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4-12 23:26:25

클리타임네스트라

미케네 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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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케네의 역대 왕비
펠로페이아 클뤼타임네스트라 헤르미오네

Κλυταιμ[ν]ήστρα / Klytaim[n]ēstra

1. 개요2. 이름3. 일대기
3.1. 트로이 전쟁 이전3.2. 트로이 함락 후
4. 평가5. 대중매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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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그리스 로마 신화의 등장인물. 미케네왕비다. 남편 아가멤논과의 사이에서 이피게네이아, 엘렉트라, 오레스테스 삼남매를 두었으나 그 전에 첫 남편인 탄탈로스 2세와의 사이에서도 아들을 두었었고, 아가멤논과의 사이에도 엘렉트라와 오레스테스 사이에 크뤼소테미스라는 이름의 딸이 하나 더 있다고도 한다.

스파르타의 왕 튄다레오스와 레다의 딸로 트로이 전쟁의 원인인 헬레네의 쌍둥이 언니이기도 하다.[1] 헬레네만큼은 못해도 상당한 미인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어머니 레다가 대단한 미녀였던 만큼 보통 인간이라 하더라도 미녀였을 것이다.[2]

일반적으로 헬레네는 제우스와 레다의 딸, 클뤼타임네스트라는 튄다레오스와 레다의 딸인 것으로 전해진다.[3]

2. 이름

길고 외우기 힘든 이름[4]이 많이 등장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도 유난히 한국인 입장에서 발음하기 힘든 이름인데, 심지어 원전에서의 표기도 Κλυταιμνήστρα[클뤼타임네스트라]와 Κλυταιμήστρα[클뤼타이메스트라]가 둘 다 혼용된다. 그렇기에 웬만하면 어떤 역본에서도 한글 표기가 거의 달라지지 않는 아폴론, 포세이돈, 아킬레우스 등과 달리 이름의 한글 표기가 자주 변형되는 인물. 일리아스오뒷세이아에서는 '클뤼타임네스트라'로 나오지만, 아이스퀼로스의 비극 《아가멤논》에서는 '클뤼타이메스트라'로 나온다. 어느 쪽이든 틀린 건 아니다.

3. 일대기

3.1. 트로이 전쟁 이전

본래 탄탈로스의 손자인 탄탈로스 2세[5]와 결혼해 아들 하나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탄탈로스 2세의 조카 아가멤논이 탄탈로스 2세와 아들을 죽여서 아가멤논의 부인이 된다.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에서도 이 사건이 언급되었고, 아가멤논은 탄탈로스 2세와 클뤼타임네스트라의 아들을 그녀에게서 빼앗아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여동생이 당한 짓에 분노한 디오스쿠로이는 아가멤논과 전쟁하려 왔으나 튄다레오스가 아가멤논을 구해줘서 실패한다. 심지어 전 남편인 탄탈로스 2세는 아가멤논의 종조부인 브로테아스의 아들이자 오촌 숙부로 오촌 조카가 오촌 숙부를 잔인하게 죽이고 오촌 숙모를 전리품이자 노예로 뺏어 강간한 셈이었다. 전승에 따르면 아가멤논과 클뤼타임네스트라의 결혼은 강간혼, 약탈혼이었다. 어떻게 보면 이때부터 아가멤논의 사망 플래그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오레스테스》에서는 헬레네파리스와 함께 트로이로 도주했을 때 시동생 겸 제부인 메넬라오스의 부탁대로 스파르타에 남겨진 조카 헤르미오네를 맡아 키웠다고 언급된다.

트로이 전쟁 때 아가멤논이 아르테미스가 아끼는 수사슴을 잘못 죽여 아르테미스의 분노를 사서 출항을 못하게 되자, 신탁은 아가멤논의 딸들 중 가장 아름다운 딸을 산 제물로 바쳐야 한다고 나왔다. 이에 아가멤논이 장녀 이피게네이아를 아킬레우스에게 시집보내겠다는 구실로 데리고 나와 산 제물로 바쳐버렸다.[6] 이 사실을 알고 격분한 클리타임네스트라는 남편에 대한 원한을 깊이 품는다.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에서는 아가멤논이 이피게네이아와 아킬레우스를 결혼시킨다고 하자 기뻐하며 딸과 아들 오레스테스를 데리고 왔다. 그러나 아킬레우스로부터 아가멤논이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치려 든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경악하고,[7] 아킬레우스는 아가멤논에게 분노하며 이피게네이아를 지켜주려고 하지만 실패한다. 이피게네이아는 처음에는 살고 싶다고 애원했으나 스스로 제물이 되기로 결심하고, "아버지는 헬라스 땅을 위해 마지못해 저를 죽이시는 거예요."라고 하자 클뤼타임네스트라는 "하지만 간계를 써서 야비하게, 아트레우스답지 않게 죽였지."라고 분노한다. 이피게네이아가 제물로 바쳐지던 찰나, 이피게네이아가 누워있던 자리에 죽은 암사슴의 사체가 놓여 있었고 사자는 이피게네이아가 신들이 계신 곳으로 날아갔다고 하자 "이것이 너(이피게네이아)로 인한 쓰라린 고통을 잊어버리도록 나를 위로하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고 내가 어떻게 확신하지?"라고 반박한다.

그러던 중 아이기스토스[8]와 만나 정을 통하게 되고, 아가멤논에게 억울하게 아들 팔라메데스를 잃은 나우플리오스, 팔라메데스의 형제 오이악스의 부추김[9]으로 클뤼타임네스트라는 아가멤논을 살해하기로 결심한다.

천병희 역 오디세이아 3권 262~272행에서 클뤼타임네스트라는 처음에는 아이기스토스의 유혹을 거부했다. 아가멤논은 트로이를 떠나기 전에 가인에게 아내를 지키라고 명령했으나 아이기스토스는 그를 외딴 섬에 버리고 왔고, 클뤼타임네스트라를 자기 집으로 데려갔다.

3.2. 트로이 함락 후

트로이 전쟁이 끝난 후 아가멤논은 트로이의 아름다운 왕녀 카산드라를 첩으로 삼아서 미케네로 돌아온다. 예언자였던 카산드라는 아가멤논에게 부인에게 죽임을 당할 것을 예언했지만 아가멤논은 이를 무시한다.[10][11]

아이기스토스는 아가멤논의 개선을 축하하는 성대한 잔치를 열고, 클뤼타임네스트라는 근사한 새 옷을 바쳤다. 그런데 이 옷은 소매와 발목 부분을 꿰매어 놓은 것이었고, 아가멤논이 이 옷을 입으려다 자루를 뒤집어쓴 꼴이 되어 버둥거리는 사이 아이기스토스가 아가멤논을 암살했다. 이 때 카산드라도 죽였고, 아가멤논과 카산드라의 두 사생아 아들인 텔레다무스와 펠롭스는 아이기스토스가 죽였다. 아가멤논과 카산드라를 죽인 후 클뤼타임네스트라와 아이기스토스는 아가멤논의 적자라 왕위 계승자 1순위였던 오레스테스까지 죽이려고 했다.

오디세이아에서는 아이기스토스가 부하들을 모아 아가멤논과 그의 수행원들을 죽일 때, 그 옆에서 카산드라를 죽였다.
"그대는 이것이 내 소행이라 믿고 있구려. 하지만 나를 아가멤논의 아내라 생각하지 말아요. 무자비한 잔치를 베푼 아트레우스의 악행을 복수하는 악령이 여기 죽어 있는 자의 아내의 모습을 하고 나타나 어린 것들에 대한 보상으로, 마지막을 장식하는 제물로써 이 성숙한 어른을 죽인 것이라오."
아이스퀼로스의 비극《아가멤논》 천병희 역
아이스퀼로스의 비극 《아가멤논》에서는 아이기스토스가 부추겨서 클뤼타임네스트라가 목욕하고 있던 아가멤논을 도끼로 쳐죽였다는 설을 채택했다.[12] 아가멤논과 카산드라를 죽인 후, 아가멤논을 동정하고 자신을 비난하는 코로스에게 위의 대사를 말하며 맞받아친다. 그리고 코로스장과 말다툼을 벌이는 아이기스토스를 말린다.

그 후 아이기스토스는 미케네의 왕이 되었고 클뤼타임네스트라는 아이기스토스와의 사이에서 알레테스와 에리고네를 낳았다.[13] 그러나 7년 후 아가멤논의 아들인 오레스테스가 아버지를 죽인 자들을 죽이라는 신탁을 받고 미케네로 건너와 누나인 엘렉트라와 함께 힘을 합쳐 아이기스토스와 클뤼타임네스트라의 목숨줄을 끊었고 이로써 클뤼타임네스트라는 파란만장한 일생을 마감했다.[14]

아이스퀼로스의 비극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에서는 오레스테스가 아이기스토스를 죽이자 누가 당장 살인의 도끼를 가져오라면서 분노하고, 아이기스토스의 죽음을 슬퍼한다. 자신의 잘못을 읊는 오레스테스에게 되레, 아가멤논의 잘못도 따지라고 맞받아친다. 타 작품에서 그저 목숨을 구걸하기만 하는 모습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네가 마냥 애도하고 있는 네 아비란 사람은 헬라스인들 중에서 유일하게 감히 제 딸을 신들께 제물로 바쳤으니까. 하긴 그가 그 애의 씨를 뿌렸을 때, 그 애를 낳은 나만큼은 산통을 겪지 않았으니까."
소포클레스의 비극 《엘렉트라》 537~538행 (천병희 역)
소포클레스의 《엘렉트라》에서는 아가멤논을 무슨 불쌍한 피해자마냥 애도하고 자신을 죄인이라 비난하는 작은딸 엘렉트라에게 다음과 같은 말로 받아치며 자신이 왜 아가멤논을 증오하고 죽일 수밖에 없었는지를 낱낱이 설명한다. 여기서는 아이기스토스보다 먼저 살해당하고, 아이기스토스는 클뤼타임네스트라의 시체를 보고 경악하다가 오레스테스에게 살해당한다. 대부분의 전승과 비극에서는 오레스테스가 아이기스토스를 먼저 죽이고 클뤼타임네스트라를 나중에 죽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엘렉트라》에서는 아이기스토스와 같이 아가멤논을 죽였다. 엘렉트라 왈, "그녀는 아이기스토스의 쌍날칼로 아버지를 가련한 제물로 만들고 나서 음흉한 정부를 얻었나이다!"[15] 트로이 여인들의 시중을 받으며 엘렉트라와 만나고, 엘렉트라가 어머니의 손을 잡아드리면 안 되겠냐고 묻자 거절한다. 이어서 아가멤논을 죽인 동기는 메넬라오스가 헬레네를 제어하지 못한 일로 아가멤논이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쳐서임을 밝힌다. 만약 메넬라오스가 납치당했으면 내가 헬레네의 남편인 메넬라오스를 구하기 위해 오레스테스를 죽여도 괜찮았겠냐고 묻는다. 엘렉트라가 말하길, 클뤼타임네스트라는 트로이가 이기면 기뻐했고 트로이가 지면 슬퍼했으며 아가멤논이 귀국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이기스토스가 엘렉트라를 학대해도 방관했다고 한다. 이후 산파 없이 혼자 아이를 낳았다는 엘렉트라의 거짓말에 넘어가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러 가는데, 오레스테스와 엘렉트라가 함께 칼을 쥐고 클뤼타임네스트라를 찔러 죽였다.

이후 아이기스토스와 클뤼타임네스트라의 아들 알레테스가 미케네의 왕위에 오르지만 돌아온 오레스테스에게 살해당한다. 아이기스토스와 클뤼타임네스트라의 딸 에리고네도 하루아침에 부모와 친오빠를 전부 잃고 왕이 된 이부오빠 오레스테스의 정부로 전락하여 펜틸로스를 낳는다. 오레스테스는 한 마디로 이부남동생을 살해하고 이부여동생을 정부로 삼은 격인데 사실상 어머니와 아이기스토스가 자신과 누나에게 한 짓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이 답습한 셈. 다만 그리스 비극과 대부분의 그리스 신화 매체나 서적들에서는 알레테스와 에리고네 남매의 등장이 생략되어 오레스테스의 연좌제적인 악행도 고스란히 묻혔다. 또한 에리고네는 전승에 따라 오레스테스를 고소했으나 그가 무죄로 풀려나자 분해 자살했다는 얘기나, 오레스테스에게 살해당할 뻔한 걸 아르테미스에게 구출되어 이부언니 이피게네이아처럼 아르테미스의 사제로 살게 되었다는 얘기가 있다.

4. 평가

레다가 낳은 네 명의 자녀들 중 가장 기구하고 굴곡진 삶을 살아간 인물. 첫 남편과 아들을 죽이고 능욕까지 일삼아 아가멤논을 증오했지만, 첫 아이이자 딸이었던 이피게네이아의 탄생으로 마지막 희망이 된 큰아이를 위해서 살아가기로 마음먹고 상처를 간신히 억눌렀다. 그런데 그 이피게네이아마저 아가멤논이 아르테미스 여신에 대한 속죄를 치르겠답시고 인신공양이라는 잔인한 방식으로 목숨을 빼앗아 버리자 억눌러져 있던 증오심이 되살아나 버린 것. 후에 태어난 아이들마저 결국엔 왕비이자 어디까지나 아가멤논의 아내에 지나지 않은 자신의 고통은 신경쓰지 않고, 아버지의 죄의 존재와 별개로 미케네의 왕인 권력의 근원인 아가멤논을 더 따를 것이 분명했기에 복수심에 미쳐 아가멤논의 목숨을 빼앗은 것으로 보인다.

아가멤논에게 남편과 아들을 잃고 약탈혼당한 이후 하나뿐인 맏딸 이피게네이아만을 보고 살아왔던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자신을 강간하고 전 남편 탄탈로스 2세와 갓난 아들의 목숨을 빼앗고서 이번엔 맏딸의 목숨까지 앗아간 아가멤논을 향한 인내심이 폭발할 대로 폭발해 자기 손으로 직접 복수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무 죄 없는 이피게네이아가 아르테미스에게 인신공양된 것도 트로이로의 출항을 앞두고 굳이 다른 곳도 아니고 아르테미스의 성소에서 그녀의 사슴을 쏴 죽이면서 그녀더러 들으라는 듯이 "내가 여신보다 활솜씨가 뛰어나다."고 자랑 삼아 떠벌린 아가멤논의 휴브리스 때문이었다. 뭘 어떻게 변명해도 아가멤논의 치명적인 안목 부족과 어리석은 대처 능력이 원흉이란 사실은 변함없던 셈.[16][17][18] 한편 아킬레우스 역시 이때만 해도 아가멤논의 거짓말에 이용당한 피해자인지라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죄로 인해 신들에게 제물로 바쳐져 죽게 된 이피게네이아를 안타깝게 여기고 그녀를 제물로 바치는 일에 결사반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신탁인지라 그 역시 결국에는 방관할 수밖에 없었다.

이 잔인한 패륜 사건 이후로 클뤼타임네스트라는 두 번 다시 그리스 신화 이야기에서 언급으로나마 나오지도 않는다. 적어도 오디세이아에서 예언자 테이레시아스의 조언을 구하라는 키르케의 충고로 명계로 간 오디세우스 앞에서 망령의 모습으로 나타나 회포를 푼 아가멤논과 대비되게 본인은 망령의 모습으로나마 나오지도 못했고, 실제로는 죽지 않고 아르테미스의 사제로 멀쩡히 살아있었던 첫 딸 이피게네이아와도 재회하지 못한 채 사망했다. 남매들인 폴뤼데우케스카스토르이다스와 그 형제인 륀케우스의 약혼녀들을 먼저 빼앗는 죄를 저질렀음에도 죽은 후에 신으로 환생하는 등 죗값에 비해 너무나 과분한 결말을 맞이했고, 자매이자 트로이 전쟁의 시발점으로서 딸 이피게네이아의 인신공양 사건에 원인을 제공한 헬레네마저도 남편 메넬라오스와 귀국해서 스파르타로 돌아가 잘 먹고 잘 살았을 뿐만 아니라 오디세이아에서 텔레마코스를 돕는 조연으로 출연한 걸 생각하면, 아들과 작은딸에게 죽임당한 클뤼타임네스트라는 레다가 튄다레오스와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낳은 네 남매들 중에선 가장 잔혹하고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하지만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오레스테스>에서 언니의 인생을 비참하게 만든 원흉 중 하나인 헬레네는 이부언니의 죽음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하고 애도했다는 게 아이러니하다.[19]

클뤼타임네스트라가 살아생전에 줄곧 아르테미스의 타우리스 신전에 살아있었던 이피게네이아와 만나지 못하고 죽고, 이피게네이아도 자신을 줄곧 그리워 해 아버지마저 죽인 어머니와 재회하지 못한 것도 모녀의 비극인 셈. 심지어 이피게네이아마저 오레스테스와 상봉한 후론 자신의 원수인 아버지를 죽인 어머니를 어찌 생각하는지 알 수 없다.[20]

5. 대중매체에서

클뤼타임네스트라의 이야기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뿐 아니라 그리스 3대 비극작가에 의해서도 전부 다루어졌다. 아이스퀼로스의 비극 오레스테스 3부작, 소포클레스의 비극 엘렉트라,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엘렉트라에서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오디세이아에서 클뤼타임네스트라의 비중이 매우 낮은 반면[21] 위의 비극에서는 상당히 지적이고 능동적인 캐릭터로 그려진다.

5.1.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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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구판 홍은영의 그리스 로마 신화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10권, 14권에서 등장한다. 10권에서는 이피게네이아와 아킬레우스를 결혼시킨다는 아가멤논의 거짓말에 속아 이피게네이아를 데려왔고, 진실을 알게 되자 안 된다고 소리친다. 결국 이피게네이아가 제물로 바쳐지자 울면서 "잘못은 당신이 저질렀는데 왜 아이가 죽어야 하죠? 당신의 오늘 일을 결코 잊지 않겠어요!"라고 따진다.

14권에서는 내연남 아이기스토스가 아가멤논이 내일 돌아온다며 불안해하자, 아가멤논을 죽여 버리자고 한다. 아가멤논이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친 후 잔인한 그를 하루도 미워하지 않은 날이 없었음을 밝히며, 아이기스토스에게는 나와 결혼해서 왕이 되라고 제안한다. 아이기스토스가 동의하며 자신을 끌어안자 사랑 고백을 하면서 아가멤논만 없애면 우리 세상이 된다고 하는데, 이 밀회를 둘째 딸 엘렉트라가 전부 보고 있었다. 아가멤논이 돌아오자 자식들과 함께 그를 환영하는 척 하고, 아가멤논이 카산드라를 전리품으로 데려왔다고 하자 분노한다. 아가멤논과 카산드라가 욕실로 들어간 후 아이기스토스에게 긴 칼을 건네고 자신은 카산드라를 단도로 찔러 죽였다. 아이기스토스가 아가멤논을 죽이고 내친 김에 오레스테스도 없애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 아이기스토스와 클뤼타임네스트라의 자식이 미케네의 왕좌를 잇기 때문. 이에 클뤼타임네스트라도 원수의 아들보다 우리의 아이가 더 소중하다고 동의한다. 하지만 엘렉트라가 몰래 이 대화를 전부 듣고 오레스테스를 피신시켜서 실패한다.

곧 오레스테스가 도망쳤음을 알게 되고 아이기스토스가 오레스테스에게 복수당할 일을 걱정하자, 그건 나중 일이니 빨리 아가멤논의 죽음을 발표해야 한다고 한다. 신하들에게는 카산드라가 아가멤논을 죽이고 자살했다는 거짓말을 하고, 왕의 자리는 한시도 비워둘 수 없다며 아이기스토스와 결혼해 그를 미케네의 새로운 왕으로 세운다. 세월이 흐른 후 오레스테스가 죽었다는 엘렉트라의 거짓말에 속아 아이기스토스와 진심으로 기뻐하며 고모님[22]이 참 기쁜 소식을 보내 주셨다고 하지만, 오레스테스의 유골을 가져왔다는 거짓말로 방 안에 들어온 오레스테스에 의해 아이기스토스는 그의 칼에 가슴을 찔려 살해당한다. 눈앞에서 아이기스토스가 말도 못하고 쓰러져 숨을 거두는 모습을 보고 새하얗게 질려, 오레스테스에게 아가멤논을 죽인 건 아이기스토스라고 변명하지만 통하지 않는다. 급기야 윗옷을 헤쳐 젖가슴을 드러내며 "나는 너에게 이 젖을 먹여 기른 어머니다. 제발 살려다오."라고 애원하지만 이미 신탁을 듣고 마음을 굳힌 오레스테스의 칼에 가슴을 찔려 사망한다. 엘렉트라는 소름돋게도 오레스테스의 복수를 적극적으로 도와주며 어머니의 시체를 보고도 아버지도 지하에서 크게 기뻐하실 거라며 축하했지만, 이피게네이아는 우연히 재회한 오레스테스에게 부모의 죽음을 전해듣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렇게 돌아가셨냐며 한탄할 뿐 두 사람 모두에게 별다른 슬픔을 드러내지 않는다.

홍은영의 그리스 로마 신화 7권에서는 단역으로 등장. 아가멤논의 부인으로 소개되어 있으며 수위 문제인지 아가멤논에게 전 남편 탄탈로스 2세와 갓난 아기였던 아들을 잃고 강제로 겁탈혼당한 일화는 나오지 않는다.[23] 외모는 금발녹안 미인으로 묘사되었다. 쌍둥이 동생 헬레네보다 오히려 사촌 자매인 페넬로페를 더 닮았다. 작화상으로도 오히려 친자매이자 설정상 그리스 최고의 미녀인 헬레네보다 아름다워 보인다는 평이 많다.

5.2. 그 외

  • 사토나카 마치코의 <만화 그리스 신화> 7권에서도 등장. 아가멤논이 아킬레우스와 이피게네이아를 결혼시킨다고 거짓말을 하자 기뻐하면서 오디세우스를 따라 큰딸과 같이 아울리스로 갔다. 물론 진실을 알게 된 후에는 아가멤논에게 분노하고, 이피게네이아를 구하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제지당했다. 이후 아이기스토스와 불륜하며 "그딴 남자 지금쯤 트로이에서 죽었을 거야. 저승에서 이피게네이아를 죽인 죗값을 받겠지."라고 저주한다. 아가멤논이 귀국하자 딸을 신에게 희생으로 바치고 얻은 승리 따위는 바라지도 않았고, 승리보다 사랑이 중요하다고 독백한다. 아이기스토스가 아가멤논을 죽일 때 옆에서 카산드라를 죽이고, 아가멤논에게서 얻은 자식보다 아이기스토스가 좋다며 오레스테스도 죽이려 한다. 카산드라가 아가멤논을 죽이고 자살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아이기스토스를 미케네의 왕으로 세운다. 겉으로는 순진한 척 하지만 속으로는 자신을 미워하는 엘렉트라를 눈엣가시로 여기며 작은딸을 농부에게 강제로 시집보냈지만, 오레스테스가 죽었다는 거짓말에 넘어갔고 결국 오레스테스에게 살해당한다.
  • 만화로 읽는 초등 인문학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도 등장. 외모는 주황머리에 파란색 눈으로 묘사되었다. 원전처럼 이피게네이아 건으로 아가멤논에게 원한을 품었다. 아이기스토스에게서 아가멤논이 카산드라를 새 애인으로 들였다는 소문을 듣고, 그와 함께 아가멤논 살해를 계획한다. 네 남편은 속여도 나는 못 속인다고 분노하는 카산드라를 모함하고, 아이기스토스의 도움을 받아 목욕하고 있던 아가멤논과 카산드라를 죽였다. 엘렉트라와 오레스테스 남매에게 죽임당하는 후일담은 부록에서 나온다.
  • 파리스의 선택 23화에서는 아가멤논에게 남편 탄탈로스 2세를 잃고 능욕당한 사건이 언급됐다. 외모는 동생 헬레네처럼 백발에 적안으로 묘사되었다.
  • 카산드라(웹툰)에서는 동생이 아버지와 오빠들에게 강간당하는 걸 알지만 자기가 당할까봐 묵인했다. 흑화한 동생이 미모를 가꾸고 남자들을 휘어잡자 시기하여 동생을 창녀라고 모욕하다가 동생의 계략[24]에 당해 남편 탄탈로스와 아들을 잃는다.
  • 신화 속 양치기 노예가 되었다에서는 탄탈로스 2세와 결혼했지만, 남편을 죽인 아가멤논과 강제로 재혼한다. 심지어 아가멤논은 클뤼타임네스트라를 '탄탈로스에게서 빼앗은 전리품'으로 취급한다.



[1] 같은 알에서 태어난 쌍둥이 형제는 카스트로와 폴룩스(폴뤼데우케스)로 원래 4남매다.[2] 다만 정작 아가멤논은 약탈혼으로 결혼한 주제에 클뤼타임네스트라의 외모와 발육이 크뤼세이스만 못하다면서 악평했다.

"멀리서 쏘아 맞히는 그 분이 저들에게
고통을 내리신 까닭인즉슨 내가 저 크뤼세이스라는 소녀를 집 안에 두는 쪽을
훨씬 더 바라고 있기에 그 대단한 몸값을 받으려 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아닌 게 아니라 나는 내 본처 클뤼타임네스트라보다 그 소녀를
더 좋아한다. 생김새도, 발육도, 말귀 알아듣는 것도, 게다가
솜씨면 솜씨까지 전혀 뒤지지 않으니까 말이야."
-『일리아스』 1.110-115(이준석 번역)
[3] 아버지가 다르지만 같은 시기에 태어난 클뤼타임네스트라와 헬레네의 이야기는 신화 속에서나 가능할 동시에 태어난 이부자매 이야기지만 현실에도 사람의 이부중복수정(각기 다른 아버지를 둔 아이들이 한 번에 임신되어서 함께 태어나는 경우.)이 가능하며, 사람 외에도 고양이 등은 이게 가능하다고 한다(...). 중국의 모 여성의 경우 세 남자와 관계해서 세 명의 피를 이어받은 세 쌍둥이(...)를 낳았다는 사례가 있을 정도. 현실에서도 정말로 이부중복수정 자매였을지도[4] ex. 에일레이튀이아, 헤르마프로디토스, 플레이스테네스, 암피아라오스, 아드라스토스, 휘페름네스트라, 아스튀다메이아, 아크리시오스, 에우뤼스테우스, 프테렐라오스, 파르테노파이오스, 메노이케우스, 에테오클레스, 폴리네이케스, 테르산드로스, 펜테실레이아, 네오프톨레모스.[5] 펠롭스의 형제 브로테아스의 아들. 혹은 튀에스테스의 아들이라고 한다.[6] 이후 이피게네이아는 아르테미스에 의해 살아남아 타우리스 섬으로 옮겨져 아르테미스의 여사제 역할을 한다.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타우리스의 이피게네이아'가 이를 주요 소재로 삼았으며, 여기에서는 동생 오레스테스를 만나 고향으로 돌아간다. 구전에 따라서는 그냥 희생당하는 경우도 있다. 그냥 희생당한 경우가 작품에서 드러나는 경우는 아이스퀼로스의 <아가멤논>. 제물로 바쳐지기 전에 이피게네이아가 아버지를 절절하게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7] 아킬레우스도 아가멤논이 자신과 이피게네이아를 결혼시키려 한다는 소식을 클뤼타임네스트라에게서 처음 들었다.[8] 아가멤논의 아버지 아트레우스의 동생인 튀에스테스의 아들이다. 아이기스토스가 태어나기 전 튀에스테스는 형수 아에로페와 불륜 관계였고, 형을 몰아내고 미케네 왕이 되려고 했다. 아트레우스는 그 처벌로 튀에스테스의 자식들을 죽여 그에게 먹였고, 이후 튀에스테스가 그 복수로 아이기스토스를 이용해 아트레우스를 죽였다. 아가멤논 입장에선 아버지의 원수와 자신의 아내가 불륜을 저지른 셈. 또, 아가멤논이 아버지의 왕권을 되찾으며 튀에스테스를 죽였으므로(혹은 추방했으므로) 정확히는 서로간에 원한 관계가 깊이 얽힌 사이이다. 물론 반대로 클뤼타임네스트라 입장에선 더 이상 남편도 아니고 가장 아끼던 첫째 아이이자 아무 죄 없는 이피게네이아를 죽인 원수를 사랑할 이유도 없고 딸을 잃은 실의에 잠겨 있던 자신을 위로해 준 남편의 사촌에게 구원받은 거지만. 두 사람 모두 아가멤논에게 혈육을 잃고 강렬한 증오심을 품게 된 것도 서로에게 끌리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다.[9] 팔라메데스는 아가멤논의 이종사촌이자 오디세우스가 참전을 피하려고 부린 술수를 밝혀내 기어코 그를 참전시킨 장본인인데, 이 일로 원한을 품은 오디세우스에 의해 트로이와 내통했다는 누명을 썼다. 아가멤논은 여기 넘어가 팔라메데스를 투석형에 처해 죽였다.[10] 과거 카산드라는 아폴론에게서 예언 능력을 받았으나, 그의 구애를 거절하는 바람에 분노한 아폴론에게 '백발백중의 예언을 하되 누구도 그 말을 믿어주지 않는' 저주를 받았다. 예언 능력을 일단 줬으면 준 신 본인도 도로 거둘 순 없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복수한 것이다. 카산드라가 구애를 거절한 이유는 가장 먼저 예지한 미래가 훗날 나이가 들어 미모가 쇠했다는 이유로 아폴론에게 버림받는 본인이었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홍은영의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아폴론을 좋아하긴 했는데 (결혼까지 하고 싶을 만큼 연인으로서) 사랑하지는 않아서' 거절했다고 묘사했다.[11] 다른 전승에는 카산드라가 본인도 아가멤논도 어떻게 될지 다 예지했지만 어차피 말해봤자 안 들을 것도 알아서, 혹은 평생 성노예로 비참하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 싶어서 그냥 입을 다물었다고도 한다. 어차피 고국인 트로이는 멸망했고, 본인은 전쟁 포로가 되어 적국의 왕의 성노리개로 전락했고, 그 시대에 전쟁 포로에게 인권 따위 있을 리가 없으니 살아 봤자 남은 평생을 학대와 박해만 당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든 카산드라 입장에선 아폴론에게 버려지고 저주받고 십여 년을 미치광이 취급을 받다 결국 조국이 멸망하는 꼴을 보고 팔자에도 없는 콩가루 집안에 엮여들어간 끝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자살 아닌 자살을 택하고, 가장 억울하고 잔인한 방식으로 죽게 된 셈.[12] 그 도끼가 원래 헤라클레스가 사용했던 것이라고도 한다.[13] 막내로 딸을 하나 더 낳았다는 설도 있는데 이 막내딸은 사산되었다, 혹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죽었다고 한다. 클리타임네스트라는 낳자마자 잃은 막내딸에게 동생의 이름을 따서 헬레네란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로 보아 이러니 저러니 해도 자매지간의 정은 있었던 모양.[14] 오레스테스는 아이기스토스는 몰라도 친어머니인 클뤼타임네스트라를 죽여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하다가 신에게 묻기 위해 델포이로 갔는데, 신관이 둘 다 죽여야 한다고 충고하여 망설임을 버렸다. 이후 버전에 따라선 클뤼타임네스트라가 아가멤논을 죽이려고 계획한 것은 맞지만 실제 죽인 건 아이기스토스라고 주장하거나, 윗옷을 풀어헤쳐 가슴을 보이면서 네게 젖을 먹인 어머니를 죽일 셈이냐고 자비를 호소하지만 이미 델포이 신전에서 아폴론의 허락을 받고 망설임을 버린 오레스테스는 어머니의 말을 끊고는 그대로 죽인다.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14권에서도 이 장면이 나온다.[15] 역자는 천병희.[16] 무엇보다 아가멤논은 클뤼타임네스트라에게 그렇게 욕을 먹고도 정신을 못 차렸는지 트로이 전쟁에서도 이피게네이아 인신공양 사건 때와 똑같은 패악질을 저지르고야 말았다. 본인의 실책으로 아폴론이 가장 아끼던 신전 사제의 딸 크뤼세이스를 성노예로 삼았다. 가능하면 모든 보물을 바쳐서라도 소중한 딸을 불행한 노예의 삶에서 구하고자 겸허하게 교섭을 시도한 그 아버지인 늙은 사제 크뤼세스마저 최소한의 존중은커녕 조롱하고 모욕하며 잔인하게 내쫓았다. 결국 이피게네이아의 죽음의 원인이 된 아르테미스 사슴을 죽인 사건과 달라진 것 하나 없이 아폴론의 노여움마저 사서 아카이아군의 무수한 병사들이 전염병에 걸려 죽는 재앙을 초래했다. 아폴론의 분노를 잠재우고자 크뤼세이스를 돌려주는 선에서 멈췄다면 좋았겠지만, 아킬레우스의 노예가 된 브리세이스를 데려가겠다고 선언해서 자존심이 짓밟히고 분노한 아킬레우스가 전쟁에서 이탈해 군사력이 약화되고 헥토르의 트로이군에 의해 일방적으로 학살당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인간으로서도 사령관으로서도 앞일을 내다보지 못하는, 시야가 좁고 탐욕스러운 악인의 모습을 보여서 아가멤논이 죽을 때도 동정심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인과응보라 생각하는 독자들이 많았다. 아폴론과 아르테미스 남매 양쪽의 분노를 사 버리고 병사들의 죽음을 앞당긴 아가멤논은 대체...[17] 이피게네이아 인신공양 사건과 브리세이스 강탈 사건 모두 해당 신이 가장 아끼던 대상(아르테미스의 사슴 / 아폴론의 신관인 크뤼세스와, 그런 아버지를 도와 신전 일을 성실히 하다가 포로로 잡힌 크뤼세이스 부녀)을 함부로 다뤘다가 결국 그 신의 저주와 노여움을 사고 애먼 아군 진영의 병사들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속죄의 과정에서 죄없는 애먼 여성(죄없는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친 것 / 크뤼세이스를 크뤼세스에게 돌려보낸 뒤 뜬금없이 브리세이스를 빼앗아 간 것.)을 건드려 그 여성들과 가장 가까운 당사자(클뤼타임네스트라 / 아킬레우스)들의 분노를 건드리고 악연이 되어버렸다. 아폴론에겐 찍 소리 못 해서 크뤼세이스를 돌려주고는 자신의 처우가 아무리 부당해도 한 마디도 할 수 없는 불쌍한 포로 신세인 브리세이스를 다시 착취하려 한 강약약강의 전형이며, 윤리적인 문제를 제쳐두고 봐도 이미 브리세이스는 아킬레우스가 자신의 소유라고 선언한 뒤인데 괜히 건드려서 분란의 소지만 만들었다. 아킬레우스는 여신 테티스의 아들이라 테티스의 청을 들어준 제우스의 일방적 강제로 그나마 살아있었던 브리세이스와 보물들을 깔끔하게 돌려주는 것으로 나름 화해하고 갈등을 마무리지었지만, 이피게네이아는 대외적으로 죽은 것이라 알려진 상태라 어떤 식으로도 결코 화해할 수 없었고, 결국 죽은 딸의 복수에 나선 클뤼타임네스트라와 손잡은 아이기스토스에게 살해당한다.[18] 클리타임네스트라의 시고모할머니이자 아가멤논의 고모할머니이기도 한 테베왕비 니오베(아가멤논의 친조부 펠롭스의 여동생이자 탄탈로스와 디오네의 딸이다. 더 나아가 제우스와 엘렉트라의 손녀)가 레토아르테미스, 아폴론을 한꺼번에 도발했다가 한 명도 아니고 열네 명의 모든 자식들을 한꺼번에 잃고 남편도 자살하고 본인은 그 자리에서 돌로 변하는 끔찍하고 잔인무도한 몰살의 참극을 겪었다.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 펠롭스를 비롯한 아트레이드 가문의 역사를 꿰고 있을 아가멤논은 신들을 모욕하다 잔혹한 최후를 맞이한 고모할머니의 비극을 당연히 알 터인데 출항을 앞둔 상태에서 고모할머니의 일곱 딸들(아가멤논에게는 오촌 고모들)을 학살한 전적이 있는 그 아르테미스를 모욕하는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이걸로도 만족 못하고 트로이 전쟁 한복판에서 크뤼세스 사제를 문전박대해 고모할머니의 일곱 아들들까지 죽인 아폴론마저 도발한 시점에서는 그냥 반성의 여지가 전혀 없다.[19] 심지어 <타우리케의 이피게네이아>에서는 아들 오레스테스 역시 큰누나를 인신공양한 아버지의 만행을 비난하며 당사자이자 피해자인 이피게네이아 앞에서 "차마 그분을 원망하지 않을 수 없어요."라고 원망을 드러냈다. 적어도 결국 작은누나 엘렉트라의 지원과 아폴론의 신탁 아래 모친 살해를 저지른 오레스테스는 자신을 죽이려 했고 누나를 학대했던 것에 대해 복수한 것을 정당한 행동이라 생각하지만, 차차 시간이 지나면서 어머니의 고통과 아버지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어느 정도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 이피게네이아와 오레스테스는 설화마다 달라도 클뤼타임네스트라를 이해하고 동정했던 데 반해 엘렉트라는 모든 기록마다 복수를 이룬 뒤에도 끝까지 어머니를 원수로 여기며 한결같이 증오를 토했다. 자기도 어머니의 비극을 경험해봐야 비로소 이해를 하나?[20]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타우리케의 이피게네이아》에서는 이피게네이아가 오레스테스로부터 클뤼타임네스트라가 아가멤논을 죽였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가련한가, 죽인 여인도, 죽은 그분도!"(553행, 천병희 역)라고 반응한다. 오레스테스가 클뤼타임네스트라를 죽인 일에 대해서는 "아아, 그는 사악하면서도 정당한 행위를 얼마나 훌륭하게 해치웠는가!"(559행, 천병희 역)라고 말했다.[21] 오디세이아에서 클뤼타임네스트라의 비중이라고 해 봤자, 오디세우스가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를 만나러 명계에 내려갔을 때 마주친 아가멤논이 "기껏 고국으로 돌아갔더니 바람이 난 아내가 카산드라를 죽였고, 아이기스토스가 날 죽이더라"고 언급하는 정도가 전부다. 사실 클뤼타임네스트라가 본격적으로 활약하는 부분의 원형은 오디세이아보다는 서사시환의 다른 작품으로 그리스군 연합군 장수들의 귀향기를 그린 노스토이에 있었을 것이다.[22] 아가멤논의 여동생 아낙시비아. 포키스 왕 스트로피오스의 아내이자 필라데스의 어머니.[23] 사실 구판에서도 이 일화는 수위 문제로 생략됐다.[24] 자기랑 결혼 못한 아가멤논에게 자기랑 똑같은 쌍둥이 언니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며 그 남편을 죽이라고 충동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