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수증기(水蒸氣 / water vapor, steam)는 물의 기체 상태를 말한다. 간단히 증기라고도 한다.액체 및 고체 상태의 물 표면에서는 그 온도에 거의 관계없이 끊임없이 물 분자가 떨어져 나가고, 또한 반대로 물 표면으로 들어온다. 이 떨어져 나간 것들이 수증기다. 이런 이유로 물이 풍부한 지구 표면의 거의 모든 대기는 수증기-물 분자를 포함하고 있다.[1]
한편 1기압, 섭씨 100도가 되면 모든 물 분자가 기체 상태가 될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지며 물의 전체가 수증기로 변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물을 끓일 때는 전체가 동시에 100°C에 도달하기 힘들고 따라서 열원에 가까운 곳인 아래쪽에서 주로 기체로 전환되어 수증기가 만들어진다.
수증기가 되면서 부피가 대략 1680배 늘어나므로 닫힌 용기 속이라면 주위 벽에 엄청난 압력을 가하게 된다.[2] 이것이 없었다면 증기기관은 발명되지 못했을 것이다. 당장 이게 없으면 블랙아웃이 온다. 화력, 원자력, 쓰레기 폐열 발전 등 대부분의 많은 발전은 터빈을 사용하는 엔진이 물을 가열하여 나오는 수증기의 압력으로 터빈을 돌린다.[3]
이산화 탄소나 메테인만큼 크진 않지만[4], 수증기도 온실효과를 일으킨다. 먼 훗날 지구가 금성처럼 되게 하는 유력한 원인 중 하나다. 이산화 탄소는 그 후의 문제이다.[5]
보통 주전자 같은 데서 하얗게 올라오는 김을 수증기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김은 수증기가 찬 공기와 만나 응결되어 생긴 물방울이다. 즉, 증기가 아닌 액체이다. 수증기일 때는 가시광선과는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으므로 투명하다.
수증기의 온도는 항상 100°C가 아니다. 물이 액체에서 기체로 변하는 상변화 지점이 1기압 100°C인 거지, 수증기는 거기서 더 가열될 수 있다. 산업용 보일러는 섭씨 300도까지 가열된 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얼음도 1기압 0°C에서 얼기 시작하는 것이지 모든 얼음이 0°C인 것은 아니다. -100°C의 얼음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액체질소 속에 얼음을 담가놓고 충분히 기다리면 -197°C의 얼음이 되는 것이다.[6] 액체헬륨이 극저온 냉각제로 사용되는 이유는 액체헬륨의 상변화지점(액체→기체)이 4~5K 부근이라서 다른 물질의 온도를 그만큼 낮춰주기 쉽기 때문이지 다른 물질을 그만큼의 온도로 냉각시키지 못해서가 아니다.
반대로 끓는점 미만의 수증기도 있다. 습기, 습도라는 지표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수증기는 상온에도 존재한다. 상변화지점도 100°C 미만으로 낮출 수 있다. 기압만 낮춰주면 된다.
단, 수증기를 108K 정도로 가열하면 그때는 압력과 상관없이 플라즈마가 된다.
수증기도 물분자로 이루어진 물질이기 때문에 높은 비열을 갖고 있다. 물보다 부피가 1680배 크기 때문에 부피당 에너지는 물보다 훨씬 낮지만 같은 상의 기체분자들끼리 비교하면 분명히 수증기 쪽이 에너지가 높다. 충분히 고온의 수증기를 쐬면 종이 같은 건 불이 붙을 수도 있다. 상술했듯 수증기의 온도는 항상 100°C 이상일 수도 있다.
2. 위험성
뜨거운 물로 인한 열탕 화상도 정말 위험하지만, 수증기 화상은 그것보다 훨씬 끔찍하고 위험하다. 특히 산업현장에서 수증기로 인한 화상 환자가 종종 발생한다.영화에서처럼 배관이 터져서 수증기에 노출되면 중상해는 확정적으로 입으며, 고압 수증기가 그대로 안면부를 강타하면 죽을 수도 있다. 냄비나 주전자 등 끓는 물에서 나오는 수증기도 조금만 잘못 접촉하면 의외로 심한 화상을 입을 수 있다.
단순히 수증기 자체가 가지고 있는 열 자체에 더해서 수증기는 피부에 닿으면서 피부의 온도에 따라 급격히 물로 바뀌게 되는데, 바로 그 액화열이 사람의 몸에 큰 상처를 입히게 된다. 그리고 수증기는 물에 비해 온도와 압력이 높으며 양이 많아 훨씬 넓은 면적에 손상을 입힌다. 그렇기 때문에 뜨거운 수증기를 뒤집어 쓴 사람의 몰골은 정말로 끔찍하다. 옛날 발전소 사고 때 전신에 고압 수증기를 뒤집어쓰고 죽은 사망자를 본 의사의 말로는 인간이 아니라 삶은 새우 같았다고 한다.
1997년 영화 <타이타닉>에 이와 관련한 장면이 있다. 제일 먼저 침수가 시작된 보일러실[7]의 불타는 석탄과 며칠 동안 달궈진 쇠에 바닷물이 접촉하면서 엄청난 속도로 수증기가 만들어지는데, 하필이면 그 앞을 달려가던 화부 한 명이 그 수증기를 뒤집어쓰며 끔찍한 비명을 지르는 장면이 있다. 짧지만 분명하게 묘사되며, 이 영화의 디테일함을 엿볼 수 있는 수많은 장면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찌개나 때로는 라면을 끓이고 있다는 것을 잊고 다른 것에 열중하다가 다 태워 먹는 경우 불붙지 말라며 물을 뿌리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위에서 말했다시피 뿌리는 순간 물은 수증기가 되어 1680배 이상 커진다. 그러면서 얼굴과 팔에 닿게 되면 그대로 화상을 입고 한동안 후유증을 앓으며 살아야 한다. 또 다 나아도 흉터가 남고, 뜨거운 냄비에 함부로 물을 부었다간 열로 인해 팽창했던 냄비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깨질 수 있고 이로 인해 상처를 입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는 일단 불부터 끄고 환기를 시켜 신선한 공기로 냉각시킴과 동시에 연기와 재를 내보내는 편이 좋다.
또 물이 수증기로 되면서 1680배 이상 팽창한다는 것이 큰 위험을 부르는 경우는 튀김요리 도중 기름에 불이 붙었을 때다. 끓는 기름에 불이 붙었다고 무작정 물을 뿌릴 경우 물은 기름보다 비중이 크기에 기름의 밑으로 들어감과 거의 동시에 기름의 끓는 열에 의해 기화하면서 1680배로 팽창한다. 문제는 기름의 끓는점은 훨씬 높기 때문에[8] 기름은 기화되지 않고 불 붙은 채로 같이 튀어 오른다. 말 그대로 폭탄이 되는 셈이다. 기름 화상의 경우 평생 가기 때문에 절대로 금기시되는 행위로, 만약 튀김요리 도중 불이 나면 마요네즈를 뿌려야 한다.[9] 차가운 마요네즈에 의한 냉각과 더불어 표면에 막을 만들며 산소 공급도 차단하기 때문. 아니면 뚜껑을 덮어 질식소화를 해도 된다. 소방차도 기름화재에는 단순히 물만 쏘는 것이 아니라 물과 계면활성제를 혼합해 사용한다. 주방화재에는 K급 소화기를 사용하며 싸게 사면 10,000원 안으로 구입 가능하다(KC인증 필수).
3. 기타
김은 애니메이션에선 광선, 검은 색으로 가려놓는 이펙트와 같이 온천신이나 샤워신을 찍고 있을 때 중요 부위를 가리는 수위조절장치로 애용된다. TV 방영 당시엔 있지만 DVD로 발매될 땐 사라지기도 한다.스팀펑크 장르인 사쿠라 대전의 세계에서는 이게 없으면 전 세계가 기능을 정지한다. 현대에서의 전기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스팀펑크라는 장르 자체가 증기기관 없이는 성립하지 않는다.
수증기가 지질학적으로 처음 등장한 것은 선캄브리아기 초기로 알려져 있다. 근거1 근거2
4. 관련 문서
[1] 역으로 지구의 거의 모든 표면에는 극미량의 물 분자에서 두꺼운 물층 범위에 해당하는 물 분자가 존재한다.[2] 1680배라고 하면 3차원 공간 상에서 평균 분자 간 거리가 12배 늘어나는 정도이다(16801/3 ≒ 11.89).[3] 오죽하면 악마가 증오, 분노, 슬픔 등의 마이너스 감정을 에너지원으로 삼아 물을 끓여 터빈을 돌린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4] 실제 효과는 크지만 비가 되어 양이 조절되기 때문이다.[5] 일반적으로 수증기는 물의 순환과정에 있어서 온실가스 규제대상 물질에서 제외한다.[6] 금속에 대입하면 이해하기 쉽다. 철의 어는점은 1538°C이지만, 1538°C에서 응고되기 시작하는 것이지 고체 철이 모두 1538°C인 것이 아니다. 철의 온도가 1538°C에서 응고된 이후 더 내려가지 않았다면 인류는 철을 사용할 수 없었을 것이다.[7] 거의 전체가 쇳덩어리인 보일러실은 무게중심을 고려하여 배의 가장 밑바닥에 위치한다.[8] 기름이 물보다 끓는점이 대략 3배 정도 높다.[9] 소화기를 쓰면 불이 꺼지긴 하지만, 기름의 온도를 낮출 방도가 없다면 다시 저절로 불이 붙는다. 물이나 이산화 탄소 대신 거품을 분사하는 소화기를 쓰는 것이 제일 효과적이지만 상대적으로 찾아보기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