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원제: 五分後の世界(ごふんごのせかい):ヒュウガ·ウィルス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류가 1996년에 발표한 대체역사소설. 대한민국에서는 2000년에 자유시대사에서 <바이러스 전쟁>이란 이름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옮긴이는 이정환.
전작으로 5분 후의 세계가 있는데, 이 두 작품은 제2차 세계 대전 말기에 연합군이 몰락 작전을 실행함에 따라 일본 제국이 대충 망하고 나서 연합군의 통치하에 놓이게 된 평행우주를 그리고 있다.
제목의 '휴가(日向)'는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된 마을에서 따온 이름이며 흔히 아는 '休暇'가 아니다.
2. 줄거리
CNN 소속의 미국인 여기자 캐서린 코리는 일본 지하 사령부 또는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 통칭 UG)'라고 불리는 일본 지하의 전투 국가라고 쓰고 군국주의의 찌꺼기라고 읽는 저항조직을 취재하기 위해 옛 나가노(長野) 북동부 지역에 있는 B-4라 불리는 포로수용소에 한 달 정도 체류하고 있었다. 미군의 호위를 받으며 B-4에 도착한 그녀는 그곳에서 UG군이 벌이는 B-4 진압작전을 목격한다. 그녀는 곧바로 UG군 병사들을 따라가 취재 요청을 하게 되고, UG군 병사들은 취재에 응한다. 그러나 언더그라운드에 초대된 캐서린은 UG군 병사들과 UG의 주민들이 자신을 공기 취급할 정도로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고 소외감과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 그러던 중 UG군 사령부에 초대된 캐서린은 원인불명의 전염병[1]이 발생한 규슈 동남부에 있는 휴양도시 '빅뱅'에 갇혀 있는 한 VIP를 구출하기 위한 작전에 동행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게 된다. 그녀는 이 작전 중에 '빅뱅' 북서쪽에 있는 비국민촌[2]인 휴가 마을을 쓸어버린다는 것[3]이 마음에 걸렸지만 동행하기로 결심하고, 오쿠야마 중령이 이끄는 14명의 UG군 병사와 함께 '빅뱅'으로 떠나게 되는데......3. 설정
소설 속의 평행우주는 현재,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와 5분 동안의 시공간적 차이가 있으며, 이 평행우주에서는 일본이 태평양 전쟁에서 오키나와 전투를 치른 후, 나가사키, 코쿠라, 마이즈루에 원자폭탄을 쳐맞으면서도 일본 본토에서 미군과 결전을 실행했다.당연히 전투와 공습으로 인해 일본 전역은 초토화되었고 이후 일본은 연합군의 점령하에 놓였다. 또한 일본 제국이 패망하고 나서 일본군 지도자는 모두 체포되거나 처형되었다.
전쟁이 끝나고 나서 홋카이도와 도호쿠 지방은 소련이, 그곳을 제외한 혼슈와 규슈의 대부분을 미국이, 시코쿠를 영국이, 또 자신의 권리를 주장한 중국이 니시큐슈(서큐슈)를 각각 분할 통치했다. 그 시점에서 일본의 인구는 8000만 명[4]에서 2300만 명으로 격감했다. 인구가 이렇게까지 줄어든 이유는 본토에서의 결전 직전에 일본 대본영이 전 국민을 군사화하기 위해 실시한 '의용병역법'의 결과와 소련에 의한 학살, 그리고 전 국토에 만연한 기아와 전염병 때문이었다.그러나 일본 제국이 붕괴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버마(미얀마), 뉴기니에서 귀환한 일부 장교들이 옛 나가노에 집결했다. 새로운 일본을 일으키겠다는 뜻을 세운 그들은 지하에 수많은 터널을 만들어 국가를 형성했는데, 이것이 '일본 지하 사령부', 나중에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 통칭 UG)'로도 불리게 되는 지하 전투 국가의 탄생이었다. 이윽고 지하 수백 미터에 26만 명의 인구를 가진 언더그라운드는 냉전 당시 휘하의 UG군으로 일본 본토에 주둔한 연합군(미군과 소련군)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되풀이하면서 반제국주의를 주창하는 용병으로서 해외의 내전이나 분쟁, 혁명에도 참가했다. 1959년의 쿠바 혁명 때도 피델 카스트로의 요청을 받은 UG군이 타케우치 켄지 대위가 이끄는 군대를 파견해 혁명군을 도왔다.
1972년에 말년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언더그라운드를 시찰하고서는 "어떤 의미에서의 차별도 없는 나라는 UG뿐이다"라고 칭찬을 했다고 한다.[5] 전투 국가이면서 고도의 문화, 예술, 과학을 자랑하고 있으며, UG 생화학연구소가 개발한 '향현(向現)'은 부작용이 없는 완벽한 향정신성 의약품이며, 마치 화폐처럼 전세계 암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한편, 분할통치되어 해외로부터 '기술 이민'을 받아들인 지상의 일본에서는 올드도쿄, 오사카 등 도시를 중심으로 거대한 빈민가가 형성되고 있었다. 이민정책 자체가 실패한 상황에 놓인 전후에 각 빈민가에서 탄생한 혼혈아들 대부분은 연합군의 주둔에 따른 폐쇄감과 불안감 때문에 폭동과 약탈에 의지하여 생활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 혼혈아들은 강자인 연합군을 상대로 철저하게 저항하며 대항하는 언더그라운드를 존경하고 동경했다.
4. 평가
가상의 역사를 다뤘다는 이유만으로 자꾸 이 소설을 대체역사소설로 분류하고 분석하고 욕을 하는데, 이 소설의 주안점은 SF적인 요소와 IF 역사에 대한 상상일 뿐이지 일본인 영웅집단 UG군의 활약상을 쓰고 아! 일본인이 진짜 맘먹고 싸우면 졸라 강하다! 이런 건 아니다. 모 블로그에서 색안경 끼고 읽은 리뷰 때문에 군국주의 소설로 치부되는데, 스타쉽 트루퍼즈를 쓴 작가가 진짜 군국주의자가 아닌 것처럼 이것도 가상의 사회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소설일 뿐이다. UG군 자체적으로도 계급차별 및 착취구조의 제도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데 그냥 서술만 하고 작가가 비판을 안했다고 이것도 그냥 넘겨버린다.다만, 위 평가는 무라카미 류를 옹호하는 관점으로 편향되어 있다고 볼 여지가 크며, 이 소설과 작가의 극우성에 대한 문제제기에 상당한 정당성이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 작품에서 작가가 '서구(미국)의 문물에 정신이 오염되고, 경제적으로는 풍요롭지만 말초적인 욕구 충족에만 찌들어 정신적으로는 빈곤하고 유치한' 현대 일본 사회를 비판하기 위해 대안으로 제시한 사회는 '2차대전 패배 이전의 제국주의적 전통의 연장선상에서 탄생하였고 사회 전체가 군대식으로 편성되어 있을 정도로 극히 폐쇄적이고 억압적, 배타적인' 사회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즉, 물질주의와 경제적 풍요에만 집착하여 정신적 가치를 상실해가는 현대인을 비판한 것이 문제시되는 것이 아니라, 그 비판의 근거와 대안 제시가 '억압적이고 획일적, 배타적인 전체주의적 사회관'과 '제국주의 시대에 향수를 느끼는 일본 극우의 영웅상' 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비판받는다.
[1] 이 전염병에 걸리게 되면 눈과 내장이 파열되고, 뼈가 부러질 만큼 강력한 근육경련 뒤에 피를 토하며 죽는다고 한다.[2] 非國民村. 몰락 작전 당시 일본 대본영이 실시한 '1억 총옥쇄' 정책 때문에 '국민의용군'으로서 연합군과 싸워야 했던 사람들의 자손이 사는 마을로, 주민들은 매우 가난하고 비굴하며,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불결한 환경에서 원시적인 생활을 하며 살고 있다고 한다.[3] 이곳에서 최초로 전염병이 발생했기 때문에 감염원을 제거해야만 했다.[4] 흔히 2차대전 말기에 일본 대본영이 자국민에 강요한 '1억 총옥쇄'에서 1억이라는 숫자가 일본 본토의 인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사실 이 숫자는 일본(8000만) + 조선과 대만(2000만)의 인구이다.[5] 그러나 이후에 전개되는 이야기에서 언더그라운드는 일본인들을 총 세 가지 계급으로 분류하여 차별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본토 결전 당시 국민의용군으로 참전해 연합군과 싸운 일본 국민의 자손들은 일본인 입장에서는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의 후손인데도 불구하고 '비국민'이라는 명예롭지 않은 명칭이 부여되었다.(비국민이란 군국주의 일본 시절에 일본 정부가 자신들의 이념에 따르지 않는 일본인을 가리키던 비하적인 명칭이다) '준국민'이라는 계급도 있는데, 이들은 언더그라운드의 '국민'이 되기 이전 단계의 사람들로, 작중 UG군 소속 등장인물들은 이들을 그저 인간 방패나 물건 보듯이 생각한다. 당시에는 그랬다는 것이거나 아인슈타인이 보는 눈이 없다고 봐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