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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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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그리스어 필사본


1. 개요

대략 기원전 4~5세기,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았던 시대에 쓰인 그리스어다. 호메로스, 플라톤, 헤로도토스 등의 작가, 철학자, 역사가 등등의 저술이 고대 그리스어로 쓰여 있다. 지역에 따라 아티케 방언, 이오니아 방언, 도리아 방언 등 여러 가지 방언이 있는데, 이 글에서는 아테네 지역에서 쓰인 아티케 방언을 기준으로 설명한다.

어순이 자유로운 게 특징이다. 굴절어라서 명사의 격변화가 있기 때문에 명사의 어미를 보면 이게 주어인지 목적어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동사도 주어의 수, 인칭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에 주어가 뭔지 짐작할 수 있는 경우엔 주어를 생략해 안 쓰는 경우도 많다. 또, 명사뿐 아니라 동사에도 문법적 성 개념이 있기 때문에 어려움은 두 배가 된다. 주어를 생략한다는 점은 현대 그리스어도 같지만, 현대 그리스어(디모티키)의 경우는 도치법이라든가 문학적 수사를 사용하지 않는이상 어순이 주어+동사+목적어로 정해져있다. 이 점이 고대 그리스어와 현대 그리스어의 가장 큰 차이다.

고전어들이 대체로 그렇지만 충공깽하게 어려운 언어 중의 하나로, 마찬가지로 중요한 라틴어에 비하면 서너 배 어렵다고 한다. 이는 익숙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3~4배 많다는 뜻이다. 대학생 수준의 지성을 가진 한국인 기준 라틴어보다 훨씬 어렵다. 그리스어는 라틴어보다는 영어에 대한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도 고대 그리스어/문법에 맛뵈기로 서술된 내용만 일별해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동사 변화가 라틴어보다도 괴랄하고 시제와 서법이 더 복잡하기 때문. 특히, 단순과거(aorist) 시제같은 것은 그 용법을 직관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대체로 한국의 신학교에서 배우는 그리스어는 고대 그리스어가 아니라 헬레니즘 시절의 발음인 코이네 그리스어다. 흔히 신학계에서 말하는 헬라어는 이쪽. 다만 코이네는 시대상으로는 알렉산드로스 3세 이후의 언어이기 때문에, 고대 그리스어와 시대상으로 크게 격리되어 있지는 않다. 이를테면 아리스토텔레스의 경우 고대 그리스어에서 코이네 그리스어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사람이다. 때문에 기원전 4~5세기 사람들을 코이네 발음으로 읽어도 딱히 큰 오류는 없다. Ἀθῆναι를 고전 발음 '아테나이'가 아니라 코이네 발음 '아테네'로 흔히 표기하는 것이 그 예이다.

2. 방언

고대 그리스어는 공간적으로는 에게 해 인근 반도들과 수많은 도서, 시간적으로는 기원전 9세기경부터 (코이네 그리스어까지 포함하면) 중세 초기까지도 쓰였던 언어인 만큼 상당한 수의 방언이 존재한다. 일단 고대 그리스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방언으로 분류되는 만큼 서로 크게 차이가 나진 않고 한 가지 방언에 능통하면 다른 방언의 텍스트도 비교적 무리 없이 읽을 수 있지만, 호메로스 작품 등 오래된 문헌을 읽기 위해서는 별도로 학습이 필요하다. 유명한 방언을 몇 개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 아티케 방언 (Attic)
    아테네 인근에서 쓰이던 방언.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 아테네의 문화적 파급력이 엄청났기 때문에 현존하는 고전 그리스어 문헌 중 상당수는 아티케 방언으로 작성되었고, 덕분에 현대에도 대부분 고전 그리스어를 처음 배울 때 이 아티케 방언을 기준으로 배우게 된다. 시중에 판매되는 학습 서적도 특별한 말이 없으면 거의 이 방언이라고 보면 된다.
  • 코이네 그리스어 (Koine Greek)
    아티케 방언의 직계 후손이자 헬레니즘 시대 전후를 기점으로 보편적으로 사용되던 그리스어. 후에 비잔티움 제국에서도 널리 사용되었으며 현대 그리스어의 조상이기도 하다. 문법적으로 아티케 방언에 비해 간략화된 부분이 많으며 발음도 차이가 난다. 코이네 그리스어로 적힌 대표적인 저작은 구약성경 70인역(Septuagint)과 신약성경이 있어서 이를 읽기 위해 공부하기도 한다.
  • 이오니아 방언 (Ionic)
    에게 해 인근 도서와 아나톨리아 반도 서부에서 폭넓게 쓰이던 방언. 아티케 방언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아예 아티케-이오니아 방언이라고 한 분류로 묶기도 한다.
  • 상고 이오니아 방언 (Old Ionic)
    이오니아 방언의 고대 버전. 이오니아 방언과 같이 취급하지 않고 따로 분류하는 이유는 그 유명한 호메로스가 이 시기 인물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호메로스 덕분에 이 방언을 아예 '서사시 방언(Epic)' 혹은 '호메로스 방언(Homeric)'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른 방언들보다 시대적으로 훨씬 앞서있기 때문에 문법적으로도 이질적이고 복잡하며 일부 어휘는 지금까지도 제대로 해독되지 않았다. 아티케 방언보다 학습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호메로스 작품을 읽을 것이 아니라면 처음 학습용으로는 잘 추천되지 않는다.
  • 도리아 방언 (Dorian)
    펠로폰네소스 반도 남부, 동부 등지에서 사용되던 방언. 스파르타 지역의 방언도 이 도리아 방언이다. 다른 방언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명한 저자는 적지만 이 방언의 직계 후손인 자코니아어(Tsakonian) 화자가 현재까지도 그리스에 소수 존재한다.
  • 에올리아 방언 (Aeolic)
    테살로니카 등 에게해 주변 일부 지역에서 사용되던 방언. 주로 운문 문학이 많이 남아있다.

3. 그리스 문자

당연히 그리스 문자를 쓴다. 문서 참조.

4. 고대 그리스어의 문법

고대 그리스어/문법 참고.

5. 예문

μῆνιν ἄειδε, θεὰ, Πηληϊάδεω Ἀχιλῆος
οὐλομένην, ἣ μυρί᾽ Ἀχαιοῖς ἄλγε᾽ ἔθηκε,
πολλὰς δ᾽ ἰφθίμους ψυχὰς Ἄϊδι προΐαψεν
ἡρώων, αὐτοὺς δὲ ἑλώρια τεῦχε κύνεσσιν
οἰωνοῖσί τε πᾶσι, ...
분노를 노래하소서, 여신이여,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의,
아카이아 인들에게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가져다주었으며
숱한 영웅들의 굳센 혼백을 하데스에게 보내고
그 육신은 들개와 온갖 날짐승의 먹이가 되게 한
잔혹한 분노를! ...
호메로스, 『일리아스』, 「1권」, 1-5행
δέδυκε μὲν ἀ σελάννα
καὶ Πληΐαδες, μέσαι δὲ
νύκτες, παρὰ δ' ἔρχετ' ὤρα,
ἔγω δὲ μόνα κατεύδω.
달은 사라지고 / 플레이아데스도 떠나, 밤의
한가운데, 시간은 흐르고, / 그리고 나는 홀로 잠드네.
사포, fragment 52
τὸν φρονεῖν βροτοὺς ὁδώ-
σαντα, τὸν πάθει μάθος
θέντα κυρίως ἔχειν.
그분께서는 인간들을 지혜로 이끄심에
고통을 통하여 지혜를 얻게 하셨으니
그분께서 세우신 이 법칙 언제나 유효하도다.
아이스퀼로스, 『아가멤논』, 176-178행
ὦ φῶς, τελευταῖόν σε προσβλέψαιμι νῦν,
ὅστις πέφασμαι φύς τ᾽ ἀφ᾽ ὧν οὐ χρῆν, ξὺν οἷς τ᾽
οὐ χρῆν ὁμιλῶν, οὕς τέ μ᾽ οὐκ ἔδει κτανών.
오 빛이여, 내가 너를 보는 것도 지금이 마지막이기를,
나야말로 태어나서는 안 될 사람에게서 태어나, 결혼해서는
안 될 사람과 결혼하여, 죽여서는 안 될 사람을 죽였구나!
소포클레스, 『오이디푸스 왕』, 1183-1185행
καὶ μανθάνω μὲν οἷα τολμήσω κακά,
θυμὸς δὲ κρείσσων τῶν ἐμῶν βουλευμάτων,
ὅσπερ μεγίστων αἴτιος κακῶν βροτοῖς.
내가 얼마나 끔찍한 짓을 저지르려 하는지 나는 알고 있다.
그러나 격정이 나의 숙고熟考보다 강력하니,
격정이야말로 인간들에게 가장 큰 재앙의 원인이로다!
아리스토파네스,[1] <아카르나이 구역민들>, 119행
ὃς τότε ἤιε ἐς Θερμοπύλας ἐπιλεξάμενος ἄνδρας τε τοὺς κατεστεῶτας τριηκοσίους καὶ τοῖσι ἐτύγχανον παῖδες ἐόντες.
그는 자기 휘하의 300명의 전사들을 슬하에 아들이 있는 자들 중에서 선발해 테르모퓔레로 향했다.
헤로도토스, 『역사』, 「7권」, 205행
γνῶθι σεαυτόν.
너 자신을 알라.
탈레스
ὥστε μοι νυνὶ γέγονεν ἐκ τοῦ διαλόγου μηδὲν εἰδέναι.
이제 이상의 논의로써 분명한 것인즉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
ὅμνυμι Ἀπόλλωνα ἰητρὸν, καὶ Ἀσκληπιὸν, καὶ Ὑγείαν, καὶ Πανάκειαν, καὶ θεοὺς πάντας τε καὶ πάσας, ἵστορας ποιεύμενος, ἐπιτελέα ποιήσειν κατὰ δύναμιν καὶ κρίσιν ἐμὴν ὅρκον τόνδε καὶ ξυγγραφὴν τήνδε.
나는 의술의 신 아폴론아스클레피오스, 휘게이아, 파나케이아, 그리고 모든 신과 여신을 증인으로 하여, 능력과 판단으로써 나의 선서와 계약을 이행할 것을 맹세한다.
히포크라테스
μὴ μοῦ τοὺς κύκλους τάραττε.
현대어: Μήν κακομαθαίνετε τους κύκλους μου!
내 원들을 망치지 마시오.
아르키메데스
ἐγὼ σὸς πατήρ εἰμι.
현대어: Είμαι ο πατέρας σού. 혹은 Είμαι ο μπαμπάς σού.
내가 네 아버지다.

6. 관련 인물

한국 희랍어의 대가는 단국대학교 천병희 교수이다.[2] 천병희 교수는 원래 독문학자로서 독일 유학을 갔지만[3] 그 시기 그리스어와 라틴어에 심취하여 이 분야의 대가가 되었다. 그리고 일리아스오디세이아를 비롯한 40여 종의 고전 그리스어 문헌을 한국어로 번역했다. 그리스 연극과 고전 그리스어 문법으로 알려진 특이한 경우다. 이분의 그리스어 강독 수업은 힘들기로 유명했다.


[1] 원래 이 작품의 작가인 아리스토파네스는 모든 것을 희화화하고 거침없이 까는 걸로 유명하다.. 자세한 내용은 항목 참조.[2] 한때 윤이상, 천상병 등과 함께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어 봉직하던 서울대 사범대학에서 쫓겨나고 10년 동안의 자격정지를 선고받기도 했다. 실제로 이 사건의 혐의자 중에 당시 프랑스, 독일 등에서 공부하던 외국어문학자, 철학자, 의학자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다. 현재는 은퇴하고 명예교수가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단국대학교에서 유명했던 교수가 재직한 독어독문학과는 폐과되었다. 그나마 천안캠퍼스에 독일어과가 남아 명맥을 잇고 있다. 실제로 교수 한 분은 (구) 서울캠퍼스 독어독문학과 출신이다.[3] 독일시 중 횔덜린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