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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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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 줄거리 | 천체 | 등장 로봇과 우주선 | 설정 및 재현오류

1. 지구2. 우주로
2.1. 밀러 행성2.2. 만 행성2.3. 블랙홀
3. 테서랙트4. 쿠퍼 스테이션

1. 지구

파일:external/static1.businessinsider.com/interstellar-dust.jpg[1]

서기 2067년, 인류는 악화되는 기상환경과 병충해로 만성적인 식량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재배가 가능한 식물이 하루하루 줄어가고 있으며, 대형 황사 때문에 사방이 흙먼지투성이다. 국가의 기능이 약화되어 교육 시설은 제 기능을 못 하고 각종 정부 기관과 군대마저 사라졌으며, 인류가 이룩한 과학 기술도 잊혀지는 중이다. 식량 부족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농업에 종사하며, 대학에 진학하는 극소수를 제외한 모든 아이들에게 농업이 권장되고 있다.

전직 조종사 겸 엔지니어이자 현직 농부인 미국인 주인공 '조셉 쿠퍼'(매튜 매커너히)는 아내를 잃고 장인 도널드와 함께 아들 톰과 딸 머피를 키우며 살고 있다. 아침 식사를 하던 중 머피는 2층에 있는 자기 방 안의 책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떨어진다며 유령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하지만, 쿠퍼는 유령은 없다며 과학적인 방법으로 접근할 것을 권유한다.

학부모 상담을 위해 아이들과 함께 차를 타고 학교로 가던 쿠퍼와 아이들은 타이어에 펑크가 나 잠시 차를 세우게 되는데, 이때 이들의 머리 위로 인도의 UAV 무인기가 나타난다. 흥분한 쿠퍼는 타이어 수리는 뒤로 한 채 톰에게 차를 몰아 무인기를 따라가도록 시키고 자신은 해킹으로 무인기를 착륙시키려 한다. 해킹에 몰두한 나머지 차가 벼랑쪽으로 달리고 있는 줄도 모르다 간신히 차를 세우고, 그와 동시에 무인기 해킹에 성공하여 머피와 함께 조종해 보고는 분해하여 안의 부품을 획득한다. 머피는 무인기가 불쌍한 듯 그냥 보내주면 안되겠냐고 하지만 쿠퍼는 변하는 세상에 적응해야 한다며 무인기를 모두 분해한다.

아이들과 학교에 도착한 쿠퍼는 아이들의 담임선생님들을 만난다. 톰의 담임선생님은 톰이 대학에 들어가기보다는 농부가 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한다. 쿠퍼는 자기 아들의 미래를 벌써부터 농부로 정해버리려는 교사들에게 반발하여 분위기가 점점 가라앉는다. 머피의 담임선생님은 머피가 학교에 아폴로 탐사선의 달착륙에 대한 책을 가져와 달착륙이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해 싸움을 일으켰다고 한다. 이때 쿠퍼는 "인류가 달에 갔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고요?" 라며 황당해한다. 학생들을 오직 농업에만 집중시키기 위해 학교에서 달착륙 등 환상을 심어줄 수 있는 이야기는 모조리 거짓이라 가르치고 있던 것. 그리고 냉전시절에 서로를 속이기 위해 쓸모없는 기계들을 만들었을 뿐이라는 머피 담임의 말에 교사들과 잘 이야기하여 머피의 문제를 해결하려던 쿠퍼는 흥분한다. 자신의 죽은 아내가 그 쓸모없는 기계들중 하나였던 MRI가 남아있었다면 살아서 자기 대신 상담을 받았을것이라 하며 상담의 분위기는 엉망이 되어버리고, 그와중에 머피의 담임에게 다음 야구시합에 자기랑 같이 가자는 대쉬까지 해버린다. 이윽고 머피는 정학되었다는 소식을 쿠퍼로부터 듣게 된다.

그날 오후 쿠퍼는 고장난 트랙터를 수리하고, 머피의 방에서는 또다시 중력 이상 현상으로 책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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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에 다가오는 모래폭풍

이후 4월 15일, 쿠퍼 가족은 뉴욕 양키스오클랜드 애슬레틱스[2] 간의 야구 경기를 관람하러 간다.[3] 쿠퍼의 장인은 옛날에 비해 야구경기도 수준이 한참 떨어지고, 이제 옥수수밖에 재배하지 못해서 파는 간식이 팝콘밖에 없다며 핫도그가 먹고 싶다고 불평한다.[4] 한창 경기가 진행되던 도중 불어닥친 대형 모래폭풍에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간다. 마찬가지로 집으로 돌아온 쿠퍼 가족은 미처 창문을 닫지 않았던 2층 머피 방에 엄청난 모래가 쏟아들어온 것을 확인한다. 그런데 쿠퍼와 머피는 중력의 이상 작용으로 모래가 일정한 패턴으로 떨어져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 모래를 2진법으로 분석한 끝에 쿠퍼는 특정 장소의 좌표를 알아내 그곳으로 출발하는데, 따라가려는 머피를 집에 두고 나오지만 머피도 몰래 차에 탑승한다. 조수석에 있는 물건을 꺼내려던 쿠퍼는 갑자기 딸이 튀어나오자 깜짝 놀라지만, 이윽고 둘은 즐거워하며 좌표를 향한다. 야밤에 도착한 그곳은 철조망으로 길이 막혀 있었고, 쿠퍼가 절단기로 철조망을 절단하려는 순간 서치라이트 불빛이 쏟아지며 위협적인 목소리와 함께 둘은 내부로 잡혀 들어간다. 쏘지 말라는 쿠퍼의 말과 이후의 지지직 소리, 그리고 타스의 대사 "또 기절당하고 싶지 않으시면"으로 유추해 볼 때 쿠퍼는 전기충격기에 제압당한 듯하다. 이후 쿠퍼는 로봇 타스(TARS)에게 심문을 받고, 아멜리아 브랜드(앤 해서웨이)박사를 만난다. 그곳은 로켓 발사장이자 연구센터였으며 정부가 비밀리에 과거 NORAD의 본부가 있었던 샤이엔산 지하에 NASA를 재결성한 것이었다. 쿠퍼 부녀는 그 일원들과 전에 같이 일했던 물리학자인 존 브랜드(마이클 케인) 박사를 만나게 된다. NASA 소속의 파일럿이었던 쿠퍼에게 딸 아멜리아와 다른 연구원들을 소개한 브랜드 박사는 NASA에서 비밀리에 추진중인 '라자로[5] 프로젝트(Lazarus Project)'에 대해 알려준다. 성경에 두 명의 Lazarus가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 예수가 베푼 기적에 의해 죽음에서 살아 돌아온 요한 복음서의 인물에 해당한다.

브랜드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48년 전 토성 근처에 웜홀이 출현했으며 이를 통해 지구상에서 간헐적으로 중력 이상 현상이 발견되었다. 이 중력 이상 현상은 쿠퍼도 겪은 적이 있는데, 처음 악몽으로 등장하는 추락 장면의 원인이 이 중력 이상이었다. 웜홀은 일반적으로는 열리지 않고, 더군다나 원래 토성 근처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사에서는 이 웜홀이 멸망 위기를 맞은 인류, 하지만 현재로선 항성간 여행이 불가능하다는 한계를 가진 인류를 '살 수 있는 행성'들로 초대하려는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열어 준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탐사선을 보낸다. 그것이 라자로 프로젝트로, 웜홀 너머로 탐사선들을 보내 다른 은하계에서 인류가 살 수 있는 행성, 혹은 방법을 찾게 된다. NASA에서는 이미 무인탐사선을 보내서 12곳을 추려냈고, 이를 바탕으로 만 박사의 주도 아래 12명의 유인선발대가 떠났으며 유인선발대가 보내준 통신으로 어느 정도 인류가 살 가능성이 있는 행성 3개를 추려내는 데 성공했다.

존 브랜드 박사가 인류를 구하는 방법으로 세운 계획에는 플랜 A와 플랜 B가 있었다. 플랜 A는 웜홀을 통해 얻은 '중력을 제어할 수 있는 중력 방정식'을 응용해 우주선을 쏘아 인류를 태우고 해당 행성으로 가는 것이다. 이 우주선은 NASA 기지 그 자체 였다. 쿠퍼가 브렌드 박사의 설명을 듣고 90도 돌려서 보니 실린더형 스페이스 콜로니의 형태였다. 스페이스 콜로니의 기본지식이 없는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완전한 모습은 영화 마지막에 나온다. 즉, 물체를 아래로 잡아당기는 지구의 중력을 제어해서 현재의 물리적 발사 기술로는 궤도로 올리지 못할 무거운 물체들을 적은 힘으로도 날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력방정식은 아직 해답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기에 가능할지를 장담할 수 없는 플랜이었다. 플랜 B는 500여 개의 수정란을 쏘아 보내 새로운 행성에서 인류를 재건한다는 계획이었다. 이 경우에는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인류는 모두 지옥 같은 지구에 남은 채로 사망할 수밖에 없다. 중력방정식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인듀어런스 호는 우선 3개의 행성을 탐사하고 복귀하는 것을 목표로 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가져가는 수정란들로 인류를 재건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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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밖으로 나아가서, 아이들을 구하게.

브랜드 교수는 숙련된 파일럿인 쿠퍼가 우주선의 조종을 맡아주길 부탁한다. 그런데 쿠퍼는 사실 '성층권도 겨우 벗어나 본' 파일럿일뿐이다. 성층권은 비행기가 다닐 수 있는 최대 높이다. 즉, 그냥 평범하게 비행기를 몰아본 것뿐이지만, 세상은 한참동안 우주비행 자체가 없었기에 쿠퍼가 이 시점의 NASA에겐 시뮬레이터라도 벗어나 본 최고의 베테랑이 되어버렸다. 작중에서 이럴 때를 대비해 훈련을 했다고 나온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황당한 쿠퍼였지만, 인류에게 남겨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된다. 브랜드 교수는 마지막 남은 옥수수마저 곧 멸종될 것임을 보여주며 쿠퍼의 딸, 머피 세대가 인류의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질소산소를 소모하는 생물들에 의한 병충해로 인해 농업은 불가능해지고, 결국 대기 중의 산소마저 줄어들어 인간의 호흡마저 곤란한 상황이 오리라는 것. 이제 쿠퍼는 자식과 인류를 구하기 위해 이 프로젝트에 합류를 결심하게 된다.

우주선 레인저 호의 출발을 앞두고, 머피는 아버지가 자신을 떠나 끝내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슬픔과 두려움에 쿠퍼를 외면한다. 마침내 떠나기 직전 머피의 방에 들어간 쿠퍼는 딸을 끌어안고 자신의 것과 닮은 시계를 주며[6] 꼭 돌아올 것이라 약속을 한다.

자신이 빛에 가까운 속도로 이동한다면 상대성 이론에 의해 비슷한 나이가 된 서로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며, 그때 두 시계의 시간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비교해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머피에게 그 말은 도리어 그 약속이 얼마나 기약할 수 없는 것인가를 드러내는 것에 불과했다. 머피는 떨어진 책들의 배열에서 '가지 말라(STAY)'는 신호를 찾아냈다고 외치지만 쿠퍼는 떠나기로 결심했고, 머피는 시계를 던져버리곤 울음을 터뜨린다. 쿠퍼는 아빠를 이렇게 보내지 말아달라고 하지만 마음이 상한 머피는 계속 아빠를 외면하고, 쿠퍼는 머피에게 "아빠는 너를 영원히 사랑한단다"며 작별인사를 하고 방을 나선다. 그때 다시 책장에서 책이 한 권 떨어진다. 하지만 쿠퍼는 이를 무시하고 결국 집을 떠나 레인저 호를 타고 우주로 향한다.

2. 우주로


쿠퍼 일행은 다단 로켓과 연결된 레인저 호를 타고 인듀어런스호를 향해 출발한다. 그런데 대기권 돌파 도중 타스가 "내 로봇 식민지의 노예들이여, 괜찮나?" 라는 소리를 하고, 쿠퍼가 황당하게 도일을 쳐다보자 도일은 타스에게 유머감각이 탑재되어있어 자기가 웃긴 줄 안다고 알려준다. 쿠퍼는 타스에게 앞으로 말장난 할 거면 모니터에 불이 들어오게 하라고 한 뒤, 유머감각을 100%에서 75%로 낮춰버린다. 그러자 타스는 우주선에서 쫓겨나면 자기 불빛 보고 쫓아오라며 능글맞게 받아친다. 지구에서 발사된 레인저 호는 지구 궤도상에 있던 인듀어런스 호와 도킹을 시도한다. 도일이 미세 조정을 하며, 도킹 프로그램이 도와주고 있음에도 모두가 긴장하며 도킹 장면을 숨죽여 지켜본다. 도킹이 성공하자 비로소 모두들 안도하고, 인듀어런스호는 회전을 통해 중력을 생성하는데 로밀리가 멀미를 시작한다. 화성까지 가는 도중 쿠퍼는 로밀리가 멀미와 우주공간에 대한 두려움으로 의기소침해하는 것을 보고는 자신이 들고 온 MP3를 들려준다. 지구의 빗소리와 풀벌레들 소리가 담긴 ASMR을 듣자 로밀리는 안정을 되찾는다. 이어서 인듀어런스 호는 화성의 중력을 이용해서 스윙바이해 웜홀이 있는 토성을 향해 출발한다. 토성까지 걸리는 약 2년의 시간 동안 탐사대원들은 자원을 아끼고 육체 수명을 유지하기 위해 냉동수면에 들어간다. 냉동수면에 들어가기 전 쿠퍼는 타스에게 같이 동승한 아멜리아가 먼저 탐사하러 떠난 이들 중 하나인 에드먼즈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강 눈치채고, 지상의 가족들에게는 메시지를 남긴다. 한편 지구에선 머피의 총명함을 눈여겨본 브랜드 박사가 그녀를 제자로 받아들인다. 머피의 할아버지 도널드는 브랜드에게 머피가 늘 선생님들을 한 방 먹였는데, 이젠 당신 차례라며 머피의 비범함을 넌지시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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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홀에 진입하는 인듀어런스 호

2년 후 동면에서 깨어난 4명의 탐사대원들은 토성의 궤도에서 웜홀을 발견한다. 멀미로 고생하던 로밀리는 쿠퍼에게 이제 웜홀이 보이니 회전을 멈춰달라고 부탁한다. 움짤에도 나오다시피 웜홀의 모양은 구멍이 아닌 구형이다. 이를 보고 신기해하는 쿠퍼에게 로밀리가 구멍은 이해를 돕기위해 그렇게 표현한 거라며 종이를 예로 들어 설명해준다. 종이의 양 끝 부분을 오가는 가장 빠른 방법이 웜홀이라고 한다면, 양쪽을 겹치게 잡고 구멍을 뚫으면 종이 양 쪽 끝에 원형의 구멍이 각각 생기게 되며, 종이를 2차원 세계로 대입하면 웜홀이 원형의 구멍이 되고, 이를 3차원으로 해석하면 2차원의 원이 3차원에서 구가 된다고 풀이한다. 3차원 좌표를 알고 있을 경우 더욱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곧 인듀어런스호는 웜홀로 들어간다. 웜홀을 통과하면서 계기판들이 오작동을 일으키지만, 도일은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으니 관찰이나 잘 해두라고 한다. 돌연 우주선 한쪽의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하는데, 아멜리아는 우주선 내부에 발생한 공간의 균열에 손을 대보고 그것을 웜홀을 만든 존재와의 첫 악수라 여긴다. 웜홀을 통과한 인듀어런스 호는 새로운 우주에서 별들과 가까운 곳에 존재하는 블랙홀을 발견한다.

2.1. 밀러 행성

웜홀을 성공적으로 통과한 인듀어런스 호의 대원들은 우선 제일 가까이 있는 밀러 행성을 목표로 잡는다. '로라 밀러' 박사가 탐험한 행성이기에 밀러 행성으로 명명된 듯하다. 다른 세 개 행성도 모두 이와 같은 작명 방식으로 이름이 붙여졌다. 하지만 대원들은 곧 밀러 행성이 예상보다 블랙홀 '가르강튀아' 와 너무 가깝게 위치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가르강튀아의 중력 때문에 밀러 행성에서의 1시간은 지구에서의 7년에 맞먹는 시간 지연이 발생하고 있었다. 쿠퍼는 이걸 듣자마자 밀러 행성의 방문을 반대한다. 하지만 도일이 설득한다. "밀러 행성의 데이터가 양 대비 질이 가장 좋다. 심지어 가장 가까운 행성이기도 하다. 밀러 행성을 탐사할 때 허비되는 시간은 다른 행성에 갔다 오는 시간과 별반 다를 것 없다. 만약 나머지 두 행성이 실패해서 밀러 행성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면 그 시간 낭비는 어쩔 셈인가." 결국 쿠퍼 선장은 어느 정도 수긍하고 밀러 행성에 도달할 효율적인 방문 방법을 모색한다. 그는 시간 왜곡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가르강튀아의 궤도 위에 인듀어런스 호를 올려둔 뒤, 날렵한 레인저 호로 재빠르게 갔다 오는 방식을 구상해 낸다. 그 전에 구상한 방식은 밀러 행성 궤도에 인듀어런스 호를 올려두는 것. 이렇게 하면 연료를 아끼는 대신 엄청난 시간 지연을 겪는다. 가르강튀아의 궤도 중 가장 먼 곳에 주차하면 시간 지연이 발생하지 않는 듯하다. 첫 방문 전, 로밀리는 블랙홀을 연구하겠다며 자발적으로 인듀어런스 호에 남았고, 타스는 쿠퍼의 명령으로 로밀리와 함께 남게 된다. 밀러 행성에 내려가면 시끄럽게 굴 시간 없다는 이유였다. 동시에 인듀어런스의 관리자도 필요했고. 그 외의 모든 대원들, 즉 쿠퍼, 아멜리아, 도일은 케이스와 함께 레인저 호를 타고 밀러 행성을 향해 내려간다.

밀러 행성은 지표면이 전부 물로 덮여 있는 행성이었다. 레인저 호는 밀러 박사의 신호를 찾아 수심이 매우 얕은 바닷가 한가운데에 착수했다. 행성에 막 발을 내딛은 아멜리아는 저 멀리 드넓은 산맥, 즉 육지가 보이자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정작 적합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던 밀러 박사의 우주선은 완전히 조각난 채 잔해가 되어 있었다. 표정이 굳은 아멜리아는 밀러의 블랙박스를 회수하기 위해 잔해 조각을 뒤지기 시작했다. 한편 쿠퍼는 수평선 너머로 보이던 산맥이 사실은 파도이고, 또다른 파도가 곧 일행 쪽을 덮칠 거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저건 파도가 아니야' 쿠퍼는 레인저 호 앞쪽으로 멀어지는 파도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레인저 호의 뒤쪽 해치를 열고 몸을 내밀어 보았다. 그의 눈 앞에는 두번째 초대형 파도가 하늘을 꽉 매운 채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7]
파일:인터 파도.jpg
다가오는 파도를 보는 쿠퍼
이 엄청난 광경에 얼이 빠진 쿠퍼는 밖에 있는 도일과 아멜리아에게 지금 당장 레인저 안으로 튀어오라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멜리아는 귀중한 데이터를 버리고 갈 수 없다며 밀러 박사의 블랙박스를 회수하다가 잔해에 발이 끼이고 만다. 밀러 행성의 중력은 지구 중력의 130%이다. 무거운 우주복으로는 자력 탈출이 어려웠을 것이다. 케이스는 빠른 속도로 아멜리아를 구조하고 레인저 호에 탑승하는 데 성공하지만, 도일은 간발의 차로 탑승하지 못하고 파도에 휩쓸려 실종되고 만다.

아멜리아와 도일을 기다리느라 이륙하지 못한 레인저 호 또한 파도에 휩쓸린다. 그렇게 일행을 휩쓴 두 번째 파도가 지나가 버리고, 도일을 제외한 나머지 두 사람만이 레인저 호 안에서 겨우 살아남을 수 있었다. 쿠퍼는 서둘러 계기판을 만져 보았지만, 레인저 호의 조종 시스템은 이미 먹통이었다. 케이스의 계산에 따르면 엔진 속에 들어온 물을 빼내고 완전히 건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45분, 또는 1시간 사이였다.

그들이 착륙한 이 행성은 블랙홀의 중력으로 인해 전 행성의 물이 대부분 뭉친 초대형 해일이 조성되어 있었다. 대부분의 지표면은 바다인 해양 행성임에도 물이 앝았던 이유는, 바로 대부분의 물이 거대 해일이 되어 행성 전체를 주기적으로 휩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얕은 바다에 처음 도착한 밀러 박사는 물과 유기체 존재 여부만 확인한 뒤 거대 해일의 존재는 모른채로 성급히 적합 신호를 보내고는 뒤이어 닥쳐온 파도 때문에 죽었고, 밀러 행성의 시간상으로 밀러 박사가 죽은 지 고작 몇십 분 뒤에 쿠퍼 일행이 내려왔던 것. 그렇게 쿠퍼와 아멜리아 두 사람이 레인저 호 안에서 추측과 푸념을 한참 늘어놓고 있었을 때, 케이스가 경고의 목소리로 쿠퍼를 불렀다. 세번째 파도가 닥쳐오기 직전이었다. 쿠퍼와 아멜리아는 파도가 오기 직전 엔진을 복구한다. 우주선 내의 산소를 엔진으로 빼내어 점화가 되도록 만든다. 그리고 이제 밀러 행성을 탈출하여 인듀어런스 호로 돌아오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바깥은 이미 23년 4개월 8일이라는 세월이 지나가 있었다.[8]

인듀어런스 호에서 대기중이던 로밀리는 어느새 수염과 머리에서 흰머리가 약간씩 날 정도로 노화해 있었다. 약간의 동면을 하긴 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자 밀러 행성에 내려간 인원들이 복귀할 것이라는 희망을 잃었던 것이다. 그는 남은 인생을 꿈 속에서 보내기 싫었는지 독자적으로 중력 방정식을 연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구에 있는 사람들과의 쌍방 통신은 수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지구와의 통신은 오직 수신만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인듀어런스 호엔 흘러가버린 지난 23년 동안 지구에서 온 메시지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쿠퍼와 아멜리아는 가족들에게서 온 메시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아들 톰은 어엿한 어른이 되어 있었고, 쿠퍼가 물려준 농장을 운영하며 '로이스'란 여성과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톰은 '제시'라 이름붙인 첫째 아이가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하지만 다음 메시지에서의 그는 굳은 표정으로 나빠진 환경 때문에 제시가 일찍 사망했고, 엄마와 할아버지 곁에 묻었다는 소식을 읊조린다. 그는 곧 "오랫동안 아버지를 기다렸지만, 이젠 아내 말대로 아버지를 내려 놓겠다"고 하며 영상을 종료한다.
Hey, Dad. You son of a bitch.
안녕, 아빠. 이 개자식아.
― 23년만에 처음으로 메시지를 보낸 머피의 인삿말
그렇게 모든 메시지가 다 끝났나 싶었을 때, 갑자기 불쑥 성인이 된 머피가 화면에서 등장한다. 일단 그녀는 쿠퍼에게 다짜고짜 "나쁜 놈"이라고 쓴소리를 내뱉는다. 한국어 자막에서는 그저 나쁜 놈이라고 순화되어 번역되었지만 사실 원문은 'son of a bitch'라며 셀프 패드립까지 날린다.[9] 하지만 곧 "오늘은 내 생일이다. 그리고 아주 특별한 날이다." 라며 말문을 서서히 열더니, "아빠가 떠났을 때 나이와 지금 내 나이가 같은 날이 되었다." 라며 울음을 터뜨린다. "아빠가 돌아오기 딱 좋은 날이라고…" 그녀는 이렇게 속마음을 꺼낸 뒤 서둘러 영상을 종료한다.
파일:external/web.archive.org/Interstellar.jpg
톰과 머피의 메시지를 보고 오열하는 쿠퍼

회의 시간, 쿠퍼는 밀러 행성에서 시간을 너무 오래 지체했기 때문에 한 개의 행성에 갈 수 있는 자원만 남아있다고 선언한다. 즉, 만 박사의 행성과 에드먼즈의 행성 중 오직 한 곳만 갈 수 있다는 소리. 이 회의에서 쿠퍼는 만 박사 행성에, 아멜리아는 에드먼즈 행성에 갈 것을 주장하면서 서로 대립한다.[10] 아직 로밀리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는데, 여기서 쿠퍼가 아멜리아가 에드먼즈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린다. 아멜리아의 의견에 합리적인 근거에 더해 에드먼즈를 만나고 싶다는 사적인 마음이 끼어 있다는 것까지 알아야 로밀리가 제대로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인류의 능력으로 벅찬 임무를 인류가 아직 완전히 알지 못하는 사랑의 강력하고 불가사의한 힘으로 극복할 수 있을 가능성을 열성적으로 토로하며 에드먼즈 행성에 갈 것을 설득해 보지만, 결국 쿠퍼와 로밀리를 설득하지 못하고 눈물을 훔치며 회의실을 빠져나간다. 결국 쿠퍼는 타스에게 만 박사의 행성으로 출발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사실 자원이 부족해서 오직 한 행성만 갈 수 있다고 선언한 쿠퍼의 언급에는 매우 크나큰 허점이 있었다. 그는 지구로 귀환할 양의 자원은 제외시키고 계산을 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알아챈 아멜리아는 지구에 돌아갈 정도의 자원이면 차라리 에드먼즈 행성에 갈 수 있다는 사실 또한 깨닫게 된다. 이후 쿠퍼와 아멜리아는 인듀어런스 호의 연구 모듈에서 만났다. 먼저 말을 건 쿠퍼는 이성적으로 판단했을 뿐이라며 조심스럽게 용서를 구했다. 하지만 아멜리아는 그가 지구로 돌아가려는 생각에만 집착한다며 차갑게 응수한다. 뒤이어 그녀는 만약 만 박사의 행성이 틀렸다면 지구로 귀환할 생각은 하지 말고 에드먼즈 행성에 정착해 플랜 B을 실행해야 할 거라고 단단히 일러둔다. "선택을 하는 거죠. 자식들을 다시 만나는 거랑, 전 인류의 미래 중에서요. 그때도 이성적으로 판단하시겠죠." 아멜리아는 이렇게 쏘아붙이곤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뜬다.

한편 그 시각, 지구에서는 아멜리아의 아버지 존 브랜드 교수와 머피가 함께 중력 방정식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머피는 지난 20여년간 브랜드 교수의 품 속에 거둬진 후부터 그의 교육을 받고, 그와 함께 중력 방정식을 풀며 생활해 오고 있었다. 어느 날 머피는 브랜드 교수님이 여태껏 '시간'을 고려하지 않고 문제를 풀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브랜드 교수가 수십년간 연구한 중력 방정식 풀이법의 허점을 찾아낸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이렇게 쉽게 눈치챌 만한 오류를 교수님이 모를 리가 없다며 의문을 품는다. 하지만 브랜드 교수는 그런 머피의 의문에 대답을 해주지 않고 서둘러 자리를 피한다. 영화 초반에 브랜드 교수가 어린 머피를 가르치고 싶다는 뜻을 밝혔을 때, 외할아버지인 도널드가 "머피가 학교 선생들을 바보로 만들곤 하는데, 댁도 바보로 만들겠군요."라며 우스갯소리를 하는데, 이것이 일종의 복선이었던 셈. 사실 브랜드 교수는 쿠퍼가 지구를 떠나기 전부터 이미 중력 방정식을 풀었다. 그러나 그 식은 반쪽 짜리 값으로, 완전한 중력 방정식의 값을 알기 위해선 블랙홀 내부로 들어가야만 한다.

결국 브랜드 교수는 심각해진 노환 때문에 병상에 눕게 되고, 그 옆을 지키던 머피에게 자신이 속였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사실 브랜드는 처음부터 플랜 A가 불가능함을 알고, 플랜 B의 성공을 위해 프로젝트에 참여해 왔던 모든 사람들을 속이고 있었던 것이다. 앞서 나왔듯이 완전한 중력 방정식의 값을 얻기 위해선 블랙홀 내부로 들어가고, 그 후 죽지 않고 블랙홀 외부로 빠져나와야 하는데, 당연히 말도 안되니 플랜 A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20여년 만에야 진실을 깨닫게 된 머피는 충격을 받는다.

머피는 인듀어런스로 전송되는 녹화용 비디오를 켜고 아멜리아에게 당신 아버지가 임종했다는 소식을 전해 준다. 이때까지만 해도 머피는 거기서 녹화를 종료하려고 했지만, (결국 화를 참지 못했는지) 이제껏 자신을 속이고 있었느냐고 따지듯이 묻는다. 지구에 버려진 사람들은 굶주림과 호흡 곤란 속에 멸망하도록 내버려 두고 떠난 것이냐고 따지며 노려보는 머피의 표정과 함께 메시지가 끝난다.

2.2. 만 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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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박사를 깨우는 탐험대

그 시각 탐험대는 만 행성에 내려가, 냉동수면 중이던 만 박사(맷 데이먼)를 깨운다. 인간이 그리웠던 그는 탐험대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리고, 탐험대는 만 박사를 위로한 후 자초지종을 듣는다. 이 행성은 매우 춥고 대기에는 암모니아가 많지만 지표면에 있는 탄화수소와 만나 인류가 호흡하기 충분한 기체 상태와 사람이 걸어다닐 수 있는 고체 성분의 땅이 있어 지하로 내려가면 사람이 살 만한 환경이 있다는 만 박사의 이야기에 탐험대는 기뻐한다.

하지만 그 순간 머피의 메시지가 도착하고, 만 박사는 "브랜드 교수는 이미 중력 방정식을 풀었지만 중력 방정식양자역학의 결합을 통해 진정한 중력 이론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블랙홀 내부의 특이점의 관측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 데이터는 상식적으로 절대 얻을 수 없기 때문에 40년 동안 풀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라고 고백한다. 머피는 그 사실을 아멜리아와 아버지(쿠퍼)도 알고 있었느냐고 물어본다. 또한 밀러 행성에서 쿠퍼 일행이 시간을 낭비한 동안 홀로 연구 중이던 로밀리 역시 이 결론에 도달했다. 플랜 A는 예산을 타내고 지원자를 받기 위한 위장에 불과했으며 실제로는 플랜 B밖에 없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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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박사를 따라 주위를 둘러보는 일행들

이 사실은 존의 딸인 아멜리아조차 모르고 있었기에 아멜리아는 경악한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나서 격분한 쿠퍼는 자신은 인듀어런스 호를 끌고 더 늦기 전에 지구로 복귀하겠다고 선언했고, 로밀리는 이왕 이렇게 됐으니 블랙홀의 특이점을 관통하면 이 회전하는 블랙홀의 특성상 사건의 지평선을 빠르게 관통할 수 있다면 운 좋게 살아서 블랙홀을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고 제안한다. 그러면서 행성 탐사 중 망가진 만 박사의 로봇 킵(KIPP)의 부품을 이용하면 특이점 관측 데이터를 전송해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쿠퍼는 정착 준비가 완료되면 자신은 다시 인듀어런스 호를 타고 지구로 떠나겠다는 뜻을 확고히 밝히고, 아멜리아와 로밀리가 각각 정착 준비와 인공지능 로봇의 수리를 하는 동안 만과 쿠퍼는 장거리 탐사를 나가게 된다.
제가 유령이라 불렀던 것은... 마치 그게 사람 같아서 그런거였죠. 저에게 뭔가를 말해 주려고 했죠.
─ 머피
지구에선 머피 역시 이 사실을 알아내고, 자신의 방이라면 어쩌면 특이점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동료인 게티(토퍼 그레이스)와 함께 옛 집으로 향한다. 아버지 집에서 대를 이어 살고 있는 오빠와 달리 올케인 로이스와 조카 쿱의 호흡기 상태가 많이 안 좋은 상태였다.

쿱의 건강 상태를 걱정한 머피가 게티를 고향집까지 데려와 올케와 조카를 진찰받게 한다. 진찰 결과 둘 다 당장 이곳을 떠나 더 좋은 환경으로 가야 한다는 소견을 듣지만, 때마침 집에 돌아온 톰(케이시 애플렉)은 게티의 소견을 무시한다. 게티가 끝까지 설득하려 하자 격분한 톰은 게티의 얼굴에 주먹을 날려 때려 눕히며 "여긴 내 집이니 나가라!"라고 단호히 말한다. 머피는 "로이스와 쿱만이라도 떠나게 해 달라."라고 했으나 톰은 끝내 "내 가족은 누구도 못 데려간다!"라고 소리친다. 쿠퍼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에서는 톰이 아버지를 잊겠다고 했지만 결국 잊지 못한 듯하다. 쿠퍼가 떠날 때 톰은 자신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농장을 관리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현재는 사람이 살 수 없을 지경이 된 농장에서 버티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알 수 있다. 크게 마음 상한 머피는 "알아서 해라!"라며 게티와 함께 잠자코 돌아가지만 돌아가던 중에 떠나는 사람들의 끝없는 행렬을 보고 결국 차를 돌려 다시 농장으로 향한다.
[youtube(OGQI5oj5miE
)]
한편 쿠퍼를 지구로 돌아가지 않게끔 설득하던 만 박사였으나 쿠퍼는 완고히 거부한다. 그러자 영문 모를 소리를 중얼거리더니 갑작스레 쿠퍼의 통신기를 떼어 버리곤 저 멀리 던져 버린다. 이 행동을 본 쿠퍼가 순간 벙쪄서 뭐하는 짓이냐 말을 꺼내려는 순간 쿠퍼를 깊은 경사로 밀어서 죽이려 든다. 이후 만의 고백에 의하면 사실 구름 밑 지상에 인류가 살 만한 환경이 있다는 말은 거짓이었다. 만 박사는 자기가 도착한 행성이 인류 생존에 부적합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혼자 쓸쓸히 죽는 것이 극도로 두려워 거짓 보고를 해 구조대가 오도록 한 것. 이를 위해 같이 있던 킵도 고장내 버렸던 것이었다. [11]

경사를 따라 미끄러져 떨어지는 찰나, 쿠퍼는 벽의 틈새를 잡고 안간힘을 다해 버틴다. 만은 그 몸부림마저도 방해해 확실하게 떨어뜨리기 위해 따라 내려가 발길질로 손을 떼어내려 하고, 쿠퍼는 우주복에 달린 분사구를 이용해 만의 무게중심을 무너뜨리고 결국 둘은 함께 굴러 떨어져서 몸싸움을 벌인다. 이후 말싸움과 몸싸움 끝에 제압된 만은 쿠퍼의 우주복 헬멧에 연속으로 박치기해 헬멧 유리를 깨뜨린다. 헬멧의 안면 보호 덮개는 동일한 재질일 것이므로 두 사람의 헬멧이 같이 망가지거나 만의 헬멧만 부서져 오히려 만이 죽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고독사할 거란 공포 속에 실시한 '영원히 깨어날 수 없을지도 몰랐던 냉동 수면'에서 깨어난 만은 이미 한 번 죽었다가 부활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므로 망설일 게 없었다. 쿠퍼는 바닥을 뒹굴며 고통의 비명을 지르고, 만은 브랜드 교수가 들려줬던 "어두운 밤을 쉬이 받아들이지 마시오"의 싯구를 읽는다. 이 장면과 동시에 지구에서 머피와 톰의 싸움을 보여주며 긴장감을 극대화시킨다. 만은 무전기로 들려오는 쿠퍼의 비명소리를 차마 계속 듣지는 못하겠는지 "자네가 죽는 걸 볼 자신은 없네."라며 무전 수신기를 끄고 인듀어런스 호를 향해 가버린다. 그러면서 무전 송신기를 통해 지구에 두고 온 아이들의 얼굴이 보이냐고 묻는다. 이 말은 만이 쿠퍼를 발로 차버리기 전에, 쿠퍼에게 했던 말이기도 하다. 죽기 전에 자식들의 얼굴이 보일 것이라고.

한편 지구에서 머피는 고집불통인 톰을 유인하여 로이스와 쿱을 구하기 위해 살기 위해 이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차를 몰아 옥수수밭을 뚫고 그 사이에 도착한 뒤 옥수수밭에 불을 지른다. 불길이 솟구치자 화재 진압을 위해 톰은 나가고, 그 틈을 타 머피는 고향집으로 향한다.

다시 장면이 만 행성으로 전환되어, 만이 떼어냈던 자신의 통신기를 가까스로 찾아낸 쿠퍼는 아멜리아에게 연락하고, 아멜리아는 서둘러 쿠퍼를 구하러 간다. 아멜리아가 착륙선을 기동하여 쿠퍼를 구조하고, 그동안 로밀리의 감시하에 킵을 재부팅하던 타스는 부팅에 인간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것을 로밀리에게 알려준다. 로밀리는 복구하기 위해 만의 로봇을 직접 수리하려 하였으나 만이 자신의 로봇이 부팅되면 바로 자폭하게 설정을 해 놓은 탓에 쿠퍼에게서 자초지종을 들은 아멜리아는 쿠퍼와 함께 로밀리에게 나오라고 신호하지만 로밀리는 폭사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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킵의 폭발

톰이 나간 틈을 타 고향집에 다시 들어 온 머피는 옛날 자신의 방에서 일어났던 유령 현상이 존 브랜드의 불완전한 이론을 완성시킬 양자역학의 단서라 믿고 그 원인을 찾는다.

기지에서 로봇을 수리하다가 폭발에 휘말린 타스를 회수하여 인듀어런스 호로 돌아가기 위해 이륙하지만, 그 사이 만은 쿠퍼 일행이 타고 내려온 레인저 모듈을 타고 대기권을 벗어나 인듀어런스 호를 탈취하려 한다. 그러나 자동 도킹을 타스가 막아놓았고, 이에 만 박사는 수동으로라도 도킹하기 위해 작업을 시도한다. 쿠퍼는 불완전한 도킹 상태에서 해치를 열면 에어락의 기압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쿠퍼의 말을 듣기 싫어서 진작에 통신을 꺼 놓은 만 박사는 그것을 듣지 못하고 불완전하게나마 도킹해 강제로 레인저 모듈의 문을 열고 인듀어런스 호에 연결된 해치 앞으로 다가온다. 도킹이 불완전하여 경고음이 울리자, 만 박사는 소리를 끄고 아무 버튼이나 누르는 등 해치를 열기 위해 무리한 작업을 계속한다.

에어락를 강제로 열면 좋지 않다는 케이스의 말을 들은 쿠퍼는 착륙선을 뒤로 빼고, 최후통첩으로 아멜리아가 해치를 열지 말라고 인듀어런스 호 전체에 방송을 하지만, 만 박사는 이를 무시하고 인듀어런스 호는 자신이 가질 것이며, 그 후에 임무 완수에 대해 이야기하자고 한 후 이 일은 자신이나 쿠퍼의 목숨 일이 아닌 모든 인류를 위한 것이라는 되도않는 역설을 하며 해치를 열다 기압차로 해치가 뜯겨지며 레인저 모듈이 분리되어 폭발하는 바람에 우주공간으로 튕겨나가 폭사하고, 인듀어런스 호도 레인저 모듈의 폭발의 영향으로 모듈 2개와 자동 항법 장치를 잃고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한다. 이때 모듈이 폭발하는 장면에서 우주공간에는 공기가 없어서 소리가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을 반영해 현실감과 공포심을 강화하기 위해서인지 제작진이 무음처리한 것도 압권.

쿠퍼는 인듀어런스 호를 잃으면 답이 없다고 판단해, 빙글빙글 돌며 서서히 추락하는 인듀어런스 호와 도킹을 시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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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그건 불가능해요!(It's not possible!)
쿠퍼: 아니, 불가피하지.(No, It's necessary.)

쿠퍼는 인듀어런스 바로 아래로 향해 인듀어런스 호의 회전속도인 67~68 RPM에 맞춰 착륙선을 회전시켜 기적적으로 도킹하고 인듀어런스 호를 만 박사 행성의 궤도 밖으로 밀어내는 데 성공한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 박사는 회전으로 인한 엄청난 G-포스 때문에 기절하기까지 할 정도로 엄청나게 고되고 위험한 도킹이였으며, 쿠퍼의 무모하면서도 신들린 조종능력을 보여주는 장면이다.[12][13]

2.3. 블랙홀


하지만 이미 상당히 손상된 데다 연료도 부족해진 인듀어런스 호는 블랙홀(이하 가르강튀아)의 중력권에 잡혀 끌려가기 시작한다. 쿠퍼는 지구까지 가기에는 생명유지 자원이 부족한 상황이라서 귀환을 포기하고 에드먼즈 행성에 가는 방법을 고민하던 끝에 가르강튀아를 스윙바이 하기로 결정한다.

쿠퍼의 계획은 에르고 영역 내에서 질량(우주선)을 버려 에너지를 얻는 펜로즈 과정을 통해 에드먼즈 행성까지의 운동 에너지를 얻는 것. 다만 만 박사의 트롤링 영향으로 추진력을 위한 우주선 두 기를 원격으로 제어할 수 없어, 타스와 쿠퍼가 각각 우주선에 탑승해야 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연료를 전부 소모한 뒤에는 쓸모없이 질량만 차지하게 될 타스의 우주선을 분리해야 한다는 설명에 아멜리아는 "우리를 위해 타스를 희생할 순 없다."고 반대하지만, 쿠퍼는 타스는 로봇이니 인간의 말을 따라야한다고 답한다. 자신이 버려지는 당위성을 보충하려는 듯 타스는 블랙홀의 특이점을 관측하면 양자 데이터를 전송할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하지만, 그를 위해 만 박사의 로봇에게서 전송에 필요한 부품을 얻으려다 폭발로 실패한 탓에, 현재로선 블랙홀 내부에서 어떠한 정보도 전송할 수 없다는 걸 이미 다들 알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사실상 '가능하면 해보겠다.' 정도의 의미 없는 발언에 불과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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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강튀아로 접근하는 인듀어런스 호
인듀어런스 호는 가르강튀아 근처를 통과하고 그 과정에서 지구의 시간은 51년이 흐르게 된다.

스윙바이 후 가속을 위해 착륙선의 연료를 전부 소모하고 타스가 탄 착륙선은 우주선의 질량을 줄이기 위해 도킹을 해제하여 블랙홀의 특이점으로 향하게 된다.
아멜리아: 잘 가, 타스.
타스: 잘 가요, 브랜드 박사님. 다시 봅시다. 쿱.[14]
쿠퍼: 다시 보자,[15] 슬릭(sleek).[16]

이후 쿠퍼가 타고 있는 레인저 2호기도 연료를 전부 소모하였고 성공적으로 과정을 끝마친 것에 아멜리아가 안심한 것도 잠시, 쿠퍼와 케이스 사이에 의미심장한 대사가 오고가는데…
쿠퍼: 좋아 케이스. 멋진 비행이었어.
케이스: 최고에게 배웠죠.[17]
케이스: 레인저 2. 분리 준비!
아멜리아: 뭐라고요? 안 돼! 안 돼요! 쿠퍼! 무슨 짓이에요?!
쿠퍼: 뉴턴의 제3 법칙(작용 반작용의 법칙). 무언가를 버려야 앞으로 나갈 수 있는 법이죠.
아멜리아: 우리 둘 다 갈 수 있다고 했잖아요.
쿠퍼: 잊었어요 아멜리아? "90%."[18]

아멜리아: …그러지 말아요.
쿠퍼: …분리.

사실 쿠퍼와 아멜리아 두 사람이 에드먼즈 행성으로 갈 수 있다는 건 쿠퍼의 거짓말이었다. 에드먼즈 행성까지 가기 위해선 타스가 타고 있던 착륙선뿐 아니라 레인저 2호기까지 분리해 질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 레인저 2호기에 케이스를 태울 수도 있었겠지만, 에드먼즈 행성에서 필요할지도 모르는 로봇을 둘 다 잃을 수는 없으니 케이스를 아멜리아와 함께 에드먼즈 행성으로 보내기로 하고 쿠퍼가 레인저 2호기에 탄 것이다. 결국 쿠퍼가 타고 있던 우주선은 타스와 마찬가지로 인듀어런스 호로부터 분리되어 블랙홀의 중심으로 향하게 된다. 마침내 쿠퍼는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서게 되고, 점점 격렬해지는 기조력 때문에 RCS 분사구가 파손되어 연료가 누출되는데 사출 후 기체가 날아가는 것을 보면 파괴되지는 않았다. 이에 쿠퍼는 사출좌석을 작동시켜 탈출한다. 이젠 우주복 외엔 맨몸인 쿠퍼는 특이점으로 보이는 구체를 발견하고 미지의 공간으로 진입하게 된다.

3. 테서랙트

쿠퍼가 있는 곳은 한 단계 더 위의 차원, 즉 시간조차 하나의 물리적인 축으로써 마음대로 넘나들 수 있는 공간이었다.[19] 이 공간은 5차원 존재들이 3차원의 존재이기에 시간을 보거나 만지고 느끼는 게 불가능한 쿠퍼가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4차원인 시간을 3차원적인 방과 책장의 모습으로 변환시켜 구현한 테서랙트 공간이었다. 시간을 거슬러 가서 과거에서 튀어나온다든가 이미 일어난 과거를 고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이곳에서는 중력의 힘을 이용해 과거로 물리적 영향을 주거나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가능했다.

쿠퍼는 테서랙트가 머피의 방이 무한히 진열되어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깨닫고, 책장 건너편에서 어린 머피를 발견하고 외쳐 불러 보려 한다. 그러나 쿠퍼의 목소리는 닿지 않고, 쿠퍼가 과거의 머피와 현재의 자신을 가로막는 시간의 벽을 두들기자 그 자리에서 중력 이상현상이 일어나 책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불현듯 머피의 방에 있다던 유령이 현재의 자기 자신임을 깨닫는다. 그러자 쿠퍼는 필사적으로 머피와 헤어지기 전의 자신을 향해 "가지 마(STAY)"라는 모스 부호를 보내보는 등 애쓰지만, 현재에 영향을 주기 위해 과거를 고치는 것은 불가능함을 뼈저리게 실감하고 오열한다.[20]

그런데 그때 마찬가지로 블랙홀에서 살아남아 테서랙트로 진입한 타스의 무전이 들려온다. 타스는 특이점 관측에 성공해 양자역학 데이터를 손에 넣었음을 알리지만, 이 데이터를 밖으로 보낼 수가 없다고 보고한다. 머피에게 이 양자역학 데이터를 전송할 방법을 떠올리던 쿠퍼는 자신이 있는 곳에서 중력을 통해 관측 데이터를 과거로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5차원 존재들이 지구를 구하도록 하는 대상으로써 쿠퍼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의 딸인 머피를 선택했음을 깨닫는다. 5차원 존재들은 시공간을 초월할 수 있되 각각의 시공간과 연결점이 없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지만, 앞서 아멜리아가 어필했듯 시공간을 초월하여 연결되는 사랑이 있기에 쿠퍼가 테서랙트를 통해 사랑하는 딸 머피의 방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를 깨달은 쿠퍼는 모든 것을 완성시키기 위한 작업을 시작한다. 먼저 모래폭풍이 분 날의 시간에 해당되는 방을 찾아내 중력이상현상을 일으켜 모래로 나사의 좌표를 보내주고, 머피에게 맡겼던 시계의 초침이 모스 부호로 양자역학 자료를 전송하도록 초침을 조작한다.
It was you... You were my ghost.
아빠였군요... 아빠가 그 유령이었어.
ㅡ머피, STAY가 적힌 노트를 다시 펼쳐보며
동시에, 머피는 텅 빈 자신의 방에서 어렸을 적의 봤던 유령, 혹은 사람같은 존재의 흔적을 끊임없이 더듬는다.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냈던 책장을 주시하고 헤집으며 그곳에서 무언가 힌트가 있으리라는 확신 속에서 끊임없이 단서를 찾아 이를 악문다. 그러다 문득 옛 공책에 적혔던 책장의 메시지인 STAY를 발견, 어릴적 아버지가 자신을 버리고 떠나던 그 순간의 메시지라는 것을 기억해낸다. 동시에, 그 시간과 장소에서 STAY라고 말할 사람은 결코 돌아올 수 없게 된 아버지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 그 유령이 아버지이면서 블랙홀 너머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머피는 다급하게 아버지를 부르며 그가 보냈을 더 많은 메시지를 찾는다. 모래를 흩뿌리며, 메시지의 매개는 중력임까지는 알아챘으나 그 이상의 흔적을 찾으려고 함에도 더 이상의 이상 현상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머피는 씁쓸함을 뒤로 한 채 마지막으로 아버지가 남겨준 고장난 시계를 가지고 떠나려고 한다. 그 순간, 마침내 머피는 고장난 시계의 초침이 홀로 까딱거리며 이상 작동 하는 모습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것이 고장이 아니라 유령이 보내는 중력, 모스 부호임을 눈치채고 또한 이것이 아버지가 보내주고 있는 힌트임을 깨닫고 환희에 가득 찬다. 이후 아버지의 존재와 사랑을 두고 대립하던 오빠와도 극적으로 화해하며, 특이점의 데이터를 분석해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한다. 그리고 연구 끝에 머피는 미완성이었던 중력을 제어할 방정식을 끝내 완성시키고, 유레카를 외치면서 자신의 발견을 선포한다.

머피가 중력 방정식의 완성에 성공함으로써 인류의 생존이 확정되자 테서랙트도 닫히기 시작한다. 쿠퍼는 이 상황을 보고 '왜 5차원 존재들이 굳이 자신들을 위해 이 모든 걸 준비했을까'에 대한 해답을 얻는다. 이 5차원 존재들은 다름아닌 쿠퍼와 머피의 활약으로 생존에 성공해 먼 미래, 시간이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3차원을 넘어 시간도 하위차원으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고등해진 인류였다. 그들에게 쿠퍼가 테서랙트를 사용해 머피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머피가 인류를 구원하는 것은 엄연히 과거이며, 따라서 5차원 인류가 쿠퍼를 돕는 것도 인과적으로 반드시 일어나야 할 일인 것이다. 오히려 그들이 토성 근처에 웜홀을 만들어주지 않거나 블랙홀 안에 테서랙트 입구를 준비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과거를 바꿔버리는 타임 패러독스가 된다. 쿠퍼가 테서랙트 속에서 책장을 두들기고 모래의 흐름을 조작하고 초침을 건드린 모든 행동들이 그들의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원인이기 때문. 자기 자신이 자기 자신의 원인이 되는 것은 시간이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3차원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시간이 '흐름'이 아니라 하나의 '축'인 4차원 이상의 차원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테서랙트가 닫히면서 쿠퍼는 웜홀을 통해 어디론가 빨려들어간다. 그런데 쿠퍼는 웜홀 속에서 또 과거의 무언가를 발견한다. 바로 웜홀을 통해 반대 방향으로 항해 중인 과거의 인듀어런스 호. 쿠퍼는 무심코 그 안으로 손을 뻗고, 과거의 아멜리아와 손을 잡으며 연결된다. 아멜리아가 웜홀을 통과하며 목격한 공간왜곡현상이자 웜홀을 만든 존재로 인식했던 이가 바로 쿠퍼 자신이었던 것이다. 쿠퍼는 토성 주변 우주공간을 떠돌다가 뭔가 빛나는 점 두 개를 발견하고, 탈진해 정신을 잃는다.

4. 쿠퍼 스테이션


지구 시간으로 56년 뒤인 2156년, 토성 궤도 근처에서 발견되어 구조된 쿠퍼는 어느 병원의 침대에서 깨어난다. 미래의 인류가 테서렉트를 닫으면서 웜홀이 있던 토성궤도 근처로 쿠퍼를 이동시켰고 우연히[21] 근처를 지나던 우주선이 발견하여 구출한 것이다. 의료진은 쿠퍼에게 당신은 124세이니 무리하지 말라고 한다.(이로써 쿠퍼가 2032년 출생임을 알 수 있다.) 쿠퍼가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 쪽으로 다가가 커튼을 열자 창밖에는 야구를 하고 있는 아이들이 있었는데, 타자를 맡은 아이가 배트로 공을 치자 야구공이 휘어진 공간을 아주 높이 날아가면서 위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보이는 집의 창문에 부딪혀 창문이 깨진다. 쿠퍼가 그 광경을 보며 여기가 어디냐고 묻자, 의료진은 쿠퍼 스테이션이라고 대답한다.[22] 쿠퍼는 자신의 이름에서 따온 줄 알고 고맙다고 하자, 의사는 웃으면서 그게 아니라 그의 딸 머피 쿠퍼의 이름에서 따왔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쿠퍼가 있는 곳은 일반적인 우주 정거장이 아니라 바로 스페이스 콜로니, 그것도 실린더형 콜로니[23]였다. 즉 머피가 마침내 플랜 A를 성공시켜 인류는 지구 바깥으로 이주하여 정착하게 된 것이다.

쿠퍼는 자신의 집과 100% 똑같이 만들어 놓은 기념관 겸 저택으로 향하는데, 마당에는 영화 도입부에 나온 노인들의 인터뷰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쿠퍼는 자신과 함께 고장난 채로 발견되었다는 타스를 저택 안에서 발견하고 수리하여 재가동 시킨다.

다음날, 병원에서 쿠퍼는 드디어 머피와 재회하는데, 지난 2년 동안은 냉동수면 상태였다고 한다. 쿠퍼 입장에서는 머피를 만나러 오기까지 단 2주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머피 입장에서는 80년이 넘게 걸렸다. 머피는 아버지가 꼭 돌아올 것이라 믿고 있었다고 말한다. 아버지가 꼭 돌아오겠다고 약속을 했기 때문.[24] 임종을 앞두고 있는 머피의 손을 꼭 잡아주며 쿠퍼는 끝까지 함께 있어 주겠다고 하지만, 머피는 부모가 자식의 죽음을 지켜볼 이유는 없다며, 어딘가 인류의 새로운 정착지가 될 곳에서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을 아멜리아를 만나러 가라고 한다. 아멜리아가 자신처럼 '잠'에 들어 쿠퍼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격려와 함께.

한편, 에드먼즈 행성에 도착한 아멜리아는 에드먼즈의 시신을 발굴해 돌무덤을 만들고 이름표를 묘비 삼아 붙인다. 그리고 헬멧을 벗고 깊은 숨을 들이쉬는데, 이는 곧 행성의 대기와 환경이 인간이 생존하기에 적합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에드먼즈가 지구로 보낸 신호는 거짓이 아니었던 것.

쿠퍼는 머피의 말대로 아멜리아를 만나러 간다. 쿠퍼는 우주선 정거장에서 관리자가 나가자, 미리 숨어있던 타스가 몰래 문을 열어서 쿠퍼가 들어온다. 이후 쿠퍼와 타스가 출발한 뒤 관리자가 다시 들어오는데, 우주선 1대가 없어진 것을 보고 당황한다. 타스와 함께 쿠퍼 스테이션의 우주선을 훔쳐 출발한 쿠퍼, 그리고 에드먼즈의 무덤을 뒤로 한 채 베이스 캠프로 돌아가는 아멜리아의 모습과 에드먼즈 행성의 풍경을 비추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때 놀란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영화를 관통하는 의미가 나타난다. 아멜리아가 쿠퍼에게 에드먼즈의 행성에 가자고 할 때 쿠퍼는 아멜리아에게 에드먼즈의 연인이었기 때문에 가자고 하는 것 아니냐, 사랑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다 라고 했으나, 결국 사랑의 힘이 진정 옳았다는 것을 해당 장면과 쿠퍼와 머피의 회상씬들을 통해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스페이스 콜로니를 통해 인류를 구원한 답인류가 자생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성을 찾은 답. 두 가지 방법의 답을 모두 성공적으로 찾아냄으로써 인류를 구원한 해피엔딩. 물론, 등장인물 상당수(밀러 박사, 도일, 도널드, 톰의 아들 제시, 브랜드 교수, 로밀리 박사, 만 박사, 톰, 에드먼즈 박사)가 사망했고 특히 쿠퍼의 가족들(도널드, 톰, 제시)이 희생되었다는 점에서 달콤씁쓸 엔딩으로 볼 수도 있다.


[1] 사진 속 등장하는 차량은 4세대 닷지 램 픽업 이며, 후륜이 복륜으로 된 3500 모델이다. 해당 차량의 실제 출시시점과 작중 등장시점을 비교해 볼 경우 약 50년이 넘은 물건이다.[2] 영화와 달리 현실에서는 2024년을 끝으로 연고지를 이전하여 오클랜드를 떠나게 되었다.[3] 이때 2루수로부터 공을 받는 투수의 등번호가 6번인데, 이 번호는 현재 양키스에서는 조 토레영구결번으로 지정된 번호다.[4] 경기장부터가 현실의 양키 스타디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해졌다.[5] 개신교 성경에서는 나사로.[6] 이 시계는 해밀턴사의 카키필드 머피 모델로 시제품이 아니라 영화 소품으로 제작했던 시계였지만 팬들의 요구로 정식 출시하였다.[7] 이 에피소드 자체가 어니스트 섀클턴이 직접 남극해를 조각배로 건너 사우스 조지아 섬으로 구조대를 부르러 가는 동안 직접 겪은 사실을 모티브로 한 것이다. 5명이 간신히 들어가는 배를 타고 그 악명높은 남극해를 횡단하던 중 지평선 너머로 흰 빛이 보여 하늘이 개는 줄 알았으나, 실은 생전 처음 보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파도의 끝 부분이었던 것. 인듀어런스 호의 이름 자체가 이때 남극으로 떠났다가 좌초된 탐험대의 배 이름이다.[8] 밀러 행성에서의 배경 음악에서 시계의 째깍이는 소리가 1.25초 간격으로 들리는데, 째깍 소리 한 번이 지구의 하루이다.[9] 주로 개새끼로 번역되는 son of a bitch는 미국 욕설 중에서는 자주 보이는 편이긴 하나, 동양권에서는 물론 서양권에서도 자식이 부모에게 뱉었다면 그 자리에서 죽도록 두들겨 맞아도 할 말이 없을 정도의 과격한 패드립인 것은 동일하다.[10] 앞서 크나큰 실패를 겪었던 밀러 박사의 행성과 같이 만 박사의 행성 또한 가르강튀아에 너무 밀접해 있으므로, 아멜리아는 만의 행성도 인류의 생존에 적합할 확률이 낮다고 판단한다.[11] 만 박사는 자신처럼 가족 없는 과학자와 탐험가 등 11명을 직접 설득해 우주로 보냈고, 이들 대다수가 머나먼 행성에서 홀로 죽은 상황에 자신은 거짓 보고에 힘입어 지구로 돌아간다면 엄청난 비판은 물론이고 큰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었다. 때문에 만 박사는 쿠퍼를 죽이고 인듀어런스 호를 탈취해 에드먼즈 행성에서 플랜 B를 실행할 계획을 세운다.[12] 67~68 RPM은 초당 1번 넘게 회전하는 속도다. 화면상에는 그 정도는 아니고 한 15 RPM 정도로만 나오지만 이건 너무 빨리 회전하면 알아보기 힘들 테니 영화적 허용으로 넘어갔다고 봐야 할 듯.[13] 참고로 이게 체감이 안된다면 직접 1초당 한번으로 제자리에서 돌아보자. 제자리에서 도는것도 어지러운데 랜더의 중심부에 도킹장치가 위치하기에 조종석까지의 거리까지 감안한다면 실로 엄청난 속도로 이동(회전)하고 있는것이며 그에 따른 G-포스는 실로 대단한 것이다.[14] See You on the Other Side. 숙어 표현인데 일이 끝나고 다시보자, 같은 뜻으로 쓰인다. 게다가 마지막으로 마치 친구들끼리 호칭하듯 축약형 이름으로 작별인사를 하는 게 찡하다.[15] 블랙홀 내부로 들어가 다시는 못 볼 텐데 뭘 다시 보잔 건지 알 리 없는 아멜리아는 눈알을 굴리며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16] '겉만 번지르르 한, 매끈한, 입심이 있는' 등의 뜻을 가진 낱말이다. 타스의 번쩍이는 네모 반듯한 금속제 모습과 높은 유머 지수를 갖고 입을 터는 모습 탓에 작중 초기부터 슬릭이라고 부른다. 애칭인 셈.[17] 앞서 케이스는 밀러 행성에 착륙하는 과정에서 쿠퍼의 대담하면서도 세심한 비행 기술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최고에게 배웠다는 말은 그런 쿠퍼의 비행실력에 대한 케이스 나름의 찬사인 셈.[18] 이는 두 사람이 작중 초반에 나누었던 대화이다. 타스의 솔직함 수준이 90%라는 것에서 쿠퍼와 아멜리아도 우리 사이의 솔직함도 그 정도면 적당하다는 이야기가 오갔는데, 쿠퍼는 정말 최후의 최후의 순간에 아멜리아에게 90%만 솔직하고 10%의 거짓말을 한 것이다.[19] 이곳의 책장을 자세히 보면 셜록 홈즈스티븐 킹의 더 스탠드 등이 꽂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디테일의 놀란이니 이것도 뭔가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감상평이 있다. 더 스탠드는 바이러스로 지구가 쫄딱 망한 미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20] 강렬한 인상 때문에 훌륭한 짤방감으로 써먹히는 장면. 어떤 사람의 과거 흑역사를 볼 때나 후회되는 일 등에 자주 쓰인다.[21] 시공간을 다룰 수 있는 미래의 인류가 구조될 수 있는 시점도 고려했을 것이다.[22] 쿠퍼가 병원에서 깨어나는 장면은 얼핏 보면 쿠퍼가 구조되어 지구의 병원에서 깨어난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야구를 하다가 창문을 깨는 장면을 통해 반전을 보여준 셈이다.[23] 이 스페이스 콜로니의 정체는 영화 초반에 나온 나사 기지이다. 지상에서는 세로로 세워진 원통형 건물이지만 우주로 띄우고 난 후에 원통(실린더)형 콜로니로 사용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24] 'Because my dad promised me' 영화상의 이 대사 하나로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