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3-07-21 11:27:45

젖다


1. 개요2. 역사3. 형식과 주로 쓰이는 단어4. 의미 확장5. 사동 표현6. 관련어7. 외국어8. 동음이의어

1. 개요

한국어 동사. 따위의 액체, 종이처럼 액체를 빨아들이는 성질을 지닌[1] 고체의 표면에 묻어 축축해지는 현상을 가리키는 단어이다.

2. 역사

ᄄᆡ·썅·애 모·다 안·자 몸·애 ·믈·이 :나·ᄃᆡ 화·애 흘·러 ·ᄯᅡ·히 아·니 저·즈·니
월인천강지곡》 - 기185
15세기 중세 한국어에서도 {젖-}으로 나타난다. 성조는 평성이었다.

과거에는 '달ᄠᅳ다'도 비슷한 의미를 지녔다고 한다. 훈몽자회에서 ''(젖을 읍)[2]을 '달ᄠᅳᆯ 읍'이라 풀이하였다. 다만 다른 용례를 찾기 어려운 드문 표현이다.

3. 형식과 주로 쓰이는 단어

"<액체>에 <천, 종이 등>이 젖다" 식의 자동사 문장을 구성한다.

'축축하다'가 상태적 속성이 강하다 보니 '--'이나 '-어 있다' 등 상태를 나타낼 수 있는 형식과 함께 '젖었다', '젖어 있다'로 자주 쓴다.

젖을 만한 물건 중에서 인간 곁에 제일 흔한 것은 역시 이기 때문에 옷이 젖을 때가 제일 많다. 그밖에 같은 종이류의 물건들이 '젖는' 대상이 된다. 액체가 묻어도 이를 흡수하지 않는 금속 같은 것들에는 '젖다'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젖게 하는 액체류는 대개 이다. 기름 같은 건 묻어도 '묻었다'라고만 하지 '젖었다'라고 잘 표현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는 자연 현상인 '', '이슬', 신체 현상인 '', '눈물', (드물게) '오줌' 등의 단어가 액체류 단어로 쓰인다.

4. 의미 확장

물에 젖어 축축해지는 현상은 워낙 일상적인 일이다 보니 의미 확장도 많이 일어났다. '구태<관습>에 젖다', '슬픔<감정>에 젖다' 등의 표현이 쓰인다. 액체가 아니라 에 대해서도 "노을빛에 젖은 하늘" 같은 표현을 쓰곤 한다. 요즘에는 좀 잘 안 쓰지만 "귀에 젖은 노랫가락" 같은 표현도 있다.

'눈물 젖은'이라는 표현은 "슬픈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이라는 의미로 자주 쓰인다.[3]

'마른기침'에 대비되어 가래 같은 게 함께 나오는 기침을 '젖은기침'이라고도 한다. 다만 '마른기침'만큼 자주 쓰이는 것 같지는 않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라는 말이 있다. 가랑비처럼 조금씩 옷을 적시면 알아차리기 힘들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흠뻑 젖게 되는 것처럼, 자기도 모르게 서서히 쌓이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람이 성적으로 흥분하는 경우 애액이나 쿠퍼액 등의 체액이 나오기 때문에 '젖었다'라는 표현을 "성적으로 흥분했다"라는 의미로 쓰는 경우도 있다.[4] 영어로는 몽정을 하면 정액으로 팬티가 축축해진다고 'wet dream'(젖은 )이라고 표현한다.

5. 사동 표현

'젖다'에서 직접적으로 파생된 것으로 보이는 사동 표현은 없다. 과거에는 사동 접사가 결합한 것이 확실한 '젖이다'가 존재해 월인석보에서는 ''(못 택)을 "비 와 저질씨라<13:45>"(비가 와서 적시는 것이다)라고 풀이하였다.

오늘날에 '젖다'의 사동 의미로 자주 쓰이는 단어로는 '적시다'가 있다. '적시다'는 1608년 언해태산집요에서 처음 문증된다. '젖다'와는 /저/는 공유하고 있지만 /ㅈ/과 /ㄱㅅ/로 다르기 때문에, 비슷한 음운 현상을 보이는 다른 단어를 찾아내지 않고서는 어원적으로 연관이 있다고 확언하기가 어렵다. 국립국어원 온라인 가나다에서는 '적시다'를 '젖다'의 사동사로 보기는 어렵다고 답변했다. #

"마음을 적시다", "새벽빛이 창살을 적시다" 등으로 의미를 확장해 쓸 수 있는 건 '젖다'와 비슷하다. 특이하게도 '적시다'에는 '몸을 적시다'의 형식으로 "여자가 정조를 빼앗겨 몸을 더럽히다"라는 특수한 의미도 있다.

오늘날에는 로 목을 축이는 것을 '적시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6. 관련어

'축축하다'는 젖은 상태를 나타내는 형용사이다. 물체가 완전히 액체로 젖은 건 아니고 습기가 찬 것은 '눅눅하다'라고 한다. 대기 중에 수증기가 많은 상태는 한자 '濕'(습)을 써서 '습하다', '습기(가) 차다'라고 표현한다.

'스미다'(스며들다)는 축축해질 필요는 없고 단순히 액체가 고체 쪽으로 빨려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비슷한 의미이지만 <냄새>, <분위기> 같은 것과 함께 더 자주 쓰이는 표현으로 '배다'가 있다. 이 의미에 해당하는 한자로는 '渗'(스밀 삼)[5], '浸'(적실 침), ''(통할 투) 등이 있다. "물들이다" 류의 행위와도 비슷하다. 한자로는 ''을 쓰는데, 한국어에서는 염색이나 질병 전염의 의미로만 쓰지만 중국어에서는 이 글자를 좀 더 넓은 의미로도 쓴다. '절다(쩔다)'는 기름이나 오줌 등 더러운 것이 잔뜩 묻어있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표현이다.[6] '절이다'는 '절다'의 사동형이다. 이러한 침투류 의미는 '새다'와도 관련된다.

'담그다', '잠기다'[7] 류는 '젖다'와는 달리 고체 쪽이 액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약간 다르다. 다만 '담그다', '잠기다' 류의 행위가 일어나면 자연히 '젖는' 일도 벌어지기 때문에 의미상의 연관은 있다.

'축이다'는 갈증이 났을 때 을 마셔서 목을 축축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7. 외국어

일본어로는 'ぬれる'라고 한다. 한자는 '[ruby(濡,ruby=ぬ)]れる'로 적실 유(濡)를 쓴다. 타동사 형 '적시다'는 한국어와 달리 확실히 같은 어원인 'ぬらす'이다.[8] 'ぬれる'에는 묘하게 "애정 관계를 갖다"라는 의미도 있어서 "호색한", "정사" 등의 의미로도 확장된다는 점이 한국어 '젖다'와는 다른 점이다. 다만 이 표현은 상기했듯 한국어에서 '젖다'를 "성적 흥분"의 의미로 쓰는 것과 비슷한 의미 확장일 가능성도 있다. [9]

합성어도 상당히 많다. '[ruby(濡,ruby=ぬ)]れ[ruby(物,ruby=もの)]'(젖은 빨래), [ruby(濡,ruby=ぬ)]れ[ruby(燕,ruby=つばめ)](젖은 제비), [ruby(濡,ruby=ぬ)]れ[ruby(紙,ruby=がみ)]/[ruby(濡,ruby=ぬ)]れ[ruby(髪,ruby=がみ)](젖은 종이/젖은 머리) 등. 어원적으로는 "젖은 옷"으로 직역되는 표현으로 '[ruby(濡,ruby=ぬ)]れ[ruby(衣,ruby=ぎぬ)]'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누명을 의미한다. 한편 "젖은 낙엽족"으로 직역되는 [ruby(濡,ruby=ぬ)]れ[ruby(落,ruby=お)]ち[ruby(葉,ruby=ば)][ruby(族,ruby=ぞく)]라는 말도 있는데 이는 "정년퇴직하여 젖은 낙엽처럼 축 처진 채 마누라 꽁무니에 붙어 다니는 남편"을 의미한다고 한다.[10]

영어로는 'wet'이 해당되는데 이는 동사는 아니고 이미 젖은 상태를 나타내는 형용사이다. 뜻이 상당히 넓어서 "습식 숙성" 같은 것도 'wet aging'으로 표현한다. 'damp'는 축축해지고 얼룩이 지는 현상에 좀 더 초점이 맞춰진 형용사이다. 'soak'는 "푹 담그다"라는 의미인데 "완전히 젖었다"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영어로 "축축하다"를 나타내는 표현에 대해서는 옥스퍼드 영한사전 'wet' 항목에서 상당히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wet / moist / damp / soaked / drenched / dripping / saturated' 등의 용법 차이

8. 동음이의어

동음이의어로 "뒤로 기울다"를 의미하는 '젖다'가 있다. '젖히다'가 이 '젖다'의 사동형이다. 이 '젖다'가 쓰인 합성어로는 '젖다듬다'가 있다. 근래에는 사동형 '젖히다'만 주로 쓰이는 감이 있다.
[1] 해당 현상에 대해서는 모세관 현상을 참고할 수 있다.[2] 현대 한국어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글자이다. '읍진'(浥塵)이라고 "먼지[塵\]가 날리지 않을 정도로만 땅을 적시는 아주 조금 온 비"라는 의미의 단어가 있는데, 이 단어는 순우리말 단어 '먼지잼'과 의미가 비슷하다.[3] "눈물의 빵" 식으로 이런 의미를 담은 표현은 전세계적으로 쓰이고 있는 듯하다.[4] 이는 영어로도 비슷한지 화성이 있다는 소식에 NASA가 화성 착륙 계획을 다시 진행한 것을 이런 느낌으로 비유한 도 있다.#[5] 삼투압의 '삼'이 이 글자이다.[6] '쩔다' 문서에서는 "대단하다"를 의미하는 용법이 주로 소개되어있는데 본래의 이 의미와도 연관은 있는 것 같다.[7] '담기다-담그다', '잠기다-잠그다' 쌍이 있기는 하나 '담그다'와 '잠기다'가 좀 더 출현 빈도가 높다. 두 쌍이 상당히 형식이 비슷한 편이다. 둘 다 15세기에는 어근을 지닌 특수 어간 교체 동사였다.[8] 일본어에서는 이처럼 '-れる'(자동사) / '-らす'(타동사) 대응을 보이는 동사들이 꽤 있다. '[ruby(漏,ruby=も)]れる-[ruby(漏,ruby=も)]らす'(새다 - 새게 하다), '[ruby(暮,ruby=く)]れる-[ruby(暮,ruby=く)]らす'[(세월이) 가다 - (세월을) 보내다\] 등.[9] 그래서 '[ruby(濡,ruby=ぬ)]れ[ruby(者,ruby=もの)]'는 "호색한"이라는 의미도 있다. '[ruby(濡,ruby=ぬ)]れ[ruby(場,ruby=ば)]'는 "정사 장면", '[ruby(濡,ruby=ぬ)]れ[ruby(事,ruby=ごと)]'는 '정사 연기', '[ruby(濡,ruby=ぬ)]れ[ruby(話,ruby=ばなし)]'는 '정사 이야기'가 된다.[10] 한국어 속어로는 '삼식이 (남편)' 정도에 해당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