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21 01:07:40

대민지원

1. 개요2. 설명3. 비판

1. 개요

대민지원(對民支援 / military aid to civil authorities)은 군[1]이 민간을 대상으로 노동력이나 물자따위를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타의에 의하여 복무하는 징병제 군대의 징집병들을 평시 군사작전과 무관한 대민지원에 투입하는 것은 아무리 좋게 말해도 국제노동기구 제29호 협약에 따라 강제노동에 해당될 수 있다. 징병제 국가에 속하는 대한민국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명백한 병력 대상 강제노역 시도로 판명난 사건으로는 2020년 군인 강제노동 논란이 있다.

더욱이나, 구성원 전체가 자원해 소수정예의 전문적인 직업군인으로 운용되는 모병제 군대라면 안 그래도 국방만을 위해 전문적으로 양성한 훨씬 적은 병력을, 국방과 전혀 무관한 부분에 투사하여 군사력을 낭비하는 꼴이다. 대민지원에 투입하는 것은 적지 민간인과의 협력을 꾀하는 특수한 상황이 아닌 한, (사실상 무의미한) 대외 홍보 그 이상의 의미가 없으므로, 제대로 된 군대라면 대내외적으로 굉장한 비판의 대상이 된다.

허리케인이 매해 들이닥쳐 수해 지역에 동원되는 미군과 태풍 뒷처리를 하는 자위대대만군도 수시로 대민지원에 투입되는 걸로 유명한데, 실상을 아는 예비역들은 그럴 시간에 훈련이나 더 하라며 날선 비판을 하기도 한다.[2] 20년도 코로나 사태 때 미군도 마스크 공장에 병력을 투입하여 노동을 시킨 적이 있어서 상당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어차피 자원해서 입대한 군대인데 뭐가 그리 문제일까라는 의견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지만[3] 징병제 하의 장병도 문제가 되는 마당에 모병제 장병이라고 다를 건 없다. 오히려 경우에 따라서는 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상술했듯 모병제일수록 안 그래도 소수정예 인력만으로 국방을 담당해야만 한다. 개개인의 전투기량 발전과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시되는 모병제의 특성상 불필요한 대민지원은 이 훈련시간을 갉아 먹는 꼴이되기 십상이다. 관점에 따라서는 징병제의 징집병을 투입하는 것보다 더 큰 비전투손실과 인력낭비라고도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래서 이런 나라의 예비역들도 나서서 더 크게 비판하는 것이다.[4]

국가와 징모제도 불문하고 군인의 본분은 국방이지 대민지원이 아니다. 같은 공무원이더라도 소방공무원이 경찰공무원 역할을 할 수는 없다. 막말로 전원 간부인 특전사를 대민지원에 투입한다 한들 그것이 구조대원과 수해복구 전문인력의 전문성에 비빌 수 없는 것과 같다. 정말 대민지원이 필요한 업무는 해당 업무와 관련된 전문인력 공무원들이 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 것이다. 물론 정말 국가적인 재난상황이라면 말이 다르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국가가 제 기능을 거의 잃었을 때나 할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정도의 사태라면 군 뿐만 아니라 민방위 아저씨들과 인근 학교 학생들까지 싹 동원하여 피해복구를 시행해야할 판국일 가능성이 높다.

이렇듯 인권 문제와 논리적 오류, 병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높으신 분들이 대민지원에 병력을 투입시키는 이유는 "군 이미지 개선"따위의 감언이설로 포장한 소위 대외 홍보 또는 공익을 위한다는 명목을 내세우며, 사실은 개인적으로 대민지원으로 발생하는 직접/부수적인 공적을 쌓기 위해서라는 파렴치한 목적 때문이다. 대민지원이란 미명하에 정부 사업에 동원하기 위해서 병력차출하는 경우까지 있다. 경부고속도로 일부도 대한민국 육군 공병들이 놓은 곳이다.

사실상 대민 지원 이후 실제 실무를 행하는 자들인 병사들에게 주어는 건 없다. 기껏해야 대민지원 때 재난 상황이 아닐 경우 새참 성격에 사식을 민간인이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정도. 후술 하겠지만, 그나마 이것도 군법에 위배된다.[5] 더 어처구니 없는 건 재난 상황에 대민지원이면 그냥 몸성히 부대로 돌아가는게 관권이지 뭘 얻어 먹고 말고 하는건 문제도 아니라는 거다.[6] 사실상 조선시대 소작농만도 못한 취급이기에 보상이라고 말하기도 뭣한 수준이다.[7]

그나마도 2년여의 시간동안 강제로 군부대 안에 가둬진 상태로 운영되는 군대라는 특이점 때문에 보상 비슷하게라도 취급되는 거다.[8]

여기까지 사고가 진행되고 난 뒤에도 이해가 잘 안간다면[9], 극단적으로 쇼생크 탈출의 <직업훈련 교육 프로그램> 에피소드를 생각해 보면 될 것이다. 작중 중반에 접어들 무렵 교도소장 새뮤얼 노튼이 죄수 교화를 목적으로 <직업훈련 교육 프로그램>이라 명명한, 사실상 무임금 노동력으로 사회 봉사 활동을 시작한다. 화면상 내용은 벌목이었지만, 동일한 조건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10] 그 중 일례로 고속도로 공사 참여건있는데, 뒷돈을 어떻게 착복하는지에 대한 예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즉, 작중 교도소장인 새뮤얼 노튼은 이 시점에서 사회적 이미지와 세탁된 돈을 둘다 챙길수 있었다.

즉, 실제 일을 한 죄수들에게는 돌아가는게 없다.[11] 심지어 이 직업훈련 교육 프로그램은 정부나 주가 지시한 것도 아니다. 어디까지 윗선에 잘 보이는 한 편 뒷돈도 챙기고 싶었던 교도소장이 본인이 자체적으로 그것도 아주 적극적으로 하고 나선 것이다.

결국 대민지원에서 쇼생크 탈출의 예시와 같은 일이 해당 부대의 부대장과 휘하 장병들 사이에서 고스란히 재현된다는 것. 실제로 쌍팔년도 이전만 하더라도 쇼생크 탈출의 예처럼 직접적으로 돈을 받거나 하는 수준의 일이 종종 있었다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었다. 현재는 앞서 서술된 것처럼 군부대 이미지 개선 및 대외 홍보 공익를 이루었다는 명예는 확실히 얻기 때문에 부대장들이 쉽게 대민지원에 혹하는 것이고, 결국 이러나저러나 (부대 장병들의 월급은 국가에서 준다해도) 해당 제대 지휘관들이 휘하 장교, 부사관 병을 자신이 소유한 사병마냥 부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고 할수 있다.

앞서 언급되었듯 애초에 대민지원 자체가 장병들의 업부도 아니고 전문 담당도 아니다. 굳이 대민지원을 계속 할거면 아예 병과를 새로 만들어서 대민지원 전문 부대를 육성할거라면 모를까 싶지만 말이다.[12] 현대에 이르러서는 대다수의 장병들은 대민지원에 대해, 지시를 내린 지휘관 외에는 어느 누구도 명분을 못느끼고 딱히 군사작전 효율성에도 도움되지 않았다는 증언만 남기는 판국이다.

군인의 의무에 대해 좀 넓게 해석해 국토 방위에 대한 의무에 이를 연결 지어 고려해 봐도 백보양보하여 재난상황에 부족한 소방 인력을 지원하는 수준이라면 모를까, 어디까지나 일반인이 혼자서 일을 처리하기 힘든 농지에 노동 지원하는 수준이라면 아예 연관도 없는지라 이를 지시한 이나 받아 들이는 이나 문제가 크다는 결론이 나온다.[13] 특히 본인의 의사 결정에 상관 없이 부대 영외로 강제 동원된 노동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걸 시키는 해당 지휘관이나 그걸 도움이랍시고 받아 들이고 아무 생각이 없는 당사자들도 사실상 일제치하 시절 조선인을 강제로 징발해 노역을 시키거나 총알 받이 시키던 이들과 별반 다를바 없는 수준이라는 것도 고려해봐야 할 문제일 것이다. 즉, 발상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정리해서, 현시대 군인과 대민지원 아무런 연관이 없다. 재난수준에 문제는어디까지나 국가 행정 차원에서 해결을 봐야 하는 사안이지, 그걸 일개 부대장이 결정해서 지원 처리하고 끝낼 사안도 아니고, 법치주의 국가에서 전시 상황도 아닌데, 이걸 부대장 차원에서 지시하는 것 자체가 위헌 소지가 없다는게 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애초에 군인력 동원은 군대 내부의 일[14]만 가능게 올바른 것이다. 즉, 그 외에 일은 군인의 의무와 연결 지어서도 안되고 지을 수도 없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사실 법제화 하여 아예 금지 시키고, 국가 차원에 재난 상황에서나 대통령 하에 지원이 가능한 수준으로 바뀌어야 할 문제긴 하지만, 이건 당연한 권한이라 생각하는 군부대 장성들의 반대와 이런쪽으로는 별 생각이 없는 국회의원이 태반이 관계로 언제나 이슈가 생길 그때만 시끄럽고 만다는 것도 해당 문제 해결을 계속 지연시키는 사유가 되고 있다.

2. 설명

옛날에는 '진휼()'이라고 했다.

태풍, 제설이나 수해 등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민간의 인원으로 처리하기가 어려울 때 지원을 나가기도 한다. 이런 임무는 자위대의 기본 임무랑 비슷하다. 세계 어디의 군대나 이런 유사시를 대비한 예비자원이란 이미지가 강하다. 일반 전투병이 아닌 육군특수전사령부의 해척조나 해군 특수전전단해군 해난구조전대 같은 특수부대의 경우 본격적인 수색-구조작업에 투입되기도 한다.[15]

그 외에는 좀 사적인 지원을 나가기도 하는데 시골 등에 위치한 부대의 경우 일손이 달리는 농장 등에 수확 업무를 도우러 나간다.

대한민국의 연례 재해재난인 조류 인플루엔자 등이 터졌을 때도 군인들이 대민지원을 간다. 군인들의 일은 수많은 가축들의 살처분을 돕는 것. 가축들을 때려잡아서 포획하거나 혹은 산 채로 포획하고 묶어두어 바닥에 묻는 일을 돕는다. 말만으로도 알겠지만 살아 있는 동물들의 죽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봐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이 따를 뿐더러, 똥, 비명, 피, 냄새, 먼지와 하루 종일 마주해야 하는 3D 작업이다. 이 일을 아침부터 밤이 될 때까지 해야 하니 군인들의 피로도 상당하다.

비슷한 경우로 해군에서는 적조 발생시 황토방제와 폐사어류 구제, 폐그물이나 태풍 내습 후의 해상 쓰레기 수거 및 파손된 부두시설 정비, 유조선 기름유출 방제, 그리고 웬만해선 없어야 할 일이지만 청해진해운 세월호 침몰 사고와 같은 대규모 인명구조 등이다.[16]

이러한 대민지원은 대개 부대 근처, 사격장 근처나 훈련장 근처의 민가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데, 군대 훈련으로 인한 소음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일종의 무료봉사 개념으로 보상을 해 주는 것이다.

대민지원을 나갈 때는 간식이 제공된다. 우유소보로빵이 많이 나온다. 농촌으로 대민지원을 가는 경우에는 끓인 라면이나 막걸리 한두 잔씩을 얻어먹을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푸짐하게 새참을 먹거나, 치킨, 피자, 짜장면, 짬뽕, 탕수육, 족발 같은 배달음식을 먹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군인 월급과 장병복지가 변변치 않았고, 위수지역 규제도 심했던 시대에는 짬밥은 질리고 냉동식품 사먹는것과 외박해서 외식하는것도 돈이 나가니, 오랬만에 공짜로 싸제밥과 술을 먹을려고 대민지원에 자원해서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이것도 경우가 달라서, 번듯한 식사는 커녕 전투식량이나 짬밥으로 때워야할때도 비일비재했는데 저러면 정말 사기가 떨어졌다.

하지만 민간인에게 외부 음식을 얻어먹는 것은 군인복무규율 위반이다. 그런데 현실은 대민지원 나가면 죄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인데 이런 분들이 고맙다고 떡이고 빵이고 주는데 매몰차게 거절하기가 좀 그렇다. 설상가상으로 이 분들도 아들 한두 명쯤은 군대 보내 본 기억이 있기 때문에 곁들이시는 단골 멘트가 "내 아들 같아서"' " 내 아들도 이렇게 고생했을 텐데..."와 같다 보니 더더욱 거절하기 어렵다. 사실 저런 규정도 외부인이 주는 음식을 잘못 먹었다가 식중독 따위의 질병에 걸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긴 하지만, 이런 것조차 댓가성이랍시고 병들한테 못 먹게 하는 점에서 다소 치사함이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심지어 대민지원 나갔다가 농민한테 치킨을 얻어먹고 신고를 당해 영창을 갔다는 증언도 있다. 하지만 영창까지 가는 건 정말 간부가 이상한 경우거나 평소 해당 장병의 행실이 좋지 못해 간부가 건수를 잡으려 혈안이 되는 것과 같은 매우 특수한 상황일 확률이 높고, 대부분은 그냥 묵인하는 편이다.상식적으로는 명령에 따른 병사를 규제할 게 아니라 대민지원 나가라 한 간부를 규제해야 하는데...[17][18]

좀 다른 사안이지만 소방공무원이 환자를 이송해 주고 병원으로부터 커피 한 잔을 받았는데, 감사팀에서 이것을 뇌물로 보고 받지 말라고 권고한 사례가 있다!# 그런데 법적으로는 징병으로 의무복무 중인 병들도 공무원으로 취급되므로 당연히 병들도 받으면 안 된다는 논리가 된다. 원래 국가로부터 월급을 받을 경우 편의 제공을 댓가로 월급을 주는 것이므로, 제 3자로부터는 어떠한 물질적 지원도 못 받게 되어 있어서 생긴 해프닝이다.

이 분야의 끝판왕은 항공기를 이용하여 대민지원을 나가는 경우. 제5공중기동비행단에서 행하는 실전 대부분이 대민지원과 관련된 것이며, 실제로 이를 대비하여 훈련도 한다. 해외에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부분 인도적 지원을 나가며, 위투사이판에 상륙하여 사이판 공항이 큰 피해를 입어 우리 국민들이 고립되었을 때 C-130H 수송기가 가서 괌 ~ 사이판 구간을 돌며 우리 국민들을 구조했다. 2020년에는 이라크에서의 코로나 19 창궐로 인해 A330 MRTT를 보내 이라크 교민[19]들과 건설업체 주재원들을 데려오기도 했다. 미라클 작전의 경우 공군 공정통제사까지 파견되었는데 적진에 준하는 위험 지역에서 이루어진 대민 이송 작전이기 때문이다.

해외에 파병된 한국군은 이것을 잘해서 민심을 잘 얻는다고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20] 물 없는 동네에는 수로를 파주거나 우물 뚫어주고, 병원 없는 동네에선 의료 지원도 한다. 재해지역에는 복구 작업을 도와주고 파병기간이 종료된 다음에는 건설장비들을 무상원조 하기도 한다. 덤으로 태권도도 가르친다.

예비군훈련 때 훈련 대신 이 것으로 대체할 때도 있다. 보통은 수해 복구와 같은 큰 작업이 필요할 때 가는 경우가 많다. 중국국제항공 129편 추락 사고 때도 구조활동을 위해 당시 주변에 있던 (정확히는 해당 날짜에 사고현장 인근 부대에서 훈련받던) 예비군들이 동원되었다는 말도 있다.

3. 비판

파일:국방홍보원_페이스북_200820.jpg
2020년 8월 20일 게시된 대한민국 국방부 국방홍보원의 대외홍보 포스터.
2020년 한반도 폭우 사태 당시 수해 복구를 홍보하는 내용이다.
하다못해 그림체도 정말 가기 싫어하는 표정[21]
장병들은 군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기본임에도 국방부와 상급제대 지휘관들의 독단에 의해 너무 빈번하게 대민지원을 보내지는 경우가 있다. 기사까지 나는 경우는 꽤 드물지만 군과 민간이 더욱 가까워졌다고 언론에 노출되면 지휘관들은 본인 이름을 상부에 쉽게 어필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초급 간부와 병들에겐 보상 하나 없는 강제적인 일거리에 불과하다. 거기에 상당수의 대민지원이 긴급한 목적이 아니라 농사나 건설 등 사실상 인건비를 줘서 고용해야하는 업무를 떠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다 보니 병들은 두 말할 것 없고, 병들 통솔하여 같이 나가는 간부들도 불만이 상당하다. 병들 앞에서야 '부모님 일손 도와드린다 생각하고 힘내자!' 하지만 본인들끼리 있을 때는 한숨 푹푹 쉬며 '내가 여기서 뭐하자는 건지...' 같은 말 내뱉고는 한다.[22] 이들도 사실상 등떠밀려 나오는 이들이라 좋은 말이 나올 수가 없는 것. 대민지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뭔가 남들보다 진급이나 장기선발에서 유리해지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상급자 눈 밖에 나면 진급과 장기에서 멀어지는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지역 유지들과의 친분을 목적으로 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대민지원을 자주 내보내는 지휘관도 있다. 대민지원의 빈도가 매우 높은데 매번 같은 곳이고, 공사현장 일일 용역 같은 업무라면 기분이 묘하다. 그렇게 자주 대민지원을 가면 지원받는 쪽에서 도움받는 걸 당연히 여기는 경우도 있다. 장병들에게 일을 빨리빨리 못한다고 호통을 친다든가. 억지로 끌려온 병사들 입장에서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 거듭 강조하지만 군인은 국방의 의무를 하러 온 거지, 민간인의 개인 업무 거들어주려고 온 게 절대 아니다. 정신나간 주민들은 모자란 인력을 국가에서 지원 안 해준다고 항변하고 싶을지도 모르지만, 실질적으로 대민지원에 동원된 군인들 만큼의 인건비를 날로 먹겠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은 그 부대 지휘관이나 행보관, 주임원사급 부사관이 해당 주민과 호형호제하는 사이일 경우 빈번하게 발생한다. 지금은 육군 부사관들도 어느정도 년차가 쌓이면 부대를 순환 근무 시키지만 10년도 이전에는 20년이고 30년이고 한 부대에 눌러 앉는 게 기본이었다. 이러니 행보관이나 주임원사급 인원들은 사실상 해당 지역민이 되어, 그간 주고 받은 주민간의 정을 바탕으로 지휘관을 구슬려 대민지원이라는 명목 하에 병사를 사적으로 부리고는 했다.

20년대에도 본인 부대가 이런 낌새가 보인다면 전역 후에 간단하게 신문고에 찔러버리자. 정말 진지하게 뇌물수수가 우려되는 사안이기에 신고하는 것이 개인에게나 국가에게나 좋은 일이다.

그나마 지휘관에게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이렇게 대민지원 보내진 병들에게는 푸짐한 영외 식사와 각종 편의가 뒤따르기도 한다. 운이 좀 따라주면 전투휴무나 포상휴가를 받을 수도있다. 병들 입장에서는 지휘관이 병 주고 약 주는 듯한 복잡한 기분이 되어버린다. 물론, 정말 악질적인 지휘관을 만나면 뭐 하나 받는 것도 없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대부분의 경우 현장 복지 또한 매우 안 좋으며, 특히 휴일에 투입되어 일을 한 것에 대민지원의 보상은 거의 쥐꼬리라 불러주기도 뭣한 수준이다. 우리의 주적은 간부라는 말은 별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며, 초급간부들 또한 이러한 명령을 내리는 고급간부들을 굉장히 증오하는 양상이 잦다.

애초 원리원칙대로 본연의 군인업무 이행과 정당한 휴식이 맞는 거지, 이런 사적 노가다에 뭐 좀 얻어먹는다는 것이 절대 좋다고 볼 수는 없다. 역사를 좀 공부해보면 알겠지만 과거 조선에서 조선군의 양민개병제가 붕괴하게되는 원인중 하나가 군역의 요역화라고 불리는 이따구식으로 군인을 군역이 아닌 다른 작업에 부려먹는 행태에서 시작했다는것을 알 수 있다.

그래도 웬만해선 부대 작업보다 대민지원이 시간도 잘 가고 편하다고 여기는 인원들도 있기는 하다. 특히 사회에서 부모님 도와 트랙터 끌었던 친구들은 오히려 신나하는 경우도 있다. 일과를 빠지고 싶다면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하지만 주말이면 어떨까?[23]

그러나 이것도 날씨나 장소,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 만약 주변에 구제역이나 조류독감 등 질병이 발생하면 불려나가서 닭장이나 돼지 축사 치우고 못 볼 꼴 다보는 경우도 있고, 땡볕이나 찬바람 씽씽 부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경우도 부지기수. 게다가 군대 내에서 하는 작업과는 차원이 다른 중노동들이라 익숙지 않아 굉장히 힘들다. 개중에는 몇 푼 안하는 담배나 간식 줬다고 생색은 생색대로 내면서 말그대로 머슴 부리듯이 애먼 장병을 부리는 악질들도 있다.

지역민들 입장에서도 불만이 많은 게,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농어촌 일손돕기류의 대민지원은 보통 보통 지역 유지나 그 유지와 친분이 있는 사람 위주로 이루어진다. 실상 유지와 친분이 없는 사람은 대민지원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인 셈이다. 게다가 과거와 달리 지금은 농사일에 무지한 병력들이 대부분이라 일 돕는답시고 비싼 상품 작물을 망치거나 하는 실수도 많아 대민지원 보내줘도 거절하기도 한다. 오히려 고생하는 거 다 안다고 일은 대충 시키고 먹을 거 챙겨주느라 득보다 손해가 커지는 경우도 많다.-대군지원-

대한민국의 유통 기업 지오영이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산 중에 2020년 군인 강제노동 논란을 일으켰고 항공편 일제 취소 등으로 국내 농촌에 외국인 농업노동자의 수급이 어려워져 공무원과 군장병의 대민지원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2023년 여름 한반도 폭우 사태로 인한 수해를 복구하는 대민지원 중, 정부가 육해공할 것 없이 사고가 난 지역 근처 부대를 모두 재난 지역에 출동시켰다. 해병대 1사단은 예천군에서 기초적인 안전장비도 지원받지 못한 채 도보로 접근하면 위험한 지대에서 부대를 활동시켜 해병대원이 급류에 휩쓸려 순직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대민지원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4년 7월 초 다시 장마가 발생하자 평일 뿐만 아니라 토요일까지 대민지원을 가동하고 있다.


[1] 또는 전환복무의경이나 해경, 의방, 지금은 폐지된 의무인 교정시설경비교도대가 하기도 하며 공무원이 하는 것을 대민지원이라 하기도 한다.[2] 다만 자연재해로 영외 도로에 쓰러진 가로수를 치운다거나 눈을 치운다거나 하는 것은 수송로 재건라는 중요한 군사적 이유가 되어 대민지원을 겸한 '군사작전'이 될 수 있다. 수송과 수송로가 전선유지에 얼마나 중요한지 고대부터 현대까지 내내 증명되어 왔기 때문. 단지 대부분의 경우 거기서 안 끝나거나, 정치적인 다른 꿍꿍이가 있음이 훤히 보이니 좋은 시선을 주지 않는 것이다.[3] 애초에 이건 누칼협 논리랑 똑같은 생각이다. 원래부터 군대는 국방을 담당하는 조직이고 직업군인들도 이를 위해 자원한 것이다. 대민지원을 하기 위한 조직도 아니고 그럴 목적으로 나선 사람들도 아니라는 것이다. 자체적으로 내부에서 자원자들만 별도 모집해 대민지원을 나갈 수도 있는 걸 강제로 투입한다는 건 조직의 원래 목적과 취지를 망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4] 자위대의 경우 자연재해가 잦은 탓에 대민지원을 워낙 자주 벌여서 그런가 사회적으로 비판하기는 커녕 독려하거나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한국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일본의 경우 민간사회의 군에 대한 낮은 관심도 때문에 더더욱 대민지원에 대한 날선 비판을 찾기가 힘들다.[5] 그래서 소위 FM으로 분류되는 이가 상황을 통제 할 경우 이나마도 얻어 먹지 못하고 부대로 돌아간다.[6] 지금이야 눈치를 본다고 좀 적어졌지만, 과거에는 농번기에 차출 되는 거 자체가 일상인 것이 인근 부대 병사들이었다. 이게 어느정도 심각했냐면, 그 자체를 사실상 훈련과 동일한 일과라고 인식할 정도였다. 현시점에서는 어느정도 눈치를 본다고 해도 아예 사라진 것도 아니고, 마치 죄지은 것 마냥 숨겨서 시킨다는 것도 문제라 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부대 인근 농민 중에는 이를 당연한 권리마냥 행사하려고 하는 이도 존재 했다는 거다.[7] 소작농이 존재하던 시절에는 계급제 사회였기 때문에 인간적인 대우는 더 안좋긴 했지만, 최소한 보상안은 마련해 놓고 부려 먹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보상안이 어느정도 충족되어야 반란에 여지가 없기도 했고. 이야기에서 나오는 파렴치한 수준에 소작은 말그대로 뇌를 비우고 자기 땅을 운영했을때나 벌어지는 일이었다. 물론 통일신라 후기, 고려말기, 조선 중기와 후기 같은 경우에는 정말 뇌를 비우고 운영한 수준이긴 했다. 당연히 이시기에 반란도 잦았다.[8] 괜히 한국의 징집 제도가 감옥살이에 비유되는게 아니다.[9] 그까지거 여유가 있는 장병에게 좀 시키면 안되냐는 발상이 여전히 남아 있을 경우를 말한다.[10] 식비만 주면 돈이 들어가지 않는 상태로 노동력을 사용할 수 있는 거다. 쉽게 말해 조선시대 노비를 생각하면 된다.[11] 죄수들에게 인권 운운하는거에 냉소 지을 사람들도 있겠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그 인권 문제로, 후진국 중에서도 후진국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12] 당연히 현대에는 어느 나라도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 군편제이다. 정 전담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면 병역과 노역의 분리원칙에 따라 군인이 아닌 공무원들로 구성된 조직이 되어야만 한다. 문제는 그런 규모의 조직을 꾸릴 수 있을 만큼 공무원이 남아 도는 것도 아니고 그걸 커버칠 만큼 사회복무요원도 많은 것도 아니다. 더군다나 선진국의 징병제 하 사회복무요원과 달리 국내 사회복무요원 제도는 장애인 징병과 다름 없는 제도인지라 이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피해복구조직을 만든다고 한들 그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다. 결정적으로 국군의 원 규모를 유지 하기 힘들 정도로 20대 남성 인원이 줄어들고 있어서 여성 징병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 시점이라 별도 편제를 만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13] 재난 상황의 경우 인근 부대에 관련 병과(화학대, 소방대 등등)가 있다면 지원을 요청할 수는 있다. 근데 해당 부대에서 화재지역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대개 초동조치 인력으로써는 그다지 쓸모 있지는 않다. 당장의 초동조치 인력으로써 빠르게 보조인력을 투입하고자 한다면 군대가 아니라 의용소방대를 투입하는 게 맞다. 애초 그러라고 의용소방대를 조직하고 참여를 장려해 왔던 것이기도 하고.[14] 훈련, 진지 보수, 군내 장비 자체 정비, 국방경계등의 사안들을 이른다.[15] 일례로 SSUUDT/SEAL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에서 발생한 자국민 피해로 인해 헝가리로 갔다. 다만 SSU처럼 원래부터가 구난작전이 주임무인 것이 아니라면 비전투 인력손실 위험이 있어서 일선 대원들의 불만이 꽤 있다.[16] 여기엔 끌려나가는 함정, 부대들만 계속 끌려다닌다는 한계가 있다. 태생 자체가 그런 목적도 부여된 퇴역한 평택함이나 요즘의 통영함, 청해진함, 그리고 거기에 승조한 SSU 대원들이 그 주역들로 겉으로는 티나지 않아도 내부 불만이 있을 수 있으니 지휘관들이 다소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런 구조전담 부대들은 민간사회의 사고에 투입되는 걸 실전에 준하는 혹은 실전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라는 것이다. 대민지원 나간 선박구조 활동에서의 경험이 훗날 전시 진짜 구조작전을 시행하며 아군함정을 인양하거나 구조하기 위해 잠수해야하는 상황에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 물론 이는 이들 부대가 전투보다는 구호구조에 특화된 부대기 때문에 그런 것도 한 몫함에 유의. 공군도 마찬가지로 전투기 조종사들이 대민지원을 할 수 없어서 수송기, 공중급유기나 헬기 조종사들이 대민지원을 해야 하므로, 제5공중기동비행단, 제15특수임무비행단 (정확히 말하면 정부 전용기를 관리하는 제35비행전대)등 끌려나가는 부대, 항공기만 계속 끌려나간다는 점이 있다. 상황에 따라 대한민국 대통령 전용기까지 공식적으로는 정부 전용기이므로 대민지원에 끌려나갈 수도 있다.[17] 808포병부대라는 소설의 작가가 권말에 밝힌 바에 따르면, 대민지원 나갔다가 막걸리 얻어먹고 취해서 부대 복귀 후 고성방가를 부르며 말썽을 피운 사병을 간부와 행정보급관들이 처벌하지 않았다고 한다.[18] MBC 예능 진짜사나이에서도 대민지원을 나갔을 때 농가에서 잔치 국수를 얻어먹은 일이 있었다. 일해주고 수고했다며 얻어 먹는 일이 그렇게 잘못된 것이라면 방송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19] 중요 기간 산업 등과 관련해서는 외교부 허가를 받고 합법적으로 여행금지국가 방문, 체류가 가능하다.[20] 반대로 병사들은 간부에게 증오심을 가지게 된다고 하지만... 이건 병역 중에 노가다 뛰었다는 악심에 나오는 소리고, 전투 지역에 가까운 곳일수록 땀 좀 흘려서 민심을 얻는 게 나중에 피를 덜 흘릴 수 있다. 과거 월남이나 예멘, 소말리아 같은 사례를 보면 외국 군인들에게 총을 쏘거나 폭탄을 던진 건 단지 해당 지역 반군만이 아니었다. 어제까지 얼굴 보며 지내던 동네 할아버지, 아줌마, 어린애가 다가와서 방아쇠를 당기거나 수류탄을 던지는 일이 벌어진 것. 이런 통수를 맞지 않으려면 사전에 민심을 얻어놓는 게 몹시 중요하다. 당장 멀리 갈 것도 없이 손자병법에 나와있는 것이며, 2022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때 러시아가 민심을 잃는 등 수많은 부분에서 손자병법의 가르침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여 수렁에 빠졌다.[21] 당시에 현역, 예비역 할것 없이 ‘전국노예자랑’이냐며 비아냥했다. 그도 그럴것이 코로나19로 출타가 통제되는 시점에서 외부 수해복구는 적극 지원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해지역일수록 질병에 노출도가 높기에 더더욱 위험하다.[22] 특히 휴일에 불려나오면 더더욱... 심지어 이런 건 정식 근무가 아닌 '봉사활동' 이기에 초과근무나 당직에도 포함되지 않고 당연히 근무수당을 받지도 못한다.[23] 실제로 주말 삭제 시키고 대신 그 주말에 지원만 보낸 사례도 있다! 물론 이후에 전투 휴무로 보장해주긴했으나 2주 연속 일과만 하다 쉬는 거랑 5일씩 일하고 쉬는 거랑은 천지차이이며 가뜩이나 스트레스 많이 받는 군대에선 더욱 스트레스가 극심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