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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코 | 슬로바키아 |
1. 개요
체코와 슬로바키아의 관계.체코와 슬로바키아는 평화적으로 분리되었기 때문에 유고슬라비아처럼 원래 하나였다가 분리독립한 다른 나라들과 달리 사이가 좋다. 다른 어떤 국가보다도 가까운 특수관계를 맺고 있으며, 에너지, 교통, 안보,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을 유지 중이다. 또한 두나라는 언어, 종교, 문화에서 매우 가깝고 EU에 가입되어 있다. 오늘날에도 양국은 교류와 협력이 활발하고 언어, 종교, 문화에서 매우 가깝다. 애매하게 합쳐져 있는 것보다 별개의 국가로 있는 것이 대국관계에 더 바람직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이다.
2. 역사적 관계
체코와 슬로바키아는 인종·문화적으로 무척 가까운 사이이다. 1526년 이래로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가문의 지배를 받다가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나며 체코슬로바키아라는 하나의 나라로 독립했다. 체코와 슬로바키아는 통합한 이후 약 70년 간 한 나라로 지냈던 게 역사상에서 사실상 유일한 케이스이다. 동유럽 혁명 이후 정치인들의 합의에 따라 평화적으로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분할되었다.재미있는 건 체코와 슬로바키아는 민족도 같고, 언어도 비슷하고, 문화도 비슷한데 중세 시절의 대 모라비아 왕국 이후 1918년 이전까지는 대부분 다른 나라로 지내왔다는 것이다. 결정적인 계기는 대 모라비아 왕국이 동쪽에서 카르파티아산맥을 넘어온 마자르족에게 멸망한 후 체코에는 보헤미아 왕국이라는 독립 국가가 들어섰지만 슬로바키아는 그러지 못하고 마자르인이 세운 헝가리 왕국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합스부르크 제국 시기에는 합스부르크 가문의 지배 안에서 한 나라에 속했다고 볼 수 있지만, 이 시기에도 체코는 보헤미아 왕국으로 오스트리아 관할, 슬로바키아는 헝가리 왕국 관할이었다.[1]
2.1. 19세기
보헤미아의 중심도시 프라하는 30년 전쟁 이후 합스부르크 가문의 통치 하에서 완전히 독일화된 도시로, 독일어를 사용하는 시민들은 프라하 시내에 거주하고, 근교를 비롯해 보헤미아와 모라비아 농촌에는 체코어나 모라비어어를 모어로 사용하는 농민들이 거주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19세기 이후 체코 일대의 산업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농민 인구가 프라하와 브르노로 유입되면서 체코어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하였고, 이는 체코 민족주의의 발전 및 부흥으로 이어졌다. 체코는 이미 1850년대 무렵 문맹 퇴치가 완료된 상황이었다.그러나 슬로바키아의 경우 독일어권에 비해 경제적으로 심각하게 낙후되었던 헝가리 왕국의 영토로 산업화로 인한 수혜가 늦게 도달한 것은 물론 헝가리 측에서는 트리아농 조약 이전까지는 슬로바키아어로 교육하는 고등학교를 단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다. 슬로바키아 민족주의는 이웃한 체코 민족주의를 수입함과 동시에,[2]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 미국으로 돈 벌러 나간 슬로바키아인 이주노동자들이 언어가 같이 통하는 체코인 이주노동자들과 접촉하고 나서야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체코와 슬로바키아 양국의 국부로 일컫어지는 토마시 가리크 마사리크가 미국에서 체코계 미국인, 슬로바키아계 미국인들의 환영을 받고 체코슬로바키아인들의 독립을 선언한 것은 상술된 슬로바키아의 상황과도 연계된다.
2.2. 20세기
제1차 세계 대전 와중인 1915년 체코인과 슬로바키아인 민족주의 인사들은 미국 클리블랜드에 모여 공동의 국가를 만들기로 합의하였고, 1918년 5월에는 체코인과 슬로바키아인 뿐만 아니라 루신인들이 피츠버그[3]에 모여서 체코슬로바키아 국가 구성에 합의했다. 체코인들과 슬로바키아는 자체적 행정, 의회, 법원을 갖기로 약속되었으나, 구속력 있는 약속은 아니었다. 슬로바키아인 민족주의 측에서는 자치권이 완전히 보장되기를 바랬으나, 먼저 일단 오스트리아-헝가리로부터 독립하는 게 우선이라는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자치권 관련한 모호한 약속만 맺어진 상태에서 양 민족의 통일을 찬성하였다.1918년에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무너질 때 생제르맹 조약을 계기로 오스트리아 제국의 보헤미아 왕국, 모라비아 변경백국, 오스트리아령 실레시아(한 때 보헤미아 왕관령으로 묶였던 구성국들이다.)가 체코로 독립하고, 트리아농 조약을 계기로 슬로바키아 역시 독립한다. 독립 이후 체코슬로바키아가 들어섰다. 독립 직후 체코인들이 중심이 된 체코슬로바키아 지도부는 체코인과 슬로바키아인이 분리된 계기는 헝가리 때문이며, 체코 민족주의와 분리된 형태의 슬로바키아 민족주의는 헝가리 지배의 안 좋은 유산이라는 주장을 고수하였다.[4]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시대 체코의 중심지 보헤미아 왕국은 상공업이 번창하고 체코인 중산층이 탄탄하게 자리잡았던 것과 다르게 헝가리 왕국의 지배를 받았던 슬로바키아는 슬로바키아어를 유창하게 사용하는 지식 계층이 소수에 불과하였고, 산업은 압도적으로 농업과 광업 중심이었다.[5] 제1차 세계 대전의 결과 체코슬로바키아의 독립 이전 1918년까지도 슬로바키아인 학생들을 위한 고등학교조차 없었고, 슬로바키아인 출신 관리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농촌 사회 중심의 슬로바키아에서는 가톨릭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그러나 체코인들은 당대 유럽 기준으로도 중산층이 탄탄했고, 명목상으로는 가톨릭 신도였으나 개신교 신도였던 얀 후스를 민족 영웅으로 삼았다. 1918년 독립 직후 체코인들이 오스트리아의 '학정'을 상징하는 성모 마리아 기둥을 파괴하자, 슬로바키아 농민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소요를 벌이기도 했다. 상술한 이유로 체코인들이 사회의 주도권을 차지하고, 슬로바키아인들은 체코슬로바키아 사회에서 소외된 것 그리고 종교적/문화적 차이는 슬로바키아 민족주의가 20세기 들어 체코 민족주의와 분리된 형태로 발전되는 계기가 되었다.
체코슬로바키아 정부는 슬로바키아인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헝가리인 지역유지들이 차지했던 농지를 압류한 후 슬로바키아인 농민들에게 분배하였다. 한 편 독립국이 된 체코슬로바키아의 경제는 신생 폴란드 제2공화국과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및 오스트리아의 경제가 골골거리는 와중에서도 대공황 직전까지 안정적으로 성장하였고 이러한 경제 성장은 체코슬로바키아 내 상황이 안정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한 편 체코슬로바키아의 독립 과정 체코인과 슬로바키아인이 통일 국가를 이룬 형태의 독립을 주장한 토마시 가리크 마사리크가 미국 방문 당시 체코계 미국인, 슬로바키아계 미국인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던 점이나,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토마시가 체코인과 슬로바키아인 양측으로부터 꾸준히 존경과 사랑을 받았던 바 역시 양 민족의 갈등이 심각해지지 않는 이유로도 꼽힌다.
과거 서유럽 국가가 나치의 불법점령을 용인해줘 강제로 병합당하고[6] 지리적 특성상 또다시 강제로 소련에 의해 억압을 받은 아픔이 있기 때문에 과거 한 나라였던 체코를 더 각별하고 가까운 이웃처럼 대하고 있다.
2.3. 21세기
21세기 들어서 체코의 경제가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슬로바키아 역시 상당한 수준의 수혜를 입고 있다. 2020년대 신냉전 상황에서 양국은 반러 감정이라는 공통 분모를 바탕으로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3. 문화 교류
체코와 슬로바키아는 매우 가깝다보니 문화교류도 활발한 편이다. 체코어와 슬로바키아어는 매우 가까워서 대화가 통할 정도이다. 그리고 체코어와 슬로바키아어는 각각 유럽연합의 공용어에 포함되어 있다. 양국 모두 가톨릭을 믿는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다.체코슬로바키아 시절에는 국영방송인 CT에서 뉴스는 체코어와 슬로바키아어를 1:1로 방송했지만, 해외 영화나 드라마는 거의 전부 체코어로 더빙했다. 양국이 분리된 후 뉴스 방송은 자국어로만 하지만, 슬로바키아에서는 여전히 많은 프로그램이 체코어로 더빙된다. 양국의 텔레비전 채널들은 케이블 방송으로 상대국에서 시청할 수 있고, 복면가왕, 마스터 셰프같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양국 국민들이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4. 관련 문서
[1] 엄밀히 말해 보헤미아 왕국은 합스부르크 가문 출신 국왕을 모시는 준주권 국가였으나, 슬로바키아는 상 헝가리(Felvidék)로 불리는 헝가리 왕국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2] 체코어를 보급할 목적으로 들어선 이동식 극장들은 슬로바키아 내에서도 인기를 얻었다.[3] 슬로바키아인과 루신인 이주노동자 및 이민자들이 대거 정착한 도시로 미국 내 루테니아 그리스 가톨릭 교회 주교구가 소재해있기도 하다.[4] 당시 체코슬로바키아 지도부는 자국 내 헝가리인들이 자치권을 확대요구할 것을 우려하였다.[5] 슬로바키아인들은 대타협 이후 헝가리의 탄압으로 문화적 사멸에 위기에 처했던 역사가 있다.[6] 이 당시 일은 악감정을 불러오기도 한다. 슬로바키아 민족주의자들이 나치 독일과 협력하여 체코와의 분리를 선언해 슬로바키아 제1공화국이란 괴뢰국을 세웠기 때문. 이틀 후 체코도 독일에 병합되어 보헤미아-모라바 보호령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