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5-12-20 10:00:00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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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의2. 어형3. 기타4. 은어: 집단 내의 취약한 특정 개인 혹은 다수
4.1. 사용 예
5. 차이밍량 감독의 영화 (구멍)6. 구멍이란 존재하는가?7. 관련 문서

1. 정의

어느 물체에 뻥 뚫려있는 자리를 말한다. 언뜻 개념만 얼핏 떠올렸을 때에는 앞뒤가 뚫려있는 것을 구멍이라고 생각하지만 일상적으로 '구멍'이라고 불리는 것들은 표면만 비어 있어도 된다. 이를테면 맨홀과 같은 것은 끝부분이 막혀있는 구멍이다. 그래서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뚫어지거나 파낸 자리'로 정의되어있다.

이렇게 두 개의 정의로 인해 일어난 문제도 있는데, 이들이 위상수학적으로 서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2018년 12월에는 '빨대구멍이 몇 개냐'를 두고 해외에서 논쟁이 있던 걸 누군가가 한국에 퍼오기도 했다. 해외 페이지 인스티즈 펌

위상수학에서는 '파낸 자리'가 아닌 '뚫어진 자리'가 구멍의 정의에 부합한다. 엄밀히 말하면 종수(genus)로 셀 수 있는 빈 공간이 구멍인 것이다. 구 및 이와 위상동형인 폐곡면(볼록다면체 등)의 '앞뒤를 뚫어서' 빈 공간의 입구가 2개가 되도록 하면, 이 입구의 둘레를 안쪽으로 서로 접합시켜 원환면으로 만들 수 있다. 즉, 한 번 앞뒤로 구멍이 뚫린 구는 원환면과 위상동형이며, 종수가 1이므로 오일러 지표는 0이다.[1] 한편 단순히 '표면이 파인 자리'가 생겼다면, 위상공간의 세계에서는 파인 표면을 곡면의 성질을 건드리지 않고 원상복구할 수 있기 때문에 구멍이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므로 이때는 종수가 0이므로 오일러 지표가 2이다. '국어사전에 의한' 두 가지 정의를 함께 볼 수 있는 곳은 '손잡이가 달린 머그컵이 원환면과 위상동형임'을 보이는 애니메이션이다. 원환면 문서 참조. 참고로 한 곡면에서 같은 빈 공간을 공유하는 구멍의 입구가 [math(n)]개이면 [math(g=n-1)]이 성립한다.

2. 어형

영어로는 hole, opening, hollow, aperture, pit, crater 등의 단어를 쓴다.

'구멍'의 고형인 '구무'는 특수어간 교체를 했다. 모음이 이어지면 '굼기' 식으로 '굼ㄱ'가 되고 자음이 이어지면 '구무'가 되는 식. 이는 '나무'의 고형과 양상이 같다. '배꼽'의 동남방언 중 '배꾸무'가 있는데 이 '구무'에서 왔을지도 모르겠다.

흙에 판 구멍은 이라고 부른다. 산에 있는 커다란 굴은 동굴, 인간이 판 굴은 땅굴이라고 부르는 등.

3. 기타

생명체에는 기본적으로 구멍이 여러 개 있다. 호흡을 위한 , 배설을 위한 구멍과 요도, 소화를 위한 항문, 청각을 위한 .[2] 눈은 그다지 파여있지는 않지만 안구가 따로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해서 구멍으로 보기도 한다. 이렇게 땀구멍같이 작은 구멍을 제외한 다른 몸의 큰 구멍 개수를 세어보면 9개(눈×2, 코×2, 입, 귀×2, 항문, 요도) 라서, 이를 구공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다시 그 중 얼굴만 세보면 칠공으로, 칠공분혈이 여기서 나왔다. 여자의 경우 질까지 포함해서 십공인데 여기서 여자의 성기를 뜻하는 속어인 이 나왔다는 민간어원설이 있다. 여성의 을 속되게 부르는 말이기도 하다.

열쇠로 여는 문이라면 열쇠 구멍이 있어야 한다. 최근에는 비밀번호식 잠금이 많아져서 흔하게 보기는 힘들다. 오래된 소설에서는 이 열쇠구멍을 통해 문 건너편을 엿보는 장면도 있는데, 요즈음에는 열쇠 구멍이 있다 하더라도 반대편이 뚫려있지 않아서 그렇게 들여다볼 수는 없는 구조이다.

구멍 하나만 있으면 별로 무섭지 않지만 무수히 많은 구멍이 뚫려있는 것을 보면 조금 징그럽다. 구멍보다는 몰려있다는 점에 혐오감을 느끼는 듯하다. 환(環)공포증이라는 말도 있는데 특별히 이런 공포증이 있는 것은 아니고 모든 인간이 갖고 있는 속성인 듯. 군집 공포증이라고도 한다.

4. 은어: 집단 내의 취약한 특정 개인 혹은 다수

fault, defect. 일반적으로 결함이나 손실을 비유적으로 나타내는 표현에서 유래했다.

스포츠계에서는 축구, 농구, 배구 등 구기 종목에서 수비에서 팀의 약점인 선수를 일컫는 은어로 쓰인다. 팀의 구멍으로 낙인이 찍히면 수비에서 헛점을 드러내는 곳으로 계속 그쪽으로 공략하기 마련이다. 특히 농구는 공격과 수비가 명확이 나누어지지 않고 5:5라 인원도 비교적 적은 편이고, 매치업 상대가 정해져있는 편이라 팀의 구멍으로 낙인이 찍히면 그쪽 구멍의 상대 매치업으로 계속 공략하게 된다.
반면 야구에서는 반대로 공격력이 약한 타자가 (타선의)구멍이 된다. 타격 기회가 순서대로 균등하게 찾아오고 3아웃으로 이닝이 끝난다는 야구 공격의 특성 때문에 구멍의 존재 여부와 그 배치는 공격의 효율에 영향을 미친다. 한편 공격시에는 공격의 중심이 되는 타격으로는 수비가 약한 야수를 집중 공략할 수 없기 때문에 수비 약점을 공략하는 방법은 도루를 포함한 주루 정도로 제한된다.

생활에서 쓰일 때의 좀더 일반적인 의미로는 협동이 필요한 분야에서 팀의 능률을 떨어뜨리는 존재를 일컫는다. 그 정도가 심하면 블랙홀 내지는 싱크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4.1. 사용 예


유의어 : 고문관, X맨, 공대 내부의 적, 무능력한 상사, 폐급

5. 차이밍량 감독의 영화 (구멍)

1998년 제51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은 <차이밍량> 감독의 네번째 장편 작품이다. 감독의 페르소나인 <이강생>과 <양귀매>가 출연한 구멍(穴 The Hole)은 제 3회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받았다.

6. 구멍이란 존재하는가?

빨대나 도너츠 형태의 물건을 상상해보자. 그곳에는 분명 구멍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렇게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도너츠나 빨대가 없더라도 그것은 공간으로서 그곳에 그대로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구멍이란 정말로 존재하는 것인가? 아니면 허상인가? 도너츠를 먹지 않으면 구멍이 존재하지만, 도너츠를 먹어버리면 구멍은 없어지는 것인가?' 이러한 개념에서 접근하면, 구멍이란 필연적으로 상대적 개념이고, 관계적 실체이며, 형태의 결핍에 의해 인식되는 존재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하듯, 구멍의 존재성을 의존적이고 모순적인 것으로 바라보는 개념을 존재론적 기생(Ontological parasite)이라고 말한다.

7. 관련 문서


[1] 2차원 다양체의 오일러 지표는 [math(\chi = v - e + f - 2g)]이며, 알파벳은 왼쪽에서부터 각각 점, 선, 면, 구멍의 개수이다.[2] 이쪽은 더 넓게 포함하면 귀걸이나 피어싱으로 뚫은 귓볼이나 연골도 해당한다. 단 기본적으로 있는 구멍들과는 달리 인공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으며, 간혹 뚫지도 않았는데 선천적으로 구멍이 있는 경우도 있다. 다만 이는 정말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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