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르헨티나 0 : 4 독일
2010 FIFA 월드컵 남아프리카 공화국 8강 제3경기 2010년 7월 3일 16:00 (UTC+2) | ||
그린 포인트 스타디움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 | ||
주심: 라브샨 이르마토프 (우즈베키스탄) | ||
관중: 64,100명 | ||
0 : 4 | ||
- | 3′ 토마스 뮐러 68′, 89′ 미로슬라프 클로제 74′ 아르네 프리드리히 | |
[[https://m.youtube.com/watch?v=TvuYDomznj4&pp=ygUW7JWE66W07Zeo7Yuw64KYIOuPheydvA%3D%3D|{{{#ffffff 경기 하이라이트}}}]] | [[https://www.fifa.com/tournaments/mens/worldcup/2010south-africa/match-center/300061505|{{{#ffffff 매치 리포트}}}]] | ||
Man of the Match: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1c1b21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
중계 방송 | ||
배성재 | 차범근, 차두리 |
중계 방송 | ||
시청률 23.9% |
1.1. 경기 실황
아르헨티나 선발 명단 4-3-1-2 감독: [[디에고 마라도나|{{{#000000 디에고 마라도나}}}]] | |||||||
GK 22. 세르히오 로메로 | |||||||
RB 15. 니콜라스 오타멘디 11' ▼ 70' 23. 하비에르 파스토레 ▲ 70' | CB 2. 마르틴 데미첼리스 | CB 4. 니콜라스 부르디소 | LB 6. 가브리엘 에인세 | ||||
{{{#!wiki style="margin: -16px -11px;" | RW 20. 막시 로드리게스 | CDM 14.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80' | LW 7. 앙헬 디 마리아 ▼ 75' 16. 세르히오 아궤로 ▲ 75' | ||||
CAM 10. 리오넬 메시 | }}} | ||||||
CF 9. 곤살로 이과인 | CF 11. 카를로스 테베스 | ||||||
CF 11. 미로슬라프 클로제 68' 89' | |||||||
{{{#!wiki style="margin: -16px -11px;" | LW 10. 루카스 포돌스키 | CAM 8. 메수트 외질 | RW 13. 토마스 뮐러 3' 35' ▼ 84' 15. 피오트르 트로초프스키 ▲ 84' | }}} | |||
CM 7.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 CM 6. 사미 케디라 ▼ 77' 18. 토니 크로스 ▲ 77' | ||||||
LB 20. 제롬 보아텡 ▼ 72' 2. 마르첼 얀센 ▲72' | CB 3. 아르네 프리드리히 74' | CB 17. 페어 메르테자커 | RB 16. 필립 람 | ||||
GK 1. 마누엘 노이어 | |||||||
독일 |
SBS 하이라이트 영상 |
독일은 경기 시작 직후 전반 3분 만에 슈바인슈타이거가 올린 프리킥을 토마스 뮐러가 헤딩으로 방향만 살짝 바꾸며 선제골을 기록했고, 이것은 경기의 승패를 결정짓는 골이 되었다. 이 후에도 아르헨티나는 에인세의 실수로 실점할 위기에 놓이지만 토마스 뮐러의 패스를 받은 클로제의 슛이 넘어가며 위기를 모면했다.
하지만 수비가 다시 안정을 찾고 메시가 축신 모드로 돌아오면서 아르헨티나는 특유의 공격 템포를 찾은 듯한 모습으로 독일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좌로는 람, 우로는 보아텡이 버티고 있는 독일의 수비진은 굳건했고 노이어는 이과인의 결정적인 슛을 선방하며 아르헨티나를 난감하게 만들어 버렸다. 특히 이과인은 전반 중반, 독일 수비진을 상대로도 좋은 볼 키핑을 보이며 간간히 유효슛팅을 날리는 등, 전반전엔 어느정도 고군분투 했다.
그러다 큰 오심이 하나 나왔는데, 메시가 볼키핑을 할 때 뮐러가 수비를 하러 붙었다가 공이 메시의 손에 맞고 뮐러의 팔에 맞았는데 주심은 뮐러의 핸들링만 보고 경고를 주었고 다음 경기 출전이 불가능해졌다.
후반 시작 후 잠시 밀어붙이던 아르헨티나는 앙헬 디 마리아가 그림같은 중거리슛을 때렸지만 골문을 벗어났고, 경기는 소강상태로 접어든다. 그러던 중 독일 이 아르헨티나의 페널티 지역으로 공을 넘겼고, 뮐러가 넘어지면서 툭 찔러준 공을 루카스 포돌스키가 받아서 왼발로 그림같이 패스해주자 앞에 있던 클로제가 이를 받아 침착하게 살짝 차넣었다.
이렇게 독일이 2:0으로 앞서가기 시작하자 아르헨티나는 골을 만회하기 위해 죽어라 뛰었지만, 독일의 수비는 여전히 굳건했고, 마라도나는 오범석 모드가 발동되어 그나마 포돌스키와 외질에게 유린당하고 있던 오타멘디를 빼고 파스토레를 집어넣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르헨티나의 수비진은 슈바인슈타이거의 동네 앞마당 산책하는 듯한 돌파를 막아내지 못하며 수비수 프리드리히에게 충격적인 세 번째 골을 허용하고 만다. 후반 중반에 이미 3점 차이로 벌어진 시점에서 아르헨티나 팀에게는 일말의 희망도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답답해진 마라도나는 보아텡과 프리드리히, 슈바인슈타이거에게 완벽히 차단당하면서 투명인간이 되어가고 있던 곤살로 이과인을 빼고 세르히오 아궤로를 투입했으나 아궤로라고 해서 독일의 철벽수비를 뚫을 재간은 없었다. 공격과 수비 양면에서 총체적인 난국을 맞이한 아르헨티나는 감독부터 시작하여 선수까지 의욕을 상실하고 정신줄을 놓아버렸으며, 메시와 카를로스 테베스는 어떻게든 뭔가 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독일의 수비는 정말 단단했다. 어떻게 때려도 어떻게 들어가도 수비수는 양파 껍질 벗겨지듯 계속해서 등장했다. 결국 역습을 허용하며 메수트 외질의 크로스를 그림같이 주워먹은 클로제가 개인 통산 월드컵 14호 골을 터뜨리며 쐐기를 박아버렸다.
이렇게 독일이 4:0으로 완전히 앞서게 되자 모든 아르헨티나 팬들은 영혼을 잃은 듯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하염없이 바라보았고 마라도나는 이런 초유의 사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머리를 감싸쥐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결국 그렇게 경기는 독일의 대승으로 끝이 났고, 4년 전 승부차기 분패의 설욕을 다짐했던 아르헨티나는 설욕은커녕 더더욱 비참하게 대패를 당하며 쓸쓸히 이번 월드컵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아르헨티나와 독일전 선발 라인업인데, 이날 아르헨티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센터백 출신인 오타멘디를 라이트백으로 기용한 것과 3미들진에 앙헬 디마리아를 집어 넣은 것이다. 디 마리아의 경우 지금의 좋은 수비가담 능력과 경기 조율 능력이 발전된 완생의 단계가 아닌 벤피카 시절의 윙어와 스트라이커에 특화된 미완의 선수였다. 이런 선수를 다이아몬드 전술의 3선라인에 넣는 것 자체가 수비시 측면약점을 부각시키고, 장점인 중원장막마져 붕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특히 아르헨티나가 사용하는 4-3-1-2의 경우 측면이 취약하기 때문에, 특히 풀백들에게 빠른 기동성과, 어마어마한 활동량이 4-3-1-2의 약점을 지우는 필수요소들이다.[1] 사실 이 전술은 쉬어가는 경기였던 그리스전을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사용해서 전승을 거둔 전술이긴 한데 상대가 모두 아르헨티나가 선수기량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몇 수 아래의 상대들이라 이기긴 했지만 우승후보급인 팀을 만나자 곧바로 학살당했다.
물론 오타멘디도 전반전에 전방까지 올라가서 이과인에게 좋은 찬스를 제공하는 등, 전체적인 빌드업에 도움을 주었고, 로드리게스와 함께 측면을 잘 커버했다. 그러나 후반전 실점 장면에서 태클을 시도하자 혼자 엉덩방아를 찍으며, 포돌스키의 무혈입성을 방치해버렸고, 결국 포돌스키의 패스를 받은 클로제가 그대로 냅다 넣으면서 2-0이 되었다.
그리고 오타멘디를 빼고, 파스토레를 집어넣는 것은 마라도나가 얼마나 전술적으로 무식한지를 잘 보여주는 예이다. 한 마디로 자신들의 오른쪽 날개를 스스로 잘라먹어버렸다. 아닌게 아니라, 파스토레 투입 이후, 슈바인슈타이거에게 오른쪽이 완전 썰려나가며 전설의 무혈입성 드리블을 허용해 프리드리히의 골을 어시스트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아르헨 수비진이 얼마나 처참했는지 잘 보여주는 장면이였다. 요약하자면 마라도나는 수비를 아예 포기한 미친 짓거리를 한 것이다.
사실 3분만에 선제골을 허용한 시점에서 이미 경기를 뒤집기가 매우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 아르헨티나가 약하다기보다는 뢰브가 이끄는 독일의 팀 특성 때문이다. 독일은 원체 수비가 강한 팀이라 일찍 선제골을 넣고 잠가버리고 역습으로 대응하면 잉글랜드를 4:1, 아르헨티나를 4:0, 포르투갈을 4:0, 브라질을 7:1로 밟아버리는 무시무시한 팀이지만 반대로 선제골을 허용하면, 혹은 후반전까지 득점에 실패하면 세르비아에 0:1, 아일랜드에 0:1, 멕시코에 0:1, 대한민국에 0:2로 패배하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2] 거기다가 경기를 끌려가면 멘탈 문제로 인해 알아서 자폭해버리는 대다수 라틴 아메리카 선수들의 특성 덕분에 독일이 더 쉽게 점수차를 벌릴 수 있었던 점도 있었다.
사실 아르헨티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감독이 디에고 마라도나라는 것이다. 스쿼드만 봐도, 공격진에 곤살로 이과인, 세르히오 아궤로, 리오넬 메시, 카를로스 테베스, 마르틴 팔레르모, 디에고 밀리토만 여섯 명이다. 밀리토야 지난시즌 골폭풍을 몰아치며 인테르의 트레블을 이끌었으니 발탁 이유라도 있다 쳐도, 팔레르모는 (그리스전에서 골을 넣긴 했지만) 과포화된 공격진에 냉정하게 있을 필요가 없었다.
그래도 미들진이 균형이라도 있었으면 모를까, 미들진의 디 마리아와 파스토레도 사실상 공격성향이 강한 미드필더다, 게다가 "빠른 템포의 축구? 뉘집 개 이름인가?" 라 할 정도로 장거리 패스를 발사하는 것만 좋아하는 베론이 있었다. 한마디로 마스체라노 중원몰빵인 원볼란치 전술이었다. 아르헨 축구팬들이 "하비에르 사네티만 있었어도 "라고 아쉬워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물론 측면에 막시 로드리게스와 앙헬 디 마리아가 활약을 해준다면 승산이 있는 전술이지만. 막시의 경우 4년전과는 판이하게 기량이 하락한 상태였고, 앙헬 디 마리아는 앞에 언급한 것처럼, 왕성한 활동량, 수비가담, 경기조율까지 갖춘 지금의 디 마리아라면 모를까 저 때의 디 마리아로는 절대 안된다. 물론 쓰리백을 사용할 경우, 마스체라노와 베론을 더블볼란치를 기용할 수 있으나 베론은 노쇠화로 이렇다 할 활약도 보여주지못했고 센터백인 사무엘이 한국전에 부상을 찍으면서 그야말로 망했어요였다.
그렇다고 수비진도 상태가 좋지 않았다. 막시 로드리게스와 마찬가지로 4년 전과 다르게 하향세가 뚜렷한 가브리엘 에인세, 실력은 최고지만 내구성에 의문이 있는 월터 사무엘, 그나마 정상적인 기량을 가진 수비수는 마르틴 데미첼리스와 니콜라스 부르디소 뿐이였고, 센터백인 오타멘디를 그리스전을 제외하고 이 대회 내내 라이트백에 배치시켰다. 백업인 아리엘 가르체도 절대 정상급이라 보기 힘든 풀백이다. 그렇잖아도 기형적인 선수선발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는데, 그래도 마라도나의 의도대로 흘러간다면 문제 없지만, 부상, 카드트러블 같은 불의의 상황이 닥치거나 경기가 예상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 폭탄이 될 위험성이 굉장히 높았고, 결국 독일전에서 그 폭탄이 폭발했다.
냉정하게 이 시기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우승후보라 불릴 자격이 없었던 팀이었다. 공격진들의 화려한 스텟에 가려진 허울만 좋은 팀이었다.[3][4]
그리고 이 두 팀은 4년 뒤 결승전에서 다시 만나서 이 날 경기와는 다른 재미있는 승부를 펼치게 된다. 물론 이 때의 승자는 역시나 독일이었다.
[1] 굳이 센터백을 라이트백으로 쓸 거면 디마리아와 메시를 아예 측면으로 돌리고 이과인-테베스 투톱을 쓰는 4-4-2 플랫 전술을 쓰는 게 나았을 수도 있다. 풀백 오버랩의 부재는 측면 윙어들로 어떻게든 채우고, 디마리아의 강점 또한 살릴 수 있는 방법이다. 문제는 그렇게 되면 메시가 측면으로 이동하면서 경기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는 것인데, 4년 뒤에 알레한드로 사베야 감독이 메시를 측면에 배정해 놓고 프리롤을 부여해서 아르헨티나를 준우승까지 이끈 걸 생각하면 절대 실현 불가능한 전술은 아니다.[2] 오히려 독일한테 밟힌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같은 남미 강팀들은 월드컵에서 유럽 약팀이나 아시아 팀에게 이변을 당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무작정 '독일 >>> 남미'가 아니라는 소리. 2018년 콜롬비아 vs 일본 경기야 3분만에 퇴장이라는 변수가 있었으니 예외.[3] 이를 두고 "그럼 아르헨티나에게 패한 멕시코와 한국은 뭐가 되는가?" 라며 따지는 경우가 있는데,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사우디를 8:0으로 박살낸 독일대표팀을 보고 '우와 독일 알고보니 세네? 저정도면 브라질, 프랑스, 아르헨티나도 잡아먹겠는걸..' 이라고 당시 생각하는 축구팬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그 독일에게 깨진 사우디한테 한국은 2006 독일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두 번 다 패배했다. 물론 아르헨티나는 월드컵 개막 이전에 치른 평가전에서 독일을 꺾고 올라와 조별리그에서 한국을 4:1로 이기고 16강에서 멕시코를 3:1로 이기면서 어느 정도 평가가 올라가긴 했었다. 반대로 당시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스페인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스위스에게 패했다. 그렇기 때문에 조별리그 1차전 직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우승확률이 올라간건 사실이며, 16강전인 포르투갈전에서 의외로 포르투갈이 스페인을 꺾을 수 있다고 예상한 전문가도 많았다. 하지만 스페인은 결과적으로 이 대회의 챔피언이 되었다. 특정 팀을 크게 이겼다고 평가가 올라가는 것은 절대 아니다. 1982년 월드컵에서 엘살바도르를 10:1로 도륙내버린 헝가리는 결국 조별리그에서 탈락해버렸다. 그리고 그 조에서 1위를 차지한 벨기에는 엘살바도르를 겨우 1:0으로 꺾었다.[4] 냉정하게 말해서 비록 조직력이 떨어져도 아르헨티나는 선수 하나하나가 한국이나 멕시코보다 우월했다. 메시 한사람이 당시 한국 국대 전원의 연봉을 합친 것 보다 연봉이 높을 정도로 아예 레벨이 다른 선수들인데, 이 덕에 아르헨티나가 조별리그와 16강을 쉽게 깨고 올라왔지만 비슷한 네임밸류와 수준의 선수들이 조직력까지 갖춘 독일같은 팀을 만나니 당연히 패배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