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磔刑책형은 사형에 포함되지만 하나가 아니라 몇 가지 형벌을 뭉뚱그려서 부르는 말인데 이를 이해하려면 책(磔)이라는 한자의 뜻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책은 본디 제사를 지내기 위해 희생물을 찢어서 내장을 드러내는 것을 의미하며 이에서 '찢다', '쪼개다', '열다'의 뜻이 나왔다. 그래서 책형은 사람을 찢어죽이는 것이나 시체를 공개하는 것을 의미하고 거열형도 책형의 일종에 해당한다. 전자는 나중에 능지라고 했고 후자는 한나라 때 이름을 기시(棄市)로 바꾼 뒤에는 기시(형)라고도 하고 책(형)이라고도 했다.
2. 사례
한국에서는 고구려의 기록에서 보이는 기시가 책형에 해당하는데 이것은 죄인을 기둥에 묶고 많은 사람들이 횃불로 지진 다음 목을 쳐서 며칠씩 저자에 두어 많은 사람에게 보인 것이라고 한다.장자는 자신의 저서에서 미생지신의 주인공 미생의 행위를 비판하면서 "이런 자는 책형된 개, 물에 쓸린 돼지, 깨어진 사발을 한 손에 들고 걸식하는 거지와 같으며, 사소한 명목에 끌려 진짜 귀중한 목숨을 소홀히 하는 자이며, 참다운 삶의 도리를 모르는 어리석은 놈이니라."라고 인용했다.
명나라 태조 주원장은 이 형벌을 애용했으며 명 말기 청나라의 침입을 물리친 명장 원숭환도 모함에 넘어가 저잣거리에서 책형, 곧 능지형을 당했다.
임진왜란이 끝나갈 무렵 비변사에서 조선 수군을 전부 말아먹은 원균의 책임을 거론하자 선조가 자신이 직접 기용한 원균을 감싸고 도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그러자 어느 사관이 "한산에서의 패배에 대해 원균은 책형을 받아야 하며..."라는 문구를 시작으로 원균을 절절하게 디스하는 기록을 남겼다. 자세한 내용은 원균 문서 참조.
3. 일본의 책형
일본에선 죄인을 형틀에 묶어 놓고 창으로 찔러 죽이는 형벌을 책형이라고 불렀으며 예수가 받은 것으로 유명한 십자가형도 형틀에 매달아 죽인다는 점에서 책형([ruby(磔, ruby=はりつけ)])이라 부르기도 했다. 일본의 책형은 기둥에 두 개의 횡목(橫木)을 달고 죄인을 뉘어 팔과 다리를 벌려 '大'자가 되게 기둥에 묶는다. 사형수가 여성인 경우엔 형틀의 횡목을 하나만 달고 일반적인 십자가형의 자세로 묶었다. 그런 다음 두 창잡이가 양 겨드랑이를 중심으로 20∼30번 찌르고 마지막으로 목을 찌른다. 일본에서는 책형을 이렇게 집행했다.[1]사형 자체가 극형이기는 하지만 책형은 처형 방법이 방법인지라 가장 잔혹한 형벌로 손꼽혔다. 그래서 일반 사형수에게는 잘 행하지 않고 보통 반역자나 주인을 죽인 노예, 부모를 살해한 패륜범죄자 등의 중죄인에게 집행되었으며 무기 밀수범도 반역자와 동급으로 간주되어 책형으로 처형되었고 기독교 탄압에도 화형과 더불어 특히 애용(?)되었다고 하는데 이걸로 정말 신물나게 죽였다고 한다. 그런데 전술했듯 이게 예수의 십자가형과 유사해서 오히려 탄압당하던 기독교도들이 '내가 감히 예수님과 같은 방식으로 순교하게 되다니 참으로 영광이다!'라고 선호(?)하게 되자 이후에는 화형이나 참수형 등으로 주로 처형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참수형으로만 진행했는데 화형도 옛날 기독교 사도들이 당했다고 이것도 선호하게 되었다고 한다.
동아시아의 개항기에 서양인들이 '서양인의 우수성과 동양인의 야만성'을 증명하는 자료로 청나라의 능지형과 일본의 책형을 신물나게 써먹었지만 실제로 잉글랜드와 아일랜드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에도 교수척장분지형으로 번역되는 Hanged, drawn and quartered[2]라는 엄청난 형벌이 각각 1790년, 1796년까지 존재했다. 즉, 18세기 말엽까지도 상상을 초월하는 끔찍한 처형 방법은 동서양을 통틀어 일반적인 것이었으며 마찬가지로 비인도적인 형벌로 악명높았던 유럽의 수레바퀴형(Catherine wheel)은 심지어 1841년까지도 집행 기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