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6진의 난(六鎭之亂)은 중국 남북조시대 북위 후반기(524~530년)에 일어난 대반란이다. 북진의 난이라고도 한다. 6진이란 회삭진(懷朔鎭)·무천진(武川鎭)·무명진(撫冥鎭)·유현진(柔玄鎭)·옥야진(沃野鎭)[1]·회황진(懷荒鎭)을 말하며, 이외에 다른 진을 빼고 어이진(禦夷鎭)을 추가하기도 한다.이 반란으로 인해 당대 동아시아의 패권국중 하나였던 북위는 거의 국가 체제가 붕괴되었고, 반란이 간신히 마무리된 후에도 곳곳에서 군벌 반란 세력들이 활개치는 데다가 이들이 외부에 지원을 요구하는 바람에 남조인 남량까지 공격해오고, 반란을 진압하러 돌아다니던 최대 군벌 세력인 이주씨의 수장 이주영이 정쟁속에서 암살당하면서 결국 북위는 국토가 두 조각나 북제와 북주로 갈라지는 형태로 멸망했다. 즉 남북조시대의 후반기가 시작되는 대사건이었다.
2. 발단
2.1. 북위의 한화정책
북위는 제3대 세조 태무제 시기에 북하와 북연, 북량을 멸망시키고 남하하여, 황하 이남의 대부분을 장악했던 유송 세력을 회하 이남까지 밀어내고 화북을 완전히 점유했으며, 유목제국인 유연을 대파하여, 고비사막 너머로 쫓아버리고, 서역 20개국의 조공을 받는 등 동아시아의 패권국으로 성장했다. 이런 북위의 팽창에 두려움을 느낀 유송, 유연, 고구려는 지속적으로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북위를 견제했지만 북위를 단독으로 상대할 수 있는 국가는 없었다.[2]이런 북위의 팽창에는 물론 탁발선비의 강력한 군사력이 큰 몫을 담당했지만 동시에 산동 지역의 문벌귀족, 즉 산동 귀족의 협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들은 북위가 아직 대국(代國)이라는 이름으로 산서성 서쪽에서 움츠리고 있을 때부터 이미 탁발씨 황실에 협력했고, 하북 지역이 북위에게 장악된 뒤에는 대거 북위에 가담하여 주요 정책을 입안하고, 군사 전략을 짜는 데 협력해 화북 전역의 통일에 크게 기여했다.북위는 이들 한인 문벌귀족의 생각대로 변화했다. 국사필화 사건으로 인해 최호를 필두로 하던 문벌귀족층이 큰 타격을 입기도 했으나 북위 정권은 이들 문벌귀족의 협력없이는 제대로 된 통치가 불가능했고[3] 선비족 유력자들과 한인 문벌귀족들 간 통혼도 잦아졌으며, 이들의 중국 문명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졌다. 이는 곧 선비족 지배층의 한화정책에 대한 거부감이 갈수록 약화되어 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기다 유송의 정치적 혼란으로 남조의 국경지대 토호들 및 휘하 백성들이 북위에 귀순하면서 북위 내에서의 한인 사대부층의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되었다.
국사사건으로 잠시 주춤했던 한화정책은 제7대 고조 효문제 치세(471~499)에 다시 활성화되었다. 전반기인 문성문명황후 풍씨의 섭정시대(471~490)에 삼장제와 균전제가 실시되어 지방행정에 대한 중국적 중앙집권제가 시작되었고, 문성문명황후가 사망한 후, 효문제 친정 시기(490~499)에 한화정책은 본격화되어 북위가 완전한 중국적 왕조가 되도록 했다. 이때의 한화정책으로는 낙양(洛陽) 천도, 호한(胡漢)간 결혼 장려, 호성(胡姓)의 한성(漢姓)으로의 개변, 호속(胡俗)•호어(胡語) 금지, 성족분정(姓族分定), 서교 제천 금지, 관제개혁 등이 있었다.
특히 사회적으로 중요한 정책은 성족분정 정책이었다. 이는 호족과 한족간 혼인 장려정책과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는데, 요약하자면 한인 산동 문벌귀족층에 선비족 지배층을 끼워넣는다는 정책으로, 그 결과 다음과 같은 가문 계층조직이 형성되었다.
| 호족, 한족의 가문 계층조직 | |||||
| 등급 | I | II | III | IV | V |
| 한족 | 4성(四姓) | 갑성(甲姓) | 을성(乙姓) | 병성(丙姓) | 정성(丁姓) |
| 호족 | 8성(八姓) | 성(姓) | 족(族) | 성, 족의 방계 | |
이중 한족에서는 제1계급인 4성(범양 노씨[4], 청하 최씨[5], 형양 정씨, 태원 왕씨[6]), 그리고 그외의 농서 이씨[7] 및 조군 이씨[8]의 총 5개 성씨가 탁발씨(원씨) 황실과 통혼이 가능한 최고급 귀족으로 평가되었고, 그 밖의 가문에 대해서는 선조대부터 3대에 걸처 차지한 관작의 고하에 따라 네 등급의 가문으로 나누었다(제1계급인 4성도 넓게는 갑성에 속한다).
호족에서는 마찬가지로 제1계급인 목씨, 육씨, 하씨, 유씨, 누씨, 우씨, 혜씨, 위씨가 탁발씨(원씨) 황실과 통혼하기에 손색이 없는 최고급 귀족으로 평가되었고, 이들은 시조인 도무제 시기부터의 개국공신 가문들이었다. 그외에 부락대인의 후손 여부, 북위 건국 이래 얼마나 높은 관작을 차지했는가를 기준으로 나누었다.
이러한 한화정책의 결과, 선비족 귀족층은 한족 문벌귀족층에 편입되었다. 효문제가 의도했던 대로 이들 선비족 지배층은 완벽하게 문벌귀족층에 합류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는 선비족들 사이의 계층 분화를 심화시켰고, 이에 따른 차별이 심각해졌다.
2.2. 정치적 혼란
효문제 사후 북위의 정치가 혼란스러워진 것은 이러한 문제를 더해 주었다. 효문제는 33세에 붕어했고, 두 번째 황태자[9]인 세종 선무제가 제8대 황제로 즉위했지만 외척인 고조(高肇)가 실권을 잡아, 원씨 황족은 권력에서 배제되었다.선무제가 17년의 치세 끝에 붕어하자 황태자였던 숙종 효명제가 제9대 황제로 즉위했다. 선무제가 이때 북위의 '자귀모사'(子貴母死) 제도, 즉 황태자의 친모를 죽이는 법을 폐지하여[10] 후궁 호씨는 북위 역사상 최초로 친모에서 황태후로 올라간 인물이 되었는데, 이 영태후 호씨는 자기 동생의 남편인 원차, 친아들인 효명제와 권력투쟁을 벌였다. 북위 조정은 이로 인해 한화정책의 부작용을 해결할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었다.
2.3. 군대의 불만과 봉기
한화정책에 가장 불만을 품은 것은 군대였다. 이는 이들이 낮은 신분층에 속하게 되면서 차별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북위의 강력한 군대는 화북 통일의 근본적인 기반이었으며 낙양 천도 후에도 이어진 지속적인 전쟁에서 북위가 우위를 점하는 근본적인 밑바탕이 되었다. 이들은 스스로를 상층부 못지 않은 화북 통일 공신의 후손들이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화정책이 지속되면서 북위 조정은 군대를 낮은 신분으로 두고 차별했다.여기에 군대가 북위의 한화정책에서 가장 한화가 늦은 집단이었다는 것도 불만을 가지게 되는 요소가 되었다. 낙양의 북위 조정을 구성하는 과거의 선비족 유력자층은 이미 문화적으로도, 사상적으로도, 혈통적으로도 중국적인 귀족으로 변모한 지 오래였지만 군대에서는 여전히 선비족의 언어가 통용되었고, 글보다는 무예를 익혔으며 병역에 복무했다. 북위의 군대 내에도 한족이 적지 않았지만 이들은 오히려 선비족화하여 선비족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게 되었다. 즉 완전히 한화된 중앙 지배층과 여전히 선비족의 전통을 유지하는 군인들 사이에는 거의 민족급의 차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북위 원씨 황실 및 지배층은 자신들의 기반인 군사력에서 분리, 고립되어 버렸지만, 정치적 혼란 속에서 정쟁에 몰두하던 이들은 그런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했다.
결국 이는 우림(羽林)의 변과 6진의 난의 근본적인 동기가 되었다.
2.3.1. 중앙군의 불만 - 우림의 변(519)
북위의 관료체계가 심화되면서 상층 관직은 최고급 호족 귀족들도 많이 차지했지만 중하위 관직은 한족 지식인층이 대부분 독점했다. 이들은 이를 자신들의 세력권이라 여겼고, 군인들이 이쪽으로 넘어오는 것은 자신들의 세력권 침탈이라고 생각했다. 그 결과 군대와의 긴장감은 커져갔고, 군대의 불만은 커졌다.처음 이런 불만을 표출한 것은 낙양 천도 당시 같이 이주하여 중앙 근위군을 형성한 우림(羽林)군 및 호분(虎賁)군이었다.[11] 이들은 이주 대상으로 뽑혔다는 데서 알 수 있듯 군인 계층 내에서는 상당히 신분이 높은 집단이었으며, 북위가 지속적으로 남정을 행하는 동안 군의 중추로 전쟁에 참여했다. 그러나 이들 또한 신분이 낮게 취급되어 큰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
519년, 한인 명문 가문 출신인 장중우가 엘리트 코스의 관직에 무인을 등용하지 말 것을 건의하자 이들 근위군의 불만이 폭발했다. 우림, 호분군 약 1,000여 명이 모여 상서성에 항의 시위를 하고 욕설을 퍼부으며 돌을 던진 뒤 장중우의 저택을 태워버렸고, 중상을 입은 장중우는 간신히 도망쳤지만 장중우의 아버지는 큰 화상을 입고 이틀 뒤에 사망했다. 이를 일컬어 우림의 변이라고 한다.
당시는 호태후가 섭정하던 시대였다. 조정은 일단 임시방편으로 상황을 무마하는 데 치중했다. 즉 가장 흉포한 주동자 8명만을 골라 사형에 처한 후 나머지는 대사령을 내려 불문에 붙이고 이들 군대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무관의 지위에 따라 문관으로의 평행 이동을 승인한 것이었다. 이런 조치로 일단 근위군단의 불만을 해소하는 데 성공했다.
군대가 관직에 오를 수 있게 되면서 관직 임용도 변화했다. 관직의 수는 한정된 반면 자격자가 몇 배로 늘어났고, 이들 모두 하루빨리 관직에 오르기를 희망했기 때문에 더이상 일일이 능력을 살펴 판단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이 때문에 관직은 무조건 전직을 그만둔 후의 기간만을 기준으로 오래된 사람부터 차례대로 선발했다. 이를 '정년격'이라고 했다.
2.3.2. 지방군의 불만
중앙군의 불만은 일단 무마하는 데 성공했으나, 지방군의 불만은 여전했다.북위의 화북 지배는 군사적 지배의 비중이 매우 컸다. 북위는 일단 점령한 지역에 먼저 진(鎭)을 설치하여 군정을 실시했고, 이게 어느 정도 안정화되면 진을 주(州)로 바꾸어 지방관이 해당 지역의 군을 통솔하게 했다. 지역에 따라서는 진을 유지하면서 군사력으로 지방을 통치하기도 했다. 즉 '주진군'이라는 지방군을 운용하여 군정 중심적인 통치를 행한 것이다. 이들은 우림, 호분군에는 미치지 못할지언정 어쨌든 북위 정권을 유지하는 핵심 기반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 진에는 주로 선비계 부민이 배치되었고, 계속해서 그 자손이 군역을 이어받았으며, 중원의 한인들도 변방 주진으로 이주되어 군인으로 종사했다. 이들 이주된 한인들은 차츰 현지의 군사문화에 동화하여 선비족화했다.
그러나 한화정책의 결과, 북위가 문벌귀족 사회화되면서 이들 지방 주진군은 버림받았다. 중앙행정은 한화되었고 고위직, 하위직할 것 없이 한인이 대부분을 점유했지만 이들 주진군은 이런 정책 속에서 소외된 것이었다. 한때는 이들에게도 벼슬의 길이 열려 있었고 면세의 특권을 누렸으며 군공을 세운다면 높은 관직에도 나아갈 수 있었지만 낙양 천도 후 이들에게는 벼슬길에 나갈 길이 막혔고, 신분은 어느새 천한 수준으로 떨어져[12] 통혼에도 차별을 받았으며, 비참한 생활을 영유하게 되었다.
특히 이러한 불만이 증대하던 곳은 6진이라 불리는 지역이었다. 이들은 낙양 천도 이전의 수도인 평성 근방의 6개 진인 회삭진(懷朔鎭)·무천진(武川鎭)·무명진(撫冥鎭)·유현진(柔玄鎭)·옥야진(沃野鎭)·회황진(懷荒鎭)이었다. 6진의 위치가 평성 근방이라는 데서 알 수 있듯 북위 초창기에 이들은 사실상의 근위군이자 국가의 중심지를 지키는 핵심적인 지방군 세력으로 대접받았고 상위 신분에 가까운 위치를 점유했다. 그러나 낙양으로 천도하면서 이들은 여타 변경 주진과 동급 수준으로 떨어졌고, 주진군에 대한 대우 자체가 갈수록 떨어지면서 이들의 불만은 커지게 되었다. 한때는 유력 호족층이 이주되어 방위를 맡았던 이들 6진 지역에 어느 사이에 유형자, 즉 형을 받은 죄인들이 대신 이주되기 시작했고 기존의 병사들도 유형자와 동일한 취급을 받게 되었다. 처음에는 원씨 황실에서도 뛰어난 인물들이 진장에 임명되던 것이 용렬한 인물들이 임명되기 시작하면서 천민처럼 사역받는 신세가 되었다. 북위의 지배층과 장병들 사이의 유대관계가 깨지고 수탈과 예속의 관계가 된 것이었다.[13]
이들의 불만이 한계에 도달해 있다는 것은 이미 522년 튀르크계 철륵(퇼레스)과의 전쟁에서 확인되었다. 조정의 중신이었던 이숭은 이를 감지하고 모든 진을 주로, 부호를 평민으로 면책하고 예전처럼 대우해야 한다는 건의를 했다. 하지만 정쟁에 바쁘던 북위 조정에서 이런 건의는 무시되고 말았다.
결국 변방의 군인들은 중앙 정부에 대해 반란을 일으켰다. 6진의 대란의 시작이었다.
3. 지방군 봉기 - 6진의 반란(524~530)
3.1. 초기 6진의 난
524년[14] 봄, 6진 중에서도 가장 서북쪽에 위치한[15] 옥야진에서 파륙한발릉(破六韓抜陵)이라 불리는 진민이 진장을 죽이고 진왕 원년이라고 개원하면서 반란을 시작했다. 곧바로 파륙한발릉은 동진했고, 나머지 6진들을 공략했다. 524년 4월에 고평진에서 혁련은이 반란을 일으켜 파륙한발릉에게 협력했고, 토벌군을 지휘하던 임회왕 원욱이 참패하면서 이 반란 세력은 동으로는 요서, 서로는 감숙에 이르는 북변 전역을 장악했다. 이후 북위의 통치에 불만을 품은 변방의 여러 주에서 호응하는 반란들이 일어났다.북위는 이들에 대해 토벌을 시도했고, 숙적인 유연에게도 협력을 구했다. 반란을 미리 감지했던 이숭을 사령관으로 삼아 토벌군을 파견했으나, 이것도 잘 되지 않자 결국에는 모든 군진을 주로 개정하고, 군역의 부담을 지던 군호를 민호로 전환, 중앙군에 편입을 원하는 자들은 허용하고 유공자에게는 상을 준다는 호유(알아듣게 타이름)의 조서를 내렸다. 이런 대응책은 일단 효과를 보여, 6진의 군사는 북위의 토벌군을 여러차례 막아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후방으로 들이친 유연의 군대에 패배해 525년, 200,000명에 달하는 무리가 투항하여 반란은 진정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북위는 이들을 기주, 정주, 연주의 3개 주에 분산 배치하고 구휼 조치를 취하지 않아 반란의 불씨를 남겨두는 큰 실책을 저질렀다. 곧 이들 6진의 투항병들은 다시 봉기하여 북위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3.2. 성민(城民)의 반란(525)
북위의 통치는 군정에 가까운 것이었고, 이 말은 영토 내부에도 진이 잔존해있거나 주에 소속된 군대, 즉 성민(城民)이 있다는 것을 뜻했다. 이들의 처지 또한 북부의 6진과 유사했고, 6진에게 호응할 동기가 충분했다. 6진의 반란이 북위의 전 국토에 확산된 것도 이들 성민이 동조했기 때문이었다.525년 8월, 6진 중 파륙한발릉에게 동참하지 않았던 유현진에서 두낙주(杜洛周)의 반란이 일어났다. 두낙주는 연호를 '진환'이라 선포했고, 그 휘하에는 고환[16], 채준, 울령, 단영, 팽락 등의 인물들이 가담했다. 6진의 반란에 가담했다가 항복하고, 정주로 이치되었던 회삭진 내에서도 선우수례가 봉기했고, 이내 갈영(葛榮)이 봉기 세력을 접수해 반란을 이어나갔다. 갈영군은 북위의 토벌군 장수인 광양왕 원심을 격파, 살해하고 하북 남부 지역과 하남, 산동에 영향을 떨쳤으며, 두낙주 세력이 남하해 정주와 영주를 함락하자 이내 맞붙어 두낙주를 격파(528), 살해하고 그 세력을 흡수해 하북 전역을 장악하기에 이르렀다.
서쪽에서는 파륙한발릉이 봉기했을 때 호응한 세 개의 반란 세력이 준동하고 있었다. 섬서성 일대의 진이었던 고평진(高平鎭)에서는 혁련은(赫連恩)이 튀르크계 철륵[17] 추장 호침을 고평왕으로 추대했고, 호침이 파륙한발릉에게 유인되어 살해되자 묵기추노[18]가 이 세력을 접수했다. 진주성에서는 막절태제가 자칭 진왕이라고 내세우며 반란을 일으켰고, 남진주성의 손엄, 장장명, 한조향이 막절태제에 호응했다. 막절태제가 죽자 그 아들 막절염생이 황제를 참칭했다. 양주성에서는 우보제가 세력을 잡고 반란을 일으켰다. 이들 중 가장 세력이 큰 것은 현지의 티베트계 저족 및 강족의 지지를 받은 막절염생의 세력이었다. 이들은 동진하여 기주, 북화주, 빈주의 응대를 받았고, 내분으로 막절씨가 멸망했지만 이내 반란 토벌군의 지휘관인 소보인[19]이 자립을 시도했고, 패배하여 묵기추노에게 합류했다. 북위는 이들 반란군에 대해 간신히 장안을 지키는 데 급급했다.
파륙한발릉은 첫 봉기에서 실패해 세력을 잃은 후에도 계속 재기를 노렸다. 그는 철륵의 추장 곡률금[20]의 세력을 영입하기도 하고 서쪽의 막절염생 및 호침의 세력을 통제하는 등 여전히 강력한 세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남쪽에서도 문제가 생겼다. 6진의 난 이전까지 북위는 양나라와 거듭 전쟁을 계속했는데 북위의 공세를 양나라가 받아내는 구도였다. 그러나 6진의 난으로 북위가 대혼란에 빠지자 양나라는 공세로 전환했다. 527년, 명장 진경지가 주도하여 와양을 공격했고, 이에 대응해 북위는 원소(元昭) 지휘하에 50,000여 명의 병력을 구원군으로 파견했지만 진경지에게 13개 성채가 모조리 격파되고 와양성이 함락되며 구원군도 거의 전멸당해 와수(회하의 지류)가 시체로 물길이 막히고, 포로가 30,000명에 달하는 참패를 당했다.
이렇듯 동쪽에서는 갈영의 세력이 하북을 장악하고, 서쪽에서는 여러 반란군이 일어나 장안을 위협하며, 북쪽에서는 파륙한발릉이 재기의 기회를 노리고, 남쪽에서는 양나라의 북벌이 시작되자 사실상 북위는 장안과 낙양을 잇는 지역 외에는 제대로 통제되는 지역이 없을 정도로 막다른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이런 북위의 대혼란 속에서 일어선 사람이 이주영이었다.
3.3. 이주영, 정권을 장악하다 - 하음(河陰)의 변(528)
이주영은 글호부(契胡部)[21]에 속한 이주씨(爾朱氏) 일족의 수장이자 수용 일대의 추장으로, 8,000호에 달하는 부락민과 수만 필의 말을 소유한 강대한 세력이었다. 북위는 선비족에 대해서는 부락 체제를 해산시켰지만 다른 부족에 대해서는 부락 해산을 강요하지 않았으며, 대신 조공 관계를 유지했고, 이들의 수장을 '영민추장'으로 임명했다. 때때로 그들은 자기 부족의 군대를 통솔하여 북위의 대외전쟁에 참전했다. 이주영은 바로 그 영민추장 중 한 명이었다.이주영은 곳곳에서 반란이 일어나자 사재를 탈탈 털어서 유능한 무장을 모두 자신들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두낙주 세력이 붕괴되었을 때 고환, 단영, 울경, 채준, 후경 등 실력있는 인물들을 대거 영입했고, 파륙한발릉 세력이 패퇴했을 때는 곡률금을 영입하는 등 이주영 군단은 혼란 속에서 세력을 꾸준히 증대시켰다. 병력은 고작 8,000명 정도였지만 질적으로는 주변 세력과 비교할 바가 못될 정도로 정예 군단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528년이 되면 병주 지역은 사실상 이주영의 지배 영역이 되었고, 병주자사이자 북위의 황족이기도 한 원천목 등은 이주영에게 낙양의 조정을 장악할 것을 건의했다. 거기다 근위군 외의 모든 군대가 동요하고 지방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 데다 효명제와 호태후 간의 정치투쟁이 격화되자 결국 효명제는 이주영을 끌어들였다.
이주영 세력이 남하해 상당에 이르자 호태후 일파는 급해졌다. 결국 호태후는 효명제를 독살하고, 임조왕 원보휘(元寶暉)의 아들인 원조를 황제로 옹립했는데, 이때 원조의 나이는 고작 2세였다. 이는 이주영에게 중앙정치에 간섭할 명분을 주었다. 이주영은 병력을 이끌고 남하하여, 호태후의 저지를 뚫고 수도 낙양을 장악했으며 장락왕 원자유(元子攸)를 제10대 황제로 세우고 호태후와 어린 황제를 황하에 빠뜨려 죽였다. 이후 행궁의 서쪽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낸다는 명분으로 경종 효장제로 하여금 백관들을 이끌고 오게 한 후, 병력을 동원하여 승상, 사공 등 최고위직을 포함하여 백관 2,000여 명을 모조리 학살했다. 이것을 일컬어 하음의 변이라고 한다.
이후 고환은 주군인 이주영에게 제위에 오르라고 했지만 이주영은 휘하 병력이 채 10,000명도 안 되어 혼란을 통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고심끝에 이를 거부하고, 혼란을 막기 위해 조세와 부역을 면제하며, 휘하 장병들의 관직을 5계급 상승시켰고, 자신의 근거지인 진양(태원)으로의 천도를 계획했다가 반발을 사자 이를 포기했으며, 이후 낙양의 계엄령을 해제했다.
이주영은 북위 제국의 정권을 장악했다. 이후 6진의 난을 진압하는 것도, 남쪽의 양나라의 공세를 방어하는 것도 모두 이주영의 책임이 되었다.
3.4. 갈영의 패망과 하북의 평정(528~529)
이주영은 자신의 딸 이주영아[22]를 효장제 원자유의 황후로 세운 후 근거지인 태원으로 귀환했다. 그러나 여전히 이주씨 세력은 북위의 조정을 장악하고 있었으며, 이주영은 주국대장군, 녹상서사가 되어 실권을 장악했다. 그리고, 이주영의 세력 휘하에 있는 원천목이 대도독 동북도제군사로 임명되어, 하북을 장악한 갈영과 맞붙었다.갈영의 세력은 당시 거의 100만 명에 달하는 병력을 갖추었다고 자부했으며 업성을 점령하고 낙양까지 나아가겠다고 호언장담했다. 또한 태원 북쪽에서 갈영에 호응하는 고건, 고오조, 고계식 형제가 군대를 일으켜 이주영을 공격하며, 태원까지 진격해오기도 했다. 이주영은 이런 공격을 격파한 후 동생인 이주천광을 태원에 남겨서 지키게 하고 528년 9월, 7,000명의 병력을 이끌며, 태행 8형 중 네 번째 관문인 부구를 통과한 후 업성 근처로 진입했다.
단순히 숫적 차이만 따지고 보면 100만 대 7천으로 갈영군이 숫적으로 압도적이었기 때문에 갈영은 이주영 군단을 깔보고 업성 북쪽에서 부구까지 수십리에 걸처 병력을 늘여세워 대응했지만, 질적으로는 이주영 군단이 훨씬 강력하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이주영은 이를 이용하여, 군대를 산골짜기에 숨기고 기습부대를 편성한 뒤 먼지를 일으키고 북을 치도록 하여 병력의 규모를 숨긴 다음 갈영 세력의 지휘부를 향해 거듭 돌격하여, 이를 격파하고 갈영을 생포했다. 총 100만에 이른다는 갈영군은 이 단 한 번의 싸움으로 격파되었고, 수십만 명의 패잔병은 사방으로 흩어져 버렸다.
이주영은 갈영 세력의 패잔병이 충분히 분산되기를 기다렸다가 병력을 내보내 이들을 잡아서 쓸 만한 자들은 자신의 군대로 편입시켰다. 규모면에서 10,000명에 못 미치던 이주영 군단은 순식간에 수십만 명의 대군으로 부풀어올랐고, 후에 서위를 건국하는 우문태와 같은 유능한 인재들이 이주영 군단에 합류했다.
하음의 변 이후, 지방 각지에서는 독립 세력이 더욱 증대하여 유주에서는 형고가 하북의 유민 100,000 여명을 모아 스스로 한왕이라 칭하며 독립을 선언했고, 복양, 태산에서도 반란이 일어났으며 양나라의 장수 왕변이 서주를 공격하기도 하는 등 혼란이 가속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이주영은 최대의 반란 세력인 갈영을 단 한번의 교전으로 박살내고 혼란스러워지던 정국의 흐름을 뒤바꿔버렸다.
최대의 반란 세력인 갈영이 제거되었지만 하북에는 여전히 반란 세력들이 여럿 있었다. 형고의 세력이 유주에서 버티고 있었고, 갈영의 잔존 세력인 한영도 북쪽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주영에 의해 형고의 세력이 529년에 격멸당하면서 하북은 차츰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그 어떤 세력도 이주영 군단의 힘을 이기지 못했다.
그러나 이주영은 곧 귀환해야 했다. 남쪽의 문제가 매우 심각했다. 양나라의 명장 진경지의 북벌로 수도 낙양이 함락된 것이었다.
3.5. 양나라의 진격 - 진경지의 북벌(528~529)
북해왕 원호(元顥)는 호태후의 일파로, 관중 일대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파견되었다가 이주영에 의해 하음의 변이 터지자 양나라로 망명했다. 양무제는 원호를 북위의 황제로 세운다는 대의명분을 내세워 북벌을 계획했고, 진경지로 하여금 병력을 이끌고 북벌을 실시하도록 했다.갈영이 격파되었을 때 이주영 군단 내에서는 형고를 먼저 치느냐 원호를 막느냐로 의견이 갈렸다. 그러나 북위의 조정에서 원호는 병력이 적으니 큰 문제가 없고, 형고를 먼저 제거하고 하북 평정을 우선시하는 게 좋겠다는 말을 하여 이주영, 원천목이 이끄는 이주영 군단은 북방인 유주까지 나아가 하북을 평정했다.
그러나 이는 북위 조정의 오판이었다. 진경지의 병력은 비록 적었지만 질적으로는 우수했고, 진경지의 지휘능력은 탁월한 데다 북해왕 원호는 황족 중에서도 황제와 가까운 친인척이라 대의명분을 내세울 수도 있었으니 쉬운 상대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주영 군단이 북쪽으로 나아간 틈을 타 진경지는 질성(안휘성 숙주시)에서부터 전진해 형성(하남성 우성현)을 점령하고, 양국(하남성 상구현)까지 이르렀으며, 여기서 저지에 나선 북위군 70,000명이 9개의 성채를 쌓고 대응에 나섰지만 하루만에 3개 성채가 진경지에게 점거되고 나머지 병력이 모두 항복해버렸다. 제음왕 원휘업이 중앙군인 우림병 20,000명으로 재차 고성에 진을 치고 방어에 나섰지만 이 또한 진경지에게 점령당하고 원휘업도 포로로 잡혔다. 이것으로 하남 일대가 사실상 양나라에게 넘어갔다.
원호와 진경지는 하남을 평정한 후 서진하여, 수도 낙양으로 향했다. 이를 막기 위해 형양에서 양욱이 70,000명의 병력을 이끌고 방어진을 쳤으며, 원천목과 이주영의 일족인 이주토몰아(爾朱吐沒兒)가 대규모 지원군을 이끌고 서둘러 남하해왔다. 그러나 진경지는 병사들을 독전해 형양을 결국 점령했고 그 직후 형양성을 진지로 삼아 원천목의 대군을 공격, 격파했다. 이때 진경지의 군대는 수천 명에 불과했지만 이 교전으로 격파한 북위의 병력수는 약 300,000명에 육박했다고 한다. 진경지는 이내 호뢰관까지 점령하여 낙양은 풍전등화의 상황에 몰리게 되었다.
결국 북위 조정은 북쪽으로 파천했고, 낙양은 진경지의 양군에 점령되었다. 529년 5월, 북해왕 원호는 낙양궁에 들어가 스스로 황제가 되었다. 이에 대항해 원천목은 군을 나누어 대량을 점령하고, 호뢰관을 공격하면서 압박했지만 진경지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황하 이북으로 물러난 사이 대량은 다시 진경지에게 함락되었다. 이 소식을 듣고 황하 이남의 주•군•현이 대부분 원호에게 가담하게 되었으며, 진경지는 북벌 과정에서 32개 성을 함락시키고 47회의 교전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어 후대에 위진남북조시대 최고의 명장이라는 찬사를 받게 되었다.
그러나 직후 신제 원호는 방심하여 교만하고 게을러졌다. 거기다 진경지가 이끌고 온 남부 지방의 양나라 군대가 낙양에서 포악하게 굴어 북위의 어지러운 정치에 실망하고, 육진의 난으로 시달리며, 이주영의 횡포에 두려워해 내심 양나라의 통치를 기대했던 낙양의 주민들이 큰 실망감을 느끼게 되었다. 거기다 원호는 이제 양나라로부터도 독립하고자 계획하여 진경지를 서주 지역으로 파견시키려고 했고, 이 때문에 진경지의 양나라 군대와 원호의 군대 사이에 갈등이 생겨나게 되었다. 이는 당시 북위의 핵심 군사력인 이주영 군단의 세력이 여전히 강성하다는 것을 잊어버린 것이었다. 또한 진경지의 공로가 매우 커지자 진경지에게 원호를 죽이고 낙양을 점거하자고 건의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주영이 북쪽에서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남하시켜, 황하에 이르자 북위는 반격으로 전환했다. 이에 원호와 진경지는 황하의 남쪽 기슭에 군을 포진시켜 이주영군이 황하를 넘는 것을 막았다. 이때 황하를 건너는 다리는 모두 파괴되었고 도하를 위한 배도 구할 길이 없자 이주영은 일단 물러나서 추후를 도모할 생각도 했지만, 결국에는 대나무 뗏목을 통해 밤중에 황하를 건너 원호의 진영을 들이쳐 격파했다.
진경지는 원호의 부대가 격파되었다는 것을 파악하고 자신이 이끌고 온 양군의 병력을 모아 원래 왔던 길로 되돌아가기 위해 동진했는데 때마침 홍수에 휘말려 진경지의 군대도 거의 괴멸되었다. 진경지는 승려로 위장하여 겨우 혼자 살아돌아가는 데 성공했다.
진경지의 북벌로 인해 낙양까지 점거되는 사태는 이것으로 정리되었고, 그 과정에서 하남 일대도 모두 평정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낙양 실함은 이주영의 위상을 위협했고 추후에 이주영이 피살되는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
3.6. 반란이 정리되다(530)
최대의 반란세력인 하북의 갈영이 토벌되고 가장 위협적이었던 양나라의 명장 진경지의 북벌까지 저지되자 이제 6진의 난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게 되었다. 갈영의 잔존세력인 한루의 세력이 529년에 평정되었고 자잘한 반란 세력은 대세에 따르듯 다시 북위에 투항했다. 남은 것은 서쪽 관중 일대의 반란세력이었다.530년, 이주씨의 일원인 이주천광(爾朱天光)이 사지절, 도독이옹이기제군사, 하발악이 좌대도독, 우막진열이 우대도독이 되어 관중으로 파견되었다. 당시 관중에는 묵기추노를 비롯한 이민족 할거세력들이 난립하고 있었는데, 이들은 이주영의 토벌군에 맞서 연합하지 못하고 제각기 대응하는 실책을 저질렀다.
결국 관서의 최대 반란세력인 묵기추노가 포로로 잡히고 이전에 토벌군으로 파견되었다가 묵기추노에게 가담했던 소보인도 포로로 잡혔으며 마지막 할거 세력인 묵기도락까지 포로로 잡히면서 관중, 관서 일대도 평정되었다. 이로써 북위 제국을 뒤흔들었던 6진의 대란이 종식되었다.
4. 6진의 반란 이후
4.1. 이주영 참살
북위의 전 지역을 대혼란으로 몰고갔던 6진의 대란은 혼돈 속에서 북위 최강의 군사력을 구축한 이주영에 의해 평정되었다. 이주영의 위세는 하늘을 찔렀고 이주영 군단의 군사력은 북위, 양나라를 할 것 없이 중국 대륙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집단이 되었다. 이주영의 일족인 이주씨는 전국에 퍼져서 지방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는데, 낙양을 중심으로 하는 중원, 즉 사예 일대에는 당연히 이주영과 큰아들인 이주보리(爾朱菩提)[23], 이주도률(爾朱度律), 이주세륭(爾朱世隆) 등 이주씨 정권의 핵심 인사들과 그 군대가 주둔하고 있었고, 산서 지방에는 이주조(爾朱兆)가, 관중과 관서 지방에는 이주천광이, 산동 지방에는 이주중원(爾朱仲遠)이 각기 대군을 이끌고 자리잡고 있었다. 거기에다 북위의 황제인 효장제 원자유의 황후는 이주영의 딸 이주영아(爾朱英娥)였다. 사실상 북위는 이주씨의 천하였다.이주영은 자신이 세운 군사적 전공으로 인해 자신감에 충만해 있었다. 반란이 진압된 이후 이주영은 대규모 사냥에 나섰는데 사슴 한 마리라도 벗어나면 연좌죄를 물어 여러명을 죽였고, 설령 호랑이가 병사들을 덮친다 해도 병사가 그것을 피하면 죽음을 두려워한다고 하여 참수했다. 이에 원천목은 이주영에게 자중할 것을 요청했지만 이주영은 이에 대해
"요즘 조정 대신들이 여전히 나태하다는 말이 있는데, 얘들 다 잡아다 울타리에 집어넣고 호랑이 사냥이나 시킬까 한다. 올해 가을에 북쪽에 가서 내 말을 안듣는 이민족들을 다 작살내고 6진을 채워서 경비를 서도록 한 후, 내년 봄에 강남으로 가서 양나라를 쓸어버리고 소연을 잡아다가 10,000호짜리 후작으로 만들어서 천하를 평정할 건데 그럴러면 지금 얘들을 빡세게 잡아야 한다."
는 패이런 이주영의 기세에 위협을 느낀 효장제와 조정의 대신들은 언제 또 이주영이 군대를 이끌고 와서 하음의 변 때처럼 자신들을 학살할지 모른다는 공포에 빠져 있었고, 결국에는 이주영 암살을 계획했다. 황제를 감시하던 이주세륭이 이를 눈치채고 몇 번이나 이주영에게 이를 경고했지만 자만심에 빠진 이주영은 이를 무시했다. 결국 황후가 출산한다는 거짓 정보로 이주영을 궁궐 내로 유인한 효장제는 이주영, 이주보리, 이주양도(爾朱陽覩) 등 이주씨의 일족 30여 명과 이주영과 친했던 원천목을 모두 칼로 난자해 참살했다.[24][25]
이주세륭과 이주도율은 휘하 병력을 이끌고 잠시 저항하다가 그들의 근거지인 병주로 달아났다.
4.2. 이주씨의 정권 재탈취와 이주영 군단의 분열
이주영이 참살되자 각지에서 이주영의 대군을 지휘하고 있었던 이주씨 일족은 병력을 이끌고 수도 낙양을 공격해 들어왔다(이주조의 난). 이에 대응해 낙양의 효장제는 이민족들을 움직여 이주씨의 배후를 공격하도록 하기도 하고, 방어전을 시도해 보기도 하는 등 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그러나 이주씨의 군사력은 너무나도 강했다. 겨우 3개월 만에 모든 방어 시도가 이주씨의 강대한 군사력에 격파당하고 이주조에 의해 낙양이 점령되었다. 이주조는 효장제를 잡은 후 진양으로 끌고 가 참살했고, 황제의 친자식과 조정의 대신들을 모두 학살했으며 낙양의 황궁을 대거 약탈했다. 그리고 장광왕 원엽을 제11대 황제로 세웠으나, 후대에 이 황제는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정권을 잡은 이주조의 역량은 백부인 이주영에 턱없이 미치지 못했고, 이주영의 통제하에 있었던 이주씨 군단은 분열되었다.
이주조는 같은 이주씨를 상대로도 주도권을 잡기 위해 심한 횡포를 부렸으며, 이주씨가 아닌 이주영 군단의 장수들을 차별했다. 이에 결국 각 지방에서 이주씨의 전횡에 반발하는 세력들이 일어났다. 그중 가장 규모가 컸던 것은 이주영 군단의 중진이자 갈영 사후 항복한 북진 출신 반란군 투항병들을 통솔하던 고환이었다. 이주조는 고환에게 이들 투항병들의 통솔을 위임했는데, 고환은 식량 조달을 이유로 이들을 이끌고 하북 지역으로 가 이 일대에서 이주씨의 패권에 반발하기 시작한 산동의 문벌귀족 세력과 합류했고, 그들의 사병까지 통솔하게 되었다. 고환은 이 시점에서 반 이주씨 연합 군대의 총수로 추대되었는데(531) 과거 최강의 군사력을 자랑하던 이주영 군단이 마침내 이주씨 세력과 반 이주씨 세력으로 쪼개져 내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532년 윤 3월, 이주조를 중심으로 뭉친 이주씨 연합군과 고환을 중심으로 뭉친 반 이주씨 연합군이 한릉산 전투에서 충돌했다. 200,000명에 달하는 이주씨 연합군에 비해 고환의 군대는 약 32,000여 명 정도였지만, 기병을 우회시켜 이주씨 군대의 후방을 가격하는데 성공하여 이주씨 군대를 격파했다. 이후 이주씨의 재기를 막기 위해 7월, 고환은 이주씨의 본거지였던 병주와 진양을 공략했고, 533년 이주씨의 남은 세력까지 다시 한번 괴멸시키면서 고환이 북위의 정권을 잡았다. 그리고 고환이 세운 효무제 원수(제14대)가 권신 고환의 감시를 이탈해 관중으로 가서 당시 관중 일대의 실권자인 우문태에게 합류하면서 북위는 동위와 서위로 갈라졌다.[26] 이렇게 갈라진 두 위나라는 곧 북제와 북주로 명칭이 바뀌어 새로운 국가로 재탄생했다.
일단 여기까지가 육진의 난과 직접적인 영향력이지만 그 이후에도 간접적인 영향력이 남았는데 바로 앞서 언급한 후경 때문이다. 후경은 고환 밑에 있다가 고환이 죽고 사이가 나쁘던 고징이 후계자가 되자 서위에 투항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자 양나라로 망명했고 거기서 후경의 난이라는 남조의 대전란을 열어버린다. 그리고 승자는 익주 지역을 먹어버린 서위였으며 때문에 남북조가 팽팽하게 맞서던 상황에서 완전히 북조 우위로 굳어져버렸다. 그래도 한동안은 북조도 북주, 북제로 나뉘어져 있어 삼파전에 가까웠지만 북주가 북제를 무너뜨리자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고 결국 북제가 멸망한지 12년, 북주가 멸망한지 8년만에 육조시대의 마지막 국가인 진나라가 멸망함으로서 위진남북조 시대가 종결된다. 즉 육진의 난은 남북조 시대의 후반기가 열리는 대사건이었음과 동시에 위진남북조 시대의 종말에도 영향을 끼친 대사건이었던 셈이다.
[1] 胡氏曰： 魏平赫連，置統萬、沃野二鎮，不在六鎮之列。《독사방여기요》에서 인용한 문헌. 옥야진은 6진에 포함되지 않는다.[2] 다만 고구려의 경우, 북위 스스로도 포기할 정도로 남조와 유연과 달리 북위가 단독으로 상대할 수 없었다. 이는 차후 통일왕조인 수/당에서도 확인되는 일이었다. 게다가 고구려는 당시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점이었으니 더욱 힘들었다.[3]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선비족 지배층의 통치 능력이 부족했고, 이들이 급속도로 부패해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국사필사사건으로 한인 문벌귀족층이 20여 년간 움츠러들었을 당시, 선비족 지배층은 자신들의 사욕만을 챙기는 부패화 현상이 심각했고, 이들을 통제하지도 못했다. 최소한 한인 문벌귀족층은 관리들에 대한 감찰과 감시의 필요성, 그리고 중소농민층이 일정 수준 유지되어야만 국가가 지탱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4] 삼국지에 나오는 노식과 노육의 후손이다.[5] 삼국지에 나오는 최염의 후손이다.[6] 삼국지에 나오는 왕윤의 후손이다.[7] 후일 당나라의 국성이 되는 성씨[8] 전국시대 유명한 장수였던 이신의 가문이다.[9] 첫 번째 황태자는 효문제의 한화정책에 반대하는 세력에 동조해 반란을 일으켰다가 폐위되었다.[10] 이런 무시무시한 법이 있었던 이유는 외척의 발호를 막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제도가 있어도 외척의 전횡이 종종 있었다는 데 있다. 보모 역할을 맡은 후궁이나 황후가 보태후, 황태후가 되고, 그 친인척이 외척이 된다든가, 친모가 죽었다 해도 어쨌든 그 가문 자체는 남아있어 이들이 외척으로 활동했다.[11] 우림군과 호분군은 근위군인 금군의 일종으로 무려 구경 중 하나인 광록훈 소속이다. 군인 출신중에서도 핵심 군인인 셈.[12] 부호(府戶)라고 불렸다.[13] 이들의 관점에서 보면 이해도 되는 것이 평성은 단순히 옛 수도 정도를 넘어서 북위의 개국군주인 도무제 시기에 성락에서 평성으로 천도한 이래 효문제의 천도까지 백년 가까이 수도로서 기능했다. 즉 북위가 화북을 통일하기 이전부터 북위와 함께 해왔고 육진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런 수도가 한순간에 버려지고 자기들도 같은 신세가 되었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간단히 말하면 '우린 나라가 세워지고 이렇게까지 발전하기 전까지 열심히 고생했는데 나라가 안정되니까 우릴 버리네?' 심정인 것. 거기다가 새로이 권력층이 된 한인 귀족들은 비록 북위의 발전에 공이 있다곤 하나 자신들과는 혈연도 지연도 없다. 북위 황실 입장에선 몰라도 그들 입장에선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낸 격.[14] 《북사》, 《북위서》에는 정광 5년(524년)으로 설정했으나,(正光五年 三月，沃野鎮人破六韓拔陵反，聚眾殺鎮將，號真王元年) 후대의 편년체 통합 역사서인 《자치통감》은 보통 4년(523년)으로 설정했다. 이는《자치통감》의 오류로, 정광 원년/보통 원년은 520년이었다.[15] 동시에 6진 중에서 옛 수도인 평성과는 가장 멀리 떨어져 있었으며, 심지어 나머지 5진과도 멀리 떨어져 있었다.[16] 이름이 거시기하지만(...) 나중에 동위의 최고 권력자가 되었다.[17] '칠륵'(敕勒)이라는 표기로 적혀 있다.[18] 묵기(万俟)씨. 만사로 읽기도 하는데 성씨로는 묵기가 맞다고 한다.[19] 양 무제가 남량을 건국하자 북위로 투항한 남제의 황족이었다.[20] 명장 곡률광의 아버지였다.[21] 혹은 해란(奚丹). 흉노계의 일파인 갈족의 후예로써 선비족에 동화되었다. 후대에 흥기한 거란족의 선조로 간주된다. '거란'(契丹)이 한 글자씩 공교롭게도 들어 있다.[22] 이 여인도 아주 인생이 기구했다. 효장제 원자유와의 첫 아이는 사촌인 이주조가 죽여버렸고, 이후 비구니가 되었다가 고환의 첩이 되어 두 아들까지 낳았다. 하지만 의붓아들인 고양(북제 제1대 현조 문선제)에게 강간당할 위기에 몰리자 자살하고 말았다.[23] 여기서 '제'(提)는 범어를 빌려 적은 글씨이니 '리'로 읽어야 한다.[24] 이때 후한 헌제 시기에 일어난 왕윤의 동탁 암살사건을 철저히 참고하여 이주영 암살을 계획했다고 한다.[25] 《자치통감》에 따르면 처음 이주영을 찌른 것은 황제인 효장제 자신이었다고 한다.[26] 이 때문에 북제에서 편찬했던 북위의 역사서인 《위서》에서는 효무제를 '도망친 황제'라는 의미의 출제(出帝)라고 기록했다. 물론 당나라 때 편찬된 《북사》나 《북제서》에서는 공정하게 효무제라고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