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2-10 13:13:43

실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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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失速
1.1. 실속현상에 대하여1.2. 최대 양력의 한계와 실속의 형태1.3. 실속에 빠지지 않으려면1.4. 실속이 일어나면1.5. 관련 문서
2. 實속

1. 失速

실속(, stall)은 항공기의 속도가 특정 속도 이하로 느리거나, 항공기가 가질 수 있는 최대 받음각 이상으로 받음각을 지나치게 높였을 때 유동의 박리로 인하여 양력이 감소하고 항력이 급증하며, 박리된 유동으로 인해 조종면의 조작이 정상적으로 작용하지 않아 양력과 조종성을 잃고 추락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양력이 중력을 이겨내지 못할 만큼 약해지는 현상이다.


실속 시 날개 위를 흘러가는 공기 흐름의 변화


보잉 717 실속 테스트[1]


에어버스 기종의 실제 실속 경고 알람.

1.1. 실속현상에 대하여

항공기가 고도를 유지하려면 최소한 현재의 항공기 중량은 끌어 올릴 만큼의 힘, 즉 중력보다 큰 양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항공기에서 발생하는 총 양력의 크기는 항공기 주변의 유동조건, 항공기의 형상에 의하여 결정된다. 특정한 조건에서 항공기가 발생시킬 수 있는 양력의 크기는 한계가 있으며, 이때 항공기가 발생시킬 수 있는 최대양력이 항공기의 중량보다 작아지기 시작할 때의 속도를 실속속도라 한다. 원칙적으로는 단순히 양력이 중력보다 작아지는 속도를 실속속도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최대양력을 낼 수 있는 받음각에서 양력이 중력보다 작아지는 속도를 실속속도라고 부른다.[2]

주의할 점은 항공기의 속도는 항공기 자체의 속도가 아니라 항공기에 대한 상대풍의 속도(airspeed)를 나타내기 때문에 같은 실속속도라도 대기조건(속도, 밀도 등)에 따라 항공기의 절대속도는 천차만별이다. 그리고 항공기의 중량에 따라 요구되는 최소한의 양력의 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무게 역시 실속속도에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비행 고도가 낮고 대기온도가 낮아 공기 밀도가 높아질 경우 평소보다 더 큰 양력을 얻을 수 있으므로 실속속도가 낮아지게 된다. 반대로 고도가 높은 곳에 있거나 더운 지방에 있는 공항에서 비행기가 뜨고 내릴 때 평소보다 실속속도를 더 여유있게 잡아야 한다. 게다가 낮은 공기밀도, 더운 공기는 엔진출력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이륙거리가 더 늘어난다.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올 경우 활주로가 폐쇄되는 상황도 발생한다.

최대양력이 발생하는 지점은 항공기가 가질 수 있는 최대 크기의 받음각이 되는데 이 이상으로 받음각을 높이면 양력이 줄어들다가 유동박리에 의한 실속이 발생하여 추락하게 된다. 이러한 형태의 실속은 저속에서, 특히 이착륙 시에 자주 일어나게 된다.

또 다른 경우로는 지나친 급선회를 할 때 발생한다. 선회를 하기위해서 항공기는 양력을 구심력으로 사용하게 되어 더 작은 선회각을 가지기 위해서는 더 큰 양력이 요구된다. 당연하게도 이때 역시 항공기가 자신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최대의 양력이 존재하고 이 양력의 크기에 의해서 최대선회각이 결정되게 되는데 조종사가 한계 이하의 선회각을 만들어 내기 위하여 지나치게 받음각을 키우게 되면 실속이 발생하게 된다. 즉 이 두 경우 모두 지나치게 높은 받음각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데 이러한 받음각의 한계는 뒤에서 설명한다.

착륙 시에 항공기는 실속해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고 오해할 수 있는데, 정상적인 착륙이라면 바퀴가 땅에 닿는 순간까지 실속하지 않는다. 받음각을 조금씩 높여 속도를 줄이면서 고도를 동시에 낮추는 것이다. 비행기가 고도를 낮출 때 한번에 쭉 떨어지는 게 아니고 몇 백 피트씩 끊어서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파이널 어프로치 때에는 부드러운 강하를 위해 무게보다 양력(속력)을 줄여 지속적으로 고도를 낮추지만 마지막까지 양력 자체를 잃는 것은 아니다. 정상적으로 설계된 비행기가 출력과 구조를 유지하는 이상 한번에 양력을 잃기는 어렵다. 최소한의 출력과 낮은 받음각을 유지하면 추락하지 않고 글라이딩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너무 높은 받음각을 가지게 되어 출력이 항력보다 낮아져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경우, 받음각이 임계 이상이 되어 박리가 일어나는 경우 불연속적으로 양력이 감소하게 되며 급격한 낙하속도 증가, 즉 추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를 실속이라고 부르며 불연속적으로 일어나고 손쓸 방법도 마땅찮아 사고를 일으키게 된다.

실속현상은 항공기의 설계에 있어서 중요하게 고려되는데 이는 항공기의 이착륙 성능과 기동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항공기의 실속 속도가 느리다면 이착륙 시 더 느린 속도로 뜨고내릴 수 있으므로 활주거리도 짧아지고 타이어 수명을 늘릴 수 있으며 행여 비상착륙 할 때도 더 안전하다. 군용 항공기의 경우에는 실속속도가 더욱 중요한데 군용 항공기는 비상활주로나 간이활주로에서 작전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아군 기지가 공격 받아 활주로 복구가 다 안된 상태에서도 어느정도 작전에 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함재기항공모함의 짧은 갑판 활주로에서 뜨고 내려야 하므로 실속 속도를 낮추는게 중요하다. 이러한 실속속도를 낮추기 위해서 항공기를 설계할 때 항공기가 가질 수 있는 최대양력계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높은 최대 양력계수는 또한 앞서 설명한 것으로 부터 알 수 있듯이 더 큰 양력을 만들 수 있게되어 더 우수한 기동성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 플랩이나 슬랫등의 고양력 장치는 이를 위하여 존재하며 특히 앞전플랩은 뒤에서 설명할 유동의 박리를 지연시켜 에어포일이 더 높은 받음각을 가질 수 있게 해주며 이를 통해 선회시 더 큰 양력을 만들어 낼 수 있게 하기 때문에 많은 전투기에 장착되어 있다. 실속과 직접적 연관은 없으나 고양력 장치와 함께, 날개 면적 대비 무게(익면하중)을 작게 하여 양력의 발생량 자체를 증가시키는 방법도 있다.[3] 참고로 알아두도록 하자. 이러한 공기역학적 관점에서의 솔루션 뿐만 아니라 엔진에서 발생하는 추력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며, 전투기들은 상당히 강력한 엔진힘을 이용, 부족한 양력을 엔진의 추력으로 보태서 뜨는 힘을 만들 수 있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형태로 TVC(Thrust Vectoring Control)이라는 기술이 있는데, 이는 엔진의 배출 가스의 방향을 노즐을 조절하여 변화시켜 원하는 방향으로 힘을 더해주는 기술이다. 이와 비슷한 경우로 AV-8 해리어 같은 일부 특수한 수직착륙이 가능한 기종들은 엔진 분사구 방향 자체를 바꾸어 심지어 양력을 만들지 못하는 정지 비행 상태에서도 고도를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비행기들의 경우 실속에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다.

헬리콥터의 경우 실속속도의 개념은 없으나 헬리콥터 역시 로터에서 발생하는 양력으로 비행하기 때문에 블레이드에서 실속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로터에서 발생하는 실속은 일반적인 고정익기와는 조금 다른 특성을 나타낸다.

요즈음은 전기전자기술과 컴퓨터제어기술의 발달으로 100kg 미만의 멀티콥터형 드론 같은 경우는 양력자체를 무시하고 추진모터의 힘으로 뜨기도 한다. (즉 사실상 추력만으로 부양)

이러한 실속은 사고로 이어지기 쉬운데, 앞서 언급하였듯이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 실속이 자주 일어나게 되며 또한 급선회 시 발생하게 된다. 실속에 빠지게 되면 항공기가 양력을 잃으면서 고도를 잃게 되는데 특히 이착륙 시에는 고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땅에 그대로 충돌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뿐만아니라 이착륙 시 활주거리를 줄이고 랜딩기어와 브레이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최대한 높은 받음각을 유지하며 속도를 최대한 작게 하게 되는데 이렇듯 높은 받음각에서 주변 유동이 급격하게 변하거나 조종사의 실수, 기체결함 등으로 항공기가 한계를 넘겨 실속이 발생하게 되면 그대로 추락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많은 사고가 이착륙 시 발생하게 되며 이러한 사고를 줄이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고있다. 이와 다르게 선회시에는 한쪽 날개만 실속에 빠져 스핀현상이 발생 할 수 있는데 이때 항공기는 조종성과 안정성을 상실하게 되며 양력을 잃었으므로 추락하게 된다. 이때 추락하면서 어느정도 자세가 안정되게 되면 조종성을 회복하며 실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데 충분한 고도가 없다면 땅에 충돌하여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참고로 실속이 발생하였을 때 조종성과 안정성을 상실하는 것은 박리유동때문이다. 비행기는 조종면의 각도를 변화시켜 유동의 흐름의 방향을 바꾸어 양력의 크기를 바꾸거나 모멘트를 변화시키는데 유동이 박리하여 에어포일에서 떨어져 나간 경우 유동의 흐름을 효율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힘들어져 조종성을 상실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또한 이러한 박리유동은 비정상(unsteady) 유동으로 항공기에 작용하는 힘이 계속해서 변화하게 되어 안정성을 잃을 수 있다.

실속은 방패연에서도 발생하며 방패연을 날려보았다면 이를 겪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일단 바람이 없거나 약하면 애시당초 양력이 발생하지 않아 연이 뜨지 않게 된다. 그런 경우 연줄을 잡고 뛰어서 속도를 내어 양력을 발생시키려 몸부림을 . 또한 멀쩡히 잘 날던 방패연도 바람의 방향이 갑자기 바뀌든가 해서 각도가 안 맞으면 갑자기 지상을 향해서 돌격하게 되는데 이것이 실속이다.

1.2. 최대 양력의 한계와 실속의 형태

실속은 항공기의 양력이 감소하고 항력이 급증하는 현상을 말하며 실속이 일어나기 직전의 양력계수의 크기를 최대양력계수라 한다. 즉 항공기가 가질 수 있는 최대 양력의 크기는 실속이라는 현상에 의하여 한계를 가지게 된다. 실속의 원인을 간단하게 말하면 경계층 박리로 인하여 발생하는 압력항력의 급격한 증가에 따른 총 항력의 증가와 함께, 부착유동에 비해 높은 압력을 발생시키는 박리유동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에어포일 윗면의 압력 증가로 인한 양력의 감소이다. (박리가 일어나는 에어포일은 와류가 형성된 뒤쪽의 경우 압력이 감소하지만, 양력 발생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윗면의 앞쪽 부분의 압력이 높아지게 된다.)

이때 경계층 박리는 유체의 점성력의 큰 영향은 받는 경계층이라는 얇은 층이 에어포일 표면으로 부터 떨어져 나가면서 발생한다. 경계층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에어포일 표면의 유체입자는 에어포일 표면에 점착되며, 이들의 에어포일에 대한 상대속도가 0이된다. 이 점착된 입자로 부터 만들어 지는 점성력으로 인하여 유체 입자의 속도가 느려지게 되며 이들은 에어포일 표면으로 부터 멀어질수록 자유유동의 속도에 가까워져간다. 이때 자유유동의 속도에 비하여 속도가 작은 층을 경계층이라 한다.[4] 그런데 에어포일 표면에서 역압력 구배가 형성되면(유동의 방향에 따라 진행할수록 압력이 증가하는 상태) 유체입자는 압력을 이겨내면서 운동해야하는데, 유체의 점성력으로 인하여 속도가 떨어진 유체 입자들은 에너지가 감소하게 되고, 이들은 압력이 만들어내는 힘을 견디지 못하여 역류하게 된다. 이렇게 유동이 역류하게 되면 와류가 형성되게 되고 이로 인하여 에어포일 표면에서 유체의 흐름이 떨어져 나가게 된다. 이러한 역압력구배는 받음각이 커질 수록 강해지며, 이로인하여 실속이 발생하지 않는 받음각의 범위가 존재하여 최대양력에 한계가 만들어지게 된다.

오해가 있을 수 있어 추가적으로 설명하자면 받음각은 항공기의 지면에 대한 자세가 아닌 자유유동의 진행방향에 대한 항공기의 자세를 의미한다. 즉 그냥 보기에는 멀쩡하게 수평의 자세를 취하고 있어도 속도가 지나치게 느려 고도를 유지하기 위한 충분한 양력을 가지지 못하고 이로인하여 낙하할 때 지면에 대한 y축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지게 되는 경우, 항공기의 관점에서 실질적인 받음각은 증가하게 되고 이는 실속으로 이어진다. 단순히 양력이 부족하다고 바로 실속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양력이 부족하여 지나치게 빠르게 고도가 감소할 때, 이 낙하 속도가 증가함에 따라 받음각이 증가하게 되고[5] 결국 어느 수준에 이르러서는 항공기에게 허용된 최대 받음각을 넘어서 실속에 빠지게 된다.

참고로 최대양력계수는 레이놀즈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즉 레이놀즈수에 따라 한계 받음각의 크기가 달라지게 된다. 레이놀즈수는 유체의 특성을 나타내는 무차원수로 정성적으로 표현하자면 관성력/점성력을 나타낸다.[6] 이때 레이놀즈수는 속도가 높아질수록, 특성길이(에어포일의 경우 시위선,즉 앞전과 뒷전의 끝점을 이은 선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커지며, 점성력이 높을수록 낮아지는데 낮은 레이놀즈수는 점성력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볼수 있다. 정리하자면 레이놀즈수가 낮아짐에 따라 점성력의 영향이 커지고 앞서 언급한 역류가 더 쉽게 일어나게 된다.

에어포일의 실속 형태는 크게 두가지 종류가 있는데 한가지는 앞전실속이고 두번째는 뒷전실속이다. 앞전실속은 유동이 앞전에서 부터 박리되며 이 경우 임계각을 넘으면 박리된 유동이 에어포일 전체를 덮으면서 급격한 실속이 발생한다. 이와 반대로 뒷전실속은 에어포일의 뒷전에서 부터 박리가 시작되는데 받음각이 커짐에 따라 이 박리 영역이 앞전으로 서서히 넓어져 가며 결과 완만한 실속이 발생한다. 받음각에 따른 양력계수의 그래프를 보게 되면 앞전실속의 경우 일정각 이상에서 수직으로 양력계수가 떨어지는 것을 확인 할 수 있고 뒷전실속의 경우에는 양력계수가 곡선을 이루면서 서서히 감소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앞전실속은 얇은 에어포일이나 날카로운 앞전을 가진 에어포일에서 주로 나타나며 뒷전실속은 주로 두꺼운 에어포일이나 뭉툭한 앞전을 가진 에어포일에서 나타난다.

이런 양력계수는 당연히 공기의 밀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고공에서 공기 밀도가 낮아지면 양력이 떨어지고 실속이 일어나지 않는 공기속도의 범위도 좁아진다. 그 안전범위보다 빠르면 공기흐름이 박리되며 양력이 떨어지고 그보다 낮으면 공기 흐름이 느려져 양력이 떨어진다. 그런 안전 속도범위는 공기밀도가 높은 저공에서는 범위가 넓지만 고공으로 올라갈 수록 공기밀도가 낮아져 안전 속도 범위가 극단적으로 좁아지는데 그 고도가 그 항공기의 상승고도의 한계가 된다. 이걸 고도와 공기속도의 도표로 나타내면 위로 갈수록 좁아져 마치 삼각형 피라미드 꼴로 위로 표시되어 이를 Coffin corner (관짝 모서리) 라고 부른다. 그래서 항공기가 상승고도 한계 가까이 비행하거나 결빙 등으로 날개면의 양력이 떨어지거나 연료나 화물을 많이 실어 비행기가 무거운 경우에는 쉽게 실속하고 일단 실속이 시작되면 수평 꼬리 날개도 제어력을 잃어 자세를 제어를 하기 어렵고 실속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워 비행기가 순식간에 고도를 잃고 돌멩이 처럼 떨어져 추락하기도 한다.

1.3. 실속에 빠지지 않으려면

관련된 개념으로 실속안정성이라는 게 있는데 이것은 실속 시 얼마나 실속 상태에서 잘 빠져나오는가 하는 능력이다. 보통 크고 넓고 직선형 날개를 가질수록 속력은 낮지만 실속에 잘 안 빠지는데 간단한 예로 중급 훈련기인 KT-1 같은 경우에는 대단히 우수해서, 비행사가 조종간을 놓아버리면 알아서 저절로 실속에서 벗어난다고 하며 초급 훈련기인 T-103[7] 같은 경우 웬만해선 일부러 실속시키기도 어렵다고 한다. 실제로 2011년에 발생한 비행훈련 중 추락사건도 실속이 아니라 저공비행 중 전깃줄에 걸려서(...)였다.[8] 대낮에도 까딱 살수하면 추락하는 수준으로, 사실 전깃줄은 상당히 튼튼해서 헬리콥터는 물론 MiG-21같은 대형 전투기들도 걸렸다 하면 추락하기 일쑤다.

반대로 최악의 예로는 F-104가 있다. 날개가 작은 데다가 날개 앞전이 매우 날카롭게 생겨서 실속에 잘 빠질 뿐만 아니라 일단 빠지면 동체가 부메랑처럼 회전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 영향으로 엔진까지 꺼지기 때문에 조종사의 사망률이 대단히 높아 별명이 과부 제조기였다. 항공기의 경우 비행 중 실속으로 인해 스핀이 걸리고 엔진이 꺼지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는 눈 덮인 고속도로에서 최고 속도로 주행하다 그립을 잃었는데 핸들이 잠기고 브레이크도 터진 것보다 더 심각하다고 보면 된다. 항공기는 기수 방향으로 전진하지 않으면 조종이 전혀 안 되는데, 이동 방향과 기수 방향이 계속 달라지는 상태에서 추력까지 잃으면[9] 자세와 양력을 회복할 방법이 없으므로 100% 추락이다. 재수없어서 3차원 스핀이 걸리면[10] 이 상태에서는 사출 레버를 당기더라도 지면을 향해 거꾸로 사출되어 낙하산이 꼬이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매우 높아지므로 아예 비상탈출까지 실패할 수 있다.

또 다른 최악의 예로 F-100(별칭은 세이버/Sabre)이 있는데, 기체 설계결함 때문에 착륙 시 플레어(뒷바퀴가 땅에 먼저 닿게 하기 위한 동작)를 하게 되면 실속하면서 기수가 더 올라가버려 아예 벽돌이 되어 양력을 잃어버리고 땅으로 곤두박질 쳐버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상당한 비전투 손실을 보게 되었고, '세이버 댄스'라는 용어도 생겨날 정도로 기피 기체가 된다. 이 세이버 댄스가 정말로 치명적이었던 이유는 착륙 시 발생하는 데 기인하는 것으로, 고도가 낮을 때는 실속이 발생하면 지면에 떨어지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실 F-104의 경우는 설계 목적(고공 요격기)에 부합하게 운영하면 이렇게 될 여지가 적었지만 이 경우는 이착륙 시 발생했던 문제라 더 최악이라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날개 형태가 직선익인 항공기는 실속 속도가 낮다. 대표적인 예가 An-2세스나의 소형기들. 후퇴익을 가진 제트기들은 여객기라 할지라도 실속 속도가 200-300km/h를 넘는다. 이러한 이유는 직선익이 후퇴익보다 대체로 같은 속도라도 양력을 더 많이 만들기 때문. 물론 직선익기는 대체로 소형항공기여서 날개 크기에 비해(즉 양력발생량에 비해) 기본적으로 워낙에 가벼운 것도 한가지 이유다. 어차피 항공기는 양력을 몇 kgf인지 상관없이, 기체 무게만 버틸 만큼 만들면 실속에는 안 빠지는 셈이니 말이다.

회전익기는 착륙할 때 완전히 수직으로 착륙하지 않고 고정익기와 마찬가지로 기수를 비스듬히 들어올린 상태에서 착륙한다. 완전히 수평인 상태에서 착륙하려고 하면 강하로 인한 상대풍 때문에 받음각이 높아지는 효과가 생기고 받음각 한계를 넘어 블레이드 자체가 통째로 실속에 걸리기 때문이다.

실속에 대한 개념을 무시한 비행기들도 있다.
  • Su-27코브라 기동을 선보이면서 항공 업계를 충격과 공포에 빠뜨렸다. 높은 아음속으로 수평비행 중 실속에 이를 정도로 피치를 급하게 치켜올렸다가 다시 낮추며 실속을 탈출하는 기동인데, 적절하게 수행할 경우 (속도는 많이 잃지만) 고도를 잃지 않고 실속에서 탈출이 가능하다. 이는 비행기가 실속에 빠질 경우 조종성이 극히 낮아져 고도와 속도를 크게 잃는다는 기존의 상식에서 벗어난 기동으로, 실속 후 기동이라는 개념과 그 가능성을 많은 이들에게 각인시켰다. 더욱 강력해진 엔진과 TVC 및 기타 여러 조종계통의 발전으로 코브라 기동을 능가하는, 심지어 중력을 무시하고 공중에 둥실 떠있는 것처럼 보이는 실속 후 기동도 가능하다.
  • An-2공식적인 실속 속도가 없는 비둘기 비행기이다. 조종사 매뉴얼에 의하면 시속 50km 이하에서는 낙하산이 떨어지는 속도로 강하할 뿐⋯. 비행안정성을 잃지 않기 때문에 그냥 조종해서 착륙시키면 그만이다. 강한 역풍을 만나면 후진도 가능[11]하다. 사실 이 비행기는 비행기가 아니라 동력기를 장착한 (Kite)에 더 가깝다. An-2뿐만 아니라 가볍고 양력 발생량이 많은 여타 초경량항공기들은 모두 비슷한 퍼포먼스가 가능하다.

1.4. 실속이 일어나면

실속이 일어나면 양력이 부족해서 비행기가 떨어진다. 땅에 닿기 전에 비행상태로 돌아오면 다행이지만, 그대로 떨어진다면 그냥 추락이다.

생각보다 실속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간단하다. 항공기가 낙하하면서 기수가 아래로 내려가면 낙하로 얻은 속도로 실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에어버스라면 기체의 안정성을 믿고 그냥 조종간을 놔버리면 스스로 회복한다.[12] 아예 일부러 기수를 아래로 숙이기도 한다. 물론 실속에 빠졌을 때 고도가 너무 낮다면 소용없다.

항공사고를 다룬 수많은 미디어에서 추락 중인데도 기수를 더 숙이는 장면이 나오는 것이 이 때문. 동력이 나갔는데 기수를 올리면 속도가 느려져서 실속해버리기 때문에, 위치에너지를 쓰면서 착륙할 때까지 비행하는 것이지만, 역시 쉽지 않다. 물론, 파일럿 훈련 시 겪는 과정 중 일부이지만 이런 상황은 절대 피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항공기의 종류나 상황에 따라 딥 스톨(Deep Stall)이라 하여 실속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매우 어려운 현상이 발생한다. 기수를 숙여서 받음각을 줄이고 속도를 높이려면 수평꼬리날개가 제대로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데 실속 시 발생하는 주날개의 후류 등에 의해 수평꼬리날개가 기수를 아래로 숙이는 힘을 만들지 못하는 상황. 이 경우 항공기는 기수가 들린 채로 한참을 떨어지며, 최악의 경우 회복하지 못하고 추락하기도 한다.

실제로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미군의 P-39 전투기의 경우 엔진이 동체 중앙에 달려있고 프로펠러 크랭크축을 통해 동력을 공급하는 다소 특이한 기체 형상 탓에 실속 상황에서 기수가 들린 채로 수직 하강하는 매우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었다.

엔진이 동체 중앙에 달려있는 만큼 무게중심을 맞추기 위해 조종석이 통상 프롭기보다 약간 더 동체 중앙에 위치해 있었고 기수에 무게추가 있었는데 이 때문에 실속시 기수가 엔진무게로 인해 저절로 내려가지 않고 기수가 들린 상태 그대로 수직 낙하해버리는 것이다.

이 문제는 가뜩이나 익면하중도 크고 추중비도 상당히 나빴던 P-39에겐 그야말로 독약이나 다름없었다. 이것은 P-39의 개량형인 P-400과 최종진화형 슈퍼 코브라 조차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치명적인 설계결함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소련에 랜드리스로 대량수출된 P-39는 전금속제 항공기라는 점과 37mm 중기관포의 자비 없는 강력한 화력, 보조 무장으로 달려있는 12.7mm 기관총의 훌륭한 성능 등으로 실속 특성을 제외한 모든 면에서 소련 조종사들에게 고평가를 받았지만⋯.

컴퓨터로 제어된다는 F-16도 상황에 따라 이 딥 스톨 현상이 생긴다. 이 경우 F-16은 기수가 위아래로 주기적으로 움직이는데 이 주기적인 움직임이 계속 반복만 될 뿐, 빠져나오지를 못한다. 그래서 엔진출력을 최대로 높이는 한편 컴퓨터 제어를 꺼버리고 일부러 더 크게 흔들리도록 유도해서 흔들림 운동의 균형을 깨버리면 다시 항공기를 제어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이렇게 빠져나오기까지 보통 3km 이상 고도가 떨어져버리므로 만약 그 정도 고도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딥 스톨에 빠져버리면 비상탈출 이외에는 답이 없다.

실속했을 때만 할 수 있는 움직임도 있기 때문에 전투기들은 일부러 실속을 일으키기도 한다. 갑자기 공기저항을 늘려서 급감속하거나, 항공기의 진행 방향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기수를 꺾는 등의 기상천외한 기동이 가능해진다. 특히 추력 편향 노즐이 있는 경우 실속 상태에서도 다소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한 바퀴 도는 것 같은 기동을 하기도 한다. Herbst 박사는 실속 이후 기동 가능성에 대해 연구했는데, 여기서 J-Turn 같은 Stall 기동이 나왔다. 전투기들은 기수 방향으로만 공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고개를 꺾는 게 중요하지만, 전투기에게 중요한 또다른 요소인 속력을 급격히 잃게 되기 때문에 이런 움직임이 정말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거의 2차 미사일 만능주의 시대라고 볼 수 있는 현대 공중전에서, 기존의 항공기로는 제한이 많았던 기동이, 고출력 엔진과 추력편향노즐을 장착한 전투기와 AIM-9X나 R-73 아처 같은 단거리/열추적 공대공 미사일의 전방위 공격 능력, 기축선외 교전 능력의 조합으로, 상황에 따라서는 진득하게 지속선회하는것보다 최대한 빨리 선회해서 적기에게 무장을 투사해서 Quick Kill 하고 빠져나오는 게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능력이 있는 전투기가 그렇지 않은 전투기와 교전하는 경우도 그럴진데, 만약 동일한 기능들이 있는 전투기들끼리 교전하게 된다면 그 중요성은 더욱 증대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추력 대 중량비가 1을 넘는 항공기는 아예 추진력으로 몸체를 들어올릴 수 있어서 헬리콥터처럼 띄워 실속 상태를 씹어먹을 수 있다. 동체무게에 비해 동력이 매우 강력한 RC비행기의 경우 기수를 치켜올려 헬리콥터처럼 띄워 파손을 방지한다.[13] 추력 깡패인 F-22이렇게 하면 된다. 평범한 비행기로 저렇게 이륙하면 이렇게 된다 (사고 영상이므로 클릭시 주의). 다만 최신형 여객기로는 가능한 듯. 이 영상을 보면 A300, 보잉 787 같은 중형 여객기는 물론이고 심지어 엄청난 덩치와 무게를 자랑하는 A380An-225도 완전 수직은 아니지만 평상시보다 높은 받음각으로 이륙할 수 있다.또 다른 영상[14] 더 많은 영상은 'Vertical Takeoff'로 검색하면 볼 수 있다.

1.5. 관련 문서

2. 實속

속이 알차다, 군더기 없는 알맹이라는 뜻.

1번 문단은 자체로 동사로 쓰여 '실속하다'라는 용례라면, 해당 표현은 '실속 있다'같이 자체가 명사처럼 쓰임으로서 구분이 가능하다.


[1] 오른쪽 위 영상은 시뮬레이터 화면이지만 영상 속의 조종실은 실제 비행 모습이다.[2] 반면에 수평비행으로 양력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속도를 순항속력(cruising speed)이라고 부른다.[3] 익면하중을 줄이기 위하여 날개면적을 키우면 항력이 커져서 순항속도가 느려진다든지, 연료소모량이 는다든지, 돌풍 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든지, 급기동 중 날개가 부러지지 않고 버티게 하려고 더 튼튼한(=무거운) 구조물을 써야 한다든지 하는 역효과가 있으므로 설계자들은 이를 항상 고민하게 된다.[4] 참고로 이러한 경계층에서 점성력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전단응력은 표면마찰항력의 원인이 된다.[5] x축 속도가 그대로인대 y축 방향으로 속도가 증가하면 총 속도의 방향의 각도는 커지게 된다.[6] 참고로 유체의 점성계수는 온도에 의존하는 함수이며 온도가 높을수록 커진다.[7] 러시아제 경비행기인 Il-103을 국군에서 도입하면서 붙인 형식명이다.[8] 이것으로 북한군이 야간에 저공비행으로 남한을 침입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다[9] 추력까지 잃은 경우 허공에서 비행기가 멈춰있는 상태라 파악하면 된다.[10] 즉 X, Y, Z 축에서 모조리 모멘트가 발생한다는 소리다.[11] 사실 후진이라고 하지만 이것은 지면 관찰자가 볼 때고, 실제로 기체 입장에서는 후진하는 것이 아니다. 항공역학적으로 더 중요한 것은 주변 기류와 항공기와의 상대속도(IAS) 이기 때문. 그저 역풍의 풍속보다 실속속도가 더 낮다는 것. 보퍼트 풍력 계급 최대치인 12등급의 기준풍속이 118km/h 정도로 수많은 항공기의 실속속도에 미치지 못하니, 이것도 충분히 대단하다.[12] 이 시스템은 이미 A300부터 적용되어 있었다.[13] 동체는 모터 축에서 발생하는 토크로 인해 프로펠러 회전 반대 방향으로 돌게 된다.[14] 에어쇼를 위해서 연습비행을 했다고 한 걸로 봐서는 각 기종들에 탑재된 엔진의 성능과, 이런 곡예비행이 가능할 정도로 가벼운 동체를 광고하기 위한 비행인 듯하다. 상기한 RC비행기의 경우처럼 동체중량에 비해 동력이 강력하면 이처럼 수직으로 이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저 영상은 카메라 각도의 영향으로 매우 가파르게 오르는것 처럼 보이는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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