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0-02-17 14:35:22

티베트 불교/환생 계승 제도에 대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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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판

티베트 불교에서 달라이 라마, 판첸 라마, 젭춘담바 후툭투 직위를 계승하는 방식인 환생자 계승 방식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많다. 이는 강제적인 아동 납치이자 세뇌행위로 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어떤 집단들이 어떤 갓난아이를 박정희 대통령의 환생이라고 주장하며, 그 아이가 박정희의 뜻과 사상을 모두 이어받았다고 주장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박정희 환생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개소리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게다가 그 사람들이 '자신들이 이 아이를 데려가 키운 다음 새 박정희 대통령으로 세울 것이다'라고 주장한다면 그들이 아동 유괴를 시도한다고 신고를 당해도 싸다고 여길 것이다. 여기에는 대한민국의 어느 대통령을 집어넣어도 똑같다. 티베트 불교인들만 믿는 교리(어떤 고승들은 자기가 언제 어디서 환생할지 결정할 수 있다)를 전혀 믿지 않는 비 티벳불교인들에게는, 티베트 불교의 환생계승제도는 티벳 불교 간부들이 애먼 아이를 강제로 데려다가 자기네 새 수장이라고 우기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세속적인 윤리 측면에서 보았을 때 환생 계승 제도는 아동을 부모에게서 강제로 납치시킨 다음 자기네 종교 교리를 강제로 주입시키는 세뇌양심의 자유 침해이다.

티베트 불교에서 달라이 라마판첸 라마직을 폐지하기로 한 것은 대단히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지만. 그 이유가 환생 계승 제도의 비인권성을 깨달아서가 아니라는 점은 지적할 필요가 있다. 달라이 라마와 판첸 라마 직이 폐지된 이유는 중국 공산당의 박해 때문일 뿐, 만일 지금 당장 티베트가 독립하거나 최소한 중국공산당이 티벳 지역 및 티벳인들에게 대한 탄압을 중단하기로 결정한다면 그 즉시 달라이 라마는 다시 환생하겠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이 주장이 티베트와 티베트불교를 탄압하고 있는 중국 공산당을 옹호하는 입장으로 읽힐 수 있어 첨언하자면, 이 점에 있어서 중국 공산당도 티베트 불교측과 똑같은 아동 납치와 세뇌 행위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중국 공산당은 티베트 불교 측에서 '환생한 판첸 라마'라고 발표한 '게둔 초에키 니마'를 납치하여 행방불명시켰으며, 대신 친중공 인사의 아이인 '기알첸 노르부'를 '중국공산당이 옹립한 판첸 라마'로 선언하였다. 즉, 중국 공산당 또한 아동납치 및 세뇌 행위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단지 자기네 입장에 유리하게 말이다. 현 달라이 라마 14세가 달라이 라마 직을 폐지하기로 한 이유 또한 판첸 라마의 사례 때문이며, 중국 공산당은 달라이 라마의 환생 중단 결정에 대해, 달라이 라마가 임의로 환생을 중단할 수 없으며 새 달라이 라마는 중국공산당에 애국하는 인물로 환생할 것이라는 매우 웃긴 주장을 했다. 즉, 중국 공산당은 티베트 불교를 탄압할 지언정 티베트 불교의 인권침해적 환생 계승 자체는 중국 공산당의 이익을 위해 폐기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만일 현직 달라이 라마가 사망할 경우 그들은 어떤 티베트인 아이를 강제로 납치하여 달라이 라마 15세라고 주장할 것이 확실하다.
  • 반론에 대한 재반론
    위의 '박정희 대통령의 환생' 주장에서, '이 아이는 박정희 대통령의 환생이니 우리가 데려가서 박정희 대통령님의 사상과 정신을 교육시키겠다'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그 아이의 부모가 진성 박정희 추종자였고 자발적으로 아이를 넘겼다고 해서 그들의 행위가 정당화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오히려 한국에서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아이 부모도 똑같이 미쳤다고 소리를 들을 가능성이 크다. 티베트 불교의 환생자 계승 제도는 본질적으로 이 문서에서 비유하고 있는 '아이를 박정희의 환생자라고 주장하며 데려가겠다는 사람들'하고 다르지 않다. 단지 달라이 라마가 전세계적(중국을 빼고)으로 대강 존경받는 사람인지, 아니면 자국 내에서도 팽팽하게 평가가 엇갈리는 박정희인지의 차이일 뿐이다.(다시 말하지만 여기에는 대한민국의 어느 대통령을 집어 넣어도 똑같다. 노무현이나 김대중이 들어가더라도 다르지 않다. 이 비유가 특정 정치인을 비하하기 위한 편향적 목적이 아니다.)

한국 불교의 일시적인 아동 출가 제도를 들먹이는 것은 피장파장의 오류에 불과하다. 해당 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비판하면 될 것이지, 지금 논하고 있는 것은 티베트 불교이기 때문에 티베트 불교의 환생 계승 제도를 비판하는 것일 뿐이다. 환생 자체가 과학적 회의주의 관점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미신일 뿐이기는 하지만, 티베트 불교를 제외한 다른 나라의 불교 학설에서는 유명한 고승이 죽으면 그가 해탈하지 않는 한 다시 환생하겠지만, 그가 언제 어디서 환생할지 결정할 수 있는 신통력[1]이 있다고 주장하지도 않으며, 과거 승려였다가 환생한 인물이 다시 승려가 되어야 한다는 의무를 내세우지도 않는다. 그리고 리처드 도킨스크리스토퍼 히친스같은 무신론자들은 그런 식의 아동 종교 교육조차도 아동에 대한 권리 침해라고 주장한다.

문화 상대주의는 인권 탄압을 정당화해주지 않는다. 아이를 부모에게서 강제로 격리시키는 제도[2]는 문화 상대주의로서 정당화되지 않는다. 중,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에서 문화 상대주의를 설명할 때 나오는 것이 순장, 여성할례, 인신공양 같은 인권침해는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배운다. 실질적으로 티베트 불교의 환생 계승 제도는, 따지고 보면 미신이자 유사과학에 불과한 환생이라는 개념을 믿을 때에만 정당화된다.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한 티벳 승려가 죽을 때 자기가 언제 어디서 누구로 환생하겠다고 예정하고 그대로 환승한다' 라는 주장을 믿을 때에만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티베트 불교의 환생 계승 제도는 자유주의(한 아이가 태어나서 자유롭게 성장할 자유) 및 합리주의에 어긋나는 악습일 뿐이다.

2. 반론

- 일반화의 오류 : 환생자 제도에 대한 비판자 본인의 견해를 한국민 전체의 견해로 호도하는 전형적인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비판자의 주장과는 달리 전통적인 불교권 국가로 분류되는 대한민국의 국민들 다수는 윤회환생이란 개념에 친숙하며 환생자 제도에 대한 거부감도 적은 편이다. 그 예로 환생자 제도를 다룬 다큐 영화 <다시 태어나도 우리>가 국내외 각종 영화제에서 잇따라 수상하며 흥행과 이슈몰이에도 성공한 사례를 들 수 있다.

-‘피장파장의 오류’에 대한 잘못된 적용 : 소위 ‘피장파장의 오류’란 인신공격의 오류로서 상대방의 적격성을 문제 삼아 본인과 상대방 모두 옳지 못하다는 식으로 논점을 흐리는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반론 측 주장은 한국불교의 관습과 티벳불교의 관습 모두 문화적 상대성의 입장에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논지이므로 ’둘 다 그르다‘, ’오십보백보‘ 라는 식의 피장파장의 오류는 성립되지 않는다. 반론 측 논증방식은 보편적 명제를 통해 구체적 결론을 이끌어내는 연역논증이라고 보아야 옳다.[3]

- 보호자의 지도와 양육이 필요한 미성년자의 특수성 : 환생자 선정시 부모, 가족 등 친권자의 동의를 받아 출가를 결정하므로 결코 강제납치라고 할 수 없다. 또한 국민의 절대다수가 불교를 신봉하는 티베트에서 불교 교육을 받는 것이 세뇌이며 양심의 자유 억압이라는 주장은 너무나 극단적인 견해이다.

만일 환생자의 교육이 세뇌이자 양심의 자유 억압이라면 부모의 종교를 따라 신앙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한국 미성년자들 역시 세뇌를 당하고 양심의 자유를 억압받는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절의 어린이 법회, 청소년 법회와 불교계통 학교의 교내 법회는 이러한 억압을 조장하는 행사이며 미성년자의 단기출가 역시 환생자의 조기 교육과 다를 바 없는 인권 침해 행위일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주장은 성인의 보호와 양육 하에 있는 미성년자 신분의 특수성과 국가, 민족, 사회별 문화적 상대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환생자에 대한 불교 교육이 세뇌, 양심의 자유 억압이라는 주장 역시 티벳 민족의 신념과 사상을 존중하지 않고, 보호자의 양육과 지도가 필요한 미성년자의 특수성을 무시한 극단적인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환생자가 불교를 믿길 거부하거나 환생자 신분을 거부하는데도 강요 당한다면 문화적 상대성으로 합리화될 수 없는 보편적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환생자가 불교 신앙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승려나 종교적 지도자로서의 신분을 포기하길 원하는 경우는 실제로 종종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하여 신분을 포기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4]

- 문화적 상대성의 훼손 : 비판 측은 박정희 대통령의 비유[5]와 같은 동어 반복적 주장을 되풀이하며 문화적 상대성을 훼손하고 있다. 환생자 제도는 티베트 민족이나 티베트 불교 신자들에게만 의미가 있을 뿐 외부인에게 환생자 제도를 믿고 따를 것을 강요한 바 없다. 따라서 아무런 관련 없는 외부인이 티베트 불교 고유의 관습을 불교의 타 종파나 무신론자 기준에서 비합리적이라며 비판하는 주장은 티베트 민족의 자주성과 문화적 상대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폭력적인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티베트 불교의 환생자 제도는 티베트 불교 지도자들과 티베트인들이 판단할 사안이며 유물론자인 중국 공산당과 같이 외부의 세력이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6]

환생자 제도를 순장, 여성할례, 인신공양과 같은 인권 침해라고 보는 주장도 도를 넘은 과대한 주장이다. 환생자는 종교적 지도자로서 사원에서 알맞은 복지를 향유하며 높은 수준의 종교 교육 및 현대식 교육을 받고 가족과도 상시 접견 가능하다. 이러한 환생자 제도와 목숨을 위협당하는 순장, 여성 할례, 인신공양을 동급 취급하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에 어긋나는 몰상식한 처사이다. 또한 환생자를 선정할 때 가족의 의사가 무시되었을 것이란 주장도 근거 없는 억측에 불과하다.[7]

- 과학적 회의주의의 몰이해 : 비판 측에서는 환생을 미신이자 유사과학이라 칭하며 환생자 제도라는 논점에서 벗어나 불교의 핵심 교리 중 하나인 윤회환생에 대해서 사실상 부정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객관적인 검증을 배제한 채 무조건적인 불신을 보인다면 올바른 과학적 회의주의라고 할 수 없다. 현재 과학적 연구의 대상은 임사 체험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사후 세계나 환생과 같은 대상은 본격적으로 연구된 바 없다. 즉 환생을 긍정하는 측이나 부정하는 측 모두 가설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양측 모두 본인의 주장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한 채 환생을 무조건 미신 취급하는 주장은 가설과 정설을 구분하지 못하는 과학적 방법론에 대한 무지와 과학지상주의적 맹신을 드러내는 주장이라 할 수 있다.
[1] 티베트 불교에서 신통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겠지만, 결과적으로 달라이 라마 같은 고승들이 자기가 죽은 뒤에 언제 어디서 살아날 지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그에게 초자연적 능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며, 사실상 신통력이 있다는 것과 동의어이다.[2] 티베트 불교 옹호론자들은 아이의 부모가 자발적으로 동의하여 아이를 넘긴다고 주장하지만, 아직 사리판단이 불가능하며 자신의 독립적 의사조차도 형성되지 않은 아이의 입장은 깡그리 무시되며, 그 아이는 티베트 불교 교단에 의해 강제로 자기가 원하지도 않은 티베트 불교 교파의 수장의 의무와 불교 사상을 주입당하는 것은 명백한 아동 납치이자 세뇌교육일 뿐이다. 부모의 동의라는 것도 진정으로 자발적인지 의문시 할 수 있다. 그 아이의 부모는 일개 티베트의 평민일 뿐이고, 아이를 데려가겠다는 사람은 오랫동안 티베트의 세속적, 종교적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불교 교단이다. 사실상 티베트 정부나 다름없는 조직이라는 것이다. 과연 일개 평민이 티베트 정부에 저항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자.[3] 반론 측의 논지를 삼단논법 식으로 재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대전제) 종교적 관습은 문화 상대적인 관점에서 존중받아야 한다. (소전제) 한국불교의 아동 법회, 아동 단기 출가(혹은 티벳불교의 환생자 제도)는 종교적 관습이다. (결론) 따라서 한국불교의 아동 법회, 아동 단기 출가(혹은 티벳불교의 환생자 제도)는 문화 상대적 측면에서 존중받아야 한다.[4] 예를 들어 깔마 까규빠의 주요 환생자 중 하나인 제 4대 잠곤 꽁툴 린포체는 2016년에 린포체로서의 권한과 의무를 포기하고 다른 방식으로 중생을 이롭게 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5] 티벳불교의 환생자를 불교와 관련없는 박정희 대통령에 빗대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못한 비유이다. 환생자 제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윤회환생과 보살사상과 같은 불교 교리가 전제되어야 하며, 박정희 대통령은 이와는 상관없는 비종교인이다. 그리고 한국 극우세력의 박정희 신격화는 극우가 아닌 한국인들에게 사실상의 사이비 종교로 여겨지며, 특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기점으로 이러한 경향이 더더욱 강해졌다.[6] 다만 이와는 별개로, 만약 티베트가 독립한다면 티베트 불교 자체가 친중파와 반중파로 갈라질 가능성이 있기는 하다. 한족들 중에서도 동북3성, 내몽골 자치구,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 사는 이들은 티베트 불교 신자가 많으며, 티베트인들 중에서도 소수이지만 엄연히 친중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7] 환생자 선정 절차는 사료와 다큐, 영화 등 영상자료를 통해 이미 외부에 여러 차례 상세히 공개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