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07 08:30:02

이질(질병)

적리에서 넘어옴
이질
痢疾 | Dysentery
파일:the-most-common-type-of-dysentery-is-caused-by-the-em-shigella-em-bacillus-1.jpg
세균성 이질을 일으키는 시겔라
<colbgcolor=#3c6,#272727> 국제질병분류기호
(ICD-10)
<colbgcolor=#fff,#191919>A03[1], A06.0[2], A07.9[3]
의학주제표목
(MeSH)
D004403
진료과 감염내과
질병 원인 시겔라이질아메바 등의 감염
관련 증상 발열, 구토, 복통, 독소혈증, 설사
관련 질병 장티푸스, 이풍

1. 개요2. 역사3. 원인4. 증상5.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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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 dysentery
이질은 시겔라(Shigella)균[4]에 의해 발병하는 세균성 이질과 열대지방에서 주로 발생하는 이질아메바(Entamoeba histolytia) 등의 아메바에 의한 아메바성 이질이 있다. 대장과 소장을 침범하는 급성 감염성 질환으로 제1군 법정 전염병이다. 환자 또는 보균자가 배출한 대변을 통해 구강으로 감염되며, 매우 적은 양(10∼100개)의 세균도 감염을 일으킨다. 대표적 증상이 피가 섞인 피똥을 싸는 것이므로 이질을 적리(赤痢) 라고도 일컫고 영어권에서는 피가 흐른 다는 의미로 blood flux라고 불렀다. 하지만 피똥을 싸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는 백리(白痢) 라고 일컫는다.

원인을 알지못하는 옛날에는 화장실 시설이 매우 비위생적이었고 또 대변을 본 후 손을 잘 씻지도 않았기 때문에 보균자들이 대변을 보고 오염된 손으로 여기저기 만지면 접촉을 통해 이질균이 입으로 들어가 감염을 일으킨다. 매우 전염성이 높아서 선박이나 수용소, 군대 같은 좁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한 명이 피똥을 싸기 시작하면 며칠 사이에 환자가 급증해서 사람들이 차례로 쓰러져 태반이 죽어나가는 경우가 많아서 매우 무서운 전염병으로 여겨졌다. 피똥을 싼다는 것 자체가 본능적으로 공포스럽고 전파가 빠르고 사망률도 높아서 해적선 이나 군대 등을 배경으로 한 소설 등에서 등장인물 중에 한 사람이 피똥을 싸는 것을 보고 주변 사람들이 무서워 공포에 휩싸이는 것으로 흔히 묘사된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1억 6500만 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환자 중 69%가 소아), 2000년대 이전에는 이 중 0.5%가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되었으나 최근에는 세균성 이질로 인한 사망자수가 감소하였다. 국내에서는 2000년에 2,462명의 환자가 발생한 이후 발병률이 꾸준히 줄어 들었으나 현대에 들어서 국외유입 사례가 많이 나오는 추세라 현재도 연간 100명대의 환자가 나오고 있다.[5] 발열, 구역, 복통, 그리고 후증(잔변감)을 동반하는 소량의 점성, 혈성 설사가 흔한 증상이다.

2. 역사

서기 3세기, 중국 삼국시대 촉한의 황제 유비이릉대전에서 육손에게 대패하고 이질에 걸려죽었다. 사서인 삼국지에는 이질에 걸린 후 병이 급격히 악화되어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는 그의 글이 실려 있다. 비슷한 시기, 로마 황제 고르디아누스 3세의 장인, 근위대장이며 권신인 티메시테우스사산왕조 페르시아메소포타미아에서 전쟁을 벌이던 중, 이 병에 걸려 급사했다. 그가 죽은 뒤, 로마군은 충격에 빠졌고 이후 고르디아누스 3세는 혼전 중 암살(혹은 전사)됐다. 이 사건 직후 후임 근위대장 필리푸스 아라부스가 제위를 차지했고 군인황제시대로 불린 로마 제국의 위기는 심화된다.

17세기 초, 30년 전쟁 때에는 영국군이 프리드리히 5세의 군대를 지원해 유럽대륙에 오면서 이질도 같이 퍼졌는데, 수많은 독일 주민들이 이질과 티푸스로 고생을 했다고 한다. 심지어 백년전쟁 당시 아쟁쿠르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 잉글랜드의 국왕인 헨리 5세도 계속 프랑스를 침략하던 도중 이 병에 걸려 죽었다. 프랑크 왕국의 뚱보왕 루이 6세도 1137년 이 병으로 죽었다.

잉글랜드는 16세기를 전후해 여기저기 탐험을 많이 했는데 그러는 과정에서 중앙아메리카 지역에 이질이 발생하기도 했다. 엘리자베스 1세의 맹장(猛將)인 프랜시스 드레이크 경 역시 탐험을 하다가 파나마 근처에서 이질로 사망했다.

일본군 역시 태평양 전쟁 당시 이질로 상당한 고생을 했는데, [6] 영화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를 봐도 이질로 죽어나간 병사가 나올 정도다. 심지어 전간기에도 항공모함에서 이질이 도는 사태가 몇 차례 발생했다. 이질은 과거 군대에서는 항상 따라다녔던 동반자 같은 질병이었던 셈.

미국 역사에서도 서부개척시대에 동부에서 서부로 통하는 오리건 트레일을 통해 이주하던 서부개척민들의 마차 행렬을 괴롭힌 대표적인 질병이기도 하다. 그래서 70대말-80년대 Apple II 등의 유명 컴퓨터 게임 오리건 트레일에서도 지겹게 등장해서 그 시대 미국 아이들은 이 병의 이름 dysentery라는 단어를 그 게임으로 배운 세대.

1930년대 후소급 전함 2번함 야마시로에서 이질에 걸린 수병들이 분변검사를 대충하는 바람에 함 전체에 이질이 돌아서 승조원 전원이 감염되었다.[7]

6.25 전쟁에선 에밀 카폰 신부가 이질과 폐렴에 걸려 사망했다.

3. 원인

위생상태가 개선된 현대에는 잘 걸리지 않는 병이다. 다만 대개 시겔라 보균체의 대변에 있는 균이 식수나 음식, 손이나 생활을 통해 입으로 들어가서 발생한다.

그래서 대변 본 후나 음식을 조리하거나 먹기전에 손을 잘씻고 물과 음식을 잘 끓여 먹으면 감염을 줄일 수 있다.

과거에는 학교, 군대, 교도소 등 밀집된 인원이 수용된 장소에서 많이 걸리기도 했다.

한국의 경우 2000년 이전만 해도 발병자수가 1000명 가량이다가, 이후 감소하였다. 현재는 개발도상국에 여행 갔다온 사람들 위주로 발병하고 있다.

위생적이지 않은 화장실 환경, 비위생적 식수나 부엌 등 음식조리 환경, 화장실과 식수원이 인접해 있다든가 대변을 비료로 주어 경작하는 채소 등 때문에 전염된다.

대부분 식수나 음식 또는 손이나 손톱, 문 손잡이 등 생활환경이 대변에 오염되어 전염되는 것이다. 또 배변 후 손씻기를 게을리 한다든가 음식을 조리하거나 식사하기 전에 손을 씻지 않는다든가 평상시 손가락을 빤다든가 하는 비위생적인 환경이나 습관이 이질의 주요 원인이다. 그래서 과거에는 티푸스와 함께 전근대적 군대나 감옥 등 집단 수용시설, 가난한 하층민, 유랑민이나 개척 이주민, 부랑자, 거지 등 비위생적 생활환경으로 인한 질병의 대표였다. 이질 때문에 군대가 큰 타격을 입어 전투도 않고 물러나는 등 전쟁을 좌우하기도 했다.

인도의 경우, 화장실 문화가 정착되지 않아 이 병이 흔하다. 13억 인구 중 5억명 가량이 화장실 없는 가구에 살기에 특히 부각된다.

하지만 가난하다는 이유로 이질 발병률이 높다고는 할 수 없다. 예를들어 같은 인도인도 이슬람 인도인들이 오히려 더 가난한 편이지만 이들은 종교적 이유로 손을 자주 씻고 화장실에서만 용변을 보는 등 위생에 더 신경을 쓰기 때문에 힌두 인도인보다 이질 발병율이 월등히 낮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인도는 국가적인 사업으로 화장실 보급운동을 벌여 마을마다 화장실을 건설하고 있으며 화장실 1억 개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물론 같은 당뇨병이라도 관리가 되느냐 안 되느냐에 따라 20년 뒤, 30년 뒤, 40년 뒤 사망이 갈리듯 개개인의 습관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말이다.

아프리카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오랜 내전 등으로 생활 기반이 황폐화된 데다가, 가뭄 등으로 흙탕물조차도 감지덕지하며 마셔야 하는 상황이기에 사람들이 무방비하게 이질에 노출된다.

거기에 부실한 위생관념 및 현대 의학 불신이 만연하여, 한 번 이질이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이 퍼진다. 실제로 슈바이처가 랑바레네 지역의 이질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이런 원주민들의 행동 때문에 굉장히 고생했다. 수 차례 경고도 하고 윽박도 질러봤지만 그다지 먹혀들지 않았다.[8]

위생상태가 많이 개선된 현대의 선진국에선 이럴 일이 없지만, 아직도 후진국에선 발병률이 높은 병이다. 한국에서도 연간 100여 건 이상 발병하는데 3/4은 동남아 여행을 다녀온 후 발병하고 있다. 동남아 여행 때에는 특히 식수 위생에 신경을 써야 한다.

4. 증상

발열, 구역질, 복통, 때로는 독소혈증, 구토, 후증(잔변감)을 동반하는 설사가 주요한 증상이다. 일반적으로 변에 혈액, 점액, 고름이 섞이는 경우가 많고, 약 1/3은 수양성 설사(물 설사)를 한다. 소아는 경련을 보이기도 하며, 균혈증은 대개 발생하지 않는다.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증상만 나타나기도 한다.

5. 치료

수분과 전해질 보충 등의 대증요법과 환자 본인의 의지와 적응력을 지지하는 지지요법이 중요하다. 항생제는 이질의 이환 기간과 중증도를 경감시키고, 균의 배출 기간을 단축시켜 중증인 경우나 집단시설 등에서 집단 치료가 필요한 경우 사용한다. 다제 내성균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항생제는 분리된 균이나 감수성 검사 결과에 의해 선택하고, 지사제나 소화관 운동 억제제는 금기이다.


[1] 시겔라에 의한 세균성 이질.[2] 이질아메바 등에 의한 급성 아메바성 이질.[3] 원충성 이질.[4] 이 세균을 발견한 일본 세균학자 시가 기요시의 이름을 딴 것이다.[5] 2018년에는 191명의 환자가 발생하였고 이 중 145명이 국외유입, 46명이 국내 감염으로 보고되었다.[6] 연합군도 이질 때문에 고생을 하긴 했지만 D레이션을 환자들에게 먹여서 사망자를 최소화하며 버텼다.[7] 카가와 아카기에서도 똑같은 사례가 있다.[8] 이질 환자랑 그와 친구인 원주민이 같은 장소에 있었다. 슈바이처는 처음에는 그 친구와 가까이 하지 말라고 알아듣게 타일러도 보고 달래도 보았으나 그 친구는 조언을 무시하며 계속 같이 있었고, 참다 못한 슈바이처가 "당신도 이질에 걸려서 저 세상으로 가고 싶소?" 라고 화까지 내었지만 그는 "나 혼자 외톨이로 있는 것보다 차라리 친구랑 함께 하다가 죽는 게 좋습니다." 라고 말하며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고 버티다가 결국은 그 또한 이질에 감염되어서 친구와 함께 저 세상으로 갔다고 한다.