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시민권(국적)의 한 종류로, 출생시부터 특정 국가의 국민(시민)이었던 사람들을 "태생적 시민"이라고 부른다. 반대말은 귀화자."태생적", 즉 출생에 의한 시민(국민)을 말하는 것으로, 여기에는 특정 국가에서 태어나자마자 국민(시민)이었던 사람이 기본적으로 해당된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한국의 국적을 가진 부모 사이 혹은 한국인과 외국인 사이에서 태어났다면, 이 사람은 "태생적인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할 수 있다.[1]
해외에서 태어났더라도 부모 중 하나라도 특정 국가의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면 이 사람 또한 태생적 시민으로 분류될 수 있다.
2. 피선거권 관련 논쟁
많은 나라들이 이 조건을 정/부통령 또는 정/부총리 피선거권 조건에 넣는데, 여기에는 상당한 논쟁이 있다.이 조항은 대개 18세기 후반 또는 19세기 초반에 삽입된 것으로, 미주대륙 국가들은 당시 서구권열강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했다. 이러한 조항이 삽입된 데에는 "외국인의 집권이 재식민지화를 초래할 것이다"라는 공포가 한 몫을 했으며, 결국 이 조항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별다른 의미가 없으며, 이 때문에 해외에서 태어난 태생적인 시민들은 귀화자 논란을 받는다거나 하는 등 아직도 논쟁의 대상이다. 이러한 조항이 악법이냐 아니냐는 논쟁의 여지가 있으나, 그래도 21세기의 보편적인 기준으로는 썩 옳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태어난 곳이 어디인가, 또 부모의 국적이 무엇인가는 본인이 정할 수도 없고 바꿀 수도 없기 때문이다.
2.1. 미국
가장 유명한 사례로 미국은 태생적 시민에게만 정/부통령 피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 미국에서의 태생적 시민의 의미는 두 가지인데, 부모 국적과는 관계없이 미국 출생이어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는(출생지주의)와, 미국 국외에서 출생했지만 부모 중 한 명 이상이 미국인이어서 자동으로 시민권을 취득하는(혈통주의)로 나뉜다.다만 이는 미국 시민권 취득과 관련한 법안의 내용이고, 대통령 피선거권에 관한 법안은 사정이 복잡하다. 1787년 제정된 미국 헌법은 2조 1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미합중국에서 태어난 미합중국 시민이 아니거나, 본 헌법을 제정할 당시 미합중국 시민이 아닌 자는 대통령으로 선임될 자격이 없다."[2]
즉, 1787년 미국 헌법 제정 당시 미국 시민이었던 사람들을 제외하면 미국 영토에서 태어난 사람만이 미국 대통령에 선출될 수 있는 것이다. 이 헌법 조항은 혈통주의를 부정하고 출생지주의에 따른 시민권 획득 조건을 만족한 미국 시민만이 대통령으로 선출될 수 있다고 규정해놓은 것과 다름 없어서 현대에까지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조항의 취지를 이해하려면 헌법 제정 당시 역사적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당시 독립 전쟁이 끝난 후 얼마 되지 않았고 유럽 각국의 적의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연합을 지키기 위해선 강력한 권한이 부여된 대통령이 필요했다. 그러나 만약 태생적 미국 시민인 자만 대통령이 될 수 있게 규정하지 않는다면 유럽 각국의 왕가나 귀족 가문 등에서 어느 한 사람에게 돈과 권력을 쥐어주고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시키게 할 가능성이 있었다. 사실 이 쪽이 원정군을 파견하여 직접 전쟁을 벌이는 쪽보다 훨씬 싸게 먹힐 수 있고 혹시라도 영국이 이런 식으로 식민지를 다시 회수할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건국의 아버지들은 바로 이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유럽에서 파견된 인물이 대통령이 될 수 없게끔 대통령 선거의 출마 자격에 구태여 태생적 시민이라는 조건을 추가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200년도 더 지난 일의 과거고 지금은 당연히 상황이 매우 달라졌다. 경제, 문화 등 사회적인 측면에서 유럽보다 열악한 상황에 있었던 과거의 미국과 달리 현재의 미국은 이미 세계 최강대국이 된지 오래고 세상 어디에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외국의 유력 가문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 이 조항은 사실상 미국 1세대 이민자의 대통령 선거 출마를 막는 역할만을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극단적인 예로 미국에 범죄를 목적으로 밀입국해 아이를 낳은 마약 카르텔 단원의 자녀에게는 주어지는 대통령 피선거권이 해외에 파병 나가 아이를 낳은 미군 부부의 자녀에게는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3]어쨌든, 이 조항 때문에 현재에도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될 수 있는 태생적 시민권자의 범위에 대한 논쟁은 미국 내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2016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한 테드 크루즈 상원 의원도 비슷한 논란을 겪었다. 아버지가 쿠바에서 이민한 쿠바계 미국인이긴 하지만 테드 크루즈가 태어날 시점에서는 이미 미국 시민권자였고, 어머니는 완벽한 태생적 미국 시민권자였기 때문에 혈통주의적으로 테드 크루즈의 출신은 문제가 될 부분이 전혀 없었다. 문제가 된 것은 바로 출생지가 미국이 아닌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였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선 과정 내내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뉴저지 법원에서는 2016년 4월 부모 중 한 쪽 혹은 양쪽 모두가 시민권자로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혈통주의적 미국 시민도 태생적 미국 시민이고, 이에 따라 테드 크루즈에게도 대통령으로 선출될 권리가 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개 지방법원 판사의 판결이기 때문에 불복하는 이들도 상당했다. 해당 헌법 조항의 효력이 정지되고 수정된 헌법 조항이 제정되거나 혹은 연방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해당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태생적 시민권자만이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조항 때문에 오스트리아 출신이고 부모 역시 미국인이 아닌 귀화자인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한때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유력 대권 주자로 거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피선거권이 주어지지 않았다. 또한 버락 오바마는 어머니가 명백한 미국인이라 태생적 미국 시민임은 분명하지만 어린 시절에 어머니를 따라 일찍이 인도네시아로 이주하여 장기체류하는 바람에 어린 시절의 행적 중 불분명한 부분이 있었고, 이 때문에 미국 국내 출생이 아니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리고 이는 그가 미국 대통령으로서 적법한 자격을 지녔는가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졌다. 결국 오바마는 2011년 하와이 주에서 발행한 출생 증명서를 공개하여 그가 미국 영토인 하와이 주 호놀룰루 출생임을 증명하여 해당 논란을 종식시켰다.
2.2. 기타 미주대륙 국가
미국뿐 아니라 멕시코나 브라질, 베네수엘라 등을 비롯한 미주대륙 국가들은 거의 이를 적용한다.캐나다는 귀화자와 태생적 시민을 구분하지 않는다. 총리가 되려면 하원의원이 되어야 하고[4] 하원의원 출마 자격은 당연히 캐나다 시민만이 가지지만 태생적 시민 여부를 가리지 않는다.
2.3. 한국
대한민국에는 이러한 조항이 없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은 광복 이전이지만 일본 오사카 출생이다. 하지만 대통령 출마에 문제가 없었다. 한국 국적 부여를 출생지주의가 아닌 혈통주의로만 하기 때문에 태어날 당시 부모 중 한 명이 한국인이라면 자녀도 태생적으로 한국인이 되며 출생지에 따른 구분을 두지 않는다. 그러므로 출생한 곳은 큰 의미가 없다.다만 부모가 불명인 고아 및 북한이탈주민에게는 예외적으로 한국국적을 부여한다. 북한의 경우 헌법상 대한민국의 영토이므로[5] 넓게 보면 태생 한국인인 셈.
2.4. 일본
일본 역시 출생지에 따른 피선거권 차별은 없다. 일본은 출생지에 상관없이 혈통주의에 따라 부모 중 한 명이라도 일본 국적이면 자녀에게도 일본 국적이 주어진다.2.5. 그 외 국가
프랑스나 러시아를 비롯한 웬만한 유럽 국가들은 해외 출생 자국 국적자에 대한 피선거권 조항을 적용하고 있지는 않다. 대표적으로 전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은 미국 뉴욕 태생이다. 아예 귀화시민이었던 아돌프 히틀러 역시 1932년 독일 대통령 선거에 출마가 가능했고, 이후 총리로 선출되었다. 유럽에서 이 조항을 적용하는 나라는 알바니아뿐이다.동남아시아에는 싱가포르를 제외하고는 해외 출생 자국 국적자에 대한 피선거권 제한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