고 확인된 매장량이 전 세계의 5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으며, 석유와 가스가 여전히 세계경제에 꼭 필요하기 때문에 적어도 현재로서는 중요하다.
역외균형론자로서는, 마치 미국이 현재 서반구를 지배하는 것처럼 지역 패권국이 등장해서 이러한 지역들 중 어느 한 곳을 똑같이 지배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한다. 유럽이나 동북아시아에서 그런 국가가 출현한다면 상당한 경제적 영향력과 정밀무기 제조능력, 그리고 전 세계 곳곳에 힘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할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미국보다 더 많은 경제적 자원을 통제할 수도 있으며 군비 경쟁에서 미국을 능가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런 지역 패권국은 심지어 서반구에 있는 국가와 동맹을 체결할 수도 있고, 이 패권국의 본토가 주변국으로부터 심각하게 위협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미국 영토 가까이에서 간섭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유럽과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최우선 목표는 이 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가 주변국을 신경 쓰느라 서반구나 미국에 매우 긴요하다고 생각되는 지역까지 진출해서 마음대로 누비지 못하게 역내 세력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페르시아만에 패권국이 등장하는 상황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런 국가가 이 지역으로부터의 석유 공급을 방해할 수도 있고, 세계경제에 피해를 주고 미국의 번영까지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 지역을 통제할 필요는 없다. 이 지역이 다른 주요 강국, 특히 미국에 필적할 만한 경쟁국이 장악하지 못하게 하기만 하면 이런 핵심적인 전략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역외균형이 어떤 식으로 작동할 것인가?
역외균형 전략에 따르면 미국 국가안보 기관의 적절한 규모와 역할은 핵심 지역 내 권력분배 상황에 따라 좌우된다. 만약 유럽이나 동북아시아, 혹은 페르시아만에 두드러진 패권국이 없다면 미국이 지상군이나 공군을 그 지역에 배치해야 할 이유가 없고, 다른 주요국을 왜소하게 보일 정도로 방대한 외교 안보 조직도 거의 필요없다.
만약 잠재적 패권국이 등장한다면 미국은 첫 번째 방어선으로서 일단 현지 세력에 의존해야 한다. 이 나라들이 먼저 각자의 이익을 위해 세력균형을 유지하고 스스로 역내 안보를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미국은 물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으며, 만약 특정한 역내 국가가 정복당할 위기에 처하면 지원하겠다고 약속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대규모로 미군을 배치하지 않고 자제해야 한다. 일부 경우에는 해외에 소규모 파견대와 정보수집 시설, 혹은 사전 배치된 물자를 유지하는게 현명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국가가 자신이 속한 지역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막는 데 역내 국가들이 더 큰 이익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체로 미국은 이들에게 "책임을 떠넘길" 것이다.
하지만 만약 역내 국가들이 그들 스스로 잠재적 패권국을 봉쇄하지 못한다면 미국은 역내균형을 미국에 유리하게 바꿔놓기 위해 반드시 이 지역에 충분한 군사력을 투입해야 한다. 만약 역내 국가들이 그들 스스로 균형을 유지할 수 없다면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 미군이 필요할 수도 있다. 가령 미국 지도자들은 서유럽 국가들이 독자적으로 소련을 봉쇄할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에 냉전기 내내 유럽에 대규모의 미 지상군과 공군을 유지했다.
다른 경우로서, 만약 어느 한 편이 지역 패권국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면 미국은 전쟁이 시작된 후에 개입할 수도 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당시에 미국은 이런 식으로 참전했다. 두 번 다 독일이 전쟁에서 승리해서 유럽을 지배할 것처럼 보이고 나서야 미국이 늦게 참전했다.
...
자유주의 패권 때문에 미국은 낯선 곳에서 민주주의를 전파하는 데 전념하게 되고, 때로는 군사점령까지 해야 하며, 항상 현지의 정치 시스템을 좌우하려고 하게 된다. 이런 시도를 할 때마다 항상 지역사회로부터 민족주의적인 반감을 초래하기 마련이며, 때로는 테러리즘을 비롯한 폭력적 저항까지 촉발한다. 동시에 정권 교체를 통해 미국의 가치를 전파하려고 할수록 현지 제도가 손상되며, 정부의 통제로부터 벗어나 폭력적 극단주의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난다. 그리하여 자유주의 패권은 테러리스트를 부추기며 이들의 활동을 용이하게 해준다.
역외균형은 대규모의 사회공학을 기피하고 미군의 개입을 최소화함으로써 이 문제를 경감시킨다. 어떤 특정한 나라가 아주 중요한 지역에 위치해 있으면서 잠재적 패권국으로부터 위협받을 때만 미군이 주둔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잠재적 피해국이 미국의 보호를 고맙게 여기며 미군을 점령군으로 간주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일단 위협이 사라지면 미군이 수평선 너머 멀리 사라지고 현지 정치에 간섭하지도 않을 것이다. 역외균형은 다른 나라의 주권을 존중함으로써 반미 극단주의의 강력한 원천인 민족주의적 분노를 유발할 가능성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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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외균형은 오늘날 급진적인 아이디어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수십 년 동안 미국 외교 정책을 위한 기본 논리를 제공했다. 미국 정부는 19세기에 강력한 국가 건설과 서반구에서의 패권 구축에 골몰하고 있었다. 미국이 이 목표를 1900년 즈음에 달성했으나 계속해서 강대국들끼리 서로를 견제하도록 했으며, 두 번의 세계대전에서 그랬듯이 전략적인 핵심 지역 중 하나 또는 그 이상의 곳에서 세력균형이 붕괴할 때만 군사적으로 개입했다.
미국 정책은 냉전기에도 똑같은 논리에 따라 움직였지만 때로는 상황에 맞춰 다르게 대응해야 했다. 유럽과 동북아시아 지역의 동맹국들이 독자적으로 소련을 봉쇄하지 못했기에 미국은 유럽과 동북아시아 "역내"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동맹을 구축했고, 상당한 규모의 병력을 두 지역에 주둔시켰다. 동북아시아에서 세력균형을 유지하고 소련이 일본을 더 위협하지 못하게 하려고 한국전에 참전했다.
미국 외교의 대전략, 327~332p, 스티븐 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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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외균형은 미국이 지향하는 모습에 맞춰 세계를 개조하는 대신, 세계적 세력균형에서 미국의 위치에 관심을 두면서 다른 나라가 미국을 위협할 수도 있는 방식으로 힘을 투사하는 것을 막는데 초점을 둔다. 따라서 역외균형은 미국의 사활이 걸린 이익이 직접 위협받을 때에만 해외에서 힘을 사용하라고 요구한다.
특히 역외균형에 따르면 미군을 보내서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 정도로 전세계에서 미국의 안보와 번영에 관한 사활적 이익이 걸린 지역은 일부에 불과하다. 첫 번째로 사활적 이익이 걸린 지역은 서반구 그 자체다. 이 지역에서 미국의 지배적 위치는 어떤 이웃 국가도 미국 본토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할 수 없도록 만든다. 이처럼 운이 좋은 상황은 다른 어떤 주요 강대국도 누려본 적이 없는 호사이다.
하지만 고립주의자와는 달리 역외균형론자는 멀리 떨어진 세 지역인 유럽, 동북아시아, 페르시아만 지역이 미국에 중요하다고 믿는다. 유럽과 아시아는 산업강국과 잠재적 군사강국이 밀집한 핵심지역이어서 아주 중요하다. 페르시아만 역시 전 세계 석유의 약 30퍼센트를 생산하고 있고 확인된 매장량이 전 세계의 5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으며, 석유와 가스가 여전히 세계경제에 꼭 필요하기 때문에 적어도 현재로서는 중요하다.
역외균형론자로서는, 마치 미국이 현재 서반구를 지배하는 것처럼 지역 패권국이 등장해서 이러한 지역들 중 어느 한 곳을 똑같이 지배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한다. 유럽이나 동북아시아에서 그런 국가가 출현한다면 상당한 경제적 영향력과 정밀무기 제조능력, 그리고 전 세계 곳곳에 힘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할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미국보다 더 많은 경제적 자원을 통제할 수도 있으며 군비 경쟁에서 미국을 능가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런 지역 패권국은 심지어 서반구에 있는 국가와 동맹을 체결할 수도 있고, 이 패권국의 본토가 주변국으로부터 심각하게 위협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미국 영토 가까이에서 간섭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유럽과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최우선 목표는 이 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가 주변국을 신경 쓰느라 서반구나 미국에 매우 긴요하다고 생각되는 지역까지 진출해서 마음대로 누비지 못하게 역내 세력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페르시아만에 패권국이 등장하는 상황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런 국가가 이 지역으로부터의 석유 공급을 방해할 수도 있고, 세계경제에 피해를 주고 미국의 번영까지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 지역을 통제할 필요는 없다. 이 지역이 다른 주요 강국, 특히 미국에 필적할 만한 경쟁국이 장악하지 못하게 하기만 하면 이런 핵심적인 전략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역외균형이 어떤 식으로 작동할 것인가?
역외균형 전략에 따르면 미국 국가안보 기관의 적절한 규모와 역할은 핵심 지역 내 권력분배 상황에 따라 좌우된다. 만약 유럽이나 동북아시아, 혹은 페르시아만에 두드러진 패권국이 없다면 미국이 지상군이나 공군을 그 지역에 배치해야 할 이유가 없고, 다른 주요국을 왜소하게 보일 정도로 방대한 외교 안보 조직도 거의 필요없다.
만약 잠재적 패권국이 등장한다면 미국은 첫 번째 방어선으로서 일단 현지 세력에 의존해야 한다. 이 나라들이 먼저 각자의 이익을 위해 세력균형을 유지하고 스스로 역내 안보를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미국은 물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으며, 만약 특정한 역내 국가가 정복당할 위기에 처하면 지원하겠다고 약속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대규모로 미군을 배치하지 않고 자제해야 한다. 일부 경우에는 해외에 소규모 파견대와 정보수집 시설, 혹은 사전 배치된 물자를 유지하는게 현명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국가가 자신이 속한 지역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막는 데 역내 국가들이 더 큰 이익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체로 미국은 이들에게 "책임을 떠넘길" 것이다.
하지만 만약 역내 국가들이 그들 스스로 잠재적 패권국을 봉쇄하지 못한다면 미국은 역내균형을 미국에 유리하게 바꿔놓기 위해 반드시 이 지역에 충분한 군사력을 투입해야 한다. 만약 역내 국가들이 그들 스스로 균형을 유지할 수 없다면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 미군이 필요할 수도 있다. 가령 미국 지도자들은 서유럽 국가들이 독자적으로 소련을 봉쇄할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에 냉전기 내내 유럽에 대규모의 미 지상군과 공군을 유지했다.
다른 경우로서, 만약 어느 한 편이 지역 패권국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면 미국은 전쟁이 시작된 후에 개입할 수도 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당시에 미국은 이런 식으로 참전했다. 두 번 다 독일이 전쟁에서 승리해서 유럽을 지배할 것처럼 보이고 나서야 미국이 늦게 참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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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패권 때문에 미국은 낯선 곳에서 민주주의를 전파하는 데 전념하게 되고, 때로는 군사점령까지 해야 하며, 항상 현지의 정치 시스템을 좌우하려고 하게 된다. 이런 시도를 할 때마다 항상 지역사회로부터 민족주의적인 반감을 초래하기 마련이며, 때로는 테러리즘을 비롯한 폭력적 저항까지 촉발한다. 동시에 정권 교체를 통해 미국의 가치를 전파하려고 할수록 현지 제도가 손상되며, 정부의 통제로부터 벗어나 폭력적 극단주의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난다. 그리하여 자유주의 패권은 테러리스트를 부추기며 이들의 활동을 용이하게 해준다.
역외균형은 대규모의 사회공학을 기피하고 미군의 개입을 최소화함으로써 이 문제를 경감시킨다. 어떤 특정한 나라가 아주 중요한 지역에 위치해 있으면서 잠재적 패권국으로부터 위협받을 때만 미군이 주둔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잠재적 피해국이 미국의 보호를 고맙게 여기며 미군을 점령군으로 간주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일단 위협이 사라지면 미군이 수평선 너머 멀리 사라지고 현지 정치에 간섭하지도 않을 것이다. 역외균형은 다른 나라의 주권을 존중함으로써 반미 극단주의의 강력한 원천인 민족주의적 분노를 유발할 가능성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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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외균형은 오늘날 급진적인 아이디어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수십 년 동안 미국 외교 정책을 위한 기본 논리를 제공했다. 미국 정부는 19세기에 강력한 국가 건설과 서반구에서의 패권 구축에 골몰하고 있었다. 미국이 이 목표를 1900년 즈음에 달성했으나 계속해서 강대국들끼리 서로를 견제하도록 했으며, 두 번의 세계대전에서 그랬듯이 전략적인 핵심 지역 중 하나 또는 그 이상의 곳에서 세력균형이 붕괴할 때만 군사적으로 개입했다.
미국 정책은 냉전기에도 똑같은 논리에 따라 움직였지만 때로는 상황에 맞춰 다르게 대응해야 했다. 유럽과 동북아시아 지역의 동맹국들이 독자적으로 소련을 봉쇄하지 못했기에 미국은 유럽과 동북아시아 "역내"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동맹을 구축했고, 상당한 규모의 병력을 두 지역에 주둔시켰다. 동북아시아에서 세력균형을 유지하고 소련이 일본을 더 위협하지 못하게 하려고 한국전에 참전했다.
미국 외교의 대전략, 327~332p, 스티븐 월트
[1] 단, 중국과는 달리 러시아는 동북아의 험난한 정치지형에서 한국을 지켜줄 의지도 힘도 없다. 따라서 이것이 최소한 가정으로서라도 성립하려면, 미국에 도널드 트럼프처럼 친러적인 대통령이 들어선 상황에서 미·러가 한반도에서의 공동 세력권 유지에 합의한 상황이어야 한다. 인도의 경우처럼 말이다. 그나마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미중 패권 경쟁 과정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유의미하게 쇠퇴할 경우 미국이 "중국이나 (그 시점에서는 더 이상 못 믿게 될) 일본에 넘겨주느니 러시아가 그나마 낫다"는 전략적 판단을 하는 경우일 것이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비현실적이라는 이야기이기도 하고.[2] 다만 한국사에서 실제로 비슷한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닌데, 바로 광복 직후 미군정과 소군정 시기였다. 해당 시기 미국 입장에서 일본 제국은 주적이었고, 중화민국은 일단 동맹국이긴 했지만 여러모로 못 미더운 국가였다 보니, 이념적으로 대립 관계이긴 해도 아쉬운 대로 손잡아 왔던 소련과 한반도를 분할했다. 짧은 기간이긴 했지만 더 이전으로 거슬러 가면 아관파천같은 사례도 존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