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0-03-04 17:27:45

존재

1. 개요2. 한국어에서의 의미
2.1. 번역 문제
3. 철학적 논의
3.1. 파르메니데스3.2. 알렉시우스 마이농3.3. 콰인의 존재론적 개입3.4. 불교3.5. 헤겔3.6. 기타

1. 개요

存在

존재에는 다음과 같은 의미들이 있다.

2. 한국어에서의 의미

현대 한국어에서 동사 "존재한다"는 "있다"와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 예컨대 "증거가 존재한다"는 문장은 "증거가 있다"라는 말과 비슷한 의미로 쓰이는 게 일반적이다. 혹은 "존재한다"는 말은 단순히 "있다"는 말에 더하여 "현실에 실제로 있다"는 말과 비슷하다는 직관도 있는 것 같다. 더불어 명사 "존재"는 "사물", "있는 것", "대상" 등과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

그런 면에서 우리말 "'없다'", "()" 등과는 반의어 관계에 놓인다.

2.1. 번역 문제

비슷한 뜻인 한자어 "有"가 매우 오래 전부터 쓰였고, 또 비슷한 뜻인 "存"과 "在" 한자 각각이 모두 오래 전부터 쓰인 것에 반하여, 두 글자가 합쳐진 "존재(存在)"는 근대에 서양 문물을 번역하면서 생겨난 말로 추정된다.

한자어 "존재(存在)"는 인도유럽어족에서 존재 동사 및 계사로 쓰이는 표현들, 예를 들어 영어의 그 유명한 Be-동사로부터 비롯된 어휘들, 대표적으로 "being"이나 "existence"에 대응한다. 즉 "being"과 "existence"[1] 모두 각각 쓰임새에 따라 "존재"로 번역되고는 한다.

다만 철학에선 다양한 전통 및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른 한국어 번역어가 쓰이기도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실존주의 철학에서 "existence"를 ''실존"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독특한 의미를 부여하는게 대표적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현존" 같은 표현도 종종 쓰인다. 따라서 철학에서 "존재"라는 말이 등장할 땐 그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선 맥락을 세심히 살펴야 한다.

3. 철학적 논의

이제 저희가 곤경에 처한 만큼, 당신께서 "존재(ὄν)"라고 말씀하실 때 뜻하시는 바가 대체 무엇인지, 저희에게 분명히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당신들이 그게 무엇인지에 관해 줄곧 알고 계셨던 것에 반하여, 저희들은 과거엔 그게 뭔지 알았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지금은 곤경에 처해 있다는 게 분명하니까요.
플라톤, 『소피스트』[2]

어떤 의미건 "존재"는 고대부터 매우 수수께끼 같은 주제이다. "존재"라는 말 자체가 지극히 포괄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탐구하는 분야가 형이상학 가운데 존재론이다. 유사 이래 수없이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그 대표적인 예는 다음과 같다.

3.1. 파르메니데스

서양 철학사에서 "존재(ὄν)"에 최초로 관심을 기울인 철학자 중 하나인 파르메니데스의 단편들은 "존재가 비존재할 수 없다"는 발상을 근거로 세계는 하나이며, 운동, 변화 따위는 없다는 견해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게 통설이다. 하지만 "ὄν"에 대한 대안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반론을 근거로 이러한 해석을 둔 많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파르메니데스 항목 참조.

3.2. 알렉시우스 마이농

알렉시우스 마이농은 대상(objekt), 있음(sein)과 존재(existenz)를 구분한 것으로 유명하다. 물리적 사물, 예를 들어 눈 앞의 책상은 존재하는 대상이다. 반면 추상적인 대상인 는 있지만 존재하지는 않고 그저 존립(bestand)할 따름이다. 그리고 그에 반해 '빨강색임과 동시에 파랑색인 책상' 같은 대상은 존재하지도, 있지도 않은 대상이다.

3.3. 콰인의 존재론적 개입

러셀 등 선배 철학자들의 입장을 계승하여 윌러드 콰인1차 술어 논리에서의 양화사 '\exists'가 "존재" 개념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했다. 콰인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이론 TT세계를 가장 잘 설명하는 이론(예. 최첨단 물리학)이라고 가정하고, TT의 모든 명제들을 1차 술어 논리 언어로 번역하자. 이때 TT의 모든 명제들이 참이 되기 위해서는 일련의 변항의 값들이 논의역(domain)의 원소여야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 변항의 값이 되는 것이 바로 존재하는 것이다.
  • 예. 최선의 이론을 번역한 명제들 가운데 'x(FxGx)\exists x (Fx \wedge Gx)'라는 명제가 포함된다고 하자. 변항 xx에 할당된 것이 없으면 해당 명제는 참이 될 수 없으므로, 곧 xx의 값은 존재한다.

이런 콰인의 입장은 다음과 같은 사뭇 시적인 경구로 표현되기도 한다:
존재한다는 것이란 곧 변항의 값이 되는 것이다(To be is to be the value of a variable)[3]

3.4. 불교

불교의 제법무아(諸法無我)에 따르면 마음에서 비롯된 나(아상(我相))라는 관점은 그릇되고 본성이라는 것은 결국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3.5. 헤겔

헤겔의 말에 따르면 순수한 '존재'는 와 동일하다고 한다.

3.6. 기타

대부분의 철학에서 깊게 파고들지 않고, 대충 건드리다 넘어간 논의인데, 특히 자기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자살까지 한 사례가 종종 보고된다.



[1] "exist" 자체가 라틴어에서 전치사 "ex"에 (영어의 be에 해당하는) esse 동사의 3인칭 단수 변화형인 "ist"가 결합하여 생겨난 어휘다.[2] 사실 이 자체로 꽤 논란이 있는 번역어다. 왜냐면 플라톤 해석에서 "ὄν"이라는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자체가 현대의 철학사가들에게도 여전히 문제거리기 때문이다(...)[3] 다만 콰인은 이 경구가 사뭇 오도적인 뉘앙스로 쓰일 수 있음을 경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