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5-10-12 07:09:25

포수 리드

  • 한국: 포수 리드
  • 일본: 捕手 リード
  • 미국: Game calling

1. 개요2. 볼배합과 리드
2.1. 무용론2.2. 유용론
3. 포수의 책임 문제
3.1. 무용론3.2. 유용론
4. 넓은 개념의 포수 리드5. 세이버매트릭스에서의 포수 리드6. 리그별 포수 리드의 차이
6.1. MLB6.2. 일본 야구6.3. KBO
7. 관련 작품

1. 개요

볼배합을 포함해 포수투수의 좋은 투구를 이끌어내는 모든 것을 통칭하는 단어. 일본식 용어가 한국에 건너와서 사용하게 된 케이스이다. 포수 리드('포수'가 투수를 리드)라고 부르기도 하며 투수 리드(포수가 '투수'를 리드)라고 부르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게임 콜링(Game calling)이라고 표현하는데, 매우 광의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포수 리드의 중심은 타자와 수싸움을 벌이며 어떤 종류의 공을 어느 곳으로 던질지를 정하는 볼배합 리드에 맞춰져있고, 그외에 투수를 편하게 이끌어주는 온갖 것이 포함이 된다. 다만 볼배합은 말 그대로 구종의 배합만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리드는 바깥쪽, 안쪽, 위쪽, 아래쪽 등 로케이션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라는 주장 또한 있다.

다만 이것이 유의미한 포수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야구 팬들 사이에서는 많은 논란이 있다. 계량적 통계의 스포츠인 야구에서 포수 리드는 유난히도 정량화할 수가 없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 무형의 능력이기 때문이다. 현재 야구 팬덤에서 포수 리드에 관한 논쟁은 대부분의 경우 타격, 블로킹, 도루저지 등 객관적인 스탯에서 비교 우위/열위에 있는 어느 포수를 두고 '포수 리드' 능력이 반영되지 않아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벌어지는데, 결국 문제의 근원은 실체로 검증되지 못하기 때문이고 개인의 인상 평가와 자기 편향으로 서로 맴도는 논쟁만 이어진다.

2. 볼배합과 리드

포수 리드의 핵심은 포수의 게임 플레이중 일부인 투수의 구종 및 구질 결정권, 즉 볼배합과 로케이션 지정 등 타자와의 수싸움을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볼배합이 의미가 있는가 없는가에 대해서부터 보통 의견이 엇갈린다.

2.1. 무용론

가위바위보 게임에 빗대자면, 왜 그 상황에서 특정 구종을 요구해서 통타당했냐고 포수를 비난하는 것은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왜 가위를 내서 졌냐고 비난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결과론일 뿐이다. 심지어 야구는 가위바위보처럼 정확한 선택지가 있지가 않다. 상대를 아무리 완벽하게 읽을 수 있어도, 그 어떤 투수도 만화나 게임처럼 존을 9분할해서 던지는 제구력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역사상 손꼽을 정도의 제구력을 가진 투수인 톰 글래빈조차도 그건 불가능했다. 글래빈도 바깥쪽 스트라이크존 라인 하나 정하고, 그 라인으로만 계속 던졌다.[1] 또 5000이닝 넘게 던지면서 볼넷이 999개인, 제구력으로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 수준이라는 그렉 매덕스조차, 컨디션 좋은 날 기준으로 해도 6분할해서 스트라이크를 던지는게 가능했다고 한다. 즉 기껏해야 몸쪽, 바깥쪽, 높게, 낮게, 여기에 살짝의 경향성을 더하는 정도로 4 탄착군 정도를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는데, 4가지 경우의 수 중에서 투수가 자신 있는 구종, 자신 있는 방향 등을 감안하면 더 줄어들어 여러 가지를 감안하더라도 한 투수당 나올 수 있는 선택지는 3~6가지 정도 밖에 안된다.

그런데 그중 하나를 골라서 던지도록 시키는 게 과연 그렇게 중요한 일일까? 상대 타자가 아주 특징적인 약점이나 강점을 가지고 있다면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애초에 타자 또한 어떤 공이 올지 계산해서 치는 게스 히터 타입이 있고 일단 오면 눈으로 보고 감각적으로 쳐내는 배드볼 히터 타입이 있다. 동시에 제구가 완벽한 투수도 있지만 상당수의 투수가 그런 제구 자체가 안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즉 아무리 완벽한 볼배합이라도 타자의 특성, 투수의 특성에 따라 전혀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이러한 포수 리드 능력이 적용될 수 있는 사례가 한 경기에서 얼마나 나올 수가 있느냐는 것이다.

볼배합 자체가 무용하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이러한 관점에 따라 볼배합이 아니라 투수가 얼마나 완벽한 공을 던지느냐가 결국 핵심이라고 본다. 좋은 구위를 가지고 있는 투수가 스트라이크존에 맞게 던지는 것이 오히려 진짜 핵심이고, 포수는 포구와 프레이밍, 블로킹 등 해당 공을 잘 받아만 줄 수 있으면 성공이라는 것.

한국 프로야구 초창기인 1980년대를 대표했던 스타 포수이자 메이저리그에서 불펜 코치로 활동해 본 이만수는 포수 리드란 투수를 편하게 해주는 것이고, 포수 리드를 잘 했다고 하는 건 눈에 보이지도 않는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동시에 포수의 능력은 포구와 송구, 블로킹을 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유학 시절, 본인 또한 처음에는 한국식 또는 동양야구의 포수리드론을 주장하였다가 현지 코칭스탭과 선수들과 오랜 대화 끝에 개인적으로 허상이라고 결론내렸다고 한다. 2021년에도 우리나라에서는 포수 리드에 대한 과도한 환상이 있다면서, 포수 리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포수의 수비 스킬이 부족한 탓에 혹시라도 공이 뒤로 빠질까봐 투수가 불안해하는 면은 있을지언정, 리드 때문에 불안감을 느끼는 투수는 없다는 것도 포수 리드 무용론에 힘을 실어준다. 수비 스킬을 떠나 유독 투수에게 신뢰감과 안정감을 주는 포수나 그렇지 못한 포수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리드가 아니라 심리적 문제 혹은 인간적 상성 문제라 볼 수 있다. KBO에서 좋은 쪽으로 유명한 건 서재응-김상훈 조합. 일명 영혼의 배터리. 안 좋은 쪽으로 알려진건 윤성환-진갑용 조합. 또한 심리적인 부분이 강점이었다고 평가받는 포수들 중에서도 포수 리드 능력이 좋았다고 회상되는 선수는 그리 많지 않은데, 대표적인 인물이 장채근이다.

애초에 포수 리드가 능하다고 평가를 받는 포수들의 대부분은 타격도 잘하는 선수이다. 1990년대를 대표하는 포수였던 김동수는 은퇴 후에 배터리코치를 하면서 "포수의 리드는 그 선수의 타격과 밀접하다. 타자로서의 경험에 근거해서 리드를 하기 마련이다."라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타자로서 좋은 노림수를 갖춘 선수가 수비에서 그 경험을 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포수 리드는 허상이고 그냥 잘 하는 포수한테 그러한 프레임이 덮어질 뿐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타격은 멘도사 라인이지만 현란한 리드 덕에 리그 최고로 인정받던 궁극의 수비형 포수? 애초에 그런 타자는 주전으로 뛸수도 없다.

실제 살펴보면 한국프로야구에서 당대 최고로 평가받는 포수들은 모두 타격도 대단히 뛰어났다. 이만수박경완은 홈런왕까지 기록했던 당대의 강타자였고, 김동수는 그 넒은 서울종합운동장 야구장을 홈으로 쓰면서도 매년 20개 이상의 홈런을 쳤으며, 2000년대 삼성의 안방마님이었던 진갑용도 한방이 있는 강타자였다. 2010년대의 강민호, 양의지도 항상 상대 투수를 긴장하게 만드는 타자들이다. 이 두 선수는 1군 생활 초기에 장성우최재훈 같은 '수비형 포수'들과 비교되며 저평가를 받았고, 비판당했던 공통적 전례가 있다.

심지어 포수가 달라진다고 투수가 얼마나 달라지는가. 대표적으로 고효준 같은 경우, 박경완이 포수일 때나 정상호가 포수일 때나 그 월미도 바이킹 제구는 변함이 없었다.

2.2. 유용론

똑같은 가위바위보로 예를 들면, 첫 판을 비기면 다음 판에 같은 걸 한 번 더 낸 적이 많았던 경향의 친구가 있다. 그걸 내가 알고 있다면, 나는 첫 판을 가위로 비긴 후 다음 판은 친구가 가위를 낼 것을 예상해 바위를 내는 것이 합리적인 전략이다. 물론 친구가 패턴을 벗어나 가위를 안 낼수도 있다. 하지만 야구는 0.4초 촌각에 감각적으로 결정하는 무대이고, 수백 수천 판의 가위바위보(투구와 타석) 데이터가 쌓였기 때문에 성향이 반복될 확률이 보다 높다. 그리고 확률 높은 곳에 베팅을 하는 것이 볼배합이다.

포수 리드 무용론의 입장에서 주로 투수의 제구력을 문제로 삼곤 하는데, 리드에서 중요한 것은 대략적인 코스와 구종의 배합이다. 무슨 칼과 같은 제구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류현진의 포심 패스트볼이 들어간 이후 바깥쪽으로 던지는 서클 체인지업이 효과를 톡톡히 본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직구와 체인지업을 연달아 던지는 것이 특히나 타자를 현혹시키는 것이 아니라면, 이러한 정형화된 레퍼토리를 이어나가는 것은 타자가 다음 구종을 예상하기 쉽게 만들 뿐인 멍청한 행동이 될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해, 볼배합이 의미가 없으면 사인을 훔쳐서 타자가 구종과 방향을 다 알고 있어도 어차피 상관없다는 소리와 뭔 차이가 있을까.

물론 포수가 리드한 곳으로 투수가 못 던지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하지만 볼배합이란 아예 안 맞을리는 없단 걸 감안하면서 최대한 덜 맞을 확률을 지향해 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포수가 2스트에서 높은 150km 패스트볼을 유도했지만, 가운데로 들어가며 끝내기 안타를 맞았다. 그런데 지난 5년간 포수가 요구한 그 구종, 코스, 구속의 공은 안타 확률이 10%였고 해당 타자도 약했다. 이를 포수 볼배합이 잘못되었고 "역시 볼배합은 결과론"이라고 답을 내리는 것이 옳을까? 그리고 앞으로 거긴 던지지 말라고 하는 것이 옳을까, 아님 비록 이번에는 잘못 던져 맞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안맞을 확률 90%를 지향하는 것이 옳을까? 물론 정말 투수가 제대로 던질 능력이 안될거 같아서 편하게 그냥 바깥쪽 위주 리드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역시 볼배합의 일환이다. 타자가 치기 어려운 것과 그걸 투수가 완성할 능력이 있는지 파악하는 것 사이에서의 조율과 선택이다.

즉, 볼배합의 존재마저 부정하는 것은 이거야말로 인지부조화에 불과하다. 볼배합을 부정한다면 과거 피츠버그의 낮은 투심 리드 전략, 다저스와 탬파베이의 하이 패스트볼 전략, 휴스턴 이적 후 하이 패스트볼로 사이영 투수로 거듭난 게릿 콜 등 이러한 성공 사례들을 단순 운인양 치부하는 꼴이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볼배합이 존재하지 않는다는건 직구만 던지거나 커브만 아무곳에 던져도 상관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구종간의 터널링을 연구해서 타자가 구종을 최대한 헷갈리도록 피칭을 디자인하는 메이저리그의 트렌드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행위란 말인가? 제발 볼배합이 뭔지는 알고 들어가자.

근래 MLB의 트렌드인 피치 터널 이론이란 투수가 공을 던진 릴리즈 포인트와 타자가 공의 구질을 분간하는 지점 사이에서 공이 구질이 파악되지 않는 구간을 뜻한다. 쉽게 말해 투수가 직구와 커브를 던졌을 때, 타자는 공이 얼마간의 거리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그 공이 직구인지 커브인지를 구분해낼 수가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당연히 구종을 구분해내는 시점이 늦어질수록, 타자는 대응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구단들은 초고가의 장비와 인력을 동원하여 이 효과가 극대화되되도록 공의 회전축, 릴리스 포인트를 교정하고 터널링 효과를 십분 활용하기 위해 타자에게 공을 보이는 순서, 로케이션 등을 조정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이러한 빼어난 피칭 디자인의 결과로 탬파베이 레이스는 리그에서 가장 투수를 잘 육성해내는 구단이 되었으며, 이는 다시 탬파베이가 가장 적은 수준의 페이롤로도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과연 볼배합이 정말로 무의미하다면, 탬파베이는 투수 육성에 있어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야구는 확률론이 지배하는 스포츠이다. 타율, 출루율, 평균자책점 등에 더 나아가서 확률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진 스탯으로 선수들을 평가하며 선수단을 꾸리고 운용한다. 따라서 감독은 9회말 1점차 상황에 팀내에서 가장 실점을 내어줄 확률이 적은 마무리 투수를 기용한다. 그런데 이날 마무리 투수가 실점을 내주어 블론을 기록한다면 이를 무의미한 기용이라 해야 할까? 전혀 아니다. 이날의 블론세이브는 마무리 투수가 기록한 30세이브 3블론 중의 1 블론세이브가 되었을 뿐이며, 이 투수를 기용한 결과 팀은 33번의 기회에서 30번이나 경기를 무사히 지켜냈다. 막아내는 것도, 털리는 것도 운에 달렸을 뿐이라는 생각으로 패전조를 세이브 상황에 기용했더라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까? 만약 그리하였다면 팀은 다잡은 경기를 몇배로 놓치고 감독은 네티즌들로부터 엄청난 질타를 받게 될 것이다.

볼배합도 똑같다. 오히려 세이브 상황보다 사건 발생 횟수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더욱 확률에 수렴하기 쉬울 정도다. 그런데도 가장 아웃을 잡을 확률이 큰 투구가 간혹 안타를 맞았다고 해서 그 판단이 무의미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확률론적 접근이 정말로 무의미하다면 탬파베이는 결코 성공을 거두지 못했을 것이다. 볼배합은 절대실존하며 3할은 2할보다 좋고 4할은 3할보다 좋다. 확률론이 전혀 쓸모없다는 허황된 사고에서 벗어나 볼배합의 존재를 인지하고, 포수 리드론의 쟁점은 볼배합의 주체가 누구인가, 혹은 그밖의 심리적 요인의 증명 여부 등에 있다는 사실을 먼저 인식하고 난 후에야 비로소 포수 리드론에 대한 적절하고 타당한 토론 및 대화가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수비형 포수가 없다는 말이 무슨 소리고, 공격을 잘하면 포수 리드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소리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당장 제일 포수 리드 문제로 비판받는 선수가 한국 역사상 최고의 공격형 포수인 이만수이다. 정말 이만수가 포수 리드 능력이 좋았느냐는 차치하고, 공격 잘 한다고 수비까지 잘 한다고 평가받지는 않는다는 소리다. 한국 야구에 한정짓지 않는다면, 당장 MLB에서 맨티스 라인이라고까지 비판받았던 제프 매티스가 바로 그 포수 리드 능력을 인정받아 오랜 시간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았으며, 2010년까지의 야디어 몰리나 또한 공격력이 많이 부족했음에도 활용되었다. 무용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떠받드는 MLB야말로 그러한 포수 리드론을 따랐다는 것이다.

나아가 타격이 좋은 포수들이 주전으로 뛰는 것 또한 당연하다. 포수 리드 또한 아직 정량화하지 못해서 그렇지 하나의 스탯이다. 언젠가 해당 부분 또한 WAR 같은 수치로 환산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해당 수치보다 공격력에서의 수치에서 장점이 있을 경우 감독 또한 그 손익을 계산하여 기용할 것이다. 동시에 공격력만 압도적인 포수, 반대로 포수 리드 등 수비력만 압도적인 포수가 있다면, 그 공격력에 따라 지명타자로 기용하거나 아니면 덕아웃에서 포수 리드를 대신하는 방식으로의 기용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포수 리드 능력이 탁월한 포수라고 해서 제구력이 좋아지지 않았다는 건 또 무슨 소리인가. 포수 리드에 의미가 있다고 주장하는 누구도 그런 주장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심리적 요인이라면 그나마 가능성이 있겠지만, 볼배합을 잘하는 거와 제구력이 상승하는 것은 단 하나의 연관성도 없다. 오히려 그런 공을 가진 투수조차 어떻게 활용할지가 포수 리드론의 핵심이다.

즉 포수 리드에 대해 반대하려면 제구력이 아니라 방어율에 차이가 없었음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자그마치 0.7이나 차이가 나는 몰리나의 사례가 이미 있어서 세이버메트릭스에서도 연구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만약 박경완과 정상호 때 방어율의 차이가 없다면, 그건 포수 리드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박경완이 정말 리드를 잘하는가에 대한 부정이 된다. 이미 차이를 보이는 포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그에 대한 정보조차 없는 상태에서, 난데없이 제구력 차이가 없었다는 것을 가져오는 것은 포수 리드 개념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조차 없는 것이다.

3. 포수의 책임 문제

해당 부분은 볼배합은 의미가 있다는 전제에서 나오는 다음 논쟁인데, "볼배합이 의미있다 = 포수 리드가 존재한다"는 뜻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즉, 볼배합은 의미있다고 보지만 포수 리드는 부정할 수도 있다. 제일 큰 문제는, 포수가 볼배합을 다 낼 필요는 없다는 것. 실제로 볼배합은 벤치에서 맡는 경우가 점차 많아지고 있으며,[2] 포수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경우는 많이 줄어들고 있다. 동시에 포수가 전담하더라도, 투수와의 의논 과정에서 배합을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볼배합이 아무리 의미가 있더라도, 거기서 포수의 개인 능력이 얼마나 그것에 영향을 주느냐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것.

다만 이 부분은 동의하지만, 그렇다면 볼배합을 어떻게 하는 게 이득이냐가 오히려 무용론과 유용론의 핵심이다. 즉, 덕아웃이나 투수가 맡는 경우가 많으니 포수 리드를 크게 의미둘 수 없고 포수에 책임을 물리기 어렵다는 게 무용론의 관점이다. 반대로 포수는 타자와 근처에서 가장 미세한 부분까지 볼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일부 수정은 있더라도 포수 중심으로 가는 게 오히려 팀에 이득이 된다는 것이 유용론의 관점이다.

3.1. 무용론

우선 첫 번째 전제에 대해 말하자면, 조인성만이 아니라 국내의 어떤 포수도 벤치로부터 독립해서 독자적인 사인을 내는 경우는 많지 않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중요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인은 벤치에서 감독을 통해 나오고, 포수는 이를 투수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게 대부분이다. 천재적인 두뇌를 지닌 포수가 타자의 허를 찌르는 기막힌 볼배합으로 투수를 업그레이드시키는 이야기는 적어도 국내야구에서는 만화책 속에 나오는 판타지일 뿐이다.
배지헌 칼럼 "정말 조인성이 문제였나"
흔히 일반 팬들은 자기 머리에서 나온 기상천외한 볼 배합으로 타자를 잡아내는 천재 포수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 있는 야구인들이 보기엔 볼 배합에 대한 칭찬이나 비판 대부분은 결과론에 지나지 않는다.
네이버 캐스트 포수의 세계에서.
Q. 현준이형 포수리드는 존재하냐 안하냐 대답 좀 해주구로 ㄹㅇ루다가
박현준 : "포수 리드는 시발 투수가 잘 던지면 포수가 리드를 잘한 거야 야알못아. 아니 시팔 그럼 박경완 선배 앉으면 죄다 0점대 방어율이지."
LG 팬들과 박현준의 문답 중
Q. 아주 중요한 순간, 강민호 선수의 사인과 본인이 던지고 싶은 공이 맞지 않을 때 어떤 선택을 하시나요?(@_sun0)
장원준: “서로 고집을 부리다 민호가 양보를 많이 해주는 편이에요. 그래서 제가 던지고 싶은 공을 주로 던지는 편입니다.”
2011년 스포츠 동아와의 인터뷰 중.

볼배합이라는 것 자체가 상대의 패턴과 습관 등을 분석하여 승률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기 위한 행위만큼 그것이 항상 좋은 결과를 낼 수는 없는 법이며, 투수들도 최소한 전력분석 내용을 보고 숙지하고 있고 이에 포수가 선택한 구종이 맘에 안들면 거부 의사를 보내다가 포수가 잠시 올라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심지어 볼 배합이 굉장히 중요한 순간에는, 사전에 벤치에서 지시가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애초에 볼배합이라는 것이 의미가 있어도, 그 볼배합은 포수가 독자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벤치와 투수, 포수의 합작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며 그걸로 공과를 따지거나 누구의 책임, 능력을 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볼배합은 포수가 던질 곳을 일방적으로 제시하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투수가 특정 코스를 원하지 않는다면 다른 구종과 위치를 제시하기 마련이다. 애당초 '투수가 던지기 싫어하는 공을 포수가 우겨서 억지로 던지게 하면 절대 힘 있는 공이 오질 않는다'고 한다. 이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건 현역 포수들이다.왜 투수는 포수 사인에 고개를 흔들까? 즉, 투구의 제1 결정권은 투수가 가지고 있으며 실제로 대부분의 투수가 맞는 공은 대부분 포수 리드가 잘못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투수가 실투를 한 것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수비형 포수'의 환상 - (1) 투수 리드는 허상이다|#

MLB의 경우 볼 선택권은 포수가 우선하지만, 애초에 투수도 구단에서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어느 코스에 약한지 숙지하고 있으며 자신이 던지기 싫으면 고개를 젓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당연히 벤치 덕아웃에서 포수에게 싸인을 보내 구종을 지시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16시즌 워싱턴 내셔널스인 경우 주전포수 윌슨 라모스와 합을 맞추던 맥스 슈어저가 9이닝 완봉 20K라는 진기록을 세웠을 때, 라모스의 볼배합이 좋았다는 기사가 올라오지 않았듯 포수 리드 환상이 거의 없다.

이는 한국이나 일본 또한 마찬가지다. "동양 야구에서는 포수가 리드를 전부 책임지고 서양 야구에서는 투수가 직접 결정하거나 감독이 지시내린다" 고 보는 이들이 있지만 그건 과거의 이야기일 뿐, 현대 야구에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벤치에서 구종과 위치를 세세하게 지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중요한 상황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대표적으로 조인성의 경우, 바깥쪽 리드를 한다고 욕을 잔뜩 먹었지만 후에 본인이 밝힌 바로는 벤치의 지시대로 볼배합과 리드를 했다고 이야기한 바가 있고, 강민호의 경우, 한창 욕먹던 2009~2010년에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몸쪽으로 붙이라는 지시를 자주 내렸기 때문에 리드가 몸쪽으로 갈 수밖에 없었음에도 팬들에게 "포수 리드가 좋지 못하다." 라는 비난을 받았다.[3] 조바깥, 강몸쪽이라는 별명은 덤. 하지만 둘의 증언처럼, 이것은 해당 포수들의 리딩이 아니라 벤치의 리딩이었고, 이를 포수의 책임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 논리이다.

오히려 극단적으로 말하면, 포수의 역할이 강조된다는 말은 코치진의 역량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즉, 코치진이 무능하니 포수가 전력분석까지 다 해서 코치진의 부족함을 채워줄 볼배합을 하라는 소리냐는 말.

3.2. 유용론

우리나라는 몇몇 포수를 빼면 패턴이 똑같은 것 같아. 투수가 고개를 몇번 흔드냐에 따라 타자가 감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이 있어.
임창용. 기사
물론 포수 리드의 효용성과 관련해 회의적인 반응도 분명히 많다. 투수가 포수 리드대로 못 던지면 소용이 없단 뜻이다. 하지만, 투수의 컨디션이 좋은 날이면 포수의 좋은 리드가 더 효율적인 투구로 이끌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컨디션 난조를 최대한 다독이는 것도 포수다. 안좋은 공으로 꾸역꾸역 버티느냐 강판되느냐는 오히려 리드가 더 결정적일 수도 있다.

김 감독도 “투수들이 항상 포수 리드대로만 정확하게 던질 수 없다”라면서도 “타자들마다 약점 코스가 있는데 거기로 던지는 볼 배합도 투수 구질 특성마다 달라야 한다. 포수의 영리한 리드가 필요한 이유”라며 목소릴 높였다.
김태형 롯데자이언츠 감독(당시 두산 감독)(포수 출신).##

포수 리드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측에서는 야구의 수비 시작은 투수의 투구와 포수의 포구이고, 내야에 있는 선수라면(외야는 너무 멀기 때문) 어떤 선수건 벤치의 지시를 받아 사인을 전달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공을 가장 자주 잡는 포수가 결정권을 갖고 지시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일반적이라고 말한다.

또 누군가는 이렇게 질문한다. 어차피 현대야구에서 상대팀에 대한 분석은 포수 개인의 기억보다 팀 차원의 전력분석 데이터가 우월할 수밖에 없고, 똑같은 데이터를 토대로 확률상 유리한 볼배합을 짠다면 누가 볼배합을 하건 의미가 있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어차피 확률에 수렴하니 그게 그거 아니냐는 질문이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가위바위보를 잘하는 사람이 따로 있느냐는 질문과 유사하다. 이 또한 대부분의 경우 맞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 야구 경기를 하다보면 포수만이 얻을 수 있는 데이터들이 있다. 포수는 타자 뒤에서 미세한 자세나 습관, 몸짓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일반적인 포수는 그것을 그냥 넘기겠지만, 한 시즌에 만나는 수백명의 데이터를 정리할 능력을 가진 포수라면, 이런 선수는 객관적인 팀 전력 분석과는 별개로, 본인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무기를 가질 수도 있다. 동시에 포수는 타자와 바로 근처에 있기 때문에, 그 순간 타자의 움직임 등을 보면서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직접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한 예로 포수는 아니지만, 은퇴한 kt wiz이진영은 자신이 상대하는 투수들의 작은 습관들을 모아 정리한 노트를 세 권이나 만들었다고 한다. 스톡킹에서 이 사실을 공개했고, 당시 진행자인 심수창의 버릇을 알려주자 은퇴하고 2년이 지나서 그걸 알려주는 게 어딨냐며 타박을 받았다. 즉, 경기를 직접 뛰는 포수들도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있으며, 그것이 유의미할 정도로 도움이 된다면 그 포수만의 특별한 무기가 될 것이고, 투수를 이끄는 것도 훨씬 더 수월해질 수 있다. 포수 리드에는 이런 개념도 포함된다는 것이 리드 유용론자들의 주장이다.

4. 넓은 개념의 포수 리드

볼배합, 로케이션을 넘어 좀더 넓은 의미에서 포수 리드를 판단하는 부분도 있다. 포수는 유일하게 그라운드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자리잡고 있고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질지 사인을 주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장비를 착용한 후 그 빠른 투구를 막아낸다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감독이 전체 경기를 넓게 보며 판단하는 지휘관에 해당한다면, 포수는 그라운드의 야전 사령관에 해당한다. 그라운드의 상황과 주자의 세세한 움직임, 타자의 세세한 움직임을 읽고 그에 맞춰 판단해야 하는 것이 포수의 역할이다.

만일 포수가 그라운드 상황도 읽지 못하고 주자도 견제하지 못하며 타자의 위치, 버릇 등을 읽지 못한 채 공만 받는다면? 투수가 정말 리그에서 특출난 에이스 혹은 멘탈 갑이 아닌 이상 엄청난 영향을 받게되고 그대로 무너지기라도 한다면 경기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포수가 미숙하면 투수가 흔들리고, 투수가 흔들리면 수비가 길어지며 수비가 길어지면 점수는 물론 야수들, 즉 타자들이 지치게 된다. 사회인 야구인들이 고전하는 이유. 2, 3부에서 한정적으로 뛰는 선출들이 포수를 맡는 이유가 그것이다.

선출들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이런 것들을 통틀어 포수 리드라고 일컫는다. 단순히 게임이나 만화처럼 유도하는 공에 생각대로 공을 던지게 하는 능력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상 투수를 포함한 모든 야수까지를 리드하는, 팀 전체를 지휘하는 능력이 포수의 능력이라고 보는 것이 넓은 의미에서의 포수 리드라고 할 수 있다.

5. 세이버매트릭스에서의 포수 리드

야구의 통계적 분석에 기반한 세이버메트릭스 진영에서도 포수의 게임 콜링과 수비력(프레이밍, 블로킹, 송구)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항상 관심사였다. 국내 야구팬 사이에선 세이버매트릭스 연구에 의해서 포수의 게임콜링은 실존하지 않는 걸로, 혹은 있더라도 영향력이 아주 미미한게 드러났다는 이야기가 많이 돌지만, 그렇게 정확한 답이 내려진 문제는 아니다. 기술의 발전에 의해 프레이밍(일명 미트질) 같은 포수의 수비력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계량화하는게 가능해졌지만, 게임 콜링의 경우 존재한다는 증거는 확실히 없어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기엔 걸리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세이버매트릭스 진영에선 클러치 히터의 존재 유무와 함께 포수의 게임 콜링에 관한 부분은 의견이 분분한 상태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글을 추천한다. "포수리드(catcher's game calling and coaching skill)는 있다"고 합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야디에르 몰리나가 포수를 볼 때와 아닐 때 실제로 투수 성적에 차이가 나는데, 수치화할수 있는 프레이밍, 포구, 블로킹, 도루 저지 등을 다 제하고도 뭔가 수치 차이가 있다는 것. 해당 기록에 따르면 몰리나가 포수를 볼 때와 백업 포수가 볼 때 투수 ERA 평균이 3.50 vs 4.20으로 약 0.7점, 150경기 시즌을 기준으로 약 100~120점이라는 거대한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구장, 리그, 또는 팀 수비에 대한 보정이 필요하지만, 생각보다 큰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을 증빙한다.

심지어 이를 참조로 보정한 해당 점수는 생각보다 꽤 중요한데, 리그 통산에서 z-score값을 참조한다면 100명 중 16등에 해당하는 포수는 평균포수보다 5.2점 더 세이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리그 전체에서 5점이 뭐 그리 크냐고 받아들일 수 있는데, 같은 포수의 능력인 프레이밍은 8.2점으로 그보다 비중이 높지만, 블로킹은 1.44점, 도루저지는 1.4점으로 휠씬 비중이 작다. 즉 해당 내용을 그대로 신뢰한다면, 프레이밍 다음으로 중요한 능력이 게임 콜링이라는 소리가 된다. 특히 한국 같이 ABS 도입으로 프레이밍이 의미있는 수치라는 걸 상실한 경우에는, 사실상 포수의 수비 능력 핵심이 게임 콜링이 될 수도 있다.

다만 모든 세이버매트리션이 이러한 것을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다. 무엇보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게임 콜링인지 아니면 다른 요인(이를테면 투수에게 주는 안정감 등)인지를 밝혀낼 방법은 현재로서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해당 글의 저자 또한 게임 콜링이 무조건 있다,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분명 뭔가가 있는 것은 사실이고 그것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 정도의 내용이다. 애초에 세이버매트릭스도 지금껏 수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대표적으로 FIP는 완전히 파훼되어 단지 투수의 스타일을 알아보는 정도의 지표로 굴러떨어졌으며, 자리잡은 이론도 아웃라이어의 존재를 부정하진 않는다. 때문에 세이버매트릭스에서는 이 문제에 있어서 의외로 상당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특히 해당 수치 계산이 어려운 것은, 다른 변수를 최대한 제하기 위해서는 같은 투수라는 전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팀 내 주전 포수와 백업 포수의 능력치를 비교할 수는 있지만, 타 팀 선수와의 비교가 불가능하다. # 따라서 순위표 상위권에 있는 포수가 실제로 훌륭한 경기 콜링 선수인지, 아니면 그저 형편없는 경기 콜링 선수와 짝을 이루었을 뿐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다만 상위급 포수는 연간 10~15점 내외의 리드 기여 가능성이 있고, 이는 WAR로 환산할 때 약 1~2 가량의 수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현재 최신화된 이론이다.

팬그래프에서도 게임 콜링을 스탯에 반영한다. rCERA라는 스탯으로 반영하는데, 가장 뛰어난 포수와 가장 나쁜 포수의 차이가 대략 10점 이내에서 형성된다. 이를 war로 환산하면 대략 1 정도. 기여도로 따지면 포수의 스킬 4가지(포구, 리드, 도루저지, 블로킹) 중 블로킹과 비슷하거나 좀 더 낮은 수준. 그런데 정작 rCERA는 팬그래프 WAR이 기반으로 하는 수비 지표인 FRV에는 포함이 안되고 베이스볼 레퍼런스 WAR이 기반으로 하는 수비 지표인 DRS에만 반영된다.

6. 리그별 포수 리드의 차이

6.1. MLB

포수 리드를 중시하는 게 일본 야구라는 인식과는 달리, MLB에서도 현장에서는 전통적으로 포수 리드를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2018년 제프 매티스와의 계약이 대표적. 멘도사 라인에 비견되는 매티스 라인으로 비판받았던 수비형 포수인 제프 매티스였지만, 생각보다 그 수비 능력 때문에 오랜 기간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았다. #

당시 기사를 보면 매티스의 천재성을 뒷받침하는 통계적 증거는 있지만, 그 증거는 잡음과 분산에 취약한 수치 속에 깊이 묻혀 있다고 분석하고 있으며, 심지어 그의 경기 지휘 능력은 때때로 마치 종교적 경험과 같아서 직접 보고 경험해야만 "믿음"을 "아는 것"으로 바꿀 수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현 시점까지 측량 불가능한 게임 콜링의 한계점, 그리고 게임 콜링 비판론자가 주장하는, 보이지 않는 신적인 요소 같다는 부분이 실제로 서술된 사례. 물론 해당 계약은 완전히 실패로 끝났지만, MLB 현장에서도 아직까지 이런 논리가 통하고 있다는 것이 독특하다.

심지어 MLB 내에서는 포수 리드를 덕아웃에서 지시하는 것 또한 문제가 있으며, 포수의 포수 리드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 대표적인 주창자가 수비형 포수 출신의 지도자 마이크 매시니. 이는 포수 리드 유용론을 주창하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덕아웃에서 경기를 더 잘 이해하거나 포수만이 볼 수 있는 미묘한 것들을 볼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에 포수가 직접 지휘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내용이다. 이처럼 MLB 현장에서는 이만수가 겪은 것처럼 포수 리드를 부정하는 여론도 분명 있지만, 상당 부분 여전히 가치 있는 자산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 류현진이 알려준 당시 사례이다. 류현진의 일기를 보면 러셀 마틴, 오스틴 반스는 성향은 다르지만 본인이 리드하며, 루키인 윌 스미스(1995)는 릭 허니컷 투수코치의 분석을 따른다고 한다. 즉 MLB에서도 베테랑 포수들의 경우 본인들이 리드하는 경우가 강하며, 루키인 경우에는 아직 그런 능력이 부족하니 덕아웃에서 컨트롤한다는 것.

6.2. 일본 야구

"『勝利の方程式』の持ち味を引き出すのは捕手のリードがあってこそ。"
"승리의 방정식의 특색을 이끌어내는 것은 포수의 리드이다."
"日本シリーズは捕手のためにある"
"일본 시리즈는 포수를 위해서 있다."

노무라 카츠야[4], 「日本シリーズは捕手のためにある」野村克也が後悔している“あの1球”, 2023 #

리드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과거 국내 야구인들이 일본 야구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 유명한 만큼 잘 알려져 있지만, 포수 리드를 가장 중시하는 것은 전형적인 일본식 야구관이다. 일본 야구에서는 심지어 MLB처럼 의미가 있다 수준이 아니라 그것이 팀을 좌우한다고까지 보며, 이는 일본 영향을 강하게 받은 한국 원년 지도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이런 여론에 크게 한몫한 인물이 상술한 노무라 카츠야. 야구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는 하지만 드라마의 시나리오 작가는 포수라고 이야기했으며, 특히 포수는 타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에 타자의 표정과 감정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만큼, 전략의 계산, 타자의 심리 분석, 포수 리드 등 모든 것이 포수에게 달려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본인 또한 NPB 역사상 WAR 역대 3위, 포수 중에서는 1위를 기록한 명포수였기도 하다. 이런 판단 아래 키워낸 포수가 국민 포수라 불리는 후루타 아츠야.[5]

이 때문에 오시로 타쿠미를 비롯한 요미우리 자이언츠 소속 포수들이 억까를 당하기도 하는데, 심지어 요미우리는 무라타 신이치, 히로오카 타츠로 등 OB들부터가 "포수의 역할은 팀을 이기게 하는 것"이라고 하여 리드를 중시하는 성향이 심해 오시로가 2022년 센트럴리그 WAR 1위를 기록했음에도 OB들 사이에서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

물론 이를 반대하는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미국과 일본 야구를 모두 겪어본 다르빗슈 유의 경우, 일본은 투수가 안타를 맞으면 포수가 욕을 먹는데 본인은 그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한다. 다만 다르빗슈 유는 애초에 미국물을 먹은 선수이고 웨이트 트레이닝 중시, 롱토스 경시 등 일본 야구의 대부분에 대해 잘못되었다고 얘기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다르빗슈 유의 말이 맞느냐 틀리냐를 떠나 일본 야구에도 그런 여론이 있느냐에 대한 적절한 예시는 아닌 편.

이는 일본의 야구 게임에도 잘 드러나 있는데, 파워풀 프로야구 시리즈에서는 포수 전용 특수능력인 캐쳐A~G가 존재한다. 해당 특수능력의 효과는 랭크에 따라 투수의 스탯이 변화하는 능력으로, 중간에 위치한 D는 능력치 변화가 없고 A~C까지는 투수의 능력치가 증가, E~G까지는 투수의 능력이 감소한다. 프로야구스피리츠 시리즈에서도 포수 리드라는 능력치가 별도로 존재하며, 연습을 통해 능력치를 상승시킬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이 능력치가 높으면 투수에게 도움이 되는 효과(체력 소모 감소, 쉽게 동요하지 않음, 베스트 피치 성공률 증가)를 제공한다.

6.3. KBO

KBO 리그에서도 과거만큼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포수의 리드를 중시하는 풍토는 많이 남아 있다. 특히 이는 원년 프로 지도자들의 영향이 컸는데, 프로야구 창설 당시 한국은 일본에서 야구를 접한 지도자들이 감독, 코치 등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였던 이유가 크다.

포수 리드와 관련하여 김성근이 많이 주목받지만 원년 지도자들 중 21세기까지 유달리 오래 살아남은 감독이라서 그렇고, 김영덕, 김응용, 백인천 등 이 부분에서 자유로운 감독은 없다시피하다. 흔히들 김성근과 정반대에 서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김응용 감독조차 볼배합 등 전반적인 리드는 철저히 포수한테 맡겼으며, 대신 배합이 엉성하다 싶으면 포수 타석에 말없이 대타를 내거나, 곧바로 포수에게 원산폭격을 시키거나 갈굼을 시전했다. 이 때문에 장채근이 백업 시절 계속 대타로 교체당하니 하다하다 빡쳐서 야구방망이를 들고 김응용 감독 호텔 방으로 쳐들어갔다는 일화는 유명.[6]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김성근의 아들인 김정준 LG 수석 코치 또한 포수 리드론을 굉장히 강하게 주장하는 인물이다. 본인의 책 《김성근 그리고 SK 와이번스》라는 책의 열몇 개의 파트중 하나가 포수, 아니 사실상 박경완 파트이고[7] 이용균 기자와 함께 2009년 한국시리즈를 중점적으로 담은 《야구멘터리》 역시 포수 이야기가 한가득이다. 심지어 포수 출신이 아니었음에도, 《포수란 무엇인가》라는 포수 기술서를 집필하기까지 했다.
세 번째는 포수 리드와 관련한 한-일 팀간의 차이다. 일본 투수들은 포수가 던진 공을 잡은 후 바로 공을 뿌린다. 특히 SK전에 선발등판한 요미우리 투수 미야구니는 인터벌이 아주 짧았다. 그런데 한국은 그렇지 않았다. 포수가 투수의 투구 때마다 덕아웃을 보고 코치 지시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투수의 투구 간격이 길어졌다.
기사

그러나 최근의 한국은 오히려 미국, 일본보다도 포수 리드론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양의지, 강민호 같이 누구나 인정하는 베테랑 포수들을 제외하면 볼배합을 포수에게 맡기는 경우가 별로 없다. 한 예로 2011년 롯데 자이언츠양승호 감독이 SK 와이번스와의 포스트시즌 1경기에서 경기 중 모든 볼배합을 직접 사인으로 지시했다는 일화가 있기도 하다. 물론 이는 팀마다 분위기가 다들 다르기는 하지만, 포수의 역할을 오히려 덕아웃에서 감당하면서 포수 자체의 리드 능력 영향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 다만 어떤 부분에서는 오히려 이러한 한국의 분위기가 포수 리드론을 더 중시해서, 역으로 포수 리드 역할을 더 안정적이라고 판단하는 덕아웃이 죄다 책임지는 형태로 진행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는 부분이다.

7. 관련 작품

  • 크게 휘두르며 : 일본 고등학교 야구를 메인소재로 삼은 작품. 뛰어난 제구력을 지닌 투수와 수싸움에 능한 포수를 주인공으로 하여 포수 리드론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작품으로 꼽힌다.
  • ONE OUTS, 클로저 이상용, 프로야구생존기 : 포수가 아닌 투수를 주인공으로 다루지만, 투수가 공을 결정할 뿐 볼배합의 요소가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다뤄진다.

[1] 그리고 심판에 따라 그 라인의 영점을 잡아야 하는 과정인 1회 성적이 가장 나빴다.[2] 다만 이는 조금 다른 것이, 오히려 KBO가 벤치에서 볼배합을 맡는 경향이 강하고 NPB는 포수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여론이 강하다. 포수만이 볼 수 있는 게 있다는 관점. 오히려 가장 포수 리드를 무시할 것 같은 MLB는 반반 정도이다.[3] 이 시절 강민호는 부상으로 고생하기도 했고 미트질, 포구같은 수비력이 명성에 비해 쳐졌기에 이런 논란이 더 커졌다.[4] 일본 야구를 대표했던 포수이자 감독. 사실상 포수 중심의 일본 야구 특성을 상징하는 인물이다.[5] 다만 후루타 아츠야 본인은 포수 리드가 아니라 투수와의 소통, 포구능력 및 2루까지 송구할 수 있는 강한 어깨를 포수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겼다.[6] 다만 이 일화에 대해서는 장채근 본인이 "주전 기용 요청을 위해 김응용 감독을 찾아간 것은 사실이나 흉기를 소지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6분부터 참고[7] 정상호는 별로 언급되지 않는다. 언급되는 부분은 김성근 감독 해임 후 정상호에게 책임감을 가지라 말하는 부분, 이만수 감독 부임 후 정상호를 주전으로 몸쪽 직구 위주의 볼배합을 시킨 것, 2009년 16연승할 때 한 문장 정도가 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