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세속화(世俗化, Secularization)는 본래 세속적이지 않았던 기관이나 집단 등이 세속적으로 변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종교단체에서 쓰이는 용례이다.2. 대중적 의미
2.1. 종교기관의 세속화
본래는 초월적이고 지고한 대상에 대한 숭배를 중심으로 하던 종교기관이 점차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일종의 사회단체, 시민단체, 복지단체 정도의 의미를 갖게 되는 현상이다. 현대 사회에서 어느 정도 실제로 이러한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크게 부정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한국 보수 성향 개신교에서 흔히 "교회는 구원받은 자들의 모임이 되어야지 문화센터가 되면 안 된다"라고 말하는 걸 볼 수 있는데 그 '문화센터화'가 바로 이 문단에서 서술하는 세속화이다. 일각에서는 '비정치화'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기존의 종교적 도그마가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던 반사회적 성향이나 배타적 성향이 희석될 수 있다는 점, 종교에 의한 사회문제가 경감된다는 점 때문에 세속적인 관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물론 독실한 종교인들은 그들에게 있어서 자신들의 신앙이 권위를 잃는 것이기 때문에 세속화를 매우 싫어한다.
기독교가 로마 제국에서 교세를 크게 확장해 결국 국교 지위까지 오른 것은 빈민 구제 등을 도맡는 사실상의 제국 복지 기구의 역할을 했기 때문으로, 크고 작건 모든 종교가 나름대로 세속적 의미가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존속하고 있다. 사실 전 세계의 현존하는 메이저 종교치고 전근대 사회에선 거대한 복지기관, 정치기관, 문화기관 역할을 겸하지 않았던 경우가 드물다.
2.2. 종교기관의 도덕적 타락
종교기관의 범죄행위를 세속화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있다. 본래는 양심적이고 청렴하며 도덕적으로 본받을 만한 모습이어야 할 종교기관이 범죄를 저지르는 상황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종교 단체 등에서 해외 봉사 간다는 명목으로 헌금을 받고서 가지 않거나, 가기는 갔으나 실제 활동은 받은 헌금의 반도 안 되는 경우 등이 있다.도덕적으로 타락한 집단이 세속화가 만악의 근원이라며 종교사학적 세속화에 반발하는 경우 순수한 종교적 열망이 아니라 기득권, 특권을 지키기 위한 신학의 탈은 쓴 발악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고 자유주의적 교인들은 환멸감으로 우수수 떨어져 나간다. 현실에선 성추문 스캔들에 따라 21세기에 급속도로 영향력이 약해진 아일랜드의 가톨릭 교회가 전형적인 예시다. 교회 내에서는 아무리 순수한 신학적 동기로 아래 문단의 세속화를 반대해도 상응하는 도덕적 쇄신이 없으면 외부에선 코웃음치는 가식으로 비추어지기 마련이다.
3. 종교사학적 의미의 세속화
종교사학의 관점에서 세속화란 19세기 중엽에 유럽 서구세계가 기존의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에 그들의 생활윤리와 일상규범을 의지하고 있던 상태에서 벗어나게 된 것을 의미한다. 흔히들 르네상스가 세속화를 촉발시켰다고 이해되고 있으나 이는 엄밀히 말하면 "문예부흥" 이라고 불러야 하고 르네상스 이후에도 사람들은 한동안 종교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던 것이 19세기에 격동의 시간을 보내면서 점차 반성직자주의(anti-clericalism), 교회나 성당에 대한 반달리즘, 1755년 리스본 대지진, 자유사상, 계몽주의 등을 통해 18세기부터 꾸준히 시작되었던 종교적 세계관의 붕괴의 가속화 등으로 인하여 마침내 세속화가 달성되었다.이 때문에 오늘날 유럽은 기독교 문화권으로서의 종교적 색채를 짙게 풍기고 있으면서도 국민들은 종교에서 자유로운 생활을 하거나, 신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주장하거나 등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국민들이 이슬람 같은 다른 종교를 믿는다고 하더라도 그 이유로 박해받지 않는다는 점은 더 말할 필요도 없겠다.
미국에서도 북부에는 세속화된 주들이 많은데 바이블벨트와 대조적으로 '언처치드 벨트'라고 불린다. 주로 북동부와 중서부[1]인데 인구의 다수가 백인인 뉴 잉글랜드 지역 6개 주 중 5개 주가 교회 출석률 하위 10위 권 내에 들어간다. 버몬트, 뉴햄프셔, 메인 주, 매사추세츠 주들의 교회 평균 출석률은 미국 내 가장 하위권에 속하며 코네티컷 주가 이 뒤를 따르고 있다. 이를 제외한 최하위권 10개주는 모두 서부에 속한다. 그 중엔 미국의 북서쪽의 끝자락에 위치한 알래스카, 워싱턴 주와 오리건 주가 포함된다. 소수이긴 하지만 백인이면서 불교 신도인 사람들도 대체로 이곳에 집중되어 있다.[2] 한국 불교로 출가해서 승려가 된 현각과 무량도 전형적인 세속주의 지역인 동부와 중서부 출신이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좋은 책들이 많이 있는데 오언 채드윅Owen Chadwick이 쓴 『19세기 유럽 정신의 세속화』 도 좋고, 피파 노리스(Pippa Norris)와 로널드 잉글하트Ronald Inglehart의 『Sacred and Secular』 역시 세속화된 현대사회에서의 종교성의 역할을 다룬다는 점에서 추천할 만하다. 독해의 난도가 꽤 높은 글이긴 하지만 데이비드 마틴(David Martin)의 『세속화 일반이론(A General Theory of Secularization)』과 『현대 세속화 이론(On Secularization: Towards a Revised General Theory)』 도 참조 할만한 저서다. 물론 찰스 테일러의 《A Secular Age》도 빼놓을 수 없다.
온건한 종교인/신자들은 세속화를 특별히 부정하지 않지만 근본주의 계통의 강경한 종교인/신자들은 세속화 추세를 부정적으로 보는 편이다.
도 계통의 종교가 세속주의에 매우 취약하다고 한다.
3.1. 세속주의 무슬림
서구 문화에 대한 거부감은 적으며 이슬람 율법에 그닥 개의치 않고 사는 무슬림들을 일컫는 말. 이슬람주의가 워낙 중동에 만연해 있다 보니 이슬람 근본주의가 무슬림의 모든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쪽도 다 사람 사는 동네라 전부가 이를 따르지는 않는다.특히 세속화가 많이 된 튀르키예, 중앙아시아 등지에서는 이슬람에 대한 비판이 자유롭고 독서율[3]이 높으며 여성들이 히잡을 쓰고 다니지 않아도 공개적으로 모욕을 듣지 않는다. 반대로 인도네시아의 일부 퇴폐 관광지처럼 우민화와 반지성주의가 판을 치는 가운데 알콜 중독과 매매춘이 범람하는 경우도 있다. 튀르키예는 독서율이 걸프 아랍 국가의 3배에 달하는 반면 인도네시아는 화교와 성직자 외에는 독서 인구가 사실상 전무하다고 한다.
서구의 무슬림들은 상당수가 이슬람 국가에서보다는 훨씬 세속주의적으로 살고 있다. 엠마누엘 아데바요르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등이 그 사례. 이브라히모비치 같은 경우에는 문신에 술 마시고 파티까지 하지만 장례식 때는 이슬람식 예배를 근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