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28 12:09:50

게리맨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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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Gerrymande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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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쉽게 보여주는 게리맨더링의 원리. 주황색 당은 전체 15칸 중 6칸을 득표하고 있다. 이때 선거구를 나누는 방식에 따라 각각 0석, 1석, 2석을 획득할 수 있다.

선거구를 유리하게 획정하는 것 또는 그러한 행위.

1812년 매사추세츠 주지사 엘브리지 게리가 자신에게 유리하게 선거구를 만들었더니 괴물과 같은 모양처럼 되어 버린 것을 조롱하면서 나온 말인데 마치 전설상의 괴물 샐러맨더(Salamander)와 비슷하다고 하여 앞에 '게리'를 합성해 게리맨더링이라는 용어가 탄생했다. 건국의 아버지들 중 1인이었고 제5대 부통령도 지낸 거물 정치인이었던 엘브리지 게리는 정치적 업적보다는 그의 편법이 바탕이 되어 만들어진 신조어 덕분에 역사에 영원히 이름을 남겼다. 어찌 보면 이것도 정치공학적 업적이라면 업적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사실 게리는 민주공화당의 선거구 획정안에 당론을 따라서 최종 서명을 해서 그렇지 정작 본인이 동의했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다. 영어 위키백과에는 오히려 "굉장히 마뜩찮다(highly disagreeable)"는 의견을 표현했다는 서술도 있는데 이게 사실이면 굉장히 억울한 일이다.

게리맨더링의 현재 영어 발음은 (영어 위키백과 기준으로) "제리맨더링(/ˈdʒɛrimændərɪŋ/)"이라고 하지만 실제 정치인은 당대에 "게리"라고 불렸고 시간이 지나면서 영어 발음이 바뀐 것이다.
파일:Elbridge-gerry.jpg 파일:external/www.prisonersofthecensus.org/gerrymander.jpg
게리맨더링의 창시자로 알려진 엘브리지 게리 당시 선거구를 풍자한 그림.
저 도마뱀 같은 길쭉한 놈이 한 선거구다.

2. 국가별 양상

2.1. 대한민국

파일:상세 내용 아이콘.svg   자세한 내용은 게리맨더링/대한민국 문서
번 문단을
부분을
참고하십시오.

2.2. 미국

원조답게 아직도 게리맨더링의 산물인 선거구가 매우 많다. 이 기형적인 선거구들을 보다 보면 오히려 한국은 이에 비하면 정말 멀쩡하구나 싶은 정도다.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도입되고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이상 주 의회가 선거구를 만들기 때문이다. 게리맨더링으로 이득을 본 사람들이 모인 곳이 바로 의회인데[1] 그들이 게리맨더링을 막아 자신들이 보던 이득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 이것은 민주당공화당을 가리지 않는다. 선거구획정위가 도입된 주는 의외로 많은 편이지만 이들이 실제로 양당에 중립적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다만 미국은 주 안에서 선거구 간 인구 편차가 1:1.2를 넘지 않아야 할 정도로 엄격하게 인구를 나누고 있고 의원정수도 435명으로 고정되어 있다 보니까 과하게 괴상하게 만들어진 측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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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35번 선거구 (휴스턴 18번 선거구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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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실베이니아 12번 선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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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랜드 3번 선거구

이곳은 아래 오하이오의 카운터파트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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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이오 9번 선거구

공화당이 다수인 주의회에서 선거구를 획정할 때 민주당 성향의 유권자가 다수인 곳을 한 곳으로 묶은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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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캐롤라이나. 여기는 2016년에 연방대법원이 너무 게리맨더링이 심한 지역이라고 판단하여 선거구 획정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2020년 하원의원 총선거에서는 바뀌었고 결과는 공화당 2석이 민주당으로 바뀌었지만 2022년 획정에는 도로아미타불이 될 예정[2]이었다가 주 대법원이 뒤집어서 좀 더 공정하게 선거구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연방대법원도 주 대법원의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2022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현역 주대법원 2명이 낙선하고 공화당으로 교체되어서 주대법원이 4:3 민주당 우위에서 5:2 공화당 우위가 되어서 공화당 우위의 게리멘더링 지도가 부활하게 되었다.[3]

최고는 역시 일리노이 4번 선거구다. 전혀 다른 두 동네를 하나로 힘겹게 이어 놓은 게 애처로울 정도다. 그나마 과거에 비해서 연결통로 부분이 두꺼워지긴 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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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도는 시카고의 지역별 인종 분포 지도로, 이 지도와 위의 지도를 보면 저 선거구가 히스패닉(주황색으로 표시된 곳) 밀집 지역만 골라서 이어 놓은 것임을 볼 수 있다. 선거구를 저렇게 구성해 놓은 관계로 민주당의 루이스 구티에레스(Luis Gutiérrez) 의원이 1993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26년간 13선을 한 곳이다.

미국에서는 흑인이나 히스패닉 같은 소수인종들이 소수인종 출신 하원의원을 선출할 수 있게끔 일부러 선거구를 이상한 구획으로 짜기도 한다. 이런 선거구들은 minority-majority district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예가 존 루이스 의원의 지역구였던 조지아 5선거구, 일라이자 커밍스 의원의 지역구였던 메릴랜드 7선거구, 민주당 현 하원 서열 3위인 제임스 클라이번 하원 원내총무의 지역구 사우스캐롤라이나 6선거구 등이다. 아시아인이 다수를 차지하는 선거구도 있는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마이크 혼다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캘리포니아 17선거구가 그곳이다. 미국 하원의원 선거구 435곳 중 유일하게 아시아인이 과반인 곳으로, 지금은 인도계로 칸나 의원이 경선에서 마이크 혼다 의원을 떨어뜨리고 연임 중이다.

반면 이러한 소수인종 다수 선거구에 소수인종 대부분을 몰아넣으면 나머지 선거구에서는 소수인종의 영향력이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를 ‘packing’이라고 하는데 주로 남부 주에서 흑인 유권자들의 영향력을 저하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게리맨더링 수단이다. 한 예로 앨라배마, 루이지애나, 사우스캐롤라이나, 미시시피의 선거구는 모두 하나만이 흑인이 다수인 민주당 선거구지만 실제 흑인 인구 비율은 앨라배마 25% 이상, 루이지애나 30% 이상, 사우스캐롤라이나 25% 이상, 미시시피 35% 이상으로 백인 민주당 지지자들까지 고려하면 민주당 의석이 1석인 것 자체가 게리맨더링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4] 공화당 입장에서는 선거구 1곳을 민주당에게 큰 차이로 넘겨주는 대신 다른 지역구에서 안전하게 승리를 챙겨갈 수 있으므로 게리맨더링으로 대도시권 등 흑인 거주 지역을 부자연스럽게 묶은 선거구를 편성하게 된다. 2022년에는 연방법원이 앨라배마 주의회의 선거구 초안을 선거권법[5]을 위반하는 게리맨더링으로 규정했지만 연방대법원에 의해 5:4로 각하되어 선거구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 3명은 모두 다수 의견에 찬성하여 선거구 유지에 큰 역할을 했다. 이와 대비되게 바로 다음 해인 2023년에는 브렛 캐버노가 존 로버츠 및 진보 대법관들에게 합류하면서 5:4로 앨라배마 연방하원 선거구 구성이 선거권법을 위반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의 자세한 내막은 앨런 대 밀리건 문서 참고.

"Splitting"이라고 민주당 강세 도시지역을 공화당 강세인 교외 지역과 묶어 버리는 방법도 있다. 공화당 우세주의 지역 대도시인 댈러스, 오스틴, 내슈빌, 렉싱턴, 리틀록, 솔트레이크 시티, 오클라호마 시티 등은 선거구가 도심을 중심으로 파이처럼 쪼개져 교외와 묶어서 민주당세를 억누르는 모양이 되어 있다. 실제 개리맨더링 사례는 "packing"과 "splitting"을 병행한다.

주 의회 단위에서도 게리맨더링으로 인해 심하게는 승자와 패자가 뒤바뀌는 일도 나타난다. 단적인 예로 2018년 위스콘신 주 하원 선거에서 공화당은 44.7%, 민주당은 53.0%를 득표했지만 전체 의석 99석 중 63석을 공화당이 가져가면서 압승을 거두었다.

2022년 미국 민주당에서 뉴욕의 연방하원의원 지역구 획정안을 제시했는데 게리맨더링 논란에 휩싸였다. 2022년 중간선거에서 뉴욕시에 배정된 연방하원의원 의석수가 하나 줄어서 재편해야 했는데 유대계 미국인의 표심을 모으기 위해 이런 괴상한 선거구를 제시했다고 분석되었다. 지도가 있는 기사를 보면 알겠지만 부촌으로 꼽히는 맨해튼의 어퍼 웨스트 지역부터 남부 월스트리트를 따라 내려온 다음 갑자기 허드슨강을 건너 브루클린을 한 번 휘감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기괴한 모양이다. 이 획정안이 통과되면 뉴욕시에서 확산되는 공화당세가 꺾일 것이라고 전망된다.

Vox Media에서 제작해서 넷플릭스에서 2020년 공개한 다큐멘터리 익스플레인: 투표를 해설하다 3회 '누구의 표가 중요한가'에서 미국의 게리맨더링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위의 문단처럼 게리맨더링이 어떻게 민의를 왜곡하고 실제 선거결과를 뒤바꾸는지를 보여준다.

2.3. 영국

민주주의의 선구자답게 영국에서는 19세기부터 부패 선거구(Rotten borough)라는 대표성 문제가 있었다. 게리맨더링과는 달리 정치인이 직접 자의적으로 자신의 선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선거구를 획정한 것은 아니지만 이것도 불공정하게 존재하는 선거구 구조에 빌붙었다는 점에서는 게리맨더링과 비슷하다.

2.4. 북아일랜드

BBC-1960년대 북아일랜드의 게리맨더링
선거구 가톨릭 개신교
총 유권자수 14,429명 8,781명 23,210명
1960년대 런던데리는 가톨릭 인구가 개신교 인구보다 더 많았다. 북아일랜드에 있는 대부분의 가톨릭 신자는 민족주의에, 개신교 신자는 연합주의에 속했지만 아래와 같은 게리맨더링으로 연합주의자들이 민족주의자들보다 더 많은 의석을 가져갈 수 있게 하였다.
선거구 연합주의자 민족주의자
노스 워드 8
사우스 워드 8
워터사이드 워드 4
획득 의석 수 12 8

2.5. 일본

인구가 적은 시골 지역은 좀 낫지만 도시 지역, 특히 수도인 도쿄는 멀쩡한 선거구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게리맨더링이 난무한다. 그 예시 중 하나가 도쿄도 제10구인데 4개의 자치구에 걸쳐 선거구를 만든 탓에 선거구 모양이 y자 혹은 부메랑 모양이 되었다. 심지어 소선거구제중의원은 물론 대선거구제참의원에서도 게리맨더링이 나온다. 이토록 게리맨더링이 심한 까닭은 인구 대비 너무 적은 국회의원 수가 가장 크지만[6] 자민당의 일당우위 정치 체제, 지역구 세습, 야당의 미약함 등으로 심화된 정치 혐오 정서로 인해 국회의원 수의 증가를 바라지 않는 많은 국민들의 탓도 크다. 게리맨더링의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할 정치인들도 의원 정수의 확대에는 관심 없다. 다만 정치 혐오에 빠진 국민들의 표를 얻기 위해 안 그래도 많이 적은 국회의원 수를 더 줄이겠다거나 국회의원을 무보수 명예직으로 하겠다는 포퓰리즘 공약들은 나오고 있다.

2.6. 헝가리

오르반 빅토르가 국회의원 수를 386석에서 199석으로 절반을 한꺼번에 줄이면서 진보적인 성향을 띄는 지역구를 보수적인 농촌과 함께 묶어서 선거구를 조정하는 게리맨더링을 무더기로 강행했고 결과적으로 헝가리의 야당은 죽었다 깨어나도 여당인 청년민주동맹을 이길 수 없게 되었다.[7] 이 때문에 헝가리의 정권교체 방법은 시민혁명밖에 남지 않으리라는 우려가 나온다.

2.7. 남아프리카 공화국

  • 아파르트헤이트: 남아공의 악명높은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가 시행되었던 것도 이러한 게리멘더링의 도움이 컸다. 국민당이 아파르트헤이트를 실시한 게 1948년에 정권을 잡은 후였는데 1948년 총선에서 득표율 자체는 연합당(49.2%)이 국민당(37.7%)을 10% 이상 차이로 앞섰으나 선거구 조정이 제때 안 이루어지면서 국민당(70/153석)이 연합당(65/153)을 이겼고 1953년 총선에서도 득표수로는 연합당-노동당이 이겼음에도 정작 의석수상으로는 국민당이 앞섰다. 이후 정권을 잡은 국민당이 게리맨더링으로 연합당의 세를 약화시키면서 1990년대까지 장기집권했으며 유권자들(컬러드와 아시아계)의 투표권을 박탈하거나 선거 연령을 하향조정[8]하는 뒷공작도 꼼꼼하게 병행했다.

3. 해결책?

사실 게리맨더링은 소선거구제의 대표적인 단점 중 하나로,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면 이 문제가 일어날 소지를 아예 없애거나 상당히 억제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광역자치단체 단위로 선거구를 획정하든지, 아니면 전국 전체를 아예 단일 선거구로 획정하는 방법 등이 있다. 다만 후자는 한국 헌법에 지역구가 적혀있기 때문에 개헌사항일 여지가 있다. 또한, 지역구 폐지에는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을것이다. 완전비례대표제를 하려면, 지방분권으로 지방의회를 강화하는등 대대적인 정치 개혁이 전제되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네덜란드는 완전비례대표제라서 전국이 하나의 선거구다.

이해 당사자인 의원들의 입김이 덜한 제3의 중립적인 기관에서 선거구 획정을 다루도록 하면 게리맨더링을 억제할 수 있다. 한 예로 미국 캘리포니아는 거버네이터 주지사 시절인 2008년에 Proposition 11을 통과시켜서 제3자가 공평하게 선거구를 나누도록 법안을 통과시켰다.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주지사 퇴임 후에도 이 법안을 자신의 치적이라고 자랑하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국적인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사실 이 지역은 민주당 내부에서 새로운 도전자가 나타나도 계속 해먹던 사람이 계속 해먹을 수 있게 지역구를 나눠서 민주당 내부에서도 물이 고여 썩을 지경이었으니 한국에서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이전에 선거구 획정 문제로 대단히 난항을 겪자 제3의 기관이 선거구를 획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호주캐나다는 국회가 아닌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거구를 획정하여 게리맨더링을 막고 있으며, 영국도 선거구획정위원회를 도입해 게리맨더링을 막고 있다.


[1] 한국은 이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국회에 두지 않고 독립된 기관인 선관위에 두고 있다.[2] 주 지사가 민주당 소속이지만 거부권이 없다.[3] 3석이 공화당쪽으로 넘어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4] 물론 공화당 지지자들은 이 정도 차이는 소선거구제에서 당연히 나타나는 다수당 쏠림 현상이며 1석으로도 흑인 대표성은 보장된다고 반박한다.[5] 투표에 필요한 요건, 표준, 관행, 또는 절차를 요구하는 것을 금지시킨 법으로, 인종이나 피부색 때문에 미국의 시민의 권리로 선거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정하거나 줄이는 것을 금지하였다.[6] 대중들은 공감을 못 하지만 한국은 인구 대비 국회의원 수가 적어서 문제가 많다고 꾸준히 지적되고 있는데 일본은 그보다도 더 적다. (한국: 인구 5100만/국회 재적의원 300석, 일본: 인구 1억 3천만, 중의원 465석+참의원 289석)[7] 그러나 일본처럼 야당이 지리멸렬한 것도 있다.[8] 물론 선거연령 하향조정이야 1960~70년대 북미·유럽 국가에서 대대적으로 시행했지만 남아공에서는 보어인 유권자들의 숫자를 영국계 유권자들의 숫자보다 많아지게 하려고 시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