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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동남아시아, 동아프리카, 캅카스, 예멘에 주로 분포해 있으며 무슬림 인구의 약 35%를 이루고 있는 학파. 다른 학파들과는 달리 칼리파들의 가르침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정부에 의한 율법 해석만이 인정받을 수 있다는 다른 학파들과는 달리 개인의 율법 해석도 높게 쳐준다. 결론적으로 이성으로서 쿠란과 순나(سُنَّة, Sunnah)[1]를 해석하는 이지티하드(اجتهاد, ijtihād)를 중요하게 여긴다.오늘날의 알 아즈하르 대학은 수니파 샤피이파 마드하브를 따르고 있는데[2] "샤피이파는 중도적인 성향을 가졌기 때문에 많은 무슬림들이 선호한다. 글자 그대로를 고집하는 보수주의와 당시 실용주의를 견지한 메디나 학파를 적절히 융합한 학파라고 평가받는다. 하나피나 말리키파가 우세인 곳에서도 신학자들은 샤피이파를 따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다만 중도화되었다는것은 현대의 이야기고 실질적으로는 와하브파 등장 이전에는 이런저런 역사적인 이유로 강경 보수 포지션을 맡을 때가 많았다.
2. 역사
8세기 말 팔레스타인 가자 출신 학자 무함마드 빈 이드리스 앗 샤피이가 성립한 학파다. 메디나에서 말리키파의 시조 말리크 빈 아나스의 문하에서 공부한 샤피이는 메카에서 이슬람 신학 교수로 재직하다가 바그다드로 이동하여 법관으로 재직하면서 하나피파 법학파를 공부한 후 이집트 카이로에 정착하여 독자적인 샤피이파 법학파를 성립시켰다. 쿠란의 가르침을 중시하여 이와 모순되는 순나를 거짓된 것이라고 모두 부정했는데 이는 혁명적인 주장으로, 친무함마드계 사람들이 이슬람 공동체의 실권을 꽉 쥐고 있었던 사회를 들끓게 했다. 무함마드와 사이가 나빴던 부족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샤피이를 죽이려고 했을 정도였으니 이들의 적개심을 알 만하다. 샤피이는 하디스를 등급별로 분류하는 작업으로 이슬람 법학 피크(Fiqh)의 기초를 다졌다고 평가받는다.이슬람 역사 초창기에는 샤피이파가 말리키파에 비해 유연하고 온건한 포지션이었으나 샤피이파를 중심으로 하디스 분류학이 발달한 후 이른바 무핫디순, 즉 하디스의 사람들이라는 근본주의자들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말리키파는 주로 이베리아반도의 후우마이야 왕조를 중심으로 발전하면서 세속화, 온건화가 진행된 것과 다르게 샤피이파는 아바스 왕조, 그러니까 중동과 중앙아시아의 대부분 지역에서 보수 학파 포지션을 맡았다. 샤피이의 제자이기도 했던 이븐 한발은 스승에게서 배운 체계적인 하디스 분류법을 공부한 후 독자적인 한발리파를 발전시켰으며 이븐 한발의 제자도 상당수가 샤피이파였다.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시아파와 수니파 사이의 싸움이 격해지면서 샤피이파는 수니파 진영에서 시아파와 싸우는 순니파들의 전위대 역할을 맡았다. 자세한 내용은 니잠 알 물크, 알 가잘리 문서 참조. 11~12세기는 이븐 시나 같은 이스마일파 신학자들이 신플라톤주의 철학을 바탕으로 수니파 무슬림 지식인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던 시절이었으며 그동안 음모론에만 주로 의존하던 시아 12이맘파도 무함마드 투시란 인물이 등장하여 하디스를 나름 체계적으로 편집 출간한 상황이었다. 샤피이파는 수니파 하디스를 중심으로 시아파들의 이런저런 음모론들을 반박하였으며 이스마일파 포교에 맞서서 철학과 과학, 의학 자체를 공격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철학자들의 불신앙은 소크라테스, 히포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거창한 이름을 알게 된 것에서 기인한다. 이들은 신성한 샤리아가 인간이 만든 법이자 윤색된 속임수라고 믿고 있다.
중세의 과학자들과 철학자들에게 가장 소중한 개념은 원인과 결과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이었으며 그리스 사변철학에 영향을 받은 무슬림 철학자들이나 불교의 연기법의 영향을 받은 중앙아시아 무슬림들도 원인과 결과 사이의 연관성에 주목하였다. 무슬림 의사나 철학자들은 불이 천쪼가리를 태우는 원인이라고 분석하면 샤피이파 아슈아리 학파(Ash'ari Aqeedah) 신학자들은 이러한 주장을 사기이자 가짜라고 주장했다. 사건 A와 B가 연속적으로 발생해다고 해서 그것이 A와 B의 원인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샤피이파는 무타질라 학파나 이스마일파 철학자들을 비판하면서 당시 이슬람 세계 지성계에서 철학자들이나 의사들이 율법학자들의 권위를 넘보지 못하도록 선을 그으려고 시도했다. 이렇게 중세 기준으로 이란과 중앙아시아 등에서 보수 포지션을 맡았던 샤피이파는 근세 기준으로 근거지가 바뀌었다. 오스만 제국에서 하나피파를 공식적으로 밀어주면서 그동안 중앙아시아 각지에서 하나피파와 경쟁하던 샤피이파 율법학자들이 몰락했으며 이란과 아제르바이잔에서는 시아파 근본주의 성향의 사파비 제국이 순니파들을 모조리 강제개종시키거나 학살하는 와중에 샤피이파 생존자 일부는 다게스탄 지역으로 피난했다. 오늘날 러시아의 무슬림 거주 지역 중 가장 이슬람 근본주의 성향이 강한 지역이 바로 다게스탄이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일대가 이집트와 예멘 출신 무역상인들의 영향을 받아 순니파 이슬람으로 개종하면서 해당 지역은 샤피이파 법학파를 따르게 되었다.
인도 등 남아시아는 이슬람이 중앙아시아를 통해 전파되었기 때문에 무슬림 인구 대다수가 하나피파지만 케랄라주 무슬림들은 상당수가 샤피이파다. 케랄라 바로 옆에 타밀나두 주나 바로 위에 카르나타카 주도 하나피파를 믿는다. 현대 인도에서는 케랄라의 샤피이파 무슬림들이 온건파-세속주의 포지션이고 하나피파 무슬림들이 보수 포지션이다.
애초에 하나피파, 말리키파, 샤피이파, 한발리파 같은 이슬람 수니파 내 마드하브들은 엄격히 분리된 별개의 종파가 아니다. 어차피 수니파는 다 똑같은 하디스 편집본들을 참조하기 때문이다. 중세 역사학자 이븐 카시르가 샤피이파였지만 이븐 타이미야나 이븐 카임 알 자우지야 같은 한발리파 신학자들의 제자였던 것에서 보듯 학파 사이의 교류는 흔했고 비교하자면 동네 교회 바꾸는 식으로 법학파 변경도 자유로웠다. 아랍권 기준으로 같은 샤피이파라도 이집트의 샤피이파와 시리아와 팔레스타인 지역의 샤피이파의 문화가 완전히 다르다. 마드하브를 법학파라고 번역하는 것에서 보듯 마드하브의 차이는 샤리아란 샤리아법 적용 방식의 차이일 뿐이다. 전술한 대로 이집트나 아니면 한국인 무슬림들과 교류가 좀 많은 말레이시아에서는 샤피이파가 중도 성향이라 최고라고 주장하지만 애초에 어느 마드하브가 평균적으로 더 보수적이고 더 진보적이라거나 중도적이라고 단정짓기 어렵다.
3. 여담
이집트를 중심으로 발전하였는데 문제는 이집트의 여성 할례 악습[3]이 샤피이파의 전파 경로를 따라 예멘과 인도네시아에도 전해졌다는 것이다.[1] 무함마드의 행적. 꼭 지켜야 하는건 아니지만 순나를 지키는 것이 강력히 권고된다.[2] 원래는 시아파 이스마일파들이 세운 대학교였는데 살라딘이 이를 순니파 신학교로 변경시켰다.[3] 팔레스타인과 시리아 일대에는 없는 악습으로 기원전부터 기록된 이집트와 동아프리카, 서아프리카 지역의 전통 악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