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1-09-03 23:17:58

일지연구


1. 소개2. 종류와 쓰임새3. 연구의 진행4. 변형
4.1. 웹 기반 일지4.2. 시청각 일지
5. 장단점
5.1. 장점5.2. 단점


日誌硏究
diary method

1. 소개

연구자료수집 방식의 한 종류.

연구자가 참가자들을 모집하고, 몇 주에서 몇 달에 걸친 기간 동안 이들에게 일지(다이어리)를 배부한다. 참가자들은 정기적으로, 혹은 특정 행동이나 사건을 경험했을 때 그 일지에 그 사실을 응답하게 된다. 약속한 기한이 다 끝나면, 연구자는 다시 이들 참가자들에게 연락을 취하여 일지를 전부 수거하고, 다양한 양적 혹은 질적 분석을 통해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한다.

흔히 일지연구가 사회과학 연구의 한 종류라는 인식이 퍼져 있지만 오히려 간호학이나 보건학에서 압도적인 활용도를 보이며, 일지연구를 활용하거나 접목시킨 논문들이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다. 그 외에도 물론 사회학, 사회복지학, 유아교육학, 심리학, 정책학, 여성학, 젠더학, 상담학 등의 다양한 사회과학 영역들에서 응용연구를 할 때 활용될 수 있다. 우리나라 통계청에서 시간활용조사(time-use survey)를 수행할 때에도 일지연구를 접목해서 실시한다.

방법론으로서의 활용 빈도가 상당히 높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원 강의 계획들에서는 은근히 잘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대부분 사회조사 방법론이나 통계적 방법, 질적 연구의 경우 심층면접법이나 초점집단면접법, 에스노그라피, 근거이론 같은 것들은 다루어도 일지연구를 다루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래서 이 방법론은 가끔 방학마다 오는 특강을 통해 전파되거나, 혹은 연구실 내에서 경험자가 후배에게 전수하거나, 의욕 있는 연구자가 도서관에서 관련서적을 찾아 독학하는(…) 방식으로 알음알음 퍼져나가는 식.

관련서적 중 하나로 루스 바틀릿(R.Bartlett)과 크리스틴 밀리건(C.Milligan)의 《What Is Diary Method?》 가 있으며,[1] 본 문서 역시 r.1 기준으로 이 책을 참고하여 작성되었다. 전체 100쪽 정도밖에 안 되는 매우 얇은 책이다.

2. 종류와 쓰임새

일지라는 것을 크게 나눈다면 결국 응답형 일지(solicited diary)와 비응답형 일지(unsolicited diary)로 나누어지게 될 것이다. 혼자 일기를 쓰거나 사적인 회고를 하는 모든 것들이 비응답형 일지에 속하는데, 기본적으로 이는 타인의 요청이나 지시를 받아서 쓰는 것이 아니며, 억지로 방학일기를 쓰는 어린이들은 논외로 치고 타인에게 드러나는 것 역시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응답형 일지는 기본적으로 타인의 요청을 받아서 작성하게 되는 것으로서, 결과물 역시 타인에게 드러나게 된다. 따라서 응답형 일지를 쓰는 사람은 자신이 쓰고자 하는 어떤 이야기를 드러내야 할지 말지를 직접 결정한다. 이 중에서 연구방법론적으로 의의가 있는 유형은 응답형 일지로, (역사학계 등을 제외한)[2] 연구 현장에서 일지연구는 좁게 말하면 응답형 일지연구에 속한다.

일지연구에 얽힌 또 다른 오해로는 이것이 질적 연구에 해당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많은 경우 면접법과 함께 혼합연구를 함으로써 서로를 보완하다 보니 나오게 된 오해인 듯. 사실, 구조화 일지(structured diary)의 경우에는 일지 내에 척도를 배치함으로써 양적 연구에 속한다. 그 외에도 비구조화 일지(unstructured diary)의 경우 흔히 생각하는 질적 분석의 대상이 되며, 반구조화 일지(semi-structured diary)나 정량적 문항과 정성적 문항을 함께 배치한 사례도 많이 볼 수 있다.

일지연구는 단독으로 사용될 수도 있지만 다른 연구방법론들과 결합하여 혼합연구의 형태로 쓰일 수도 있다. 예컨대 일지 작성의 전후에 면접법을 배치하여 사전면접과 사후면접까지 실시하는 Interview - Diary - Interview 구조를 따를 수도 있고, 전후로 질문지법을 배치하며 몇십 건 내지 몇백 건의 작거나 큰 설문을 할 수도 있다. 이처럼 다수의 이질적인 방법론들을 병렬적으로 혹은 혼합적으로 엮어서 연구를 진행할 때의 장점이 있다면, 이를 통해 이 방법론으로는 볼 수 없는 것을 저 방법론으로 볼 수 있게 되는 이점을 얻는다는 것이다.

비단 학술 현장뿐만 아니라 일지는 일반 사회에서도 쓰임새가 굉장히 많다. 그리고 그 사용 현장은 어떤 양식 내지는 구조를 갖춘 일지를 채택하는가에 따라서 크게 달라진다. 당장 대한민국 국군(육군 및 해군)에서 징병된 인원들을 대상으로 나누어주는 수양록의 경우, 그 내용은 비구조화 일지의 전형적인 양식임을 볼 수 있다. 이들의 직속상관은 정기적으로 일지를 회수하여 그 내용을 점검하게 되어 있다. 또 다른 흔한 사례를 들자면 병원이 있는데, 입원한 환자들에게 이런저런 일지를 작성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비뇨 일지(urinary diary)는 수술 후 환자가 화장실 혹은 소변통에 소변을 볼 때마다 보호자가 그 시간과 양을 확인해서 적어놓아야 하고, 간호사가 정기적으로 이를 확인한다. 이때 일지의 형태는 전형적인 구조화 일지를 따름을 알 수 있다.

3. 연구의 진행

일지연구를 진행하고자 하는 연구자는 먼저 자신의 연구목적에 일지연구가 잘 부합하는가를 판정하고, 그 다음으로 연구 참가자들이 일지연구를 실시하는 데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고려한다. 연구 설계에 있어서 어떤 문제점도 없다는 것이 확인되면, 연구자는 일정한 기준이나 방법으로 모집한 참가자들에게 일지를 배부하고, 일지의 작성 기준과 작성 목적, 그리고 작성 기한을 설명한다. 이때 일지의 작성을 위한 다른 기기의 사용이 필요할 경우에는 이를 함께 배급하고 사용 교육을 시키는 과정이 포함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참가자의 동기와 의욕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므로 연구자는 이 연구가 갖는 가치에 대해서 있는 힘을 다해 세일즈하고(…), 정기적으로 팔로우업 내지는 독촉, 독려를 하기 위한 연락처를 확보한다. 연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어려움에 대해 미리 안내하는 연구동의서는 필수다.[3]

이후 일지 작성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때 연구자는 손 놓고 놀고 있으면 안 된다. 종래에는 참가자들이 제대로 일지를 쓰나 안 쓰나 확인할 길이 별로 없었지만, 하단에 설명하듯이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이제는 일지를 인터넷으로 기입하는 시대가 오면서 그때그때 연구 진행의 현황을 파악하는 게 가능해졌다. 만일 비협조적인 참가자가 있으면 상황을 파악해야 하고, 휴가나 병환 등의 부득이한 문제가 아니라면 가급적 독려해야 한다. 시간의 경과에 따른 마모(attrition)나, 미완성 일지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미리 예측해 두고 있어야 한다. 절대 다수의 연구사례를 보면 미완성 일지가 완성된 일지보다 훨씬 많다. 완성을 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미완성 상태라는 것이 어떤 실질적인(substantive)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일지를 수거할 경우, 종래에는 참가자들이 우편으로 발송하거나 연구자가 직접 가가호호 돌면서 수거하거나, 혹은 사전에 미리 약속한 장소[4]로 모여서 한꺼번에 제출하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 일지를 수거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커지므로(…) 어떻게 수거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이 반드시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참가자들에게는 거마비가 포함되어 있는 연구 참가비를 지급하고,[5] 경우에 따라 일지를 완성한 인원에게는 추가 인센티브를 줄 수도 있다. 단, 인센티브를 너무 남발하다가는 당초 모집되는 참가자들의 인구학적 배경이 지나치게 저소득층 위주로 과잉표집될 위험이 있다는 학계의 지적도 있으니 조심할 것.

일지 자료의 분석은 정량적 양식이었을 경우에는 평소 하던 대로 SPSSR 등을 활용해서 (반복측정 형태의) 통계적 방법을 동원하고, 정성적 양식이었을 경우에는 역시 평소 하던 대로 질적 분석 소프트웨어를 활용해서 내용 분석을 하면 된다. 어느 쪽이건 간에 중요한 점은, 기존의 다른 분석들과는 달리 일지연구는 시간의 경과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일 다른 방법론과 혼합하였을 경우, 다른 방법론으로 탐지할 수 없었던 정보가 수집되었는지에 우선적으로 포커스를 맞추어서 분석해야 한다. Bartlett & Milligan(2015)에 따르면 의외로 연구자의 기대보다 훨씬 분량이 적은 일지가 대부분이므로 이 점은 예상해야 한다고 하며, 누락된 데이터도 많이 나올 거라고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결국, 데이터가 누락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어떤 의미 있는 통찰을 줄 수 있느냐는 것.

4. 변형

4.1. 웹 기반 일지

아마도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 덕분에 가장 크게 혜택을 입을 만한 연구방법론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일지연구가 될 것이다(…). 기존의 종이 기반 일지(paper-based diary), 수기형 일지(written diary)의 거의 완벽한 상위호환이 바로 전자 일지로, 이메일이나 다른 웹상의 장소에 주기적으로 접속하여 일지의 내용을 입력해 전송하는 식이다. 이것이 결정적으로 좋은 점은, 연구자가 일지 작성의 진행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참가자가 일지의 작성 시점을 속일 수 없다는 점이다.[6] 또한 전자 일지는 오늘날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미 익숙하기에 별도의 사용 교육이 필요치 않으며, 일지를 배부하고 수거하기 위해 고생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하단에 설명할 시청각 일지는 일지연구 분야에서 상당히 보편화된 변형인데, 결정적으로 시청각 일지라는 것 자체가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 그 자체와도 같다고 봐도 될 정도이다. 디지털 카메라에서 캠코더로, 다시 폰카로 이어지는 기술적 혁신은 그야말로 방법론 연구자들에게는 신세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의 일지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자신들이 만든 시청각 자료를 첨부하면서 간편하게 작성할 수 있도록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전자 일지를 배급하고자 하고 있다.

2010년대의 연구자들은 기존의 블로그 외에도 SNS를 일지연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방법론적 및 연구윤리적으로 가능할지에 대해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예컨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셀카는 일지의 성격을 가지면서, 자신에 대한 유의미한 정보를 전달하고, 심지어 시계열적으로 게시된다는 점에서 질적 방법론 연구자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이것들은 기본적으로 타인에게 보여질 것을 전제한 비응답형 일지라는 점에서, 학계에 그간 외면되고 있었던 비응답형 일지의 가치가 약간은 새로운 방식으로 재조명되는 게 아니냐는 기대 섞인 목소리도 나오는 모양. 하지만 아직까지는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 과감한 시도는 많지 않은 상태이다.

이런 현대문명의 이기를 활용하는 것이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당장 떠올릴 만한 것이 고령의 참가자들에게는 사용하기 어렵고, 시골 외진 곳에 사는 사람들이나 저소득층에게도 경우에 따라서는 어려울 수 있으며,[7] 개도국 참가자들에게 활용하기도 어려움이 따른다. 또한 지체장애가 있는 사람들 역시 적절한 도움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4.2. 시청각 일지

시청각 일지는 수기형 일지 혹은 전자 일지에 시청각 자료를 더하거나, 전적으로 시청각 자료만으로 구성된 일지를 말한다. 많은 연구자들은 글로는 설명되지 않는 더 미묘하고 현장감 있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 시청각 자료에 크게 의지하고 있다. 시청각 자료는 사진 일지(photo diary)와 음성 일지(voice diary), 영상 일지(video diary) 등의 감각적 자료들을 대개 의미하며, 직접 현상 혹은 인쇄한 결과물을 제출하거나 이 자료들이 담긴 기기 자체를 연구자에게 제출하는 식으로 수거된다.

흔한 예를 들면 병원, 특히 정신과 등에서 섭식장애 환자들이나 혹은 수술 후 가료 중인 환자들에게 요청하는 음식 일지(food diary)가 있다. 옛날에는 몇 시에 어떤 음식을 얼마나 먹었는지를 기록하는 식이었지만, 이는 곧 한계에 부딪혔다. "머핀 두 조각" 이라는 식의 애매한 일지 작성으로는 이 사람이 얼마나 먹었다는 건지 알기 어려웠기 때문.[8] 이때 시각 일지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신이 어떤 음식을 먹기 전에 그 음식을 촬영하게 하는 것. 깐깐한 연구자들은 이때에도 카메라와 피사체 사이의 간격을 몇 센티미터로 할지 미리 규정함으로써 잠재적인 "forced perspective" 문제를 예방하려 한다.

시청각 일지는 글쓰기 능력이 충분치 않은 어린이들이나 시각장애인, 다문화가정, 글을 쓸 여건이 되지 않는 환자나 바쁜 사람들과 같은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할 때 쓰이며, 그 외에도 연구 목적상 비언어적 의사소통 양식이나 생활공간의 문제, 환경 소음 수준 등을 파악하기 위한 경우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하지만 참가자들의 사생활이 노출될 위험이 크고, 이로부터 어떤 의미 있는 통찰을 뽑아내는 것이 수기형 일지에 비해서는 쉽지 않을 수 있다.

5. 장단점

5.1. 장점

  • 연구의 대상이 되는 행동, 경험,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기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회상 편향(recall bias)으로부터 자유롭다. 면접법에 비하여 매우 큰 장점이며, 이 때문에 연구자들이 보통 면접법과 함께 섞어서 쓰려고 한다. 시간이 경과한 후에는 사람의 기억이라는 것이 점차 제 좋을 대로 변질되어 가기 때문에, 생생하게 그 경험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입하는 일지연구는 그 가치를 갖는다. 이 장점은 가장 전통적이고 교과서적인 에스노그라피 연구나 참여관찰법과도 함께 공유하는 부분이다.
  • 다른 질적 연구방법으로 탐지하기 어려운 일상적인 미묘한 현상들을 탐지할 수 있다. 예컨대 면접법의 경우, 연구자가 질문하더라도 참가자는 속으로 '이걸 말해 볼까... 아니야, 이건 누구나 겪는 건데...' 라는 생각 끝에 입 밖으로 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특히 시청각 자료가 첨부되는) 일지연구의 경우, 참가자가 일상 속에서 겪는 자잘하고 흔한 일들을 연구자에게 보고하게 된다.
  • 참가자가 연구자료의 형성에 있어서 편집적 통제력(editorial control)을 갖게 된다. 특히 이는 시청각 자료의 형성에서 두드러지는데, 참가자들이 연구의 목적과 주제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을수록, 그리고 비구조화 일지일수록 자체적으로 자신이 찍은 사진들을 살펴보면서 괜찮겠다 싶은 양질의 자료들을 추려내게 된다. 이는 연구의 진행 과정에 참가자가 보다 능동적으로 참여함을 의미하며, 연구윤리의 측면에서도 연구자-참가자 간 권력 불평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좋은 방법으로 인정되고 있다.
  • 어떤 연구자들에 따르면, 일지연구를 수행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치료적 효과(therapeutic effect)가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이는 스트레스 연구를 위해 일지를 작성하게 한 참가자들에게서 많이 보고되었는데, 이들 참가자들 중 일부가 "오늘 있었던 일들을 적어놓고 보니 의외로 별 것 아닌 걸로 화를 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안정되고 생각이 정리되는 기분이다" 와 같은 긍정적인 경험을 했다고 보고한 것. 사실 이는 대중적인 의미에서 일기를 쓰는 것이 갖는 긍정적인 영향과도 동일하다.

5.2. 단점

  • 장기간에 걸쳐서 지속적이고 규칙적으로 응답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참가자들의 동기가 소진되고 응답자 피로(respondent fatigue)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몇 주짜리 일지라면 몰라도, 몇 달짜리 일지의 경우 마지막 한 달 정도는 기존에 아무리 성실하게 응답하던 사람이더라도 대부분 드문드문 뜸하게 응답하게 될 수 있으며, 처음에는 800자 가량으로 정성스럽게 글을 쓰던 사람도 나중에는 200~300자 정도로 건성으로 글을 남기게 될 수 있다는 위험이 존재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직접 연락을 취하여 독려하거나, 혹은 금전적 인센티브를 배치하여 "목표의 80% 만큼 달성 시 연구참가비 추가지급, 100% 달성 시 기념품 증정" 같은 식의 미끼(?)를 마련할 수도 있다.
  • 시청각 일지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문제로, 사생활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쓰는 일기가 그렇듯이, 일지 역시 타인에게 들키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기 때문에 일지에 적은 내용이 저널에 실려서 학계에 유포될 때에는, 가능한 한 이 사람을 특정할 수 없을 만큼 개인정보의 연막을 쳐야 한다. 가뜩이나 일지연구의 주요 연구주제 중에는 응답자의 성생활(…)이나 부부싸움(…)과 같은 것들도 많기에, 연구자는 개인의 사생활이 어떻게 보호될 것인지에 대해 먼저 참가자들을 최선을 다해 납득시켜야 한다. 설령 본인이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이 참가자가 촬영하는 피사체 중에 제3자들이 찍힐 경우에는 더욱 골치아파진다.[9] 이런 문제는 포토보이스(photovoice)라는 다른 사진 관련 연구방법론에서도 똑같이 나타나는 것들이다.
  • 아동, 노인, 장애인, 성소수자, 기타 등등의 취약 집단(vulnerable group)에게 적합하다는 평을 듣는 일지연구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취약 집단에게 일지 작성을 요청하려면 엄청나게 많고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 즉, 취약 집단에게 적합하다고 말하기에는 신경써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연구할 때에는 이들이 먹고살기 바빠서 일지 작성은 뒷전으로 미뤄두는 일이 비일비재하며, 아동들에게 면접법을 쓰기 어려워서[10] 시청각 일지를 사용하려고 했더니 자기들끼리 가지고 놀면서 멀미가 날 만큼 요란한 핸드헬드(?) 영상 몇 건만이 남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학계에 보고된 기막힌 사례 중에, 영국에선 가출 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일지를 쓰게 시켰더니 일지를 쓰다 말고 또 가출해서 연락이 두절되는(…) 사건도 있었다고.
  • 대부분의 질적 연구들이 갖는 공통적인 문제이지만, 분석의 작업량이 너무 많아서 시간이 터무니없이 오래 걸린다. 엄청나게 많은 양의 자료들을 내용분석해서 코딩해야 하는데, 이 노동의 과중함은 질적 분석 소프트웨어의 도움을 받더라도 잘 해결되지 않을 정도. 특히 이 문제는 음성 일지와 영상 일지에서 두드러지는데, 이 음성 내용들을 사람 목소리 이외에도 각종 잡음까지 전부 필사해야 하며, 이걸 몇 달치 분량을 한다고 생각하면 앞이 깜깜해지는 수준(…). 일반적인 면접법이 1시간 가량의 면접 내용을 사람 목소리만 필사하면 끝나는 것에 비하면 말도 안 되게 많은 작업량이라고 할 수 있다.

[1] Bartlett, R., & Milligan, C. (2015). What is diary method? London, Bloomsbury Publishing.[2] 비응답형 일지가 학술적 가치를 갖는 경우는, 《안네의 일기》 와 같이 어떤 문헌이 역사적 의의를 갖는 경우 등으로 국한된다.[3] 일지연구의 특징 중 하나가, 참가자 입장에서 보면 처음에는 "에이 껌이네" 싶다가도 나중에는 완전히 지쳐 버리거나 귀찮아지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이 가능성을 반드시 안내받아야 한다.[4] 예컨대 연구자가 소속된 대학교의 어느 세미나실 등이 될 수 있다.[5] 하단에 설명하겠지만 향후에는 참가자들의 스마트폰을 연구에 활용할 가능성도 있는데, 이럴 경우에는 참가자들에게 별도로 통신요금도 일정 부분 합쳐서 지급하는 것이 정당하다.[6] 어린이들이 밀린 방학 일기를 몰아 쓰면서 기상청 날씨 정보를 뒤적이는 걸 생각하면 쉽다(…).[7]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드물게 정보 접근성과 인터넷 이용속도, 인터넷 대중화가 최상위권에 드는 국가이다.[8] 예컨대, 술을 세 잔만 마시라고 했더니 자기가 직접 대야 사이즈의 크고 아름다운 술잔을 만들어서 그걸로 세 잔 마시더라는 이야기는 우리나라에도 전래되어 오는 이야기다.[9] 학계에 보고된 극단적인 사례로, 한 참가자는 연구자의 요청을 받아서 자신이 유년 시절에 살던 집을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본 어떤 행인이 다가와서 당신 지금 뭐 하는 짓이냐면서 정의감을 불태우며 화를 냈고, 이로 인해 법적으로 매우 난처한 상황에 처했었다는 것. 사회과학의 특수성이라는 것이 원래 이렇다지만, 연구 중에는 정말 별의별 윤리적 문제들이 터질 수 있다.[10] 실제로 만10세 가량의 어린이들을 딱 10분 가량 앉혀놓고 대화하는 데 성공했다면, 기적과도 같이 성공적으로 면접을 마친 케이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