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23 23:24:46

오크 딜레마

1. 개요2. 상세3. 바리에이션: 오크 아기 딜레마 (Orc Baby Dillema)4. 기타 작품에서

1. 개요

J.R.R. 톨킨 등이 오르크(오크) 등 사악한 지적 종족들을 만들면서 나온 딜레마로, 판타지 등에서 나오는 사악하지만 지성을 가지고 있는 이종족들에 대한 대우와 공존에 대한 난제이다.

2. 상세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톨킨반지의 제왕을 쓴 뒤 오르크의 도덕성 여부에 대해서 스스로도 상당히 고민했는데 만약 오르크 또한 인간과 같은 지적인 영혼을 지니고 있다면 과연 개과천선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특히 모르고스는 새로운 생물을 완전히 창조 못하고 어디까지나 타락만 시킬 뿐이라는 설정을 스스로 만들었기 때문. 거기에 톨킨 스스로가 오르크 또한 인간과 요정들처럼 남녀가 있으며 일반적인 방식으로 번식한다는 설정까지 붙였기에 더 애매해졌다.

또 한가지 딜레마는 "종족 자체가 악하기 때문에" 전부 없애버려도 되냐는 것인데, 실제로 그냥 마구잡이로 죽일 만한 적이 필요하기에 만든 종족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었고 이것이 인종청소 등의 잔혹한 이미지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에 대한 것이다. 조지 R.R. 마틴아라고른이 왕위에 오른 뒤 오크 갓난아기까지 죽이는 체계적인 인종청소 정책을 벌였을까요?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톨킨도 이 문제에 대해 뾰족한 답을 내리진 못했고, 오르크의 기원을 애매하게 만드는 식으로 부분적으로 해결했다.

3. 바리에이션: 오크 아기 딜레마 (Orc Baby Dillema)

질서 선 성기사와 그 일행은 마을을 습격하는 오크 무리를 퇴치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오크 촌락에 들어가 모두 처치했다. 그런데 오크 촌락 안쪽에서 아직 걷지도 못하는 어린 오크들을 발견했다. 성기사는 어린 오크들을 죽여야 하는가? 아니면 살려줘야 하는가?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에서 유래한 딜레마다. 일단 5판 개정 이전 D&D 룰에 따르면 몬스터로 나오는 오크는 혼돈 악이며, 그에 따라 아기 오크도 죄와 상관 없이 혼돈 악이다. 착한 오크가 없으란 법은 없지만, 예외적으로 DM이 직접 개입해 특별한 배경 설정(사람이 키웠다든가)을 해두어야 한다. 물론 D&D에서 악한 몬스터를 죽이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고 아기라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지만 유아 살해에 거부감을 지닌 사람이 많기 때문에(특히 미국에서는) 비록 몬스터라 해도 아직 죄도 짓지 않은 아기를 죽이는 게 과연 질서 선이냐는 말이다.

30년을 토론해도 정답은 없지만, 가장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옳다고 믿는다면 어떻게 행동해도 괜찮다이다. "좋은 오크는 죽은 오크뿐이지!"라면서 아기 오크들을 모조리 도륙해도 상관없고, 동정심이 들어 살려준다 해도 상관없다. 룰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으니 질서 선 캐릭터가 '스스로 올바른 쪽이라고 믿고 행동한다면' 이에 대한 페널티를 받지 않는다. D&D 가치관은 어디까지나 커다란 범주일 뿐, 캐릭터의 행동양식 하나하나를 모두 간섭하지 않으니 질서 선 캐릭터라고 모두 똑같이 행동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 내적 갈등을 통해 질서 선의 캐릭터성을 더 살릴 수 있다. 그냥 하고싶다고 하는 게 아니라 목숨을 빼앗는 것과 오크들의 깽판을 방지하는 것, 둘 중에서 어느 것이 옳은가를 고민해보고 자신이 더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하되, 선택하지 못한 것에 대한 최소한의 죄책감은 가지는 것으로 질서나 선을 둘 다 따르려고 <노력> (혹은 시도)을 했으며, 결국은 자신이 생각한 질서나 선을 따랐지만, 따르지 못한 쪽의 질서나 선을 완전히 버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면 좋다. 이로 인해 질서 바보 같은 극단적인 롤플레이를 보완하면서도 질서 선이라는 가치관에 걸맞은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성직자나 성기사 등 신적인 존재를 섬기는 캐릭터라면 해당 신의 가치관 쪽에 더 가깝게 행동하는 것이 보통이다. 어쩌면 '신에게 판단을 맡긴다'고 볼 수도 있다. 포가튼 렐름으로 예를 들면 헬름의 성기사라면 문답무용으로 아기 오크를 척살하는 것이 보통이고, 티르나 라샌더의 성기사라면 고민할 것이다. 5판 성기사의 행동은 신보다도 서약에 더 얽매이는 경향이 있는데, 헌신의 서약(Oath of Devotion)이나 구원의 서약(Oath of Redemption)을 한 성기사라면 살려줄 가능성이 높고, 복수의 서약(Oath of Vengeance)이나 정복의 서약(Oath of Conquest)을 한 성기사라면 도륙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다.

질서-혼돈과 관련된 딜레마도 있다. 가령 악당을 잡았지만 해당 지역의 영주가 무능해서 법을 피해갈 확률이 높다면, 재판과 사적제재 중 무엇을 택해야 하는가 등등... 슈퍼히어로 물에서도 자주 보이는 딜레마이다. 다만 위에 서술했듯이 질서 선 캐릭터라면 '옳다고 믿는 쪽'을 따르는 편이다.[1]

게임 외적인 측면까지 본다면 GM이 준비한 모든 딜레마에 대한 원론적인 해답은 일단 선택하는 것이다. 게임 내에서 발생하는 딜레마는 GM이 일반적인 던전 탐색과 몬스터 사냥에서 벗어난 특별한 시나리오를 준비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무언가를 선택함으로써 GM이 준비한 시나리오에 반응하고, 그 반응에 대해 GM이 적절하게 대응할 것을 기다리는 것이 옳다. 물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어떤 이야기가 탄생할지는 각각의 플레이, 각각의 팀마다 다를 것이다. 어떤 마스터는 미리 '정답'(=도덕적 가책을 받지 않는 선택)을 준비해두고 플레이어가 그 쪽을 선택하기를 기대하고, 다른 길을 선택했을 때 도덕적 부담이라는 시련을 안겨줄 수도 있다. (이 경우 그 답을 찾을 수 있는 힌트를 얼마나 솜씨좋게 제공하느냐가 마스터의 실력을 보는 척도가 될 것이다.) 반면 플레이어가 어떤 선택을 하건 굳이 도덕적 부담을 안겨주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그 선택이 정당했다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마스터도 있으며, 반대로 어느 쪽을 선택하건 플레이어에게 도덕적 부담을 안겨주는 방향으로 시련을 주고 그 시련을 극복해 나가는 방향으로 시나리오를 전개하는 마스터도 있을 수 있다. 결국 PL의 입장에서 '딜레마에 부딪혔을 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뿐 아니라 GM의 입장에서 'PL이 선택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여줄 것인가' 역시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무수한 선택지의 일부인 것. 그리고 이 선택지들에서 좋고 나쁜 것을 나눈다면 그것은 어떤 선택지는 좋고 다른 선택지는 나쁜 것이 아니라 어떤 선택지를 고르건 거기서 나타나는 이야기를 솜씨좋고 재미있게 이끌어갈 수 있을수록 좋은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가장 나쁜 것은 '망설이다가 선택하지 못하는 것'이다. 여기서 선택을 하지 않으면 이야기와 게임이 진행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스터는 어차피 선택에 대한 완벽한 사전정보는 있을 수 없지만, 무엇을 선택하든 게임은 진행될 것이고, 그로써 나타나는 이야기의 진행 자체가 보상이 될 것임을 플레이어들에게 납득시켜 주어야 하는 것.

4. 기타 작품에서

  • 고블린 슬레이어 - 작중 고블린들은 약탈, 능욕, 살인을 서슴지 않는 잔인한 본능을 가지고 있으며, 살아남은 어린것들을 거둬들여도 교화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한다. 때문에 고블린 슬레이어'사람 앞에 안 나타나는' 고블린만이 착한 고블린이라면서 어린 고블린들도 척살한다. 애초에 신들이 어찌 되었든 해치워져야 할 몬스터 역할로 만들어두고 던전에 뿌리는 놈들이니 이런 설정을 지니고 있는 게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 매스 이펙트 2 - 셰퍼드 소령이 호전적인 벌레형 외계종족라크나이를 몰살시킬지 살려둘지를 결정하게 된다.
  • 메트로 2033 - 주인공 아르티옴이 미사일을 쏴서 사람들을 죽거나 미치게 만드는 검은 존재들을 몰살시키지만 사실 정신감응으로 소통을 하려던 것을 이해 못한 소통의 부재였다. 그나마 후속작에서 어린 검은 존재가 생존했음을 알게 된다. 밑에 엔더의 게임과 비슷한 사례.
  • 엔더의 게임 - 작중 인류는 포믹이라는 이해 불가능한 벌레형 외계종족하고 전쟁 중으로, 주인공 엔더는 자기가 진짜 싸우는 것인지도 모른 채 모성을 행성째로 날려버리지만 뒤늦게 자신이 전멸시킨 버거가 사실 평화를 사랑하는 종족이고 하이브 마인드 종족과의 소통의 부재로 인한 싸움이었음을 깨닫고 절망하게 된다. 그나마 유일하게 남은 포믹 한 마리와 여왕 포믹의 알을 발견해 희망을 찾게 된다.
  • 장송의 프리렌 - 작중 마족들은 희로애락은 존재하지만 악의나 죄책감, 공감 등은 결여돼 있는 종족으로, 일종의 문명, 종족 단위의 의태포식자로서 인간과 마족은 공존이 불가능한 종족으로 사실상 못박고 있다. 반면 인간의 입장에서 느끼는 것이 아닌 보편적인 '악'이라는 개념이라고 부르기 모호한 측면도 있다. 작중 나온 마족 소녀가 그 예시인데 자신에게 잘 대해준 촌장을 죽였지만 이는 악의가 아니라 촌장의 자식을 자신 때문에 아이를 잃은 사람에게 주면 그 사람이 더는 자신을 원망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실수를 깨닫고 마족 소녀가 촌장의 딸을 인질로 잡으려 하자 힘멜프리렌은 곧바로 마족 소녀를 처치했다.
  • Warhammer(구판)의 등장 트롤인 쓰로그는 마법사 막시밀리안 슈라이버를 납치하여 자신처럼 지능 있는 트롤을 만들라고 강요하는데, 이때 슈라이버는 트롤들이 쓰로그처럼 지능이 높아져 선악을 구분할 수 있다면 그들도 갱생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에 실험에 참가하기로 마음먹게 되는 구절이 있다.
  • 배너 사가의 드렛지. 1편까지만 해도 공존할 수 없는 절대악과 같은 느낌이나, 2편, 3편을 거치며 이들 역시 그저 생존을 위해서 침공했을 뿐이라는 것이 밝혀지며 작 중 선택에 따라 드렛지의 아기를 살리거나 비호전적인 드렛지를 아군으로 포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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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런 예의 대표적인 캐릭터인 배트맨이나 캡틴 아메리카는 자신들이 믿는 규칙을 철저하게 따른단 점에서 질서적이며, 행동의 지향점이 세상을 좋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선 성향으로 규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