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24 19:06:26

드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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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상세3. 장점4. 단점
4.1. 배열 자체의 문제점4.2. 쿼티 배열에 대한 경로의존성
5. 논란

1. 개요

Dvorak / Dvoraks Simplified Keyboard(DSK)

드보락(Dvorak)은 1932년 워싱턴 대학교오거스트 드보락 박사가 연구 끝에 제안한 영어 자판 배열 방식이다. 쿼티에 대항하여 보다 빠르고 편하게 타자를 치기 위하여 개발되었다. 쿼티와 더불어 미국 표준으로 지정되어 있다.

2. 상세

A, E. I, O, U의 5개 모음이 왼손 중간열에 놓아져 있고, 영어에서 많이 쓴다는 T와 N 등을 오른손 중간열에 배치하는 등 보다 타자를 쉽게 칠 수 있도록 배열되어 있다. 덕분에 쿼티 배열보다 타자 효율이 좋다. 다만 타자 효율이 기존에 널리 퍼져 있던 쿼티 배열을 몰아낼 만큼은 아니었던 탓에 지금도 영문 키보드 배열은 대부분이 쿼티 배열이다.

드보락과 비슷한 속도에 쿼티의 단축키를 최대한 그대로 쓰도록 개발된 콜맥Colemak 자판의 등장으로 기존의 장점이 많이 퇴색되었다. 심지어 어떤 통계 자료에 따르면 콜맥이 약간 우위라고 한다.# 다만 콜맥은 인지도도 낮고 윈도우 등의 OS에서 기본으로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편의상 드보락으로 회귀하는 경우도 소수나마 있다. 결국 비 쿼티 자판 중에서 표준 프리미엄을 받아 점유율은 가까스로 챙긴 배열이 되었다.

애초에 타자라는 것이 딱 손안의 범위 내에서 왔다갔다하는 수준이기에, 그 유효 범위 내에서 아무리 알파벳 배치를 바꿔봐야 부처님 손바닥 안이라는 한계가 존재한다. 다르게 생각해 보면, 키보드의 윗줄과 아랫줄을 치면 막 불편하다고 체감할 정도가 되지는 않는다. 자신이 작성한 글 중 어느 글이 키보드 윗줄을 많이 사용했는지 선뜻 알아챌 수는 없다. 어느 글을 쓸 때 더 편했는지를 딱히 모르겠다면, 드보락으로 바꾼다 한들 편해졌다고 체감하기 힘들다는 의미이다.

세상에서 가장 빨리 타자를 치는 사람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바바라 블랙번(Barbara Blackburn)도 드보락 배열의 타자기를 사용해 기록을 달성했다. 1976년 달성한 기록으로, 37,500타라는 충격과 공포의 속도를 내었다.

3. 장점

  • 치기 편하다
    파일:eqwerty.png

    쿼티 자판의 빈도수 분포도. 라틴 문자 E에 가장 많은 빈도를 보인다.

    파일:edvorak.png

    드보락 자판의 빈도수 분포도

    가운데 줄에 r을 제외하고 영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자음을 배치하였다. 그에 비해 거의 사용되지 않는 자음은 끝쪽에 배치하여 평균적인 피로도가 쿼티에 비해 낮은 편이다. 자주 치는 글자[1]들이 가운데 줄에 몰려 있어 치기 편하다는 점이 드보락의 최대 장점이다.
  • 왼손과 오른손이 쿼티에 비해 확실히 균등하게 배분된다
    모음은 모두 왼쪽의 중간열에 배치되어 있고, 자음은 마침표와 쉼표까지 왼쪽으로 이주시키면서까지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이에 왼손과 오른손을 번갈아 칠 수 있어 배분 효과가 확실하다. 이는 영어권에서는 Alternating이라고 표현한다. 반면 경쟁 자판인 콜맥의 경우 한 손 내에서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손 피로 문제를 해결했는데, 이는 Rolling이라고 한다. Alternating이 가지는 확실한 장점은 대부분의 라틴 문자 사용권에서 사용되는 언어를 입력함에 있어 언어별로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라틴권 언어에는 음절마다 모음이 들어가기 때문에 다른 언어권에서도 드보락을 나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 대안 자판 중 그나마 호환성이 좋다
    호환성에 있어 쿼티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쿼티의 피로감이 심해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다른 대안 자판들은 대부분의 입력기에서 기본으로 지원되지조차 않기 때문이다. 콜맥을 기본으로 사용하려면 레이아웃을 설치해야 하고, 다른 대안의 경우에는 아예 별도의 입력기를 깔거나 리매핑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한다. 반면 미국의 복수 표준인 드보락은 일단 표준인 만큼 인지도도 높고 그러한 지원 정도도 넓은 편이다. 이는 한국의 세벌식도 비슷한데, 신세벌식, 세모이 등 더 효율적인 대안 자판들이 여러 가지 나왔지만, 윈도우와 맥에서는 90, 91 배열만 기본 지원하기 때문에 세벌식 390과 세벌식 최종이 가장 많이 쓰인다.

4. 단점

4.1. 배열 자체의 문제점

위에 히트맵을 봐도 알 수 있지만, 세벌식, 콜맥, Bépo 등의 대안 자판들 중에서 유독 약지와 소지의 사용 비율이 높다. r, l, s, a, o는 사용 비율이 상당히 높은 글자임에도 약지 또는 소지에 위치해 있는데, 생각보다 손가락 피로를 크게 발생시킨다. 타자 속도가 빨라지고 구름타법을 익힌 이후라면 크게 문제되진 않지만, 글자가 잘 생각나지 않아 손가락이 공중에서 체류하는 시간이 긴 연습 초기에는 소지에 뻐근한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피로가 심하다.

4.2. 쿼티 배열에 대한 경로의존성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가르치는 자판 배열이 대부분 쿼티 배열인 상황에서 쿼티 배열과 일치하는 글자가 a 와 m뿐인데다가 특수문자의 배열도 완전 다른[2] 드보락 배열은 기존의 쿼티 사용자가 습득하기에 결코 쉽지만은 않다. 그래도 드보락 배열이 엄청 혁신적이었다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뒀겠지만, 드보락의 비교우위가 이미 널리 보급되고 알려진 쿼티 배열에 대한 경로의존성을 뛰어넘을 정도는 못 되기에 드보락 배열을 다시 배우는 것은 귀찮고 필요 없는 일이 되었다. 그래서 배우기에 몇 달은 족히 걸리는 새로운 자판보다는 그래도 기존에 능숙하게 치던 자판을 쓰는 것이다. 1956년 미연방 조달청에서 드보락에 대해 익히는 노력에 비해 쿼티 대비 이득이 없어 전환하려고 할 경우 교육비용이 더 클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을 정도.

이렇게 쿼티가 절대적 우위를 점한 상황에서 컴퓨터의 발달이 이뤄지다보니 단축키, 소프트웨어, 한영 전환 등 기본적인 키보드 기능들은 전부 쿼티 배열을 기준으로 맞춰지게 됐고, 이런 상황이 지속되며 다수의 쿼티 사용 → 쿼티 위주로 개발 → 대부분 쿼티 사용이라는 순환을 만들게 된다.

또한 다언어 구사를 목표로 할 경우 굳이 쓸 필요가 없다. 드보락은 일반적인 로마자 타자 에서 우위를 갖는 것이 아니라 영어 타자에서 좀 더 나을 뿐이기 때문이다.[3]
  • 단축키 사용의 어려움
    쿼티에서 Ctrl CV를 왼손만으로 칠 수 있다. 하지만 드보락에서는 두 키 모두 오른쪽에 있다. 오른쪽 Ctrl을 사용하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마우스를 오른손으로 조작하고, 한국의 경우 오른쪽 Ctrl 키가 한자 키인 만큼 오른쪽 Ctrl에 적응하기 더욱 불편하다.

    드보락에서는 Ctrl CV처럼 사용하려면 각각 J,K로 할당해야 한다. 어차피 Ctrl CV에서 V는 이니셜이 아니긴 하나, Copy의 이니셜인 C와 바로 옆의 키인 V를 합쳐서〈CV〉즉 복사&붙여넣기 세트로 직관적인 이해를 할 수 있는데 드보락은 그럴 수 없어 직관적으로 단축키를 떠올릴 때는 단점이다. 그나마 억지로 COPY와 엮는다면 COPY, PASTE중 각각 O,E로 할당하면 되나 이니셜이 아니라 아무거나 갖다 맞춘 것이고, 밑줄이 아닌 중간줄 인지라 불편하다. 이 정도 쯤은 전혀 문제없다면, 굳이 쿼티 배열도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는걸 일반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생각 할 수 있다. 쿼티 배열에 익숙해진 사람이 드보락을 써야할 만큼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OS X의 경우처럼 일반적으로는 드보락이지만 단축키 이용 시는 쿼티로 동작하는 변형 배열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윈도우즈에서도 날개셋 입력기를 사용하면 드보락이나 콜맥 자판을 사용하면서도 단축키는 쿼티로 동작시킬 수 있다. 물론 콜맥 자판의 경우 따로 설정을 변경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단축키가 호환된다.
  • 호환성
    대부분의 게임이나 소프트웨어의 단축키는 쿼티와 두벌식에 맞추어저 있는 곳이 태반이다. 당장 WASD 방향키부터 쿼티 기준이고, vim처럼 HJKL에 의존하는 에디터도 존재한다.[4]
  • 한영 전환 문제
    리눅스라면 나비나 아이버스 같은 한영전환 소프트웨어를 깐다면 해결되고, 맥은 macOS Sierra부터 캡스 락한영 키로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윈도우 IME는 한글의 영어 입력을 쿼티로 고정하놓았기 때문에 드보락 - 한글의 전환은 한영 키로 불가능하다. 언어 설정에서 영어를 추가하고 키보드를 드보락으로 설정한 뒤, 한영 전환은 Alt + Shift로 해야 한다. 날개셋 등의 추가 소프트웨어를 깔아도 되지만 이 경우 타인의 컴퓨터를 사용할 때 빠른 설정이 불가능하다.

5. 논란

영문 자판에서의 세벌식과 비슷한 위치에 있지만 실상 위상이 동일하지는 않다. 세벌식의 경우 일단 두벌식 사용자들도 대부분 익숙해진 후에는 세벌식 자판이 유의미하게 효율적임을 인정하는 반면, 드보락 자판 자체에 대해 문제제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 일례로 미국 경제학 교수 둘이 쓴 기고문에 따르면, 드보락 자판의 월등한 속도 향상을 주장하는 소스들을 추적해 봤더니 드보락 본인이 쓴 글로 모두 회귀하는데다, 그 증거 자료도 조작된 것으로 의심이 간다고 말한다. 국내에 번역 출간된 경제학 서적에서는 쿼티의 경제학적인 우월지위를 차지하는 대세에 대해 다루는 기고문이 있는데 중간에 드보락의 언론플레이에 대한 반박이 등장한다.

단 이것이 쿼티가 드보락보다 효율성이 낫다는 주장은 아니고, 단지 드보락 교수의 논지가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는 의혹이다. 따라서 요즘의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재분석된 드보락 배열 자체의 효율성까지 논박할 수 있는 논란은 아니다. 예를 들면 쿼티 배열에서 빈도 수가 높은 글자들이 기본 자리에 위치하지 않는 점이나 연타 수, 손가락 이동거리, 각 손가락 사용 빈도들이 쿼티 배열보다는 드보락에서 더 효율적이라는 분석 결과들이 새로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SAT에서 많이 사용되는 단어들을 분석하면 콜맥이 69점으로 가장 우수하고, 드보락이 67점으로 근소한 차이로 밀리는 반면, 쿼티는 겨우 47점으로 저 아래 심연에 위치해 있다. #

즉, 이 논란은 드보락 배열의 효율성 자체보다는 조작된 연구결과로 드보락 배열이 미국 표준 자판의 자리를 차지했다는 의혹에 대한 논란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일반인의 주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수준으로 진화하지, 미세한 효율성 증가를 따라서 바뀌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 된다. 기존 지식을 버리고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는 새로운 능력을 익히는 과정의 기회비용에 대중들의 수를 곱한 양은 일부 사람들의 생각보다 엄청나게 크기 때문이다.


[1] a, o, e, u, i, d, h, t, n, s[2] 숫자 키가 아닌 곳에 위치해 있는 특수문자의 위치가 전부 다르다. 다행히도 한 글쇠 내에서의 배열은 동일하다. (-/_, =/+ 등)[3] 물론 쿼티가 더 효율적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른 라틴문자 사용 언어의 경우에도 쿼티는 대개 효율적이지 않고, 언어별로 대안 자판들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 쿼티의 아류 중 하나인 AZERTY는 효율성이 끔찍하고, 프랑스어 자판임에도 다이어크리틱 입력조차 사실상 불가능해, 프랑스에서는 <Bépo>라는 자판을 2019년에 에이저티와 함께 공식 복수표준으로 지정했다.[4] 단순히 리매핑을 하면 되는 수준이 아니라, vim은 새끼손가락이 닿는 곳에 f검색시 다음 일치하는 문자로 이동하는 키인 ';'나 Esc를 대체하기 위한 'c-[', 매크로 반복을 위한 '.'이나 검색을 위한 '/', '?'등 거의 대부분의 키가 정확하게는 차이가 있지만 쿼티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결국 드보락 사용자는 자판을 잠시 쿼티로 바꿔서 컨트롤하거나 게임 설정에서 모든 키를 드보락에 맞게 고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